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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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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ESG 본격화…기업 전략 수립 적극 나서야[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ESG

이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으로 보는 시대가 도래했고, 2025년은 글로벌 ESG가 본격화될 것이다. 미국 SEC의 기후공시규정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EU 집행위원회는 그린 딜을 통한 지속가능성 투자 확대 계획을 경기부양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어 ESG 중시 기조는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 경영목표가 생존이었다면 2025년 목표는 지속가능한 경영이며, 지속가능성 정보공시기준의 제정 등 법제화에 따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에 최근의 주요국 및 지역의 ESG 관련 법제도 변화 내용과 2025 ESG 관련 제도 등을 전망해본다. 美 SEC 기후공시규정,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주목공화당 집권으로 반 ESG기조의 강화를 우려하지만 주정부 및 지자체 기후행동은 지속될 것이며, 기업들은 스스로 ESG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연관된 기업은 ESG 정보공시와 관련해서 SEC 기후공시규정,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SEC가 2024년 3월 6일 채택한 기후공시규정은 기후 관련 위험에 관한 기업의 정보공시를 연방차원에서 처음 의무화한 규칙으로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미국에 상장한 해외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상장 한국기업 10사 중 유동 시가총액 7억 달러(약 9650억원) 이상인 한국전력· LG디스플레이·쿠팡 등 3사는 2026년 공시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 국토부와 강제노동 집행 태스크포스(FLETF)는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제재대상 기업 목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기업의 책임경영을 주시하기에 공급망 실사 및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2024년 1월 폭스바겐이 3차 공급사에 제재대상 업체가 포함된 것을 발견하고 자진신고 후 통관 일시정지 및 문제부품 교체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다. EU 옴니버스 개정안, ESG 공시제도 간소화 목적2024년 6월 선거로 약진한 유럽보수개혁당 및 ‘정체성과 민주주의’(Identity and Democracy)의 녹색정책에 대한 반발을 우려한다. 하지만 그린 딜을 통한 지속가능성 투자 확대 계획 등이 EU 집행위원회의 경기부양 핵심 전략이므로 ESG 친화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EU집행위원회는 2025년 2월 26일 기업부담 경감을 위한 ESG 공시제도 간소화 목적으로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EU 택소노미 규정(Taxonomy Regulation),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포괄한 옴니버스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지침의 실질적 보고 요건 및 기준은 유지되고 규제 간 중복만 제거될 전망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배출량 감축규제의 국가별 차이를 노린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무역관세로, 6대(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품목 수입 시 매년 내재된 배출량 1톤 당 CBAM 인증서 1개 구매 및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제도의 본격시행일인 2026년 1월 1일 이전 전환기간은 분기별 배출데이터 보고서만 제출하면 되고 본격시행기의 미납 인증서당 100유로가 아닌, 톤당 10~50유로 벌금만 부과된다. 2025년에는 기업의 대응 준비 관련 시행령들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韓, ESG 경영 관심과 추진 잠재력 충분지난해 4월 30일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한 최종 공시기준서를 의결하고 2025년 국내 주요 산업분야 기업 대상 지속가능성 공시 파일럿테스트를 계획했으나 의결 자체가 연기됐다. KSSB 의결은 공시기준 확정 전 절차로, KSSB 의결로 권고안이 확정되고 금융위원회가 이를 승인하면 공시기준서가 확정된다. 그럼에도 기업 밸류업 공시와 함께 ESG 경영과 재무적 성과의 연계차원 논의는 지속되고 있어 ESG경영을 향한 노력의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다. 2023년 9월 21대 국회에서 입법발의된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촉진법안이 임기만료로 폐기되면서 ESG경영 관련법이 제정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입법시도는 ESG경영에 대한 관심과 추진 잠재력을 보여준다. 2025년 ESG 규제 전망과 기업의 자세2025년은 주요국의 ESG관련 규제가 한층 구체화되고 강화되는 등 글로벌 ESG규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SG관련 제도 중 CSRD의 국제적 확산은 한국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본사가 비EU 기업이라 EU 내에 대기업에 해당되는 자회사가 있으면 2025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ESG전반의 정보공시를 요구하는 CSRD에 대한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성 제고 전략과 실행기획 수립이 중요하다. 기업에게 2024년은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였다면, 2025년은 새로운 기회의 창출과 지속가능 전략의 구축을 목표로 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이 될 것이다.

2025.02.11 08:00

3분 소요
2025 산업 기상도 '흐림'...국내 '해결 과제' 진단해 보니

산업 일반

전문가가 진단한 2025년 산업 전망은 어둡다. 풀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탄소 제로’ 정책 영향부터 트럼프의 ‘보호 무역’까지. 국내 산업은 변화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채 서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각계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다가올 2025년 경제를 전망하고, 국내 산업계가 당장 마주한 숙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먼저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에 따른 글로벌 산업의 재편이다. 재생에너지는 지난해 전 세계 전력의 30%가량을 공급했다.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은 560기가와트(GW)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태양광이 있다.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 중 75% 이상을 차지했다.태양광에 진심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1년 이후 유럽의 10배 이상을 태양광 산업에 투자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중국의 독과점 우려로 미국은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관련 산업의 자국 내 유치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다.‘RE100 이니셔티브’도 수출 주도 제조업 강국인 우리의 현재 경제를 위협한다. 태양광·풍력 기술의 전·후방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가전·이차전지 생산에도 재생전력 사용을 요구함으로써 태양광·풍력 발전 없는 전략산업화는 어떤 분야라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은 “내수시장이 기술 자체의 검증뿐 아니라 타 산업의 전력공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평가하며 “430여 개 기업이 가입한 RE100 이니셔티브는 연간 전력소비량 100GW 이상의 대기업이 대상이지만 협력업체에도 동참을 요구하기 때문에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수출이다. 한국의 수출 순위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6위로 상승했다. 특히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수출 대상국 1위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다.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는 대외 무역 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면서 각국의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트럼프는 협상 과정에서 ‘앵커링’ 전략을 구사해, 협상 초기에 높은 요구안을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양보하면서 목표를 관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모든 국가에 10~2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초고율 관세를 적용하려는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 주목된다. 이러한 무역 장벽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없던 한국 제품에 10%의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에 악영향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특히 대미 흑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속도 내던 전기차에도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의 재선 영향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줄곧 전기차 판매 보조금을 규정한 IRA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IRA의 폐지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이 줄거나 없어진다면 전기차 판매는 감소할 수 있다.보조금 없이 치러질 가격 경쟁도 문제다. 현재 중국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고, 보조금이 폐지된 상황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전기차의 평균 가격이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싸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후발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태국만 하더라도 2023년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를 넘어섰다. 이들 후발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중국의 값싼 전기차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등장에 따른 미국 전기차 시장의 위축 전망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내년부터 향후 몇 년간은 전기차 시장의 침체 및 성장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도 혈투는 이어진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알 수 있듯 한국 배터리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중국이다. CATL과 BYD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은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약진하고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중국산 배터리의 수출 단가는 한국산 대비 약 73%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이 배터리를 싸게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비결은 자체 공급망·인건비·전기세·정부 지원을 들 수 있다.중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례로 CATL의 경우 2023년 기준 연구개발비가 3조4931억 원에 달해 한국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비의 합계인 2조4744억 원보다 높았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통해 전기차와 ESS뿐만 아니라 eVTOL, 전기선박, 경전철 등 배터리의 사용처도 확장해 가고 있다. 고전압 미드니켈, 코발트프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분야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 및 상용화하고 있어 한중 간 경합은 더욱 다양한 방면에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배터리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산업이자 미래 핵심 먹거리이므로 국가의 경제 안보적 차원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 공동의 전략적 논의와 대응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한다”며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4년을 잘 버티는 것과 함께 새롭게 열리는 신흥국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 다변화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4.12.02 09:00

4분 소요
이제 ESG에 ‘진심’이 돼야 할 때 [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ESG

“이거 원청사 좋자고 하는 거지 우리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 거죠?”수천 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평가하고 지난 2년 동안 약 500회 가까이 중견 및 중소기업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면서 종종 들었던 말이다.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인권경영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중소 공급업체에 불과한 본인들과는 크게 상관이 없으며, 다만 원청사가 평가를 받으라고 하니 응할 뿐이라는 것이다. ESG에 관한 많은 기사나 칼럼들이 대기업 즉 원청사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공급업체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ESG 경영은 ‘기업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직원·주주·소비자·협력사·지역사회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경영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들은 ESG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경영패러다임으로 활용하고 있다. ESG 경영 현황 진단 및 평가는 기업 활동의 부정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실사(Due Diligence)’ 개념이 등장한다. 기업 실사란 ‘기업의 운영이나 사업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들을 파악해 방지 및 완화하는 과정’이다. ‘공급망 실사’는 자사·자회사·협력사를 포함하는 공급망(Supply Chain)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 및 완화하는 ‘리스크 관리’ 과정으로서 평가와 분석, 개선조치 및 모니터링 등의 활동이 포함된다. 이때 부정적 영향은 실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잠재적 영향까지 포함한다.2024년 7월 25일 EU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발효돼, EU에서 영업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자사와 협력사의 활동이 인권과 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조사하고 시정해야 하며, 그 결과를 2028년부터 공개해야 한다. 협력업체들은 이를 위한 정보 제공 요청에 응하고 부정적 영향의 예방 및 완화 조치에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여기에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면 ESG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CBAM은 탄소규제가 약한 EU 역외지역으로 생산시설이 이전할 경우 EU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탄소비용이 더해져 생산 단가가 높은 유럽 제품이 수입 제품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에서 도입한 제도다. 수입품목의 탄소배출량에 일정한 요금을 부과하여 ‘불공정’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며(현재는 전환기간), 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수소 제품을 시작으로 향후 유기화학제품과 플라스틱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여러분이 만드는 부품에서부터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수출해봤자 안 팔립니다. 그럼 이게 원청사만의 문제일까요?”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사례까지 안내하면 ESG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이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사장님의 구속 리스크’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었지만 예상보다는 처벌이 약하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사 현장에서 ‘작년 12월에 대표이사가 실제로 감옥에 가게 된 최초 사례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면 임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후 “개인안전보호구 꼭 지급하고 실제 착용하는지까지 감독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보통 다음과 같은 언급이 이어진다.“현장 사고를 보면 솔직히 근로자 잘못도 많아요. 마스크 해라, 안전띠 해라, 안전모 써라 해도 귀찮다고, 덥다고 안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물론 그렇다.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사측의 관리 소홀과 근로자 개인의 부주의가 결합돼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산업재해 판결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전대와 안전모 미착용 상태에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망한 근로자의 부주의도 일부 인정했지만 법령상 ‘보호구 지급 의무’는 근로자가 실제 착용하는 것까지 관리·감독할 것을 요한다면서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상무)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필자가 “지급대장부터 관리하셔야 한다. 국소배기장치 잘 작동하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확인하셨냐. 스프레이 작업자들이 방독마스크 안 쓰고 있더라, 하청근로자의 안전도 관리해야 한다” 등을 안내하면, 이제서야 실사를 시작할 때의 “원청사 좋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은 “지금 실사받기를 잘했습니다”라는 말로 바뀐다.원청사의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급망 내 수많은 기업들의 부품 및 중간재가 좋은 품질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인권과 안전이 전제돼야 한다. 글로벌 기업 N사도 1990년대 말 협력업체에서의 독성물질 유출로 많은 근로자들이 건강상 위협에 노출되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주가가 반토막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그 여파는 다시 공급업체들에 미칠 수밖에 없다.올해 6월 현대차그룹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 결과를 입찰 조건으로 담은 표준계약서를 마련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급업체 스스로 인권과 안전, 환경 등에서의 리스크를 점검하여 예방조치를 취하고, 원청사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제, ‘진심으로’ ESG를 해보자. 오현주 대신경제연구소 공급망ESG센터장·행정학 박사 | 필자는 공급망 내 ESG 평가와 현장실사, 교육 및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원청사의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와 협력사의 ESG 경영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실행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공급망 벤치마크 분석, 온실가스 관리, CDP SC 및 EcoVadis 대응 등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맞춤형 심화 컨설팅도 담당하고 있다.

2024.11.12 09:00

4분 소요
탄소발자국은 ‘기업의 경쟁력’...탄소 문맹 韓, 구원투수로 나선다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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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 ‘탄소 규제’를 위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정작 국내 기업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의 53%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조차 곤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탄소 문맹’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ESG 수출규제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지목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EU)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대해 EU 배출권거래제(EU-ETS)와 동등한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2023년 10월부터 6개 품목(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 중인데, 오는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CBAM은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업계는 향후 ▲석유․화학 ▲플라스틱 등 대상 품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대응 수준이다. ESG 수출규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과 대응 수준은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주요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 및 대응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ESG 수출규제 인식 수준’은 ▲대기업 55점 ▲중견기업 42점 ▲중소기업 40점으로 나타났다. ‘대응 수준’도 ▲대기업 43점 ▲중견기업 36점 ▲중소기업 31점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대응 노력도 부족한 셈이다.탈탄소를 향한 글로벌 규제는 계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다. 정작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제품 공급망에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정확한 ‘탄소 발자국’(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의 총량) 수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글래스돔코리아(대표 함진기)는 우리나라의 ‘탄소발자국 구원투수’로 통한다. 세계 최초 LRQA 인증 획득초기 글래스돔은 제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를 주된 과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글래스돔의 기술력은 괄목할만하다. 글래스돔은 국제 공인 인증기관 로이드인증원(LRQA)으로부터 제품 탄소발자국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67’ 검증을 획득했다. 이는 세계 최초다.LRQA는 국제 공인 인증기관이자 EU에서 인정한 EU-ETS 검증기관이다. LRQA는 EU지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제품탄소발자국 보고서의 검증을 수행한다. 또 국제 표준 준수 여부를 따져 검증 보고서를 발행한다.‘ISO 14067 검증’은 LCA(전 과정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40’과 ‘ISO 14044’를 기반으로 정의된 제품탄소발자국 계산법과 보고방식에 따라 기업을 평가한다. 해당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ISO 14067 검증’이 주어질 만큼 국제적인 검증이다.업계에 따르면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 글로벌 인증 비용은 1회 당 수천만원 가량이 든다. 또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ISO의 기준으로 계산이 됐는지, 해당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도출이 됐는지 등 세부적인 평가를 거친다. 이는 기업들의 지불 비용으로 환산된다.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는 결국 제 3자 검증을 받아야한다. 제 3자 검증은 주로 글로벌 인증기관이 수행하는데, 해당 기관들이 보증하는 인증용 보고서가 있어야 믿을 수 있는 수치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탄소 발자국에 대한 글로벌 인증 기관의 인증이 없으면 결국 무용 지물이다. 글래스돔은 LRQA에게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자체를 인증받았다. 이를 통해 심사원들은 글래스돔의 솔루션이 적용된 기업들의 데이터 60~70%가량을 온라인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즉, 나머지 30~40% 정도만 확인하면 일련의 인증 과정이 끝나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솔루션의 가장 큰 특징은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다. 일반적인 탄소발자국 데이터 수집 솔루션의 경우 각 설비 및 계측기에 ‘유선 배선 공사’를 실시한 뒤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반해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은 별도의 유선 배송 공사가 필요 없다. 또 클라우드 기반 응용 프로그램(SaaS) 기반으로 개발된 솔루션은 ISO 국제 표준에 맞춰 제조 공정 과정의 탄소배출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리포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글래스돔의 설명이다.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을 측정을 위한 비용절감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게도 중요하다. 탄소 측정을 위해 수개의 계측기를 설치하는 행위는 비용적인 문제에서 불리하다”며 “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계측기의 경우 별도의 유선 배선 공사 없이 데이터 정보가 전달돼 저비용으로 빠르고 탄소 배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소요 비용을 최적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의 생산라인에 한번 계측기를 설치할 경우, 라인이 바뀌거나 사용되는 원재료가 더 들어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외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탄소발자국은 곧 ‘기업의 경쟁력’문제는 기업의 대응 역량이다. 대기업의 경우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탄소배출량 관리를 추진 중이다. 다만, ‘n차 협력업체’ 밑으로 내려갈수록 데이터 확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탄소 관리체계 관련 인력과 시스템이 미비해 원청업체의 요구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함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협력사들에 탄소배출량 관리와 관련된 지시사항을 내린다”며 “만약 협력사들이 지시 사항과 관련된 실행 계획이 없으면 사업에 아예 넣어주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국내 대기업 제조사의 경우 탄소 발자국 데이터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데이터도 정확히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협력사들의 데이터 계산이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산 양식에 맞춰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글로벌 공식 인증 기관의 기준이 아닌, 대기업의 편의에 맞춘 계산 방식으로 탄소발자국을 집계할 경우 데이터의 정확도를 누구도 보증할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탄소발자국의 핵심은 ‘데이터의 정확도’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탄소 발자국 관리 능력이 업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제품의 원가 및 품질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이 납품하는 탄소발자국 수치 데이터의 정확도도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 협력사를 선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탈탄소의 종착역은 ‘DPP’글래스돔은 글로벌 탈탄소 움직임의 종착역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DPP)를 지목했다. DPP는 제품의 원산지와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EU는 오는 2026년부터 DPP를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함 대표는 “디지털 제품 여권에는 제품 하나를 생산할 때 원재료부터 최종 조립 단계까지 총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했는지 수치가 포함돼야 한다. 이밖에 재활용 비율 및 원산지 이력 정보도 제공하는데, 내년 하반기 가장 먼저 시작될 EU 배터리법을 시작으로 나머지 규제의 방향성도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탈탄소 규제에 발맞추기 위해 우선 관련 지원 사업들이 많이 나와야한다”며 “비용적인 문제를 포함해 탈탄소 규제 관련된 정보를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있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탈탄소 규제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도록 세미나 및 홍보 자료를 꾸준히 배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첨언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탈탄소 규제와 관련된 정보를 모르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다수”라고 우려했다.

2024.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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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이 쌓은 무역장벽…시험대 오른 철강·석유화학

산업 일반

국제 사회가 ‘탄소 중립’을 향한다. 탄소 중립은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맞는 조치를 통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일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제도를 시행한다. 미국도 2025년 ‘청정경쟁법’(CCA) 도입을 추진 중이다. 탄소 중립이 새로운 국제 질서가 된 셈이다.EU의 CBAM은 탄소배출이 이전되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막기 위해 제안됐다. 탄소가 배출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약한 국가로 이전됨을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CBAM은 지난해 5월 16일 공식 발효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전환 기간이 시작됐다. CBAM은 2026년부터 시행된다.CBAM이 시행될 경우 EU 역외에서 수입된 제품의 탄소배출량이 역내 생산 동일 제품에 비해 배출량이 많다면, 초과분에 대해 인증서 구매를 통해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사실상 탄소국경세다.탄소국경세는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을 수입할 경우 발생하는 세금이다. 수출국 입장에선 ‘무역 장벽’으로 통한다. CBAM이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평가가 여기서 나온다.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수소 등 6개 품목에 적용된다. 이후 유기화학 제품, 플라스틱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무역 장벽, 미국도 쌓는다. CCA가 대표적이다. CCA는 CBAM과 유사한 무역관세다. 지난 2022년 미국 상원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및 세수 확보를 위해 발의했다. 민주당의 발의한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지지를 받아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CCA는 미국이 수입하는 ▲화석연료 ▲석유정제 ▲석유화학 ▲비료 ▲철강 ▲알루미늄 ▲수소 ▲유리 ▲펄프 ▲종이 등 12개 품목에 적용된다. 해당 제품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1톤(t)당 55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은 해당 법안 도입 목표 시기를 2025년으로 뒀다.CCA에는 석유화학, 석유정제, 철강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우리 수출 상위 산업 부분이 대거 포함돼 있다. CCA 도입이 우리나라에 또 다른 무역장벽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산재하는 셈이다.코트라 관계자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기업들이 ESG 환경 지표대응시사 후처리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사전 관리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주요 이슈와 더불어 연관 산업의 업데이트 사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면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소 중립’ 기조에 대응하는 철강·석유화학우리나라의 탄소 배출 순위는 10위다. 국가별 탄소 배출량을 집계하는 ‘글로벌 카본 아틀란스’(GCP)가 지난 2022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는 약 6억1600만톤(t)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세계 배출량의 1.67%에 해당한다. 탄소국경세가 본격 도입 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내 산업은 철강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EU 철강 수출량은 317만톤이다. 철강 제품은 22만톤이 수출됐다. 한국이 적용받을 CBAM 품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다.철강산업은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가장 높은 산업이다. 국내 산업계가 배출하는 탄소 중 39%는 철강업계가 뿜어낸다. 현재 철강 산업은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받고 있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ETS) 아래 철강 산업과 같은 탄소집약적이고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군에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해 주는 까닭이다. 기후변화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 수준의 철강 기술과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유지할 경우 CBAM 시행으로 국내 철강업체가 EU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연간 1910억원이다. CBAM이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글로벌 탈탄소 기조에 발맞춰 공정 고도화 및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그룹 전체 투자 예산(10조8000억원)의 41.7%인 4조5000억원을 철강 부문에 투입한다. 저탄소 생산설비 구축을 위함이다.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 기본 로드맵’ 수립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상용화와 전기로 확대 투자에 집중한다. 하이렉스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석탄을 대신해 수소를 활용한다.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순차적으로 수소와 반응시켜 직접환원철(DRI)로 만든 뒤, 이를 전기용융로(ESF)로 보내 쇳물로 녹이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통해 상용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고유 기술력이 반영된 신(新) 전기로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 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신전기로에는 현대제철의 독자기술에 기반 한 저탄소제품 생산체계 하이큐브(Hy-Cube) 기술이 적용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동국제강은 친환경 성장전략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공정개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동국제강의 탄소배출량은 철강업종 전체의 2% 수준이지만, 오는 2030년까지 기존 대비 10%의 탄소 배출 추가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폐열회수, 가스발전 등 친환경 자가발전 사업을 확대를 지속 검토할 방침이다.석유화학업계도 새로운 국제 질서에 따른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S,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CCU는 사업장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연료, 화학물질 등 부가가치가 높은 탄소화합물로 재탄생시키는데 중점을 둔다. CCUS는 포집된 이산화탄소 일부를 재활용하고, 일부는 지하에 영구 저장하는 기술이다. 두 기술 모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탈탄소 기조에 따라 CCU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큰 분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이산화탄소 이니셔티브(GCI)는 2030년 전 세계 CCU 시장 규모가 최대 8370억달러(11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산화탄소 활용 규모도 72억톤으로 내다봤다.CCU를 둘러싼 석유화학업계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GS칼텍스는 전라남도·여수시와 손잡고 여수산단 중심의 CCU 사업에 나선다. 이를 통해 탄소저감을 위한 친환경 전환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GS칼텍스는 CCU 실증사업을 추진해 이산화탄소 원료·연료소재 개발 등 공정기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실증사업은 화학적 전환 기술 연구를 중심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현재 여수산단에서 기술연구소 실험실 수준의 검증을 완료한 뒤 파일럿 검증과 실증 단계를 준비 중이다.특히 CCU와 관련해선 지난 4월 CCU 원천기술을 보유한 한국화학연구원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CCU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신사업 창출 기회를 확보하겠단 포부다. 최근에는 CCU 기술을 바탕으로 이산화탄소를 넣은 폴리올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CCUS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금호석유화학은 전남 여수의 금호석유화학의 여수 제2에너지 사업장에서 CCUS 사업의 핵심 설비인 CO₂ 포집 및 액화 플랜트의 착공식을 가졌다.이번에 공사에 돌입한 포집 및 액화 플랜트가 목표대로 2025년 초에 준공될 경우, 금호석유화학 열병합발전소의 스팀 및 전기 생산공정에서 발생되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포집되어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의 액화 공정을 거쳐 탄산으로 재탄생하는 프로세스가 구축된다.

2024.08.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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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 EU 탄소국경조정제 자문 ‘드림팀’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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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EU 수출기업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자문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팀을 출범한다고 4일 밝혔다. 오는 2026년 CBAM의 시행을 앞둔 가운데, EU 수출액이 큰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며 긴장감이 높아졌다.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미비한 국가의 생산 제품에 인증서 구매를 요구하는 비관세 무역 장벽의 일종이다. EU 역내 수입업자들은 CBAM 대상 제품의 탄소배출 정보를 수집해 2024년1월31일까지 당국에 수입량과 배출총량을 보고해야 한다. CBAM 대상 품목은 시멘트·순철 및 강철(Iron&Steel)·알루미늄·비료·전기·수소가 해당되며, 이후 유기화학제품·플라스틱으로 확대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EU 10대 주력 품목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CBAM 도입에 대한 철강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철강업계는 국내에서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업종으로 CBAM 시행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부터는 EU역외에서 수입된 제품의 탄소배출량이 역내 생산 동일제품에 비해 배출량이 많다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인증서 구매를 통해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ETS 주간 평균가를 참고해 변동성 있게 결정하게 된다.본격 시행기인 2026년부터는 인증서 미제출 시 미납 인증서당 1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되며, 전환기간 동안 별도의 인증서 구입 부담은 없으나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거나 관련 의무가 준수되지 않을 경우 톤당 10~5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들은 저탄소로의 생산구조를 전환하고 발빠르게 CBAM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CBAM 대응을 위해서 전환기간 동안 해당 기업은 ▲내부 TF 구축(기획·재무·환경·수출 부서 등) ▲자사 제품의 CBAM 대상 여부 파악(EU 신고 CN코드 기준) ▲대상 제품의 특정내재배출량(Specific Embed Emission) 산정을 위한 데이터 취합 ▲특정 내재배출량 산정 ▲Communication Template 작성 등의 프로세스가 구축돼야 한다. 해당 CBAM 대응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 제품의 CBAM 대상 여부 확인, EU 세관 신고서 작성시 CN코드 판정 과정 그리고 제품의 내재배출량 산정이다.이에 딜로이트 안진은 CBAM 대응 전담 자문팀을 출범하고, CBAM과 관련된 모든 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담팀은 특정내재배출량 산정 전문가, 관세 전문가, EU 관세 당국 유권해석 전문가 등 50여명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됐다.김병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와 유정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 중심으로 구성된 30명의 국내 전문 인력 및 Daan De Vlieger 딜로이트 벨기에 파트너 중심이 된 EU CBAM 대응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환경부·환경공단·KOTRA·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과의 협업을 통해 각종 교육지원사업은 물론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CBAM 대응 역량 향상을 위한 활동에도 집중할 계획이다.김병삼 CBAM 서비스 리더는 “딜로이트 안진 CBAM 자문 전담팀 출범을 시작으로 유럽 발 기후변화 관련 규제에 대한 글로벌 전문 지식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국내 CBAM 전문인력과 딜로이트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국내·외 자문시장을 선도하는 ‘CBAM 자문 리딩 펌’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023.12.04 13:12

3분 소요
공기 중 ‘탄소’를 땅에 묻는다고?…CCUS 기술에 쏠린 눈 [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공장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모아 시멘트에 넣어 건축물의 강도를 높인다. 폴리머 소재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자동차 내장재 소재인 폴리우레탄을 만든다.현재 실제 쓰이는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이다. 카본큐어라는 캐나다 기업은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광물 형태로 고정한다. 이산화탄소를 건축 자재 안에 가둬 온실가스를 줄이고,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며 시멘트와 물 사용량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독일 코베스트로는 이산화탄소를 반응원료로 사용해 폴리우레탄을 만들고 있다.아이슬란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킨 청정연료 e메탄올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으며, 아우디와 포르쉐 같은 자동차 제조사도 이 같은 합성연료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이른바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이다. 대형 플랜트나 제조 현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거둬 땅속에 묻고, 나아가 이산화탄소를 다른 가치 있는 일에 원료로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고, 배출된 탄소를 다시 산업 현장의 원료로 활용한다. 버려지는 탄소를 최소로 줄이고, 한번 썼던 탄소를 다시 원료로 써서 자족적 탄소 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탄소 모으고, 묻고, 재활용하고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강력한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 잡으면서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고 저장하는 CCUS 기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면적 상용화까지는 해결할 과제가 많아 아직 일부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는 정도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마음이 급한 주요 국가와 기업으로서는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묻거나 다시 쓴다는 접근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CCUS에 대한 정책적 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민간 벤처 투자도 확대 추세다. 영국은 2020년 발전산업 부분 CCUS 인프라에 12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도 같은 해 CCUS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위한 2억30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CCU에 대한 벤처 투자 역시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I3에 따르면, 2020년까지 2억7000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이 분야 벤처 투자는 2021년 11억 달러, 2022년 1분기 8억1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각국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관련 정책 수단이 잇달아 도입되면서 민간에서 이를 확실한 시장 기회로 받아들였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전망에 대해선 조사 주체에 따라 5500억 달러에서 1조1570억 달러로 편차가 크지만, 2030-2040년 사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점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한국 역시 탄소 포집 및 저장·활용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NDC를 발표한 바 있다. 2050년에는 배출하는 탄소와 흡수 또는 제거하는 탄소의 양을 같게 해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더구나 유럽과 미국 일부 주에서는 몇 년의 시한을 두고 가솔린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고,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따라 탄소 가격을 징수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는 등 탄소 관련 규제도 잇달아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경쟁국의 발목을 잡는 무역 장벽이 된다.한국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고,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 규모가 큰 제조 중공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의 중요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NDC에 따라 2030년까지 감축하기로 한 2억9100만톤의 이산화탄소 중 3.8%에 해당하는 112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CCUS 방식으로 줄일 계획이다.정부와 여당은 지난 8월 열린 실무당정협의회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지역 및 산업과 연계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장이 아닌 일반 대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 개발 과제에 2025년까지 197억원을 투자한다. 2050년에는 연간 15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저장소도 운영한다는 목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메탄올과 반응시켜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수소와 일산화탄소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울산 산업단지 기업에 실제 플랜트를 구축했다. 자연의 탄소 저장소도 지켜야이외에도 탄소 포집과 활용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현무암을 가루로 만들어 경작지에 뿌리면 글로벌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필요한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현무암 같은 규산염암은 비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와 작용해 풍화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탄소염 형태로 붙잡아 두는 자연 탄소 포집기이다. 현무암을 가루로 만들면 비와 접하는 표면적이 늘어나며 이산화탄소가 탄산염으로 변하는 속력을 높일 수 있다. 인공적으로 암석 풍화를 촉진(ERW, Enhanced Rock Weathering)하는 이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도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바다의 조류를 이산화탄소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관건은 비용이다. 이산화탄소는 매우 안정한 물질이라 다른 화합물로 전환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적용 기술에 따라 투입하는 에너지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도 제각각이다. 이미 잘 확립된 석유화학 시장에 새로 침투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도 낮춰야 한다. 결국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일부에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근본적 노력은 외면하고, 나온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는 이유로 CCUS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시한이 정해진 목표에 국제 사회가 뜻을 같이한 이상 이 기술의 활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AEA)도 CCUS 기술 없이 탄소 중립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이런저런 이유로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당분간 활발할 전망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나무를 심고, 삼림을 지키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품고 있는 고래나 조류 같은 생물을 보호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기억하자.

2023.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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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베스틸지주, 2분기 영업이익 823억원…전년比 29.6%↑

산업 일반

세아베스틸지주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079억원, 영업이익 82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3일 공시했다. 2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3.9%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6% 증가했다. 세아베스틸지주 측은 2분기 실적에 대해 “기계, 건설 등 수요 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로 매출이 소폭 하락했지만, 주요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의 대형 압연 설비 정상화로 인한 가동률 확대 및 자동차 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실적을 보면, 세아베스틸은 2분기 매출 6278억원, 영업이익 436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각각 0.8%, 256.4% 증가한 수치다. 세아베스틸지주 측은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수요 산업의 성장 둔화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철 스크랩 등 주요 재료 단가 하락과 생산‧판매 활동 안정화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의 경우 2분기 매출 4385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3%, 31.2% 줄어든 실적을 냈다. 국내외 주요 수요 산업 부진과 판매 단가 인하 등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게 세아베스틸지주 측의 설명이다. 세아베스틸지주 측은 향후 전망에 대해 “글로벌 제조업 침체 및 교역 감소로 경제 저성장 전환, 수요 산업의 전반적 부진 분위기로 주요 제품에 대한 수요 약세가 전망된다”며 “2023년 10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 도입 등 각국의 그린 정책 및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철 스크랩, 니켈 등 주요 재료에 대한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유가 상승 및 전력비 추가 인상 등에 따른 에너지 비용 가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외적인 경기 하방 요인과 더불어 조업일수 부족 및 전통적인 비수기인 3분기에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시황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탄력적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2023.08.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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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무역 장벽…한국 거쳐 미국 가는 中 제품, 잘못하면 관세 폭탄

산업 일반

미국이 한국을 거쳐 자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은 상당수 중국산 소재로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중국 제품으로 인정하는 제품을 ‘우회’ 수출했다고 판정이 나면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미국 우회 조사의 급증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신규 우회 조사는 26건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이 가운데 중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제3국 조립·완성이 22건을 차지했다. 한국산 철강 제품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3건에 대해서도 우회 조사가 이뤄졌다.주목할 점은 중국을 대상으로 이뤄진 17건의 우회 조사 가운데 1건이 한국을 경유지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에 반덤핑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 제품이 한국을 경유하면서 반덤핑 조치를 회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하고 있다.반덤핑 조치란 국내 가격보다 싸게 물건이 수입될 경우 해당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 제품에 더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을 말한다. 상계관세란 정부 보조금을 받는 등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혜택을 받고 생산한 제품을 수출할 때, 해당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두 조치 모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는 보호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 등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 중심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 제작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 정책을 들여다보면, 그중 절반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나머지 절반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하고 가공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우회덤핑방지제도 도입 검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등 통상 관련 분야 연구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반덤핑을 피하기 위해 생산 방식나 물품을 살짝 바꿔 수입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완성품 대신 부품만 수입해 조립‧판매하거나 제3국에서 부품을 조립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방법, 재료 일부만 바꾸거나 대형 포장 물품을 소형으로 재포장해 판매하는 방법도 이에 해당한다. 사실상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아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모니터링 시스템 개편을 통해 공급망 추적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중국산 소재·부품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대상인 중국산 소재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국내에서 중요한 형질변경이나 충분한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으면 우회 수출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우회 수출 문제와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 강화에 따른 대응 전략 마련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글로벌 무역장벽 동향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현용훈 회계법인 DKC 회계사는 “미국·유럽연합(EU)에서 우회 수출을 규제해 온 것에 이어 최근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중간재 수입처 다변화나 반덤핑 대상 품목 수출 시 리스크 대비 등 우리 기업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해 “우리 기업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정부와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05.18 17:00

3분 소요
‘환경’ 내세운 EU, 자국 기업 보호‧규제 강화…부담 커진 韓 기업

ESG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유럽의 보호 조치와 규제 강화 정책에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환경 규제에 더해 자국에서 보조금을 받아 유럽으로 수출하는 역외 기업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유럽연합(EU)은 오는 7월 12일 역외 보조금 수혜기업의 EU 시장 왜곡을 방지하고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 역외 보조금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인수·합병(M&A), 공공조달 분야에 진출하자 이를 효과적으로 감독·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2021년 5월 초안을 상정한 이후 유럽의회·이사회 합의를 거쳐 지난 1월 발효했다.EU는 재정적 기여(Financial contribution), 혜택(Benefits), 특정성(Specificity) 등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 보조금인지 판단하고 특정 국가의 정부가 얼마나 재정에 기여했는지에 따라 역외기업이 경쟁력이 강화한 경우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기업이 보조금이나 대출, 자금이전, 세금면제, 채무부담 등 각종 인센티브 혜택을 입은 경우 상황에 따라 유럽에서 체결한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이에 한국무역협회(무협) 브뤼셀지부는 기업의 민감한 비즈니스 정보에 대한 추가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우리 기업의 의견을 담은 입장문을 EU 측에 6일(현지 시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역외 보조금 사전 신고 양식에 따라 자금 원천이나 기업 가치 산정 방법 등 민감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해당 기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보완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무협은 전했다.또 과도한 정보 제공 의무를 간소화해 기업의 행정 부담을 덜어줄 것을 요청했다. 인수합병 시 인수 기업이 입수하기 어려운 입찰 과정 상세정보나 거래 실사 관련 정보 제공은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보조금에 해당하는 ‘재정적 기여’의 범위가 불확실해 해당 범위를 신고 대상의 기업 결합 및 공공 조달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보조금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무협은 설명했다.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지부장은 “EU의 역외 보조금 이행법에서 기업 결합 시 신고서 기재 대상의 제3국 보조금을 건당 20만 유로 이상, 국가 당 연간 400만 유로로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신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불명확한 정의, 과도한 행정부담 및 정보 요구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 밖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역시 우리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에서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을 수입하는 현지 업체는 10월부터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탄소 배출량이 EU 기준을 넘어설 경우 그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국내 철강업계는 EU 수출 비율이 전체 수출의 13%(44억 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100유로(약 13만8000원) 수준인데, 이는 국내 가격(약 1만3000원)의 10배 수준이다. 시각에 따라 한국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유럽의 이런 규제 강화가 표면상 환경 보호와 공정거래 확립을 위한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유럽 기업 보호와 핵심 산업 육성이라는 보호 무역의 성격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유럽 진출을 위해 더 조심스럽고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카린 칼스브로(Karin Karlsbro) EU 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의원을 만나 “EU 의회의 새로운 규제가 EU의 전통적 우방국가인 한국 기업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법안 입법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반영해 달라”고 했다. 또 “EU가 새로운 규제 도입이나 인센티브 마련 시 한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달라”고 요청했다.

2023.03.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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