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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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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중심을 넘어 '용인르네상스'를 그린다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반도체가 전부는 아닙니다.”지난 2월 4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제일의 먹거리 산업이기에 초격차를 이루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그것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용인특례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국내외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동·남사읍 일대의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원을 투자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SK하이닉스도 원삼면 클러스터와 기흥캠퍼스에 각각 122조원, 20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 기준 우리나라 수출 총액은 6838억달러(약 984조원), 이 가운데 반도체는 1419억달러(약 200조원)를 기록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가 반도체 산업인데, 용인이 그 중심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상일 시장에게는 반도체를 넘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부문이 융성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22년 7월 제9대 용인특례시 시장으로 취임한 그가 시정 비전으로 ‘용인르네상스’를 강조하고 지금껏 바꾸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4~16세기 서유럽에서 일어났던 문예 부흥‧문화 혁신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르네상스’는 오늘날 혁신과 융합, 변화와 발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문화‧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을 통해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킨다는 개념이다. 그가 추구하는 ‘용인르네상스’도 시민들의 질적 향상과 도시의 변화를 통한 발전으로 이해됐다. 그래도 반도체 빼고 이 시장의 시정 활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용인르네상스 현실화를 위한 용인특례시의 강력한 자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가 시장 취임 전부터 반도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기업 유치를 위해 밑그림을 그린 것도 그래서였다. 이 시장은 “전부터 반도체는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고 우리 용인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TF를 구성하면서 반도체 전문가들로 꾸려서 반도체 공부도 함께하고 그분들의 생각을 많이 들었습니다. ‘반도체 고속도로’ ‘반도체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만들었고요.”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반도체 기업이 용인특례시로 들어와야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 기흥에서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에도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지리적 접근성과 직원들의 선호도를 종합했을 때 용인만의 경쟁력을 강조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설득력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전직 임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과거 기자로 활동했을 때의 노하우가 도움이 됐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분석력 ▲이를 토대로 변화할 수 있는 가설을 세워보는 상상력 ▲여기에 취재력과 설득력을 더해 기업 유치를 성공시킨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반도체 공장을 세울만한 곳인지) 땅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투기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삼성에 직접 결정을 맡겼다”고 했다. 또 “정부에서 국가 산업단지를 지정했으니, 긴밀한 협의는 국토교통부와 상의하도록 하고 용인시에는 상세한 투자지역을 알리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주목할 점은 반도체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민간 기업이 먼저 나섰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제조단지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 기업 ▲판교팹리스와 연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개 산업단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정해 발표하는 일이 많은데 기업이 먼저 투자를 결정하고 정부와 함께 산단 조성을 추진했던 셈이다. 용인이 얼마나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이 우선, 인도 전용 제설기 도입…반대 설득하며 ‘소각장’ 추진도반도체를 넘어 이 시장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시민이라고 했다.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과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통학버스 지원과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필요한 하차 공간(승하차 베이)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신설하는 등 11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복지 정책으로는 홀로 사는 70세 이상 주민들에게 생활 편의를 돕기 위해 전구를 교체하거나 수도-전기 부문에 문제가 생기면 간단한 수리를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정책도 펴고 있다. 그는 “겨울에 눈이 와 쌓였을 때 자동차 도로는 말끔히 치우는데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제설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인도용 제설기를 도입해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함께 묶여 이중 규제를 받던 처인구 일대 3728㎢(약 112.8만평)를 시에서 요청해 한강수계 보호구역(수변구역)에서 해제하도록 했다. 해당 지역은 환경부 규제에 따라 25년 동안 규제를 받아 개발이 묶였는데, 군부대 협의 등을 거쳐 공동주택을 건설하거나 음식점 영업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보다 자유로워지고 지역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추진하는 중요한 정책 가운데 소각장 건립도 있다. 용인에 쓰레기 소각장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게 불가능해지므로 자체 소각시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에서 소각장 입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를 검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큰 일이었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뤄둘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인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2.24 10:00

5분 소요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비전 공유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amsung Foundry Forum)과 세이프 포럼(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Forum) 2024를 개최하고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성과와 향후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삼성 파운드리 포럼 주제는 ‘인공지능(AI) 혁명 강화’(Empowering the AI Revolution)이고, SAFE 포럼 주제는 ‘AI의 가능성 탐색과 미래’(AI: Exploring Possibilities and Future)다.삼성전자가 AI를 주제로 삼성 파운드리만의 공정 기술∙제조 경쟁력∙ 에코시스템∙시스템반도체 설계 솔루션 등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35개 파트너사가 부스를 마련해 삼성의 파운드리 고객들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디자인 솔루션(DSP)·설계자산(IP)·설계자동화툴(EDA)·테스트∙패키징 (OSAT)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파트너사가 함께했다.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고객들과 협력을 위해 선단공정 외에도 다양한 스페셜티 공정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며 “삼성은 AI 전력효율을 높이는 BCD, 엣지 디바이스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고감도 센서 기술 등 스페셜티 솔루션을 융합해 나가며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AI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티는 임베디드 메모리·이미지센서·RF 등 특정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공정을 말한다. BCD 공정은 아날로그 신호제어(Bipolar)·디지털 신호제어(CMOS)·고전압 관리(DMOS)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구현한 것으로, 주로 전력반도체 생산에 활용된다.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에서 파운드리와 메모리·패키지 역량을 모두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맞춘 통합 AI 솔루션 턴키(Turn Key·일괄 생산) 서비스 등의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AI 반도체에 적합한 저전력·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GAA(Gate-All-Around) 공정과 2.5차원 패키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단 공정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 DSP 업체인 가온칩스와의 협력으로 최첨단 공정 기반 턴키 서비스 수주 성과를 밝혔다. 일본 프리퍼드 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PFN)의 2나노(SF2) 기반 AI 가속기 반도체를 2.5차원(I-Cube S) 첨단 패키지를 통해 양산할 계획이다. PFN은 프리퍼드 네트웍스는 일본 인공지능 기업으로, 딥러닝 분야에 특화해 칩부터 슈퍼컴퓨터·생성형 AI 기반 모델까지 ‘AI 밸류체인’을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첨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삼성전자 측은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GAA(Gate-All-Around) 구조 기반 파운드리 양산을 성공한 데 이어, 안정된 성능과 수율을 기반으로 3나노 2세대 공정 역시 계획대로 순항 중”이라며 “한국의 우수한 팹리스 업체들이 HPC·AI 분야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들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고객들이 최신 공정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시제품 생산을 위한 MPW(Multi Project Wafer)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MPW 서비스를 활용하는 고객은 단일 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설계를 배치하여 테스트하는 등 제조 비용을 절감하고 더욱 완성도 높은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삼성전자의 올해 MPW 서비스 총횟수는 4나노 공정부터 고성능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BCD 130나노 공정까지 32회다. 작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2025년에는 35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팹리스와 DSP의 수요가 많은 4나노의 경우, 내년 MPW 서비스를 올해보다 1회 더 추가 운영해 HPC, AI 분야 국내 첨단 반도체 생태계 확대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삼성전자는 이날 공정 로드맵과 서비스 현황 등을 발표하는 한편, 파트너사 간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혁신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텔레칩스·어보브·리벨리온 3사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 세션 발표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와의 성공적인 협력 성과와 비전 그리고 팹리스 업계 트렌드 등을 공유했다.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삼성 파운드리 5나노에 이어 4나노 공정으로 차세대 AI 가속기 '리벨'을 개발 중”이라며 “대한민국 시스템 반도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세이프 포럼에선 삼성전자와 국내외 파트너들은 ▲2.5D·3D 칩렛 설계 기술 ▲IP 포트폴리오 ▲설계를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방법론 등 AI 반도체 설계 인프라를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리콘밸리 미국 파운드리 포럼 행사에서 개최한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Multi-Die Integration Alliance) 첫 워크숍 결과를 파트너사들과 공유했다.

2024.07.09 19:21

3분 소요
“웰컴 삼성”…이재용 회장, 글로벌 빅테크 수장과 ‘윈-윈’ 모색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상호 윈-윈(Win-Win)을 모색했다.삼성은 이 회장이 메타·아마존·퀄컴 등 정보기술(IT)∙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의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만나며 약 2주간의 미국 출장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장은 미국 서부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수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술 초경쟁’ 시대 속에서 삼성의 글로벌 위상과 미래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삼성 측은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해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바뀔 정도로 격화하고 있는 ‘기술 초경쟁’ 시대를 살폈다”며 “삼성의 스마트폰·TV·가전·네트워크·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AI 등 첨단 분야에서 삼성과 고객사의 기술 경쟁력을 결합할 방법을 모색했단 설명이다.이 회장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가졌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저커버그 CEO 방한 때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그를 초대한 바 있다. 약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두 수장은 AI∙가상현실∙증강현실 등 미래 ICT 산업과 소프트웨어(SW)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이 회장은 2011년 저커버그 CEO 자택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현재까지 8번의 만남을 가지며 상호 우정을 다지고 있다. 실제로 저커버그 CEO는 지난 2016년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 전날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S7 언팩 행사에 직접 등장해 가상현실(VR)을 매개로 한 삼성전자와 메타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나타내기도 했다.저커버그 CEO는 또 2022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직접 찾아 당시 한종희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등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회사 측은 “메타와 AI 분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전망”이라고 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들이 삼성과의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이 회장은 12일엔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DS부문장·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한진만 DSA 부사장·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함께했다.아마존은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다. 삼성으로선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의 핵심 고객사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고 추가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재시 CEO는 지난해 4월 생성형AI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밝히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3월엔 AI 데이터센터에 향후 15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AI 기업 앤스로픽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최근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적극 뛰어든 모습이다.삼성전자는 아마존과 반도체 이외에도 TV∙모바일∙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아마존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여할 정도로 협업 관계가 두텁다. HDR10+는 고화질영상 표준기술로, 아마존은 2022년부터 자사 파이어TV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10일에는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나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용 칩 등 새롭게 열리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퀄컴은 뛰어난 무선 연결성과 고성능을 갖춘 저전력 컴퓨팅과 온 디바이스 AI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삼성전자와 퀄컴은 오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퀄컴은 삼성 스마트폰에 자사 스냅드래곤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 첫 온 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 중 가장 성능이 높은 울트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은 모두 퀄컴 제품이 탑재됐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D램·이미지처리장치(ISP) 등을 모은 시스템온칩(SoC)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과의 협업 영역을 AI PC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삼성 측은 “이 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 기간에 퀄컴뿐만 아니라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시스템반도체 기업들과도 연이어 만나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 및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제조 기술 혁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삼성전자는 이달 말 세트와 부품(반도체) 부문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재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빅테크와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진화했다”며 “이는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2024.06.13 20:03

4분 소요
“DDIC 전문가만 모았다”…사피엔반도체, 내년 2월 코스닥 상장

증권 일반

디스플레이 구동 시스템반도체(DDIC) 전문기업 사피엔반도체가 내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특화 DDIC 제품을 설계하는 사피엔반도체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명희 사피엔반도체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합병상장을 통해 얻게 될 유입 자금 약 80억원으로 DDIC 분야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연구 인력을 충원하고 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코스닥 상장을 발판 삼아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DDIC 분야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피엔반도체는 2017년 설립된 팹리스 기업이다. 삼성전자 출신 이명희 대표를 비롯해 DDIC 개발·생산 노하우를 갖춘 핵심 인력이 다수 포진돼 있다. 전체 직원 45명 중 석·박사 이상 학위를 보유한 전문인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요 제품은 초대형·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반도체 제품군과 초소형 디스플레이 엔진용 마이크로LED 구동 실리콘 백플레인(Silicon Backplane)이다.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수백만개 이상의 화소를 조정해 다양한 영상을 구현하는 시스템반도체 제품들로, 패널 타입 및 응용처 구분에 따라 구동 방식이나 칩의 형태를 다르게 채택해 고객사별 맞춤형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특히 사피엔반도체가 개발·양산에 집중하고 있는 마이크로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무기물 발광 소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초고화질 구현에 탁월한 디스플레이 기술로, 낮은 전력 소모로도 높은 밝기와 명암을 나타낼 수 있다. 초대형, 초소형 디스플레이는 물론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글라스, 자율주행 차량용 투명 디스플레이, AR(증강현실)·MR(혼합현실) 기기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사피엔반도체는 이번에 하나머스트7호스팩과의 스팩 소멸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한다. 합병 비율은 사피엔반도체가 1, 하나머스트7호스팩이 0.1304648이다. 합병상장 후 사피엔반도체의 예상 시가총액은 1200억원이다. 오는 22일 합병상장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합병기일은 내년 1월 24일이다. 상장 예정일은 내년 2월 19일이다. 합병 후 유통제한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수(780만876주)의 79.8%(622만8131주)다. 최대주주 이 대표 보유 지분 36.88%에 2년의 보호예수가 걸렸고, 기존 주주인 벤처캐피탈(VC)와 전문 투자자들은 상장 후 최소 1개월, 최대 1년의 의무보유확약을 체결했다.

2023.12.14 14:44

2분 소요
韓 반도체 ‘스타 기업’ 뭉쳤다…리벨리온, 삼성전자와 차세대 AI칩 개발

테크

국내 반도체 업계 두 ‘스타’ 기업이 뭉쳤다. 챗GPT 등장 후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취지다.리벨리온은 차세대 제품 ‘리벨’(Rebel)의 개발을 삼성전자와 함께한다고 5일 밝혔다. 리벨리온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생성형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리벨’의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2024년 하반기다. 회사 측은 “챗GPT 출시 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생성형 AI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최고 성능의 제품을 신속히 출시해 AI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리벨리온은 레벨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회사는 앞서 2023년 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을 삼성전자와 협업해 생산한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제품을 생산했던 경험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리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이용해 제작될 전망이다.리벨리온은 리벨을 초거대언어모델(LLM)에 적합한 성능을 갖춘 반도체로 개발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단순 생산만 맡지 않고 개발에도 함께한다. 해당 반도체엔 삼성전자 HBM3E 메모리가 탑재될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를 말하는 HBM은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주로 AI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에 쓰인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BM3E는 삼성전자의 5세대 HBM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리벨의 로직·레이아웃(Layout) 설계·검증에도 참여한다.리벨리온 측은 “국내 대부분의 AI 반도체는 해외 디자인하우스와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며 “리벨리온의 차세대 제품인 리벨은 AI 반도체의 설계와 제조가 모두 국내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리벨리온과 삼성전자가 국내 첨단 AI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발전과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전방위로 힘을 합친 셈”이라며 “삼성전자는 국내에 구축된 반도체 생태계(Eco-System)를 적극 활용해 이번 개발에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설계 역량과 삼성전자의 메모리·파운드리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내겠단 설명이다.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특히 AI 반도체 시장을 핵심 미래 사업으로 보고 있다”며 “리벨리온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한 차원 더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생성형 AI시장이라는 기회를 성공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생태계의 성숙과 협업 그리고 메모리반도체에서의 글로벌 성공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파운드리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에 감사드리고, 리벨의 성공적인 개발과 생산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대한민국 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꼭 선보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2023.10.05 15:45

2분 소요
KT, 리벨리온과 손잡고 AI 반도체 개발 속도 높인다

IT 일반

KT가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기업) 기업 리벨리온과 함께 시스템반도체 수요연계 온라인플랫폼 지원사업 콤파스(COMPAS)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콤파스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이 전담 기관으로 운영하는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이 주관하는 사업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수요가 있는 기업과 기술을 가진 반도체 공급 기업을 매칭하고 시제품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한다. 시제품 개발 사업비는 총사업비의 50%,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한다. KT는 이번 사업 선정으로 초거대 모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 서버 개발에 리벨리온과 함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KT와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의 성능을 개선하고, 초거대AI모델에 최적화된 아톰 플러스(ATOM +)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한다. KT는 지난 5월 30일, AI 반도체 아톰을 적용한 클라우드 기반 NPU 인프라서비스를 상용화한 바 있다. 아톰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챗GPT’ 원천 기술인 ‘트랜스포머’ 계열 자연어 처리 기술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반도체다. 아톰은 이미지 검색 같은 ‘비전 모델’로 활용가능하고, 전력 소비량도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A100의 20% 수준까지 줄였다. 정부는 저전력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지능형 반도체(PIM) 중심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2030년까지 826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KT는 “KT는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딥테크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금번 콤파스 사업 수행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 역량과 인프라 확보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07.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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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반도체 클러스터' 등 지원 점검

산업 일반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설계 분야 주요 기업들과 유관협회, 연구원 등과 함께 ‘반도체 팹리스 기업 수출 및 투자에 대한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반도체 업계의 수출·투자 전망, 기업별 애로, 정부 지원 사항 등이 논의됐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300조원 규모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설계에서 제조·후공정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인공지능·차량용·전력 반도체 등 차세대 유망 품목에 3조2000억원의 대규모 기술개발 사업을 기획·추진하겠다”고 말했다.장 차관은 “반도체 산업은 10년 연속 수출 1위 산업으로 우리 경제와 산업의 버팀목이지만, 최근 수출과 기업의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도체 산업 수출·투자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챗GPT 등 인공지능 확산으로 수출·투자 유망 품목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도 했다.미국 상무부와 맺은 ‘한미 반도체 협력 관련 공동선언문’에 대해서는 “미국 반도체법 이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고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통제와 관련해 반도체 산업의 지속력을 유지해 우리 기업과 산업의 수출과 투자에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공동 선언문에는 차세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첨단 소부장 등 3대 첨단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연구개발(R&D), 인력교류 협력을 강화해 첨단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2023.05.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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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본질에 집중”…방점은 ‘위기 극복’[기업인 말말말]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본질’을 강조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해 온 비결은 본질에 집중한다는 진리였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앞으로도 기술을 통해 고객이 더욱 풍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한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도 “본질에 충실하겠다”고 했었다. 그는 “위기에 대응하는 건 이미 체질화됐다”며 “기술 혁신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본질에 충실해 불확실성이 높은 대외 환경을 도전의 기회로 삼고 끊임없이 혁신하겠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한종희 부회장이 강조한 ‘본질’의 의미보다 그 앞에 언급된 ‘위기’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한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우려하는 지금의 삼성전자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이다.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한 부회장의 말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는 주주들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이다.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로 고전해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면서 실적도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95% 감소했다. 매출액은 70조464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약 2700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2021년 4분기 영업이익의 3% 수준이다. 그동안 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기’라는 평가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문제는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시장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나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가 지난 2년간 쌓아온 영업실적 및 재무 여력이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면서 단기적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주가도 곤두박질했다. 2021년 초 10만원을 넘보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5만 원 선까지 떨어지면서 ‘6만전자’도 위태롭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한종희 부회장은 “주주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2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용인시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등 150곳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단일 반도체 산업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간접 생산유발 효과는 약 400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160만명 수준으로 기대된다.

2023.03.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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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텃세 탓? 대규모 국내 투자 택한 삼성전자…‘이재용 시대’ 개막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시에 30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사실상 ‘용인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는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비롯해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 등 150곳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용인 클러스터는 약 710만㎡ 규모로 평택 생산단지(289만㎡)의 2.5배에 달한다. 용인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삼성전자는 경기도에 화성‧기흥‧평택‧용인을 잇는 반도체 생산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단일 반도체 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조성될 전망이다. 간접 생산유발 효과는 약 400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약 160만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기업의 투자에 화답하기 위해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자, 인공지능(AI)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에 향후 5년간 총 25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외에도 미래차, 원전, 로봇 등 첨단산업별로 전국에 15개 국가첨단산단을 총 4076만 ㎡(약 1230만 평) 규모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첨단산업단지로 지정되면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입지 규제를 최소화하고, 용수·전력 등 인프라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각국이 첨단산업 제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 상황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가장 공격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배신, 믿을 곳은 모국(母國)뿐?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계획과 정부의 지원 약속을 두고 글로벌 경제 위기가 민관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내 경기 활성화를 바라는 정부와, 실질적인 혜택을 바라는 기업의 바람이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는 뜻이다. 실제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실질 혜택이 크지 않는 평가가 많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가속화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 지원 정책이 쏟아졌지만,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이다.실제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미국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이 공장엔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라인이 들어선다. 올해 초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사장)은 올해 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올해 연말이면 공장(Fab)이 완공된다”며 “내년이면 미국 땅에서 최고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했다.삼성전자가 이런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라는 점과 미 정부가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반도체 지원법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미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390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도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하지만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받기 위한 세부 조건들을 까다롭게 정하면서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은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 재무 건전성을 입증하는 수익성 지표와 현금흐름 전망치를 제시하도록 했다. 또 연간 수익이 전망치를 넘어서면 그 일부를 미국 정부와 나누도록 했다. 여기에 반도체 시설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반도체 업계는 이런 정보가 ‘사업 기밀’이라며 난색을 보인다. 결국 외국 정부의 텃세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로막힌 것이다. 반도체 위기, 국가 경제 타격-삼성은 아껴둔 '실탄' 풀어이번 정부 지원 약속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월 ICT 수출은 128억2000만 달러(약 16조712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업황 부진으로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각각 25.2%, 53.9% 줄었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높은 반도체 의존도를 고려하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도 대만 정부와의 공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만 정부는 TSMC를 성장시켜 미국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동시에 유사시 중국의 공격을 막아낼 방패로 삼았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58.5%, 15.8%이었다. TSMC 창업자인 장중머우(張忠謀) 전 회장은 과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TSMC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복역하면서 삼성그룹이 사실상 투자를 중단했던 것도 이번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재용 회장의 사면 복권 이후 회장에 취임하고 통 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던 것도 그동안 투자를 아끼고 자산을 축적해 놨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약속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본격적인 삼성의 ‘이재용 시대’를 맞아 파운드리 세계 1위 목표처럼 새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3.03.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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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엑시노스, 판매 개선에도 초격차 제동?…“고성능 AP 흥행 절실”

산업 일반

삼성전자의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중저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고성능 AP 시장에서는 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리스(설계)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해선 미세공정이 적용된 고성능 AP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출하량은 2280만 대로 1분기(1490만대) 대비 53% 급증했다. 중저가 AP인 엑시노스 1080과 850이 탑재된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출하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엑시노스 850을 탑재한 갤럭시 A13 LTE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엑시노스 1080이 적용된 갤럭시 A53 5G 역시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이처럼 중저가 시장에서 쾌거를 거둔 엑시노스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고성능 AP 시장에서는 압도적 성능을 자랑하는 애플은 물론 직접적 경쟁사인 퀄컴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성능 AP 시장에서의 엑시노스 점유율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엑시노스는 2분기 모바일 AP 시장에서 7.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4.8% 대비 3%p 상승한 수치지만 퀄컴(21.8%), 애플(16.6%)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초 출시된 엑시노스 2200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과 흥행 성적을 보여주면서 회의적인 시각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4나노 미세공정에서 생산된 엑시노스 2200은 출시 직전까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부문의 퀄컴 의존도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수율과 발열 문제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유럽 등 일부 지역 외에 출시되는 갤럭시S22 시리즈에 퀄컴 스냅드래곤 8 Gen1을 탑재했다. ━ 엑시노스 성공 여부가 파운드리 신뢰성과 직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고성능 AP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엑시노스의 흥행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설명이다. 메모리에 치중된 현재의 반도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엑시노스가 첨병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차세대 모바일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선도업체와의 협력 강화, 조기개발 착수를 통해 시장점유율 증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장 팹리스만 보더라도 4나노 공정 설계 능력을 입증하는데 고성능 엑시노스의 존재가 절실하다. 지난 2분기 엑시노스 점유율 확대에 중저가 AP인 엑시노스 1080과 850이 상당한 기여를 했음에도 4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2200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엑시노스 1080과 850은 각각 5나노, 8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의 분야에서도 엑시노스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미세공정이 삼성전자 초격차 전략의 핵심인 만큼 이를 활용해 생산되는 엑시노스의 성공 여부가 파운드리 사업의 신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상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세공정이 요구되는 IT향 제품의 경우 파운드리의 수율도 큰 변수가 된다. 아무리 뛰어난 설계를 하더라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미세공정 라인이 받쳐주지 못하면 ‘그림의 떡’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엑시노스 시리즈는 고성능 AP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잃어왔다”며 “이 때문에 초미세공정 파운드리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역량에 대해서도 다소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성능 AP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09.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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