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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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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청주·오창 IT 필름공장 매각 추진…신사업에 집중

산업 일반

LG화학이 디스플레이용 필름과 편광판 등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공장과 오창공장 매각을 추진한다.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1일 두 공장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각 설명회를 열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정보기술(IT) 필름을 생산하는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용 필름은 최근 중국 기업의 생산량 확대로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연 매출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반면,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디스플레이 필름 공장을 비롯해 경쟁력이 약한 한계사업은 축소시키고, 배터리 소재 등 성장 동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의 핵심 시설인 전남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에 나선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대산공장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 철거를 완료했다. 앞서 지난 2020년에는 중국 기업에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했고, 점접착제(OCA)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2023.08.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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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지난해 매출 ‘20조’ 돌파…사상 최고 실적

산업 일반

삼성SDI가 지난해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액 20조 1241억원,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은 1년 전보다 48.5%, 영업이익은 69.4% 증가했다. 삼성SDI가 매출액 2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삼성SDI는 4분기 매출액 5조9659억원, 영업이익 4908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등 에너지 부문에서만 5조3416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71.9%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35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8% 늘었다.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 P5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고,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는 전력용 프로젝트에 공급돼 매출이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을 빼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소형 배터리 매출은 원형 배터리가 전동공구 수요 둔화로 주춤했지만, 장기공급 계약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했고 전기자동차용 판매가 늘면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다만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62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9.5% 감소한 13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자재료 부문은 전분기 대비 고부가 디스플레이 소재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 편광필름은 고객 다변화 등으로 매출이 늘고, OLED 등 디스플레이 공정 소재는 주요 고객 수요 확대로 매출이 늘었다. 반도체 공정 소재는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을 유지했다.올해 1분기에는 중대형 배터리 P5를 중심으로 매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헝가리 배터리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배터리는 전동공구용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우치형 배터리는 신형 스마트폰 출시 효과로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모든 사업부가 경영 목표를 달성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며 “올해 준비한 전략을 차질 없이 실행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의 품질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가속하는 한 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3.01.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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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3분기 실적 ‘어닝서프라이즈’

산업 일반

코로나19 덕에 4분기 전망도 ‘쾌재’… 분할 앞두고 주주 달래기 고심 LG화학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분기별 실적 중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LG화학은 3분기 잠정 경영실적 집계 결과 매출은 7조5073억원, 영업이익은 9021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58.7% 증가했다. LG화학은 그 원동력으로 가전·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ABS와 PVC 등 석유화학 부문에서의 수익 확대를 꼽았다. 전기차 전지(배터리)와 소형 전지 부분이 2분기에 첫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첨단 소재 사업도 양극재 출하량 증대, 편광필름 강세 등으로 실적 향상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사태도 가전·자동차 판매 증가에 한몫했다. 증권가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계속돼 4분기에도 LG화학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LG화학이 결산 공시 전에 잠정 실적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터리 사업 분사를 앞두고 물적 분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주주 달래기’ 용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LG화학이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 배당을 앞으로 3년 동안 추진하겠다고 발표해서다. 한편, LG화학은 12월 1일부로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박정식 기자

2020.10.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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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 소형 배터리 투 트랙 공략

산업 일반

전기차 배터리 시장 4~5년 더 내다봐야 … 스마트폰 배터리 수요는 탄탄 2차전지 업계의 2차 변신이 한창이다. 1차 변신의 핵심이 전기차 배터리였다면 2차 변신의 중심축은 스마트폰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2차전지 시황이 나빠졌지만 스마트폰·태블릿PC에 들어가는 소형 2차전지는 고성장을 지속한 결과다. 국내 업체의 글로벌 공급계약이 이어지면서 기대를 모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부터 제동이 걸렸다. 2차전지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기대만큼 업황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세계 경기침체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애초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약속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재선 이후 이렇다 할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기획재정부가 올해 전기차 예산을 계획보다 85%나 삭감하는 등 소극적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는 1~2년 안이 아니라 최소 2018년은 돼야 인프라 구축으로 재평가가 가능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4~5년 더 인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2차전지 업계는 애가 탄다.주요 2차전지 제조사인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모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진행 중이라 이런 고민은 크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수년간 거액을 투자한 LG화학은 완급 조절에 힘을 쏟는다.LG화학은 7월부터 미국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완공 1년 만에 첫 생산이다. 9월부터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등에 납품하면서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홀랜드 공장은 2010년 기공식 때 오바마 대통령이 찾아 구본무 LG 회장을 만났던 곳이다. 지난해 6월 공장을 완공했지만 정작 가동은 하지 못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침체돼서다. 생산라인은 목표한 5개에 못 미친 3개만 만들었다. 직원 수도 예상치(440명)의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해 주 공급사인 GM의 볼트 판매량은 2만3000대(미국 기준)로 목표치인 4만5000대를 크게 밑돌았다. 박진수 LG화학 대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여 공장 가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1분기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해 다소 회복세다. 하지만 아직 조심스럽다. 생산라인 3개 중 1개만 우선 돌리면서 연 1만2000대의 배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나머지 2개의 생산라인을 2015년 9월까지 완공해 5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충북 오창 공장에서 생산해 GM에 납품한 전기차 배터리는 2만5000대다. 현대·기아자동차에도 6만대 파는데 머물렀다. 오창의 7개 생산라인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2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크게 못 미쳤다.2차전지 업계 1위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로 골머리를 앓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3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문 외에 기대만 못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영향을 미쳤다.1월에 흡수·합병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사 SB리모티브가 지난해 순손실 715억원을 내며 부진했다. BMW 등과 공급계약을 하고 전기차 전성시대를 목표로 연구·개발(R&D)에 들인 비용이 많지만 아직 수익은 나지 않는 구조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아직 두 회사보다 전기차 배터리 비중이 작지만 본격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 이익이 없긴 마찬가지다.전기차 시장 부진에 속앓이전기차 배터리 외에 중·대형 전지로 분류하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시장도 기대보다 성장이 더디다. ESS용 배터리는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이 되는 부품이다. 업계는 ESS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 찍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마트그리드 역시 전기차만큼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분야다. 각국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여의치않다.이러자 업계는 ‘소형’ 먹거리로 눈을 돌렸다. SK이노베이션은 5월 14일부터 충북 증평 산업단지에서 550만㎡ 규모 연성동 박적층판(FCCL) 2호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FCCL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의 핵심 소재다. 연성회로기판은 얇은 절연필름 위에 동박을 붙인 회로기판이다. 재질이 딱딱한 경성기판과 달리 얇고 유연해 전자제품 경량화 시대에 필요성이 커졌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공사를 끝내고 내년 초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증설 후 SK이노베이션의 FCCL 연 생산 규모는 종전 350만㎡(1호기)에서 900만㎡로 증가한다. SK이노베이션이 정보·전자 소재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정보·전자 소재 매출은 2000억여원으로 전체 매출(73조3000억원)의 0.2%에 머물렀다. FCCL 외에 리튬이온 2차전지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분리막(LiBS)과 LCD 편광판 소재인 편광필름(TAC필름) 등을 생산하지만 매출 비중은 미미했다.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수요가 계속 늘어 미래 핵심소재 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 “꾸준히 증설과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FCCL은 세계 스마트폰·태블릿PC 열풍에 매년 10% 넘는 고성장을 지속 중이다. 2015년엔 시장 규모가 연 1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눈앞의 매출 비중은 작지만 멀리 보고 키우기에 손색없는 ‘미래 먹거리’란 판단이다.이런 변신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멈출 줄 모르는 성장세와도 맞닿는다. 미국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2011년보다 75% 성장하면서 307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SA에 따르면 선진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깝지만 신흥시장 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다. 2017년까지 인도(30.2%)·인도네시아(23.4%)·멕시코(13.8%)·브라질(13%)·러시아(11.4%) 등지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세계에서 둘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는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로 불린다.삼성SDI가 꾸준히 집중하는 것도 스마트폰·태블릿PC에 들어가는 소형 리튬이온 2차전지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B3에 따르면 지난해 10억7200만 셀을 생산해 이 부문 점유율 26%로 일본 업체를 누르고 세계 1위다. 셀은 2차전지의 최소 단위다. 최근 슬림노트PC의 출시로 매출이 늘었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소형 2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28.2%였다. 스마트폰 외에도 전동공구 등에서 꾸준히 강세다. 종전의 강점을 분명히 알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이다.삼성·LG 스마트폰 시너지 효과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디바이스용 고수익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개선했다”며 “새 고객과 새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소형 전지에서 스마트폰 등 고수익 제품 비중 확대로 2011년보다 22% 증가한 3조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엔 판매 호조를 보이는 삼성전자 ‘갤럭시S4’ 전체 배터리의 절반을 공급하면서 2분기 더 나은 실적을 기대한다.LG화학 역시 스마트기기에서 더 큰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관계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옵티머스G’가 출시 이후 꾸준히 호평 받으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 중인 것이 고무적이다. LG화학은 옵티머스G 시리즈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최신작인 옵티머스G 프로는 2월 국내 출시 후 40일 만에 판매량 50만대를 넘어섰다. 미국에선 1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9.8%로 두 자릿수 달성을 앞뒀다.물론 중·대형 전지 판매가 부진하다고 미래까지 어둡게 보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에선 투자·생산 속도 조절 등의 방법으로 불황 극복을 노리고 소형에선 각형·폴리머 등 얇은 두께 구현이 가능한 초박형 2차전지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형과 소형 모두에 다른 방법으로 전력을 다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은 유효하다. 일본을 제치고 숨 가쁜 질주 끝에 세계 시장 선두에 오른 한국 2차전지 업계의 발걸음이 다시 바빠졌다.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2013.06.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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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독한 경영’ 1년, 승부는 이제부터다

산업 일반

위기의 순간,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은 과연 LG전자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내년 LG전자는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글로벌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1월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 남용 전 부회장을 대신해 작년 10월1일 LG전자 사령탑에 오른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회사의 위기상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란 판단에서다. 때문에 그가 100일간의 고민 끝에 내놓을 위기극복 해법에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이날 그의 발언 수위는 무척 강했다. 또한 솔직했다. 그는 “LG전자는 제조업 경쟁력의 기본 요소가 모두 무너졌다”며 “지금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고 말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도 결코 장밋빛 비전을 내놓지 않았다.그는 “항공모함의 방향은 돛배를 바꾸는 것처럼 빨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CEO 한 사람 왔다고 큰 회사가 하루 아침에 뭔가 고쳐질 것으로 기대했다면 이 자리에 잘못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창한 게 ‘독한 LG’다.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났다. 취임 1년을 넘긴 지금 그가 이끄는 LG전자는 과연 어떤 변화를 맞았을까. 그는 쇠락의 길로 가던 LG전자란 거대 항공모함의 방향을 얼마나 바꿔놨을까. LG전자는 과연 독해졌을까.위기의 순간 등판한 구원투수구 부회장 취임 직전 LG전자는 ‘난파선’과도 같았다. TV와 함께 회사의 주력사업인 휴대전화 분야에서 경쟁사들에 급격히 밀렸다. 작년 3분기에만 185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란 새로운 IT기업들간 전쟁터에서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경쟁력이 쇠락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구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게 바로 이 시기다. 어찌 보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등판 첫날인 작년 10월1일. 구 부회장의 첫 번째 조치는 인사였다. 사업본부장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에 권희원 부사장을, 휴대전화를 맡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사업본부장에 박종석 부사장을 전진 배치했다. 전사 차원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글로벌 마케팅 담당을 신설해 강신익 사장을 임명했고 안승권 사장을 R&D를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앉혔다.인사를 통해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간단했다. 부진한 사업을 하루 빨리 정상화하고, 조직에 스피드를 배가하겠다는 의지였다. LG그룹 관계자는 “과거 남용 부회장 시절 R&D를 등한시한 채 외국 기업 출신을 무분별하게 ‘C레벌’(각 부문 최고책임자)에 앉히는 등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인사”라고 평가했다.인사 다음으로 그가 착수한 건 ‘현장경영’이다. LG전자는 구미와 창원, 평택, 서울 가산동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그는 매달 이들 사업장을 돌면서 현장 임원들과 만나 LG전자의 문제점을 경청했다. 해가 바뀐 지금도 이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 LG 관계자는 “과거 구 부회장은 보고 자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임직원들에겐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며 “그런데 현장 방문에선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서서히 색깔을 드러내다LG전자는 작년 4분기 245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1765억원으로 2009년 2조6807억원 대비 15분의 1로 줄었다. 항공모함의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다던 구회장의 말처럼 LG전자의 변화는 서서히 진행됐다. 구 부회장은 먼저 TV 쪽부터 ‘독한 근성’을 강조했다. 세계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3차원(3D) TV로 맞불 작전을 놓았다. 삼성전자의 셔터글라스 방식 3D TV가 LG전자의 편광필름 방식 3D TV에 비해 화질, 기술력이 뒤쳐진다는 점을 물고 늘어졌다. 비교 광고도 불사했다. 휴대전화 사업도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경쟁기업들보다 늦었지만 스마트폰 기술과 4세대 이동통신으로 꼽히는 LTE(롱텀에볼루션)제품을 시장에 내놨다.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1분기 영업이익은 1308억원으로 세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뤘다. 2분기에도 15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물론 3분기엔 다시 31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휴대전화 부문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3분기에 새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해 휴대전화 부문 매출이 2조689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6%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1388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비해 적자 폭이 1.5배 이상 커졌다.구 부회장이 2단계 체질 개선을 시작한 건 이 즈음이다. 먼저 해외 법인에 대한 인력 재조정을 시작했다. 국내 사업본부와 해외 법인들이 중복해서 뒀던 인력과 업무를 줄이는 ‘군살빼기’에 나선 것이다. LG전자 고위 임원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 적재적소에 필요 인력을 배치하고 불요불급한 업무를 줄이는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전자가 해외법인에 이어 국내법인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연말 이후 내년까지 계속 추진할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 관측이다.내년을 대비한 ‘실탄’도 확보했다. LG전자는 11월3일 이사회를 열어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증자로 유입되는 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인 6109억원은 휴대전화 사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기로 했다.4세대 이동통신인 LTE 시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찾아 적자에 빠진 휴대전화 사업을 흑자로 되돌리기 위해서다. 나머지 5430억원은 가전과 TV 등 개별 사업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쓴다.구 부회장이 구상 중인 세부 사업 전략도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핵심 분야는 역시 휴대전화와 TV다. 먼저 휴대전화 쪽에서는 내년에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력 제품 수를 현재 10개 정도에서 내년 3∼5개로 줄일 방침이다. 2007년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프라다폰 신화’도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 프라다와 함께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타고난 싸움꾼, 구본준이 그릴 LG는TV사업에서는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전시회에서 구글과 함께 차세대 TV로 꼽히는 스마트TV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2.0’으로 불리는 이 TV는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방대한 양의 동영상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시장에선 휴대전화에 이어 TV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구글과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LG전자의 결함이란 점에서 구글2.0 TV의 파급력이 꽤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구 부회장의 새로운 사업 전략이 나오는 내년이 LG전자의 깜짝 부활이냐, 계속된 쇠락이냐를 좌우할 중대 시점이라고 본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경영 성과가 나타나는 건 아마도 내년 초부터 일 것”이라고 말했다.LG그룹 안에서도 구 부회장 특유의 승부수가 내년에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과거 사업을 할 때마다 불도저 같은 ‘뚝심’을 발휘했던 구 부회장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구 부회장에 대한 외부 평가는 ‘독설가’ ‘싸움꾼’이다.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또 지지 않으려는 그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 때문에 나온 얘기다. LG 내부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과거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2003년 구본준 당시 LG필립스LCD 사장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 ‘EDEX 2003’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1등을 빼앗긴 것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패배와 비슷한 것으로 5년 연속 세계 1위에 자만해 양산기술 습득을 게을리한 탓”이라고 말했다.LG필립스LCD가 그 해 글로벌 LCD패널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추월한 성과를 두고 한 말이다. 당시 그의 발언은 삼성그룹 수뇌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반대로 LG필립스LCD를 비롯한 LG그룹 임직원들에게는 ‘일등 LG’란 자부심을 갖게 해준 사건이었다.위기의 순간,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은 과연 LG전자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내년 LG전자는 화려한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글로벌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1.12.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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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독한 경영’만으론 2%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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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정말 어렵다. 구원투수로 오너까지 재등판했는데도 아직 ‘한 방’이 없다. 기다리는 관중은 속이 탄다. 의견도 분분하다. 가을께 되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낙관과 4분기가 돼도 별 수 없을 거란 비관이 한데 섞여 있다. LG전자 이야기다.LG전자는 7월 27일 2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매출 14조3851억원에 영업이익 1582억원.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영업이익 예상치를 1100억원대 초반까지로 앞다퉈 낮춰 잡고 있었던 터라 영업이익은 도드라져 보였다.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진 않다. 미소를 지을 수 없는 게 LG전자의 냉혹한 현실이다. 1분기(매출 13조1599억원, 영업이익 1308억원)와 나란히 놓고 보면 2분기에 매출은 9%, 영업이익은 21%나 늘어났다. 하지만 2분기에 전통적인 IT(정보기술) 기업의 성적이 좋았던 걸 감안하면 기대치에 못 미친다. 올 1분기에 3분기 연속 적자라는 오명을 털어낸 데 이어 ‘구본준 부회장 효과’가 계속되리라고 기대한 시장은 실적 발표 직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낮춰 잡은 실적 전망에는 부합LG전자 경영을 맡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은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CEO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그는 지난해 10월 LG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조업의 기본이 무너졌다. 항공모함의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그가 선택한 건 ‘독한 경영’이었다. 1등이 아니어도 된다는 물렁한 생각을 버리고 독한 유전자와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문화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건 사업이었다. 애플이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는 애플과 한판 붙을 만한 승부수를 띄우지 못했다. 6월엔 구 부회장이 직접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사업 흑자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는 2분기에도 593억원의 적자를 냈다.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었다. 10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1분기보다 적자폭이 줄고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분기보다 50%가량 늘었지만 휴대전화 부문의 3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정도현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조차 3분기 전망에 대해 “휴대전화 사업은 일반폰(피처폰) 제품 축소로 2분기 대비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전략은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확연히 구분된다. 애플은 1년에 한 번꼴로 내놓는 아이폰과 태블릿PC인 아이패드로,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와 갤럭시탭으로 브랜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옵티머스’ 시리즈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스마트폰은 옵티머스 2X, 옵티머스 블랙, 옵티머스 빅, 옵티머스 3D 등으로 다양하다. 올 하반기에도 프라다 스마트폰과 LTE(Long Term Evolution·4세대)폰 등을 내놓으면서 물량공세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LG전자는 하나의 브랜드로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올 상반기 4900만 대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지만 애플처럼 두터운 팬층을 형성할 정도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진 못했다. 애플이 선점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정면승부할 수 있는 ‘킬러 제품’을 아직 내놓지 못했다.시장의 룰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어 머뭇거리다간 더 큰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최근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도 1위 자리를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든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애플에 빼앗겼다. 시장은 노키아의 추락이 계속될 것이란 점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주자인 LG전자가 반면교사로 삼을 대목이다.휴대전화 사업은 근심의 한 자락일 뿐이다. LG전자의 TV와 가전사업도 걱정거리다. 올 초 선보인 FPR(편광필름 안경방식)의 3D TV인 ‘시네마 TV’로 세몰이를 하면서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는 실적을 개선했다.HE사업본부는 역대 최대인 680만 대의 평판 TV를 팔았다. 영업이익도 903억원에 달해 세계 2위 TV업체의 체면을 살렸다. 하지만 미국의 더딘 경기회복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TV 시장이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는 게 문제다. 유럽과 북미는 TV 업체가 톱3로 꼽는 거대 시장이다.냉장고, 세탁기, 에어컨과 같은 3대 가전사업도 순탄하지 않다. 생활가전을 만드는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는 2분기에 2조88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상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6%나 줄어든 507억원에 불과했다.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원인은 가격이었다. 통상 가전제품 시장은 마진이 높지 않은 데다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 가전업체들은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데 올해는 소비자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경기침체 탓이 컸다.애플·삼성의 스마트폰에 여전히 밀려그러다 보니 업체 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철강재와 같은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서 발목을 잡았다.증권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공격적 사업정비로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TV와 휴대전화 가전 외에도 프린터, PC, 정수기, 안마의자, 승마기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한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이 없다는 뜻이다.비관적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구본준 부회장은 최근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솔라사업팀’을 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했다. 본격적으로 태양전지 양산에 들어간다. 투자도 지속해 11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인 330㎿급으로 생산능력을 높인다. 수처리 사업에도 뛰어든다.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함께 10월 국내에 사업 합작법인 ‘LG-히타치 워터 솔루션’을 세우기로 했다. 수처리 사업은 독일 지멘스,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가 신수종사업으로 밀고 있는 분야다. LG전자는 수처리 기술 연구와 함께 공공하수처리와 재이용, 산업용수 공급과 플랜트 건설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정도현 LG전자 부사장은 “올 3분기에는 2분기보다 매출은 부진하겠지만 TV와 휴대전화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 위주의 사업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2011.08.08 10:07

4분 소요
4대 그룹 주력사의 내일 >> 자원·소재 개발에 미래를 걸다

산업 일반

기름값이 묘하다.” 1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후 3개월간 국내 정유업계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공정거래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3개월 조사 끝에 과징금 폭탄을 예고하는 담합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는 석유가격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휘발유 가격 비대칭성(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를 때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왕창 오르고, 내릴 때에는 찔끔 내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과 결정 구조 등을 들여다봤다.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내가 회계사 출신인데 기름값 원가를 직접 계산해 보겠다”고 나섰다. “이익 나는 정유사들이 성의표시라도 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석유시장은 경쟁시장이 아닌 과점시장이기 때문에 과점으로 발생한 이익은 소비자에게 환원 가능하다는 게 최 장관의 논리였다.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못 이겨 정유사들은 결국 이익을 토해내기로 했다. 지난 2월 서민용 난방유 가격을 L당 50~60원 인하한 데 이어 4월 7일부터 휘발유와 자동차용 경유 가격을 L당 100원 내렸다. 국내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인하 조치로 30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정유업계가 정부로부터 기름값 인하 압박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가가 치솟았던 2008년을 비롯해 유가가 오를 때마다 유사한 시나리오는 되풀이됐다. 원가와 물류비 등 전방위로 파급 효과가 미치는 유가는 물가 우려가 나올 때마다 정부의 타깃이 된다. 정유업계가 이른바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규제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정유업계는 “해외시장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데…”라고 항변한다. 그냥 볼멘소리가 아니다. 과거 원유를 팔아 이문을 남겼던 중동 산유국이 직접 석유 및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관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의 전통적인 수출시장인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도 자체적으로 정유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의 기술은 아직 세계적 수준의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직접 보유한 원유를 가공해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이들이 잉여분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급물살에 휩쓸려 현상 유지도 어렵다”고 말한다. 개선 수준을 넘어선 퀀텀 점프(대약진)를 위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퀀텀 점프를 위한 SK이노베이션의 변신은 진행형이다.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녹색성장 시대의 미래 에너지와 신소재로 영역을 확장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5년 누적 수출액 100조원 돌파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수출액은 26조1544억원.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였다. 2008년에는 27조원을 넘어서 수출액 비중이 60%를 기록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수출액 101조원을 올렸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5년 누적 수출액 100조원을 돌파했다.SK이노베이션은 정체된 내수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찌감치 수출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홍콩, 베트남 등의 고정 거래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 제품 중심으로 체계적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출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석유개발 사업은 수출 확대에 일조했다. 원유 생산량 전체를 수출하고 있는 석유개발 사업의 경우 연간 일 평균 생산량이 2009년 4만 배럴에서 지난해 말 7만 배럴로 증가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16개국 27개 광구에서 매장량 기준으로 5억 배럴가량의 지분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7~8개월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2004년 10개국에서 15개 광구를 보유했던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베트남에서 3개 광구, 2008년 콜롬비아에서 3개 광구를 추가했으며, 2009년에도 5개 새 광구에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최근 5년간 지분 원유 생산량이 3배 이상 늘었고, 석유개발 부문 영업이익이 2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5년까지 지분 원유 보유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억 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원유 10억 배럴은 우리나라가 1년4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전기차 배터리, 이산화탄소 핸드백도 개발SK이노베이션은 소재 부문에서도 일가를 이뤘다. 구자영 사장은 최근 다임러 그룹 메르세데스 AMG의 전기 수퍼카 모델인 ‘SLS AMG E-CELL’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뒤 “이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후발주자 꼬리표를 떼어달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찌감치 2차전지 소재인 분리막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3위에 올랐다.‘소재의 강자’ 떠오른 SK이노베이션은 완성품인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나서 결실을 보고 있다. 2009년 10월 독일 다임러 그룹 산하 미쓰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장착될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현대차가 국내 첫 순수 전기차로 양산 예정인 블루온과 기아차의 차기 양산형 전기차 모델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메르세데스 AMG의 전기 수퍼카 모델에 대한 배터리 공급은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한 것이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소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과정의 기술을 확보해 소재 국산화율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간다는 복안이다.이 회사는 또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양산을 위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서산일반산업단지 내 23만1000㎡(7만 평) 부지에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연산 500㎿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약 5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그린 폴(Green Pol)’ 사업은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고유의 촉매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44%)와 폴리프로필렌 옥사이드(56%)를 결합해 만드는 그린 폴은 건축 내장재, 인조가족, 식품 또는 제품 포장재, 유리 접착제 등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구 사장은 그린 폴 인조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김동섭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옛 기술원) 원장은 “2025년 그린 폴 시장이 26조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해서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말 목표로 충북 증평에 정보통신 첨단소재로 각광 받고 있는 편광필름과 연성회로원판 공장을 짓고 있다. 편광필름은 LCD 패널 한 개에 4~6개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그동안 일본의 후지필름과 코니카미놀타가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해 왔다. 현재 삼성, LG 등 LCD 제조업체들이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해 대일 5대 수입 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소재 국산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연성회로원판은 LCD, PDP TV,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연성인쇄회로기판의 핵심 소재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에서는 그린 콜(Green Coal), 바이오 부탄올 등 40여 개의 신사업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분사로 경쟁력 강화 기대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사업뿐 아니라 조직을 과감하게 바꿨다. 1월 1일 사업별로 회사를 분할해 출범시켰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은 SK에너지(석유), SK종합화학(화학), SK루브리컨츠(윤활유)를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SK이노베이션에는 E&P(자원개발)과 글로벌테크놀로지만 남았다. SK이노베이션은 독립·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회사를 쪼갰다. 분할을 통해 가벼워진 몸으로 보다 높이, 멀리 날아 보겠다는 전략이다.분할 이후 석유 자회사인 SK에너지는 기존 정제·마케팅뿐 아니라 트레이딩 부문을 강화해 자체 경쟁력을 높인 뒤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정제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탈피해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화학 제품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테크놀로지와 E&P 사업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그린 콜과 같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추진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는다.구 사장은 분사 후 “2015년까지 영업이익 5조원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분사한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와 SK이노베이션 산하의 E&P, 글로벌테크놀로지 5개 사업부를 2015년까지 각각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시키겠다는 포부다. 5조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분사 이전인 지난해 SK에너지(1조7068억원)와 SK루브리컨츠(2986억원)의 영업이익을 합하면 2조원을 조금 웃돈다.구 사장은 “지금은 정유사업을 영위하는 SK에너지의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5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량 생산과 대량 설비로 경쟁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기반으로 도전해 승부하는 체제로 변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이라는 회사 이름에 이 같은 꿈과 포부를 담았다.

2011.04.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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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모토 마사미 동우화인켐 회장

산업 일반

나카모토 마사미 동우화인켐 회장 “한국이 비록 노동집약적인 단순 제조업에서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다국적 기업들의 좋은 투자처입니다.” 내년 초 경기도 평택에 공장을 착공하며 앞으로 3년간 4억 달러(약 5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일본계 기업 동우화인켐의 나카모토 마사미(中本雅美·63)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 결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한국법인인 동우화인켐의 이번 결정은 외국인투자 유치는 고사하고 국내 기업들조차 줄지어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거점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동우화인켐은 평택에 초박막 액정(TFT-LCD) 화면용 첨단부품인 컬러필터와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이 공장이 설립되면 약 1천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경기도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섰다. “반도체나 LCD 같은 첨단 IT 분야는 한국에 좋은 인재들이 많고, 국가 인프라도 훌륭합니다. 게다가 일본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장점이고요. 이런 첨단 분야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가 한국의 경쟁력을 따라잡기까지 10∼15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나카모토 회장은 일본의 젊은이들은 화학산업에 별 관심이 없어 인재가 부족하며, 중국은 아직 전문인력의 수준이나 인프라가 한국에 못미치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은 앞으로 한국의 동우화인켐을 반도체와 LCD 분야의 글로벌 연구개발 중심지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반도체와 LCD 같은 첨단 업종은 기술혁신이 매우 빨라서 3∼5년 마다 신기술을 개발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우화인켐 임직원 중 3분의 1에 달하는 1백여 한국 연구인력들이 글로벌 기업인 스미토모화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셈이죠.” 일본 스미토모화학 본사의 대표이사 전무를 겸하고 있는 나카모토 회장은 지난 1967년부터 36년째 한국을 오가며 일했다. 그는 오랜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90년대 전후 스미토모화학의 한국 투자 결정을 주도한 바 있다.

2003.12.11 00:00

2분 소요
‘돈 되는’ LCD용 필름 시장을 잡아라

산업 일반

코오롱은 오는 2010년까지 세계적인 바이오·화학소재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밀레니엄 비전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단계로 나눠 추진될 이 프로젝트에서 1단계(2000년부터 2002년)에서는 로젤사 등 특수원사 부문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2단계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로 산업자재부문에 역량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3단계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로 신소재 및 바이오-케미컬에 역량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단계적으로 투자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이중 특히 벌써부터 사내외에서 가시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분야는 산업자재 부문의 IT소재 필름사업. 외관상 코오롱이 SKC와 더불어 국내의 대표적인 필름 메이커로, 또한 세계적으로도 6위권의 생산업체로 꼽히고 있는 점을 살린 경영정책이다. 전통적으로 필름분야에 기술축적이 잘 돼 있어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이 점을 특화시킨 정책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코오롱이 추진하는 IT소재 사업은, 기존 섬유업체인 제일모직·SK케미칼 등이 진출한 반도체 관련분야 외에도 이들 기업이 가지고 있지 않은 ‘LCD용 필름’분야까지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의 IT소재 필름사업은 크게 ‘DFR(감광성)필름’과 LCD용 필름으로 나뉜다. 이중 DFR필름은 코오롱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난 80년대말에 이미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PCB기판 설계 및 일부 반도체에 사용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국내시장의 30∼4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품목인 LCD용 필름은 더욱 기대를 모을 만하다. 반도체와 더불어, 첨단 정보통신산업 분야 중에서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만큼 시장성과 고부가가치성을 두루 갖춘 LCD의 핵심부품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업체 외에는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첨단 분야다. LCD용 필름은 시장확대 여하에 따라서 부가가치 창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LCD용 필름은 LCD제조시 액정물질 뒤편에 들어가는 필름으로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SKC가 그중 1장 정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고, LG화학도 최근 그중 1장인 편광필름의 자체 생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역시 생산량이 미진하며, 아직 이 분야 자체가 미개척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코오롱은 현재 3∼4장의 필름 개발에 진척을 보이고 있는 상태. 빠르면 올 연말에 사업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세계적인 LCD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국내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와관련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코오롱과 삼성측 간에 모종의 연결고리가 형성됐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LG전자는 LG화학이란 그룹계열사가 있는데 반해 삼성그룹은 마땅한 필름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이나 SK케미칼 등이 삼성그룹이나 SK그룹의 후광을 엎고 IT소재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달리 코오롱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통한 시장개척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 매출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코오롱은 지난해 IT산업소재 필름 분야에서만 4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50% 정도 늘어난 6백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규모가 1조원을 넘는 코오롱의 매출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최근 들어 중견기업들의 정보통신 소재산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이 과연 그룹 차원의 지원 없이 IT소재산업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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