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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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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위기‧위기’…건설사 CEO 생존 키워드는?

산업 일반

“올해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렵다’ ‘앞이 안 보인다’라고 할 수 있다.”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경기 불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회장은 “올해는 연간 경영계획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변수들이 경영 환경을 위협할 것이다. 당연히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고 했다.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곳은 한미글로벌만이 아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올해가 앞으로의 3년 중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본격화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 지연, 그리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환율·금리 등의 경제지표 불확실성 확대는 건설시장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과 김형근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녹록지 않은 경영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체계적인 리스크(Risk) 관리와 재무구조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재무 안정성 확보, 변동성 최소화,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닦겠다”고 강조했다.기업인들이 ‘불황’과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인한 부실 위험부터 공공주택 분양 감소,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여러 악재를 한꺼번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지난해에만 600곳이 넘는 종합건설기업이 문을 닫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의 폐업 신고는 2023년보다 60건(10.3%) 늘어난 6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5년(629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폐업 신고는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 ▲2023년 581건을 기록하는 등 최근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반면 등록된 종합건설기업 수는 줄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종합건설기업(등록 기준)은 1만9242곳으로, 2023년 말(1만9516곳)보다 274곳(-1.4%) 줄었다. 부문별로는 ▲건축업 225곳(-2.1%) ▲토건 38곳(-1.2%) ▲토목 21곳(-0.4%) 순으로 감소를 나타냈다. 폐업한 기업은 늘고 새로 등록한 기업이 이보다 적었다는 뜻이다. 이는 건설업계의 불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해석된다. 건설 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액은 지난해 11월 1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줄었다.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건설 업체 신용평가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취약하면 대출의 80% 이상 보증을 조건으로 하는 담보대출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은행의 예·적금 담보대출, 100% 보증서 담보대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포함한 결제성 자금 등은 예외로 했다. 부실 위험이 있는 건설사에는 많은 돈을 빌려주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확실하게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2023년 하반기부터 건설업을 중점 관리 업종으로 선정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건설업의 연간 순증 대출 한도를 1조2500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관리가 필요한 건설 업체를 분류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NH농협은행도 2023년부터 건설업 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우량 사업장 위주로 대출을 진행했고 건물건설업에 대해서는 지난해 초부터 일반적인 신규 여신 취급을 불가능하게 했다.기본기 강화‧내실 다지기…건설사 ‘생존 모드’ 전환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기본기 강화’ ‘내실 다지기’를 강조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기회를 찾기보다는 우선 버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 1월 2일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첨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은 올해 경영 방침으로 ▲기반사업 강화 ▲자이(xi) 리브랜딩 ▲미래지향적 신규 사업 발굴 ▲디지털 마인드셋 내재화를 밝혔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경영 효율과 체질 개선 실천을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부서와 현장 단위의 실질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로 업무를 개선하고, 다양한 계층의 아이디어가 활용되도록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자”고 말했다.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모든 사업 추진은 현금흐름(Cashflow)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불요불급(不要不急)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리스크 프리(Risk Free) 형태의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돈이 되는 사업’을 구분하고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시공 물량을 확보하도록 각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 불황이 심화하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확실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부터 챙기고 지출을 줄이는 등 경영 키워드를 생존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5.02.09 00:00

4분 소요
수주 급감·부채비율 급증…건설사 줄도산 공포감↑[이코노리포트]

산업 일반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공사비 급등으로 미수금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월 6일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건설이 서울회생법원 제3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17일에는 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저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03위의 건설사다.신동아건설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을 건설한 것으로 잘 알려진 건설사다. ‘파밀리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개발사업 미수금 영향으로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유동성 악화로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5년여 만에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대저건설 역시 마곡지구 개발사업에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대저건설은 경남개발공사가 발주한 창원현동 A-2블록 공공주택 공사에도 주요 시공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공사의 주관사인 남양건설이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저건설도 공사를 포기한 바 있다.국내 중견 건설사들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사 중단과 미수금 문제가 언제 폭탄이 돼 날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고 일부는 공사 대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미수금이 쌓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 했다.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12일 발표한 ‘2025년 건설산업 7대 이슈’ 보고서를 보면 국내 건설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는 2023년 이후 ▲지속적인 건설 수주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 등으로 건설 기업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또 유동성 위기 가능성 커지면서 앞으로 건설사들이 재무적 위험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산연은 “2022년 이후의 지속된 공사비용 상승이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4년 4분기 이후부터 경영 실적이 크게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실제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6으로 2020년 11월(100.97)보다 29.0%가량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 등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산출하는데, 건설공사 물가 변동을 분석하는 기준이 된다. 현재 지수 자료는 2020년(지수 100)을 기준으로 한다. 건설공사비지수가 2016년 11월 87.93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1월까지 14.8% 오른 것을 고려하면 최근 공사비가 얼마나 급격하게 올랐는지 판단할 수 있다.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중소 건설사들은 사업 중단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29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5곳(86.2%)는 지방 소재 기업이었다.건산연 관계자는 “올해 원자재 가격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애로에 따른 수급 불안정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여전히 공사비 상승 요인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건설공사비의 안정화를 위한 시의성 있고 효과적인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 가운데 일부는 ‘공사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평택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 기반 사업 조성 공사를 맡은 DL건설은 지난 10일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공사비 170억원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발주처인 도시개발사업조합은 2022년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평택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은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 일대 279만㎡ 면적 부지에 민간 주도로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 8월 휴먼빌 퍼스트시티(1468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1063가구) ▲e편한세상 평택 하이센트(916가구) ▲포레나 평택화양(995가구)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1571가구) 등 순차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기반시설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다른 전체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수금 문제가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 일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건설사들이 공사 미수금 누적으로 차입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 미수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순차입금 합산 규모는 9조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6조 1000억원) 대비 3조 8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건설사 합산 매출채권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는 각각 27조 8000억원, 27조 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2조 4000억원, 3조 4000억원 늘었다.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분양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 이후 분양한 지방 주택과 비주택 사업장, 후분양 현장의 경우 회수 지연 및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해외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글로벌은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리스크 우려하며 향후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5.02.04 10:00

4분 소요
건설 불황에 “명분이…”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 집단 휴업 사흘 만에 철회

부동산 일반

1일부터 운행을 거부하며 단체 휴업에 들어갔던 수도권 레미콘운송노조가 4일부터 운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사흘 만에 사실상 파업을 중단한 것이다.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레미콘 제조사들 단체인 레미콘 발전협의회에 휴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레미콘 운송 기사는 1만1000명 규모다. 이 가운데 8400여명이 한국노총에 속해 있다.이들은 운송비 협상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했었다. 요금 인상을 포함해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를 하나로 통합해 계약을 맺는 ‘통합 협상’을 주장했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수도권 14개 권역별로 운송비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했고 운송노조는 제조사의 요구를 수용하며 운행을 재개했다.일각에서는 레미콘 운송노조가 명분이 부족해 파업 동력을 잃었고 결국 운행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운송기사들 대부분이 노조원 신분이 아니어서 이들의 단체행동이 사실상 ‘불법 파업’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통합 교섭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운송기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운송기사들이 노조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5월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레미콘운송노조를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지난달에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2006년에는 대법원이 ‘레미콘 운전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차량 명의와 소유권을 가지고 사업자등록을 한 점 등을 미뤄볼 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판단했다.건설 경기 침체로 레미콘 제조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았고 하반기에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유진기업과 홈센타홀딩스, 보광산업, 모헨즈의 레미콘 매출은 각각 1437억원, 367억원, 83억원, 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32%, 33%, 34.7%씩 줄었다. 주력인 레미콘 사업이 악화하면서 영업이익도 많게는 6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레미콘은 제조원가의 30%가 시멘트, 20%가 골재, 운송비가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원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실적이 나빠진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시멘트 가격은 12%, 골재는 10%(수도권 기준), 운송단가는 1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레미콘사들은 올 초 건설사들과의 협상에서 원자재가 인상분만큼 레미콘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다. 건설 경기 불황에 레미콘의 유일한 수요자인 건설사들의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레미콘 업계가 운송사업자들과의 운송 단가 협상까지 일방적으로 밀릴 경우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아는 운송 노조도 원활한 협상을 위해 한발 물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이제 시작할 운송노조와 레미콘 업체 간 운송비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운송노조는 운송 요금 인상을 바라고 있지만, 레미콘 제조사들은 그동안 운송비가 큰 폭으로 올랐고 건설 경기 침체라는 악재를 견뎌야 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레미콘 운반비는 1회당 기준으로 2019년 4만 7000원에서 2023년 6만 9700원으로 최근 5년간 4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 가격은 33.8%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부진 속에 (레미콘) 업체나 운송기사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로 한 발씩 물러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4.07.04 14:59

3분 소요
수도권에만 찾아온 ‘부동산의 봄’…공급 부족에도, 지역별 온도 차

부동산 일반

전국적으로 가라 앉았던 부동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대고 있다.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한동안 내리막을 걸었던 수도권도 상승 전환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반면 지방은 하락세가 지속되며 양극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7일 발표한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4% 올랐다. 지난 4월 0.09%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도 지난달 0.0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서울 주요 지역과 인기 단지 위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도 호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파트의 매매 거래를 보면 서울은 전월 대비 0.20% 올랐고 수도권도 0.05% 상승했다. 주택 전체 매매 거래지수를 웃도는 수준이다.주목할 점은 지방의 경우 대도시도 매매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5대 광역시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0.14%, 지방의 경우 -0.06%를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전월세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거 여건이 양호한 선호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과다한 대구, 세종 위주로 하락하며 지방은 전세 하락 및 월세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서는 다시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지방은 더 떨어지는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시장 전망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언급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올해 주택 매매가격 ‘전국’ 지표는 마이너스(-)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8%, 0.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은 2.7%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올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건축비 상승으로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신규 주택 공급까지 제한된 상황이 이어지면 서울은 다시 집값 폭등이란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인허가 주택 물량은 38만가구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7∼2021년 연간 평균치(54만 가구)보다 30% 줄어든 수준이다. 공사비가 오르고 미분양 쌓이는 등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고 여기에 건설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와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신규 공급이 줄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택 공급 물량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에 공급 부족에 의한 집값 폭등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이런 예상이 나오는 것은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30세 도달 인구 늘고 독신‧외국인 가구가 증가하며 주택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 경기가 살아나고 금리가 하락하면 실구매 수요도 회복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2020∼2024년 5년간 주택 수요량에 비해 공급 부족량이 86만가구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기왕이면 신축, 그게 아니라면 서울‧수도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의 경기가 살아나야 양극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6.18 15:00

2분 소요
‘레녹스 합작법인’ 세우는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

국제 경제

삼성전자가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Lennox)와 합작법인을 만든다. 이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개별 공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삼성전자는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북아메리카’(Samsung Lennox HVAC North America)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합작법인은 삼성전자 50.1%, 레녹스 49.9% 지분으로 올해 하반기 미국 텍사스주 로아노크(Roanoke)에서 출범할 예정이다.합작법인이 노리는 주요 시장은 단독 주택 중심의 북미 지역이다. 단독 주택은 천장 공간이 넓어 덕트(Duct) 설치가 쉬워 유니터리(Unitary) 방식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동주택과 중소빌딩 공급이 늘어나면서 개별(Ductless) 공조 시스템과 유니터리·개별 공조를 합친 ‘결합형’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삼성전자는 약 40년간 개별 공조 솔루션을 제공해 온 노하우를 갖췄다. 레녹스는 북미 유통망·유니터리 공조 솔루션을 지닌 기업이다. 양사의 장점을 토대로 시너지 창출, 합작법인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단 취지다. 삼성전자로선 이번 협업을 통해 레녹스 유통망을 이용, 시장 영향력 증대를 꾀할 수 있는 구조다. 레녹스 역시 기존 유니터리 제품에 더해 삼성전자의 개별공조 판매를 통한 사업 강화를 노릴 수 있어 ‘윈-윈’(Win-Win)으로 평가된다.합작법인은 북미 지역 레녹스 직영점과 홈 빌더 파트너 등을 대상으로 ‘레녹스 파워드 바이 삼성’(Lennox powered by Samsung)이란 브랜드의 개별 공조 제품을 공급한다. 기존 삼성전자 유통점에는 삼성 브랜드 제품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스마트폰·반도체 분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AI 라이프 솔루션과 연결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북미 홈 빌더 건설사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공조 솔루션 외에도 가전 제품·TV 등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 등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개별 공조 제품에는 기기 간 연결과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집 전체의 전력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사용량을 절감하는 ‘스마트싱스 에너지’(SmartThings Energy)가 적용된다.알록 마스카라 레녹스 최고경영자(CEO)는 “견고한 고객 신뢰도와 시장 내 선두적 입지를 갖춘 양사가 만나 합작법인이 이뤄졌다”며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조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삼성과 협업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이며, 앞으로 양사가 그려갈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은 “공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레녹스와 장기적인 협업을 맺게 돼 기쁘다”며 “우수한 개별 공조 제품과 고객 네트워크 확보에 중점을 둔 협업으로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공조 부문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함께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05.28 19:58

2분 소요
저PBR 광풍인데 왜이래…건설株 목표주가 ‘줄하향’ 이유는 [이코노 株인공]

증권 일반

매주 수요일 아침, 빠르게 변하는 주식 시장에서 주목할 종목을 짚어 드립니다. 한 주 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주식을 ‘이코노 주(株)인공’으로 선정합니다. 주가가 급등락했던 원인과 배경, 앞으로의 전망까지 집중 해부합니다. 최근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들 주가 급등세에도 건설 관련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요 건설사들 모두 저PBR 테마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는 등 ‘흑빛전망’을 내놓고 있다.주가 급등락 반복...‘저PBR 모멘텀’에도 하락세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9.32포인트(1.12%) 오른 2649.6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8.57포인트(2.25%) 상승한 845.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주식 시장 전반에 걸친 ‘저PBR 모멘텀’에 건설업종도 편승하며 일부 주가 반등을 보이는가 했지만 하락세가 이어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대형주로는 GS건설이 전장보다 20원(0.13%) 하락한 1만52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52주 최고가 1만7400원과 비교하면 12.8% 하락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630원(3.46%) 떨어진 1만7580원으로 장을 끝냈다. DL이앤씨(0.50%), 현대건설(0.15%), 삼성엔지니어링(0.62%)은 소폭 상승 마감했지만 지난해 고점 대비 큰 폭 하락했다. KRX건설업 지수는 6개월간 18% 내렸다.건설 관련주들은 최근 한달간(1월 8일~2월 7일) 큰 폭의 주가 등락을 보였다. 이 기간 건설업종은 2.8% 상승하며 코스피 대비 1.2%포인트(p)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했지만 업황의 부진한 실적과 우발채무 부담이 악재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진행이 확정되면서 레고사태와 같은 자금경색이 재발되지 않았으나 건설사들은 이를 계기로 보수적인 스탠스로 전환됐다. 이에 증권사들은 업종 비중확대 근거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아지자, 관련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건설주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통상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중립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해석된다. 앞서 하나증권은 건설 업종 리포트를 발간하고 “2월은 추천종목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상 건설주가 아직 하향 사이클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직 더 떨어질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건설주는 아직 하향 사이클에 있으며, 주가상 바닥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시장 추정치가 하향되는 모습을 보더라도 이를 느낄 수 있다”며 “전반적인 추정치 하향의 배경은 착공 감소, 수주 감소, 원가 개선 어려움, 미수금 상각, 투자평가손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손실이 있는데 지난해 4분기에 보여준 모습으로 모든 비용을 상각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가 "비중확대 근거, 유효하지 않다"...목표가 '중립' 하향 조정건설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및 올해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점 역시 주가 하락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우건설 등 5개 건설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873억원이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47.7% 하회한 ‘어닝 쇼크’ 수준이다. 이달 들어 건설업종의 주요 이슈는 PF구조조정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2024년 업무계획에서 ‘PF 사업장 정상화 및 금융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12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부동산 PF 정리 로드맵도 공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 PF 사업장평가 세부지표를 마련해 경공매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사업성 없는 PF사업장에 대해 금융회사들의 100% 충당금 적립을 요구했다. 충당금이 기 적립된 현장은 경·공매 전환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사에게는 장기 미착공 PF 관련 손실 현실화, 유도성 압박 증가, 건설업 투자심리 악화 등의 영향이 예상된다”며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으나 중소형 건설사들과 타깃 시장이 다른 만큼 시장점유율 확대의 수혜보다는 업종 내 확산되는 불안심리의 타격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착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기대요인으로 꼽힌다. 증권가는 목표가는 내렸지만 하반기부터는 건설업황의 변곡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토지대가 60%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현 분양가 수준(이하)에서도 사업성이 확보돼 분양전환이 가능한 현장들이 나타난다”며 “건설·건자재사들의 실적과 영업현금흐름 악화의 근본 원인이 착공지연이었던 만큼 착공 증가는 업종 턴어라운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2024.02.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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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설업 부실 위험 고조…못 갚는 대출 2년새 3배↑

건설

2021년 하반기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통화 긴축과 부동산 경기 부진의 여파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최근 2년 새 부동산·건설업종의 금융기관 대출 연체액과 연체율이 약 3배로 뛰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위축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세종·울산 등 비수도권 지역 관련 기업의 대출 건전성이 제2금융권(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나빠지는 추세다.29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시도별 부동산·건설업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모니터링 대상 약 58만개 법인 대출 가운데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작년 12월 말 현재 385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이 부동산업 대출 통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포함된 것으로, 2021년 말(302조7300억원)과 비교해 2년 사이 27.3% 늘었다. 연체액(30일 이상 연체된 금액) 증가 속도는 더 빨라 같은 기간 2조2700억원에서 3배가 넘는 7조원까지 불었다. 이에 따라 0.75%에 불과했던 전국 부동산업 연체율 역시 지난해 말 2.43배인 1.82%로 급등했다. 건설업 대출의 부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 말 기준 건설 업종 대출 잔액은 118조3600억원으로, 2020년 말(88조5000억원)보다 34% 증가했다.연체액은 7600억원에서 2.5배인 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연체율도 0.86%에서 1.9배인 1.60%로 치솟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보다 비수도권의 부동산·건설 업종의 대출 부실 정도가 더 심했다. 이번 현황 조사에서 대출의 지역 분류는 대출 법인의 본사 사업장 소재지 기준으로 이뤄졌다.작년 말 현재 비수도권 부동산업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2.17%)은 수도권(1.56%)을 웃돌았다.특히 세종(12.66%), 울산(6.49%), 강원(5.38%), 대구(4.35%), 전북(4.33%) 법인들의 부동산업 연체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반대로 경남(0.64%), 대전(0.66%), 서울(0.94%) 등의 연체율이 하위 1∼3위를 차지했다.비수도권 건설업의 연체율(1.99%)도 수도권(1.27%)보다 높았고 제주(3.70%), 대구(3.55%), 울산(3.35%), 경남(3.15%)은 3%를 넘어섰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세종시처럼 수년 전 집값이 많이 올랐다가 최근 많이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부동산중개업이나 시행사들의 부동산 대출 부실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비수도권 지역 건설업 대출의 상당 부분이 토착건설사, 시공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건설사들과 관련이 있다”며 “미분양 급증 등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금융기관 업권별로는 은행권보다 2금융권에서 부실 위험 징후가 뚜렷했다. 부동산업의 2금융권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3.29%로, 은행권(0.30%)의 11배에 이르렀다. 건설업에서도 2금융권 연체율이 은행권(0.57%)의 4.2 배인 2.40%로 집계됐다.

2024.01.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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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부동산 PF '악재 산적'…하향에 무게 실리는 기업 신용등급

증권 일반

국내 기업 신용도가 본격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본시장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기업 신용등급 줄강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신용등급 하향 건수는 상향 건수를 훌쩍 웃돌고 있다. 상향 건수가 우위였던 전년도와 비교할 때 급격히 반전된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 신용 위험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올해 ‘부정적’ 등급 전망이 ‘긍정적’ 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가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의 지난해 정기평가 장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중복포함)을 분석한 결과 3사의 평균 등급 상하향배율(업다운레이쇼)은 0.75로 하향 우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향배율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 건수를 하향 조정 건수로 나눈 값으로 1배 이상이면 등급 상향이 하향보다 많음을 의미한다.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졌던 신용등급 상향 기조는 확연히 꺾였다. 2022년 기업 장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을 살펴보면 상향 69건, 하향 51건, 상하향배율 1.34로 상향 기조가 두드러졌다. 반면 지난해 장기 신용등급 상향 건수는 상향 44건, 하향 61건을 기록하며 하향 우위로 돌아섰다.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부동산 PF 유동성 위험이 늘어남에 따라 건설 및 부동산 기업들의 등급 강등이 이뤄진 탓이다. 영업환경 둔화로 인해 실적이 저하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석유화학, 철강 기업들 역시 신용등급 강등 대상이 됐다.특히 부동산 PF 관련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한 신용 등급 줄강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워크아웃 수순에 돌입한 #태영건설은 ‘CCC’로 떨어졌고, #GS건설, #동부건설 등 건설사는 물론 오케이캐피탈, 엠캐피탈 등 제2금융권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도 하향됐다.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 추세 심화무엇보다 작년 상반기보다 하반기 들어 등급 하향이 두드러졌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 상반기 25개였던 ‘장단기등급 및 전망’ 변동 기준 상향 변동은 하반기 들어서 9개로 급감했다. 반면 하향 변동은 상반기 23개에서 하반기 20개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소폭 상향 우위였지만 하반기 들어서 하향 우위 추세가 심화한 것이다.NICE신평 등급 변동 상황을 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확인 가능하다. NICE신평의 상반기 신용등급 상승 기업은 총 12개로 하락한 기업 11개보다 오히려 많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 상승 기업 8개, 하락 기업 13개로 하향 우위로 뒤집혔다.상반기에는 건설을 비롯해 석유화학·제2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전환에 따른 자동차, 의류, 항공, 영화관 등 일부 업종 실적 회복 영향으로 상향과 하향 개수 차이가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최중기 NICE신평 기업평가1실장은 “미국 등 선진경제의 호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쟁에 따른 수요 증가, 코로나19 종료 등의 긍정적 영향을 받은 산업에서 등급이나 등급 전망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반면 중국관련 수출부진과 부동산 경기 약세에 따른 국내경제 성장약화 관련 업종은 등급이나 전망이 하향됐다”고 설명했다.올해 전망도 ‘우울’하반기 신용등급 하향으로 급격히 무게가 쏠린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 위축 지속에 따른 PF 관련 우려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설사들은 물론 여기에 자금을 댄 제2금융권까지 위기가 확산하면서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정승재 한신평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 위축 및 PF 우발채무 부담으로 건설사 신용위험 확대, 유통·석유화학 등 실적 부진이 신용도에 반영됐다”면서 “이에 따라 하반기 하향 우위가 심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는 기업(비금융)부문과 금융부문 등급상하향배율만 봐도 쉽게 파악 가능하다. 한신평의 경우만 보더라도 비금융부문 등급상하향배율은 0.78배를 기록했지만, 금융부문은 0.38배로 하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비금융부문보다 금융부문에서 신용등급이 올라간 회사보다 내려간 회사가 훨씬 많았다는 소리다.문제는 올해 역시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한신평의 아웃룩·와치리스트를 보면 긍정적 방향은 11건에 불과했지만 부정적 방향은 두 배가 넘는 23건을 기록했다. NICE신평 역시 금융업권과 비금융업권을 합한 긍정적 전망은 20건, 부정적 전망은 31건으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제2금융권 연체율 상승 등 올해 기업 발목을 붙잡을 부정적인 이벤트가 산적해 있다.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우려가 커진 건설업종과 제2금융권을 비롯해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석유화학, 유통 등은 올해 신용위험이 커진 대표적인 업종이다.그나마 자동차, 민자발전, 정유 등 업황 호조를 기반으로 한 영업실적 개선이나 자본확충 등을 통한 시장지위 개선 등이 예상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최 실장은 “올해 주요 거시적 외부환경의 변화는 비우호적”이라면서 “특히 금융업종의 경우 은행 등과 캐피탈 등 업종별로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올해도 이러한 업종별 수익성 차별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경제성장률은 내려가고 금리는 오르면서 기업의 영업환경이 악화했는데 외부 현금 유입이 줄어들고 이자 지출 비용이 늘면 재무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상황이 반영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역시 하향 기조가 극적으로 변하지 않고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꾸준히 나올 것”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역시 건설업”이라고 짚었다.

2024.01.2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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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에 발목잡힌 중소형 증권사…부동산 경기 악화 직격탄

증권 일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인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부문의 저조한 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2023년 1~3분기 IB부문 누적 영업순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했다. 하이투자증권의 IB부문 영업순수익은 2023년 1~3분기 누적 3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538억원 대비 87.4%(2217억원) 급감했다. 다올투자증권의 IB부문 영업순수익 역시 1784억원(2022년 1~3분기 누적 기준)에서 269억원(2023년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84.9%(1515억원) 줄었다. 양사의 IB부문의 연간 순수익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하이투자증권은 ▲2019년 1394억원 ▲2020년 1903억원 ▲2021년 2707억원 등으로 꾸준히 오르다 2022년(1578억원)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다올투자증권의 IB부문 순수익은 ▲2019년 857억원 ▲2020년 902억원 ▲2021년 1711억원 ▲2022년 1962억원을 기록했다.일반적으로 증권사의 IB부문 실적은 기업공개(IPO)·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 주식 및 채권 발행 업무, 부동산 PF 등 부동산 금융 업무, 인수합병(M&A) 등 기업 구조조정 업무 등의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 PF 사업이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하이투자증권의 2023년 1~3분기 누적 영업순수익은 3181억원에서 1874억원으로 41.1% 줄었다. 하이투자증권 영업순수익은 투자중개·자산관리·IB·운용·기타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9년 1394억원이던 하이투자증권의 영업순수익은 2021년 2707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22년 1578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주관 및 주선수수료 감소,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으로 IB부문 이익 감소세가 지난해 3분기까지 지속되고 있는 영향이 수익성 저하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IB·위탁매매·상품운용·자산관리·기타 부문 등으로 구성된 다올투자증권의 2023년 1~3분기 누적 영업순수익은 63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1~3분기 누적 영업순수익 2316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4분의 1토막 난 것이다. 2019년(1676억원)부터 2021년(2659억원)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2022년(2007억원)부터 수익이 하락하기 시작했다.김선주 한국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다올투자증권의 2023년 9월말 우발채무 규모는 5554억원,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는 4829억원으로 양적 부담이 내재한다”며 “2022년 하반기부터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징후가 발현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IB부문 실적 악화로 인해 신용등급 역시 흔들리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2023년 11월 29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기평은 같은 달 24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다. 최근 증권사들의 IB부문 실적이 악화된 것은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신규 거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고금리 및 경기 침체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이 부동산 PF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진 탓이다.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로 PF 사업에 의존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재무구조가 더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시 대출을 받은 시행사가 파산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도 적립해야 하는데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가 심화할수록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윤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하이투자증권은 PF에 기반한 IB 영업부문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금리 여건 및 부동산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부동산 PF 신용공여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부실화 위험과 자산 건전성 저하에 따른 충당금적립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다올투자증권은 수익구조상 부동산 PF 관련 IB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PF 시장 위축과 대규모 인력감축에 따른 영업경쟁력 저하로 실적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수입원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한 실적대응력 유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한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대출 부실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증권사는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수 있다”며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에 대비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01.08 09:00

4분 소요
‘청약 열풍’ 이면에 도사리는 위기...‘악성 미분양’ 늘었네

부동산 일반

수도권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급격히 오르며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현재의 추세가 ‘반짝 회복’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현 상황이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우려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시장 참가자들의 ‘사자’ 심리로 집값이 올랐던 2009년을 연상케한다고 말한다. 현 시장 분위기가 새로운 대세 상승기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증권가에서 급락하던 가격이 일시적으로 소폭 회복하는 현상을 일컫는 일명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올해 반등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1~2년 내로 본격적인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온다면 내년부터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허가 감소 뚜렷, ‘분양 흥행’ 착시효과인가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수도권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36.62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월 청약경쟁률 0.28대 1 대비 무려 130배 오른 수치다. 아파트 시세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분양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과 수도권 및 세종시 등 일부 지방광역시 주도로 7월 셋째 주부터 한 달 넘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춤했던 부동산시장이 올해 들어 다시 ‘대세 상승’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통계가 긍정적 신호인 것은 아니다. 주택·건설경기 선행지표인 인허가 실적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주택인허가 실적은 20만7278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만5855호보다 29.9% 줄었다. 인허가 감소 현상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발견된다. 지방은 인허가 물량이 18만5920호에서 12만8389호로 1년 만에 30.9% 감소했다. 수도권은 지난해 10만9935호에서 올해 7만8889호로 3만호 넘게 줄었다.이처럼 새로 지어질 주택량이 감소세지만 ‘진성 미분양’ 또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공사 완료 후 미분양) 가구 수는 완만하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를 보면 지난 7월 전국에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9041호를 기록했다. 6월 9399호보다는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부터 공급 부족에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상승 VS 하락, 내년이 분수령대다수 전문가는 올해 초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을 기점으로 시작된 규제 완화 정책이 현재 분양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시장 전반이 일부 회복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현재의 반등이 앞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은 부족한 상태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중도금 대출 규제가 풀리고 세대주뿐 아니라 세대원들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게 되면서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실수요자는 물론, 분양권 웃돈을 노리는 투자자들까지 청약 신청에 모여들고 있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며 위기설이 확산되던 시장은 2009년 잠시 반등했는 데 당시 분위기와 현재의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그동안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PIR(연소득 대비 집값 비율·Price to Income Ratio) 또한 높아졌기 때문에 현재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 쯤 젊은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이 대량 풀리면 민간 아파트시장이 점차적으로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부동산 전망은 ‘신의 영역’이므로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강남 등 서울 상급지에서 수십억대 신고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분위기가 앞으로도 유지되려면 중하급지 거래가 살아나며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함께 받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일부 중급지에서는 이 같은 신호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 분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지는 내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시장 침체를 예견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분양 흥행이 일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을 뿐 지방에는 미분양 우려가 여전해서다. 이 때문에 분양을 미룬 채 고금리에 시달리는 일부 건설사들은 보유 택지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IMF와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몇 년만 버티면 좋은 시기가 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레버리지를 이용해 땅을 사들인 회사들이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분양 흥행이 불투명한 지방 택지부터 팔려한다”라면서 “정부에서 공공택지 전매를 허가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3.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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