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호메트 웃는 얼굴로 부활할까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은 한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코란이 ‘지하드(성전)’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죽여도 되는(그 과정에서 자살도 허용되는) 살인면허를 준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자신의 테러운동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란엔 그런 말이 없다. 이슬람 신앙의 위대한 학자나 설교자들도 그런 식의 해석을 내리지 않았다. 그로 인해 빈 라덴은 코란과 선지자 마호메트의 말씀에 담긴 계시를 왜곡하는 일에 착수했다. ‘하디스’로 알려진 마호메트의 가르침은 대체로 무슬림 세계의 실제 종교 관행을 좌우한다. 사우디 출신의 이 백만장자 빈 라덴은 선전포고 성격의 격문을 쓰고 이슬람 경전 여기저기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 인용한 ‘파트와(율령)’를 내린 뒤 의심스러운 학자들을 동원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도록 했다. 그런 주장은 신학과는 무관한 정치 선전이었지만 그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유용했다. 그가 선동한 성전의 말세적 개념과 9·11을 통해 보여준 그 실상은 서방 세계든 이슬람 세계든 신앙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이슬람의 지배적 비전이 됐다.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빈 라덴이 자문을 구했던 일부 학자를 포함해 주요 무슬림 사상가가 그의 성전 비전을 거부한다. 한때 그에게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미몽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 헤이든 CIA 국장은 “근본적으로는 알카에다의 미래 비전을 진심으로 반긴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빈 라덴과 무관하고 그 이전의 전통주의자들과도 무관한 새로운 이슬람 비전이 모습을 갖춰간다. 무슬림 세계 내부에서 그동안 불변의 신앙교리로 보였던 것을 재검토하고, 엄밀한 진리로 간주됐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부 이슬람 학파에 의해 수백 년 전 닫혀졌던 해석의 문을 활짝 열려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는다. 가장 방대한 연구는 터키 앙카라를 무대로 활동하는 학자 집단에 의해 주도된다. 이들은 올해 안으로 하디스 신판을 출간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선지자의 말씀으로 알려진 어록 17만 개를 모두 수집했다. 이것들은 일상생활의 지침으로서, 또 코란의 일부 난해한 내용의 열쇠로서 마호메트의 언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일화의 상당수가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나왔다. 그 이야기를 전했거나 혹은 훨씬 나중에 그것을 기록한 사람들마저 반드시 믿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때때로 “이슬람의 보편적 가치관을 자기 시대와 장소의 지리적, 문화적, 종교적 가치관과 혼동했다”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앙카라 대학의 신학교수 메흐멧 고르메즈가 말했다. “하디스 어록조차… 어떤 맥락이 있다. 우리는 모든 어록에 고향을 되찾아주려고 한다.” 4년 전 터키 종교장관으로 재직하던 중 하디스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한 메흐멧 아이딘은 선지자 마호메트가 살았던 7세기의 생활이 지금과 사뭇 달랐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하디스 중엔 여성이 혼자서 여행을 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것과 기타 다른 말씀을 핑계 삼아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신앙 명령이 아니라 특정 시대와 장소의 안전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고르메즈가 말했다. 실은 마호메트가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을 추억하며 여성이 예멘에서 메카까지 혼자 다녔던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첫 3세기 동안 “이슬람은 그리스, 이란, 인도 문화와 뒤섞였고 그런 뜻밖의 만남을 통해 학자들은 이슬람을 새로운 상황에 맞게 재해석했다”고 고르메즈가 말했다. “당시엔 이슬람을 재해석하는데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진보 성향의 무슬림 사상가들이 과거에도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그들은 국외자들이거나 때로는 신학자가 아니었다. 한편 이번 터키의 프로젝트는 이슬람주의 뿌리를 갖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하고 민주적으로 뽑힌 정당인 집권 AK당(정의개발당)의 은밀한 지원을 받는다. 참여 교수들은 자신의 작업이 이슬람 개혁을 상징하지는 않는다고 곧바로 부인했다. 그들 중에는 종교개혁가도 없고, 신봉하는 논제도 없다. 자신들의 행위는 거룩한 경전을 “민주주의, 인권, 여권, 보편적 가치 같은 현대적 관념에 맞게 다시 생각하거나 다시 이해하는 것”이라고 고르메즈가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은 그 근원의 신뢰도로 보건대 그보다 훨씬 큰 잠재력을 지녔다. 지난날 급진주의를 용인한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자국의 안보는 중용사상을 키우는 데 달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우디 국왕 압둘라는 나라의 녹봉을 받는 약 1만 명에 달하는 급진파 성직자의 지나친 원칙들을 억제하려고 한다. 정부가 기본 교리를 다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국왕의 한 측근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충고를 국민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할지를 두고 신학적 논쟁을 벌였다고 해 두자.” 한 여인이 사우디의 종교 기준에 비해 약간 과한 옷차림을 했다면 그렇다고 말해 주는 정도로 족하다. 굳이 매춘부라고 욕하거나 벌을 주겠다거나 혹은 그 이상의 위협을 가할 필요가 없다. 불과 유황의 공포 분위기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사우디 청년들은 그 천벌이 두려워 이라크 등지의 성전에 나섰다. 무슬림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이 이 새로운 메시지를 기다리는 듯하다. 늘어나는 중산층은 이제 공적·사적 품행의 지침으로서 경건한 농민생활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종교의 원칙은 내내 같지만 종교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바뀌었다”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말했다. 그의 정부는 터키의 EU 가입을 목표로 뛰고 있다. “시골이 도시화되면서 재산이 늘고 인생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신정국가인 이란에서도 뮬라 모센 카디바르(49)는 모든 국정 운영의 결정권을 성직자가 쥐는 ‘벨라야트-에-파키’라는 이란 체제는 크게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이슬람의 중앙집권적 해석이며 비민주적이다. 지상에 사는 보통 인간들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이 그의 연설을 자주 취소시킨다. “인기가 좋아 교통정체와 소란을 야기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당국자들이 말했다. 그 와중에 빈 라덴의 변화를 위한 명령들은 죽음과 파괴만을 불렀다. 변절자로 생각되거나 혹은 단순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다른 무슬림들에게 자신의 분노와 폭탄을 겨냥했다. 그 결과 고립을 자초했다.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세력은 궁지에 몰렸고 폭력 집단과 다를 바 없이 전락했다. 파키스탄의 여론조사에서는 자살폭탄테러 지지율이 5년 전의 30% 이상에서 요즘은 9% 미만으로 떨어졌다. 빈 라덴이 오래전부터 존경해 온 사우디 학자 셰이크 살만 알우다는 지난해 공개서한에서 이렇게 따졌다. “오사마 형제여,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알카에다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노약자와 여성이 살해되고 집을 잃었는가?” 빈 라덴판 성전을 향한 가장 거센 공격은 성전주의자들 내부에서 진심으로 존경 받는 극소수 종교 사상가 중 한 명인 사이드 이맘 알샤리프의 입에서도 나왔다. 현재 이집트에 수감된 그는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와 대학 동창이다. 이집트 교도소가 지난해 출간을 허용한 책에서 알샤리프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알카에다의 행동에 의해 어떻게 오염됐는지 적었다. “성전이란 이름으로 아녀자를 포함해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수백 명씩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 알라의 눈에, 그의 율법과 백성의 눈에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알샤리프가 말했다. 빈 라덴에게 또다시 문제 하나가 생겼으니 바로 이슬람이다.
With SAMI KOHEN in Istanbul and MAZIAR BAHARI in Teh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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