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하이엔드 vs 가성비”…카페 창업자 위한 에스프레소 머신 선택법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 2024년 폐업 카페 일평균 34개…평균 수명 약 2.9년
“비싼 머신이 답은 아냐…브랜딩 전략 기초 선택 필요”

한동안 카페 창업은 직장인의 로망으로 여겨졌다. 현실에서는 치열한 생존 경쟁과 고단한 노동, 불안정한 수익 구조가 기다린다. 카페 창업 시 프랜차이즈 방식이 가장 쉽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높은 가맹비와 유지비 탓에 독립 매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초보 사업자가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쓸 것인지’다.

스타벅스가 이끈 ‘라마르조코’의 성장
1930년대 지오바니 가찌아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고, 1980년대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 기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시대를 연 뒤 황금빛 크레마를 만드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커피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됐다. 가찌아 이후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 ‘라마르조코’(La Marzocco)가 자타공인 하이엔드 머신의 대명사가 됐다.
라마르조코의 특징은 ▲정밀한 온도 제어 ▲유량 제어 ▲안정적인 추출 압력과 같은 섬세한 기술과 ▲리네아 ▲GB5 ▲스트라다 등 다양한 모델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성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라마르조코는 198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한 스타벅스와 궤를 같이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을 발전시킨 스타벅스는 확장 과정에서 라마르조코의 대표 모델 ‘리네아 클래식’(Linea Classic)을 대량 도입했고, 수천 개 매장에 공급되면서 라마르조코가 고급화와 기능성의 상징적인 머신이 됐다. 스타벅스가 자동 머신으로 전환한 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확장 과정에서도 라마르조코는 브랜딩의 상징으로 남았다.
라마르조코의 급격한 성장 이후 독립 보일러 시스템과 정밀 온도 보정으로 추출 변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시네소’(Synesso), 저유량 프리인퓨전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슬레이어’(Slayer)가 더해지면서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은 스페셜티 커피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다.
라마르조코를 포함한 하이엔드 머신의 가격은 2000만원 이상으로 초기 창업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중고 시장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라마르조코를 포함한 하이엔드 머신 외에도 ▲시모넬리 ▲란실리오 ▲페이마 등 메인스트림 브랜드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한국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씨메’(CIME)가 가성비의 대표 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롬바르디아에서 출발한 씨메는 멀티보일러와 고출력 모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을 제공한다. 최저 가격은 6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내구성과 소모품 관리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하이엔드 머신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초보 창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성비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반자동 머신 가운데 독특한 추출 헤드를 통해 탄탄한 질감의 에스프레소를 구현하는 ‘페이마’(Faema),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커피 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와 오랫동안 협업한 ‘달라코르테’(Dalla Corte) 역시 메인스트림 브랜드 중에서 품질 대비 합리적인 선택지로 평가받는다.

‘가성비’로 주목받는 국산·전자동 머신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이 주도하는 한국 커피 산업에서 최근 들어 한국형 머신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방정호가 설립한 ‘비다스 테크’(Vidas Tech)다.비다스는 언더바 머신부터 최신 3그룹 하이엔드 모델까지 라인업을 갖췄으며, ▲유량 변화 제어 ▲자동 세정 ▲안정적인 보일러 ▲직관적인 조작계 등 다양한 기능으로 스페셜티 업계 전문가에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SCAJ) 컨벤션에 한국을 대표해 초청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비다스 머신 가격은 1000만원 초반대부터 형성됐다.
‘엘로치오’(Eleochio)는 준상업용 머신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소형 카페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가격대는 600만원부터 시작하고, 1인 카페나 디저트 매장에 적합하다. 단순한 구조와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국산 머신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엘로치오가 국산 머신의 보급형이라면, 비다스는 프리미엄 영역에서 한국형 머신의 위상을 끌어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가 전자동 머신을 도입한 후 할리스, 엔제리너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뒤를 따르고 있다. 전자동 머신은 고품질 추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숙련되지 않은 파트타이머가 많은 매장에서 일정한 품질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마스트레나’(Mastrena), 독일 주방 가전업체의 ‘WMF’, 스위스의 전자동 머신 ‘유라’(Jura)등이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자동 머신이다. 상업용 전자동 머신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2000만원 이상이다.
국산 머신의 품질이 빠르게 향상되는 가운데 메인스트림 브랜드의 가성비 모델은 창업자의 가격 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전자동 머신까지 시장에 안착하면서 비싼 머신이 최선이라는 공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매장의 지향점과 정체성 기반해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맞춰 브랜딩 전략에 기초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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