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chnologist] 블로거들이여! 미몽에서 깨라
- [The Technologist] 블로거들이여! 미몽에서 깨라
지난 2년 동안 블로그를 사업으로 키울 생각만 하고 살아왔다. 쉴 새 없이 내 사이트 ‘스티브 잡스의 비밀일기’에 하루 10~20개씩 글을 올렸다. 택시 안에서도 블랙베리를 이용해 올리고, 한밤중에도 아이디어가 떠올라 잠에서 깨면 곧바로 글을 올렸다. 이 무지개의 가장자리에는 커다란 황금 단지가 묻혀 있을 거라고 자신을 달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이 계속 그 환상에 끼어들었다. 첫 번째 깨달음은 2007년 8월 얻었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그때까지 비밀로 했던 나의 정체를 드러내는 기사를 실었다. 그날 하룻동안 50만 명 이상이 내 사이트를 방문했다(내 블로그 사상 최고의 날이었다). 난 구글의 ‘애드센스 프로그램’ 덕분에 100달러 남짓한 돈을 벌었다.
150만 명이 사이트를 방문했던 8월 내내 무려(?) 1039.81달러를 벌었다. 내친 김에 좀 더 돈벌이가 되는 광고계약을 했다. 그러나 본업을 그만둬도 좋을 만큼 충분한 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결국 블로그를 폐쇄했다. 금전적 이유라기보다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였다. 난 정력이 소진된 느낌이 들었다.
몸무게도 처음 블로그를 열었을 때보다 9㎏쯤 불어났다. 블로그로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많겠지만 큰돈을 버는 일은 어렵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었다. 다른 블로거들도 초기에 느끼던 행복감이 피로감으로 바뀌면서 나와 똑같은 하향곡선을 긋는 듯하다. ‘테크크런치’ 블로그 제국으로 매월 600만 명의 독자를 유치하던 마이클 애링턴이 3년의 논스톱 행진 끝에 한 달간 휴식에 돌입했다.
본인 말로는 지치기도 했거니와 블로그 세계의 황당함(그는 스토킹을 당하고 협박도 받았으며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때문이었다. 1년 전부터 회사 매각을 염두에 뒀다가 자신이 부르는 값(1억 달러라는 소문이 있다)을 내겠다는 원매인이 나타나지 않아서 쉬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잘나가는 블로그 네트워크 고커 미디어는 최근 3년 동안 고전해온 IT 블로그 ‘밸리왜그’의 작가 중 한 명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해고했다. 1월엔 우파 정치 블로거들의 집단인 파자마스 미디어가 자체 광고 네트워크를 폐쇄했다. CEO 로저 사이먼은 그것이 “3년 동안 돈만 잡아먹었다”고 말했다.
2005년 하반기에 ABC 뉴스 웹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는 어느 칼럼니스트는 2010년이면 블로그 세계가 “새로운 대기업과 미디어 스타 집단”을 만들어내고 “남보다 한발 앞서 이들 기업에 동참하거나 투자하는 사람은 수십억 달러를 벌 것”이라고 예측했다(블로그 세계의 일부 요소를 비판한 내 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가 한 말의 앞부분은 어느 정도는 맞았다. 그런데 웬 수십억 달러?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블로그 광고에 쓰인 돈은 통틀어 봐야 고작 4억1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인터넷 광고에 밀려든 237억 달러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새 발의 피다.
그런가 하면 이 돈 역시 미국에서 모든 형태의 광고에 지출된 돈 2768억 달러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012년이면 블로그 광고비가 7억4600만 달러에 이르고 온라인 총 광고비는 3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이마케터가 내다봤다. 지난해엔 블로그 광고보다 e-메일 광고에 더 많은 돈이 쓰였다.
그렇다고 e-메일이 거금을 벌어들일 차세대 미디어 사업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있었던가? 블로그 검색엔진인 테크노크라티는 광고를 게재하는 블로거들이 연평균 5060달러를 번다고 추산했다. 아직은 이들이 페라리를 살 만큼은 안 된다. 광고주들이 블로그를 기피하는 이유는 우선 너무나 예측이 불가능한 데다 대규모 집단이라 할 만큼 많은 독자를 끌어 모으는 블로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블로그가 있더라도 경쟁이 워낙 치열해 광고비가 가련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사회 미디어를 수익 창출을 위한 모델로 삼는 데 대한 기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이마케터의 분석가 폴 버나가 말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정이 더욱 꼬이지만 진짜 문제는 “짭짤한 수익을 창출하는 명확한 사업모델이 없다는 점”이라고 버나가 말했다.
물론 그중엔 작은 금광이라고 할 만한 블로그도 있다. 고커 미디어가 운영하는 전자용품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는 지난 1월 9800만 건의 페이지 조회라는 기록을 세웠고 “수익성이 매우 좋다”고 고커의 CEO 닉 덴튼이 말했다. 한 부부가 팀으로 운영하는 개인 일기 블로그 ‘두스’는 연 50만~100만 달러를 번다고 그들의 광고접수 업무를 대행하는 페더레이티드 미디어가 밝혔다.
애링턴은 테크크런치가 2007년 300만 달러를 벌었고 2008년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보다는 값이 덜 나가겠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를 내다 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성공사례를 보고 블로그 세계로 계속 돈이 몰린다. 허핑턴 포스트는 몇 달 전 2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편집장 티나 브라운이 이끄는 데일리 비스트는 배리 딜러가 소유한 IAC/인터액티브코퍼레이션에서 자금을 지원해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그러나 허핑턴 포스트와 데일리 비스트는 진정한 블로그가 아니다. 그 회사들은 미디어 기업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그중 일부 블로거의 글을 게재할 뿐이다.
일부 특급 블로거는 자기 작품을 ‘수입원’으로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욕을 많이 먹는 ‘주류 미디어’로 복귀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치 논평가 앤드루 설리번이 그런 경우인데 그의 블로그 ‘데일리 디시’는 지금 월간지 애틀랜틱먼슬리의 웹사이트에 실리고 있다. 짐작하건대 설리번은 번듯하게 살지 않을까?
그나저나 잠옷 바람으로 블로그를 써서 수백만 달러를 번다는 사나이의 꿈은 어찌 됐을까? 또는 그 잠옷 바람의 사나이에게 투자해 수십억 달러를 거머쥐겠다는 투자자들의 꿈은? 바로 그런 꿈을 꿨던 내 말을 경청해 보시라. “그 꿈이 실현되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또 하나의 하이테크 동화로만 보일 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라부부 50% 할인에 좋아했는데…'날벼락' 맞았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홍진경, 22년 만에 이혼…유튜브서 입장 밝힌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고개 푹 김건희 "아무 것도 아닌 제가 심려끼쳐 죄송"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 홈플러스 4개점 인수 관련 대출 5800억, 만기 1년 연장 성공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주가에 막힌 HLB·HLB생명과학 합병, 재추진 가능성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