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클럽 호반건설 성공스토리 - 변방에서 중심으로… 원칙 지켜 경기침체 넘다
1조클럽 호반건설 성공스토리 - 변방에서 중심으로… 원칙 지켜 경기침체 넘다
최근 건설업계 핫이슈는 단연 호반건설이다. 1980년대 말 광주에서 작은 회사로 출발해 2014년 주택공급 순위 1위에 올랐다. 최근엔 금호산업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다양한 추측도 낳고 있다. 재계는 향토기업에서 전국구 스타로 성장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며칠 뒤 진행된 청약 결과는 ‘전 평형 1순위 마감’. 1214가구 모집에 총 9875명이 몰려 평균 8.13대 1로 마감됐다. 비슷한 시기 광명 역세권지구에 대우건설(광명역 푸르지오), GS건설(광명역 파크자이)도 분양에 나섰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는 호반건설의 고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공간 배치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호반건설은 이어 12월 진행한 ‘시흥 목감 호반베르디움 1·2차’ 분양에서도 각각 평균 4.72대 1, 2.62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수원 호매실 호반베르디움’ 분양에서도 평균 2.1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 성공을 이어갔다. ‘공공택지 확보의 귀재’, ‘완판 분양의 대명사’, ‘무차입 경영 신화’의 호반건설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위례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과 전국의 주요‘혁신도시’에서 1만5365가구를 공급해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집계한 연간 주택공급 실적(일반 분양 물량 기준) 1위에 올랐다. 전년도 분양 물량(4200가구)보다 4배 가까운 수치다. 대형 건설사 중 1만 가구 이상 공급한 곳은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4곳 뿐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중견업체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 것은 공급 물량이 많으면 실패하는 사업장도 있을 법 한데 대부분 ‘완판(완전판매)’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호반건설은 경기도 오산에 공급한 ‘세교신도시 호반베르디움’ 일부 물량을 빼고는 모두 분양에 성공했다. 분양호조에 힘입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도 뛰어 올랐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 시공능력평가’에서 시공능력평가액 2조347억원을 기록해 15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9계단 높은 순위다. 현재 보유 중인 택지 규모만 1조원 수준이라 그 기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새해 들어 인천 송도 호반베르디움(1153가구), 경기도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1695가구) 분양으로 여전히 질주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중견 건설사이지만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영업력 등에서 업계 최상위라는 평가다. 김상열(54) 호반건설 회장은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통한 부지 확보 전략과 공공택지 중심의 저가 분양 정책으로 건설업계의 불황속에서도 살아남았다. 2007년 1866억원에 불과하던 호반건설 매출은 2013년 1조1935억원으로 올랐다. 순이익이 1091억원으로, 포스코건설(987억원)보다 많다. 계열사도 호반비오토, 호반티에스, 호반베르디움, KBC광주방송, 스카이밸리CC 등 여럿이다. 업계에서는 호반이 계열사 매출까지 더하면 연매출 2조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호반건설은 전남 보성 출신의 김상열 회장이 1989년 설립했다. 6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독학으로 조선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잠시 중소건설사에 몸담았다가 자본금 1억원을 모아 건설사를 세웠다. 자금이 부족해 애초부터 좋은 땅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광주의 외곽지역인 북구 삼각동 부지를 싼값에 매입해 140여 가구 임대 아파트를 지었지만 변두리 땅이라 수요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그때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왔다. 아파트가 완공되기 직전 주변에 살레시오고, 전남공고 등 광주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은 고등학교들의 이전 계획이 잡히면서 아파트는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1998년 외환위기는 두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 당시 광주에서 사업을 하던 비슷한 규모의 10개 건설사 대부분이 도산하는 등 생사의 기로에서 김 회장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헐값에 내놓자 이를 사들여 ‘호반리젠시빌’이라는 브랜드의 임대아파트를 대거 분양한 것이다. 호반은 1997년부터 1999년 사이 임대아파트를 1만6000채나 지었고, 대부분의 물량이 팔렸다. 이후 김 회장은 울산, 대전, 천안, 전주 등지로 사업을 확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2005년에는 고급 주택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선보이고 본사를 서울 역삼동으로 옮겨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지구를 시작해 용인 흥덕, 인천 청라, 청주 강서 등 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택지지구 땅을 사들여 자체 시행, 자체 시공 사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주택경기 침체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앞 다퉈 해외 토목, 플랜트 사업 등에 진출 했지만 호반은 이때도 주택건설에만 전념하면서 힘의 공백이 생긴 주택시장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호반건설의 흑자경영 비결은 알고보면 단순하다.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동원해 택지를 확보하고, 저가 분양으로 단숨에 주택을 팔아 치운다. 철저한 공공택지 공략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도 아꼈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에는 오너인 김상열 회장의 독특한 경영 원칙이 존재한다. 첫 번째, ‘분양률 90% 룰’이다.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미분양 사업장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업장을 만들 경우 경영 위험성도 높아지고 직원들의 목표 달성 집중도도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기업 내에선 ‘조기 경보 시스템’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호반건설이 지은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높은 분양률을 자랑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는다.
두번째,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한 무차입 경영 원칙이다. 김 회장은 ‘단 한 장의 어음도 사용하지 않고 공사비 100% 전액 현금결제’를 표방한다. 금융위기 당시 광주지역의 내로라하는 건설사가 대거 부도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김 회장은 ‘안정성’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2010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김 회장은 주위에 “차입금이 아니라 내 돈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음을 막지 못하면 부도로 이어지는 만큼 부도 가능성을 아예 없앤다는 차원에서 어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곤 했다.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결국 분양가에서 다른 경쟁 사업장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2010년 71.8%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6.0%로 낮아졌다. 대형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유한 현금도 상당하다. 지난해 호반건설은 자본잉여금 4011억원, 이익잉여금 5972억원 등 사내 유보금이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한국신용평가는 호반건설의 신용도를 ‘BBB+’에서 ‘A-’로 상향조정했다. “현금 여력이 충분하고, 재무안정성이 강화됐으며, 사업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게 한국신용평가 측 설명이다. 대한주택보증도 호반건설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등급으로 매겼다. 김 회장은 이같은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헐값에 나온 토지를 매입하며 알토란같은 주택용지를 확보했다. 김 회장은 땅을 사들일 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철저히 주거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나 지방 산업단지 인근 공동주택용지를 공략했다. 2013년에도 향후 시장회복을 예상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할인해 내놓는 택지 입찰에 집중해 수원 호매실, 오산 세교지구, 광명역세권, 시흥 배곧신도시 등 12개 사업지를 잇달아 매입했다. 하지만 이미 확보한택지라도 초기 분양률이 70%가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 예외 없이 매각했다. 남들이 알짜라고 여긴 천안, 평택 등 6곳의 공공택지를 팔아치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반건설은 택지개발지구에서 분양하는 알짜 땅을 사들이기 위해 계열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하는 전략을 펼친다. 최근엔 금싸라기로 평가받는 호남대 광주 쌍촌캠퍼스 땅을 1615억원에 호반건설 계열사가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쌍촌동은 광주 최고의 상업지구인 상무지구와 인접해 있고 용적률까지 완화되는 추세여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슬림한 조직에서 이뤄지는 신속한 의사결정도 호반건설의 장점이다. 부산지역 출신의 한 중견 건설회사 관계자는 “호반건설 직원 수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 3분의 1 수준”이라며 “아웃소싱을 통해 효율성과 단가를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반건설 직원들을 만나보면 명함에 ‘청년기업’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조직의 유연화와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표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설업계는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원가 관리를 강화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 온기가 감돌면서 실적개선에 대한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유가하락과 환율불안 등 대내외 경기 변수는 여전히 위협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택지 지구 토지 매입 후 아파트를 지어 파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호반건설도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신도시 공급을 중단하고 향후 3년간 신규 택지지구 지정도 하지 않겠다고 기조를 세우면서 기존의 성장 기반이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은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이나 상가개발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2013년 4월 처음으로 진출한 쇼핑몰 사업이다. 호반건설은 경기도 판교 신도시에 있는 주상복합 서밋 플레이스의 상가 자리(지하1층~지상3층)를 100% 직영체제의 스트리트몰 ‘아브뉴프랑’으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고급 식음료점, 패션매장이 입점한 이곳은 독특한 외관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단기간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호반건설은 올해 광교신도시에도 아브뉴프랑을 개점할 예정이며, 광명역 호반베르디움에도 입점한다는 계획이다.
M&A도 호반건설의 승부수다. 곳간에 쟁여놓은 현금이 충분한 데다 사세 확장을 위해서는 건설업에서 탈피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평소에는 사업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승부처에서는 그동안 과감한 M&A로 몸집을 키워왔다. 2001년 경기도 여주 스카이밸리CC를 시작으로 2010년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 등 골프장사업에 투자했다. 2011년에는 광주·전남 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을 인수하기도 했다. 호반은 지난해 매물로 나온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 쉐라톤 인천호텔, 파르나스호텔, 쌍용건설 등의 인수후보자로도 끊임없이 거명됐다. 이랜드 품으로 들어간 베어스타운 인수도 적극 타진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금호산업 주식 매입을 두고 여러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주식 6.16%(약 205만주)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5.13%),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4.94%)보다 높다. 두 회사 모두 호남 기반이라 업계 에선 ‘사업이 커진 동네 동생이 가세가 기운 이웃 형네 땅을 산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호반건설측은 금호산업 주가가 저평가돼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올해 금호산업 경영권 매각이 예정돼 있는만큼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호반건설이 본격적인 인수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조만간 금호산업 지분 57.5%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재계에서 금호산업 경영권의 향배와 관련해 호반건설을 주목하는 이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순환 고리를 갖추고 있다. 금호산업을 장악하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굵직한 그룹 계열사까지 한꺼번에 삼킬 수 있는 구조다. 호반건설과 관련해 이처럼 시장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지만 김상열 회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수원 호매실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한 김 회장은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도 “할 말이 없습니다”며 입을 닫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어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호반건설의 금호사업 지분 매입은 ‘꽃놀이 패’라고 말한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새 주인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와 관계없이 누구의 손에 의해서든 경영 정상화가 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주식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1만2392원이었다. 최근 금호산업 주가가 2만1900원(1월 19일 종가 기준)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벌써 상당한 평가이익을 본 셈이다.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투자수익을 극대화 하는 동시에 금호산업과 향후 협력을 통한 사업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다.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최근 M&A 전문가인 전중규 대표이사를 경영 일선에 세운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M&A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여신 본부 부행장 출신의 전 대표는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주도했고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현대종합상사 등 대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성공시키면서 M&A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조클럽에 오른 재계의 신흥 강자, 1조원의 현금을 지닌 호반건설이 주목되는 이유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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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진행된 청약 결과는 ‘전 평형 1순위 마감’. 1214가구 모집에 총 9875명이 몰려 평균 8.13대 1로 마감됐다. 비슷한 시기 광명 역세권지구에 대우건설(광명역 푸르지오), GS건설(광명역 파크자이)도 분양에 나섰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는 호반건설의 고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공간 배치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호반건설은 이어 12월 진행한 ‘시흥 목감 호반베르디움 1·2차’ 분양에서도 각각 평균 4.72대 1, 2.62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수원 호매실 호반베르디움’ 분양에서도 평균 2.1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 성공을 이어갔다.
주택공급 1위 오르며 대형 건설사 위협
주목할 것은 공급 물량이 많으면 실패하는 사업장도 있을 법 한데 대부분 ‘완판(완전판매)’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호반건설은 경기도 오산에 공급한 ‘세교신도시 호반베르디움’ 일부 물량을 빼고는 모두 분양에 성공했다. 분양호조에 힘입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도 뛰어 올랐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 시공능력평가’에서 시공능력평가액 2조347억원을 기록해 15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9계단 높은 순위다. 현재 보유 중인 택지 규모만 1조원 수준이라 그 기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새해 들어 인천 송도 호반베르디움(1153가구), 경기도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1695가구) 분양으로 여전히 질주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중견 건설사이지만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영업력 등에서 업계 최상위라는 평가다. 김상열(54) 호반건설 회장은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통한 부지 확보 전략과 공공택지 중심의 저가 분양 정책으로 건설업계의 불황속에서도 살아남았다. 2007년 1866억원에 불과하던 호반건설 매출은 2013년 1조1935억원으로 올랐다. 순이익이 1091억원으로, 포스코건설(987억원)보다 많다. 계열사도 호반비오토, 호반티에스, 호반베르디움, KBC광주방송, 스카이밸리CC 등 여럿이다. 업계에서는 호반이 계열사 매출까지 더하면 연매출 2조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호반건설은 전남 보성 출신의 김상열 회장이 1989년 설립했다. 6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독학으로 조선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잠시 중소건설사에 몸담았다가 자본금 1억원을 모아 건설사를 세웠다. 자금이 부족해 애초부터 좋은 땅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광주의 외곽지역인 북구 삼각동 부지를 싼값에 매입해 140여 가구 임대 아파트를 지었지만 변두리 땅이라 수요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그때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왔다. 아파트가 완공되기 직전 주변에 살레시오고, 전남공고 등 광주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은 고등학교들의 이전 계획이 잡히면서 아파트는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1998년 외환위기는 두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 당시 광주에서 사업을 하던 비슷한 규모의 10개 건설사 대부분이 도산하는 등 생사의 기로에서 김 회장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헐값에 내놓자 이를 사들여 ‘호반리젠시빌’이라는 브랜드의 임대아파트를 대거 분양한 것이다. 호반은 1997년부터 1999년 사이 임대아파트를 1만6000채나 지었고, 대부분의 물량이 팔렸다. 이후 김 회장은 울산, 대전, 천안, 전주 등지로 사업을 확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2005년에는 고급 주택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선보이고 본사를 서울 역삼동으로 옮겨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지구를 시작해 용인 흥덕, 인천 청라, 청주 강서 등 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택지지구 땅을 사들여 자체 시행, 자체 시공 사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주택경기 침체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앞 다퉈 해외 토목, 플랜트 사업 등에 진출 했지만 호반은 이때도 주택건설에만 전념하면서 힘의 공백이 생긴 주택시장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호반건설의 흑자경영 비결은 알고보면 단순하다.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동원해 택지를 확보하고, 저가 분양으로 단숨에 주택을 팔아 치운다. 철저한 공공택지 공략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도 아꼈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에는 오너인 김상열 회장의 독특한 경영 원칙이 존재한다. 첫 번째, ‘분양률 90% 룰’이다.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미분양 사업장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업장을 만들 경우 경영 위험성도 높아지고 직원들의 목표 달성 집중도도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기업 내에선 ‘조기 경보 시스템’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호반건설이 지은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높은 분양률을 자랑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는다.
두번째,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한 무차입 경영 원칙이다. 김 회장은 ‘단 한 장의 어음도 사용하지 않고 공사비 100% 전액 현금결제’를 표방한다. 금융위기 당시 광주지역의 내로라하는 건설사가 대거 부도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김 회장은 ‘안정성’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2010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김 회장은 주위에 “차입금이 아니라 내 돈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음을 막지 못하면 부도로 이어지는 만큼 부도 가능성을 아예 없앤다는 차원에서 어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곤 했다.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결국 분양가에서 다른 경쟁 사업장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2010년 71.8%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6.0%로 낮아졌다. 대형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유한 현금도 상당하다. 지난해 호반건설은 자본잉여금 4011억원, 이익잉여금 5972억원 등 사내 유보금이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한국신용평가는 호반건설의 신용도를 ‘BBB+’에서 ‘A-’로 상향조정했다. “현금 여력이 충분하고, 재무안정성이 강화됐으며, 사업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게 한국신용평가 측 설명이다. 대한주택보증도 호반건설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등급으로 매겼다.
현금 없이는 삽 뜨지 않는다
호반건설은 택지개발지구에서 분양하는 알짜 땅을 사들이기 위해 계열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하는 전략을 펼친다. 최근엔 금싸라기로 평가받는 호남대 광주 쌍촌캠퍼스 땅을 1615억원에 호반건설 계열사가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쌍촌동은 광주 최고의 상업지구인 상무지구와 인접해 있고 용적률까지 완화되는 추세여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슬림한 조직에서 이뤄지는 신속한 의사결정도 호반건설의 장점이다. 부산지역 출신의 한 중견 건설회사 관계자는 “호반건설 직원 수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 3분의 1 수준”이라며 “아웃소싱을 통해 효율성과 단가를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반건설 직원들을 만나보면 명함에 ‘청년기업’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조직의 유연화와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표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설업계는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원가 관리를 강화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 온기가 감돌면서 실적개선에 대한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유가하락과 환율불안 등 대내외 경기 변수는 여전히 위협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택지 지구 토지 매입 후 아파트를 지어 파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호반건설도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신도시 공급을 중단하고 향후 3년간 신규 택지지구 지정도 하지 않겠다고 기조를 세우면서 기존의 성장 기반이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은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이나 상가개발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2013년 4월 처음으로 진출한 쇼핑몰 사업이다. 호반건설은 경기도 판교 신도시에 있는 주상복합 서밋 플레이스의 상가 자리(지하1층~지상3층)를 100% 직영체제의 스트리트몰 ‘아브뉴프랑’으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고급 식음료점, 패션매장이 입점한 이곳은 독특한 외관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단기간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호반건설은 올해 광교신도시에도 아브뉴프랑을 개점할 예정이며, 광명역 호반베르디움에도 입점한다는 계획이다.
M&A도 호반건설의 승부수다. 곳간에 쟁여놓은 현금이 충분한 데다 사세 확장을 위해서는 건설업에서 탈피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평소에는 사업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승부처에서는 그동안 과감한 M&A로 몸집을 키워왔다. 2001년 경기도 여주 스카이밸리CC를 시작으로 2010년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 등 골프장사업에 투자했다. 2011년에는 광주·전남 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을 인수하기도 했다. 호반은 지난해 매물로 나온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 쉐라톤 인천호텔, 파르나스호텔, 쌍용건설 등의 인수후보자로도 끊임없이 거명됐다. 이랜드 품으로 들어간 베어스타운 인수도 적극 타진한 바 있다.
금호산업 지분매입에 재계 촉각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순환 고리를 갖추고 있다. 금호산업을 장악하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굵직한 그룹 계열사까지 한꺼번에 삼킬 수 있는 구조다. 호반건설과 관련해 이처럼 시장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지만 김상열 회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수원 호매실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한 김 회장은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도 “할 말이 없습니다”며 입을 닫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어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호반건설의 금호사업 지분 매입은 ‘꽃놀이 패’라고 말한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새 주인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와 관계없이 누구의 손에 의해서든 경영 정상화가 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주식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1만2392원이었다. 최근 금호산업 주가가 2만1900원(1월 19일 종가 기준)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벌써 상당한 평가이익을 본 셈이다.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투자수익을 극대화 하는 동시에 금호산업과 향후 협력을 통한 사업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다.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최근 M&A 전문가인 전중규 대표이사를 경영 일선에 세운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M&A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여신 본부 부행장 출신의 전 대표는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주도했고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현대종합상사 등 대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성공시키면서 M&A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조클럽에 오른 재계의 신흥 강자, 1조원의 현금을 지닌 호반건설이 주목되는 이유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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