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피해 보상이 아닌 판촉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1월15일부터 1조6850억원 규모의 구매 이용권을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들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쿠팡이 밝힌 고객 보상안은 1회 사용이 가능한 구매 이용권 4가지로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이다. 구매 이용권은 탈퇴 회원에게도 지급된다.

이는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에 구체화된 것이다. 앞서 지난 11월 29일 쿠팡은 고객 계정 3370만개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 측이 밝힌 유출 개인정보 항목은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이름·전화번호·주소) ▲최근 주문 이력 등이다. 모두 보이스 피싱·스미싱 등 2차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쿠팡의 모든 임직원은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고객에게 얼마나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쳤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고객 보상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판촉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회사가 고객 보상안을 발표한 당일(12월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쿠팡 트래블, 알럭스가 도대체 뭔가.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에 쿠폰 끼워팔기,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 와중에 판촉행사, 영업을 하나”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창진 선임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피해 회복을 위한 진정한 조치라기보다 보상이라는 외피를 씌운 판촉 행위에 가깝다. 국민 피해에 대한 보상조차도 미끼 상품을 내걸어 플랫폼 활성화를 노린 글로벌 기업다운 쿠팡의 수습책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보상 내용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쿠팡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 보상은 고작 5000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고가 상품 구매를 전제로 하거나 별도의 서비스 쿠폰으로 쪼개어 구성돼 있다. 피해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 소비를 유도하는 할인쿠폰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쿠팡 고객 보상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차갑다. 고객 보상안 발표 당일 SNS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게시물 등이 대거 등장했다. “위기에도 돈을 벌겠다는 마인드 대단하다”, “결국 쿠팡을 더 쓰라는 것 아니냐”, “탈팡족 다시 끌어모으려는 전략”, “알럭스와 트래블을 홍보하려는 것”, “실제 쓸만한 것은 쿠팡과 쿠팡이츠뿐” 등 정치권에서 나온 부정적인 의견과 유사했다.

물론 쿠팡 고객 보상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SNS에 “알럭스에 화장품이 많은데, 구매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정보 유출하고 입을 꾹 닫고 있는 기업보다 낫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한편 쿠팡은 최근 정부 기관과의 조사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를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유출자는 3370만개의 고객 계정에 접근했지만, 3000개의 제한된 정보만 저장했다. 해당 정보의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 행위는 없었으며, 현재 모두 삭제됐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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