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50대 부자 리스트] 말레이시아 부자 35위 패트릭 그로브 캣차그룹 창업자
[말레이시아 50대 부자 리스트] 말레이시아 부자 35위 패트릭 그로브 캣차그룹 창업자
VOD(video-on-demand)를 둘러싼 가입자 유치경쟁에 불이 붙었다. 온라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업가 패트릭 그로브는 쿠알라룸푸르에 소재한 자신의 스타트업 아이플릭스가 아시아를 포함한 여타 지역에서 그 경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 말한다.쿠알라룸푸르 미드밸리 쇼핑몰에 자리한 캣차그룹 본사. 패트릭 그로브(Patrick Grove·41)는 당구대에 몸을 기대고 서 있다. 연달아 스타트업을 창업한 인터넷업계의 선구자 패트릭 그로브지만 오늘은 현지의 한 맞춤양복점을 홍보하며 본업과는 다소 동떨어진 업무를 보는 중이다. “지난 5년 동안 양복을 입은 것은 두 번입니다.”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패트릭 그로브는 특유의 쉰 듯한 목소리로 농담을 던진다. “한 번은 결혼식에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이혼하는 자리에서였지요.”
그 날 밤 그로브는 공식만찬에서 상을 수상할 예정이었지만, 단벌 양복을 싱가포르에 있는 집에 두고 온 터였다. 맞춤양복점에 전화를 하자, 양복점은 패트릭 그로브가 홍보용 동영상을 찍어주면 대신 맞춤양복을 무료로 제작해주겠노라는 제안을 했다. 이리하여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낸 패트릭 그로브는 카메라맨으로부터 자기 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저는 자랑스러운 동남아시아인입니다. 저는 인생을 제가 기업가가 된 시점을 기준으로, 24세 이전 그리고 그 이후의 두 시기로 나눕니다.” 그가 갖고 있는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며 산업 전체에 와해적 변화를 불러오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위대한 기업이란 사업 2년차에 접어든 월정액 VOD제공업체 아이플릭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패트릭 그로브는 개발도상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그가 소유한 캣차그룹 산하의 아이플릭스는 현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이플릭스에 가입하면 불법복제 DVD 한 개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월사용료를 내고 2만 시간 분량의 영화·TV 콘텐트를 언제든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월사용료는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달러 내외이다. 디즈니, 파라마운트, 소니, BBC, 미디어프리마 등 100개가 넘는 영화사와 배급업체의 콘텐트가 각국 언어의 자막 또는 더빙으로 제공된다. 잠재 투자자들에게 아이플릭스를 홍보하기 위한 엘레베이터 피치는 보통 ‘신흥시장을 겨냥한 넷플릭스(the Netflix for emering markets)’라는 말로 시작할 법하다. 그러나 패트릭 그로브와 아이플릭스의 최고경영자 마크 브릿은 왜 아이플릭스가 정말 넷플릭스와 다른지 그리고 왜 미국시장을 염두에 둔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주요 경쟁상대가 아닌지 그 이유를 먼저 명확히 짚고 넘어간다. 아이플릭스의 경쟁상대는 불법복제 콘텐트다. 이 둘의 추산에 따르면 신흥시장에서 매년 불법복제 DVD 구매에 지출되는 금액은 대략 6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불법 콘텐트를 스트리밍하는 온라인 비디오 채널, 이른바 ‘토렌트(torrent)’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콘텐트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우리는 인터넷 TV에 혁명을 불러오고자 합니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이다. “불법복제, 유튜브, 공짜 인터넷 TV, 케이블 등의 생태계를 보면, 이는 그야말로 망가진 시스템입니다. 앞으로 20년은 걸리겠지만, 저는 우리가 신흥시장에서 온라인으로 영화와 TV 컨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트릭 그로브는 이제 41세의 나이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이 업계에 몸담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닷컴 열풍이 불던 시기 사업의 첫 걸음을 뗀 패트릭 그로브는 2000년 파산을 경험했고 결국 다시 온라인 업계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매일 기존의 것을 와해하자 (Disrupting Things Daily, 자신의 이메일에 덧붙인 태그라인이기도 하다)”라는 자신의 신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패트릭 그로브는 호주 주식거래소에 4개, 말레이시아주식거래소에 1개의 말레이시아 기업을 상장시켰다. 2015년 11월 패트릭 그로브와 여타 투자자들은 이 중 한 곳을 5억3400만 달러의 평가액에 뉴스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 아이플릭스 및 캣차그룹 산하의 온라인 기업 3곳에 보유한 지분 및 다양한 자산매각에서 창출된 현금을 기반으로 패트릭 그로브는 포브스아시아가 발표한 말레이시아 최고부자 순위에서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패트릭 그로브의 순자산은 4억 달러로 추산된다.
아이플릭스가 외부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투자액은 적어도 1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데, 이 중 1억 달러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쿠웨이트의 자인그룹,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에볼루션미디어캐피털 그리고 모기업인 캣차그룹이 이번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이 밖에 지난 3월 4500만 달러를 투자한 후 투자액을 더욱 늘린 유럽의 스카이TV로 포함된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에 따르면 아이플릭스의 평가액은 현재 “5억 달러 후반대”에 이른다.
그러나 수억 달러가 추가로 수혈되어야 할 것이다. 런던에 소재한 디지털TV리서치사에 따르면, 전세계 월정액비디오콘텐트산업 매출은 2021년경 257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에서 아이플릭스의 경쟁사는 싱텔-소니의 후크, PCCW의 뷰 및 여타 거대기업들의 지원을 등에 입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중 아이플릭스처럼 2020년까지 가입자수를 10억 명까지 늘릴 것이라 공언한 기업은 없다. (현재 가입자수는 400만 명에 불과하다.) 수년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패트릭 그로브와 마크 브릿은 2~3개의 거대기업을 제외할 경우 개도국의 신흥중산층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로컬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는, 좀 더 작은 몸집의 글로벌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플릭스는 이같은 기업이 되어 전세계 50개 국가 이상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자사의 핵심적인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마다 어떤 업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 투자자들은 해외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시장의 선구자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로컬시장에는 경쟁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민첩하게 사업을 실행한다면, 모두들 자기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 두려워하는 미국 기업들보다 분명 더 훌륭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이다. “우리는 각각의 시장에 맞춤화되어 있습니다. 모든 인구 계층에 어필하고 있지요. 인도네시아의 경우, 우리가 제공하는 영화 및 TV 프로그램의 50%는 인도네시아의 로컬 콘텐트입니다.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국가에서 소비되는 아이플릭스 콘텐트 중 중복되는 것은 20%에 불과합니다.”
아시아 몇몇 지역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패트릭 그로브는 2015년 아이플릭스 서비스를 처음으로 출시했을 때부터 스트리밍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동영상을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다운로드받아 이를 오프라인으로 휴대폰, 태블릿 혹은 TV에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러한 다운로드 기능은 패트릭 그로브 자신의 말에 따르면, “하나의 컨셉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것이라고 믿는 서구권의 기업들은 생각해내지 못할 아이디어”였다. “저희는 세계 최초로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작년 초 기준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지난 11월에서야 다운로드 기능을 선보였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정부승인을 받지 않은 채 검열위원회의 절차를 밟거나 지불 및 스트리밍과 관련된 기술적 난관을 다루며 1개월 무료사용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나, 여기서 반발에 부딪혔다. 넷플릭스는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반대로 아이플릭스는 진출하기 이전 해당 국가의 규제 및 검열당국과 협력한다. 향후 몇 개월 안에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아이플릭스는 모든 TV 시리즈물의 모든 에피소드마다 일일이 검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편 독자적인 로컬 TV 시리즈와 영화를 제작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아이플릭스는 넷플릭스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 아이플릭스 아라비아는 몇 달 후 아이플릭스 최초의 자체 제작물 두 편을 상영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중동의 톱스타가 출연한다. 소비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아이플릭스는 필리핀 가수 케이릴 타트롱하리, 인도네시아 여배우 미쉘 지우딧(Michelle Ziudith), 태국의 코디미언 노트 태파니치(Note Taepanich),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뮤지션 아프드린 샤우키(Afdlin Shauki) 등 연예인들의 파워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 연예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트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최신정보를 제공하며, 그 대가로 소정의 아이플릭스 지분을 취득한다.
그러나 패트릭 그로브와 마크 브릿은 콘텐트, 가격 및 기술과 같은 자세한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 이전, 우선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사업 아이디어가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설득시켜야 했다. 이 사업의 기회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시청하기보다 자신이 원할 때 콘텐트를 시청하고 싶어하는, 그리고 최초이자 가장 기본적인 인터넷 연결의 매개체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개도국의 젊은이들에게 있었다. 마크 브릿의 말에 따르면 모로코, 미얀마, 파키스탄 및 나이지리아와 같은 시장은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이지만, “유료 TV의 보급률이 낮으며 인터넷 연결이 한 번에 더 높은 단계로 도약(어떤 경우는 연결이 전무한 상태에서 바로 4G로 직행한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호주 TV 방송국 및 온라인콘텐트업체에서 일하다 아이플릭스에 합류한 마크 브릿은 불법복제품이 판치는 국가의 소비자들이 정품을 구매하는 데 돈을 지불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그야말로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입니다.” 아이튠스와 스포티파이의 성공은 가격만 합리적이라면 고품질의 콘텐트를 소비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작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및 베트남에서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애널리시스메이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무려 1970명이 이미 온라인으로 동영상 콘텐트를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애널리스트 하쉬 우파드예(Harsh Upadhyay)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벤더는 구글플레이와 아이튠스였으며 그 다음으로 넷플릭스와 아이플릭스가 인기순위에 올랐다.
그러나 캣차그룹이 운영하는 성공적인 온라인 안내광고기업 아이프로퍼티와 아이카아시아 그리고 실패로 끝난 전자상거래기업 엔소고 등을 지원한 호주와 싱가포르의 투자운용사들은 이같은 사업모델을 이해하지 못했고 혹은 로컬업체가 글로벌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150차례 전화를 돌린 끝에야 그로브는 “산업 참여자”들 가운데서 호응해주는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여기에는 EMC, 스카이TV, MGM, 인도네시아의 TV업체 엠텍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던 이동통신사들이 포함되었다. 사실 최초의 투자라운드에서 유치한 1500만 달러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와 전화사업부를 모두 거느린 필리핀의 PLDT가 투자한 것이었다.
싱가포르 정글벤처스의 매니징파트너인 데이비드 가우디는 3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라운드에 투자했다. 가우디는 NBC유니버설 및 폭스네트웍스의 전 회장을 포함해 이후 아이플릭스에 합류한 임원, 디렉터 및 고문들의 숫자를 보며 안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이플릭스는 낮은 대역폭과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 등 사용자들이 너무나 자주 직면하는 제한요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화되었습니다. 그 어떠한 업체도 아이플릭스만큼 경쟁에 최적화된 입지를 구축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우디의 말이다. 경쟁 기술은 어떠한가? 케이블과 위성TV는 현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지역에서조차도 아이플릭스가 겨냥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그다지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 못하다. 한편 패트릭 그로브는 이제까지 항상 인프라기업으로 기능해왔던 이동통신사들이 아마 일부는 시도할지 모르나 자체적으로 최상급의 콘텐트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의 무료 공중파 TV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미디어제국 아스트라TV는 스포츠 라이브 방송 및 높은 인기를 누리는 한국의 새로운 TV 프로그램과 같은 온디맨드 콘텐트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트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트라이브는 작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이동통신사들과 연합해 이들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에 브릿은 아이플릭스가 이미 필리핀의 ABS-CBN 및 GMA TV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유익한 파트너십’이라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대답한다.
현재 아이플릭스는 이동통신사 아홉 곳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들 이통사는 보통 고객들에게 몇 달 혹은 일년에 걸친 시험사용기간을 제공한 후 이들을 유료사용자로 전환시켜 휴대전화요금에 서비스요금을 함께 청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사용료를 청구한다는 면에서 아이플릭스는 스마트한 기업입니다.” 파크스어소시에이츠의 리서치담당 시니어디렉터인 브렛 새핑턴의 말이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에 따르면 신용카드나 은행계좌가 없다하더라도, 누구나 전화요금은 낸다는 이야기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아이플릭스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그로브는 이 사업을 키워 예를 들어 또 다른 루퍼트 머독의 사업체에 매각할 생각은 없노라고 이야기한다. “저는 아시아에서도 위대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이다. “저희는 그 무엇이 되었던 매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는 마치 (은퇴한 미국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에게 ‘5000만 달러를 줄테니 결승전에서 뛰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패트릭 그로브의 꿈은 언제나 기업가가 되는 것이었다. 자부심이 강하며 쾌활한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그로브의 어머니 다이애나는 “컴퓨터 같은 것”에 대해서 잘 모르며 아들이 이같은 신념을 갖게 되기까지 전적으로 찬성한 것도 아니었다. 다이애나는 어린 아들을 장난감 가게인 토이자러스에 데리고 갔던 때를 회상한다. “아들은 장난감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주식을 살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하더군요.” 패트릭 그로브의 주장에 따르면 캣차그룹을 시작한 지 처음 10년 동안 어머니 다이애나는 아들이 사업을 접고 대신 싱가포르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를 바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오늘날 다이애나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6월 쿠알라룸푸르에서 패트릭 그로브가 개최하는 연례행사인 와일드디지털 컨퍼런스에서, 그는 어머니를 무대에서 소개하고 아들이 여는 행사에 어머니가 참석하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그로브의 아버지 필립은 호주 출신으로 미국 석유기업 유노컬의 변호사로 일했으며 이에 그는 자주 이사다녀야 했다. 패트릭 그로브와 두 명의 남자형제들은 싱가포르, 로스앤젤레스(이곳에서 거주하는 동안 강한 북미식 영어 악센트가 몸에 배었다), 그리고 자카르타에서 자랐다. 패트릭 그로브는 호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드니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했으며 부업으로 친구들과 함께 휴대폰 가게를 두 곳 운영했다. 졸업 후 그는 부모님에게 2년 동안 기업에서 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부모님은 현재 이혼한 상태로 아버지 필립은 시드니에 거주중이다) 아서앤더슨 시드니 지부에서 일했다. 하지만 더 오래 머무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 때는 1999년으로 닷컴거품이 한창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패트릭 그로브는 디지털 골드러시에 뛰어들기 위해 싱가포르의 집으로 향했다.
패트릭 그로브는 오랜 친구인 루크 엘리엇과 함께 1999년 6월 캣차그룹을 창업했다. 캣차그룹은 야후 포털과 같은 방식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호주에서 현지어로 6개의 검색엔진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그 다음해 4월, 캣차그룹은 32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5일 예정의 로드쇼의 일환으로 홍콩에서 두 번째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고 이미 2000만 달러를 모은 상태였다. 주식공개이전 거물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중이었고, 5일 후면 싱가포르주식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나스닥이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로드쇼는 중단되었고 아시아의 기술주는 급락했으며 캣차그룹의 주식공개는 보류되었다. 캣차그룹은 이미 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였고, 부채의 상당부분은 대대적으로 광고캠페인을 펼치느라 광고대행사 및 ‘동남아시아의 모든 TV방송국’에 빚진 것이었다.
이사들과 여타 직원들은 파산선고를 할 것을 조언했지만, 패트릭 그로브는 채권자들이 현재 달러당 5센트의 비율로 채권을 회수하기보다는 3년 이후 완전히 빚을 청산하는 것을 선호하리라 생각했다. 이에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한 개인적인 로드쇼에 나섰다. 그 당시 자신이 보여주었던 대범함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패트릭 그로브는 여전히 “사업계획보다 열정이 우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캣차그룹이 당면한 불운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뉴스기사가 쏟아져나왔지만, 채권자들은 그의 주장에 동의했다. 6개국에 300명 직원을 거느렸던 조직은 곧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두 국가의 25명 직원으로 축소되었으며, 2001년 본사를 쿠알라룸푸르로 이전했다.
패트릭 그로브와 루크 엘리엇은 얼마 남지 않은 자금을 탈탈 틀어 캣차그룹의 온라인 콘텐트 일부를 담당했으며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던 싱가포르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쥬스> 를 사들였다. 그 후 몇 년 동안 이 둘은 <헬로!> 와 같은 잡지의 현지판을 운영했고 아시아 지역에서 독자적인 잡지를 창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잡지의 광고수입으로 닷컴시절 진 채무를 상환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업이 실패를 거듭한 7년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둘의 인터넷 사업에 행운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드디어 2007년 말레이시아 부동산 포털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캣차그룹의 미디어사업부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레브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2011년 말레이시아 주식거래소에 상장되었다. 레브아시아는 현재 5개의 온라인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로 본사를 이전한 것은 비용문제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말레이시아의 임금과 렌트비용은 싱가포르의 3분의 1 수준이다. 캣차그룹의 직원 수는 창업 이후 최고치인 2000명으로 이들은 35개국에 분포되어 있지만, 본사를 다시 이전할 계획은 없다.
사실 패트릭 그로브는 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곳으로 말레이시아를 강력히 지지하게 되었다. 그는 정부지원, 훌륭한 인프라, 그리고 다개국어에 능통한 해외유학생들에게 어필하는, 영어를 사용하는 대학 등을 이유로 꼽는다. 그리고 패트릭 그로브의 말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대조적으로 가장 똑똑한 말레이시아 대학졸업생들이 갈 수 있는 다국적 기업 혹은 대규모 국영기업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볼레(boleh, 말레이시아어로 “할 수 있다”라는 뜻) 정신일 것이라 그는 덧붙인다.
“말레이시아 사람들, 특히 중국계와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어릴 적부터 정부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어쩌면 나도 나만의 기업을 창업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볼레 정신은 응석받이로 크는 것과는 정반대이지요.”
말레이시아 부자 순위에 데뷔했다고 해서 패트릭 그로브의 추진력에 힘이 빠진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그는 일주일 7일 내내 일하며, 이는 맞춤양복점에서 촬영기사에게 이야기했듯이 자신의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패트릭 그로브는 캣차그룹에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발리 해변가에 외딴 주택을 한 채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는 그 어떤 호화로운 장난감, 예술품 혹은 독특한 패션스타일도 찾아볼 수 없다. 2013년 그는 필리핀계 미국 가수 크리스타 클라이너와 결혼했으나 1년도 채 가지 못했다(그 자신은 “너무 오래” 유지했다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 재혼할 계획은 없다.
패트릭 그로브의 계획에 항상 존재하는 것은 비행기 여행이다. “저는 비행기 타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루 반마다 한 번 꼴로 패트릭 그로브는 동남아시아 어디론가를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 2~3주마다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데, 요새는 종종 투자자금 유치를 위한 여행이 주를 이룬다. 비행기 여행이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사무실 생활의 온갖 훼방거리와 회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그로브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보는 법이 없다. 대신 전자책으로 항상 들고 다니는 사업가들의 전기를 읽는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자서전은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를 주제로 한 『에이밍 하이』이다.
또한 비행기 여행은 패트릭 그로브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 주며, 이는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 스스로가 아이플릭스와 캣차에서 맡은 주요 역할이기도 하다. 패트릭 그로브는 스스로를 형편없는 CEO라 부른다. 그의 경영철학은 CEO로서의 적임자를 고용해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현재 패트릭 그로브는 아이플릭스가 스포츠 콘텐트도 제공해야 할지 숙고하는 중이다. 그는 축구를 직접 하고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이 스포츠로서 주로 즐기는 것은 축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기업가정신이 제가 즐기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훌륭하고 스마트하며 재능있는 사람들과 함께 와해적 변화를 불러오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일을 정말 잘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 SUSAN CUNNINHAM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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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그로브는 공식만찬에서 상을 수상할 예정이었지만, 단벌 양복을 싱가포르에 있는 집에 두고 온 터였다. 맞춤양복점에 전화를 하자, 양복점은 패트릭 그로브가 홍보용 동영상을 찍어주면 대신 맞춤양복을 무료로 제작해주겠노라는 제안을 했다. 이리하여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낸 패트릭 그로브는 카메라맨으로부터 자기 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저는 자랑스러운 동남아시아인입니다. 저는 인생을 제가 기업가가 된 시점을 기준으로, 24세 이전 그리고 그 이후의 두 시기로 나눕니다.” 그가 갖고 있는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며 산업 전체에 와해적 변화를 불러오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위대한 기업이란 사업 2년차에 접어든 월정액 VOD제공업체 아이플릭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패트릭 그로브는 개발도상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그가 소유한 캣차그룹 산하의 아이플릭스는 현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이플릭스에 가입하면 불법복제 DVD 한 개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월사용료를 내고 2만 시간 분량의 영화·TV 콘텐트를 언제든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월사용료는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달러 내외이다. 디즈니, 파라마운트, 소니, BBC, 미디어프리마 등 100개가 넘는 영화사와 배급업체의 콘텐트가 각국 언어의 자막 또는 더빙으로 제공된다.
개도국 대상 VOD 제공업체 ‘아이플릭스’ 창업
패트릭 그로브는 이제 41세의 나이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이 업계에 몸담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닷컴 열풍이 불던 시기 사업의 첫 걸음을 뗀 패트릭 그로브는 2000년 파산을 경험했고 결국 다시 온라인 업계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매일 기존의 것을 와해하자 (Disrupting Things Daily, 자신의 이메일에 덧붙인 태그라인이기도 하다)”라는 자신의 신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패트릭 그로브는 호주 주식거래소에 4개, 말레이시아주식거래소에 1개의 말레이시아 기업을 상장시켰다. 2015년 11월 패트릭 그로브와 여타 투자자들은 이 중 한 곳을 5억3400만 달러의 평가액에 뉴스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 아이플릭스 및 캣차그룹 산하의 온라인 기업 3곳에 보유한 지분 및 다양한 자산매각에서 창출된 현금을 기반으로 패트릭 그로브는 포브스아시아가 발표한 말레이시아 최고부자 순위에서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패트릭 그로브의 순자산은 4억 달러로 추산된다.
아이플릭스가 외부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투자액은 적어도 1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데, 이 중 1억 달러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쿠웨이트의 자인그룹,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에볼루션미디어캐피털 그리고 모기업인 캣차그룹이 이번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이 밖에 지난 3월 4500만 달러를 투자한 후 투자액을 더욱 늘린 유럽의 스카이TV로 포함된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에 따르면 아이플릭스의 평가액은 현재 “5억 달러 후반대”에 이른다.
그러나 수억 달러가 추가로 수혈되어야 할 것이다. 런던에 소재한 디지털TV리서치사에 따르면, 전세계 월정액비디오콘텐트산업 매출은 2021년경 257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에서 아이플릭스의 경쟁사는 싱텔-소니의 후크, PCCW의 뷰 및 여타 거대기업들의 지원을 등에 입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중 아이플릭스처럼 2020년까지 가입자수를 10억 명까지 늘릴 것이라 공언한 기업은 없다. (현재 가입자수는 400만 명에 불과하다.) 수년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패트릭 그로브와 마크 브릿은 2~3개의 거대기업을 제외할 경우 개도국의 신흥중산층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로컬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는, 좀 더 작은 몸집의 글로벌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플릭스는 이같은 기업이 되어 전세계 50개 국가 이상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자사의 핵심적인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마다 어떤 업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 투자자들은 해외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시장의 선구자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로컬시장에는 경쟁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민첩하게 사업을 실행한다면, 모두들 자기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 두려워하는 미국 기업들보다 분명 더 훌륭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이다. “우리는 각각의 시장에 맞춤화되어 있습니다. 모든 인구 계층에 어필하고 있지요. 인도네시아의 경우, 우리가 제공하는 영화 및 TV 프로그램의 50%는 인도네시아의 로컬 콘텐트입니다.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국가에서 소비되는 아이플릭스 콘텐트 중 중복되는 것은 20%에 불과합니다.”
아시아 몇몇 지역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패트릭 그로브는 2015년 아이플릭스 서비스를 처음으로 출시했을 때부터 스트리밍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동영상을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다운로드받아 이를 오프라인으로 휴대폰, 태블릿 혹은 TV에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러한 다운로드 기능은 패트릭 그로브 자신의 말에 따르면, “하나의 컨셉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것이라고 믿는 서구권의 기업들은 생각해내지 못할 아이디어”였다. “저희는 세계 최초로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작년 초 기준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지난 11월에서야 다운로드 기능을 선보였다.
콘텐트에 뮤지션과 연예인들의 파워를 적극 이용
한편 독자적인 로컬 TV 시리즈와 영화를 제작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아이플릭스는 넷플릭스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 아이플릭스 아라비아는 몇 달 후 아이플릭스 최초의 자체 제작물 두 편을 상영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중동의 톱스타가 출연한다. 소비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아이플릭스는 필리핀 가수 케이릴 타트롱하리, 인도네시아 여배우 미쉘 지우딧(Michelle Ziudith), 태국의 코디미언 노트 태파니치(Note Taepanich),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뮤지션 아프드린 샤우키(Afdlin Shauki) 등 연예인들의 파워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 연예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트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최신정보를 제공하며, 그 대가로 소정의 아이플릭스 지분을 취득한다.
그러나 패트릭 그로브와 마크 브릿은 콘텐트, 가격 및 기술과 같은 자세한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 이전, 우선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사업 아이디어가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설득시켜야 했다. 이 사업의 기회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시청하기보다 자신이 원할 때 콘텐트를 시청하고 싶어하는, 그리고 최초이자 가장 기본적인 인터넷 연결의 매개체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개도국의 젊은이들에게 있었다. 마크 브릿의 말에 따르면 모로코, 미얀마, 파키스탄 및 나이지리아와 같은 시장은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이지만, “유료 TV의 보급률이 낮으며 인터넷 연결이 한 번에 더 높은 단계로 도약(어떤 경우는 연결이 전무한 상태에서 바로 4G로 직행한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호주 TV 방송국 및 온라인콘텐트업체에서 일하다 아이플릭스에 합류한 마크 브릿은 불법복제품이 판치는 국가의 소비자들이 정품을 구매하는 데 돈을 지불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그야말로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입니다.” 아이튠스와 스포티파이의 성공은 가격만 합리적이라면 고품질의 콘텐트를 소비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작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및 베트남에서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애널리시스메이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무려 1970명이 이미 온라인으로 동영상 콘텐트를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애널리스트 하쉬 우파드예(Harsh Upadhyay)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벤더는 구글플레이와 아이튠스였으며 그 다음으로 넷플릭스와 아이플릭스가 인기순위에 올랐다.
그러나 캣차그룹이 운영하는 성공적인 온라인 안내광고기업 아이프로퍼티와 아이카아시아 그리고 실패로 끝난 전자상거래기업 엔소고 등을 지원한 호주와 싱가포르의 투자운용사들은 이같은 사업모델을 이해하지 못했고 혹은 로컬업체가 글로벌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150차례 전화를 돌린 끝에야 그로브는 “산업 참여자”들 가운데서 호응해주는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여기에는 EMC, 스카이TV, MGM, 인도네시아의 TV업체 엠텍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던 이동통신사들이 포함되었다. 사실 최초의 투자라운드에서 유치한 1500만 달러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와 전화사업부를 모두 거느린 필리핀의 PLDT가 투자한 것이었다.
싱가포르 정글벤처스의 매니징파트너인 데이비드 가우디는 3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라운드에 투자했다. 가우디는 NBC유니버설 및 폭스네트웍스의 전 회장을 포함해 이후 아이플릭스에 합류한 임원, 디렉터 및 고문들의 숫자를 보며 안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이플릭스는 낮은 대역폭과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 등 사용자들이 너무나 자주 직면하는 제한요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화되었습니다. 그 어떠한 업체도 아이플릭스만큼 경쟁에 최적화된 입지를 구축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우디의 말이다.
휴대전화료에 서비스요금을 함께 청구하는 시스템
현재 아이플릭스는 이동통신사 아홉 곳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들 이통사는 보통 고객들에게 몇 달 혹은 일년에 걸친 시험사용기간을 제공한 후 이들을 유료사용자로 전환시켜 휴대전화요금에 서비스요금을 함께 청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사용료를 청구한다는 면에서 아이플릭스는 스마트한 기업입니다.” 파크스어소시에이츠의 리서치담당 시니어디렉터인 브렛 새핑턴의 말이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에 따르면 신용카드나 은행계좌가 없다하더라도, 누구나 전화요금은 낸다는 이야기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아이플릭스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그로브는 이 사업을 키워 예를 들어 또 다른 루퍼트 머독의 사업체에 매각할 생각은 없노라고 이야기한다. “저는 아시아에서도 위대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패트릭 그로브의 말이다. “저희는 그 무엇이 되었던 매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는 마치 (은퇴한 미국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에게 ‘5000만 달러를 줄테니 결승전에서 뛰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패트릭 그로브의 꿈은 언제나 기업가가 되는 것이었다. 자부심이 강하며 쾌활한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그로브의 어머니 다이애나는 “컴퓨터 같은 것”에 대해서 잘 모르며 아들이 이같은 신념을 갖게 되기까지 전적으로 찬성한 것도 아니었다. 다이애나는 어린 아들을 장난감 가게인 토이자러스에 데리고 갔던 때를 회상한다. “아들은 장난감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주식을 살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하더군요.” 패트릭 그로브의 주장에 따르면 캣차그룹을 시작한 지 처음 10년 동안 어머니 다이애나는 아들이 사업을 접고 대신 싱가포르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를 바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오늘날 다이애나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6월 쿠알라룸푸르에서 패트릭 그로브가 개최하는 연례행사인 와일드디지털 컨퍼런스에서, 그는 어머니를 무대에서 소개하고 아들이 여는 행사에 어머니가 참석하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캣차그룹 창업 후 실패 딛고 채권자 설득해 재기
패트릭 그로브는 오랜 친구인 루크 엘리엇과 함께 1999년 6월 캣차그룹을 창업했다. 캣차그룹은 야후 포털과 같은 방식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호주에서 현지어로 6개의 검색엔진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그 다음해 4월, 캣차그룹은 32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5일 예정의 로드쇼의 일환으로 홍콩에서 두 번째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고 이미 2000만 달러를 모은 상태였다. 주식공개이전 거물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중이었고, 5일 후면 싱가포르주식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나스닥이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로드쇼는 중단되었고 아시아의 기술주는 급락했으며 캣차그룹의 주식공개는 보류되었다. 캣차그룹은 이미 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였고, 부채의 상당부분은 대대적으로 광고캠페인을 펼치느라 광고대행사 및 ‘동남아시아의 모든 TV방송국’에 빚진 것이었다.
이사들과 여타 직원들은 파산선고를 할 것을 조언했지만, 패트릭 그로브는 채권자들이 현재 달러당 5센트의 비율로 채권을 회수하기보다는 3년 이후 완전히 빚을 청산하는 것을 선호하리라 생각했다. 이에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한 개인적인 로드쇼에 나섰다. 그 당시 자신이 보여주었던 대범함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패트릭 그로브는 여전히 “사업계획보다 열정이 우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캣차그룹이 당면한 불운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뉴스기사가 쏟아져나왔지만, 채권자들은 그의 주장에 동의했다. 6개국에 300명 직원을 거느렸던 조직은 곧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두 국가의 25명 직원으로 축소되었으며, 2001년 본사를 쿠알라룸푸르로 이전했다.
패트릭 그로브와 루크 엘리엇은 얼마 남지 않은 자금을 탈탈 틀어 캣차그룹의 온라인 콘텐트 일부를 담당했으며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던 싱가포르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쥬스> 를 사들였다. 그 후 몇 년 동안 이 둘은 <헬로!> 와 같은 잡지의 현지판을 운영했고 아시아 지역에서 독자적인 잡지를 창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잡지의 광고수입으로 닷컴시절 진 채무를 상환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업이 실패를 거듭한 7년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둘의 인터넷 사업에 행운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드디어 2007년 말레이시아 부동산 포털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캣차그룹의 미디어사업부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레브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2011년 말레이시아 주식거래소에 상장되었다. 레브아시아는 현재 5개의 온라인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볼레(할 수 있다) 정신’으로 성공
사실 패트릭 그로브는 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곳으로 말레이시아를 강력히 지지하게 되었다. 그는 정부지원, 훌륭한 인프라, 그리고 다개국어에 능통한 해외유학생들에게 어필하는, 영어를 사용하는 대학 등을 이유로 꼽는다. 그리고 패트릭 그로브의 말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대조적으로 가장 똑똑한 말레이시아 대학졸업생들이 갈 수 있는 다국적 기업 혹은 대규모 국영기업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볼레(boleh, 말레이시아어로 “할 수 있다”라는 뜻) 정신일 것이라 그는 덧붙인다.
“말레이시아 사람들, 특히 중국계와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어릴 적부터 정부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어쩌면 나도 나만의 기업을 창업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볼레 정신은 응석받이로 크는 것과는 정반대이지요.”
말레이시아 부자 순위에 데뷔했다고 해서 패트릭 그로브의 추진력에 힘이 빠진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그는 일주일 7일 내내 일하며, 이는 맞춤양복점에서 촬영기사에게 이야기했듯이 자신의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패트릭 그로브는 캣차그룹에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발리 해변가에 외딴 주택을 한 채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는 그 어떤 호화로운 장난감, 예술품 혹은 독특한 패션스타일도 찾아볼 수 없다. 2013년 그는 필리핀계 미국 가수 크리스타 클라이너와 결혼했으나 1년도 채 가지 못했다(그 자신은 “너무 오래” 유지했다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 재혼할 계획은 없다.
패트릭 그로브의 계획에 항상 존재하는 것은 비행기 여행이다. “저는 비행기 타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루 반마다 한 번 꼴로 패트릭 그로브는 동남아시아 어디론가를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 2~3주마다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데, 요새는 종종 투자자금 유치를 위한 여행이 주를 이룬다. 비행기 여행이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사무실 생활의 온갖 훼방거리와 회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그로브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보는 법이 없다. 대신 전자책으로 항상 들고 다니는 사업가들의 전기를 읽는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자서전은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를 주제로 한 『에이밍 하이』이다.
또한 비행기 여행은 패트릭 그로브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 주며, 이는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 스스로가 아이플릭스와 캣차에서 맡은 주요 역할이기도 하다. 패트릭 그로브는 스스로를 형편없는 CEO라 부른다. 그의 경영철학은 CEO로서의 적임자를 고용해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현재 패트릭 그로브는 아이플릭스가 스포츠 콘텐트도 제공해야 할지 숙고하는 중이다. 그는 축구를 직접 하고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이 스포츠로서 주로 즐기는 것은 축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기업가정신이 제가 즐기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훌륭하고 스마트하며 재능있는 사람들과 함께 와해적 변화를 불러오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일을 정말 잘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 SUSAN CUNNINHAM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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