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처럼 뒤집은 정책에 과천 ‘자족도시’ 계획 물거품 위기
과천신도시, 자족용지 47%→27% 축소 가능성
과천청사부지 공원화 계획 살리려 신도시 희생
성난 과천시민 김종천 시장 주민소환 투표 추진
‘조삼모사’
당정이 정부과천청사(과천청사) 유휴부지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과천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려던 꿈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과천청사 부지에 지으려던 4000여 세대 주택을 3기 신도시 과천지구 내 자족용지 등에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족용지는 녹지‧일자리 용지 등을 포함하는 땅이다. 이 땅이 줄어들면 그만큼 신도시의 자족 기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일부 과천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과천청사 부지를 공원으로 남기고 신도시에 들어설 공원이나 기업이 들어올 자리를 없애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일, 정부는 2020년 8·4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했던 과천청사 부지의 4000가구 공급 계획을 철회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 용도 전환 등을 통해 3000여 가구를 공급하고, 그 외 대체지에 1300여 가구 등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시민들의 반발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천 시민들이 지난해 8월부터 정부청사 유휴부지에 주택을 짓는 계획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주장은 다수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청사 부지를 공원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주택 공급 계획이 가시화하자 시민들은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추진했다. 시장직에서 끌어내리겠다는 행동이었다. 결국 여당과 정부는 주택 공급 부지를 변경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문제는 정부가 당초 과천에 추진하던 3기 신도시 계획에 불똥이 튀었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들이 안고 있던 일자리 부족과 교통 불편 문제를 해결한 ‘자족’형 도시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과천 신도시도 그중 하나였다. 정부는 과천동 일대 155만1000㎡에 7100세대 규모로 신도시를 만들고 가용면적의 47%를 자족용지(약36만㎡)로 할애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부청사 부지에 지으려던 3000세대를 과천 신도시에 넣기로 하면서 자족용지를 축소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7000가구가 들어설 과천 신도시 주택용지 면적이 38만㎡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추가로 3000가구를 짓기 위해 약 16만㎡의 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신도시 내 자족용지에서 일부를 용도 변경해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과천 신도시의 자족용지는 20만㎡, 비율로는 27%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주택 공급’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어도 과천을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접어야 한다는 뜻이다.
황종규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자족용지 비율이 50% 정도라면 도시가 자족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30%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족도시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과천 신도시를 자족 도시로 만들어 경제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정부 목표도 축소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시공사는 과천 신도시를 통해 고용유발 효과만 3만3000여 명, 총부가가치는 연간 2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발 계획이 변경되면 이런 효과도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결정을 수용하지 못한 과천 시민들은 8일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했다.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일(6월 30일)·투표안·청구권자와 투표대상자의 소명 요지를 공고했다. 김 시장은 이날 직무가 정지됐다. 향후 투표 결과 과반이 찬성하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
일각에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도 이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주민 반발에 계획을 변경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우리도 반대하면 바꿀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서울시가 노원구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과천청사 유휴 부지 개발 계획을 발표할 당시 태릉골프장에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함께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과천 개발 계획도 변경한 상황에서 태릉 개발을 막을 명분마저 약해진 셈이다.
국토부도 개발 계획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는 없다”면서도 “양호한 대체 입지를 제공하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 등이 담보되면 큰 틀에서 개발 계획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안 취소 후 대체부지 개발에 대한 반대가 계속되면 개발을 밀고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가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민들이 언제든 정부가 계획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부를 믿고 따르기 어렵다”며 “주택 공급에 대한 믿음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종규 교수는 “일관성을 가지고 계획을 관철할 필요가 있다”며 “변경된 계획에 대해서라도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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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정부과천청사(과천청사) 유휴부지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과천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려던 꿈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과천청사 부지에 지으려던 4000여 세대 주택을 3기 신도시 과천지구 내 자족용지 등에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족용지는 녹지‧일자리 용지 등을 포함하는 땅이다. 이 땅이 줄어들면 그만큼 신도시의 자족 기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일부 과천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과천청사 부지를 공원으로 남기고 신도시에 들어설 공원이나 기업이 들어올 자리를 없애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 반발에 밀려 정부 주택공급 계획 바꿔
지난 4일, 정부는 2020년 8·4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했던 과천청사 부지의 4000가구 공급 계획을 철회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 용도 전환 등을 통해 3000여 가구를 공급하고, 그 외 대체지에 1300여 가구 등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시민들의 반발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천 시민들이 지난해 8월부터 정부청사 유휴부지에 주택을 짓는 계획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주장은 다수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청사 부지를 공원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주택 공급 계획이 가시화하자 시민들은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추진했다. 시장직에서 끌어내리겠다는 행동이었다. 결국 여당과 정부는 주택 공급 부지를 변경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문제는 정부가 당초 과천에 추진하던 3기 신도시 계획에 불똥이 튀었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들이 안고 있던 일자리 부족과 교통 불편 문제를 해결한 ‘자족’형 도시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과천 신도시도 그중 하나였다. 정부는 과천동 일대 155만1000㎡에 7100세대 규모로 신도시를 만들고 가용면적의 47%를 자족용지(약36만㎡)로 할애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부청사 부지에 지으려던 3000세대를 과천 신도시에 넣기로 하면서 자족용지를 축소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과천 신도시, 자족 용지 줄면 베드타운 전락 가능성
7000가구가 들어설 과천 신도시 주택용지 면적이 38만㎡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추가로 3000가구를 짓기 위해 약 16만㎡의 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신도시 내 자족용지에서 일부를 용도 변경해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과천 신도시의 자족용지는 20만㎡, 비율로는 27%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주택 공급’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어도 과천을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접어야 한다는 뜻이다.
황종규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자족용지 비율이 50% 정도라면 도시가 자족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30%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족도시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과천 신도시를 자족 도시로 만들어 경제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정부 목표도 축소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시공사는 과천 신도시를 통해 고용유발 효과만 3만3000여 명, 총부가가치는 연간 2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발 계획이 변경되면 이런 효과도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결정을 수용하지 못한 과천 시민들은 8일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했다.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일(6월 30일)·투표안·청구권자와 투표대상자의 소명 요지를 공고했다. 김 시장은 이날 직무가 정지됐다. 향후 투표 결과 과반이 찬성하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
“혼란 줄이려면 정부의 일관적 태도 필요하다” 지적
일각에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도 이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주민 반발에 계획을 변경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우리도 반대하면 바꿀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서울시가 노원구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과천청사 유휴 부지 개발 계획을 발표할 당시 태릉골프장에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함께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과천 개발 계획도 변경한 상황에서 태릉 개발을 막을 명분마저 약해진 셈이다.
국토부도 개발 계획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는 없다”면서도 “양호한 대체 입지를 제공하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 등이 담보되면 큰 틀에서 개발 계획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안 취소 후 대체부지 개발에 대한 반대가 계속되면 개발을 밀고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가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민들이 언제든 정부가 계획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부를 믿고 따르기 어렵다”며 “주택 공급에 대한 믿음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종규 교수는 “일관성을 가지고 계획을 관철할 필요가 있다”며 “변경된 계획에 대해서라도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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