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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빅테크 규제 고삐…'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해소될까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라⑤]
금융업계, 대환대출 플랫폼·마이데이터 등 사업 전략 구체화
“급작스런 기조 전환, 과도한 규제는 금융 혁신 퇴보” 지적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9월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기 전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기존 금융사들이 반색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간담회 자리서 고승범 신임 위원장이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을 언급하며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금융사들의 배당·금리 등 경영 사항에 대해 가급적 ‘불개입’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을 기회”

주요 사안마다 반복돼온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간 견제와 신경전이 금융권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당초 금융당국의 빅테크·핀테크 육성 기조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역차별을 주장해온 금융사들도 표정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일단 금융사들은 당국 차원의 구체적인 규제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일부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은 ‘규제 불균형’에 대한 발언이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최근 고 위원장은 국내 5대 금융지주 수장들(윤종규 KB금융 회장·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손병환 농협금융 회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9월 말로 예정된 코로나19 대출의 만기 연장에 대한 금융권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빅테크에 대해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월 7일에는 내달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네이버파이낸셜·토스 등 금융플랫폼을 대상으로 규제 칼날을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들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판매 행위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판매를 목적으로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한다면 광고가 아닌 ‘중개’로 봐야 한다”며 사실상 금지 지침을 내렸다.
 
규제 불균형과 함께 ‘관치금융’ 해소로 인한 주가 정상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국 차원의 ‘배당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논란이 됐던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간 대환대출 플랫폼을 비롯해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부문에서 각 금융사들의 전략 방향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사들은 빅테크·핀테크 중심의 규제 특혜에 불만이 있어왔는데 이번을 계기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정상화 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다”며 “잠시 막혀있던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은 금융위원장이 여유를 갖고 고민을 해본다고 하니 당국의 방향을 기다린 후 각 사의 전략이 보다 구체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금융위원장이 배당과 금리 등에 대해 당국이 가급적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혀 자율 경영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각 은행과 지주사들도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가용 자본 한도 내에서 배당을 할 수 있게 돼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여론 동향을 살피며 규제 고삐를 더욱 조일 태세다. 금융 혁신의 공로를 인정받아온 빅테크 기업들이 이제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만큼 당국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빅테크 때리기’ 경쟁력 퇴보 등 우려의 목소리도

지난 8일 금융위는 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등 관련된 협회를 대상으로 ‘규제 차별’ 조사에 나섰다. 금융플랫폼과 각 금융업권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 실태에 관한 금융회사의 의견을 취합해달라고 각 협회에 요청한 것이다.
 
결국 금융권의 관심은 빅테크·핀테크 규제의 파장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지 여부로 쏠린다. 이럴 경우 금융플랫폼과 보험업계간 협업에 균열이 생긴데 이어 빅테크를 통해 카드 모객 마케팅을 전개 중인 카드업계도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 금소법 위반 위기에 처한 카카오페이는 운전자보험과 해외여행자보험 등 보험서비스와 보험을 어려워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리치앤코 소속 전문 상담원을 통해 제공된 ‘보험 해결사’를 잠정 종료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계에 금융플랫폼과 맺은 보험상품 제휴 현황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금융플랫폼과 보험업계간 협업에 마찰이 생긴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빅테크 규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토스 등 금융플랫폼을 통해 카드 비교 마케팅을 운영해온 입장에서 모객에 대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빅테크·핀테크 규제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급작스럽고 과도한 규제로 인해 소비자편의가 침해되고 금융혁신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경제학부)는 “금융플랫폼과 전통 금융사는 태생 자체가 그렇듯 사업 모델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규제보다는 금융혁신을 활용한 글로벌 진출 등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신사업을 수용해 기존 산업과의 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국가 경제와 소비자 편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급작스럽고 과도한 빅테크 규제는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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