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1갑당 5원씩 빼가더니”…기재부 잔칫집 된 ‘연초재단’
5원씩 모아 1년간 140억원…기본재산 5000억원 육박
농가 수 25% 감소, 재단 지출은 330억원에서 358억원
재단직원 10명 평균 연봉 9000만원, 사택구입비도 따로
4대부터 8대, 기재부 퇴직자가 독식…제식구 감싸기 지적
연초재단 존립에 의구심…“5원씩 추가 징수도 무의미”
#. 흡연자들이 태우는 연초담배 1갑당 5원. 1년간 모이면 약 140억원 정도다. 이 돈은 매년 ‘부담금’이라는 명목하에 한 재단으로 징수된다. 바로 연초생산안정화재단. 연초농가 보호와 지원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2002년 설립된 이 재단은 잎담배 독점수요자였던 KT&G 민영화가 단초다. KT&G의 제조독점권을 폐지하는 담배사업법이 개정(2001년 4월)되면서 KT&G가 지고 있던 입담배 농가 지원 의무도 함께 사라지게 됐다.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그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담배제조업체들로부터 기금을 받았다. 초창기 부담금은 담배 1갑당 10원이다.
#. 설립된 지 20년. 재단은 초기 8년간은 출연금만 조성하고 지원사업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인 기본재산은 2007년 말까지 징수한 연초생산안정화기금 3000억원과 KT&G 주식출연 1100억원 등 총 4100억원. 목표한 기금이 모이면서 더 이상 징수하지 않다가 2015년 1월 담뱃세 인상시 금리인하 등 운용수익 악화를 근거로 추가징수를 시작했다. 연초담배 1갑당 5원. 담배 1갑에 부과되는 제세부담금 약 3000원 중 5원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적은 금액으로 모두가 관심을 놓은 사이 연초재단 기본재산은 2020년 기준 5000억원에 육박한다.
비영리재단법인 연초생산안정화재단(연초재단)이 칼날 위에 섰다. 기획재정부 퇴직자들의 전관예우 통로로 재단이 활용되고 있는가 하면 재단 수입에 대한 지출 내역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재단의 설립 목적인 연초농가에 대한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가 수’ 줄었는데 지출은…직원은 9000만원 ‘연봉 파티’
쟁점은 두 가지다. 연초재단에 대한 기재부의 관리‧감독 부재가 첫번째다. 잎담배 경작농가 수가 2015년 대비 현재까지 25%나 감소했는데 재단 지출은 되레 늘었다. 국내 담배 재배 농가 증감 현황에 따르면 2015년 3783명이던 농가 수는 2021년 2859명으로 줄어들었다. 사업비와 재단운영비를 포함한 지출은 2015년 330억원에서 2020년 358억원으로 증가했다.
해당 지출의 상당부분은 임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소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 의원이 기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초재단 직원은 모두 10명. 이들의 평균 급여는 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단체로 공공성을 띄는 재단의 평균급여가 금융공기업 수준에 이를 만큼 필요한지, 그만큼 재단 업무가 과중하고 중대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뿐 아니라 인건비와 관리비를 포함하는 재단운영비에는 재단 이사장의 사택구입비 3억5000만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청사가 과천에서 세종시로 이전할 당시 대부분의 공무원에게 무이자 대출로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했음에도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 소재에 이사장의 별도 사택이 필요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부동산 관련 이슈와도 접목해 엄중하게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농가 위한 재단’을 점령한 기재부 퇴직 낙하산들
역대 이사장 프로필을 보면 4대에는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서기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정책1팀장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지원과장 등을 지낸 전복조 이사장이 3년 임기를 채웠고, 5대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남북경협과장을 지낸 이광기 이사장이 3년7개월 근무했다. 6대 이사장 역시 기획재정부 예산관리과장을 지낸 권주호 이사장이 맡았고, 7대도 기획재정부 운영지원과 경리팀장부터 회계결산과장, 운영지원과장을 거친 백병갑 이사장이 선임돼 임기를 채웠다. 지난 6월 선임된 조용수 이사장도 기획재정부 운영지원과장 출신이다. 조 이사장 임기는 2024년 6월까지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연초재단 이사장을 독식한 시기다. 3대까지는 잎담배 경작과 밀접한 경력한 전문가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연초재단 1대 이사장은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를 지낸 노재영 이사장이다. 2대와 3대 역시 농촌진흥청 농업산학협동심의회 위원을 지낸 성진근 이사장,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대학장과 첨단 원예 기술개발센터 자문위원인 강신우 이사장이 자리를 지켰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2007년까지 연초재단의 기본재산인 4100억원이 확정되지 않고 모이기만 하던 시기다. 일각에선 본격적으로 기본재산을 운용해 각종 금융권에 대우를 받고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2008년부터 기재부 퇴직관료가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업계에선 애초 설립이 관리‧감독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데다 낙하산 인사로 폐해가 더 커졌다는 게 평가를 내놓는다. 10명 남짓 작은 조직에 낙하산 인사 관행이 굳어지면서 통제에 균열이 생겼고, 그러면서 안팎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해석이다.
양 의원은 [이코노미스트]에 “4대부터 8대까지 무려 13년간 기재부 퇴직자가 이사장 자리를 독식하고 있는 구조”라면서 “이들이 이사장으로 가면서 제 식구감싸기 식으로 기재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방만경영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변화한 담배 시장…지원사업은 10년째 도돌이표
연초재단의 2020년 사업보고서와 2021년도 사업계획서를 보면 ▲품질향상·지력증진 ▲생산기반구축 ▲영농기술연구개발 ▲재해보상 ▲특별지원 ▲경작자단체지원 등 매년 성과가 똑같다.
양 의원도 “매년 지원사업을 보면 똑같은 사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재단 운영비나 인건비 증액보다는 재단 설립 취지에 맞도록 농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다양화하고 이분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등을 실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연초재단의 방만경영 실태가 드러나면서 연초안정화기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문제도 제기된다. 특용작물에 속하는 담배를 제외하곤 소비재에 기금을 부과해 조성된 금원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특정 경작자를 위해 사용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을 축척한 데다 3000명도 되지 않는 특정 경작자만을 위해 이 돈이 사용되고, 퇴직자 낙하산으로 운용되는 재단이 과연 필요한지, 추가적인 징수를 해야하는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농가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토마토를 먹는데 세금이 붙고 토마토를 경작한다는 이유로 퇴비를 받고 지원금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다른 농가들도 어렵고 힘든데 2천가구 남짓한 담배 농가만을 위해 이러한 어머어마한 금액이 지원되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을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재부도 재정성과평가과에서 3년마다 진행하는 부담금운용평가와 감사관실의 종합감사를 통해 연초재단의 출연금과 부담금의 목적과 실적, 운영현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운용평가결과와 종합감사결과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초재단은 2018년 부담금운용평가에서 경작자단체 인건비 지원 사업 부담금에 대한 제도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았고, 감사를 통해서도 물품관리 부적성과 국외여비 현실화 등을 시정조치받았다.
기재부 재정성과평가과 관계자는 “문제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한 뒤 아마 매년 결과에 대해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3년마다 재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여부도 함께 보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연초재단에 대한 부담금운용평가는 올해 7월부터 진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12월까지 평가를 한 뒤 최종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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