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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오를 이름인가?"…스페인어에 라틴어까지 다양한 아파트 이름

새로운 조합의 합성어에 스페인어, 불어, 라틴어까지 사용

 
 
서울 용산구와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사진 연합뉴스]
“아델리체, 첼리투스, 피에르테, 텐즈힐, 원베일리, 퍼스티어, 솔베뉴, 클라시엘”  
 
직관적 해석이 불가능한 이 단어들은 아파트 이름이다. 이런 이름들은 ‘아파트 단지의 정체성을 위해’ 혹은 ‘아파트값 상승을 위해’라는 이유로 대중화되고 있다. 강남의 한 아파트는 좋은 이름을 얻기 위해 작명가에게 큰돈을 주고 이름을 의뢰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아파트 이름들을 펫네임(애칭)이라고 부른다. 펫네임은 단지의 정체성과 장점 그리고 차별화된 특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름들이 아파트의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의 선호도가 높다. 과거에는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등 지역 이름에 브랜드 이름이 합쳐진 아파트가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펫네임’, ‘서브네임’까지 등장하면서 아파트 이름은 더욱 길어지고 글로벌화되고 있다.
 
이런 아파트 이름들은 외국어 단어의 의미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여러 외국어 단어를 합쳐서 새로운 합성어로 만든다. 아델리체(Adeliche)는 고귀한이란 뜻의 스페인어 아델리오(Adelio)와 귀족, 품격을 나타내는 독일어 아델(Adel)에 소중히 하다라는 뜻의 영어 체리쉬(Cherish)를 결합한 단어다. 원베일리에서 베일리(Bailey)는 중세 유럽 시대에 성의 영주와 그의 가족들이 거주한 성의 중심부를 의미하는 단어다. 퍼스티어는 첫 번째라는 뜻의 퍼스트(first)와 단계를 뜻하는 티어(tier)를 결합한 단어다. 피에르테(fierte)는 프랑스어로 자긍심, 자랑이라는 뜻이다.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조감도[사진 중앙포토]

고급화, 차별화된 이름이 아파트값을 올린다는 기대감 때문

 
일반적으로는 뜻을 알기 어렵고 복잡한 펫네임이 사용되는 이유는 펫네임의 사용으로 아파트가 고급화되고, 차별성을 갖게 되면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축 아파트들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고자 명칭 변경을 진행하기도 한다.
 
심지어 좋은 아파트 이름을 찾기 위해 작명가를 찾아가 큰돈을 투자하는 아파트도 있다.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작명가에게 4000만원을 쥐여주고 이름을 추천받은 사례까지 나왔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서도 펫네임 도입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입주민들이 개성과 특색이 있는 아파트 이름을 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좋은 아파트 이름을 찾기 위해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 심지어 라틴어 사전까지 구비해 놓은 상태”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사전을 열어 발음이나 뜻이 예쁜 단어를 찾아두거나 아무 두 단어를 조합해 보는 것이 업무가 됐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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