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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시우스 사태는 분산금융 시험대 [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코인 예치 고객에게 최대 18.6% 이자 지급
뱅크런 우려에 코인 인출·전송·교환 중지
유동성 충분하지 않지만 큰 동요는 없어

 
 
[로이터=연합뉴스]
테라·루나 사태로 스테이블코인이 시험대에 올랐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어야 한다.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도록 설계된 게 이 코인이다.
 
테라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달러(USD)에 연동된 테라를 UST라 부른다. 원화(KRW)와 유로(EUR)에 연동된 것을 각각 KRT와 EUT 등으로 부른다. 1 UST는 1 달러에 연동되어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 UST가 달러에 페깅(pegging)되었다고 말한다. 둘의 가치가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루나는 테라의 가치 변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거버넌스 코인이다. UST의 가격이 1 달러보다 높거나 낮아지면 테라의 수량을 조절해야 하고 이때 루나를 사용한다. UST의 수량이 넘치면 1 UST가 1달러보다 싸진다. 이때 넘치는 UST를 회수하여 그 가격을 1달러로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서 UST를 회수하고 대신 루나를 발행하면 된다.
 
1 UST가 1달러보다 비싼 것은 시장에 UST의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장에 UST를 공급하고 대신 루나를 회수하여 가격을 내린다. 이게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인데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면서 통화량을 조절할 때 이걸 쓴다. 이 방법은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었다.
 
그런데 UST의 가격이 1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스테이블코인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권도형이 보여 주었다. 불과 한두 달 전 그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영웅 대접을 누렸으나 지금은 수사의 대상이 돼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권도형의 테라·루나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테라와 루나 가격이 동반하락하면서 루나가 테라의 가격을 방어하기가 불가능해졌다. 둘의 가격이 함께 추락할 때의 대비책이 없었다. 일종의 ‘풍차 돌리기’가 시작되면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불량 저축은행 같은 테라 코인 예금 시스템이 밑 빠진 독처럼 손실을 양산했다.
 

셀시우스의 실험

테라·루나 사태가 정리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고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셀시우스(Celsius)에 빨간 불이 켜졌다.
 
셀시우스도 은행이라면 은행이다. 셀시우스에 코인을 예치하는 고객에게 이 은행이 최대 18.6%의 이자를 지급했다. 높은 이자율 때문에 셀시우스에도 코인이 물밀듯이 몰렸다. 지난해 10월 셀시우스의 대표인 알렉스 마신스키는 예치자산이 250억 달러라고 밝혔다.
 
최근 셀시우스는 고객의 코인 인출, 전송, 교환을 중지시켰다. 쉽게 말하면 은행에서 기한도 정하지 않고 현금 인출을 막아버린 것과 같다. 이런 비상조치는 ‘뱅크런’ 예방을 위한 것 말고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내 돈 돌려달라며 은행에 고객이 감당할 수 없이 쇄도하면 뱅크런이 발생한다.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한국에서는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을 받는다. 그 이상의 예금은 허공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셀시우스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상 같은 것이 없다. 뱅크런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올해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내려갔고, 그로 인해 고객들이 코인을 대량으로 셀시우스에서 뺐다.
 
5월에는 셀시우스의 예치자산 규모가 120억 달러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규제기관들이 셀시우스의 예치자산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밝혀 곤혹스러워 하던 참이었다.
 
이더리움 2.0이 출시될 때 받게 될 ETH2를 위해 셀시우스는 고객의 자산 중 29%를 예치했다. 따라서 이 29%는 ETH2가 나와야 유동성이 생긴다. 즉, 당장 유동성이 없다.
 
셀시우스 자산의 45%는 이더가 아닌 stETH로 보유하고 있다. 이더(ETH)를 리도(Lido)에 예치하면 이더와 동가인 stETH를 받을 수 있고 덤으로 예치 이자도 생긴다. 예치한 이더 대신 발행된 stETH는 자유로이 쓸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만, 이더와 stETH가 이론상 등가여야 하는데 최근 그 비율이 1대 1이 아닌 1대 0.95로 변했다.
 
셀시우스의 나머지 27%의 자산인 이더는 언제든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27%만 셀시우스가 고객의 인출 요청에 따라 당장 돌려줄 수 있는 자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이 예치했던 코인을 돌려달라고 일시에 몰려오면 셀시우스는 꼼짝없이 뱅크런 상황에 몰린다. 한국에서 현금인출중지 조치가 취해졌다면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저축은행에 돌진했을 것이고, 금융당국은 틀림없이 시위대 편에 섰을 것이다.
 
그런데 셀시우스의 코인 인출 중지 조치에 대해 사람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실험에 동참했던 고객들은 조용히 걱정스럽게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미래를 위한 예방주사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나 일련의 실험들은 미래 분산금융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예방주사 성격이 짙다.
 
전통금융에서도 과거에 무수한 사고가 터졌고 파산한 기관은 셀 수 없이 많다. 예금자보호법은 물론이고, 바젤 규약이 만들어졌지만 지금도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뱅크런은 없다. 풍부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운용을 멈추면 금융기관은 수익을 내지 못해 파산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적절한 접점을 찾는 실험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눈물과 한숨, 그리고 누군가의 환희와 희열을 가져올 실험을 망설인다면 금융의 역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다.
 
※ 필자는 국내 대표적인 암호학 전문가로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겸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학계에서는 블록체인 및 디파이(DeFi)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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