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린이’ 지고 ‘테린이’ 뜬다…테니스 인기에 브랜드 인수한 ‘이 회사’
F&F, 미국 테니스용품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 인수
총 827억원 투입, 테니스 브랜드 성장 동력으로 점찍어
국내 테니스 인구 50만명, 시장 규모 2500억원 추정
패션기업 F&F가 골프용품 브랜드에 이어 미국의 테니스용품 브랜드를 인수하며 스포츠 의류기업으로서의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테니스가 새로운 인기 스포츠로 떠오르자 프리미엄 스포츠를 즐기는 2030세대를 겨냥한 테니스 관련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F&F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테니스용품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F&F는 ‘세르지오 타키니 IP 홀딩스’와 ‘세르지오 타키니 오퍼레이션’ 지분 100%를 각각 712억원, 115억원에 인수하기로 해 총 827억원이 이번 M&A(인수합병)에 투입됐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1966년 이탈리아의 테니스 챔피언 세르지오 타키니가 론칭한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공식 론칭했다. 2000년대부터는 캐주얼 패션 라인업을 확대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주식회사 네스트 글로벌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F의 해외 브랜드 인수는 이번이 4번째로 스포츠 의류 브랜드에 투자하는 건 두 번째다. F&F는 지난해 세계 3대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2018년에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듀베티카’를 인수했고, 2020년에는 미국의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 ‘수프라’에 투자한 바 있다.
F&F가 테니스용품 브랜드 인수를 결정한 이유는 최근 골프에 이어 테니스를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며 세르지오 타키니가 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F&F 관계자는 “골프와 같은 프리미엄 스포츠가 급부상하고 있어 테니스도 수요층이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자체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고 이를 통해 패션사업을 지속해서 성장시키기 위해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테니스 인구는 약 50만명이며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2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인구가 30만명, 시장 규모는 3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니스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골프보다 덜 부담스럽고 활동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테니스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며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골린이(골프+어린이)’에 이어 최근 ‘테린이(테니스+어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테린이들의 수요를 잡기 위해 테니스웨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재 테니스웨어 라인을 선보이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로는 럭키슈에뜨, 스튜디오톰보이, 아떼바네사브루노, 룰루레몬, 휠라 등이 있다. 특히 휠라는 올해 테니스웨어 컬렉션인 ‘화이트라인’의 출시 물량을 지난해보다 약 290% 늘렸다. 국내 테니스웨어의 수요만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적은 상황으로, 관련 시장에 대한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F&F는 이번 인수대금 전액을 금융권 차입 없이 보유 현금을 활용해 지급할 예정이다. 취득 시기는 이달 20일이다. F&F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F&F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더 키워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F&F는 MLB와 디스커버리 등 해외 지적재산권(IP)를 들여와 라이선스 브랜드로 론칭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F&F의 지난해 누적 매출액은 약 1조4800억원, 영업이익은 4200억원으로 추정된다. 199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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