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워진 美-日 반도체 동맹...한국에 득될까 해될까
삼성전자 세계 첫 3나노 양산 일주일 만에
美·日, 中견제 “2㎚ 첨단 반도체 공동 개발”
한국 기업들 수십조 투자에도, 동맹은 따로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동맹을 한층 강화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은 외교·상무 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동시에 만나는 ‘2+2 경제대화’를 열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을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필수 광물 등을 포함한 전략 부문에서 공급망 유연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합의로 올해 안에 일본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가 신설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대 등이 참여하는 이 연구센터에서는 회로 선폭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를 연구할 방침이다. 2025년에는 일본에서 이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한층 더 가깝게 하는 것을 두고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는 불상사에 대비해 미국이 반도체 개발과 공급선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안보를 위한 전략일 뿐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10㎚ 미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은 TS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가 90%를 차지한다”며 “유사시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공급망 분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개발, 일본은 제조 장치와 재료에 강점이 있다”며 “양국이 서로 보완해 첨단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대만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직접적인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 모든 반도체 제조장비업체의 반도체 제조장비 중국 수출 제한 기준을 10㎚에서 14㎚로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14㎚급 공정은 현재 첨단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중국이 손쉽게 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선 셈이다. 하지만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가 지난해 14㎚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갔고 7㎚급 초미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 파운드리 제품 양산에 들어갈 만큼 기술력을 증명했는데, 미국은 2㎚ 개발 협력 상대로 일본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 ‘GAA’)를 적용한 3㎚ 파운드리 제품을 출하했다. GAA 기술을 적용한 3㎚ 반도체 제품 양산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이면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대만 TSMC도 올해 하반기에야 3㎚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보다 한발 빠른 셈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 양산으로 파운드리 사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자가 TSMC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의 도전은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일본도 이런 가능성과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해당)은 미·일 공동성명 발표 당시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빠르게 행동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의 협력을 이끌기로 했다”고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미-일 공동 성명에서 “미·일은 세계 1, 2위 민주주의 경제국가”라며 “이번 회담은 경제안보 분야 국제 공조를 주도하겠다는 양국 결의의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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