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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일까 실일까’…롯데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쏠린 눈

“비싼 인수 가격” 지적에도 “중장기 관점서 긍정적” 평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5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아레나 광장에서 롯데케미칼 '에브리 스텝 포 그린'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4위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한다. 그간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재 생산 시설 구축을 꾀했던 롯데케미칼이 조 단위 투자를 감행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 제조업체를 통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시장에선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금액이 2조7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이를 두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높은 인수 가격”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롯데케미칼이 탄탄한 재무 구조에도 친환경 사업 확대를 위한 과감한 인수합병을 시도하지 않았던 만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추진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미국 배터리 소재 투자기업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BM) 주식 100주를 2750억원에 현금 취득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번 주식 취득 목적에 대해 “배터리 소재 사업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인수 등에 필요한 투자 재원 확보”라면서도 “해당 사업의 인수 건은 현재 추진 과정에 있는 사안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LBM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2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LBM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이 신주 전량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시장에선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와 내달 중으로 지분 인수에 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이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 53.3%를 확보하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의 국내외 연간 생산량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만t 수준이다. 2024년까지 스페인 공장 준공 등을 통해 연간 생산량 규모를 13만t까지 확대한다는 게 일진머티리얼즈 측의 계획이다. 시장의 예측대로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전해액 유기용매, 분리막, 양극박 등과 함께 동박 생산 체제도 갖추게 된다.  
 

실탄 충분하지만…추가 투자는 부담  

석유화학업계 등에선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자금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진단한다. 2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롯데케미칼 부채비율은 50% 수준이며, 같은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935억원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재무 구조 건전성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를 위한 자금은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고금리, 고환율 등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속에 롯데케미칼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이후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지속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2조7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인수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하나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2019년 SKC가 동박 제조업체 KCFT(현 SK넥실리스)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 100%를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고, 당시 생산 능력 1만t당 가치는 약 6000억원 수준”이라며 “롯데케미칼이 2조5000억원에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인수하면, 생산 능력 1만t당 가치를 8400억원으로 계산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은 “인수 금액의 절대 값은  높은 편”이라면서도 “중장기 성장 방향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그림을 확인시켜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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