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 발목 잡힌 증시…연말까지 ‘박스피’ 지속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2500선 밑에서 횡보 전망…경기침체‧이익감소 영향
대형주 상승여력 낮아…중소형 신규 테마주 주목해야
당분간 국내와 해외 주식시장 모두에서 특별한 상승 동력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많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미 최고점에서 12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 걸 경험한 이상 추가 하락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이번에 상승이 저지된 2500선을 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저점을 만든 후 옆걸음을 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1년이다. 2000년에 IT버블 붕괴로 60% 가까이 하락한 코스피가 500선에서 바닥을 만들었다. 이후 1년간 500과 630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이 만들어졌다. 주가가 단기에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려가기도, 그렇다고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라가기도 힘들기 때문에 만들어진 그림이다.
경기 침체는 주가가 옆걸음을 하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이다. 1~2년간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을 걸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올해 2%대 성장에 이어 내년에 1%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내년에 1%대 성장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시장은 그 이하를 염두에 두고 있다.
2022년 경기 침체는 과거보다 둔화 폭이 크고, 회복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코로나 발생 직후 미국이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할 정도로 둔화된 적이 있지만 기간이 한 분기에 그쳤고, 곧바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 체감할 수 없었다.
이 경우를 제외할 경우 마지막 경기 둔화는 2008년으로 봐야 한다. 이 때부터 따지면 미국의 경기 확장 기간이 14년이 넘기 때문에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회복은 경기 확장과정에서 생긴 여러 문제를 정리하고 바닥을 다진 후에야 시작될 것이다.
이익 감소도 주가 상승 가로막는 요인
2021년에 상장기업들이 242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수치는 정부가 무상으로 가계에 예산을 지원했던 비정상과 금리를 최저점까지 내렸던 비정상이 만나서 만들어낸 수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242조를 뛰어넘는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2021년 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다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상장기업의 이익이 정점을 지난 후 2년 정도 감소했다는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최소한 2023년까지 이익증가에 의해 코스피가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익의 역할이 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분간 지난 분기나 작년에 비해 이익이 얼만큼 늘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이익 모멘텀은 힘을 쓰기 못할 것이다. 비교시점보다 이익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익의 절대규모가 관심을 모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익은 주가가 현저히 낮을 때에만 역할을 하게 된다. 이익의 역할이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공격적인 형태에서 주가를 일정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기업 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이익이 최고점 밑에 있을 때에는 이익이 늘어나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18년이다. 2015년에 분기당 32조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직전 최고였던 2010년의 30조보다 약간 많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과거 최고이익과 현재 발생한 이익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익 증가를 재료로 본격적으로 상승한 건 2016년 4분기부터다. 주가가 오랜 박스권을 뚫고 나왔는데, 기업이익이 2010년보다 40%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확인한 후부터다.
성장이 떨어지면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폭도 줄어든다. 경기 회복이 오래 계속되면 이익 증가가 쌓여서 이전 최고점을 넘어갈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2021년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원이라는 특수 요인이 이익을 늘리는 역할을 했는데, 경기의 힘만으로 당시 기록했던 이익 수준을 넘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중소형주 중심의 순환매 예상
10월에 시작된 주가 상승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반등에 그칠 거란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이렇게 상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어떤 종목도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없다. 중소형주는 그나마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지만 대형주는 조금만 올라도 코스피를 끌어올린다. 그래서 주가가 부담을 느끼는 수준에 빠르게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다른 종목으로 옮아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에너지가 커지지 않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10월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를 계속해 코스피를 끌어 올리는데 역할을 했다. 앞으로가 문제인데, 선진국 시장이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 시장만 계속 오를 수 없고, 이는 외국인 매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이 선진국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가해야 하는데 아직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유동성 유입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대형주가 대안이 될 수 없다. 대형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이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란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중소형주는 성장성에 대한 기대만으로 주가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지만 대형주는 그렇지 않다. 가시적인 성과가 어느 정도 손에 잡혀야 하는데,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은 대형주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테마가 만들어질 것이다. 기업의 크기 별로 움직이던 주가가 기업 내용으로 동력을 바뀔 텐데 어떤 테마가 핵심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과거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직전에 시장을 움직였던 테마가 주도권을 쥐지만 곧 새로운 테마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최근에 시장을 지배했던 테마는 2차전지를 비롯해 원자력, 태양광 등이었다.
테마가 성장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7월에 이어 이들이 다시 한번 시장의 관심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 연말까지는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종목별 대응에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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