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무성한 HMM 인수전…‘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무리한 자금동원·해운시장 침체기 사이클 도래
인수금융 8%대…연간 2400억원 이자 비용 부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최종 매매계약 진행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HMM(011200) 인수전이 동원과 하림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조를 웃도는 몸값을 감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동원을 해야 하고 다가오는 해운시장 침체기에 따라 당분간은 인수 시너지를 얻기 힘들 거란 예측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HMM 본입찰에 참여한 동원그룹과 하림·JKL 컨소시엄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리고 연내 주식매매계약까지 마친다는 방침이다. 입찰 과정에서 동원그룹과 하림은 모두 6조원이 넘는 금액을 적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도 6조원 초반대를 매각 예정가격으로 정하며 매각가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아닌 자금 조달 계획과 경영계획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HMM인수전의 인수후보자로 비교적 유동성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등장하지 않아 시장의 우려를 샀었다. 동원과 하림 모두 보유 현금성 자산만으로는 HMM을 인수할 수 없어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금동원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됐던 LX그룹도 인수를 포기하면서 시장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격’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림과 동원그룹은 자체적으로 3조원 정도의 자금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금액의 경우 차입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발생할 수 박에 없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의 자회사 동원로엑스를 앞세워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자산 유동화 등으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하림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꾸렸다. 현재 인수 후보들과 대주단이 협의한 선순위 대출 금리는 8%대로, 업계에서는 인수기업이 3조원을 5년 만기로 빌릴 시 매달 대략 200억원대의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0조원을 웃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다가올 해운업황 침체기에 당분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잠시 특수를 누린 해운업체들은 다시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10~2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는 특징이 있다. 해운업의 다운사이클을 버티려면 재정건전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HMM도 지난 2011~2019년까지 약 10년간 적자 상태를 면치못했으며 결손금도 4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최종 인수기업이 얻는 시너지 효과보다 손해가 클 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HMM 인수 유찰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HMM 내부에서도 유찰을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몸값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자금력이 충분하고 해운산업에 전문성이 있는 기업이 인수하기를 바란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입찰 이후에도 유찰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높은 상황”이라며 “두 기업의 자금조달계획과 향후 사업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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