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검색의 패러다임이 바뀐다…AI가 불러온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규칙들 [스페셜리스트 뷰]
- AI, 디지털 마케터의 새로운 고객으로 부상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모델 점유율’을 지배하라

[에티엔 고테롱 Jellyfish 한국 대표] 필자는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프랑스인이다. 커리어 초반에는 구글 검색 상위 노출이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여겼다. 그 중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검색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로 향하는 우리의 관문이었던 ‘검색’은 이제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독특한 온라인 검색 환경을 갖고 있지만,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해서 이 거센 변화의 흐름에서 비켜갈 수 없다. 오히려 기술 혁신과 신기술 도입에 있어 늘 앞서 온 국가이기에 새로운 검색 시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료 챗GPT 구독자 수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CLOVA for AD’를 실험했고, 올해는 AI 브리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Open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자체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출시했다. 스타트업 뤼튼은 10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 투자 유치에 성공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키워드 중심에서 문맥 기반 지능으로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대 초반의 검색은 키워드 중심의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이었다. 구글·야후·네이버 등 주요 검색 엔진들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링크를 보여주는 구조로 작동했고, 마케터들도 이에 맞춰 검색어 최적화 전략을 펼쳤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검색 환경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유튜브·레딧(Reddit)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정보를 찾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추천을 참고하며 ‘소셜 검색’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2020년대의 검색은 단순한 진화를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챗GPT,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링크 목록이 아닌, 맥락에 맞는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생성형 엔진’을 도입하며 기존 검색 엔진의 트래픽을 잠식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기존 검색 엔진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구글의 AI Overview, 네이버의 AI 브리핑처럼 AI가 요약한 정보를 상단에 배치하고 있다. 그동안 마케터들이 공들여 확보해온 광고 영역(SEM)과 자연 검색 결과(SEO)의 노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 번째 변화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이들은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이발 예약 같은 일상 업무까지 수행하며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링크가 아닌 답변을 원하는 사용자의 등장
이제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순한 ‘클릭’이 아니라 ‘신뢰’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여러 페이지에 걸친 검색 결과를 인내심 있게 살펴보지 않는다. 대신, 간결하고 직접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성형 엔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발전이 사용자의 기대를 재정의한 결과다.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문맥을 이해하고,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는 정교한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이러한 모델 덕분에 챗GPT나 Perplexity 같은 플랫폼은 기존의 검색 결과 리스트를 생략하고, 사용자 질문에 대해 대화형으로 바로 응답할 수 있게 됐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신생아가 있는 3인 가족에게 적합한 한국의 전기차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고 가정해보자. 예전에는 다양한 광고·리뷰·제품 페이지를 일일이 클릭해가며 정보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챗GPT나 Perplexity와 같은 플랫폼이 ▲안전성 ▲편의성 ▲충전 속도 ▲가격 등을 비교한 구조적인 답변을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웹사이트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용자는 더 이상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 AI가 생성한 답변 자체를 신뢰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터는 반드시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LLM은 정보를 어디서 얻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확한 출처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LLM이 선호하는 정보 출처는 다음과 같다.
위키피디아·쿼라(Quora)·Reddit 등 사용자 기반의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다. 그리고 링크드인(LinkedIn)·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의 소셜 네트워크가 꼽힌다. 개인 중심의 블로그 채널인 미디엄(Medium)·브런치·네이버 블로그 등도 LLM이 선호하는 정보 출처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뉴욕타임즈 등의 글로벌 언론사가 LLM의 정보 출처다.
이런 변화는 마케터에게 새로운 전략적 질문을 던진다. 마케터는 ▲내 브랜드는 LLM이 신뢰하는 출처에서 충분히 눈에 띄고 있는가 ▲내 브랜드는 정확하고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가 ▲나는 그 표현 방식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사용자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기술 환경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브랜드의 가시성이 이제 LLM의 인식에 좌우되는 시대, 마케터는 기존의 검색 최적화 전략을 넘어 AI 상에서의 브랜드 존재감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AI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방식 이해 필수
그동안 마케터들은 ‘사람’을 중심으로 전략을 설계했다. 이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오디언스(잠재 고객 집단)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바로 AI다. AI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노출과 신뢰도가 결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첫 번째 ‘모델 점유율’(Share of Model)을 측정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주목한 모델 점유율은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답변 내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언급되는지를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다. 이는 기존의 검색 점유율(Share of Search)이나 음성 점유율(Share of Voice)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성형 AI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라는 질문에 내 브랜드를 얼마나 자주 언급하는가 ▲LLM은 내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이런 인식이 Gemini·챗GPT·메타 라마(Meta Llama) 등 서로 다른 모델 간에도 일관되는가 등의 질문이다.
두 번째는 AI가 신뢰하는 출처를 파악하는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를 위한 플랫폼 셈러시(SEMrush)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공식 브랜드 웹사이트보다 Quora·Reddit· LinkedIn 등 커뮤니티 기반의 신뢰도 높은 사이트를 더욱 빈번하게 인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LLM이 실제로 참고하는 정보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케터는 자사 카테고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도메인을 파악하고, LLM이 신뢰하는 매체에서 브랜드가 긍정적으로 언급되도록 PR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속 가능성’이나 ‘가격 경쟁력’이 브랜드의 핵심 포지셔닝 요소라면, 해당 특성과 관련된 키워드로 자주 언급되는 매체나 플랫폼에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를 활용해 ‘사전 진단’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이제는 ‘AI 대상 테스트’가 필수다. ▲광고 ▲제품 상세 페이지 ▲영상 등 어떤 유형의 콘텐츠이든 실제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생성형 AI에게 해당 콘텐츠를 해석하게 하여 브랜드 메시지가 의도한 대로 전달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AI 기반 사전 진단(Pre-Flight Test)은 단순한 품질 검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사람과 알고리즘이라는 두 오디언스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적 정렬 수단이 될 수 있다.

AI 인사이트 엿보기
이러한 전략들이 실제로 어떤 인사이트로 이어지는지 확인해보자. 최근 모델 점유율 리서치 결과에서 도출된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아래 사례는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기업 젤리피쉬(Jellyfish)는 'Share of Model' 분석 기능을 활용해 한국 시장 내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리서치를 수행한 결과다.
샤넬(Chanel)의 언급률은 99.7%를 차지해 평균 2위라는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 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AI가 가장 자주 언급하고 높은 위치에 배치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LLM에게 “한국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는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Chanel은 거의 항상 추천되는 브랜드 중 2위 안에 위치한다는 의미다.
반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의 언급률은 43.8%로 절반 이하에 그친다. 추천 브랜드 상위 20위 안에 포함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는 AI가 브랜드를 인식하고 추천하는 방식에 있어 분명한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산드로·띠어리 분석 결과...LLM의 브랜드 인식 이해할 수 있어
▲우아함 ▲미니멀리즘 ▲가성비 등의 브랜드 특성에 대해 LLM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프랑스 브랜드 산드로(Sandro)는 우아함과 50%의 긍정적 연관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미니멀리즘과는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와 다르게 미국 브랜드 띠어리(Theory)는 우아함(20%)과 미니멀리즘(21%) 모두와 고르게 연결됐다. 보다 균형 잡힌 브랜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약점’으로 인식되는 항목을 살펴보면 Sandro는 ‘비싸다’(37%)와 ‘내구성이 약하다’(19%)는 이미지가 두드러졌다. 이에 반해 Theory는 ‘비싸다’(36%)와 ‘평범하다’(12%)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사용하는 LLM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딥시크(DeepSeek)는 Sandro를 31%의 비율로 ‘내구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로 평가했지만, Meta Llama는 한 번도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다. Theory의 경우에도 Meta Llama는 30%의 비율로 ‘평범하다’고 인식한 반면, Gemini에서는 같은 평가지표가 단 8%에 불과했다.
이처럼 브랜드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AI 모델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마케터가 단순히 하나의 LLM 반응에 의존하면 안되는 것이다. 주요 LLM들의 인식 차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자사 브랜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다각도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이는 LLM이 주로 참조하는 정보 출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네이버 블로그·인스타그램·무신사 등은 자주 인용되는 주요 도메인이지만 인용 빈도는 LLM마다 확연히 다르다. 무신사는 ChatGPT·Perplexity·Claude·Meta Llama에서 빈번하게 인용되는 반면, DeepSeek와 Gemini에서는 거의 인용되지 않았다. 이는 마케터가 자사 브랜드가 노출되기를 원하는 LLM이 신뢰하는 매체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배치 및 홍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인사이트 이후의 전략…실행이 성과를 만든다
아무리 정교하고 흥미로운 인사이트라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AI와 기술은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해주지만, 그것을 브랜드 전략과 연결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하는 일은 여전히 마케터의 몫이다.
예를 들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가 Meta Llama에 의해 ‘너무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상위 인용 도메인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 어떤 콘텐츠가 노출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과 강점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조정하거나, 적합한 인플루언서 풀을 재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AI 시대에도 브랜드의 방향을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주체는 사람이다. 기술이 인사이트를 제공해줄 수는 있지만,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실행력이다.
AI에 각인되어야 경쟁력 만들 수 있어
검색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성공의 기준은 달라졌다. 이제 단순히 검색 결과 상단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가 AI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 것, 그것이 새로운 경쟁력이다.
사람을 위한 검색 최적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AI가 어떻게 브랜드를 이해하고 기억하는지를 관리해야 할 때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디지털 마케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결국 마케터는 두 가지 오디언스를 함께 마주하게 됐다. 하나는 소비자, 다른 하나는 소비자의 결정을 돕는 AI다. 브랜드를 AI에 먼저 각인하지 않으면 경쟁사나 알고리즘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것이다.

필자인 에티엔 고테롱은(Etienne Gautheron) 프랑스·네덜란드·한국에서 활동해온 글로벌 디지털 전략가다. 프랑스의 Institut Mines-Télécom과 KAIST에서 복수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기술과 마케팅의 교차점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네덜란드에서는 미국 SaaS 스타트업 Optimizely의 유럽 시장 확장을 지원했고, 이후 프랑스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Reeport에 합류했다. 이 스타트업은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그룹 젤리피쉬(Jellyfish)에 인수됐고, 현재 젤리피쉬의 한국 지사를 총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와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비영리 단체 ‘라 프렌치 테크 서울’(La French Tech Seoul)의 공동 회장으로 2년간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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