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028 대입제도 개편, 수학이 최대 시험대 [임성호의 입시지계]
- 현 고1,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첫 대상
개편 속 가장 큰 변화는 수능 수학 과목

교육계 분석에 따르면 이들 학생이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전국 3271개교에서 치러진 2024학년도 1·2학기 학교 시험에서 수학 90점 이상을 기록해 A등급을 받은 비율은 전국 평균 28.5%였다. 즉, 중학교 당시 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수학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뒀다는 의미다.

올해 고교 입학 직후인 3월에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사정이 크게 달랐다. 시험 범위가 중학교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중학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학생들이 불과 몇 달 사이 성적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세부 구간을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중학교 3학년 때 80점대 B등급 비율은 16.9%였으나, 고1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3.5%로 떨어졌다. 80점 이상 비율이 누적으로 45.4%였던 것이 불과 몇 달 후 4.7%로 줄어든 것이다. 중학교 시절 절반 가까이가 80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고교 진학 후 같은 범위의 시험에서 극히 일부만 해당 점수를 받은 상황이다.
더 나아가 중학교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이 28.5%였던 것에 비해,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60점 이상을 기록한 학생 비율은 23.5%에 그쳤다. 즉, 중학교 시절 90점 이상 상위권에 속했던 학생 중 상당수가 고등학교 진학 후 60점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상위권 학생 일부가 수학 포기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중학교 수학 A등급 비율은 최고 37.2%, 최저 22.0%로 15.2%포인트 차이가 났다. 2025학년도 수능 기준으로는 고3 학생의 수학 2등급 이내 비율이 지역별로 최고 13.5%, 최저 3.3%로 나타나 10.2%포인트의 차이가 벌어졌다. 중·고교 모두에서 지역 간 수학 성취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고1 학생들이 치른 3월과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원점수 평균을 보면 수학은 각각 44.6점, 41.9점으로 두 차례 모두 40점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국어는 52.7점, 48.7점, 영어는 55.8점, 61.0점으로 나타나, 수학의 성적이 다른 주요 과목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았다.
현재 고1 학생들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첫 대상 학년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능 수학 과목이다. 지금까지 유지돼온 문·이과 구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출제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에는 ‘가형(이과)’과 ‘나형(문과)’으로 구분돼 있었고, 2022학년도부터는 문·이과 통합 선택형으로 바뀌어 문과는 확률과 통계, 이과는 미적분·기하를 주로 선택했다. 그러나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이 단일 유형으로 출제된다. 문과와 이과 학생이 동일한 시험지를 풀고 같은 상대평가 체계 안에서 순위를 매기게 되는 것이다.

시험 범위에서도 변화가 크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심화 과정이었던 미적분Ⅱ, 기하 단원이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수학 시험 범위는 문과 범위에 가깝게 좁혀지며, 수학이 하나의 시험지로 통합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현재 AI 및 첨단학과 집중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학 과목은 이러한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며, 향후 개편된 수능 체제에서도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고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시험 범위 축소가 곧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수학 시험이 지나치게 쉬워진다면 이과 학생들에게는 만점자가 속출하는 ‘물수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변별력 논란이 불가피하고, 결국 좁아진 시험범위에서 문제 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학 입시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능 범위에서 제외된 심화 수학 과목의 이수 여부를 대학이 반영할 수도 있지만, 이미 내신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은 동기부여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주요 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AI·첨단학과 등 미래 핵심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과 수학교육의 방향성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범위 축소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여전히 어렵게 출제될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입시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AI와 첨단학과 육성정책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수학 교육의 변화를 대학과 산업계, 교육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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