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이러다 다 죽는다’ 곡소리… 4월 마지노선 화학업계의 비명
- 이란 전쟁에 유가 폭등 사태에 최대 위기
늦춰도 4월 중순 공장 가동 중단 ‘데드라인’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빚어진 ‘오일쇼크’로 국내 화학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곡소리가 나올 만큼 ‘데드라인’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동 의존도 높은 국내 화학업계
이란 사태로 인한 최대 피해자로 화학업계를 꼽힌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하향 곡선을 걷고 있는 화학업계는 유가 100달러 돌파로 ‘엎친 데 덮친 격’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 주도의 화학업계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란 분쟁의 장기화로 화학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고분을 따졌을 때 셧다운 시기를 3월 말, 최후의 ‘데드라인’을 4월 중순으로 내다볼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중순 시점에서 한국의 납사(나프타) 재고는 2주분 수준이다.
LG화학의 관계자는 “보통 화학업계가 재고분을 2주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NCC(나프타분해시설)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공장이 셧다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4일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기지인 여천NCC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에틸렌은 납사를 열분해서 만들고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사용돼 ‘산업의 쌀’로 불린다. 납사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데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급 자체가 힘들어졌다. 이에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하는 등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가 상승으로 납사 가격도 폭등했다. 납사 가격은 이란 사태 이전인 2월 말까지만 해도 600달러대 선이었다. 하지만 중동 분쟁에 3월 9일 992달러로 뛰어오르더니 3월 16일과 17일에는 각각 1200달러, 1250달러까지 오르는 등 2배로 급등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통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공급 확보 자체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국내 화학업계는 50% 이상을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 자체가 힘겨운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학업계는 중동에서 자체적으로 수입하는 원유의 비중이 높다. 국내 정유사들이 일정 비율로 납사를 제공하긴 하지만 생산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 등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조짐에 석유 수급 위기가 가시화되자 정부는 18일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필요시 차량 5부제 혹은 10부제 시행을 검토하라는 주문까지 내렸다.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데다 원유의 가격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화학업계는 비축유에서 납사용으로 공급될 비율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학업계가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낮췄다고는 하지만 보유한 나프타 재고가 2주 분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달 말부터는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조선·자동차·전자 전방위적 충격 확산 우려
여천NCC의 선언에 이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도 일부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하는 등 나프타·에틸렌 등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 주도의 화학업계 구조조정도 무용지물 위기다. 정부는 지난 2월 화학업계 구조조정 ‘1호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화학업계를 살리기 위해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2조1000억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가동하기로 했다.
2호 프로젝트로 한화와 DL그룹의 여천NCC를 고려했지만 유가 폭등 사태로 의미가 없어졌다. 여천NCC는 이미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생산을 중단했고, 이런 외부적인 요인으로 HD현대와 롯데케미칼도 향후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국방과 공급망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석유화학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미 실적이 저조한 공장들을 폐쇄하고 통합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8월부터 정부는 생산 능력을 약 4분의 1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석유화학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화학업계의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안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생산이 중단되면 지금보다 더 심한 칼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기업들의 대책도 마땅치 않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풀어줬다고는 하지만 한국 기업까지 올 수 없는 구조다. 러시아산 원유는 대부분 중국이 수입하거나 인도로 흘러가고 있다.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한 중국은 자국 원유를 해외로 방출하는 것 자체를 차단했다.
석화업계는 “러시아와 미국 등 원유 수급 루트를 다변화할 수 있지만 지금 계약한다고 해도 한 달 이후에나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이 이미 끝난 이후가 될 수 있다.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유가 폭등 사태가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납사 가격이 높아지면 에틸렌의 상승으로 연결되고, 이 같은 기초 원료의 가격 상승은 제품 판매가로 직결되는 구조다.
‘슈퍼 사이클’에 올라선 조선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에틸렌이 없으면 강재 절단이 불가능해서 조선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뿐 아니라 플라스틱·섬유·자동차·전자 등 전방위적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어 대응이 절실하다.
석화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비축유 우선 공급과 전기료 인하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긴급 정책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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