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1300조 빚의 착시’…숫자 뒤 숨은 韓 국가재정의 진실 [홍춘욱의 경제프리즘]
- IMF와 정부의 계산법 차이가 만든 국가부채 착시
재정건전성보다 성장투자 부족을 고민할 때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가 순부채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며 국가부채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 면이 있기에, 이 문제를 간단하게 다뤄보려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 재정은 너무 건전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면이 있을 정도”라고 본다.
왜 이런 결론을 내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 ‘그래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측정한 국가 순부채 비율의 흐름을 보면, 한국은 순부채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이제 막 플러스 레벨로 돌아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지표만 보면, 한국은 국가 부채가 너무 많아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재정 여력 충분한 韓 경제
미래 이익 전망이 밝은 프로젝트를 가진 기업들이 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듯, 재정 여력이 충분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나라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저출산이라면, 신생아 한 명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억원을 지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참고로 2025년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은 2663조원인데,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을 기록했다. 이러면 1인당 1억원씩 지급해도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6년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727조9000억원)에 비교해도 지급액은 전체에서 3.5%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국의 순부채 비율이 낮게 측정된 것은 국민연금 기금이 자산으로 잡힌 탓’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난 4월 6일 발표한 ‘2025회계연도 국가 결산’ 자료를 보면, 국가 자산은 3584조원인 데 비해 부채는 2771조6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우리 정부가 발표한 국가 순자산은 플러스 812조4000억원이니 GDP 대비 국가 순부채 비율은 –30.4%가 되어야 마땅하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이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탁월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으니, 2026년 말 한국의 국가 순자산이 플러스 1000조원의 벽을 돌파할지도 모를 일이다.
부풀어진 국가 순부채
그렇다면 IMF가 측정한 순부채 비율(+10.3%) 수치와 실제 한국 정부가 발표한 수치(–30.4%)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는 IMF와 우리 정부가 ‘국가 순부채’를 측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IMF는 국민연금 기금의 적립액을 ‘미래에 상환해야 할 부채’(연금 충당 부채)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자산의 유동성을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탓이다. 즉, IMF의 보수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이 주요 선진국 중에 가장 낮은 순부채 비율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 부채도 상당히 부풀려진 면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래 ‘표’는 2025회계연도 국가 결산의 별첨 자료에서 가져온 것으로, 국민주택채권과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이 각각 75조6000억원과 29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두 항목(총액 105조2000억원) 모두 대응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국민주택채권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매입해야 하는 매우 낮은 금리의 채권인데, 정부는 국민주택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다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에 대출하니 순수한 부채로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외평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한 채권인데, 대부분 달러 자산으로 운용된다. 2022년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평가 이익을 거두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부풀려진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말한 저출산 대책부터 시작해,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 투자 등 미래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곳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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