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요트만 가득하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증권사 요트만 가득하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오래 전 어떤 사람이 뉴욕을 방문해 금융가를 관광하던 길이었다. 맨해튼 남쪽에 이르렀을 때 가이드가 줄지어 정박 중인 배들을 가리키며 “보세요, 저 배들이 바로 은행가와 주식중개인들의 요트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순진한 방문객이 물었다. “그럼,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 있나요?”
이 일화에서 제목을 딴 책이다. 짐작이 가겠지만 이 책은 고객이야 어찌 됐든 증권사 등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도록 되어있는 금융시장의 부조리와 그 종사자들의 탐욕에 대한 야유고 풍자다. “월스트리트의 누군가에게 투자 전망에 대해 질문한다면 가장 듣기 어려운 대답은 ‘모르겠다’이다.”(49쪽) 투자전망을 많이 낼수록 더 많은 거래를 유발하며, 따라서 증권사는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이며 유용한 투자자문이 가능한가. 저자는 부정적이다. 차트분석이 실제 의미나 내용을 도외시한 채 그 움직임을 도식화하여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점성술과 비슷하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설적 주가 예측가였던 메이저 앵거스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차트이론을 몇 개 설명한 후 “이 모든 이론들은 적용 가능한 시기가 각각 다르다…차트 이론은 때때로 유용하긴 하지만 위험하다”고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저자는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일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차트이론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나 ‘유용하다’고 비웃는다. 대공황 때 월가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증시 예측이 대부분 ‘예언’ 수준이며, 증권사 등은 고객의 수익을 고려하기보다 거래를부추겨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데 열중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예컨대 “그들은 노후를 위해 이 주식을 사라고 했는데 그 말은 끝내주게 맞았다. 그 주식을 산 지 일주일도 안돼 팍 늙어버렸으니 말이다”란 코미디언에디 캔터의 말을 인용하는 대목이 그렇다.
하지만 투자 관련서 답게 8장에서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을 다루는데 꽤나 의미심장하다. “투기는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한 노력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행위를 말한다. 투자는 큰 돈이 적은 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행위를 말한다.”(196쪽) 지은이에 따르면 1000 달러를 가지고 월가에 가서 1년 안에 2만5000달러를 만들려 하면 투기, 2만5000달러를 가지고 월가에 가서 1년에 1000달러를 벌려고 하면 투자다.
또 하나 “적절한 주식을 선택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것은 ‘투자수익을 어떻게 사용할 생각인가’하는 삶의 철학과 투자의 목적이다”(212쪽)란 구절도 새겨들어야 하지 싶다.
이 책은 1940년 처음 출간됐다. 주 내용은 1920년대 말 대공황을 전후한 미국 증시를 다뤘다. 게다가 투자 가이드라기보다 비판에 초점을 맞췄으니 아무리 ‘투자고전’이라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볼 만하다. 시대와 상황이 다르고 제도와 기법이 변화했어도 금융시장의 행태는 그리 달라지지 않은 때문이다.
기술분석이니 가치투자니 하지만 원숭이가 찍은 투자수익이나 투자전문가의 솜씨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 ‘투자 교과서’는 아닐지언정 참고도 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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