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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넷플릭스…토종 OTT ‘콘텐트 투자 올인’ 대신 '전략적 협업'[토종 OTT 생존전략①]

넷플릭스식 ‘콘텐트 투자=가입자 확보’ 공식 깨져
생태계 확장‧포트폴리오 확대 등 다양한 전략 꺼내

 
 
티빙이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사진은 양지을 티빙 대표. [연합뉴스]
국내 OTT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영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쟁 관계에 놓여있던 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가 하면 콘텐트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거나, 아예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너나 할 것 없이 콘텐트 투자에 뭉칫돈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2025년까지 1조원 투자 목표(콘텐츠웨이브)”, “향후 5년간 5조원 투입(CJ ENM)”, “3년간 5000억원 이상 투자(스튜디오지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트를 내세워 소비자를 매료할 생각이었다.  
 
대규모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이미 성공 사례가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OTT로 등극하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독점 콘텐트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넷플릭스(Original Netflix)’ 콘텐트 제작에 수십조원 단위의 자금을 투자해 물량공세를 펼쳐왔다. 투자 규모도 매년 수직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킹덤’, ‘D‧P’, ‘오징어게임’ 등을 앞세워 국내 OTT 시장을 석권했다.  
 
“OTT 시장 경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콘텐트의 양과 질”이라는 게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OTT 서비스도 콘텐트 제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전략적 협력 나선 국내 OTT 업계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경쟁하듯 콘텐트 투자 규모를 늘려 발표하던 이들이 다른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건 CJ ENM의 티빙이다. 이 서비스의 최근 전략은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확장’으로 요약된다.  
 
지난 6월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티빙을 통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빙 플랫폼 내 파라마운트플러스 브랜드관을 별도로 신설하고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제공하는 콘텐트를 티빙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  
 
티빙은 출범 때부터 네이버와 SLL(전 JTBC스튜디오)의 지분 투자를 받고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했다. 지난 3월엔 CJ ENM이 KT그룹의 미디어·콘텐트 사업을 총괄하는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양측은 콘텐트 투자부터 제작, 편성,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할 방침이다. 최근엔 그 일환으로 KT의 5G 요금제 혜택에 티빙 이용권이 포함되기도 했다. 티빙은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제휴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CJ ENM이 KT‧LG유플러스와 콘텐트 사용료를 두고 격한 갈등을 빚었던 걸 고려하면 이들의 전략적 제휴는 파격적인 일이다. 독점 콘텐트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다양한 콘텐트를 확보하고,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게 티빙의 목표다.  
 
왓챠는 2.0 버전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연내 새롭게 선보인다. 영상 콘텐트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웹툰과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여러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단순히 모아 놓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분절되지 않은 종합적이고 연속적인 콘텐트 감상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왓챠는 모든 콘텐트를 한 번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구독 요금제’를 채택할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처음부터 넷플릭스 대신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벤치마킹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유료 회원에게 배송, 제품, 반송 등의 혜택뿐만 아니라 영상·음악·게임 등 다양한 콘텐트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고 있다. 고객이 쇼핑을 하다가 콘텐트를 보거나, 콘텐트를 보러 왔다가 쇼핑을 할 수 있는 ‘락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콘텐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쿠팡 역시 유료 멤버십 와우에 가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쿠팡플레이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로켓직구 무료배송’, ‘와우 전용 할인’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영화 배급사로 유명한 뉴(NEW)의 사내 벤처 ‘뉴아이디’는 아예 틈새시장을 노렸다.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사업을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아마존 프리비, 더 로쿠 채널, 파라마운트 글로벌 플루토 TV 등 20개 플랫폼과 콘텐트·채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5개 채널과 광고 기반 주문형비디오(AVOD)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국내 OTT 사업자들이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시장이다.  
 
이처럼 많은 서비스가 넷플릭스식 성공 방정식 대신 새로운 경영 전략을 꺼낸 이유는 넷플릭스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세계 최초로 OTT 가입자 수 2억명을 확보할 때만 해도 넷플릭스의 전략은 적중한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유료 회원이 직전 분기 대비 20만명 감소했고, 2분기에서도 200만명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먹구름이 꼈다. 올해 역대급 규모의 콘텐트 투자를 공언했음에도 가입자 수가 역성장한 것이다.  
 

부작용 드러낸 넷플릭스식 성공 전략

성장 한계에 부딪힌 넷플릭스도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사실상 묵인해온 계정 공유 방식에도 추가 요금을 물릴 예정이고,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가 저렴한 ‘광고 삽입 요금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콘텐트 투자가 가입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OTT 사업자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입자 수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한 가운데 콘텐트에 자금을 얼마나 더 쏟아야 할지 가늠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다만 이들의 전략 변화가 시장에 통할 지는 예측불가다. OTT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상당하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올라 소비 여력이 감소한 상황에선 해지가 간단한 OTT에 지갑을 닫을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주요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인플레이션 영향과 콘텐트 가치 상승으로 콘텐트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동시에 치솟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적자에도 꿋꿋이 공격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던 서비스들이 최근엔 터닝 포인트를 고려하면서 수익성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라면서 “국내 OTT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투자 자금이 떨어지는 게 빠를지, 시장 장악이 빠를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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