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도전’이 제기하는 과제 [최배근 이게 경제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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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도전’이 제기하는 과제 [최배근 이게 경제다]

미 '구조적 도전' 규정 vs 중 '냉전 산물' 반발
패권주의는 시대착오적 사고의 산물
공멸의 길 재촉하는 미·중 대립 멈춰야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연합뉴스]

북대서양 군사동맹인 나토 정상회의가 중국을 ‘구조적인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 규정하였고, 중국은 이에 대해 ‘냉전의 산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먼저 ‘구조적 도전’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인이 이해하는데 더 와닿을 것이다. 여기서 ‘시스템’은 다름 아닌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구축한 세계 질서를 말한다. 미국은 중국을 WTO 체제에 받아들임으로써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의 전략은 시대착오적 사고의 산물이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 전후였다. 그러나 2000년에 미국 GDP의 13%에 불과하던 중국경제 규모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에도 26%에 불과하였다. 2007~08년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미국은 해외에서 유입된 외국인 보유의 달러의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주택시장 과열을 우려한 연준은 2004년 하반기부터 2년간 17차례 금리를 인상했으나 (해외 자금의 대규모 채권 매입으로) 시장(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데 실패하였다.  
 

미 금융위기 이후 중국 압박 더욱 거세져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중국 자금이 미국 경제주권을 침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오바마 정부는 두 가지 방향으로 중국을 압박하였다. 달러의 해외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경상수지 흑자의 축소가 한 방향이었고, 미국이 만든 규칙과 질서를 약화시키려는 움직임들을 차단하는 것이 다른 방향이었다. 그리고 방향들의 강도는 계속 높아져 왔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을 통제하기 위해 G20 정상회담을 만들고, 미국에 대한 주요 교역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GDP 대비 4% 이내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였다. 실패로 돌아간 후 국내법에 근거하여 자의적으로 3% 이내로 낮추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2% 이내까지 낮추었다. 또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에 대응하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세 및 기술전쟁,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으로 대응해왔다. 물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 강도가 높아진 것은 중국의 패권주의가, 특히 시진핑 체제에서 노골화된 점을 빼놓을 수가 없다.
 
문제는 처음부터 미국과 중국 모두 승자가 될 수 없는 싸움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미국 GDP의 77%까지 쫓아왔다. 또한 미국이 기술전쟁의 상징으로 삼은 화웨이를 고사시키려 하였지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운영체계(harmony)에 기반한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의 기회로 만듦으로써 미국이 제재하기 이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미국이 만든 규칙과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을 제압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우호세력을 최대로 규합하고, 미국 패권주의의 토대인 군사력과 달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목표는 현실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상대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러나 자신은 상대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이른바 국제관계에서 중심주의인 ‘패권주의의 종언’ 때문이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군사력과 달러의 힘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만들었다. 그것은 온전한 주권국가의 구현이었다. 주권이란 자국의 문제 해결을 타국의 간섭 없이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군사력에 의존하는 봉건제와 달리 자본과 군사력에 기반한 자본주의에서는 경제주권이 핵심이다. 시장(자본)이 곤경에 빠질 때 (마지막 단계의 문제 해결사인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경제정책의 핵심 수단은 통화정책이고, 통화정책의 효과를 확보하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 즉 화폐주권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통화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한 대전제는 화폐가치 안정성이고, 이런 점에서 대외적 화폐가치를 의미하는 환율 안정성 확보는 경제주권의 문제이다.  
 
2차 대전 이후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가 통화정책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 가치에 연계한 고정환율제를 도입하고, 고정환율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본 이동을 통제한 배경이다. 그런데 경제력 다원화로 국제통화시스템의 ‘중심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할 운명이었고, 그 결과물인 변동환율제의 도입으로 신흥국은 반복적인 금융위기(외환위기)에 직면하였다. 신흥국의 경우 (자기보험 차원에서) 외환보유 축적과 이를 위한 경상수지 흑자 추구, 그리고 이를 위한 환율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신흥국의 자기보험 장치는 달러의 대외 유출 증가와 미국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물이 미국의 금융위기였다. 이처럼 경제력 다원화에 조응하는 (중심주의 방식의) 국제통화시스템의 개혁이 방치되면서, 정확히는 미국이 달러 기득권의 포기를 거부하면서 ‘미국 화폐주권’ 대 ‘신흥국 화폐주권’의 갈등이 부상한 것이다.  
 

금융으로 연결된 세계..중심주의 더 이상 무의미

주권국가로서 화폐주권과 경제주권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만의 목표가 될 수 없다. 미국은 80년대 이후 금융 가치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였다. 월가는 (워싱턴조차 지배할 정도로) 사실상 미국의 심장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GDP의 2.3배가 넘는 53.3조 달러가) 해외에서 미국으로 유입되었고, 이 중 14.8조 달러와 13.8조 달러가 각각 미국 주식과 채권에 유입되고 있는 현실이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달러 자금 없이 월가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해외에서 유입된 달러 없이 월가가 존재하기 어렵고, 월가 없는 미국 경제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월가를 매개로 미국과 공동운명체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특성으로 하는 네트워크 세상에서 중심주의는 더는 의미가 없다.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환율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통화정책의 독립성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즉 ‘트릴레마가 아닌 딜레마’라는 현실은, 금융으로 세계가 연결된 오늘의 현실을 대변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만이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행사하고, 자신은 영향을 받지 않는 패권주의는 비현실적인 세계관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를 제압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과 세계를 어렵게 하는 배경이다. 마찬가지로 ‘시스템상 도전’으로 중국을 규정하는 시도도 성공하기 어렵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경우 세계는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현재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제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유튜브 채널 ‘최배근TV’를 비롯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최경영의 경제쇼’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 중이며, 한겨레21, 경향신문 등에 고정 칼럼을 연재했다. 주요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이게 경제다] 등이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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