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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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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 심사 놓고…한화 vs 공정위 ‘으르렁’ 이유는[이코노Y]

산업 일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이 국내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공정위가 방산 부문의 경쟁 제한 우려에 관해 한화 측에 시정 방안 제출을 요청했는데, 한화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급기야 KDB산업은행이 등판해 “공정위 심사 일정 지연이 우려스럽다”며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재계에선 “기업 결합 심사 당국인 공정위에 심사 대상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선 “HD현대 측이 방산 부문 경쟁 제한 우려를 적극 표명해 공정위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는 주장도 있는데, “특정 기업의 문제 제기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좌우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가 중론이다. 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외국 경쟁 당국 승인이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관련 업계 일방의 주장을 바탕으로 심사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매우 아쉽고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와 대우조선의 방산업체 매매를 승인했고, 최종 수요자인 정부가 기술이나 가격 등을 엄격히 관리하는 방산 시장 구조 등을 고려하면 양사 결합으로 예상되는 경쟁 제한 우려는 기우(杞憂)라는 얘기다. “그간 주요 주주로 있는 개별 기업에 관해 말을 아껴온 KDB산업은행의 이번 입장 표명은 이례적”이란 얘기가 많다. “KDB산업은행이 HD현대 측의 방산 부문 경쟁 제한 우려에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화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화에 이어 KDB산업은행도 “업계 일방 주장에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공정위와 HD현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입장에선 특정 기업이 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고, HD현대 입장에선 경쟁사 결합 심사에 훼방을 놓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경쟁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통상적 절차”라며 “오히려 공정위가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결합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경쟁 제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공정위가 수렴해 심사 대상 기업에 전달하고, 이를 해당 기업이 반박하는 것 모두 상식적인 절차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 만큼, 한화와 KDB산업은행의 문제 제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사 4개월째 터진 ‘불만’…속전속결 한화, 왜?한화가 4개월째 기업 결합 심사 중인 공정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만큼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다른 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의 기업 결합 심사에는 3~4개월 정도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가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는데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이었다. 반면 동종 산업 내의 두 기업에 대한 심사는 장기간 이어진다. 공정위는 1년 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해 2022년 조건부 승인했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불허로 HD현대의 대우조선 인수가 최종 무산되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당시 공정위는 결합 심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였다. 한화 측은 대우조선 인수를 이종(異種) 사업자 간 결합으로, HD현대 등 경쟁사는 방산 부문은 동종 사업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부 등과 달리 산업 경쟁력보단 독과점 문제를 중점 검토하는 공정위 입장에선 한화의 군함용 무기 등의 사업과 대우조선의 군함 사업의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군함용 무기 시장에서 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방산 시장 구조상 경쟁 제한 가능성이 희박해도, 독과점 문제를 살펴보는 게 공정위 소관”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공정위 심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을 보면, 단순 실무진 차원의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고위급이나 오너가(家)에서 공정위 심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한화의 예상과 달리 공정위 심사가 길어지자 경쟁 제한 우려를 표명한 HD현대를 저격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023.04.05 18:00

3분 소요
전경련 “공정위 소관 경제형벌 80%는 개선필요”

산업 일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처벌 항목 274개 중 217개(79.2%)를 개선해야 한다고 16일 주장했다. 전경련은 경제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기획재정부에 이러한 개선 방안을 건의했다. 전경련은 개선이 필요한 217개 중 178개(82.0%)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개선 대상 항목 중 형벌을 행정 제재로 전환해야 하는 항목은 160개로, 전체의 73.7%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35개(16.1%)는 형벌 폐지, 18개(18.3%)는 형벌 완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개선 필요 건수 상위 법률 대부분은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경제형벌 개선 방안을 계속해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1.16 07:33

1분 소요
윤석열 수술대에 여가부·기재부·공정위·공수처 오르나

정책이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기재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차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공 수장의 인선이 도마 위에 오르 내리고 있다. 14일 국민의힘이 펴낸 윤 당선인의 대선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대통령실로 축소 개편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재부는 역대 정부에서 재무부·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기재부 등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역대 정부에서 통합과 분리를 거듭해온 기재부가 이번 새 정부에서도 어떤 개혁 방향으로 흐를지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달리, 윤 당선인은 그동안 기재부 재편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재정 정상화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 운용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재정준칙 도입과 함께 ‘독립적 재정위원회 운용’을 제시했다. 재정위원회의 소관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는데, 영국·독일 등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재정 상황·전망을 심사하고 재정준칙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형태를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조직 개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 측이 여가부 폐지·청와대 해체·대통령실 광화문 이전 의사를 밝히며 정부 부처 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캠프에서도 각종 경제부처 개편 시나리오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기재부가 수행해온 경제정책 조정과 컨트롤타워 역할에 일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차기 윤석열 정부가 미시적인 기능·역할 조정을 넘어 기재부 조직에 대한 개편을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통합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에 집중하는 과거 형태로 돌아가는 예측도 나오지만, 통합 시 우려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대적인 경제 부처 개편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尹, 공수처 ‘고위공직자 수사 독점’ 폐지 여부에 촉각 차기 윤 정부에서 공수처는 권한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통신조회 논란 등으로 폐지론이 나온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독점적 수사 권한을 손질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 권한 축소는 사법개혁 문제와 함께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에서 다룰 방침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새 정부는 문재인 정권에서 정치적 중립 논란을 빚은 공수처를 곧바로 폐지하기보단 법 개정을 거쳐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를 폐지가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이 조항은 공수처장이 검찰·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하면, 검경은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에도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지해야 한다. 윤 당선인 측이 해당 조항을 폐지해 검찰과 경찰이 공수처의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집에도 ‘사법개혁’ 항목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 공정위 새 수장에 기업 친화적 인물 발탁 가능성 공정위는 윤 당선인의 공정경제 철학을 수행할 새 공정위 수장이 발탁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인수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원장 인선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긴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전·현직 공정위 관료부터 공정거래법이나 경쟁법 전문가, 검사까지 하마평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김상조 전 위원장과 차별화되는 인물을 공정위원장으로 인선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공정경제 공약에서 기업의 자율 규제 원칙과 최소 규제를 내세운 만큼 기업 친화적인 철학을 갖춘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기업을 신뢰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잘못하면 일벌백계하자는 것으로, ‘아예 싹을 자르자’와는 (기조가) 다르다”며 “기업의 편안한 경영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서는 재벌 개혁보다는 갑을관계 개선, 독과점 해소 등의 분야에 정통한 전·현직 공정위 관료의 기용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인물로 김재신 공정위 현 부위원장의 기용 가능성이 꼽힌다. 김 부위원장은 카르텔·기업거래·경쟁정책 등 공정위 내 주요 업무를 두루 섭렵했으며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내부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지철호 전 부위원장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 전 부위원장은 갑을관계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유통 분야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앞장선 바 있다. 이 밖에 전문가 그룹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에게 정책적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권남훈 건국대 교수(경제학과)가 거론된다. 권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규제분과 자문위원, 공정위 경쟁정책자문단 자문위원, 정보통신정책학회장 등을 거쳤다. 대선 과정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 관련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각 캠프에서 관련 전문가가 부각될 기회가 없었던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깜짝’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도 나온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3.14 15:37

4분 소요
담합은 공정위만 고발? 전속고발권 李 “폐지”, 尹 “유지‧보완”

산업 일반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은 대선후보의 경제정책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선자의 공약 중 일자리·세금·규제 이슈 등은 경영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보는 항목 중 하나가 ‘전속고발권’ 폐지다. 전속고발권이란 기업이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6개 법률을 위반한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고소‧고발이 이어지면 수사와 처벌이 남용돼 기업의 경제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도입됐지만, 공정위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 기업이 위법 행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경성담함(hardcore cartel, 가격·시장·분할입찰 담합)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고 했었다. 수사권이 없는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물려도 과징금 규모가 작아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고발과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 담합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생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 시절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위원장으로 있던 지난 2018년에 법무부와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은 2020년 12월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뺀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현실적으로 전속고발권 유지를 택했던 셈이다. 참여연대는 당시 성명을 내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민주당이 지난 2017년 대선 공약, 2020년 총선 공약으로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공개 약속한 사항”이라며 “여당이 공약을 지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오히려 이를 철회하는 결정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제도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당의 입장을 뒤로하고 전속고발권 ‘폐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밝혔고 최근에도 “전속고발권 폐지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현행 제도 유지와 보완’에 방점을 찍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경성담합 억제 등 공정한 경제 질서를 위해 전속고발권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대선에서는 태도를 달리했다. 대신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의무고발요청제와 조화로운 운용 추진’ 계획을 밝혔다. 현행 제도는 유지하면서 기업에 대한 제재를 지금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속고발권에 대해 시민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8일 변협은 유튜브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조순열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협회 부회장)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통해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하지만 공정위에서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위와 대기업 사이의 유착, 특혜로 인한 폐해가 드러나고 있어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시민단체나 개인이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쟁사나 소비자가 특정 기업에 불만을 품고 고발을 이어가면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곳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고발이 난무하면 이를 무시하고 경영 활동을 하기 어렵다”며 “전속고발권 폐지가 자칫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3.05 18:00

3분 소요
공정위, 해운업계 담합 결론 낸다…해운사 제재 수위는?

산업 일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12일 국내외 23개 해운사의 운임담합 혐의 사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이날 위원 9명이 참여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HMM(옛 현대상선) 등 국내외 23개 선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한다. 앞서 2018년 공정위 심사관은 목재 수입업계로부터 국내 해운사들이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가격을 일제히 올려 청구하는 등 담합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다. 이후 약 3년여의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5월 이들 해운사에 검찰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23개 해운사가 2003~2018년 122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했으며, 최대 8000억원(전체 매출액의 10% 적용 시)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이에 해운업계는 해운사가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는 해운법 29조를 근거로 공정위 제재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해운법 29조에 따라 공동행위를 하려면 화주 단체와의 사전 협의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신고와 자유로운 입·탈퇴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사전에 화주와 협의를 하지 않는 등 불법적인 공동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관련 법을 바꾸거나 중대한 쟁점사안을 결정할 때 열린다. 공정위는 심결을 위해 위원 전원(9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회의’와, 상임위원 1인을 포함한 위원 3인으로 구성되는 ‘소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위원장이 의장을 맡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소관 내용은 주로 법규 제·개정, 이의신청 재결, 소회의 미의결 사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중요사건 등을 주로 처리한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1.12 07:00

2분 소요
공정위가 ‘경제검찰’로 거듭나려면…

산업 일반

높은 경쟁률을 뚫은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 하는 부처는 어디일까? 흔히 기획재정부를 떠올릴 게다. 장관이 부총리로 높은 데다 국가예산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라 거기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힘이 세고 일하는 보람도 있을 테니. 실제로 과거에는 그랬다. 부동의 지원 부처 1위는 기획재정부였다.이게 몇 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망 1순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급부상했다. 그 다음 2위는 국세청, 나머지 경제부처는 그만그만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재정부가 일은 여전히 많은 데 비해 힘이 빠진 반면 새로 부상한 부처들은 시쳇말로 일은 그리 빡세지 않은데 힘이 있고 퇴직 이후까지 보장돼서라고 한다.행시 재경직 근무 희망 부처 순위는 묘하게도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 고문들의 출신 부처와 같다. 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화우·율촌 등 6대 로펌에서 일하는 고문들(126명) 가운데 공정거래위 출신(19명)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국세청 출신(18명)으로 보도됐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다른 경제부처 출신도 있지만, 공정위와 국세청 출신이 압도적이다. ‘경제 권력기관’으로 통하는 두 곳 출신이 6대 로펌 고문의 30%에 육박한다. 로펌에선 이들 고문이 변호사 자격은 없지만 행정부처에서 오래 종사해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법률적 지식만으로 의뢰인 요구에 부응할 수 없어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영입했다지만, 이들의 활동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만큼 로비스트라는 따가운 시선이 뒤따른다.이들 대부분은 로펌 내 ‘공정거래팀’에서 일한다.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등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인 기업의 의뢰를 받아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심판에 대응하는 게 일이다. 여기에 소속된 고문·전문위원 등 공정위 관료 출신이 로펌에 따라 공정거래팀 구성원의 20~30%에 이른다. 로펌들이 공정위 출신을 경쟁적으로 영입한 이유가 과연 이들의 전문성만을 높이 평가해서일까? 아니다. 공정위 출신 인사들의 ‘전관 영향력’을 십분 고려해서다.이는 로펌에 소속된 공정위 출신들이 대부분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심판 업무를 총괄하는 ‘심판관리실’에서 근무했거나 심판 수위를 결정하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판사’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 경력의 소유자란 점으로 입증된다. 실제로 로펌에서 일하는 공정위 출신은 심판관리실 출신 서기관부터 부이사관, 사무처장, 상임위원, 공정위 부위원장, 공정위원장 출신에 이르기까지 망라되어 있다.공정위 퇴직 관료들의 로펌행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로펌으로 가면서 해당 로펌의 과징금 심판청구에 대한 인용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등 공정위 출신 인사에 대한 전관예우가 의심되는 상황이 빈번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어느 로펌의 희한한 과징금 인용 사례가 논란이 됐다. 공정위 핵심 과장 출신 인사가 영입되기 전 과징금 이의신청이 단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 로펌에서 공정위 인사 영입 직후 5건의 이의신청이 인용되면서 과징금 76억여원이 경감되는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공정위가 처리하는 경제사건은 증거 확보가 핵심인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경제상황 분석을 통해 경쟁 제한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다.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서기관·부이사관급 공정위 실무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공정위의 전문성이 약화되거나 업무 기밀이 유출돼 공정위의 소송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대기업 및 공정위와 부닥치는 일이 많았던 신임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의 이런 그릇된 관행을 꿰뚫고 있었으리라. 취임 일성으로 직원들에게 “업무시간 외에는 공정위 OB(퇴직자)나 로펌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경고에 그칠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부기구로 공정위를 중시할수록 공정위로부터의 제재를 방어하기 위한 대기업과 로펌의 공정위 전관 영입과 공정위를 향한 로비 공세는 가열될 것이다. 공정한 시장 경제질서 확립이 핵심 업무인 공정위 스스로 다른 부처보다 엄격한 취업제한 규정과 윤리강령을 마련해 실천함으로써 ‘공정위 찍고 로펌 가는 행위’를 억제해야 마땅하다.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할 때 3년 간 관련 부서 업무(국장급 이상은 관련 조직 업무)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만으론 부족해 보인다.지금 사법검찰 개혁만 시급한 게 아니다. 경제검찰인 공정위도 그에 못지않은 개혁이 요구된다. 공정위 직원들이 차고 있는 ‘경제검찰 완장’이 힘을 과시하는 데 머물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고유 업무에는 소홀해서다. 더구나 경제검찰 완장은 공정위 근무 시절은 물론 퇴직 이후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 내지 로비스트 면허증처럼 통하는 게 현실이다.‘치즈 통행세’ ‘보복 출점’ 등 가맹점에 대한 갑질 행위를 일삼은 미스터피자 사태 등에 따른 오너 리스크로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져 엉뚱하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는데도 공정위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가맹본부의 갑질 횡포에 대한 공정위 고발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에도 공정위가 처리한 가맹사업법 위반행위는 407건에 이르렀으나 고발은 전무했다. 기껏해야 과징금 부과나 경고, 시정명령에 그친 것이다. 미스터피자의 경우에도 검찰 요청에 따라 공정위가 뒤늦게 고발했다. ‘정치검찰’ 지적을 받으며 국민 신뢰를 잃은 검찰의 기소권을 분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 듯 ‘경제검찰’ 공정위가 갖고 있는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센 이유다.판매직원들의 인건비를 납품 업체에 전가하거나 중소기업 제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하는 등 대형 유통 업체의 갑질 횡포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느슨했다. 자진신고했다는 이유로 현장조사 대신 서면조사로 대체했고, 과징금 부과도 시늉에 그쳤다. 공정위가 경제적 약자인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갑을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공직비리의 대명사로 서울시가 지목되던 때가 있었다. 오죽하면 ‘복마전’으로 불렸을까. 이런 서울시를 확 바꾼 게 고건 시장 시절의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 시스템이다.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위생·건축·도시계획 등 54개 민원 업무에 대한 결재일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하자 급행료 등 뇌물수수 행위가 현저하게 줄었다. 여러 국제기구와 나라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부패방지 모범사례로 기록된다.김상조의 공정위도 확실하게 거듭나 경제검찰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직원들에게 오비나 로펌 변호사 접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공정위에 신고되는 각종 불공정행위가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을의 위치에 있는 경제적 약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공정위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적폐 청산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2017.07.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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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오락가락’ 경제팀은 ‘우왕좌왕’

정책이슈

경제민주화·창조경제 뚜렷한 성과 없이 혼란 … 국회는 발목 잡고 정부는 정치 탓만 ‘민생경제 회복과 창조경제 구현’.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1577만표를 얻어 당선한 박근혜 대통령이 올 3월 말 밝힌 정부경제정책의 큰 방향이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1826일 중 15% 정도를 보냈다. 정책을 시행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 시차를 감안할 때, 그동안의 경제지표만 놓고 평가하긴 이른감이 있지만 ‘기대 이하’다.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 경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우왕좌왕하는 경제팀, ‘네 탓’ 공방만 벌이는 정치권과 행정부…. 서민의 삶과 기업 환경은 짙어진 미세먼지처럼 앞날을 가늠하기 어렵다.“뭐 한 게 있어야죠?” 박근혜정부 경제정책 1년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많은 경제학자와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의 반응은 대개 이랬다. 한국금융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새 정부에 평가할 만한 경제정책이 있었느냐”고 뼈있는 반문을 했다. “평가를 유보하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질문에 헛웃음을 짓는 경제학자도 있었다. 박근혜정부 경제팀에 대해선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불여무(有不如無) 아니겠느냐”고 했다. ‘있어도 없는 것 같다’ ‘있으나 마나 하다’는 뜻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재정·통화정책을 평가하기엔 이른감이 있다”면서도 “경기 방향이나 심리를 바꿀 만한 과감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경제 라인이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아직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경제는 심리인데 정부만 경제 상황을 좋게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경기회복세 진전은 정부의 희망사항?전반적인 평가는 인색했다. 종합하면 이렇다.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경제팀의 경제 상황 인식은 안일했다. 정책 조정 기능은 미흡했고 국회를 설득할 리더십은 부재했다. 실체가 모호한 경제민주화나 창조경제를 모두 잡겠다고 우왕좌왕했다. 기업은 기업대로, 가계는 가계대로 불만만 쌓인 한 해였다. 오죽하면 경제팀 경질·교체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겠는가?’정부 인식은 사뭇 다르다. 경제는 좋아지고 있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는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럼에도 부총리나 경제부처 장관이 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경기 진단 역시 기업·가계와는 거리가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국내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졌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여러 경제 지표에서 턴 어라운드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박근혜 대통령 역시 11월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제3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1차 회의 때와 비교하면 성장·고용·수출 등 여러 측면에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민간 부문 회복세가 견조하지 않지만, 우리 경제의 회복 조짐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기획재정부가 회복 강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그 전에는 ‘회복 조짐(8월 그린북)’, ‘완만한 개선(9월 그린북)’ 등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좀 더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정부는 2분기 또는 3분기에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박 대통령이 말한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회의는 올 5월 29일 열렸다. 그때와 최근을 비교해 보면, 경기회복세 진전은 정부의 희망사항처럼 보인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산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심리지수(ESI)는 5월이나 11월 모두 94다. 100 이하면 경제를 안 좋게 보는 사람이 과반수라는 뜻이다.제조업 BSI는 5월에 80에서 11월에 78로 하락했다. 경제활동 참가율이나 고용률은 제자리고 청년 실업률은 오히려 소폭 늘었다. 명목임금 증가율은 5월에 비해 약간 감소했다. 10월 광공업생산지수는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지만 재고지수와 어음부도율도 증가했다.소비자 물가지수는 너무 낮아서 걱정일 정도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9% 올랐다. 지난 9월 14년 만에 처음으로 0%대 물가상승률을 보인 후 석 달째 초 저물가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3분기 수출은 전분기보다 1.3%, 수입은 0.6% 줄었다. 소비 부문도 나아진게 눈에 띄지 않는다. 백화점·할인점 매출이나 휘발유 판매량,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등이 모두 감소 추세다. 시중에 도는 통화량(M2·광의통화)도 5월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가계는 소득이 조금 늘었지만 부채가 더 늘었다. 정부·가계·기업이 진 빚은 3분기 현재 3600조원에 육박한다. 1년 새 6%(210조원)가 늘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10월 경기동행지수는 99.1로 18개월 연속 100 이하다. 1차 회의가 열린 5월 29일 코스피 지수는 2001포인트였는데, 12월 6일 종가는 1980포인트다. 경상수지는 올 10월까지 21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보다 수입감소가 더 큰 ‘불황형 흑자’였다.단기간 실물지표를 놓고 정부 경제팀만 탓할 수는 없다. 현오석 부총리가 “올해의 정책 효과가 내년에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정작 큰 문제는 경제 주체인 기업·가계가 정부 경제팀을 불신한다는 데 있다. 정책 기조는 흔들렸고 경제팀은 우왕좌왕했다. 하도급법 강화, 일감 몰아주기 엄벌,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서슬 퍼렇게 추진한 경제민주화 정책은 집권 1년 차 후반부로 갈수록 흐지부지됐다.경제활성화로 정책 노선을 바꿨지만, 법무부가 8월에 입법예고한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이 처리될까 재계는 초조해 한다. 통상임금 확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공정거래법 강화, 과도한 세무조사 등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기업·가계 모두 불만 팽배특히 세정당국의 저인망식 세무조사에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불만을 터뜨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준비해 8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누진과세 강화, 넓은 세원 확보 등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에도 샐러리맨들의 역풍을 맞으면서 발표 사흘만에 대통령이 나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망신을 당했다.핵심 공약이던 기초연금 확대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후퇴했다. 네 차례 걸쳐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아파트 매매 시장은 살아나지 않고,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6주 연속 올랐다.급기야 정부는 12월 3일 연 1%대 저금리 모기지(장기주택담보 대출) 제도 시행을 발표했지만 ‘빚 내서 집 사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면 추진한 행복주택 계획은 삽도 뜨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렌트 푸어, 하우스 푸어’ 구제 대책이라며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 대책도 사실상 실패했다.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했지만 규제는 오히려 늘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지난해 말 1만4927개에서 현재 1만5067개로 오히려 140개 늘었다. 기획재정부 소관 규제는 6개,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규제는 5개 증가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관련 규제는 13개 늘었다.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고용률 70% 달성 공약 역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네덜란드 모델을 벤치마킹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면 2017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현재 국내 고용률은 64.2%. 지난 10년 간 1%도 채 오르지 않았다. 70%를 달성하려면 새 일자리 200만개가 필요한데 현재 경제 구조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고용노동부 이재흥 고용정책실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률 70% 수치에 집착해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부는 부처별로 얼마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했는지 2주마다 평가·점검하고 있다. 자칫 수치를 채우려다 나쁜 일자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선 고용률 70% 공약을 ‘제2의 747(이명박 대통령의 7% 경제성장률,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대국) 공약’에 빗대 공허하다고 비판한다.박근혜정부의 경제 어젠다 셋팅(의제 설정)도 실패했다는 평이 많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15년 만에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부활시키며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라는 거대 어젠다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개념 모두 국민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월에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용어는 들어봤지만 내용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한국과학창의재단이 국내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42%는 ‘창조경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창조경제를 들어봤다는 응답자 중 67%는 ‘들어는 봤지만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평가도 인색하다.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응답자(1000명)의 39.7%는 C학점을 줬다. B학점은 29.5%, A학점은 5.5%였다. 또한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이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응답은 14.5%에 불과했다. 지난 3월 같은 조사보다 20%포인트 넘게 줄었다.중소기업마저 경제민주화 법안에 피로를 호소한다. 11월 말 중소기업중앙회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상법 개정안,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대, 화학물질 등록·관리제, 환경오염 피해 구제 등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과잉 입법을 완화해 달라는 건의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대기업도 불만이 팽배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월에 기업 CEO와 임원을 상대로 새 정부 출범 후 기업 경영환경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5%는 ‘달라진 게 없다’고 답했다. 22.6%는 ‘악화됐다’고 답했다. 중소기업도 경제민주화 법안에 피로 호소호평을 받은 정책이 없는 건 아니다. 4월 17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5월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확대, 7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11월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은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5월부터 세차례에 걸쳐 발표한 투자 활성화 방안도 진일보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신흥국 위기설에도 한국 자본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등 대외 위기관리 능력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다.그럼에도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출범 이후 내내 교체·사퇴 압력을 받았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경제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올 중순에는 새누리당에서 현오석 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사퇴 주장까지 나왔다. 9월 국정감사 때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바깥에서 보기에 경제팀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고 질타했고, 11월 21일부터 이틀간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현 경제팀이 아직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말했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은 “정부 스스로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경제부총리 체제가 부활했지만, 컨트롤 타워 역할은 미흡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책 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처 간 혼선도 많았다. 기초연금 논란을 둘러싸고 진영 복지부 장관이 사퇴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력은 부재했다. 1년 내내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가 아무리 잘하려 해도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허사다. 이럴 땐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경제 부총리가 나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그들은 국회 탓만 했다.현오석 부총리는 12월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예산안과 경제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경제회복이 늦어질 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올해 경제 활성화와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한 100여 건의 경제 분야 법안들이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강변했다.국회는 정쟁에 몰두하고 정부는 국회 탓만 하면서 올해 정기국회 석 달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내년에도 올해 같은 일은 반복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현 부총리 말대로 내년은 ‘정상 성장궤도로 턴 어라운드 하느냐, 반짝 회복 후 다시 저성장 늪에 빠지느냐 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국회와 담판을 짓든, 2기 경제팀을 구성해 분위기를 전환하든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2013.12.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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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 담합 의혹 신중히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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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취임할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또 기업과 소비자 간에 따뜻한 균형추노릇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정위는 경쟁 당국이자 소비자 정책 당국입니다.”김동수(57)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가 소비자 정책의 주무기관인데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잘 모르더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나선 7월 18일 오후 공정위 접견실에서 김 위원장과 마주앉았다.그는 CD금리 조사 경위에 대해 “신문에 날 만한 일도 조사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사처리 방향에 대해 묻자 “파장이 큰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담합에 대한 조사는 공정위 사무처장 전결사항이다. 중요한 사건도 부위원장까지만 보고한다고 했다.금융감독원 측이 “이번 조사 전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게 안타깝다”고 반응한 데 대해 김형배 공정위 대변인은 “어느 나라나 카르텔 조사는 007 작전처럼 극비리에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요즘 관가의 뉴스 메이커이다. 임기를 다해가는 정부에서 공정위만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취임 초엔 한국은행보다 공정위가 더 물가당국 같다는 생각이 다 들던데요?“당시 조사를 해보니 우리 국민의 60%가 물가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켜 국가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공정위의 역할입니다.물론 가격도 올릴 요인이 있으면 올려야죠.이걸 막으면 품질이 떨어진다든지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에요. 문제는 서로 짜고 값을 올리는 이른바 담합입니다. 이렇게 담합을 하거나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올리는 건 경쟁당국이 나서서 막아야죠.따뜻한 균형추의 따뜻한이란 수식어엔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해 고민하겠다는 뜻이 담겼습니다.”약자 보호는 결과적인 정책 효과일 뿐 공정위의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물론 물가 안정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에요. 공정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거두는 부수적인 효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어쨌거나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격인상을 유발하는 답합에 적극 대처한 결과 해당 품목들의 가격 안정에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담합을 비롯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율하는 건 경쟁당국 본연의 임무죠.”경제민주화가 화두입니다. 어느 면에서는 공정위가 이 문제의 주무부처라고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아직은 이 문제에 대해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만 공정위로서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균등이라는 시장의 원리를 따르는 한편 시장경제의 성과가 우리 사회의 전 구성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힘쓰려고 합니다.”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대기업집단 정책을 편 지난 25년 동안 우리 경제는 규모가 커졌을뿐더러 경쟁의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를 과소평가하고 개별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틀로 묶는 건 문제가 있어요. 단적으로 대기업들이 골목상권 어지럽히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는 걸 출총제 부활한다고 막을 수 있습니까? 신규 성장동력 확충 등 기업의 건전한 투자를 막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습니다. 시장이 개방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개별 시장별로 맞춤식 처방을 내리는 게 타당합니다. 출총제는 규제 효과보다 수반하는 비용이 더 커 폐지된 제도예요.”공정위에 따르면 10대 기업집단의 평균 출자 비율은 19.6%(2011년 4월 기준)이다. 민주통합당이 출총제의 기준으로 제시한 30%에 크게 못 미친다.또 출자 여력이 큰 계열사가 출자한도를 초과한 회사를 대신해 출자하면 출총제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대 기업집단 계열사가 30%를 초과해 출자한 금액은 모두 10조8000억원으로 30%에 미달하는 회사들의 출자 여력 합계액의 23.7%에 불과하다.그는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계열사를 동원한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확장을 차단하는 효과가 다소 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아니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 출자를 통해 우회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지고 지배력 확장과 무관한 순환출자까지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재벌 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야 한다고 보나요?“경제성장 과정에서 계열사 수 증가 등 대기업 집단의 규모가 커지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기업에 걸맞지 않은 영역에 진출하거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부의 승계를 꾀하는 게 문제죠. 이런 문제는 규제를 하기보다 맞춤형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서 풀어야 합니다. 대기업 집단의 불합리한 행태는 사회적 감시 시스템을 확충해 주시하려고 합니다.이를 위해 6월엔 재벌의 지분도와 주식 소유현황을 공개했고 이어서채무보증, 내부 거래, 지배구조 순으로 현황을 분석해 공개할 계획입니다. 대기업에 관한 정보 공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거죠.”대기업들이 단기 실적 위주인 현행 성과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요?“대기업 오너들이 너무 단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경향을 지적한 겁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배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향후 어떤 풍랑이 일지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단일 기업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기업 생태계 간에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라면 수천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과 호흡을 맞춰고 수익도 나눠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동반 성장의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하는 까닭이죠. 도요타가 부품업체들을 쥐어짜다 리콜 당하고 세계시장에서 몰락하지 않았습니까?”이 같은 단기 성과주의는 주주 자본주의 하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기 이윤을 추구하는 주주 자본주의가 장기적으로도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계열사 수가 평균 30개입니다. 오너가 매년 단기 성과를 기준으로 CEO를 평가하면 그 밑의 임원들은 6개월 단위, 부서장은 분기 단위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면 부서장들은 협력업체 대표에게 분기 결산서를 가져오라고 해 단가를 낮춥니다. 그러니 협력업체로서는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도, 자동화를 할 수도 없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를 바꿀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오너들에게 중장기 전망도 따져보고 CEO들에게 2~3년 기회를 주라는 겁니다. 그게 대기업 집단도 살고, 우리 산업이 단단해지는 길입니다. 생태계 간 경쟁에서 을을 죽이면 갑이 생존하려야 할 수가 없어요.”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재벌의 경영권은 안정시켜 주고 대신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하자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기업집단을 다루는 관련 법규가 있습니다.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면 이 법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룹 차원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포괄적인 규정을 강화해 대응하면 됩니다.”인터뷰 다음 날인 19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지도』에서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재벌체제의 경쟁력을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2009년부터 2년 간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냈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였다. 당시 중소 수출업체들은 주문 감소,재고 누적에 금융권의 대출 회수로 3중고를 겪었다. 그는 이때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발굴해 정책 금융을 제공하는 한편 비금융 지원도 주선했다. 세계를 호령할 호랑이로 클 새끼 호랑이들을 키운셈이다.“2년 간 전국의 수출입은행 지점을 68회 돌았습니다. 공정위원장 코스웍을 제대로 한 셈이죠. 대기업 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던 사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 허용이 골자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는 물건너갔습니까?SK네트웍스가 현재 보유중인 SK증권 지분을 기한내에 매각 못할 경우 검찰에 고발되는 겁니까?“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 18대 국회의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사 주식을 보유한 14개 지주회사가 주식매각 등을 통해 위법성을 해소해야 합니다.SK네트웍스의 경우 약 50억원의 과징금을 냈고 12월 2일까지는 SK증권 주식을 팔아야 합니다. 아직 4개월 남았고 기한 내에 공정위의 시정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6월 하순 기획재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해 추가적인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997년 미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위원장의 박사 논문(한국의 생산효율성에 대한 민영화의 효과)은 민영화를 다뤘다. 그에게 인천국제공항 등의 민영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이 문제는 저의 소관은 아닙니다만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 정부가 과반의 주식을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한 여전히 공기업입니다.그런 만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지분을 얼마나 파느냐가 논의의 초점이 돼야 합니다. 얼마가 됐든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 재정 수요를 충당하는 효과가 있고, 주식을 사들인 쪽에서도 이 지분이 유인이 돼 인천공항을 경유 공항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지분매각 문제는 이런 점들도 감안해 실익을 따져봐야 합니다.”재임 중 대표적인 성과를 하나만 꼽아주시기 바랍니다.“성과보다, 약자가 서러워하지 않도록 동반성장의 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걸 겁니다.대형 유통업체들과의 판매수수료 인하 합의, 대기업집단의 경쟁입찰 확대 선언 등이 좋은 예죠. 이해관계자들에게서 만족스럽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강행군할 겁니다.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 생태계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012.07.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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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말 들었다고 엄마가 혼내는 꼴

산업 일반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행정지도를 내리는 부처나 당국을 대상으로 카르텔 관련 판례 정보를 제공하고 업무 설명회를 하기로 했다.”지난해 말 한 경제신문은 공정위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같이 보도했다. 감독 부처의 행정지도를 따른 기업에 대해 공정위가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논란이 일자 나온 보도였다.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얼마 전 정부 장관급 회의에서 처음으로 행정지도에 대한 안건을 다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 대책회의를 두고 한 말이다. 이날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 부처가 행정지도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담합을 유발하거나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기업 현실 모르는 공정위이게 전부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에 공정위가 관련 정보를 제공했거나 설명회를 연 적은 현재까지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세한 프로그램은 추진 중”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그럴 의향은 없어 보인다. 당시 정 위원장의 발언은 공정위가 한결같이 지켜온 원칙을 재확인했을 뿐이다.그동안 정부 부처의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 논란이 일 때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공정위와 각 부처가 긴밀히 협조해 사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그런 척(?)했던 움직임이 있었다. 2007년 공정위와 금감위는 행정지도와 관련해 업무협약을 맺은 적이 있다.행정지도 범위 내에서는 담합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양 기관이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진행 여부를 사전에 문의하고 함께 조율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협약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공정위 국정감사 때 정호열 위원장과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이 나눈 대화를 잠시 보자.정 위원장 : 보험회사나 은행에 대해 공정거래법 집행과 관련해서는 중복 규제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운영하고 있습니다.이 의원 : MOU도 사실은 이행이 잘 안 되잖아요.정 위원장 : 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이 의원 : 공정위하고 그런 기관들이 같이 일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제가 법안 심사를 하다가 “공정위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까? 협의를 했습니까?”라고 물으면 금융위가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압니까?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답변해요.공정위는 공정위대로, 감독 부처는 그들대로 한 치의 양보가 없다.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 조사를 공정위가 관련 부처와 사전 협의하는 문제에 대해 공정위의 송상민 카르텔총괄 과장은 “조사 자체를 사전에 알릴 수 없고 행정지도 부처가 그렇게 요구할 수도 없다”며 “조사는 공정위 고유의 업무이고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공정위 입장은 명확하다. 정호열 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 논란이 시작된 것이 15년 정도 됐는데, 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함의가 있다”면서도 “공정위는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과 관련해 심사 지침이 마련돼 있고, 순수하게 행정지도 범위 내에서 행한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송상민 과장은 “행정지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후에 사업자 간 별도 합의가 있었느냐는 팩트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규제 분위기에서 정부 당국자가 행정지도를 했다 하더라도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쉽게 말해 공무원이 행정지도를 해도 기업이 무시하거나, 독자적으로 판단하거나, 모여서 협의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공정위의 이런 태도는 기업 현실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한 결과다. 다음 사례를 보자.모호한 담합 판결 ▎2008년 공정위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정위의 한 간부가 선진 시장경제의 원년을 열겠다`는 내용이 적힌 대통령 업무보고 문서에 대통령의 발언을 기록하고 있다. “생손보(생명손해보험)는 모두 기납입 보험료 환불 불가라는 논리를 확실히 해라. 상법상으로 봐도 공정위 논리는 맞지 않다. 이게 밀리면 정액보험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소지가 크다.공정위에 코를 꿰이면 향후 계속 밀리게 된다. 그러니 화끈하게 대응해라. 만약 생보사가 이번 공정위 의견을 수렴한다면 향후 모든 상품 인가를 거부하겠다.공정위 대응 시 법률 대리인은 동일인으로 하는 방법도 검토해 보라. 그리고 친(親)공정위 법률법인인 ○○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쓰지 마라.”지난해 6월 금감원 팀장이 보험회사 상품팀장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4월 공정위가 실손의료보험의 약관 불공정 여부를 검토하면서 26개 생명·손해보험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금감원에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이 내용은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로했다.당시 사실관계가 불분명해 일부 언론만 이 의원의 발언을 전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 직후 금감원 고위급이 찾아와 해명하면서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문제가 된 내용은 금감원 팀장이 주재한 모임에 참석했던 한 보험사 팀장이 회사 내부 보고용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것이 금감원과 기업의 관계다. 이런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카르텔을 총괄하는 과장은 “누가 사람들을 불러모아 무슨 얘기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담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법률적, 기술적으로 따질 뿐”이라고 했다.공정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공정위는 기업에 과징금을 세게 물리면 “무리한 조사”라는 비난을 받고, 여러 사안을 감안해 법 적용을 약하게 하면 “솜방이 처벌”이라는 욕을 먹는다. 공정위는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에 관한 한 일관된 원칙을 지켜왔다.행정지도는 법률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따를 의무가 없고, 설령 합리적 행정지도라 할지라도 해당 기업들이 모의나 협의를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판단해 따르면 제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행정지도에 따른 결과가 사안마다 모호하고, 동시에 강제성을 갖는다는 데 있다.행정기관은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에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는 기업이 따를 의무도 없다. 하지만 각종 인허가권을 가지고, 기업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기관의 지도를 피규제자인 기업이 거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계속 문제가 되는 주류, 보험, 통신, 에너지 업계의 경우 사실상 각 소관 부처가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공정위는 이런 현실은 ‘논외’로 친다. 가령 특정 부처가 가격 인상을 5% 이내로 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린 경우 업계가 사전에 합의해 대응했건, 지도 후에 합의를 통해 일괄적으로 올렸건, 특정 업체가 올리는 것을 보고 동조했건, 묵시적으로 합의했건 모두 담합이 된다. 법원의 판결 역시 공정위 입장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행정지도 후 담합 혐의가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 초 맥주회사 담합 사건이다. 당시 국내 맥주 3사는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공장 출고가격을 인상했다. 공정위는 이를 담합으로 보고 과징금을 물렸고, 사건은 법원으로 갔다. 2003년 대법원 판결은 이랬다.“맥주 회사들이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비율로 가격을 인상한 행위가 문제됐으나 맥주회사의 가격 인상은 국세청의 행정지도를 받게 돼 있는데, 재경부와 국세청이 맥주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 요구에 훨씬 미달하는 인상률만을 허용함으로써 허용된 인상률 전부를 가격 인상에 반영할 경우 인상률이 유사해질 수밖에 없고 맥주 시장의 과점적 시장 구조에서 가격 추종적 행태, 유통 구조 등을 고려해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물론 업계가 행정지도에 따른 불가피한 담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패소한 경우가 더 많다. 2005년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정보통신부 행정지도를 받아 가격과 시장점유율을 담합해 조정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양사에 1152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법원은 양사 간 합의가 있었다며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과징금 폭탄에 우는 기업행정지도의 결과로 담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기술적, 법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공정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이런 사안의 경우 공정위가 무작정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업 이름을 공표하기에 앞서 더욱 신중해 달라는 것이 재계의 바람이다. 설령 기업이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이미 기업은 비용과 시간과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뒤다.공정위가 그간 무리한 기업 조사를 해 왔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5년간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은 1조5000억원이다. 같은 기간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잘못 부과해 기업에 돌려주거나 감면해 준 돈은 3300억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잘못된 과징금을 돌려줄 때는 환급가산금이라는 것이 붙는다. 법원 판결 등의 이유로 과징금을 돌려줄 경우 과징금을 납부한 날부터 환급한 날까지 날짜를 계산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요율은 현재 5.52%). 이 환급가산금으로만 나간 돈이 2004~2008년에만 730억원이다.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이다.이 과정에서 기업은 결과와 상관없이 ‘담합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문제는 또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폭탄’에 기업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내는 사례가 늘면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공정위는 행정소송 비용으로 28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소송 착수금만 20억원이었다.“공정위가 마구잡이로 기업에 과징금을 매겼다가 가산금과 기업의 법률대리인 비용까지 돌려주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해 신뢰를 잃고 있다(고승덕 한나라당 의원)”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호열 위원장이 말했듯이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 논란은 15년간 이어진 난제다. 그런 만큼 해법도 많이 제시됐다.공정위가 2007년 용역 발주해 이봉의 서울대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규제산업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행정지도는 개념상 비권력적 행정 행위이나 실제는 구속력이 강한 경우가 많고, 그에 따른 카르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초 불합리한 산업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개별 산업에 대한 이해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백용호 국세청장은 소주 값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기본적으로 가격과 관련해서는 행정지도가 최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국세청이 소주 가격과 관련해 담합으로 오인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털겠다”고 말했다.윤증현 장관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각 부처의 행정지도도 고유 목적이 있으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와 균형 있는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더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통해 행정지도에 대한 지침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금융, 통신, 주류, 에너지 등 행정지도에 강제성이 높은 분야에는 한층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아울러 힘센 감독 기관들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행정지도를 자제해야 한다. 행정지도는 대부분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공정위와 각 부처가 협조 체계를 구축해 매년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은 “아빠 말씀 잘 들었다고 엄마한테 혼나는 꼴”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10.03.15 11:01

7분 소요
부드러운 파괴력 지닌 개혁 검투사

산업 일반

5개월간 비워둔 국세청장에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내정됐다. 파격 인사의 파장과 여진은 청문회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백 내정자의 국세청 입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MB의 최측근인 그는 국세청을 개혁할 수 있을까? 지난 6월 21일 일요일. 5개월을 비워둔 국세청장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예상 밖의 카드였다. 백 내정자 본인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가장 놀란 것은 국세청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한 국세청 고위 간부가 이번 인사에 대해 기자에게 내놓은 평은 “거~ 뭐~참~”이었다.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세청을 놓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가 필요한 자리”라고 했다. 그곳에 최측근을 앉혔다. 백용호 내정자 입장에서는 강등 인사다. 장관에서 차관이 됐다. 하지만 오히려 축하 인사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국세청장이 그런 자리다.내정 발표 직후 백 내정자는 난감한 듯 보였다. 그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복도 없다”고 했다. 전문성과 국세행정 경험이 없다는 것이 논란이 될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으니 검증은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공정위장은 인사 청문 대상이 아니다. 다시 말해 백 내정자는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지난 26일 오전,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에서 만난 백 내정자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그는 “청문회 준비하고, 업무 공부를 하느라 그런가?”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택시를 타고 출근한다. 내정자 신분이어서 관용차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아예 관용차를 내주지 않을 작정이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세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백 내정자는 MB 대선캠프와 소망교회 출신”이라며 “지금이라도 후보자를 재고하고 자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를 소관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흉흉한 얘기도 들린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내부에서 백 내정자의 오점을 공략하자는 말이 나왔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외부에서 수장이 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MB가 있는 한 백 내정자가 절대 낙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청문회와 상관없이 백 내정자 발탁을 두고 평은 두 갈래로 나뉜다. 관점의 차이인데, 방점을 개혁에 찍으면 박수 소리가 크고, 장악에 두면 아우성이 나온다. 아우성부터 듣자. 우선 흘려 넘길 수 없는 것이 ‘백용호는 MB맨’이라는 것이다. 백 내정자는 자타가 인정하는 MB맨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로열티’만 놓고 보면 거칠게 말해 적수가 없다. 한 일화. 이코노미스트는 대선 직후 커버스토리로 ‘MB 정부 경제 실세 30인’을 다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완전히 구성되기 전이었다.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한 경제통 중 입각이 유력한 후보들을 예측한 기사였는데, 헤드라인으로 네 명을 뽑았다. ‘곽승준 강만수 백용호 정두언’.이유가 있었다. 대다수 언론은 당시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스타성도 부족하고, 언론플레이도 능하지 않았다. ‘백 교수가 누구 누구에게 밀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모처에서 기자를 만난 그는 이런 얘기를 했다.“MB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최측근이라며 자가발전을 하고 있다. 이 당선인이 걱정된다.”그는 MB에 대해 절대적 충성심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이명박 캠프의 싱크탱크였던 바른정책연구원(BPI)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그를 “MB 확신범”이라고까지 했다. 당시 백 교수가 밝힌 MB는 이랬다. 개혁과 장악 사이 “MB는 매우 실용적이다. 이 당선인에게 시장과 정부, 보수와 진보 등 이념을 투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경제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이 있다. 전반적인 사고의 틀은 시장 중심적이고, 경제 중심에 기업이 있다는 신념이 확보한 분이다.” 그는 대선캠프 시절, MB와 일주일에 3~4회 정도 만났다고 한다. 독대도 자주 가졌다. 사실 백 내정자의 지난 14년간의 족적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디딘 오른발자국 바로 뒤쪽에 찍힌 왼발자국 같았다. 백 내정자와 MB의 관계는 언론에 노출된 그 이상이다. 경제관이 통한다는 것은 아주 작은 일부다. 그는 종교적으로, 인간적으로, 정서적으로 MB와 교감한다. 첫 만남은 1996년 15대 총선 때다. 30세 때 이화여대 최연소 남자 교수가 됐던 백 내정자는 1996년 사표를 내고 신한국당 소속으로 서울 서대문에 출마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종로에 출마했고, 상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백용호 낙선, 이명박 당선’.그렇게 갈릴 뻔한 운명은 이명박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으면서 같은 운명의 배를 탔다. 백 내정자는 과거 동아시아연구원장을 지냈고, 서울시정개발원장을 거쳐 바른정책연구원(BPI) 원장을 맡았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1994년 설립한 곳이다. 이 대통령이 초대 원장이었고, 후임을 백 내정자가 이었다. MB가 서울시장이 된 후에는 서울시정개발원장으로 ‘청계천 복원’ 같은 사업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다. 전형적인 내유외강형 이후 MB가 대권을 꿈꾸자 그는 바른정책연구원을 조직하고 무려 600여 명의 교수·연구원을 모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MB는 백 내정자에게 무한 신뢰를 갖게 됐다. 정서적 교감도 무시할 수 없는 둘 사이의 끈이다. 전 국민이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은 지독하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백 내정자도 그렇다. 1956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백 내정자의 집안은 몹시 가난했다. 부친은 조그만 가게를 했다. 모친은 중학교 때 여의었다. 그는 초등학교는 충남에서, 중학교는 광주서중, 고등학교는 전북 익산 남성고를 다녔다. 공부를 잘해 수석을 다퉜다. 대학은 중앙대 경제학과에 특차 전형으로 들어갔다. 역시 학비 때문이었다. 3년 반 만에 정경대 수석졸업을 한 그는 모교의 지원으로 미국 뉴욕주립대학으로 유학 가 4년 만에 석·박사를 따고 귀국한 이듬해 만 30세에 이화여대 교수가 됐다. 이 대통령의 청년 시절과 흡사한 면이 많다. 백 내정자가 “인간적인 호기심으로 MB에게 접근했는데, 결국 서로 통했으니 가까워진 거 아니겠느냐”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시간이 흘러 MB는 대통령이 됐다. 백 내정자를 아꼈던 MB는 그를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국세청장에 내정했다. ‘측근’ ‘낙하산’ 얘기가 안 나올 리 없다. 이 한계를 백 내정자는 무난히 극복했다. 그는 임기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 받은 공정위장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평을 받는다. 조직 관리에도 높은 점수가 나온다. 그의 스타일이 한몫했다. 백 내정자는 목소리가 작다. 잘 웃고 조근조근 말하는 스타일이다. 공정위의 한 서기관은 “별로 흠잡을 게 없는 위원장이었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을 잘 믿어줬고, 격의 없이 대했다”며 “점잖은 양반”이라고 평했다. 백 내정자는 올 초 공정위 노조가 실시한 ‘자랑스러운 공정인’ 평가에서 3위에 올랐다. 위원장이 등수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만 봐서는 곤란하다.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밀어붙여야 할 일에는 과감하다. 그는 공정위장 취임 두 달 후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일부 국장을 제외한 전 보직국장을 교체했다. 공정위 노조평가에서 그의 조직 관리력 순위는 1위였다. 한편, 지나치게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백 내정자가 공정위장이 된 다음 고교 동문 모임에 나갔다가 그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모 의원이 있는 것을 보고 “민주당 의원하고 함께 있을 수 없다”며 자리를 떴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백 내정자는 원칙주의자다. 또한 철저한 시장경제 옹호론자다. 이 때문에 그가 기업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공정위장에 발탁됐을 때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규제는 완화해야 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칙은 엄정히 다룬다”는 소신을 행동에 옮겼다.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는 과감히 밀어붙였다. 반면, 대기업 상호출자금지 해제나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같은 재계의 요구에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 11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 보도자료를 내면 언론이 자꾸 이니셜로 쓰는데 실명으로 크게 보도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재나 과징금이 아니라 기업 신인도나 평판에 금이 가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제는 국세청이다. 조직 관리력을 인정받았다지만 500명 정도였던 공정위와 국세청은 차원이 다르다. 조직원이 2만 명이다. 백 내정자는 “국세청 내부 얘기를 여과 없이 해 줄 지인이나 인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국세청 내에서는 그를 환대하지 않는 분위기도 일부 읽힌다.그의 뒤엔 MB가 있다 국세청에서는 청장 내정 발표와 동시에 3명의 국장급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을 놓고 ‘인사 태풍의 전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실은 좀 다르다. 세 명 모두 명퇴할 때가 돼 그의 발탁소식 이전에 이미 명퇴 대상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냉랭하다. 일각에서는 “조직을 장악하는 1단계가 인사인데, 줄명퇴가 이어지면서 백 내정자가 인사개혁의 대상을 잃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력한 청장 후보였던 허병익 차장에게 관심이 쏠려 있다. 허 차장이 만약 사퇴를 표명하면, 인사 태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허 차장과 행시 동기인 이승재 중부청장, 김창환 부산청장은 물론 본청의 선배기수 몇 명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벌써 국세청 고위공무원단급 간부와 서기관급 관료가 줄사표를 제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뜻밖의 얘기도 들린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 기억 때문에 백 내정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직원들이 있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국세행정개혁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 내정자가 참여했던 인수위 경제 1분과위원회의 지시였다. 인수위는 국세청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국세행정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실질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었다. 이를 계기로 국세행정선진화TF팀이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산하에 마련됐고, 개혁 방안에는 인력감축과 조직개편 등 민감한 사안이 포함돼 있다. 지방청 폐지와 인원감축에 국세청은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렇다고 국세청 조직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백 내정자 뒤에는 대통령이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백 내정자가 아니다. 뒤에 MB가 있다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백 내정자의 생각이 곧 MB의 생각이고, 지엄한 왕명과 같기 때문이다. 백 후보자가 무슨 결정을 하든 국세청이 조직적으로 대항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MB가 국세청에 갖고 있는 기억이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노태우 정권 말기 현대그룹 특별세무조사 얘기를 언급했다. 1991년 국세청이 두 달 넘게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일가를 샅샅이 뒤져 거액의 세금을 물린 사건이다. 결국 정 명예회장은 세무조사가 정치탄압이라며 소송을 내 추징금 중 1200억원을 돌려받았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당시 현대는 국세청이 부당하게 부과한 1600억원의 세금 추징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썼다. 또 있다. 국세청은 2006년 말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재산 검증을 한다며, 친인척과 해외 재산보유 여부를 확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이 후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런 사실은 MB도, 백 내정자도, 국세청 사람들도 알고 있다. 일단 백용호 내정자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몇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국세청이 권력기관인지 의문이다. 국세청은 말 그대로 행정부서의 하나로 징세행정을 하는 곳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는 공평하고 투명해야 하고 그만큼 도덕성이나 청렴성이 기본이 돼야 징세 저항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세청 이미지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조직 장악과 관련해서는 “조직 장악이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공정위에 있으면서 식구들과 한마음 한 몸이 되려고 노력했다. 국세청에 가서도 한마음 한 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진실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감해 있을 국세청을 향해서는 “국세청 전 직원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것은 국세청 직원들이라고 본다”고 했다. ‘위에서의 일반적 쇄신이나 개혁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극도로 말조심을 하는 백 내정자의 평소 성향으로 봤을 때 이 정도면 많은 얘기를 한 것이다. 그가 평소 강조하는 원칙과 소신이 모두 담겼다. 국세청이 권력기관이 아니라는 것은 원칙이다. 조직과 공유하며 일방적 쇄신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소신이다. 백 내정자는 26일 기자와 잠시 만난 자리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보고를 받고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그가 어떤 쇄신안을 들고 나올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는 “업무파악을 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은 후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기 세무조사 대폭 감축 같은 징세행정의 변화는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그의 평소 소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으며, 게다가 만만치 않는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어차피 그는 쇄신과 개혁이라는 난제를 안고 종로구 청진동길(국세청 본청)로 들어선다. 스스로 “위에서의 일방적 개혁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는 20~30년씩 국세청에 몸담았던 전임 청장들의 ‘실패한 개혁’과는 다른 카드를 내보여야 한다. 서둘러서는 안 되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언론에 소개되는 개혁이 아니라, 진짜 개혁이 필요하다. 국세청 개혁의 역사를 돌이켜보자면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고위 공무원들이 경험 없는 풋내기 장관에게 자주 써먹듯이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애를 써서 일을 해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임기 내내 ‘독립성’과 ‘권력 장악’ 의혹을 받게 될 것이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걸었던 전임 청장들처럼 온갖 청탁의 유혹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청렴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하는 것이다. 신문 사회면에 국세청 관련 보도가 없으면 된다. 국세청 개혁 과제는 사실 뻔하다(28쪽 참조). 새로운 것을 찾지 말고, 그동안 숱하게 지적돼 온 개혁 과제 중 단 몇 가지만 이뤄내도 백 내정자는 성공한 국세청장으로 퇴임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일단 청문회부터 난항이 될 것 같다. 현재로서는 7월 6일이 유력하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청문회가 열리면 백 내정자에게는 힘든 하루가 될 것이다. 민주당이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강도 높은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7월 6일은 백 내정자의 아들이 군에 입대하는 날이다.

2009.06.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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