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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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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교육공무원들이 교권 침해와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순직 인정률은 공무원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교육·소방·경찰·일반공무원 순직승인 신청 610건의 승인율은 55%(336건)였다.직종별로 보면 소방공무원이 82%로 가장 높았고, 경잘공무원 62%, 일반공무원이 52%로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교육공무원 순직 승인률은 26%에 그쳤다.교육공무원 순직 승인율 해마다 가장 낮은 수치를 이어오고 있다. 2020년 31%, 2021년은 14%로 가장 낮았다. 이어 2022년 31%, 2023년 25%. 2024년 6월까지 27%였다. 여기에 순직 심사 기간은 일반적으로 4개월에서 5개월 정도지만, 200일 이상 걸린 사례도 확인됐다.이렇듯 서이초 사건을 비롯해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면서 순직 심사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백승아 의원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파견한 일반 현장 조사관이 조사·심의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교직원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육공무원의 순직 인정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이어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심사위원에 교원을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시도교육청별 순직 심의 담당자를 지정해 유족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교사가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청을 통해 서류를 접수하고 공무원연금공단, 인사혁신처의 사실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끝으로 인사혁신처 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순직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2024.10.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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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사,

정책이슈

정규직 교사들의 학급 담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교육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가중되고 있는 업무 부담과 교권 추락, 악성 민원 등이 이유다.이로 인해 담임교사 중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초·중·고 담임 중 기간제 교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담임교사 23만5970명 중 3만6760명(15.6%)이 기간제 교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담임 교사의 업무가 가중되고, 학부모 '악성 민원' 등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교사 선발인원도 함께 줄었고, 민원의 다양성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경기도 부천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학생 수가 예전과 다르게 많지 않기 때문에 큰 부분에서는 업무가 수월해 진 것이 맞다"며 "다만 각 학생들을 케어해야 할 범위는 훨씬 넓어졌고, 학부모들의 민원 수준도 늘어 퇴사를 고민하는 동료 교사들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진선미 의원은 "신규 정규교사 선발 인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간제 교사가 늘어나 '담임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에게 짐을 떠넘기는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교육공무원법 제2조에 따르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이상 기간제 교사에게 책임이 무거운 담임 업무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2024.10.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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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헬기 특혜' 논란에 정치인 쏙 빠져…의료진만 징계

정책이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피습을 당해 헬기로 이송된 것과 관련해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의료진들에 대해서만 징계가 진행 중이다. 이에 이 대표와 민주당 관계자들은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 대표의 헬기 이송 당시 그를 담당했던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교수들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부산대는 지난달 3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서울대는 곧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를 논의 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해 1월 부산에서 피습당한 직후 소방헬기로 서울로 응급 이송돼 특혜 시비가 일었다. 이 의원은 피습 직후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본인과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천준호 의원 등의 요구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자 권익위는 이 대표와 천 의원, 서울대·부산대병원 의료진 등 7명에 대해 공직자 알선, 청탁, 이권 개입 및 특혜 제공 의혹으로 조사에 착수했다.지난 7월 권익위는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이 특혜라고 판단하고 담당 의료진에게 공직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처분을 내렸다. 두 병원의 징계 절차는 이 같은 권익위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 대표와 천 의원 등은 아무런 조치 없이 종결 처리했다. 국회의원에 적용할 공직자 행동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공직자 행동강령은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가치 기준을 제시한 규정으로, 공무원 행동강령,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행동강령으로 구분돼 있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강령은 없지만, 국립대병원 의료진은 교육공무원으로 분류돼 공무원 행동강령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권익위 논리다.서 의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응급 헬기는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출동하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10.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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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준비된 프랑스 대통령

산업 일반

프랑스가 5월 6일(일요일)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두주자는 사회당 소속의 프랑수아 올랑드다. 우파 라이벌들은 그의 아이디어가 “위험하다”고 비난한다(whose ideas are blasted by right-wing rivals as “dangerous”). 그의 별명은 플랑비(Flanby)라는 부드러운 캐러멜 커스터드(caramel custard) 브랜드다. 그의 별명이 마음의 위안을 주는 음식(comfort food)이라는 사실은 시사점이 있다.붙임성 있고 익살맞은 올랑드는 합의정치를 추구한다(Affable and funny, Hollande has a bent for consensus politics). 디저트 음식인 그 플랑비란 별명도 그래서 붙은 듯하다(또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살을 빼기 전에는 체격이 더 말랑말랑하고 통통했다). 57세의 올랑드는 재정정책 전문가(a fiscal-policy nerd)로 프랑스의 내륙지방에서 의회에 선출됐다. 그는 온화함을 더욱 키워 쉽게 흥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의 결점을 두드러지게 한다(cultivates blandness to show up the excitable incumbent). 올랑드는 지난 2월 선거유세 중 파리의 농업 엑스포에 참가해 소를 쓰다듬고 아기들에게 뽀뽀하며 누구에게도 모욕을 주지 않고 12시간을 보냈다. 반면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이 같은 행사에 참가해 한 훼방꾼(heckler)에게 “꺼져, 한심한 자식(Get lost, you poor bastard)”이라고 말한 일은 유명하다. 올랑드의 집회에선 ‘정상(normal)’이라고 새겨진 티셔츠가 판매된다.실제로 올랑드는 사르코지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순전한 정치 동물이다. 사르코지와는 달리 파리의 엘리트 학교들에서 정치 지도자로 양성된 빈틈없는 정치인이다(A shrewd politician groomed for office at Paris’s elite schools). 1981년 불과 26세의 나이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1997년부터 11년간 사회당을 이끌었다. 고양이 몰이에 비유될 만큼 어려운 자리다(a post comparable to herding cats). 대선 후보 지명 레이스에 조심스럽게 도전해 예비선거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parlayed a discreet start for the presidential nomination into a decisive primary win). 한때 유력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지난해 5월 체포돼 정치생활이 끝장난 뒤였다. 올랑드는 선거운동 중 거의 실언을 하지 않았다(virtually gaffe-free). 그리고 지난 4월 22일 1차투표에서 승리했다. 도전자로서 유일하게 현 대통령을 앞섰다. 그는 오는 6일의 2차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를 크게 앞서나간다.그렇다면 누가 프랑수아 올랑드를 두려워할까? 사르코지는 올랑드가 승리하면 곧바로 시장 혼란이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의 적자감축 목표치는 사르코지와 다르지 않으며(the social-democrat’s deficit targets echo Sarkozy’s) 올랑드의 더 급진적인 구호 중 다수는 세부항목에서 완화된다(are softened in the fine print). 그가 교육공무원 6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공공부문 고용한도가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감축해야 한다. 유럽 재정협정을 재협상한다고? 성장을 촉진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선에서 만족할 듯하다. 소득 100만 유로 이상의 부자에게 75%의 세율을 부과한다고(Tax the rich at 75 percent above a million euros earned)? 어리석은 조치이지만 사실상 그 세율이 적용되는 대상은 ‘1%’보다 훨씬 더 적은 비율이다(the rate would hit far fewer than “the 1 percent”). 올랑드가 승리할 경우를 대비해 생필품을 사재기해야 한다고(Cause for stockpiling staple goods)? 천만의 말씀.한편 사르코지는 공포를 조성하는 선거전략을 펼쳐왔다(has built his bid on fomenting fears). 지지도가 계속 바닥을 헤매고 고실업과 들쭉날쭉한 실적(patchy record)으로 절름발이가 된 그는 부상당한 야수처럼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의 대선 캠페인은 자신의 국정운영만큼 변화가 심했다.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나기도 했다(has been caught in desperate fibs).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후쿠시마에 가지도 않고 방문했다고 꾸며대는 식이다. 자칭 ‘국민의 후보’인 그는 자신의 임기 중 불황을 맞았는데도(despite the recession on his watch) 실업자를 게으르다고 조롱하고, 자신이 10년 동안 이민정책을 이끌어 왔음에도 “통제되지 않은 이민 물결”을 비난했다. 그가 극우 표에 영합하면서 온건파를 배척하고 극우파 선동가 마린 르 펜에게 기록적인 득표를 안겨주는 결과만 초래했다.“프랑스의 꿈을 되살리겠다”는 올랑드의 공약이 그림의 떡일지 모르지만(might be pie in the sky) 과연 더 위험할까? 프랑스 유권자들이 자극은 받을 만큼 받았다고 판단한다면 이젠 캐러멜 커스터드를 먹도록 하자(let them eat custard).

2012.05.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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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실패라도 하게 해달라”

산업 일반

‘나는 안정보다 기회를 택한다. 나는 계산된 위험을 단행할 것이고 꿈꾸는 것을 실천하고 건설하며 또 실패하고 성공하기를 원한다. 나는 보장된 삶보다 도전을 선택한다. 나는 유토피아의 생기 없는 고요함이 아니라 성취의 전율을 원한다.’ - 미국 기업가협회 ‘기업가 신조’ 중 - 요즘 정치가들은 기업에 “투자하라” 대신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말한다. 훨씬 품위 있어 보이기 때문일까? 재계 단체의 반응도 비슷하다.‘감세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북돋워야 한다’고 대응한다. ‘투자’라고 쓰고 ‘기업가정신’이라고 읽는 꼴이다.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고 막연해서 입맛에 맞게 쓰면 되기 때문이다.한 대학 교수는 신문 칼럼을 통해 기업가정신에 애국심을 갖다 붙였다. ‘애국 차원에서 투자하라’. 일부에서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주문한다. 심지어 한 인터넷 언론은 “공익과 사익의 균형과 조화를 외면하는 기업가정신은 올바른 기업가정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이를 두고 한 대학 교수는 “회식 때 직원들은 탕수육 먹고 싶은데 CEO가 자장면을 시키면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사장이라고 욕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기업가정신의 과용·오용 시대다.어원은 ‘앙트레프레너십’ 기업가정신은 프랑스어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을 옮긴 말이다. 유동운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원래 군사 원정을 이끄는 사람을 뜻하던 ‘앙트레프레너’를 프랑스 경제학자들이 ‘혁신하려고 위험과 불확실성을 부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앙트레프레너십은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기업가(企業家)정신’으로 번역됐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업가(起業家)’로 쓴다. 엄밀히 따지면 일본식 번역이 맞다.외국에서 기업가정신은 대부분 창업 단계와 초기 성장단계에서 강조된다. 기업가정신 전도사로 변신한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때의 기업가는 企業家가 아닌 起業家”라고 강조했다.이를 잘 풀어 설명한 것이 미국 뱁슨 대학의 론스타드 교수다. 그는 저서 『기업가 정신』에서 “기업가정신은 스스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이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로 여기는 것이며 이는 마치 빨간 신호등 앞에서도 때로는 이를 무시하고 돌진하는 것과 같다”고 정의했다.유효상 동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앙트레프레너십은 자원의 존재와 무관하게 기회를 획득하는 능력과 함께 극히 한정된 자원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유 교수는 “앙트레프레너는 단순한 창업가나 기업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창조를 하는 사람이면서 기회를 찾아내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말했다.이런 측면에서 송영수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눈다. 먼저 창업 1세대. 1960~70년대 국가 전략에 따라 근대화 산업을 추진하면서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박태준 등 창업 1세대가 등장했다.당시 창업 기업은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받으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으로 진출했다. 송 교수는 창업 1세대 기업가정신의 특징을 강력한 책임의식과 혁신의지로 꼽았다.사라진 기업가정신창업 2세대는 1990년대 후반 불어닥친 벤처 창업 붐 세대다. 1990년대 후반 지식정보화 산업이 부상하면서 고학력과 전문 기술을 갖춘 벤처 창업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송 교수는 “창업 2세대의 발전은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구조로 이행되는 변혁이자 혁신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송 교수는 2세대 기업가정신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몰입과 신념을 추구하고 리더십을 갖췄으며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수용이 높은 진정한 모험가적 기질을 지녔다.”문제는 그 후다. IT 버블 이후 유명 벤처의 비리 사건과 몰락이 이어지면서 벤처 창업 열기는 급랭했다. 그런데 통계는 이상했다.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연간 신설 법인 수는 매년 5만 개 이상 생겨났고 숫자는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도업체 수는 줄었다. 이를 두고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전체 벤처기업 중 20~30대 비중은 56%였지만 지난해에는 12%로 줄었다. 대신 40~50대 창업이 늘었다. 기업가정신에 의한 혁신형 창업이 아니라 생계형 창업이 늘어난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청 산하 기관, 대학가, 기업 단체 등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기업가정신 교육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교육공무원들이 자주 하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는 말을 듣는다면 우리나라 초·중·고생은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교과서에 아예 언급도 안 됐거나 잘못 설명돼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말 ‘초중고 교과서의 문제점과 개선점’ 보고서를 작성한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주미 연구위원은 “기업가정신을 언급한 교과가 매우 적고 동일 교과목에 내에서도 개념적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영교과서 7종에서는 아예 기업가정신에 대한 서술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반면 선진국은 기업가정신 교육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유럽연합은 2005년까지 권장에 그쳤던 기업가정신 함양 교육을 지난해부터는 초등학교부터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영국의 경우 90% 넘는 중학교가 기업가정신 교과과정을 개설했다. 독일에서는 매년 10만 명을 선발해 정부에서 월급을 지원하고 스스로 비즈니스를 해 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미국은 카우프만 재단 같은 기업가정신 전문 기관이 교육기관·기업단체와 연계해 다양한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유효상 교수는 “미국에서는 2005년 기준으로 1600개 이상의 학교에서 2200개 이상의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정신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다. 다시 말해 기업가정신이 왜 쇠퇴하는지를 따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사업 기회 줄었다, 위험 대비 보상이 낮다, 성공 확률이 낮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하다.’ 기업가정신 전문 비영리기관인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 연구원들이 쓴 『좋은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에 이런 말이 나온다.‘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관료적 형식이나 절차 없이 비교적 쉽게 기업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 장래 기업가가 창업을 주저하지 않도록 실패한 사업의 포기도 별로 어렵지 않아야 한다. 또 기업가의 활동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창업자가 회사 팔면 야유비슷한 얘기인 것 같은데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실패’ 부분이다. 기업가정신이 넘쳐 흐르는 환경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창업 기업의 퇴로가 잘 닦여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가정신 확산의 핵심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창업 기업 100개 중 95~99개는 망한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의 말처럼 기업가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 채워지지 않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해 퇴출의 운명을 맞게 된다.실패는 어디나 고통이 따른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애플에서 쫓겨날 때 심정을 밝힌 적이 있다. “나는 인생의 초점을 잃었고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었다. 난 정말 말 그대로 몇 개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계주에서 바통을 놓친 선수처럼 선배 벤처기업인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완전히 공공의 실패작으로 전락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도망칠 필요가 없었다. 언제든 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애플을 나온 후 컴퓨터 제조업체인 넥스트를 차렸고, 영화사 픽사를 인수해 대박을 터뜨린 후 10년 만에 애플로 복귀해 아이팟에서 아이패드에 이르는 신화를 썼다.실리콘밸리는 ‘실패의 요람’으로 불린다. 안철수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100개 기업이 간판을 내걸고 시작하면 99개 간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다시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벤처를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키우기까지 평균 2.8회 창업을 한다. 미국에서 실패는 경험이 풍부하다는 훈장이다.심지어 실패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더 높다며 투자 받기 더 쉽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실패는 곧 퇴출이다. 그것도 대표이사 연대보증 같은 제도로 인해 완전히 벌거벗겨진 채 망한다. 정신을 잃은 후 눈을 떠보니 신장이 사라진 채 얼음 욕조에 있더라는 미국의 괴담처럼 잘나가던 벤처 사장이 노숙자가 됐다는 소문이 쉽게 믿어지는 것이 우리 환경이다.한 번 실패는 영원한 몰락이라는 이미지는 창업 의지를 꺾기에 충분하다. 설령 재기해도 실패자의 낙인은 지워지기 어렵다. 불미스러운 일과 경영상의 이유로 물러났던 1~2세대 벤처 CEO들이 몇 해 전 모여 ‘벤처 패자부활제도’를 주장했을 때 쏟아졌던 조롱과 비아냥을 기억한다면 이해가 쉽다.실패뿐 아니라 성공적인 퇴로도 꽉 막혀 있다. 미국의 창업가는 기업을 키운 후 주식공개보다는 대기업에 매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형 기업은 R&D(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을 소규모 혁신기업과의 연계 또는 지분 매입이나 인수를 통해 해결한다. 그만큼 퇴로가 다양하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한국은 이유를 막론하고 창업자가 지분을 팔거나 회사를 매각하면 욕을 먹는다(이때 자주 기업가정신이 거론된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의장이나 돼야 ‘아름다운 퇴장’ 소리를 듣는다. 회사를 키워 비싼 값을 받고 파는 것도 곁눈질을 받는다. 외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 시스템이 ‘탐욕’ ‘무책임’ ‘기업가정신 실종’과 연결되고 질시나 오해를 받는다.그것도 오래돼 굳어진 문화다. 1998년 인터넷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가 이듬해 지분을 매각한 윤석민 전 웹인터내셔널 사장은 “온통 비난하는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기업가정신이 증대하면 실업률이 떨어진다는 OECD 통계를 전적으로 믿는 정부 정책결정자는 기업가정신이 확산되기를 고대할 것이다. 또 많은 이벤트와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 하나만 먼저 해결해 보라. ‘품위 있게 실패하고 재기할 수 있는 환경’. 아마 준비한 창업지원금이 모자랄 것이다.

2010.04.19 12:31

6분 소요
“평생 번 돈 치료비로 다 날려”

산업 일반

현대 의학에서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회복한다 해도 경제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치매 환자를 둔 웬만한 가정의 가계부는 쪼들리게 마련이다. 치매로 고통 받는 세 가정의 가계부를 통해 치매 질환이 가계 재정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환자 가족: 다시 회복하실 수 있겠습니까? 의사: 현재로서는 증상의 유지가 목적입니다. 환자 가족: 너무 무책임하신 거 아닙니까? 의사: …. 환자 가족: 그럼 입원은 안 하겠습니다. 얼마나 더 사신다고 고생을 시켜요. 치매 환자 가족들이 병원을 찾았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가족들은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품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치매는 가족병이다. 환자만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악몽에 시달린다. 경제적 고통과 함께 동반되는 정신적 고통은 가족 모두를 절망에 빠뜨린다.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 치매에 걸린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가족의 생계가 한순간에 위태로워지고 가정불화는 덤으로 따라온다. 이런 현실은 치매노인 유기 사건처럼 사회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계가 어려운 가정일수록 고통은 더 크게 다가온다. 수입은 미미하고, 지출은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매달 증가한다. 비용 절감은 환자를 방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으로도 이어진다. 치매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원인적 치료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치매의 약 10% 정도는 조속한 원인 규명과 적절한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지만, 대부분은 회복이 불가능하며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치료보다는 현상 유지에 진료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15~20년 이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치매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고통이다. 환자의 증상이 호전된다면 비용이 얼마가 들건 관계치 않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조금씩 나빠지는 것이 최선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치매 환자 가족 대부분은 환자가 조금이라도 편안한 생활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또 비용은 얼마나 들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음만 앞선 탓에 초기에 너무 큰 비용을 소비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손을 쓰지 못하는 가정도 있다. 환자를 어디에 모실 것인가 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집이 좋을지 아니면 요양시설이 좋을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가계 부담을 생각하자면 아무래도 집에서 치료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그러나 환자와 가정 내에서 함께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갈등을 간과할 수 없다. 고부 간의 갈등, 부부 간의 갈등, 형제 간의 갈등 등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가족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족 간의 갈등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것은 역시 돈이다. 대부분의 치매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경제활동 인구로 복귀가 불가능하다. 또 치료 비용이 가족 전체의 생계와 직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환자가 저축해 놓은 돈이 많고, 부양가족이 경제적 여건이 되더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벌어놓은 돈 다 쓰고 가는’ 경우는 양호한 편이고,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들어 결국에는 가계 재정을 파탄 내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직 CEO 자녀들 매달 560만원 나눠서 부담 중견 인쇄업체를 운영했던 S씨(71·남)는 6년째 전문요양시설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 중이다. 처음 요양시설에 들어온 계기는 부인의 중풍 때문이었다.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부인을 돌보기에는 아무래도 전문요양시설이 낫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 당시는 회사 CEO로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 시내에 있는 요양시설을 선택했다. 가족들도 서울을 벗어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 200만원 정도를 정기적으로 내야 했다. 처음 4년간은 요양시설과 회사를 오가며 생활했다. 회사에 있을 때는 간병인이 부인을 돌봤다. 8시간 보호에 한 달에 100만원을 지불했다. 장기적인 거주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활비는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2년 전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난 후 자신도 파킨슨병을 앓기 시작했다. 걷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아내를 돌보기에는 무리였다. 두 사람 모두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2007년 말, 자식들과 의논해 영구임대 형식의 요양시설로 옮겼다. 마지막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 새로 옮긴 요양시설은 서울 근교에 있었다. 보증금 2억원에 월 생활비는 부인과 자신의 치료비를 포함해 500만원이 넘게 필요했다. 한 명의 간병인이 두 명의 노인을 돌봐야 했기에 간병인 월급도 160만원으로 올려줬다. 부인은 당뇨까지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인슐린 주사까지 맞아야 했다. S씨는 경영권을 물려줄 때 보유한 재산 중 요양시설 보증금을 제외하고 자식들에게 모두 상속했다. 그래서 현재는 수입이 없다. 다른 사람보다는 나은 입장이지만 매달 생활비가 500만원 이상 드는 것은 자식들에게도 부담이다. 현재는 인쇄업체를 물려받은 자식들이 나눠서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 너싱홈 운영하는 K원장 지난해만 3000만원 적자 K원장(57·여)은 대전에서 3년째 너싱홈(병원+가정의 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다. 교육공무원이었던 남편과 슬하에 1남2녀를 두었다. K원장 역시 자식과 남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를 요양시설에서 모실까도 했지만, 보증금과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다. K원장이 처음 너싱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5년 전이다. 시골에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했던 것이다. K원장은 칠 남매 중 다섯째였지만 자신 외에는 친정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형제가 없었다. 가정 형편이 다들 넉넉하지 못했다. 물론 K원장의 사정도 녹록지 않았다. 게다가 집에는 어머니가 혼자 계실 방도 없었다. 작은아들과 같은 방을 써야 했지만 아들은 싫어했다. K원장은 어머니를 모시면서 치료비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자신이 요양시설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정간호학을 이수해 자격증을 따는 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남편을 어렵게 설득한 K원장은 남편의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합쳐 조그만 집을 구했다. 그때부터 시작한 너싱홈이 지금에 이르렀다. 너싱홈을 운영한 이후 매달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4명의 환자가 생활했지만, 얼마 전 병세가 악화된 두 명의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 갔다. 친정어머니를 제외하고는 한 명의 환자만 있는 셈이다. 세 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달엔 다시 적자를 보게 됐다. 매달 직원 월급으로 360만원이 필요했다. 요리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는 너싱홈을 운영하자면 꼭 필요한 사람이라 인건비를 줄일 수는 없었다. 식비와 보건위생비 등 매달 꾸준히 나가는 돈도 60만원 가까이 됐다. 환자가 네 명은 넘어야 손익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었다. 50만원 정도의 여유가 생겨도 외식은 꿈도 못 꿨다. 또 언제 환자가 줄어들지 모르고, 어머니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총 3000만원 가까이 적자를 봤다. 처음 너싱홈을 시작할 때는 돈을 벌어보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현상 유지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원장은 “형편은 어려워도 어머니가 환자들과 어울려 즐겁게 생활하는 것을 보면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치매 남편 돌보는 L씨 남편 퇴직금으로 근근이 생활 2년 전 L씨(63·여)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 광주광역시 외곽에서 남편과 단둘이 생활한다. 남편이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처음에는 건망증이겠거니 했는데 상태가 점점 심해졌다. 배회 증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진단 결과는 알츠하이머. 대학병원에서 처방해준 치매 약을 3개월 정도 복용했다. 매달 100만원이 필요했다. 효과는 없었다. 결국 자식들과 상의 끝에 남편을 요양시설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남편이 완강히 거부했다. “사지가 멀쩡한데 왜 그곳에 자신을 가두어 놓느냐”고 화를 냈다. L씨는 남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결국 남편의 요양도 겸해 친정이 있는 광주로 내려갔다. 친정 근처에 남편의 퇴직금으로 작은 집을 구했다. 초기 정착금으로 2000만원이 필요했다. 생활비는 남은 퇴직금을 조금씩 나눠 썼고, 모자란 돈은 출가한 자식들이 매달 30만~40만원씩 보내주는 돈으로 충당했다. 간간이 소일거리를 해서 생활비를 보탰지만 가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분류돼 국가보조금을 받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연료비 때문에 생활비가 10만~20만원 정도 더 필요했다. L씨는 최근 많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곳에서 남편과의 생활이 꼭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고립감은 떨쳐버릴 수 없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시댁 식구들도 얄밉다. 간혹 생활비를 보내기도 하지만 전화를 걸면 다들 우는소리부터 먼저 한다. L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태산이다. 치매에 대비하는 건 가족 위한 투자 치매 환자 전문 요양시설인 서울 시니어스 가양타워의 김은미 팀장은 “가족과 시설 입주자가 보통 9 대 1의 비율로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의 가계 부담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팀장은 “입주자들 대부분이 치매나 중풍에 대해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병이 발생하면 치료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 가족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치매가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전국에서 접수된 건수가 신청 1주일 만에 3만7000건을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청한 사람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매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노후를 대비한 자산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노인시장을 겨냥한 금융상품이 활발히 개발·제공되고 있다. 실버용 건강보험, 노인전용 예금상품, 상속설계 서비스, 노인성 질환 및 장기 간병 상태를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간병보험상품이 증가하는 추세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도 가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치매 대비는 가족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2008.05.25 10:49

7분 소요
공무원 가슴에 ‘영혼’ 불어넣자

산업 일반

▶지난 1월 29일 정부조직개편 공청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 행자위 복도에서 정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회의 내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기업 위기관리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정부기관에 전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필자는 막막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필자가 보기에는 잠깐만 생각해도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할 해답이 있는데 아무리 설득해도 그리 가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공무원은 일을 잘하는 것보다 문제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 몇 년 전 기존 시스템이나 업무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담당 공무원이 한 말을 잊을 수 없다. 최근 어느 공무원의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변명(?)도 이런 복지부동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에서 이런 인식을 가진 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해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에 성장이 없다는 것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퇴보다. ‘문제없이’ 경영을 했다 해도 경쟁사들이 치고 나오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기업 간 전쟁이다. 실패는 용서받을지라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는 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 그런 전장이다. 적어도 경쟁 상대가 없는 정부가 굳이 기업처럼 사활을 걸고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정부는 기업처럼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라 예산을 쓰는 조직이므로 기업처럼 경영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을 어떻게 잘 쓰느냐도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게다가 정부는 가계와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정된 자원(예산)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제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예산 집행도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기업형 정부와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공무원이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수년간 공무원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도대체 공무원·관료 조직에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하나다. 혁신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얘기다. 어부도 날씨를 분석한다 기업은 365일, 24시간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자본, 상품, 조직, 사람 등 어느 하나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분야가 없다. 지속적으로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 CEO 출신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 정부는 이전 정부에 비해 훨씬 더 기업형으로 운영될 것이 점쳐진다. 그러면 과연 기업형으로 정부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과거 적잖은 정부조직 개편과 혁신 전략을 통해 시스템 부분은 기업에 못지 않게 많이 개선됐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동사무소의 친절도와 지역 세무서의 업무 처리는 놀라울 만큼 개선됐다. 이제는 인식 변화가 과제다. 정부 위주, 공무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모든 정책의 시작부터 고객 중심, 국민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언젠가 한 공무원이 작성한 ‘국민 인식 개선 대책’이란 전략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고객(국민)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 제목은 인식 개선인데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계획만 있지, 국민의 인식에 대한 분석이 없었던 것이다.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개선할 수 있겠는가. 기업에서 ‘고객은 왕’이니 ‘고객 감동’이니 하는 구호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구호만 있고 고객 분석이 없을 리 만무하다. 마케팅 부서 예산의 많은 부분이 소비자 분석에 투입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기업형 정부로 가는 Key ▶ 공무원의 혁신 마인드를 길러라 ▶ 국민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하라 ▶ 기업처럼 전략적 사고를 하라 ▶ 뚜렷한 목표 담은 매뉴얼을 구축하라 ▶ 지속 가능한 경영 목표를 세워라 ‘국민 고객’의 인식을 혁신하려면 정부가 기업처럼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전략적이라 함은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 기획, 계획적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기획안을 보면 실행안만 있는 경우가 많다. 고기 잡는 어부도 날씨를 분석하고, 고기떼의 이동을 탐지하며 내일의 전략을 짜는데 말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어야 한다. 목표란 일의 결과에 대한 확신이다. 목표를 보다 구체화하는 조직은 그만큼 상황 분석에 철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대표적 예가 바로 업무 매뉴얼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에선 고객상담 직원의 책상 앞에도 매뉴얼이 있고, 사장의 책상에도 매뉴얼이 있다. 이번 숭례문 화재 사고 때 방재 매뉴얼이 없었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 하는 당위성 확보 문제다. 혁신의 결과와 공무원 자신의 비전이 합치되지 않으면 결국 당위성이 사라져 버린다. 이를 위해선 보상 체계가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교육공무원 보상제도 등 과거에도 수없이 봐왔지만 공무원 보상제도가 나올 때마다 합의가 안 돼 의견이 분열되기 일쑤였다. 기업에선 이제 보상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 연봉도 다르고, 성과급도 다르고, 승진도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지 않는가. 나이 적은 팀장을 모시는 곳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공무원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아마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것이다. 이런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조율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기업경영에서 최근 화두는 ‘관계 관리’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공중, 특히 이해관계가 밀접한 공중과의 관계 설정을 잘해서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아직 우리 정부는 너무 서투르다. 이해관계자가 누군지,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해관계 조정 능력 키워야 예컨대 쓰레기처리장 하나 짓는 데도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는가. 지역 주민, 환경단체, 교수 같은 전문가, 지자체, 건설업체, 하청업체 등 이들을 모두 차별적으로 설득해 문제가 없어야 그 정책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방폐장 처리시설, 미군기지 이전, 행정수도 이전, 납골당 건립, 신도시 개발, 도로 건설 등도 대부분의 정책에 이런 문제가 관련돼 있다. 기업은 최근 ‘지속 가능한 경영’이란 목표를 설정하고 윤리적, 환경친화적, 사회공헌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정부는 지속 가능성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어야 하는가. 윤리 문제만 해도 뇌물 받는 공무원에게도 선거사범처럼 뇌물액의 50배를 배상토록 하는 법만 만들면 뇌물은 순식간에 사라질 거라는 주장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결국 윤리적 사고를 기본으로 혁신 마인드로 무장하면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검찰청의 한 검사와 일하면서 감명받은 적이 있다. 그렇게 친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빈틈없는 업무 처리, 연일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고 그것이 공무원으로서의 가야 할 길이라는 얘기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이들이 “나 공무원이오” 소리치며 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새 정부가 할 일이 많겠다. 기업형 국가니 하는 말도 사실 그 중심에는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도 좋지만 국민이 공무원에게 ‘오피셜 프렌들리’가 되도록 하는 것도 새 정부의 큰 몫이리라. 박재훈 컨설턴트는 SK그룹 홍보실을 거쳐 미국 오하이오대 객원연구원, 외국계 홍보회사 코콤포터노밸리 대표를 지냈다. 현재 기업과 정부부처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08.02.18 11:00

5분 소요
그 깊은 경험이 세상 밝게 한다

산업 일반

▶강선희씨는 대학시절 전공(이화여대 법대)을 살려 서울지법 민원실 법률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일이지만 크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늙기도 서러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60대 70대 노인 분들은 투표장에 가지 마시고 편히 쉬시라’. 앞의 것은 조선조 중기의 문인 송강 정철의 시조(초장 종장)이고, 뒤의 것은 2004년의 총선 때 여당 의장을 혼쭐나게 했던 발언 내용이다. 발상이야 사뭇 다르지만 노인들은 힘든 일 하지 말고 편안하게 쉬라는 취지는 같다. 하지만 지금은 수명이 40세 안팎이었던 정철의 시대도 아니고, 늙었으니까 편히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인도 거의 없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직 활동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면 비록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누구나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체력이나 정신력 그리고 새로운 지식과 뉴 트렌드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일이 젊었을 때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살려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동관 민원실에서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법률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고희의 강선희(70)씨다. 강씨는 법조인을 꿈꾸고 이화여대 법대에 진학했으나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해 1남 4녀를 낳아 키우느라 법조인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뭔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던 그는 62세였던 2000년 3월, 서울지방법원이 민원봉사자를 모집할 때 응모해 합격한 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당시 53명이 함께 일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강씨만 남아있다. 강선희씨의 법률 서비스 그동안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한 강씨는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각급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민원서류 작성에서부터 법률문제 상담에 이르기까지 친절함을 전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숲 생태 해설을 해 주고 있는 춘천 시니어 클럽의 황명중(74)씨도 젊었을 때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을 펴는 경우다. 황씨는 강원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36년간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뒤 ‘숲의 고마움을 알리는 일이야말로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 어린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 숲 생태 해설가로 주저없이 뛰어들었다고 한다. 황씨를 단장으로 한 춘천 숲 생태 해설가 단원은 60세 이상의 노년층만 30명. 황씨는 임학이 전공이지만 그를 비롯한 단원 모두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40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중앙하이츠빌 경로당. 자신들도 보살핌을 받을 나이임에도 같은 연령대 노인들에게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앞쪽부터 이수일·박옥순·김영순씨) 노년기에 접어들어 특정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체득한 뒤 봉사활동을 펴는 노년층도 적지 않다. 경주 시니어 클럽에서 신라문화유산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상학(69)씨가 대표적이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농사가 생업이었던 최씨는 농사가 힘들어 집에서 쉬면서 노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경주 시니어 클럽에서 문화유산 해설사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라와 경주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뒤 3개월간의 해설사 과정을 이수하고 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금은 경주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이웃을 돕고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노년층의 관심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후진국의 소외계층까지 폭넓게 뻗어 있다. 현재 1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외국인 며느리들을 한국 사회에 어떻게 빨리 적응시키느냐 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이에 착안한 경주 시니어 클럽은 산하에 결혼 이주여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할머니’들로 하여금 외국 며느리들을 교육하게 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할머니 교사는 20명이나 된다. 경주 지역에만 400명(9월 말 현재)에 달하는 외국인 며느리는 이들에게서 한국어는 물론 육아, 음식 만들기, 전통문화와 예절 등을 배우고 있다. 열정으로 외국에서 자원봉사 세계 각지의 저개발국들을 돕는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봉사단원 모집에 노인층 지원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이웃사랑이 이제는 국경조차 초월하고 있다는 증거다. 생활습관이 생소하고 언어가 다른 이역만리 오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2년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 결코 수월한 일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여러모로 비교가 되지 않는 후진국에서 그들의 삶과 문화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땀 흘리는 시니어들의 하루하루는 보람과 성취욕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재 주로 아시아 지역인 방글라데시·네팔·필리핀·스리랑카 등지에서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60대 이후의 노년층은 100여 명. 전체 봉사자 1450여 명의 10%에 채 못 미치지만 시니어 지원자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KOICA 측의 설명이다. 노년층이라고 해서 선발에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젊은이들과 똑같이 영어, 인성면접, 그리고 전공 분야에 이르기까지 동등하게 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 입단이 가능하다. 그래서 시니어 봉사단원의 경력은 대개 화려하다. ▶도봉시니어클럽 커플매니저 2년차인 신춘자(오른쪽)씨. 남녀를 맺어준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성사될 때 가장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노년층의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참여의 자세는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이었고, 유형 또한 매우 다양했다. 1999년 충북 음성 삼성초등학교에서 40년간의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마감한 오신애(71)씨는 지난해 70세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해 도내 각지를 돌며 봉사활동을 겸한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데뷔곡 ‘인생은 70부터야’를 불러 노인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의 도봉시니어클럽은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의 불같은 욕구에 부응하고자 보건복지부가 2004년부터 시작한 노인들의 일자리 지원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세탁장과 전통병과 만드는 팀 등을 운영해 노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6070 커플매니저’ 팀이다. 남녀의 짝을 맺어주는 일, 쉽게 말해 ‘중매’가 커플매니저들의 역할이다. 커플매니저 2년차인 신춘자(70)씨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신씨는 이 일을 위해 결혼상담관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만큼 열성적이다. 출범 당시에는 이 일을 해보겠다는 지원자가 별로 없어 애를 먹었지만 지금 도봉시니어클럽에서 커플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60, 70대 노인은 60명에 이른다. 결혼하겠다고 신청한 회원 수도 차츰 늘어 현재 약 700명, 남자가 여자보다 100명쯤 많다. 노년의 일자리 더 늘려야 커플매니저는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경로당 같은 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돕는 노인들이 하는 일은 말 그대로 몸으로 때우는 봉사활동이다.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중앙하이츠빌 경로당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강영예(71), 윤분연(72), 최옥윤(76)씨 등 세 할머니가 매일 찾아와 15명 안팎의 노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있다. 이수일(71)씨, 박옥순(67)·김영순(68) 할머니 등은 배워 익힌 솜씨로 노인들에게 발마사지를 해준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노인들에게 맡길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제한돼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앞에 든 여러 예처럼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젊었을 때의 경력과 지식, 그리고 현재의 적성을 고려해 일자리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7.11.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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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법인화가 맞다

산업 일반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계획이 해당 대학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 국립대는 “공교육 포기”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교육부는 사립화가 목표는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사립화의 길로 들어선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계획은 교육부의 정책 실패를 대학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주장에도 물론 수긍이 간다. 대학 설립의 자유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했지만 경쟁력 없는 대학들의 퇴출구를 봉쇄한 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한꺼번에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인화를 반대할 명분도 없다. 오히려 교육부가 그동안의 실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학 운영에서 점차 손을 떼겠다는 것이므로 대학으로서는 자율성 확보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선 지방 국립대들이 들고 나온 공교육 포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교육에는 공공성이 있어 민간에 맡기면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교육의 공공성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읽고 쓰고 또 셈할 줄 알아야 하며, 기본적인 공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초등교육 수준에 국한되고, 고등교육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므로 공공성과 거리가 멀다. 국립대 법인화가 공교육 포기라는 주장은 실체가 없는 허구다. 지방 국립대들이 법인화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다. 그러나 이 역시 등록금 자율화와 정부의 한시적 지원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정부 지원이 축소되고 등록금을 올렸을 때 지방 국립대가 신입생을 충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대학은 당연히 퇴출의 운명을 맞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 아래 누릴 수 있었던 도덕적 해이는 이제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 법인화와 함께 등록금이 오르면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타당성이 없다. 현재 불특정 다수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립대 지원금을 교육 수혜자인 학생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더 맞기 때문이다. 법인화되면 생존할 자신이 없는 대학들의 반발일 뿐이다. 한편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립대가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할 경우에는 지역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를 주관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법인화에 따른 대학 자율화에 배치된다. 법인화되면 총장 선출을 어떤 방식으로 하든지 그것은 각 학교에 맡기고, 그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면 된다. 물론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매우 ‘구체적 목적’을 가진 조직이므로 구성원들의 선거로 총장을 뽑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가치관·취미·습관 등이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추상적 목적’을 가진 국가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거로 뽑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의 목적에 충실한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도 낮다. 만일 그런 사람이 당선된다면 그것은 행운일 뿐 선거제도가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는 아니다. 총장 직선제가 대학 민주화의 상징이란 인식도 학교의 조직 원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간선제나 추대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 직선제가 가장 적절한 사람을 총장으로 뽑는다는 것이 우연에 불과한 마당에 비용이라도 줄이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2005.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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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부터 납득시켜라”

산업 일반

“김만제부터 납득시켜라.” 진념 부총리가 재정경제부의 어느 국장에게 던진 말이다. 경제정책을 짤 때 야당 경제팀도 수긍하는 보고서를 들고 오라는 뜻이다. 얼마 전 이런 얘기를 직접 들었다는 전경련 출신의 어느 인사는 경제팀의 풍향 변화를 실감한다고 털어놓았다. 진념 부총리가 경제기획원 차관보 시절 김만제 의원이 장관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힘 센’ 야당의 정책위의장 아닌가. 이쯤 되면 나라 경제팀 수장이 야당의 눈치를 본다는 얘기도 나올 만하다. 사실 요즘 들어선 여당보다 야당 쪽 풍향에 신경을 더 써야 할 판이다. 정권 말기 레임덕과 新여소야대 정국 아래에서 어느새 한나라당이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쥔 탓 아닐까. 그간 외면만 해온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정부 경제팀의 ‘눈치 보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은 또 있다. 지난 11월21일 열린 이른바 첫 ‘야·정(野·政) 정책 간담회’-. 정부측과 한나라당은 이날 대기업 정책 방향 등을 놓고 1시간20여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진념 부총리와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한나라당을 찾아갔다. 파트너는 김만제 정책위의장 등 정책팀이 중심이었다. 옛날에도 장관들이 야당 쪽에 정책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이번처럼 본격적인 ‘설명회’ 모양새를 갖추진 않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 주제 또한 재벌 규제완화 등 예민한 사안 일색이라 자리의 무게를 더했다. 사실 ‘수(數)의 파워’가 아니더라도 정부와 여당은 야당을 정책 동반자로서 대접할 필요가 있다. 정권마다 그런 ‘의무’을 게을리했을 뿐이다. 정권이 누구 손에 있든 여(與)·야(野)·정(政)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게 자연스런 일이다. 더구나 정치에 좌지우지되지 말아야 할 경제문제는 특히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한라당이 어떤 경제철학과 정책 목표를 갖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나라 경제의 성장 곡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집권당이 아닌데도 ‘칼자루’를 쥐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철학은 마가렛 대처 前 영국 수상이 내걸었던 ‘자유 기업 제도(Free Enterprise System)’ 또는 ‘자유 시장주의’에 가깝다. 민간 부문 특히 기업이 앞장서서 경제를 끌어간다는 논리가 포인트다. 新자유주의나 시장경제주의와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주창했던 이른바 ‘DJ노믹스’와도 근본 궤를 달리한다. 물론 당에서도 이른바 ‘親기업’을 넘어 ‘親재벌’ 성향이 강하다는 불만 섞인 시각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 노선과 큰 줄기는 정해진 모습이다.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여느 당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경제철학은 거의 동색(同色)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내건 경제정책의 캐치프레이즈는 한 마디로 ‘고도 성장’이다. 해마다 6∼7%씩은 성장해야 한국 경제를 지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한국 경제의 몸집이 어느 정도 커진 만큼 3∼4% 정도가 적정 성장률이고, 그에 맞게 수렴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도 성장이란 표현이 대선을 앞둔 전략적 슬로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나라당측은 고도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미국도 지난 10년간 3∼4%씩 커왔고 싱가포르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들도 쑥쑥 발전해왔다는 것.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밑그림은 대충 이렇다. 정부는 ‘자유 기업 제도’가 뿌리 내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예컨대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경제환경을 마련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교육제도를 개선해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 등이다. 그러면 기업이 투자를 늘릴 장(場)이 열리고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고도 성장으로 관(官) 주도였던 박정희식 고도 성장과 다르다. 이른바 민간기업주도의 성장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밑그림을 그리고 덧칠을 하는 한나라당의 경제통은 크게 두 줄기다. 먼저 김만제 정책위의장-이한구 의원-임태희 제2정책조정위원장-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이어지는 정책 라인이 있다. 임태희 의원과 유승민 소장은 한나라당의 ‘젊은 피’면서 경제 브레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유승민 소장은 이회창 총재의 연설문까지 쓰지만 전면에는 나서지 않는 숨은 브레인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에 들어온 경제통인 김용환 의원은 한나라당의 공식 정책 자문그룹으로 거듭난 국가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에서는 김용환 의원이 당의 경제정책 브레인격인 4인방의 다른 생각과 목소리를 조율하는 ‘중화제’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코오롱 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득 의원, 경제기획원 사무관 출신으로 금성사 전무를 지낸 박종근 의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을 지낸 황승민 의원,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인 이명박 前 의원 등이 실물통으로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두 그룹에서 ‘한나라 경제인맥’ 구축도 활발하다. 경제계 시니어 그룹은 김만제 의원이, 주니어 그룹은 유승민 소장이 그리고 중간 그룹은 이한구 의원이 맡아 이총재와 연을 맺어주고 있다. 또 이상득·이명박 의원 형제가 기업인과 이총재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김만제 의원과 유승민 소장은 학계 인사들과 이총재의 고리역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세(勢)를 불려가고 있는 한나라당은 마치 이미 집권한 듯한 분위기다. 국회 의석수나 이총재 지지도 등을 보면 무리도 아니다. 더군다나 ‘反 DJ 정서’를 업고 DJ정부가 펴온 재벌정책부터 노동정책까지 하나하나 뒤집을 생각이다. 당장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표 대결로 밀어붙였다. 여기에 금융실명제법·국세기본법·국민건강보험법 등 6개 법안도 손을 볼 계획이다. 특히 법인세도 꼭 내린다는 강경 방침이다. 주목할 대목이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야당의 개혁이 이거냐’부터 ‘數의 횡포가 아니냐’는 비난도 세다. 특히 여당과 정부는 ‘여론을 봐가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교원 정년 연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육공무원 법안에 대해 거부권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정책 실무선에서도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옛날에도 야당이 반대하면 정책 통과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합리적으로 해야지 무리수를 두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자문 그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J정부의 실패작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물고 늘어지며 정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는 것. 이젠 국가 개조 차원의 밑그림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정권 교체만 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까지 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에서는 이른바 ‘회창 노믹스’를 만들고 있다. ‘회창 노믹스’는 이회창 총재가 어떻게 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것인가를 보여줄 ‘백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DJ 노믹스가 DJ의 경제관을 담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도 성장을 골자로 어떤 경제정책을 펼지 기본 틀을 선보일 전망이다. 여의도연구소와 국가혁신위원회가 주축이 되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르면 올말께 초안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거야 경제팀의 경제 브레인들이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아낼지 궁금하다.

200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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