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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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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기다리다 테슬라 동아줄”...삼성, 23조원 수주로 ‘막힌 혈’ 뚫었다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드디어 웃었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경영진이 사과문을 보내던 삼성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 7월 28일 삼성전자가 165억4416만 달러(약 22조76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7월부터 2033년 12월까지다. 이때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계약사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로 그 주인공은 드러났다.바로 테슬라. 같은 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엑스)를 통해 “삼성 텍사스 신규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삼성에게 의미가 크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첫 대형 계약이자, 삼성 파운드리의 단일 수주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다. 2나노급 최첨단 공정으로, 빅테크 물량을 수주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또 삼성은 2021년부터 투자한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을 이번 계약을 통해 처음 가동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대만의 TSMC에게 빼앗긴 고객사를 다시 되찾았다는 데 주목할 수 있다. 테슬라는 기존에도 삼성의 고객사였다. 삼성은 현재 테슬라 모델3 등에 탑재한 AI4를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다음 세대인 AI5 칩은 TSMC 파운드리가 주문을 차지하며 삼성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래 사업을 책임질 A16 칩 수주가 삼성에겐 중요했다. 이에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한 DS(반도체)부문 경영진이 총출동해, 테슬라 AI6 수주에 힘쓴 것으로 알려진다. 안정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TSMC를 제치고 A16 수주에 성공한 삼성은 한시름 놓게 됐다. 특히 삼성이 제작할 AI6은 우선적으로 테슬라 차량에 탑재할 자율주행 및 AI용 칩이지만, 앞으로 활용도가 다양해질 가능성이 있어 사업 확장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머스크 CEO는 AI6에 대해, 이르면 2027년 테슬라 차량에 적용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AI 데이터센터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AI6의 쓰임새는 단순한 차량용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만큼 생산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기에 삼성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머스크 CEO가 삼성과의 계약을 알리며 “165억 달러라는 숫자는 최소 금액에 불과하며, 실제 생산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이라며 “이 소식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이는 극소수다. 2~3년 이내에 (중요성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기도 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삼성은 크게 반응하진 않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의 미래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와카스기 마사히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으로 삼성 파운드리 연 매출이 매년 10%씩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테크 대형 수주를 잡아라 이로써 삼성의 DS부문은 고객 중심 기술 개발로 확실한 노선을 정하게 됐다. 특히 파운드리는 팹리스(설계전문기업)가 설계한 칩을 물리적으로 만들어주는 사업으로, 대형 고객사와의 안정적인 계약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 짓기에 삼성의 고객 맞춤 영업 및 설계는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TSMC는 철저한 대형 기업 장기 계약에 맞춘 사업 구성으로 업계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키워나갔다. 2010년 초반에는 애플의 모바일 칩을 수주하며 급부상했고 그후 10년 뒤인 2020년 초반에는 엔비디아 AI 칩 물량을 계약하며 세계 1위 기업으로 발돋은 했다. 반면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삼성의 입지는 계속해서 낮아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매해 1분기 기준으로 2019년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점유율이 48.1%였지만 2025년에는 67.6%로 확대됐다. 삼성은 2019년 19.1%에서 7.7%로 쪼그라들었다. 국내에서도 등수가 바뀌었다. 엔비디아 HBM 수주에 성공한 SK하이닉스에게 영업이익 부분에서 역전 당한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SK하이닉스보다 영업이익이 낮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3E를 삼성 제품으로 납품하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승인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10개월여 만에 주가 7만원대로 글로벌 빅테크와의 계약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테슬라가 동아줄처럼 등장한 것이다. 단비 같은 소식에 주가도 반등했다. 삼성의 수주 소식이 있던 지난 7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7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9월 4일 이후 처음으로 7만원대 진입으로 10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삼성은 아직 긴장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관세의 압박이 존재하고, 현재까지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7월 31일 삼성이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성전자가 연결 기준 매출 74조5663억원, 영업이익 4조676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은 0.6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5.2% 감소했다. 부품 사업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비용과 수요 위축 등으로 수익성은 반 토막이 났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실적은 좋지 않지만 앞으로는 개선될 것이다. 삼성은 아무것도 없는 회사가 아니다. 과거의 전략을 선도적으로 다시 펼칠 것”이라며 “테슬라 계약건이 2027년부터 반영될 것이고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의 반도체 부품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새로운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08.02 08:00

4분 소요
돌아온 이재용, 시험대 오른 ‘뉴 삼성’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법정에 선 시점은 2021년이다. 앞서 2020년 검찰은 2020년 ‘자본시장법 위반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이 회장을 법원에 넘겼다. 기소 이후 본격화된 법적 공방은 1심(2024년 2월)과 2심(2025년 2월) 모두 무죄로 결론 났다. 대법원 3부도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7월 17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약 5년에 가까운 법적 공방이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다. 이번 대법의 확정 판결을 통해 이재용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졌다. 이 회장이 ‘사법 족쇄’에서 벗어나면서, 덩달아 국내외 시장은 삼성이 ‘뉴 삼성’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행사인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등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당시 이 회장이 뱉은 말은 “열심히 하겠다.”였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대하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른바 ‘뉴 삼성’의 신호탄이었다.돌아가는 ‘뉴 삼성’ 시계이번 대법 확정 판결은 단순한 승소가 아니다. 사법 리스크가 제거되는 마지막 관문이자, 이 회장이 지난 몇 년간 겪어온 '사법 족쇄'의 제약을 해소하는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총수 재판은 그동안 삼성의 주요 의사결정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뉴 삼성’은 단순 선언을 넘어 실체로 검증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됐다. 삼성은 그간 ▲준법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조직문화 수평화 등을 내세워 왔지만, 총수 부재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선언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대형 인수합병이나 신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내부 권한 재편 등 중대한 결정을 실행하기엔 구심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 판결을 기점으로 이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과제도 산적해 있다. ‘뉴 삼성’의 가장 큰 시험대는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7.7%다. 대만 TSMC(67.6%)에 비해 무려 60%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 중국 SMIC(6.0%)와의 격차도 단 1.7%포인트로 좁혀졌다.수율 개선도 숙제다.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 비율이 낮으면 생산량 대비 판매 가능한 칩이 줄어들고, 전체 원가 부담이 커져 적자가 커지거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nm(나노미터) 공정의 최신 수율(yield)은 약 30~40% 사이, 3nm는 50% 안팎 수준이다. 이른바 ‘2나노’로 불리는 2nm 공정은 반도체 회로 선폭이 1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수준까지 미세화된 제조 기술을 의미한다. 3nm 공정은 2nm의 바로 전 세대 기술이다.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같은 크기의 칩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비는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반도체 경쟁의 핵심 기준이 된다. 물론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제조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삼성이 ‘2나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3nm에서 극복한 수율 문제 경험을 2nm에 적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또 다른 과제는 외연 확장이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단행한 대형 인수·합병(M&A)은 2016년 하만(Harman)이었다. 이후 9년 가까이 의미 있는 M&A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총수가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삼성의 포트폴리오 재편도 자연스럽게 정체됐다는 평가도 나왔다.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사법 족쇄가 풀린 지금, 삼성은 다시 한 번 전략적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회장이 바이오·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빅딜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실제로 삼성은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투자, 2024년 옥스퍼드 나노포어 기술 제휴, 2025년 미국 AI 스타트업 젤스(Gels) 투자 등을 단행하며 예열을 마친 상황이다. 제2미래전략실 가능성도미래전략실 부활도 점쳐진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공백은 단순한 조직 축소가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은 방향 제시, 이해관계를 조정 및 최종 결정을 내리는 ‘컨트롤타워’의 역활을 수행했다.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조직 최고 결정 기관이 사라진 셈이다.대신 각 사업부는 테스크포스(TF) 체제로 전환됐고, 전략·인사·M&A·위기 대응이 모두 분산됐다. 표면상으로는 자율과 책임의 분권형 구조지만, 실상은 ‘누구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구조’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업계에선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삼성 내부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온 조직이 재부상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식적으로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차원의 전략 조정 조직이 사라졌지만, ‘TF’이라는 이름 아래 이재용 회장의 판단과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해온 조직이 내부에 존재해왔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안에는 ‘TF’이라는 이름으로 일정 부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조직이 실제로 존재해왔다”며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의 전략 방향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전략 조정 기능이 일정 수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이 조직이 공식화되거나 전면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현재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일정 부분 안정된 만큼,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형태의 컨트롤타워를 당장 재신설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5.07.18 07:00

4분 소요
"삼성전자, 1위 왕좌 내려놓다"...SK하이닉스 D램 시장 1위 차지

산업 일반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1위에 올랐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점유율 3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34%, 마이크론이 25%로 2,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점유율 1위에 오른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9.3%로 1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가 36.6%로 2위를 차지했다.지난해 4분기 상황은 삼성전자가 전 분기 대비 1.8%포인트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2%포인트 성장해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였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에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점유율을 역전한 것이다. 1분기와 같은 SK하이닉스 선두 구도는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발 관세 장벽에도 HBM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민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디렉터는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수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HBM 시장은 무역 충격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며 "HBM의 주요 적용처인 AI 서버는 '국경 없는' 제품군이기 때문에 무역 장벽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분석했다.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발 무역 충격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HBM 시장 성장에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망했다.한편 SK하이닉스는 특히 핵심 기술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70%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HBM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인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공급 중이며, 후속 제품인 HBM4(6세대) 12단 제품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샘플을 공급한 상태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SK하이닉스가 D램 분야, 특히 HBM 메모리에 대한 강력한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며 "회사에 큰 이정표가 되는 사건"이라고 해석했다.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제품을 양산하고 향후 HBM4E 개발에도 속도를 내 HBM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점유율 2위로 하락한 삼성전자도 다시금 글로벌 반도체 강자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속도를 낸다는 의지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AI 경쟁 시대에 HBM이 대표적인 부품인데 그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며 "HBM4 등 차세대 HBM에서는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5.04.09 15:01

2분 소요
“반도체 날자, 삼성전자 살아났다”…2분기 잠정 영업익 10조4000억

산업 일반

반도체 업황 부진에 웅크렸던 삼성전자가 다시 기지개를 켰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52.24%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74조원으로 1년 전보다 23.31% 늘었다.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주목받는 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최근 1개월간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8조3000억원, 매출은 73조9000억원 수준으로 예측됐었다. 그런데 실제 결과를 보면 예상치의 20%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메모리 반도체 실적 호조가 실적 개선의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D램과 낸드의 평균 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면서 기대보다 많은 수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실적이 잠정치인 만큼 사업 부문별 세세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실적 견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D램과 낸드 가격은 각각 13∼18%, 15∼20% 올랐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6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아지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은 2조1000억~2조3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이고, 핵심 부품인 반도체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익성이 다소 나빠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반도체, 3분기도 맑음…HBM3E 양산 관건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12조, 매출은 82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소비자 D램 시장은 전반적으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지만, 3대 주요 공급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는 HBM 생산량 압박으로 인해 가격을 인상할 의향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AI 산업의 확장으로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 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면 더 많은 이익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8∼13%,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BM 수요 증가로 HBM의 D램 캐파 잠식 현상이 커지면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심해질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2023년에 설비투자(캐펙스·CAPEX)를 줄였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웨이퍼 캐파 경쟁력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5세대 HBM인 HBM3E의 양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가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가치를 얼마나 증명할 수 있는지 가늠자가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현재 HBM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앞서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뒤를 쫓는 형국이다. 삼성전자가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얼마나 빨리 테스트를 통과하고 양산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최근 ‘HBM 개발팀’ 신설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인프라 투자 붐에 따라 고용량 메모리 특수는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HBM3E, 128GB 고용량 D램 매출을 언제 본격적으로 늘릴 수 있는지, 현재 TSMC가 독점하는 AI 칩 수주를 확보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2024.07.05 10:45

3분 소요
파두, 세계 ‘낸드 3위’ WD와 협력 공식화…대형 수주 ‘신호탄’

산업 일반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 파두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C)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술 협력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파두가 웨스턴디지털 수주 사업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웨스턴디지털은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 분야 세계 3위 업체다.파두는 “미국 스토리지(Storage·데이터 저장 장치) 전문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10일 발표했다. 기업용 SSD에 사용되는 차세대 기술 ‘FDP’(Flexible Data Placement)의 공동개발이 양사 파트너십의 핵심이다. 그간 시장에선 ‘파두가 웨스턴디지털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식의 소식이 꾸준히 들려왔으나, 기술 협업이 공식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웨스턴디지털은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을 겨냥한 신규 SSD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SSD는 다수의 낸드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이다. 낸드는 값이 저렴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열에 취약하단 단점이 있다. 이를 단순히 병렬로 연결한다면 속도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 반도체가 SSD 컨트롤러다. 다수의 낸드에 병렬적으로 동시 접근해 자료 처리 순서를 정하는 등 모든 기능을 제어해 ‘SSD 두뇌’로 불린다. 파두의 주력 제품은 SSD 컨트롤러다. SSD 경쟁력은 낸드가 아닌 컨트롤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두는 고사양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파두 외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삼성전자·마벨 정도로 드물다.웨스턴디지털이 AI 시장 확대에 맞춰 자사 제품을 고도화하는 중 파두를 기술 파트너사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파두의 기술을 채택했거나, 향후 채택할 예정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파두 측은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개발하는 FDP 기술에 대해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핵심 저장장치인 SSD에서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SSD의 성능개선은 물론 사용 수명을 크게 연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FDP는 세계 빅테크가 모여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표준을 논의하는 OCP(Open Compute Project)에서 표준으로 제시된 기술이다.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기업)가 제안한 기술로, 구글 등의 세계 빅테크가 적극 채택하면서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파두는 이에 앞서 메타로부터 SSD 컨트롤러 관련 기술 인증을 획득, 이를 기반으로 수주 사업을 따낸 경험이 있다.파두와 손잡은 웨스턴디지털…의미는?양사가 함께 개발에 나선 FDP 기술은 실제 고객이 쓰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기록돼 SSD의 수명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문제인 ‘쓰기 증폭’(Write Amplification) 현상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SD의 쓰기 성능을 최대 2~3배까지 향상하는 동시에 수명을 대폭 늘려줄 수 있어 ‘AI 시대’에 적합한 기술로 꼽힌다. 파두 측은 “막대한 데이터가 오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에릭 스패넛 웨스턴디지털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경우 SSD의 전폭적인 성능개선은 물론 더 긴 수명과 더 낮은 전력 소비를 요청하고 있다”며 “파두와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는 고객들에게도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효 파두 대표도 “FDP 기술을 통해 SSD 저장공간에 데이터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고 이는 스토리지 기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며 “웨스턴디지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최고 수준의 FDP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획기적인 성능개선은 물론 SSD의 수명 또한 증가시킬 수 있는 스토리지 솔루션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웨스턴디지털, AI 시장 ‘정조준’반도체업계에선 웨스턴디지털이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는 중에 기술 파트너사로 파두를 선정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6일(현지시간) 5세대 SSD 신규 제품(PCIe® Gen5 SSD)을 공개하고 “업계 최고의 성능의 제품을 통해 고객사의 AI 학습·추론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이와 함께 ‘64테라바이트(TB) SSD’와 ePMR(Energy-enhanced PMR·에너지 향상 PMR) 제품인 ‘UltraSMR 32TB HDD’의 출시도 공식화했다. 웨스턴디지털 측은 이런 신규 제품라인이 “고객사의 AI 투자 효율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총투자비용(TCO)을 줄일 수 있는 스토리지 인프라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TCO은 파두가 이날 FDP 기술 공동개발을 공식화하면서 강조한 지점이기도 하다. 파두 측은 “양사는 FDP 기술이 널리 보급된다면 TCO 감소는 물론 스토리지 효율성 면에서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파두는 이번 웨스턴디지털과의 협력과 함께 앞으로도 획기적인 데이터관리는 물론 보다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SSD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웨스턴디지털이 파두와 기술 협력에 나선 배경으론 AI 시장 확대에 따라 기업용 SSD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에 세계 기업용 SSD 매출을 37억5810만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62.9% 증가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기반 고용량 수요 증가하면서 기업용 SSD 시장도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기업용 SSD 계약 가격도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웨스턴디지털은 올해 1분기 급격하게 성장한 세계 기업용 SSD 시장에서 점유율 3.6%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용 SSD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고, 파두와 기술 협력을 진행한 셈이다.웨스턴디지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낸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2023년 4분기 낸드 시장에서 16억6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점유율은 14.5%로 나타났다. 파두가 이런 영향력을 지닌 웨스턴디지털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면, 단숨에 실적 향상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그레고리 웡 포워드인사이트 대표는 “스토리지 환경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최신 FDP 기술이 적용된 SSD를 채택하게 될 경우,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사는 더 나은 성능·쓰기 증폭 개선·수명 연장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워드인사이트는 SSD 시장 전문 분석회사다.

2024.06.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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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5년 만에 첫 파업...“생산 차질 등 없어”

산업 일반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단체 연차 사용을 통한 집단 행동에 나섰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번째 파업이다. 업계는 이번 파업으로 생산 차질 등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전삼노는 7일 단체 연차 휴가를 내는 방식의 ‘연가 투쟁’을 벌였다. 창사 55년 만에 벌어진 삼성전자의 첫 번째 파업이다.앞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 전국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하루 연차 사용을 통한 투쟁 참여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중심인 전삼노의 조합원 규모는 약 2만8400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5개 노조(약 12만명) 중 규모가 가장 크다.전삼노가 파업에 나선 것은 사측과의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노사는 지난 1월부터 임금 및 성과급 지급 관련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합의점 찾기에 실패했다. 지난달 28일 교섭 결렬 이후에는 재교섭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 확보에 나섰다.전삼노는 이날 파업 참여 인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와 비교해 연차 사용률이 더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업계는 이번 파업에 따른 사측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파업은 단 하루 예정”이라며 “유연한 생산 일정 범위 내 속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공장의 경우 자동화 생산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2024.06.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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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두 사태’ 전말…SK하이닉스는 왜 ‘TSMC 이용권’을 나눴나

산업 일반

반도체업계는 물론 국내 주식 시장에도 큰 충격을 준 이른바 ‘파두 사태’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파두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이다. 파두 사태의 본질은 매출 차이에 있다. 회사가 ‘기술성장기업 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당시 제시한 연간 매출 예측치는 1202억940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 연간 매출은 224억7090만원 그쳤다. 이에 즉각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벌어졌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1000억원 규모의 괴리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SK하이닉스가 파두에 전환해 준 TSMC 생산 권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SK하이닉스 측은 “어떤 경우에도 ‘물량 수주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4일 복수의 반도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파두는 기업공개(IPO) 전 SK하이닉스로부터 TSMC 웨이퍼(반도체 원판) 물량을 전환받았다. SK하이닉스가 확보해 둔 TSMC 생산 권리를 파두에 양도했단 뜻이다. 양사가 함께 진행하는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기업)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급 사업을 위한 협력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TSMC는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이다. 팹리스 업체의 반도체 품질이 TSMC 첨단 공정 사용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아 세계 굴지의 팹리스라도 ‘TSMC 예약 경쟁’을 벌이곤 한다. TSMC 역시 고객사를 가려 받기로 유명해 업계에선 ‘슈퍼 을(乙)’로 불린다. 팹리스 스타트업인 파두로선 TSMC에 대규모 생산 예약을 넣는 건 쉽지 않은 구조다.파두가 메타 납품을 원활히 가져가기 위해선 TSMC 생산 설비 사용이 필수적이다. 증권가에선 파두의 SSD 컨트롤러는 TSMC 핀펫(FinFET) 공정을 통해 양산된 제품이라고 본다. 파두는 ‘TSMC 예약’이란 난관을 협력사인 SK하이닉스 영향력으로 풀어낸 셈이다. SK하이닉스가 파두에 전환해 준 TSMC 물량은 웨이퍼 6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논의한 메타 공급 물량 예측치(Forecast)는 SSD 컨트롤러 120만개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안이 매출 예상치 추산에 영향을 미쳤지만, 2023년 역대급 반도체 불황에 잡았던 물량이 실질적인 납품으로 이어지지 않아 ‘파두 사태’가 벌어진 구조다.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 4월 파두 사태와 관련해 SK하이닉스를 참고인 자격으로 압수수색한 일도 이런 사업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사경은 앞서 파두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확보한 문건과 SK하이닉스 측 자료 대조를 목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인 것으로 알려졌다. 견고했던 ‘파두-SK하이닉스-메타’ 구조파두의 주력 제품은 SSD 컨트롤러다. SSD는 다수의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이다. 낸드는 값이 저렴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열에 취약하단 단점이 있다. 이를 단순히 병렬로 연결한다면 속도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 반도체가 SSD 컨트롤러다. 다수의 낸드에 병렬적으로 동시 접근해 자료 처리 순서를 정하는 등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낸드 데이터 처리 속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취약한 내구성을 보완하는 필수 제품이라 ‘SSD 두뇌’로 불린다. SSD 경쟁력은 낸드가 아닌 컨트롤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파두는 고사양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파두 외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삼성전자·마벨 정도로 드물다.파두가 업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건 메타의 SSD 컨트롤러 관련 기술 인증을 획득했다는 점이 대외에 알려지면서다. 메타는 이후 SK하이닉스에 ‘파두 컨트롤러 탑재 데이터센터 SSD’ 공급을 요청했다. SK하이닉스가 이 요청을 수락하면서 메타 사업이 본격화됐다. SK하이닉스 낸드에 파두의 컨트롤러를 붙여 메타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계약이 이뤄진 배경이다. 파두가 컨트롤러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SK하이닉스가 SSD 완제품을 만들어 메타에 제공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사업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 건 2021년 말부터다.파두의 실적은 이에 따라 고공 성장한다. 2021년 51억5681만원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은 2022년 564억151만원으로 성장했다. 이 중 77.8%에 해당하는 438억9100만원이 SSD 컨트롤러 사업에서 나왔다.파두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건 2023년 8월 7일이다. SK하이닉스-메타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 아래 성장한 파두는 상장 전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에 2023년 연간 실적 추정치로 매출 1202억9400만원과 영업이익 1억1100만원을 써냈다. 예측치 산출엔 본지가 확인한 ‘TSMC 전환 물량’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한국거래소가 지정한 2곳의 전문 평가 기관 중 하나인 이크레더블은 파두에 AA등급(매우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장래 환경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준)을 매겼다. 이들은 투자설명서에 “(파두가) 2020년부터 고객사 평가 및 검증 절차를 거쳤으며, 2021년 말부터 기업용 SSD(eSSD) 컨트롤러 솔루션을 양산해 글로벌 기업(메타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게재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장 당시 메타 관련 매출이 발생한 건 확실하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인 3만1000원으로 확정됐고,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으로 평가됐다. 끊긴 거래…위기의 파두문제는 2023년 11월 9일 상장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2분기 실적과 3분기 실적이 함께 공시되면서 나타났다. 2분기 매출은 5900만원, 영업손실 152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역시 매출은 3억2081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48억2135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장 당시 제시한 예측치와 사뭇 다른 실적을 올리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기업가치 1조5000억원으로 상장한 기업이 낸 실적과는 어울리지 않아서다. 실적 발표 직전 3만4000원 대였던 주가는 1만7000원 선까지 주저앉았다. 당시 충격은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두는 지난 3일 1만7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8675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결국 파두는 2023년 연간 기준 매출 224억7090만원, 영업손실 585억6943만원을 기록했다. 파두는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2021년·2022년 및 2023년 1분기까지 낸드(Nand) A사(SK하이닉스로 추정)의 매출 비중은 각각 73.1%, 78.2%, 64.2%를 차지하고 있다”며 “예상을 뛰어넘은 낸드 및 SSD 시장의 침체와 데이터센터들의 내부 상황이 맞물려 2023년 3분기에는 낸드 A사에 대한 컨트롤러 매출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센터(메타로 추정)들이 낸드 사에 발주를 중단한 것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재무제표상 SSD 컨트롤러 관련 매출은 2023년 2분기부터 끊겼다.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상장 전후에 중단됐다는 방증이다. AI 시대…반등 ‘신호탄’파두의 SSD 컨트롤러 관련 매출 발생은 2023년 4분기부터 재개됐다. 이에 따라 2024년 1분기 매출은 23억3185만원, 영업손실은 162억2868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여전히 부진한 실적이지만 ‘역대급 반도체 불황’을 겪었던 2023년과 비교하면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이에 따라 파두의 SK하이닉스 관련 매출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메타가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멈췄던 데이터센터 증설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로선 함께 호흡을 맞춰 글로벌 고객사 수주를 따낸 경험이 있는 파두를 굳이 배척할 요인이 적기도 하다.다만 ‘TSMC 전환 물량’에 따라 발생한 재고는 양사 관계에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메타는 2022년 말부터 점차 데이터센터 증설 관련 투자를 줄였다. 당시 덴마크에 추가 설립을 예정했던 데이터센터 3개 중 2개를 취소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파두가 SK하이닉스로부터 전환받은 TSMC 생산 물량이 재고로 쌓일 수밖에 없던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파두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재고자산 취득원가는 392억원으로 전년 말 243억원 대비 61.3% 급증했다. 파두는 이에 해당 재고를 SK하이닉스가 해결해달라는 의사를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게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그러나 SK하이닉스가 해당 물량을 당장 받아줄 요인은 크지 않다. TSMC 생산 권한 전환이 수주를 보증한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사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 협업이라 수주 의무는 없다는 게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메타 발주가 끊기면서 일정 부분 재고를 쌓아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재고를 고려하면, 파두 물량을 무리하면서까지 받을 상황이 아니란 말도 나오고 있다. 메타 발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위험 부담에 나설 이유가 없단 분석이다. 또 양측이 협업 과정에서 메타의 SSD 수요 감축 논의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구조였던 점도 SK하이닉스에 ‘도의적 책임론’을 제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물론 업계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파두에 웨이퍼를 전환해 준 게 관행상 ‘수주를 전제’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TSMC의 리드티임(물품을 발주해 생산하고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6개월 정도임을 고려하면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시각이다.양사의 협업 관계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1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칩 35만개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은 양사에 긍정적 신호로 여겨진다. 메타가 다시금 AI 영역에 투자를 집행하면, AI 학습 데이터 보관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공급한 컨트롤러의 후속 차세대 컨트롤러도 현재 메타를 고객으로 한 프로젝트가 파두와 SK하이닉스 간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별개로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서 AI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파두의 신규 고객사 발굴에도 속도가 붙고 있는 모습이다. 회사는 최근 공시를 통해 중국 SSD 전문업체와 지난 5월 24일 1405만 달러(191억7122만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전반적인 시장 상황도 좋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기업용 SSD 매출은 전 분기보다 62.9% 늘어난 37억5810만 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 측은 “AI 서버 기반 고용량 수요가 증가했다”며 “올해 2분기 기업용 SSD 계약 가격도 20%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2024.06.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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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도 설레게 한 ‘봄’…메모리 기지개에 삼성·SK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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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네요.”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장기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5월 3일 김포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 건넨 인사말이다. 그는 다만 출장의 성과를 묻는 말엔 답변하지 않고 “아침부터 나와서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현장을 떠났다.재계에선 이를 두고 “반도체 업황 개선을 짚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순히 계절적 의미를 담은 인사말이라기보다 반도체 시장 개선에 따라 실적 반등을 이룬 삼성전자 상황을 압축적으로 전달했다는 견해다.실제로 시장에선 연초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봄이 찾아왔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기도 했다. 최근 1년 넘게 이어진 역대급 반도체 시장 불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들도 반도체 산업이 드디어 기지개를 켜는 상황을 생명이 다시 움트는 ‘봄’에 빗대 표현하곤 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evice Solutions·DS) 부문은 올해 1분기에 오랜 기간 이어진 적자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韓 경제 대들보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전원이 꺼지면 기억된 정보가 사라지는 반도체 기억소자)과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로 나뉜다. PC·모바일과 같은 개인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부터 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제품이다. 특히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이라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45.5%로 집계됐다.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3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D램 시장의 77.3%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구조다.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이 기간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58.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6.6%로 나타났고, SK하이닉스는 21.6%로 조사됐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국내 경제 대들보로 불리는 이유다.삼성전자는 메모리·비메모리(연산·논리·추론·정보처리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반도체 산업 분야에 모두 진출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그러나 메모리 영역에서 나오는 매출이 비메모리·파운드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영역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이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호·불황에 양사의 실적 추이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22년 4분기부터 뚜렷한 위축 기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 내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2.4% 감소한 66조5945억원을 써냈고, 14조8795억원에 달하는 연간 적자를 냈다.SK하이닉스 역시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적자 행보를 보였다. 2022년 4분기에 매출은 7조6720억원, 영업손실은 1조8984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론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각각 써낸 바 있다.양사의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친 주된 원인으론 주요 제품 가격 하락이 꼽힌다. 국내 경기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산업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 시장에선 끊임없이 ‘위기론’이 제기됐다. 메모리 시장 개선 기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런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 거래가격(반도체 회사가 대형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할 때 가격)은 2021년 7월 4.1달러에서 내내 하락해 2023년 9월에는 1.3달러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고정 거래가격은 2022년 1월 4.81달러에서 지속 하락해 2023년 9월에는 3.82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이 조사는 고부가가치 제품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업계에선 반도체 업황을 살피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범용제품의 가격 추이가 전반적인 반도체 시황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범용제품 가격이 하락하던 시기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악화가 시작되기도 했다. 바닥 찍고 드디어 ‘반등’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제품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건 2023년 4분기부터다. 가격 상승이 관측되던 시기부터 ‘메모리 봄’을 전망하는 분석도 시장에서 점차 확산했다.2023년 10월 D램 범용제품 고정 거래가격은 1.5달러로 전월 대비 15.38% 올랐다. 2년 3개월 만에 나온 반등 소식이다. 2024년 4월에는 2.1달러까지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 고정 거래가격 역시 2023년 9월 바닥을 찍고 순차 상승해 2024년 4월에는 4.9달러를 기록했다.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적자를 끊어낸 배경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이 기간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써냈다. 이 회장이 ‘봄’을 언급한 이유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개선된 배경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감산과 AI 서비스 확산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0월 감산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월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는 원칙을 깨고 생산량 조절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생산량의 약 15% 안팎 줄였고, 하반기엔 감산량을 30% 내외로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양사가 최근까지도 D램은 25%, 낸드는 45% 수준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공급량은 줄었지만, 수요는 최근 AI 서비스 확산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관측이다. 특히 D램 제품 일종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시장 성장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며 실적을 이끌고 있단 분석을 내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지난 5월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HBM 생산 측면에서 저희 제품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 out·완판), 내년에도 대부분 솔드아웃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트렌드포스 역시 D램 전체 용량(비트)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에서 올해 5%를 거쳐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내놓은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해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했고 12단 제품도 2분기 내 양산할 계획”이라며 “1b나노 32Gb DDR5 기반 128GB 제품의 2분기 양산 및 고객 출하를 통해 서버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SK하이닉스 역시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공급을 늘리고 고객층을 확대할 것”이라며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회사가 강세를 이어온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주도권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5.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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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메모리 봄’…‘1Q 영업익’ 삼성전자 DS 1.9조·SK하닉 2.9조 의미 [수(數)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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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단어입니다. 유행·변화·상태·특성 등 다소 모호한 개념에도 숫자가 붙으면 명확해지곤 하죠. 의사결정권자들이 수치를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역시 성과·전략 따위를 수의 단위로 얘기합니다. 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높은 정밀성은 물론 다양성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다양한 수치 중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꼽아 연재합니다. 수(數)에 감춰진 비밀(Secret), 매주 수요일 오전 뵙겠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evice Solutions·DS) 부문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 1조9100억원. SK하이닉스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 2조8860억원.‘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봄이 찾아왔다’라는 표현을 최근 자주 접하셨으리라고 생각되는데요. 상투적인 말이지만, 국내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의 현재 상황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표현도 찾기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두 기업이 올해 1분기에 기록한 실적은 최근 1년 넘게 이어진 역대급 반도체 시장 불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 중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뉩니다. 정보를 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제품이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45.5%로 집계됐죠.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31.8%를 차지했고요. D램의 77.3%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셈입니다.낸드 시장 역시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58.2%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2023년 4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36.6%로 나타났고, SK하이닉스는 21.6%로 집계됐죠.길었던 메모리 시장 불황메모리 반도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65% 증가한 855억4900만 달러(약 118조5710억원)를 기록하리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AI 영역에서 특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이 시장 성장을 이끌리라는 분석입니다.AI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메모리 시장 상황도 좋아지고 있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2023년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죠. 실제로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 거래가격(반도체 회사가 대형 고객사에 납품할 때 가격)은 2021년 7월 4.1달러에서 내내 하락해 2023년 9월에는 1.3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낸드 가격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고정 거래가격은 2022년 1월 4.81달러에서 지속 하락해 2023년 9월에는 3.82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주요 제품의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는데요.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 내내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2.4% 감소한 66조5945억원을 써냈고, 14조8795억원에 달하는 연간 적자를 올렸습니다.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적자 행보를 보였는데요. 2022년 4분기에 매출은 7조6720억원, 영업손실은 1조89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론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각각 기록했고요. 감산 효과와 맞물린 AI 수요 증가상황이 이래지자, 양사는 급기야 ‘감산’이란 카드를 꺼내 듭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0월 감산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월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는 원칙을 깨고 생산량 조절을 공식화했죠.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생산량의 약 15% 안팎 줄였고, 하반기엔 감산량을 30% 내외로 늘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선 양사가 최근까지도 D램은 25%, 낸드는 45% 수준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죠.감산의 효과는 지난해 3분기부터 나타났는데요. AI 서비스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감산 효과가 맞물리면서 따라 제품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D램 범용제품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1.3달러에서 같은 해 10월 1.5달러로 15.38% 올랐습니다. 2년 3개월 만에 나온 반등 소식이었는데요. D램 범용제품의 고정 거래가격은 올해 3월 1.8달러를 기록하며 보합세에 접어들었지만,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입니다.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 고정 거래가격 역시 2023년 9월에서 3.82달러로 바닥을 찍고 2024년 3월 4.90달러까지 올랐습니다.가격 반등은 삼성전자 DS 부문·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흑자 전환을 이룬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2024년 1분기에 구체적으로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회사 측은 “메모리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감으로 전반적인 구매 수요가 강세를 보였다”며 “2023년 4분기에 이어 DDR5(Double Data Rate 5) 및 고용량 SSD(Solid State Drive)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4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화하고 주요 고객사 중심으로 제품 생산을 크게 확대했으며 단 공정 경쟁력 향상으로 역대 1분기 최대 수주실적 기록을 달성했다”고도 했죠. ▲HBM(High Bandwidth Memory) ▲DDR5 ▲서버SSD ▲UFS4.0(Universal Flash Storage 4.0)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한 점도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 꼽았습니다.삼성전자 DS 부문은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지만, 비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LSI를 통해 연산·논리·추론·정보처리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구조죠. 회사는 비메모리 사업 영역에 대해선 “주요 고객사 신제품용 시스템온칩(SoC·CPU와 GPU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번에 처리하는 칩)·센서 등 부품 공급은 증가했으나, 패널 수요 둔화에 따른 DDI(Display Driver IC) 판매 감소로 실적 개선은 예상 대비 둔화됐다”고 전했습니다. 파운드리 영역에 대해선 “주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매출 개선은 지연되었으나 효율적 팹(FAB) 운영을 통해 적자 폭은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고요.삼성전자가 메모리·비메모리·파운드리 등 반도체 산업 분야에 모두 진출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영역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라 올해 1분기에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요. 이번 매출은 역대 1분기 실적 중 최대치입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을 이뤘고,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734%나 증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장기간 지속돼 온 다운 턴(하강국면)에서 벗어나 완연한 실적 반등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며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향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라고 전했습니다. 낸드 사업에 대해선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Average Selling Price)가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메모리 시장, 전망은?양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이 한동안 유지되리라고 전망했는데요. AI 관련 수요는 물론 일반 제품에 대한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시장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리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삼성전자 측은 “생성형 AI 수요 대응을 위해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했고 12단 제품도 2분기 내 양산할 계획”이라며 “1b나노 32Gb(기가비트) DDR5 기반 128GB(기가바이트) 제품의 2분기 양산 및 고객 출하를 통해 서버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낸드와 관련해선 “2분기 중 초고용량 64TB SSD 개발 및 샘플 제공을 통해 AI용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업계 최초로 V9 양산을 개시해 기술 리더십 또한 제고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고요.SK하이닉스도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공급을 늘리고 고객층을 확대할 것”이라며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회사가 강세를 이어온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주도권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낸드 부문에 대해선 “실적 개선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 제품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16채널 eSSD와 함께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QLC(Quadruple Level Cell·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기술) 기반 고용량 eSSD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AI향 PC에 들어가는 PCIe 5세대 cSSD를 적기에 출시해 최적화된 제품군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지긋지긋한 반도체 불황을 드디어 탈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수혜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요? 양사 모두 “AI 확산에 따라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아 전망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2024.05.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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