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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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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담도암 치료제 가속 승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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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의 협력 기업인 미국의 콤패스테라퓨틱스가 진행성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 CTX-009(ABL001)의 임상 2·3상 톱라인 결과를 올해 3월 말 공개한다. 톱라인 결과는 임상의 성패 여부를 알 수 있는 데이터를 말한다.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23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콤파스테라퓨틱스가 이르면 올해 3월 말 CTX-009의 임상 2·3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한다”라며 “CTX-009는 2차 치료제로 사용 시 담도암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2026년 가속 승인을 통한 빠른 상용화와 기술료(로열티) 수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가 CTX-009을 담도암 1차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한 점도 향후 CTX-009의 물질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임상을 통해 CTX-009을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확인되면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지침에 포함될 공산이 커서다. NCCN 지침은 암 환자를 치료할 때 쓰이는 자료다.CTX-009는 이중항체 후보물질로 VEGF-A와 DLL4를 동시에 표적한다. 암 조직 내 신생혈관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해 암세포를 죽인다. 콤패스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CTX-009과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병용하는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다. DLL4가 양성인 대장암 환자로 대상을 좁혀 병용 임상 2상도 진행할 계획이다.CTX-009가 담도암 외 대장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 약물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대장암은 미국에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암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매년 15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도 추산된다. 이 대표는 “CTX-009가 기존 치료제인 아바스틴보다 좋은 결과를 내면 CTX-009의 물질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차세대 이중항체 ADC 집중에이비엘바이오는 CTX-009 외 이중항체에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결합하는 연구개발(R&D)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에 에이비엘바이오USA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해 이중항체 ADC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는 구상이다. 에이비엘바이오USA는 비임상 단계의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ABL206, ABL209, ABL210의 개발을 담당한다.에이비엘바이오는 이들 후보물질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난소암, 췌장암, 식도암, 두경부암, 위암, 방광암, 대장암 등도 적응증으로 검토 중이다. ABL206은 올해 9월, ABL209는 올해 12월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한다. 현재 임상 물질 생산과 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다. ABL210은 2026년 상반기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한다. 곧 독성시험도 진행한다.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 그동안 이중항체 분야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은 만큼 ABL20X 시리즈로 난소암, 대장암, 방광암, 폐암 등 고형암 환자가 투여할 수 있는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겠다”이라며 “이를 잘 개발한다면 이들 물질이 2027년 이후 에이비엘바이오의 파이프라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5.01.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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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식약처에 담도암 치료제 임상 2·3상 IND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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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HDB001A의 2·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HDB001A는 한독이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미국 바이오 기업인 콤패스 테라퓨틱스와 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임상 2상에서 HDB001A과 파클리탁셀을 병용 투여한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2차와 3차 치료에서 37.5%를 기록했다. 환자를 12개월 이상 추적해 보니 무진행 생존기간(mPFS)은 9.4개월, 전체 생존기간(mOS)은 12.5개월로 나타났다.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의 지침에 따르면 진행성 담도암의 2차 치료로 쓰이는 FOLFOX 기반의 치료는 mPFS가 4.0개월, mOS는 6.2개월이다.한독은 이런 임상 결과를 발판 삼아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HDB001A의 2·3상 IND를 승인받았다. 회사 측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이번에 식약처에 IND를 신청했다”며 “국내외 여러 임상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해 HDB001A의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회사는 국내외 35개 기관에서 150명의 환자를 모집해 HDB001A의 다국가 임상 2·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1회 이상 받은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전이성 또는 재발성 담도암 성인 환자가 대상이다. 임상은 파클리탁셀 단독 요법과 HDB001A·파클리탁셀 병용요법에 대한 무작위 배정, 대조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김영진 한독 회장은 “HDB001A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며 “이번 임상으로 한국인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 국내 환자들에게 HDB001A가 담도암 2차 치료제로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2023.09.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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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유사분열 관문 억제제, 美 임상 1상 첫 환자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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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은 유사분열 관문 억제제(MCI)인 ‘BAL0891’의 미국 임상 1상에서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고 27일 밝혔다. BAL0891는 신라젠이 지난해 스위스 제약사인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이다.이번에 첫 환자를 등록한 기관은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Oregon Health&Science University Knight Cancer Institute’(OHSU)다. 신라젠은 미국 내 ‘Mary Crowley Cancer Research’과 ‘Montefiore Medical Center’ 등에서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내 임상 기관은 현재까지 4곳이다. 회사는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임상 기관을 물색하고 있다.이번 임상은 전이성 고형암 환자에게 BAL0891을 정맥 투여한 후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여 용량을 높이면서 임상 2상에 적합한 용량도 살펴볼 계획이다. 회사는 내년까지 단일 투여의 용량 설정 및 안전성을 확인하고, ‘파클리탁셀’과의 복합 투여 임상도 시작할 예정이다.신라젠 관계자는 “BAL0891은 전임상 단계에서 다양한 암세포주를 효과적으로 저해했고, 경구 투여보다 정맥 투여에서 뛰어난 효능을 나타냈다”며 “특히 파클리탁셀과 병용할 때 더 좋은 항암 효능을 보였다”고 했다.그러면서 “이번 임상에 사용한 암 모델은 BAL0891과 파클리탁셀에 약한 정도로 반응하는 모델”이라면서 “두 약물을 병용 투여한 연구 결과는 지난해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신라젠은 이번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기술 수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2023.02.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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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좋지만 부작용 큰 에이비엘바이오의 담도암 신약 후보물질 [임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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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으로 울고 웃은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임상이몽의 주인공은 ‘에이비엘바이오’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2상 중간결과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의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에서 임상 내용이 발표됐는데, 앞서 17일(현지시각) 주최 기관이 웹사이트에 초록을 우선 올렸습니다.초록을 살펴보면, 에이비엘바이오의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ABL001’은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번 임상은 화학항암제 파클리탁셀과 ABL001의 병용 요법을 담도암 환자의 2·3차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진행됐습니다. 담도암 환자 24명이 참여했고 환자들은 파클리탁셀과 ABL001을 함께 투여받았습니다.임상에서 환자들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37.5%로 나타났습니다. 2차 치료제로 약물을 투여받은 임상 참여자는 ORR이 63.6%로 특히 높았습니다. 3차 치료제로 약물을 투여받은 임상 참여자의 ORR은 15.4%였습니다. 반응 기간(DOR)과 무진행 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은 모두 9.4개월이었습니다. 치료 실패까지 걸린 시간(TTF)의 중앙값은 5.9개월이었습니다. 전체 생존기간(OS)의 중앙값은 도출되지 않았지만, 12개월 생존율은 53%였습니다.파클리탁셀과 ABL001의 병용 요법은 기존 치료 방법과 비교해 ORR이 높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치료 관련 이상사례(TRAE)가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났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나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작용 기전에 기반한 TRAE가 다소 높게 보고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후가 좋지 않고 표준치료법이 없는 전이성, 진행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ORR 37.5%의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상사례로는 호중구 감소증(50.0%)과 고혈압(16.7%), 빈혈(12.5%), 혈소판 감소증(8.3%), 폐렴 등이 나타났습니다.이번 임상은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포스터로 발표합니다. 오도연 교수는 한독이 맡고 있는 파클릭탁셀과 ABL001 병용 요법의 담도암 대상 국내 임상 2상에 참여했습니다. 한독은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ABL001의 국내 권리를 이전받았고, 2021년부터 담도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8년 미국의 컴패스 테라퓨틱스가 인수한 트리거 테라퓨틱스에 ABL001을 기술 이전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중국 등을 제외한 권리는 컴패스 테라퓨틱스가 가지고 있습니다. 컴패스 테라퓨틱스는 ABL001을 미국에서 대장암 치료제로도 개발 중입니다.컴패스 테라퓨틱스는 이번 임상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조건부허가와 희귀의약품 지정(ODD)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담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인 데다, 마땅한 2·3차 치료제가 없어 ABL001이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다면 임상 2상 결과로도 허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세액 공제를 비롯한 여러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TRAE 비율이 높은 것은 맞다”면서도 “DLL4과 VEG를 동시에 표적하는 후보물질을 담도암 치료제로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2023.01.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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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홀딩스, HK이노엔과 ‘제넥솔주’ 공동 판매 파트너십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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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홀딩스가 HK이노엔과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의 ‘제넥솔주’(성분명 파클리탁셀)의 국내 영업 및 마케팅을 추진하기 위해 공동 판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파클리탁셀은 유방암과 난소암, 폐암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삼양홀딩스와 HK이노엔은 국내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제넥솔주의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삼양홀딩스와 HK이노엔이 공동으로 영업 활동을 진행하고 그 외 지역은 HK이노엔이 맡을 예정이다.삼양홀딩스는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파클리탁셀 제제 1위라는 제넥솔주의 높은 인지도와 안정적 효과 등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전문의료진과 함께 학술 마케팅을 펼쳐 관련 질환별 전문 지식을 전파하고, 입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넥솔주의 품질 우수성과 치료 효과를 알릴 계획이다. 삼양홀딩스의 제품 개발 및 생산 인프라, HK이노엔의 항암제 영업 마케팅 경험을 더해 파클리탁셀 제제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삼양홀딩스가 제넥솔주의 새로운 공동 판매사로 HK이노엔을 선정한 데는 두 기업의 오랜 신뢰가 바탕이 됐다. HK이노엔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3년간 위탁 영업을 통해 삼양홀딩스 제넥솔주의 국내 영업을 진행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제품을 넘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두다. 위탁 영업을 완료하고도 양사 원만한 합의를 끌어 내 오랜 시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이영준 삼양홀딩스 대표는 “HK이노엔은 과거 10년 이상의 제넥솔주 판매 경험이 있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전문적인 항암제 영업 조직을 보유하고 있어 제넥솔주의 새로운 공동 판매 파트너로 선정했다”며 “HK이노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고 더 많은 환자에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약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양사가 오랫동안 협업하며 좋은 성과를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 제넥솔주 역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제넥솔주는 2017년부터 파클리탁셀 제제 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며 국내 1위를 기록 중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처방 금액을 기준으로 매출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20억원에 달한다.제넥솔주 생산 공장은 국내 세포독성 항암제 생산 공장 중 유럽과 일본에서 GMP 승인을 받은 유일한 공장이다. 2001년 첫 생산 이후 지금까지 180만 바이알을 생산해 14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제넥솔주와 같은 완제의약품이 아닌 원료의약품 형태의 파클리탁셀을 공급하는 국가도 30여 개에 달한다.

2023.01.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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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 확대한 신라젠, 새로운 연구개발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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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이 새로운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의 연구개발(R&D) 계획이다. BAL0891는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로, 트레오닌 티로신 키나제(TTK)와 폴로 유사 키나제(PLK1)를 저해해 암세포를 없앤다. 앞서 신라젠은 전임상을 통해 BAL0891이 삼중음성유방암(TNBC)을 포함한 다양한 암세포주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신라젠에서 연구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박상근 전무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미국 댈러스, 뉴욕, 포트랜드에 있는 3개의 임상 기관에서 BAL0891의 임상 1상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할 예정”이라며 “임상의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현지의 임상 기관을 추가할 것”이라고 했다. 신라젠은 이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BAL089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하고, 국내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 1상에서는 난치성 암세포주를 표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혈액암(AML)을 비롯한 다양한 암세포주로 치료 대상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신라젠이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서 BAL0891의 임상 1상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개발사인 바실리아가 신라젠에 BAL0891을 기술 이전하기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기 때문이다. 바실리아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에서 독립한 기업으로, 현재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날 BAL0891의 연구개발 현황을 소개한 이재정 신라젠 연구개발기획팀 이사는 “BAL0891는 전임상에서 항암제인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 등과 병용 투여했을 때 단독 투여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며 “BAL0891를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하는 방식의 임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은 BAL0891와 함께 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 SJ-600의 연구개발 현황도 공개했다.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은 신장암을 대상으로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인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현재 임상 2상 단계로, 신라젠은 내년 3분기에 이 파이프라인의 결과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펙사벡을 흑색종, 전립선암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한 파이프라인은 내년 1분기 호주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SJ-600은 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GEEV를 적용한 항암 바이러스다. 기존 항암 바이러스와 달리 보체의 공격을 잘 견디게 만들어 정맥 투여(IV)할 수 있게 했다. 이날 SJ-600의 연구개발 현황을 발표한 오근희 신라젠 연구소장은 “SJ-600는 항암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보체 조절 단백질 CD55를 발현시켜 항암 바이러스가 혈액 속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다른 항암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GEEV 기술을 적용한 SJ-600 시리즈의 항암 바이러스는 혈청 내 생존율이 5배 높아, 더 많은 항암 바이러스가 종양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혈청 내 생존율이 높기 때문에 정맥 주사로 전신에 투여할 수 있어, 고형암뿐만 아니라 전이암에도 쓸 수 있다”며 “SJ-600 시리즈인 SJ-607은 전임상에서 다른 항암 바이러스보다 5분의 1 이하의 적은 양으로 동일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신라젠은 SJ-607의 전임상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에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에서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는 설명이다. 신라젠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기술 이전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신현필 신라젠 전략기획부문 부사장은 “협력사가 약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면,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 수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며 “파이프라인의 연구 및 임상 성과가 나오는 시점부터 기술 이전을 지속해서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2022.12.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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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가 협심증 약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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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료제는 이미 약국 진열장에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첨단 치료제 킴리아(Kymriah)를 이용한 아동 백혈병 치료비는 1인당 47만5000달러다. 그러나 다른 항암제가 있어 하루 몇 백원에 구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양성종양을 가진 어린이에게 프랑스 의사들이 수십 년 된 혈압약을 처방했을 때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이라는 약으로 혈압이 떨어질 뿐 아니라 종양도 줄었다. 후속 연구에서 프로프라놀롤을 포함한 처방이 혈관육종(angiosarcoma) 환자 치료에도 효과가 있었다. 생존율이 낮은 희귀한 혈관암이다.비영리단체 항암기금(Anticancer Fund)의 종양학자 판 판치아르카가 그런 효과에 주목했다. 그 뒤 유럽연합(EU)에 희소질환 의약품(orphan drug) 지정을 신청해 2016년 12월 승인 받았다(보조금을 받아 치료약으로 개발하도록 7년의 기간이 주어진다는 의미).약품의 발견에서 출시까지 10년이 걸릴 수 있고 대형 제약회사에서 개발하는 약품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판치아르카처럼 기존 약품에 투자하는 과학자가 늘어간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력한 암 치료제가 제약회사들이 버린 화학물질 속에 숨어 있거나 다른 용도로 개발된 제네릭 약품(특허 만료 등으로 보호를 받지 않는 의약품) 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항암기금에 따르면 기존약 전용을 통해 암 치료제의 통상적인 개발 시간을 4년 정도 단축시킬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브로드 연구소의 종양학자 스티븐 코셀로는 “기존약 전용(repurposed drugs)으로 처음부터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코셀로 연구원은 5000종 화합물의 보관소를 개발한 협력 프로젝트의 일원이다. 지난해 가동에 들어간 이른바 기존약전용허브(Drug Repurposing Hub)다. 심사 중인 한 가지 화합물은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로 한 달 약값이 50달러 이하로 예상치 않은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이런 협력의 배경에는 더 큰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BBC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약 전용의 글로벌 시장은 2015년 약 244억 달러에서 2020년 313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근년 들어 기존약 전용에 가속도가 붙었다. 과거 우연한 발견에 의존하던 과학자들이 지금은 막강한 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해 전용 후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실데나필(sildenafil)은 처음에는 협심증 약으로 테스트됐다. 시험 참가자들이 예기치 않은 그러나 항상 나쁘지는 않은 부작용을 보고한 뒤 비아그라로 용도를 바꿔 판매됐다. 7년 뒤 화이저는 그것을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레바티오로 재활용했다.기존약 전용은 항암제 출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지만 비용이 얼마나 절약되는지는 불확실하다. 한 조사에선 처음부터 신약을 개발하는 비용은 약 20억 달러 이상인 데 비해 기존약 전용 비용은 3억 달러로 추산했다. 데이터 분석 기법을 이용해 기존약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바이오비스타의 안드레아스 퍼시디스 CEO는 “차이가 과장됐다”고 여긴다.그럴지도 모르지만 제약회사로선 지금은 기존약 전용이 개발의 일상적인 그리고 종종 대단히 수익성 높은 부분이다. 1960년대 틸도마이드에서 추출한 약이 임신부의 구토억제제로 시판됐지만 태아기형을 유발해 판매 중단됐다. 셀진사에서 항암제 레블리미드로 전용해 한해 10억 달러의 소득을 올린다.제약회사에 불리한 점은 제네릭 약품에 대한 특허권 보호의 부재다. 가격이 낮고 구하기 쉬워 환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제약회사가 이익을 내기는 힘들다. 이런 이유에서 제약회사들은 전용 제네릭 약품의 시험에 대한 자금지원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노바티스 약품 사업부 책임자 출신으로 현재 벤처 캐피털 펀드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향후 업계에 최선의 방법은 치료제가 없는 의학적 수요에 부응하는 새 치료법의 개발”이라고 말했다.기존약 전용의 목적은 제약업계의 붕괴에 있지 않다. 암이 얼마나 이질적일 수 있는지를 감안할 때 잠재적으로 값싼 옵션을 더 많이 개발하려는 노력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코셀로 연구원은 “세상에 내놓는 치료제 수를 최대화하고자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에바 본 셰이퍼 뉴스위크 기자 ━ 식물을 우주로 올려 보내면 - 무중력 같은 새로운 위협에 노출시키면 잠자는 유전자를 깨워 항암 특성이 강화될 수 있는지 실험 중 적응력 있는 유전자를 가진 생물은 사람뿐이 아니다. 번식하는 건 무엇이든 자가증식을 위한 청사진을 갖고 있다. 그리고 모든 DNA는 외부 영향을 받는다. 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의 영향으로 잠자는 유전자가 활성화하거나 새로운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 상황(예컨대 기후·온도 변화 또는 포식자)이 특히 유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적합하다.식물의 세계는 오래 전부터 암치료제의 공급원이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유방암·난소암·폐암 치료제 파클리탁셀은 원래 태평양 주목에서 나왔다. 고환과 일부 폐암 치료약은 흔한 메이애플(포도필룸 속 식물)의 화학물질을 원료로 한다. 흔히 화학 요법에 포함되는 빈카 알카로이드(vinca alkaloids)라는 약품군은 일일초(Madagascar periwinkle)에서 추출한다.식물을 약물로 활용할 때 식물이 환경적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질병을 이겨내는 특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켄터키대학에서 천연산물을 연구하는 조 채펄은 일일초를 새로운 위협에 노출시키면 잠자는 유전자를 깨워 항암 특성이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는 답을 얻기 위해 일일초를 지구에서는 결코 직면하지 않을 위험에 노출시켰다. 바로 무중력 상태다.지난해 채펄 교수는 미세중력 연구를 지원하는 민간업체 스페이스 탱고의 도움으로 일일초 씨앗을 국제우주 정거장으로 보냈다. 항불안제 특성을 가진 식물인 발레리안(valerian)의 씨앗도 함께 보냈다. 씨앗들은 궤도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채펄의 연구실로 돌아왔다. 현재 그는 씨앗이 식물로 자란 뒤 어떤 새로운 특성을 지닐지 조사 중이다. 채펄 교수는 “화학성분의 변화가 DNA의 변화에서 기인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런 새 화학물질에 항암·항불안 특성이 있는지 테스트할 수 있다.- 제시카 웨프너

2018.08.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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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 제거하지 말고 통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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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유전 이론에 따르면 암에 걸리면 세포가 원시적인 단세포 형태로 퇴행… 치료제 내성 경로의 진화를 약물로 예방해 몸 전체로 퍼지지 않게 해야 폴 데이비스는 암 연구의 문제점을 안다.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사전계획은 너무 적다는 점이다. 암 퇴치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암은 변함없이 불가해한 불치병으로 남아 있다. 그는 “돈을 쏟아부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돈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ASU) 이론물리학자 (따라서 암연구 분야에는 어느 정도 이방인)인 그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주장한다. “머리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데이비스 교수는 여러 해 동안 암을 깊이 고찰하면서 그것을 이해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찾아냈다. 암은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하기 전 진화의 과거로 회귀하는 과정이라고 추론한다. 암에 걸리면 세포가 발전되고 복잡한 현 상태에서 퇴행해 10억 년 전의 단세포 생물에 더 가까워진다고 그는 추정한다.그러나 암이 진화상의 회귀 다시 말해 격세유전(atavism, 선조의 형질이 나타나는 현상) 이론에 흥미를 느끼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반응이 훨씬 더 많다. 인간의 세포는 허파나 콩팥 또는 두뇌를 이루는 훨씬 더 복잡한 퍼즐의 구성요소다. 그 이론에 따르면 세포가 현재의 형태에서 물리적으로 퇴행해 조류(藻類)나 박테리아 비슷한 원시적인 상태가 된다. 많은 과학자에게는 황당무계한 이론이다. 그러나 데이비스 교수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증거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암이 정말로 우리 세포가 옛날의 단세포 조상들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질병이라면 현재의 암 치료방식은 모두 틀렸을 수 있다.데이비스 교수는 2007년 생물학자 애나 바커의 전화를 받을 때까지 암 연구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부소장이던 바커는 데이비스 교수에게 새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암연구에 자연과학(화학·지리학·물리학 등)의 통찰을 융합하려는 프로젝트였다. 그에 따라 2009년 NCI의 후원으로 12개 기관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결성됐다. 비전문가들이 암에 관해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교환하는 자리다. ASU에 ‘물리과학·암생물학융합 센터’를 신설하자는 데이비스 교수의 제안이 네트워크에서 선정됐다.우주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생명은 어떻게 태동됐는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물리학 방법론이 몸에 배 있던 데이비스 교수는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에 비슷한 접근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는 두 가지 간단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암은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가? 우리가 암이라고 부르는 기이한 통제 불능의 세포 성장에 관해 수십 년 동안 연구하며 100만 건 이상의 과학논문이 발표됐지만 이런 근본적인 미스터리를 파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데이비스 교수가 찾아낸 암의 기원에 관한 첫 실마리는 다세포 생물 전체, 다시 말해 박테리아 같은 단일 세포가 아닌 여러 개의 세포로 이뤄진 모든 생명체에 걸쳐 공통된 현상이라는 사실이었다. 암이 그렇게 많은 생물종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인류가 존재하기 오래 전에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암은 다세포 생물의 삶에 깊게 뿌리내렸다”고 말한다. 일례로 2014년 독일 킬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토마스 보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2종의 히드라에서 암을 발견했다. 히드라는 원시의 단세포 생물종에서 진화한 초창기 생명체다. 당시 보슈 교수는 “암은 지구상의 다세포 생물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암이 진화상 퇴행과정이라는 증거는 생물종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는 사실뿐이 아니다. 종양은 단세포 생물처럼 행동한다고 데이비스 교수는 말한다. 예컨대 암세포는 포유류 세포와 달리 사멸하도록 프로그램되지 않는다. 사실상 불멸의 속성을 지닌다. 또한 종양은 극히 적은 양의 산소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암이 10억~15억 년 전 대기중 산소가 극히 희박할 때 등장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고 데이비스 교수 연구팀은 믿는다(호주 우주생물학자 찰스 라인위버, ASU의 생물정보학 전문가 킴벌리 버시도 연구팀의 일원이다). 종양은 물질대사 방식도 보통 세포와 다르다. 당을 대단히 빠르게 에너지로 전환해 젖산을 만들어낸다. 보통 산소가 없을 때 일어나는 물질대사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이다. 다시 말해 암세포가 발효작용을 하는데 과학자들도 그 이유를 모른다. 이 같은 현상은 1931년 산소와 물질대사에 관한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 생화학자 오토 바르부르크의 이름을 따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로 불린다. 암의 최대 80%에서 바르부르크 효과가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많은 암이 바르부르크 효과에 의존해 살아가는 건 알지만 그 이유는 모른다. 종양의 기이한 물질대사 방식도 암의 고대 역사를 말해준다고 데이비스 교수는 믿는다. 종양이 마치 산소가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기 때문이다.또한 악성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산(acid)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원생대 때의 대기를 연상시키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격세유전 이론의 또 다른 주창자 마크 빈센트는 말한다. 이 두 생태계(종양 내와 고대 지구)의 유사성을 보고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있는 ‘런던 지역 암센터’ 종양내과의인 빈센트는 산의 배출이 암세포의 ‘원시적 특성’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암세포가 이런 산성 환경에 의존해 생존한다는 사실(빈센트 박사는 “암세포가 이 산을 이용해 우리 몸을 먹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은 암이 진화상 퇴행이라는 이론에 신빙성을 더해준다.호주 피터 맥칼럼 암연구소의 컴퓨터 기반 암 생물학자 데이비드 구드 연구팀은 단세포 생물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이들의 아주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지표)을 조사했다. 여러 유형의 암 유전체에 이 유전자들이 널리 나타난 반면 뒤에 등장한 유전자는 종양의 성장과 기능에 연관성이 적음을 알아냈다.암이 현재에서 과거 생명체로의 역행과정이라면 무엇이 그런 과정을 촉발했을까? 데이비스 교수는 신체가 손상되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퇴행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는 컴퓨터가 하드웨어 오작동을 일으켜 안전모드로 재부팅되는 데 비유한다. 암도 같은 패턴을 따라 손상 후 단세포 ‘안전모드’로 시작된다고 데이비스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하드웨어 이상이 아니라 DNA 복제 오류가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암은 “아주 오랜 고대에 뿌리를 둔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데이비스 교수는 말한다. 후생동물(다세포 동물)에서 원생동물(단세포 생물)로 암세포의 전환은 “무작위 변화의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고 구드 연구원은 말한다. 그보다는 생존 본능이 암세포를 더 원시적인 유전체로 향하게 한다. 구드 연구원은 “더 원시적인 상태로 되돌아가면 암세포가 더 빨리 분열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환경 압력에 적응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 같은 관점은 암을 유전병으로 여기는 현재의 암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다르다. 유전된 기형 또는 때때로 환경의 발암물질로 야기되는 자연발생적이고 예측 불가한 유전자 변화는 세포의 정상적인 활동에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생성한다. 때로는 세포분열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기능이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또는 세포소멸 신호가 영영 안 떨어지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그런 유전적 변이의 결과로 이상을 일으킨 경로를 수십 개 발견했다.최근의 치료제 개발 노력은 그런 경로를 겨냥해 세포분열을 막아 죽게 하거나 종양의 성장을 중단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결과는 희비가 교차했다. 유방암의 HER2 돌연변이, 폐암의 ALK 돌연변이, 흑색종의 BRAF 돌연변이를 공략하는 신약은 생명을 연장한다.그러나 이른바 표적요법의 혜택은 크지 않았다. NCI에 따르면 2004~2013년 암 사망률은 약 13% 줄었지만 전체 사망자 수는 여전히 엄청나게 많다. 지난해 미국에서 약 170만 명이 암 진단을 받고 60만 명 가까이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그리고 그런 발전에는 막대한 비용이 따랐다. 암치료비 지출은 1990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미국에선 연간 1250억 달러를 웃돌며 2020년에는 17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적요법 비용은 환자 당 연간 6만5000달러에 달하지만 생명연장 효과는 2~3개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데이비스 교수는 큰돈을 들여 표적 치료법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 신약들은 암의 약점보다는 강점, 아킬레스건보다는 근육의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멈추지 않고 세포분열을 할 수 있게 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공격하는 약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세포분열이 존재하는 한 그에 대한 위협도 항상 존재해 왔다. 그는 “생명체가 그런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은 지난 40억 년 동안 진화해 왔다”고 말한다. 종양은 신약의 스트레스를 우회하는 데 기막힌 수완을 발휘한다. 유전적 기형을 일으키는 식으로 분열 능력을 유지한다. 종양의 이런 강점은 암 환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종양 세포에 내성이 생겨 한때 강력했던 치료제들이 듣지 않으면서 치료 옵션이 모두 바닥나게 된다.격세유전 이론은 새 접근법을 예고한다. 가능한 최소 분량의 약물을 종양에 투여하면 치료제 내성 경로의 진화를 예방해 암이 몸 전체로 퍼지지 않게 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종양을 제거할 필요 없이 그것을 이해하고 통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빈센트 박사는 암세포가 조성하는 산성 환경과 산소결핍 내성 같은 암세포의 다른 특징을 이용하는 방법을 구상한다. 예컨대 산에 의해 활성화된 약물이 정상 조직을 배제하고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다.바르부르크 효과는 암세포 물질대사 배후의 요인들을 겨냥해 또 다른 공격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과정과 전혀 다른 방법이다. 암이 이 같은 공략법에 취약하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메모리얼 슬로운-케티링 암센터’의 크레이그 톰슨 사장 겸 CEO는 최근 아지오스 제약사를 세웠다.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genous leukemia)에서 물질대사를 일으키는 변이 효소에 작용하는 신약을 테스트 중이다.과학자들은 종양에 대한 산소결핍 환경 측면도 연구해왔다. 전이암을 가진 생쥐 대상의 연구에서 지방이 많고 탄수화물은 극히 적은 먹이에 순수 즉 고압산소를 결합했더니 생존기간이 늘어났다. 고압산소 요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여럿 나왔다. 그러나 초기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엄격한 임상증거가 부족해 대안 요법으로 여긴다. 종양 내의 산성 환경을 치료법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 과학 연구는 아직 없다. 격세유전 이론은 치료법의 의미 있는 발전으로 구체화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 최신 요법에 기회를 준다 그런 미래를 예측하는 종양학자는 많지 않다. 시카고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우청이는 격세유전 이론을 “극단적인 입장”이라고 평한다. 데이비스 교수가 격세유전 모델을 뒷받침하려고 ‘반복설(recapitulation theory)’을 언급한 일도 과학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반복설은 인간의 배아에게 아가미·꼬리·난황낭 등의 퇴화된 장기가 일시적으로 생긴다는 이론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생물학계의 놀림감이 됐다”고 말했다.중국 중산대학의 생물학자 허숑레이 연구팀은 다세포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하고 진화로 얻은 복잡성이 사라져 종양이 단세포 생물과 비슷해질 때 암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간다고 유전자 분석을 했다. 그러나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자들은 암세포가 6억여 년 전의 ‘태고적 선조’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역진화(reverse evolution)’ 이론은 일반적인 프레임워크일 뿐이며 암 발달과 성장을 촉진하는 다층적인 과정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우청이 박사는 이 연구를 데이비스 교수와 빈센트 박사의 연구보다 더 ‘신뢰성 높다’고 평한다.데이비스 교수는 그런 반론에도 흔들림이 없다. 그는 “뭐라 해도 좋다”며 “원래부터 외부의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그런 비판이 주로 영역다툼과 금전에 뿌리를 둔다고 본다. “암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해온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다. 상당한 기득권이 존재한다.” 그는 NCI 프로그램에 5년간 참여한 뒤 지금은 낸트워크스(NantWorks)의 후원을 받아 격세유전 모델 개발 연구를 계속한다. 낸트워크스는 과학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패트릭 순시옹이 소유한 방대한 민간 헬스케어 업체다. 순시옹은 유방암 치료제 파클리탁셀의 약효를 높이는 개량 연구로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시카고대학에서 신약치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종양학자 마크 러테인은 현재의 치료제는 대부분 너무 독하고 비싸고 실질적인 발전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암 치료비를 줄이는 신약 요법을 테스트하는 비영리단체 암치료가치컨소시움(Value in Cancer Care Consortium)을 설립했다. 그는 “새로운 약과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교수와 거의 같은 시기에 처음 격세유전 이론에 관한 통찰을 얻은 빈센트 박사도 그 이론을 연구 중이다. 그는 단세포 현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암이 직접 생물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의 건강한 세포와 암세포의 극명한 차이는 진화 계통수의 곁가지를 바꿔 탔다기보다는 나무를 완전히 뛰어넘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내게는 다른 생명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빈센트 박사는 DNA 변이가 종종 암을 유발하는 건 시인하면서도 그 유전적 패러다임은 “대단히 불완전하다”고 본다.격세유전 패러다임으로 환자의 삶이 궁극적으로 향상될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전문가는 암을 둘러싼 정신적 장벽의 제거에 가치를 둔다. “나 같은 종양학자들은 실패했다. 이 끔찍한 질병에 대해 사실상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로렌스 J. 엘리슨 혁신의학 연구소를 이끌며 데이비스 교수와 암에 관한 새로운 통찰의 필요성에 관한 논문을 공동 저술한 데이비드 아거스 소장의 말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이 격세유전 이론이 암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말로 뭔가 큰 발견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시카 웨프너 뉴스위크 기자

2017.07.31 10:38

9분 소요
[진화하는 항암제 연구] 희귀 식물에서 항암물질 대량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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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식물 ‘포도필룸’의 유전적 구성 성분 파악해 항암제도 ‘양식’한다 ... 유전공학으로 희귀 식물의 항암물질 이루는 단백질 알아내 대량 생산 해발 4000m 고지에서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포도필룸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찾아 다닌다. 그 유독식물이 포도필로톡신을 자연 생성하기 때문이다. 포도필로톡신은 에토포시드의 예비 화합물이다. 에토포시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분류돼 각종 암 치료에 사용된다. 최근 그 핵심 원료인 포도필룸의 유전적 구성 성분을 과학자들이 알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값싼 배지(培地)에 이식했다. 이론상 그 약을 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포도필룸의 유전체 지도를 작성한 뒤 그 식물의 어떤 단백질이 포도필로톡신 생산을 담당하는지 알아냈다. 잎이 손상을 입을 때만 포도필로톡신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격에 맞선 화학적 방어수단이다.연구팀들이 잎에 구멍을 내자 31종의 새 단백질이 나타났다. 그 뒤 연구팀은 새로운 기법을 조합해 잎에 상처가 생겼을 때 어떤 효소가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내는지 알아냈다. 마침내 갖가지 효소의 조합을 시도한 끝에 포도필로톡신을 생산하는 단백질 10종의 정확한 결합을 찾아냈다.그 뒤 이들 단백질을 흔하고 값싼 대안 식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선택은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였다. 피할 수 있는 암 유발인자 중 첫 번째인 담배 식물의 가까운 친척이다. 엘리자베스 새털리 연구원은 그것을 식물 생물학자들이 널리 연구했고 조작하기 쉽다는 점을 선택의 이유로 들었다. 새털리 연구원은 학술지 에 발표된 그 최신 연구 논문의 대표 저자이자 스탠퍼드 대학 화학공학과 조교수다.비용이 적게 들고 확장성 있는 생체, 즉 효모에서 그 항암제를 배양하는 게 연구의 목표다. 식물에서 약제를 추출해 효모에 이식하는 기법은 전에도 사용된 적 있다. 그 기법을 이용해 전통적인 모르핀 생산 기법의 10% 비용으로 아르테미시닌과 하이드로코돈을 만들어냈다. 아르테미시닌은 말라리아 치료용으로 WHO가 추천하는 약, 하이드로코돈은 모르핀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진통제다.생체에서 어떤 약을 배양하기 전에 먼저 그것을 만드는데 필요한 효소를 알아내야 한다. 조사에서 개발한 효소식별 기법을 이용해 다른 필수 의약품들도 대량 공급할 수 있다고 새털리 조교수는 말한다. 예컨대 난소암·유방암, 비소 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파클리탁셀(브랜드명 택솔)은 특정 유형의 주목 껍질과 침엽에서 추출한다. 택솔 900g을 얻는 데 대략 9㎏의 말린 나무껍질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무 한 그루에서 나오는 나무껍질은 900g에 불과하다. 한편 화학적 합성 방법으로는 전 세계에 필요한 만큼 약을 대량 생산할 수 없었다. 이 신기법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식물에서 추출하는 대다수 항암제는 대량 생산이 대단히 어려웠다”고 새털리 조교수가 말했다. “배양하기 쉬운 숙주를 조작해 이 같은 분자들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코너 거피 뉴스위크 기자 / 번역=차진우

2015.10.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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