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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조정에 울고 웃는 기업들] 건설·철강·석유업종 줄줄이 하향

[신용등급 조정에 울고 웃는 기업들] 건설·철강·석유업종 줄줄이 하향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4월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LG이노텍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3대 평가사는 LG이노텍의 신용등급 상승 배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차입금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LG이노텍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은 6조4661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올랐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0.5% 증가한 3140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33%로 전년 대비 14.2% 포인트 낮아졌다. 나이스 관계자는 “다각화된 사업과 고객기반,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LG이노텍의 재무안정성은 당분간 개선되는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회사 1위 기업인 쌍용양회공업의 신용등급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조정됐다. 이번 신용등급 조정은 2011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시멘트 판매가격이 인상된데다 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내린 덕분이다. 2011년 0.6%에 불과했던 쌍용양회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5%까지 상승했다.
 동국제강 부채율과 저수익성에 두 단계 강등
한신평·나이스·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31일까지 기업 신용등급 조정 건수는 총 70건이다. 이 중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LG이노텍·쌍용양회를 포함해 6곳에 그쳤다. 현대엘리베이터(A→A+)와 한일시멘트(BB+→BBB-)는 한기평이 지난 2월과 5월에 신용등급을 상향했다. 나머지 64건은 모두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 양진수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신용등급에서 중요한 건 현금창출능력과 유동성”이라며 “그러나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현금흐름도 나빠지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신평사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AAA~D 단계로 구분한 후, 평가 회사에 따라 등급에 플러스(+)·마이너스(-) 부호나 숫자(1~3)를 붙여 등급 내에서 우열을 매긴다. 일반적으로 ‘BB+’ 등급 이하 채권을 투기등급으로 구분한다. 신평사가 매기는 등급에 따라 자금조달 금리(비용)가 결정되는 회사채에 영향을 미친다. 올 들어 신용등급이 떨어진 업종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부터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철강·조선 등이다.

건설업종에서는 GS건설·KCC건설·한신공영·동국제강·계룡건설산업 등의 등급이 떨어졌다. 특히 동국제강은 3대 신평사가 모두 종전 ‘A-’에서 ‘BBB’로 신용등급을 2단계 내렸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자체수익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과 저수익성이 지속되면서 현금흐름구조가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신용등급 하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실적은 최악이었다. 영업 손실 20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순손실 규모는 2925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연말 기준 부채비율은 240%에 달한다.

GS건설도 3대 신평사로부터 ‘A+’에서 ‘A’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KCC건설은 한신평과 나이스 두 곳이 ‘A’에서 ‘A-’로 한 단계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나이스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2013년 중동지역 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로 원가율을 조정한 이래로 수익이 저조한 상태다. KCC는 국내 토목·해외 공사의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신평 권기혁 기업평가본부 파트장은 “주택경기 회복세가 중 장기적으로 이어질 모멘텀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철강 업종에서는 한신평과 나이스가 포스코 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계단 아래인 ‘AA+’로 강등시켰다. 한신평 측은 강등 이유에 대해 “포스코가 지난해 27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감축하기 위해 최근 보수적인 투자와 비핵심사업 정리를 통해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철강업계의 공급과잉과 경쟁심화가 재무구조 개선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3대 신평사는 포스코그룹에서 세아그룹으로 둥지를 옮긴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도 ‘AA’에서 ‘A+’로 내렸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세아그룹 편입 이후 신용등급 하락과 대외평판 저하 등의 악재에 봉착했다. ‘AA’에서 ‘A+’떨어진 신용등급에는 ‘부정적’ 전망까지 붙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철강설비 업체인 포스코플랜텍도 1년 만에 5차례에 걸쳐 투기등급인 ‘CC’로 강등됐다. 조정 사유는 부진한 실적과 재무 안정성 저하다. 포스코플랜텍은 모회사인 포스코가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플랜텍 채권단은 6월 3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고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SK에너지는 유가 급락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강등됐다. / 사진:중앙포토
정유 업종에서는 SK에너지·GS칼텍스·GS에너지 등이 유가 급락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지난 2월 신용등급이 모두 하향 조정됐다. 조선 업종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불확실한 업황 전망 속에서 재무부담이 확대되며 등급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중 SK에너지는 모든 신평사로부터 ‘AA+’에서 ‘AA’로 강등됐다. 한신평은 SK에너지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유가 하락 등으로 실적 변동성이 커졌고, 글로벌 경쟁구도로 수익창출력이 약화돼 현금창출력도 저하될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한기평과 나이스 신평사에서 A‘ A+’에서 A‘ A’로 하향됐다.

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던 기업도 있다. 바로 OCI다. 3사 신평사는 지난 5월 OCI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내렸다. 시장에서도 다소 놀란 반응이었다. OCI는 신용등급 조정 전에도 등급전망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신용평가 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내릴 때는 사전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신호를 준다. 이번 하향조정은 6년 만이다. 한기평 최주욱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태양광 시황 부진 여파로 수익성과 차입금 지표가 크게 저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2010년 6499억원이던 OCI 순이익은 지난해 423억원으로 93.5%나 감소했다. 매출도 3조3114억원에서 3조1397억 원으로 5.2% 줄었다.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등급 하향 늘어날 수도
신용평사가들은 당분간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올라가는 기업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장기 침체로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나 철강 등 업황의 개선 여지가 크게 보이지 않는 업종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이 고시된 기업들은 추가로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는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올라가는 기업보다 월등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으면 일반적으로 3~6개월 후 실제 등급 강등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신평사들은 동국제강과 세아창원특수강 등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을 인수한 세아그룹도 재무부담이 커졌다. 한신평은 세아창원특수강(A+)을 비롯해 세아베스틸(A+)·세아홀딩스(A)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의 향후 영업실적 개선과 현금창출 등의 여부에 따라 신용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신평은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언급했다. 향후 영업성과와 재무구조 개선 작업 성과를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큰 기업도 있다. 한신평과 나이스는 SKC&C(AA)의 신용등급을 상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8월 1일 SK와의 합병으로 SK그룹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SKC&C의 사업·재무적 역량이 강화된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한신평과 한기평은 오는 9월 1일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 대상으로 설정했다. 권기혁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파트장은 “합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대되고 계열 내 위상이 강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건설업체로 인식하기보다는 삼성계열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평사들의 기업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공정한 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정부나 모기업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만을 평가하는 ‘독자신용등급’제도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투자자들에게 공시되는 기업 신용등급은 자체 신용도에 모회사의 지원가능성을 더해 부여한다.

신평사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조국환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신용등급전망이나 등급감시 부여 업체의 경우 향후 등급 변동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투자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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