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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털 색깔이 수명·질병에 영향 미친다

개의 털 색깔이 수명·질병에 영향 미친다

초콜릿색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다른 색에 비해 수명 10% 짧고 병도 잘 걸려 … 원하는 털색 얻기 위한 동종교배 때문
초콜릿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에서 자주 나타나는 피부병과 외이염 때문에 다른색 개보다 수명이 짧을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우리 연구에 따르면 초콜릿색의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검거나 누런색 래브라도 리트리버보다 수명이 평균 10% 짧다. 초콜릿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경우 귀 감염과 피부병도 다른 색의 래브라도 리트리버보다 더 흔하다. 이 논문은 최근 학술지 ‘개 유전학·역학’에 게재됐다.

우리는 영국의 동물건강 증진을 위한 비영리 연구 프로젝트 베트컴퍼스(VetCompass) 프로그램을 통해 래브라도 리트리버 3만3320마리 이상의 동물병원 기록을 확보한 다음 그중 2074마리(6.2%)를 임의로 추려 죽음과 질병에 관한 데이터를 추출했다.

그 결과 다른색보다 초콜릿색의 래브라도 리트리버에게서 일부 질병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농창상성피부염이 검은색 개는 1.1%, 누런색 개는 1.6%에서 나타난 반면, 초콜릿색 개는 4%에서 나타났다. 외이염의 경우 검은색 개는 12.8%, 누런색 개는 17%가 걸린 반면, 초콜릿색 개는 23.4%가 시달렸다. 수명 역시 초콜릿색이 아닌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경우 평균 12년 살았지만 초콜릿색 털을 가진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평균 10.7년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염증과 짧은 기대수명, 낮은 삶의 질이 서로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는 그와 비슷하게 초콜릿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에서 자주 나타나는 피부병과 외이염이 면역체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색상은 건강과 상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의 경우 털의 색깔과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잘 알려졌다. 예를 들어 ‘S’ 유전자 변이는 개의 털에서 흰색을 증가시키고 눈동자 색을 푸르게 만들 수 있지만 양쪽 또는 한쪽 귀의 청각상실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예로 ‘M’ 유전자 변이는 얼룩덜룩한 반점이 있는 털과 푸른색 눈동자를 만들 수 있지만 실명과 청각상실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털의 색상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그 자체로선 개의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해도 특이한 색상이 견주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 색상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개체 중에서 아주 드물거나 부모의 다른 색상 내부에 숨어 있을 수 있다(우성이 아니라 열성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특정 색의 강아지를 원하는 사육사들은 해당 유전자를 가진 개끼리 교배시킬 확률이 높다.

초콜릿 래브라도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강아지 털색은 두 개의 유전자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어머니, 다른 하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는다. 이 유전자는 열성 혹은 우성일 수 있다. 그런데 초콜릿색 털은 열성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초콜릿색의 털을 얻기 위해서는 두 부모 모두에게서 이 유전자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빈약한 유전자 풀에서 초콜릿색 강아지를 출산시키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욱 커진다.
코커 스패니얼의 경우 털 색깔과 공격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털 색깔과 관련 있는 것은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다. 행동도 털 색깔과 상관 있다. 예를 들어 코커 스패니얼의 경우 털 색깔과 공격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색 털이나 검은색 털 강아지와 털 색이 두 가지 이상 섞인 경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번 연구 대상이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경우 털 색깔이 견주들 사이에서 널리 선호되는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초콜릿색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누런색이나 검은색 리브라도와 망막 색도 다르다. 망막 색의 차이는 다른 종의 경우 일부 행동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털 색깔이 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놀랍게도 우리 인간이 개를 향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털 색깔이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누런색과 검은색 개의 사진을 보는 사람은 누런 개가 검은 개보다 훨씬 더 상냥하고 성실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평가한다.

그와 유사하게 다른 연구에 따르면 보행자들은 어두운 색의 개보다는 밝은 색의 개를 더 친근하게 인식한다. 심지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도 검은 개를 싫어했다(그는 자신이 평생 시달린 심각한 우울증을 ‘검은 개’라고 표현했다). 사육자들은 심지어 로트와일러와 켈피 같은 종의 황갈색 눈썹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그런 눈썹에선 표정이 더 대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표정을 읽기 쉽다.

그러나 사진에서 개를 보거나 거리에서 개를 만나거나 방금 입양해 데려온 강아지를 볼 때 첫인상이 어떠하든 견주는 반려견과 자신의 내면적인 관계가 겉모양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호주에선 매년 4만3000마리 이상의 개가 안락사된다. 또 견주의 65%는 개의 행동을 문제 삼아 반려견을 포기한다. 하지만 행동의 문제는 대부분 제대로 대우해주거나 훈련하거나 관리하지 못해서 생긴다. 털 색깔 때문에 그런 개를 보호시설에 보내는 견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육사들은 사육 기준에 명시된 세부 특성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특성을 위한 사육 기회는 극히 제한된다. 사육사들은 개의 외형상 특성에 신경을 덜 써야 좋은 성격과 건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개에게 ‘잘못된’ 색이란 있을 수 없다.

- 폴 매그리비, 베서니 윌슨



※ [필자 폴 매그리비는 호주 시드니대학 동물행동·복지학 교수, 베서니 윌슨은 같은 대학 명예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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