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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CDMO 시장…국내 기업도 인수·증설 박차

SK바이오·롯데바이오, 해외 기업 인수해 역량 확보
증설 통해 규모 키우는 삼성바이오…수주 확대 총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생산공장 4곳이 새롭게 들어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세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기업이 인수합병(M&A)과 공장 증설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의 의약품 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의 지분 60%를 3390억원을 들여 취득한다. 의약품 CDMO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신규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6월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해 성장의 축을 만들고,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암젠,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을 생산한 기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국면 전환 이후 급락한 기업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IDT 바이오로지카의 지난해 매출은 3억7500만 유로(약 4100억원)다.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한 당시와 매출 규모가 비슷하다. 팬데믹 이후 지속된 적자에 고민한 SK바이오사이언스에 매력적인 매물인 셈이다.

롯데그룹의 의약품 CDMO 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인천 송도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최근 공장 일부를 건설하기 위해 첫 삽을 뜨면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후발주자로 CDMO 사업에 뛰어들며 인수를 선택했다. 인수 기업의 역량을 흡수해, 선두 기업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위한 발판으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080억원)를 들여 인수했다. 시러큐스 공장의 부지 일부에 항체-약물 중합체(ADC) 생산 시설을 마련해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기업 수요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인천 송도 공장을 완공하면, 시러큐스 공장과의 인력 순환을 통해 수십년 동안 쌓인 의약품 생산 경험을 송도 공장에 심는다. 정우청 롯데바이오로직스 EPC부문장은 7월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러큐스 공장과 매월 기술 교류, 화상 회의를 진행한다”며 “해당 공장이 보유한 경험을 송도 공장에 이식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증설을 통한 ‘초격차’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인천 송도에 생산공장 4개를 보유하고 있다. 2032년에는 공장을 8개로 늘려서, 132만4000ℓ의 생산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6월 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건설 중인 5공장은 내년 4월 가동할 예정”이라며 “증설 경험이 쌓이며 건설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실적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20대 제약·바이오 기업 중 16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매출도 고공행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은 3조6946억원, 영업이익은 1조1137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자금을 투입해 CDMO 수요에 대응하려는 이유는 의약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생물보안법’ 등으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충돌하며 중국의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도 처했다. 국내 기업이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소화한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낮은 가격으로 세계 CDMO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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