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항생제 오남용’ 막을 수 있게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 [스페셜리스트뷰]
-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 병원균을 슈퍼박테리아로 진화 시켜
신속한 현장 진단 시스템, ‘골든 타임’ 지키는 데 큰 도움 될 것

[오천택 옵티바이오 연구소장] 일상생활에서 항생제 내성의 가장 큰 원인은 오남용이다. 의료진의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을 대표적인 오남용의 예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항생제 오남용은 세균의 내성을 키워 준다. 결국 약효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 결과 질병이 더 쉽게 퍼지게 되는 악영향을 가져온다.
특히 항생제 오남용은 병원균을 ‘슈퍼박테리아’로 진화시켜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2050년이 되면 3초마다 1명이 슈퍼박테리아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영국에서 발표한 항생제 내성(AMR·Antimicrobial Resistance)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50년에는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 때문에 전 세계에서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항생제 내성 환자를 위협한다
글로벌 항생제 내성 연구(Gram) 프로젝트팀은 시간에 따른 항생제 내성 감염(AMR) 추세를 전 세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를 2024년 9월 16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 세계적으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2050년에는 사망자 수가 약 200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연구팀의 조사 분석 결과에 의하면 현재부터 2050년까지 추산된 AMR 기인 사망자는 3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같은 항생제 내성에 관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7월 29일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시범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고령화와 감염병 유행 등으로2021년 이후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지난 2022년 25.7 DID(Defined Daily Dose per 1000 inhabitants per day·인구 1000명당 하루 의약품 소비량)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네 번째이며, 평균치의 1.36 배”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ASP 사업에 참여 중인 상급종합병원 78개소 중 15개소를 선정해 점검하고, 매년 점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혈류와 복강 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감염의 70%는 의료 환경에서 발생한다. 항생제 내성은 수술, 이식 등의 집중 치료를 하는 도중에 암 환자들의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의 감염 위험성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층은 면역 기능이 약해 각종 감염병에 쉽게 노출돼 있어서 높은 사망률과 항생제 의존도를 보일 수 있다. 이런 항생제 내성 문제는 고령화에 따라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간 직접 접촉 ▲의료기관 ▲음식 ▲글로벌 이동 등을 통해 추가로 확산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항생제 내성 관련 문제는 의료 비용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국가와 국민적 차원에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환자가 감염된 세균이 1차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2차, 3차 항생제 등 더 비싼 대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 기간이 길어져 더 오래 입원하게 되면 더 많은 치료비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는데 상당한 의료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OECD 국가들만 따로 보면, AMR로 인한 연간 전체 의료비는 연간 약 289억 달러(약 40조원), 여기에 경제적 효과비용을 합하면 총 660억달러(91조원) 규모이다.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만…용법만큼 끝까지 사용해야
질병관리청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 3가지를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첫째, 의사가 처방한 항생제만 복용하며 의사에게 별도로 항생제 처방을 요청하지 말 것. 둘째, 처방받은 항생제는 끝까지 복용하며,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 중단하거나 복용을 중단한 항생제를 재복용하지 말 것. 셋째, 손 씻기와 예방접종 등을 통해 감염질환 발생을 예방할 것. 여기에 더해 항생제 사용의 필요성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 진단 시스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현장진단(Point-of Care Testing·POCT)은 응급현장 또는 질병 진단을 위한 시설이 열악한 환경에서 신속하게 질병에 대한 결과를 얻기 위한 기술이다. 현장진단 기기는 기존의 병원에서 질병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대형 고가 장비 대신에 작고 가볍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비를 일회용으로 만들어 간편한 진단이 가능하게 설계한 것이 POCT 플랫폼이다. 현재 POCT 진단 개발사들은 빠른 검사 결과가 요구되는 검사 종목에 대해 누구나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전염병 확산에 취약한 지역과 국가에서 전염병 관리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며, 고령화 사회에서 저비용으로 환자가 직접 만성 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의료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신속성과 정밀성을 동시에 갖춘 진단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패혈증 및 심장질환관련 응급 의료 ▲고위험군 감염병 대응 ▲중증 환자 치료에서 기존의 현장 진단과 고정밀 진단(Precision Diagnostics)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장진단은 별도의 검사실이 아닌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검사를 시행해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장소와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결과를 알 수 있고 육안으로 현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해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POCT는 민감도와 정확도가 낮고 여러 질환 검출을 위해서는 각각 검사를 해야 한다는 한계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 항원 신속 자가 진단 키트 ▲임신 테스트기 ▲타액 및 소변 스틱 진단 등이 현장진단에 쓰이는 검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도의 한계를 개선하고자 형광소자를 이용해 전용 진단 리더기로 현장에서 pg/mL 단위까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국내의 면역진단 전문기업으로는 바디텍메드·SD바이오센서·옵티바이오·나노엔텍 등이 있다. 위 기업들은 혈액 한 방울만 있으면 소형 리더기를 통해 12분 내 감염병·암·호르몬·당뇨·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들을 진단한다.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면역진단 외에도 ▲유전자증폭검사(RT-PCR) ▲전산화단층촬영(CT) 스캔 ▲유전자 정밀 검사 등의 고정밀 진단법은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지만, 고가의 대형 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며 분석 시간이 길어 응급 상황이나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감염성 현장진단 품목 중 하나인 MxA(Myxovirus resistance protein A)는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저항을 매개로 대부분의 급성 바이러스에 상승하는 세포내 혈액 단백질이다. CRP(C-reactive protein)는 전반적인 감염에 상승하나 박테리아 감염에 더 높게 상승한다. MxA와 CRP 수치를 함께 측정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을 구분하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면역진단 플랫폼의 전문기업인 바디텍메드·옵티바이오·나노엔텍 사들은 ‘MxA/CRP’는 바이러스 감염 지표인 MxA 단백질과 세균 감염 지표인 CRP를 한 번의 검사로 동시 및 단일로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 감염 감별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전혈·혈장·혈청을 이용해 12분 이내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기존 PCR이나 혈액배양 검사보다 시간과 비용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응급 상황에서 더 빛나는 의료 현장 진단 플랫폼
현장진단 플랫폼은 항생제 오남용 외에도 응급의료현장대응에 도움이 되는 필요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응급의료현장대응 현장진단 플랫폼은 응급 상황에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응급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현재 과학기술 분야에서 개발되는 다양한 기술, 예를 들면 IoT, AI, 원격의료 등을 활용해 시스템화해야 한다.이런 기술들에 대한 적용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장 진단 및 환자 상태 파악이다. AI 기반 분석으로 응급 정도를 분류해 환자의 중증도를 자동 판단하고 이송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둘째, 현장과 병원 간 정보 연계가 있다. 응급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의료진이 환자가 도착 전에 상태를 파악하고 사전에 준비하게 할 수 있다. 셋째, 의사결정 지원이다. AI 기반 알고리즘이 진단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심정지 환자에게는 즉시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을 권고하고 외상 환자에게는 트라우마 센터 이송을 제안하는 식이다. 넷째, 데이터 축적 및 사후 분석도 있다. 응급 대응 과정과 결과 데이터를 축적해 추후 분석 및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패턴을 파악하면 향후 응급의료 품질 개선 기초 자료들로 활용할 수 있다.
응급의료체계에서는 ‘골든 타임’이 특히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대응할 수 있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특히, 패혈증이나 심장질환 등 중증 상황에서 신속한 현장진단 시스템은 보다 빠른 처치와 환자 분류 결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 응급의료 체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응급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POCT 진단플랫폼 적용은 아직도 미흡한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항생제는‘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잘못된 사용은 나와 가족,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올바른 사용 습관과 교육, 그리고 정책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차원의 대대적 지원과 의료정책 보완 및 개선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진단 플랫폼 산업화 및 응급의료 진단 대응 체계가 잘 갖춰진다면, 사회 전체가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응급의료실 ▲각 지방자치의 의료기관 ▲여러 산간벽지 등에서 환자들의 응급상황 의료 부담이 줄어들고, 전체적인 의료자원 활용도 높아질 수 있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항생제 오남용을 막고 응급상황 시스템을 개선하면 궁극적으로 민생안전과 국민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옵티바이오 연구소장이자 생명과학 이학박사로 진단분야 전문가다.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파스퇴르연구소, Sk 생명과학연구소, (주)바디텍메드, (주)피씨엘 등에서 기초과학 및 면역진단 제품 개발과 핵심 연구를 주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2차 가해 논란’ 최강욱, 민주당 교육연수원장 사퇴…“최소한 도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李대통령, 박찬욱 감독 영화 두고 한 평가는…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6조 투자' 美 당국 이민단속 나간 배터리 공장은 어떤곳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6년 만에 中서 완전 철수한 한화비전, 美법인 정리한 대교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 "BTK 분해제 글로벌 기술이전 도전"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