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AI광고 마케팅 시대의 해법[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 매드스타즈 2025가 제시한 AI시대 혁신의 길
크리에이션과 제너레이션의 조화가 만드는 양손잡이형 접근

[허태윤 칼럼니스트] 올해로 18년차를 맞는 아시아 최대의 국제광고제인 매드스타즈(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가 3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8월 29일 막을 내렸다 'AI-vertising, AI 광고 마케팅 시대'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광고제에서는 생성형 AI가 일상을 점령하고, 10억 사용자로 급성장하는 시대. 광고와 마케팅 AI 시대 광고산업의 진정한 시대정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AI와 인간 창의성의 조화
기조연설자인 김종현 제일기획 대표이사는 '양손잡이형 에이전시: AI와 인간 창의성의 조화(The Ambidextrous in the AI Era)'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혼돈의 시대를 밝히는 명확한 비젼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2년 전 애드아시아(AdAsia) 무대에서 'AI 시대 광고의 미래'를 전망한 이후,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AI의 발전이 업계를 급격히 재편했다고 강조했다. 과거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던 타깃 분석, 미디어 플래닝, 카피·이미지·영상 제작이 이제는 AI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된 최적화 시스템으로 대체되며 불과 며칠만에 완성되는 시대가 됐다.
검색 중심의 SEO(검색엔진 최적화) 패러다임도 AEO(AI 답변 엔진 최적화)로 전환되면서 지난 30년간 인터넷을 지배해온 '검색(search)' 시대가 저물고 '질문(ask)'이 뉴노멀이 됐다.
하지만 AI의 한계 역시 명확히 드러났다. 마케팅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AI 생성 콘텐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획일적이고 밋밋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사이언스 애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연구도 AI 활용이 개인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높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결과물 전체는 유사해져 집단적 창의성이 평균화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창조 vs 생성
이러한 현상을 김 대표는 '모델 콜랩스’(Model Collapse)로 설명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다시 학습에 투입할수록 결과물이 단조롭고 무난해진다. AI 창작물은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난한 값을 출력한다. 독창적인 결과보다는 가장 안전한 결과를 산출해내는 것이다. 이는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지향하는 도전성과 독창성의 본질과 충돌한다.
그는"결국 인간과 AI의 차별점은 크리에이션(creation)과 제너레이션(generation)의 차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션'은 인간의 의도나 생각을 반영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작 활동이며, '제너레이션'은 특정 규칙이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기존 요소를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생산 활동이다.
김 대표는 “크리에이션이 더 가치 있고 제너레이션이 덜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전에 없던 참신한 아이디어로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메시지를 크리에이션해야 한다"며 "AI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균형점에 도달하는 것이 AI 시대의 성공적 마케팅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AI와 크리에이티비티의 균형을 축으로 에이전시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하며, AI 시대 에이전시의 지향점으로 한 손에는 AI를, 다른 한 손에는 창의성을 거머쥔 '양손잡이형 에이전시’(The Ambidextrous)를 제시했다.

창의성의 민주화
DDB 비엔나의 리타-마리아 스필보겔(Rita-Maria Spielvogel)은 AI의 실질적 임팩트를 구체적 데이터로 제시했다. 그녀의 발표에 따르면, AI는 단순히 더 빠르고 저렴한 도구를 넘어 창의성 자체를 민주화하고 있다.
미국 예측 거래 플랫폼 Kalshi의 브랜드 캠페인 제작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명이 2일 만에 15개 영상 클립을 제작하며 비용을 95% 절감했고, AI-인간 협업을 통해 생산성은 40% 증가하면서 운영비용은 20%, 인건비는 30% 감소했다. 효과측면에서도 트위터의 후신 X에서 3백만 뷰를 기록하는 등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이 아니라 창의적 작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스필보겔이 지적한 가장 중요한 통찰은 '창의성의 민주화’(Democratization)다. AI가 전문적 기술 없이도 누구나 고품질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는 우리의 비범한 창의성에 대한 요구를 변화시킨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월트 디즈니의 말처럼 "호기심이 새로운 길로 이끈다"면, AI 시대의 창작자들은 더욱 깊은 호기심과 인간만의 고유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회화의 사진 충격과 AI의 교훈
김종현 대표가 결론으로 도입한 이야기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19세기 유명 화가인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가 사진기의 발명 직후 한 것으로 전해지는 'The painting is dead!(회화는 죽었다)'는 말을 인용하며 "사진의 등장은 회화를 죽인 것이 아니라, 화가들로 하여금 눈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그리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며 "이후 화가들은 색채, 형태, 감정, 추상적 개념과 같이 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와 마찬가지로 AI도 우리 업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클라이언트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우리 업의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제공해야 할 가치의 형태와 방식이 변화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지평을 여는 혁신
매드스타즈 2025에서는 이들 두 연사 외에도 40여명의 국내외 최고의 광고 마케팅 전문가들이 AI 시대 광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기술에 매몰되거나 기술을 외면하는 극단이 아닌,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창의성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양손잡이형' 접근이 바로 그 해답이다.
광고 회사는 물론, 마케터들은 AI가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하여 인간이 창의적 사고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인간은 AI를 통해 확보한 시간과 리소스를 활용해 더 깊이 있는 통찰, 독창적인 아이디어,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케팅에 영혼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매드스타즈 2025가 제시한 시대정신을 통해 마케팅 산업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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