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환율이 몰고 온 위기...서민 경제는 '각자도생'
- [갇혀버린 원화, 1400원 시대]①
3년 만에 파산 법인 2~3배 급증…중소기업 SBHI 70대로 추락
수입물가 폭등, 시차 두고 소비자 물가 덮치는 인플레 공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경기도 용인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미국으로 유학 보낸 아들에게 학자금과 생활비를 송금하면서 생활비를 더 아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훌쩍 높아진 환율에 비용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매 학기 약 5만달러(약 7400만원)를 송금했다는 그는 “재작년 이맘때쯤 환율이 1300원 수준일 때 6500만원 정도를 보냈는데, 올 3월에는 5만달러를 보내는 데 7500만원 넘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 B씨는 고환율과 고유가, 고금리에 삼중고를 겪고 있다.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공장에서 지출하는 원료비가 크게 늘고, 원자재 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출 이자도 껑충 뛰었는데,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전쟁이 끝나고 경기가 안정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 덮친 ‘3고’의 파도, 벼랑 끝 선 기업들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환율이 치솟으면서 기업과 가계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편이지만,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만든 뒤 다시 해외로 내다 파는 회사는 재룟값이 올라 마진율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오른 재료비를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해를 감수하는 곳도 늘었다. 환헤지나 해외 거래에 익숙한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형 기업이 이번 환율 급등 사태로 피해를 걱정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실제 올해 들어 법인의 폐업 건수도 증가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2월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372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3년간 파산 신청 법인 수가 120~150건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3배로 늘었다. 5년 전인 2021년 전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경제적 충격을 받았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최근 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일부 중소기업만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4월 29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발표한 ‘2026년 5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를 보면 5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7.6으로 3월보다 3.2포인트(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SBHI는 업체의 현재 상황과 비교해 미래를 전망하는 경기 예측 지표다. 100 미만이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곳이 많다는 뜻이다. 100을 초과하면 그 반대다.
원자잿값에 물류비까지…감내 수준 넘어선 환율 부담
올해 들어 중소기업 경기전망은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79.3을 기록한 데 이어 2월에는 79.5, 3월에는 82.5를 기록했다. 경기전망이 호전되는 듯했으나 4월에는 다시 80.8로 하락세를 보였고 5월에는 70대로 내려앉았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5월의 경기 상황이 지금보다도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과반은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 ‘매출(제품 판매) 부진(52.6%)’이라고 답했다. ▲원자재(원재료) 가격 증가(46.1%) ▲인건비 상승(27.4%) ▲업체 간 경쟁 심화(25.8%)가 뒤를 이었다. 원재룟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품 판매 부진으로 만회할 길이 막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6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변동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수입 병행 중소기업 40.7%가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 유형으로는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81.6%) ▲외화 결제 비용 증가(41.8%) ▲해상·항공 운임 상승(36.2%) 순이었다. 이들은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 환율에 대해 평균 1362.6원을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30일 기준 1475.50원 수준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중소기업 설문조사에서는 고유가에 관한 변수 없이 고환율 문제만으로 1300원대 중반 수준의 환율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던 것”이라며 “중동 전쟁 이후 고유가로 원자잿값이 뛴 상황에서는 환율의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했다. 그는 “유가나 대출 이자율 상승까지 고려하면 지금보다 적어도 10% 이상 환율이 떨어져야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수입물가가 쏘아 올린 소비자물가 탄환, 가계 소비심리 급냉
물가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은 가계로 전이되고 있다. 유학비를 송금해야 하는 A씨 같은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서민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4월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원화 기준 3월 수입물가는 전월(1.5%) 대비 16.1% 상승했다. 환율 상승으로 광산품, 석탄 및 석유제품이 큰 폭으로 뛰었고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1.5%, 1.9% 올랐다. 수입물가 변동을 중요하게 보는 것은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상 수입물가가 오르면 1~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같은 달 석유류 물가지수는 140.5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했다. 경유는 17.0%, 휘발유는 8.0% 상승했다. 소비 심리는 이미 위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 대비 5.1p 하락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가동하고 중앙 공공요금을 동결했다. 또 생활필수품 담합 단속에도 나섰다. 구 부총리는 “위기 징후 품목들의 수급·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며 “대내외 거시경제 안정, 민생 밀접 품목의 유통 구조 개선, 업계 애로 해소 등 민생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집행해 경기를 방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서민 경제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단위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집행되는 등 정부가 대응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 동향을 통해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을 보여왔던 경제가 3월 들어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석유류 가격이 상승했고 향후 원유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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