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결함 논란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다. 소비자 불만이 확산하는 동안 테슬라코리아는 별다른 해명이나 해결책 없이 공식 인스타그램 댓글 기능을 지난 9월 초 전면 차단하는 등 '침묵 대응'을 이어왔다. 이번 국토부 조사 결과가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소비자 불만 키운 배터리 오류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토부는 테슬라 배터리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결함으로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확인되면, 세부 조사를 거쳐 리콜할 방침이다.국토부 관계자는 “테슬라 배터리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리콜은 명확한 근거가 있을 때만 진행된다”며 “현재 연구원에서 결함 가능성을 조사 중이며, 결함이 확인되면 정식 세부 절차(리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테슬라의 대표적인 배터리 오류는 ‘BMS_a079’ 코드다. 배터리 팩 내부 셀 균형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고장 코드로, 발생 시 BMS가 충전량을 50% 이하로 제한해 주행 가능 거리가 급격히 줄거나 충전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는 정상 운행이 어려워지고, 결국 배터리 교체까지 진행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테슬라의 고전압 배터리는 8년 또는 주행거리 16만㎞ 중 먼저 도달하는 조건에 따라 보증이 적용되며, 보증 기간이 지난 후 같은 오류가 발생하면 수리 비용은 전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박상혁·박용갑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판매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올해 9월 중순까지 판매된 13만4429대 중 ‘BMS_a079’ 오류가 한 번 이상 발생한 차량은 총 4350대로 집계됐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모델 X와 모델 S의 오류 발생 비율은 각각 17%를 넘는다.수리 기간도 길다. 3~6개월이 걸린 사례는 124건에 이르렀다.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 경우도 3건 확인됐다. 가장 오래 걸린 사례는 2년 6개월이다. BMS 오류 관련 평균 수리 소요 기간은 23.4일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런데도 테슬라코리아는 BMS_a079 문제에 대해 별도 대응책 없이 소비자 문의만 받아왔다. 이후 지난 10월 30일, 처음으로 ‘배터리 안심 케어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 보증기간 종료 후 추가 2년 또는 4만㎞의 보증을 제공하며, 고전압 배터리 점검과 결함 발생 시 무상 지원을 핵심으로 한다.
한국만 SNS 소통 댓글 막은 테슬라코리아배터리 관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테슬라코리아는 한국 소비자를 외면하는 듯한 대응으로 비판받고 있다.테슬라코리아는 지난 9월 초를 기점으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댓글 기능을 전면 비활성화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 공식 계정은 댓글 기능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 소비자만 차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댓글 기능 차단 전 테슬라코리아 공식 계정에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류, 충전 중단, 경고등 점등 등 차량 결함 관련 소비자 불만과 문의가 다수 게시됐다. 일부 글은 “2021년식 BMS_a079 결함에 대한 조치를 바란다” “BMS 오류 해결 의지가 있는가” 등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소통 창구가 막히면서, 국내 테슬라 차량 사용자들은 ‘국민 청원 참여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테슬라의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 결함 규명과 무상 리콜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이번 문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강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소통 창구 자체를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테슬라코리아의 조치 역시 본사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코리아가 9월을 기점으로 댓글 창을 닫은 것도 당시 배터리 BMS 관련 소비자 불만이 빠르게 늘어났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본사의 대응으로 읽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논란 속 테슬라는 최근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 기능을 한국에 출시했다. BMS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FSD라는 야심작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당장 신규 등록대수에서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0월 테슬라 신규 등록대수는 4350대로 전월 대비 52% 급감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BMS 논란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시장에는 테슬라를 말 그대로 숭배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돼 있지만, 정작 테슬라의 한국 대응은 상당히 야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단순히 아쉽다는 수준을 넘어서, 자동차 제조사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기본적으로 보여야 할 예의조차 갖추지 않는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댓글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테슬라가 한국 소비자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이런 현상에는 우리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한몫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에는 칼 같은 기준을 들이대면서도, 테슬라에 대해서는 유난히 관대한 잣대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