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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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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스포츠화 시장의 절대 강자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전 세계적 펀러닝(fun-running) 열풍 속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두 브랜드가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온러닝’(On Running)과 ‘호카’(HOKA)의 성공은 시장 지배자 나이키의 자만이 만든 틈새에서 시작됐다.펀러닝이 바꾼 스포츠화 시장의 지형도코로나19 팬데믹은 러닝을 일상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했다. 실내 체육시설이 문을 닫자 사람들은 야외로 나왔고, 달리기는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MZ세대에게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자기표현과 소통의 수단이 되었다.하지만 시장의 지배자였던 나이키는 이 변화를 놓치고 말았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것이다. 나이키는 팬데믹 시기에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판매) 전략에 몰두했다. 기존 제품의 온라인 판매 확대에 집중하면서, 소비자들의 변화를 파악하고 그에 적극 대응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는 신생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게 됐다.‘온러닝’의 시작은 한 철인 3종경기 선수의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온러닝의 창업자인 스위스의 올리비에 베른하르트는 철인 3종경기를 6차례 석권한 챔피언 출신이다. 그는 늘 부상에 시달렸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때 후원사였던 나이키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 착지 시 충격을 줄이면서도 탄력 있는 추진력을 제공하는 신발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는 직접 나이키 신발 밑창에 고무호스를 덧대어 시제품까지 만들었다. 흉한 모습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 시제품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이 거절은 온러닝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베른하르트는 같이 운동을 했던 친구인 전략컨설턴트 , 데이비드 알레만과 전 듀퐁 엔지니어 캐스퍼 코페티와 뜻을 모았다. 신발을 만들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세 사람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다. 그러나 세 사람은 ‘프랑켄슈타인 시제품’을 혁신적인 ‘클라우드텍’ 기술로 발전시켰다. 밑창의 중공 구조가 착지 시 충격을 분산하고, 이를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이 기술은 러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인구 800만의 작은 나라 스위스에서 시작된 이 도전은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의 투자 참여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페더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제품 개발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가 참여해 만든 프리미엄 테니스화 ‘더 로저'의 성공은 온러닝이 러닝화를 넘어 종합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당시 시가총액 72억달러를 기록한 온러닝은 글로벌 스포츠화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았다.호카의 원래 브랜드명은 ‘호카 오네오네’(HOKA OneOne)였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어로 ‘땅 위를 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9년 프랑스의 육상선수 출신인 니콜라 메르모드와 장-뤽 디아드는 기존 러닝화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당시 러닝화 시장은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다. 맨발로 뛰는 듯한 가벼운 신발이 트렌드였다.하지만 이들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두꺼운 쿠션으로 무장한 투박한 외형의 신발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신발은 어떤 신발보다 편했고 가벼웠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이 '못생긴' 신발을 비웃었다. 하지만 트레일러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산악 마라톤 챔피언 칼멜처는 "산을 달릴 때 바위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극찬했다. 제품 본질에 충실한 맥시멀리즘의 가치가 빛나는 대목이다. 호카의 성공은 브랜드 전략의 승리이기도 했다. 2013년 ‘어그’ 부츠로 유명한 데커스에 인수된 후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어글리 슈즈’라는 별명에 구애받지 않고,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며 제품을 다양화하면서도 모든 신발에 투박한 아웃솔(밑창)을 고집했다. 그것이 바로 제품 차별화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 것이다. 모델을 사용함에도 남성 유명 스포츠맨이나 셀럽을 이용하지 않고, 60대 여성 철인 3종 선수 줄리 모스, 케냐 마라토너 알리핀 툴리아무크 등 주류 스포츠 브랜드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 선수들을 후원했다. 이는 러닝이라는 스포츠의 대중성을 브랜드 이미지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한 호카는 풀뿌리 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전국의 러너스 클럽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 결과 현재 미국 러너의 20%가 선택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주목받는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는 데 성공 했다.두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온러닝과 호카의 성공 뒤에는 역설의 브랜딩 전략이 있다. 온러닝은 밑창에 고무호스를 덧댄 불편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클라우트텍’이라는 편안함으로 브랜딩해냈다. 호카는 ‘못생김’을 당당히 내세워 오히려 차별화에 성공했다. 심플함을 내세운 미니멀리즘이 대세일 때 세련되진 않지만, 편안한제품 본질에 충실한 맥시멀리즘을 선택해 ‘못생겨서 더 안심이 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이들 두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제품의 단순한 기능적 혁신을 넘어 감성적 경험으로 승화 시킨 것이다. 온러닝의 클라우드텍은 ‘구름을 걷는 듯한 기분’이라는 감성적 메시지로, 호카는 두툼한 아웃솔을 트래일러닝 시 바위에 떠있는 듯한 ‘중력을 거스르는 경험’이라는 판타지로 전환했다. 커뮤니티 중심의 풀뿌리 마케팅 또한 주목할 만하다. 두 브랜드 모두 실제 러너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고, 러닝 커뮤니티를 통한 진정성 있는 소통에 성공했다.각각의 차별점도 주목할 만하다. 온러닝은 프리미엄 포지셔닝과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했다면, 호카는 포용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실용적 혁신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온러닝이 혁신의 아이콘을 지향했다면, 호카는 ‘모두를 위한 러닝’이라는 가치를 추구한 것이다.이들의 성공은 시장 지배자의 아성도 결국 소비자의 변화하는 니즈를 놓치면 무너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남겼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기존 사업 모델에 안주하는 동안, 이 두 브랜드는 러너들의 실질적인 요구에 집중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만든 새로운 시장의 질서다. 이제 스포츠화 시장은 더 이상 거대 브랜드의 독점 시장이 아니다. 진정성 있는 가치와 혁신적인 기술만 있다면, 작은 브랜드도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온러닝과 호카가 증명해 보였다.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2024.11.30 10:03

4분 소요
무더위에 상의는 ‘훌렁’…속리산서 ‘알몸마라톤’

정책이슈

한여름 무더위에 상의를 벗어던진 채 질주하는 이색 마라톤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충북 보은군은 이달 7일 속리산 말티재 꼬부랑길에서 ‘알몸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전국마라톤협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에는 전국에서 500여명의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출전해 5㎞와 10㎞ 2개 코스를 질주한다. 속리산 꼬부랑길은 솔향공원∼속리터널 10㎞ 구간에 새로 조성된 탐방로다. 경사가 완만하고 바닥이 마사토로 이뤄져 산악 마라톤 코스로 각광 받는다.참가 시 남성은 무조건 상의를 탈의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반소매 티셔츠나 탱크톱을 입어야 참가할 수 있다. 보은군은 코스 주변에 얼음 음료와 과일 등 다양한 간식을 비치해 참가자들을 응원할 예정이다.보은군은 스포츠도시로 발돋움하고, 둘레길인 ‘꼬부랑길’을 알리기 위해 해마다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해왔다. 한편, 한여름 이색 대회인 ‘알몸 마라톤’은 지난 2018년부터 보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600여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2024.07.03 18:09

1분 소요
경주벚꽃마라톤대회 성황리 개최...  APEC 유치 기원하며 벗꽃길 달려

정책이슈

경주시가 6일 보문관광단지에서 열린 '제31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2025 APEC' 경주 유치기원을 담아 열린 이번 대회에는 31개국 1만 2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대회는 풀코스를 제외한 하프코스, 10km, 5km 등 3종목으로 치러졌으며, 참가자들은 벚꽃비를 맞으며 천년고도 경주의 봄을 만끽했다. 경주시는 안전한 대회 운영을 위해 응급구조사 10명과 구급차 10대를 2.5km마다 배치하고 대회본부에는 전문의 1명, 간호사 3명을 배치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천년고도 경주의 봄을 알리는 경주벚꽃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와 가족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2025 APEC 정상회의가 꼭 경주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4.04.08 18:06

1분 소요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도 신었다…DNA부터 다른 ‘아식스’

유통

‘맨발의 마라토너’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 선수. 그리고 한국이 배출한 ‘마라톤 영웅’ 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황영조, 이봉주 선수. 세계적인 러너인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경기 도중 착용한 신발 브랜드가 모두 같다는 것. 바로 ‘러닝화 부문’에서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고 있는 아식스다. 아식스는 뉴욕 마라톤 참가자의 30%가 착용할 정도로 러너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다. 최근엔 20~30대를 중심으로 ‘러닝 크루’(달리기 팀) 문화가 확산하면서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유수의 신발 브랜드에서 너도나도 ‘러닝화’를 내놓았지만 소위 좀 뛴다 하는 러너들에게 ‘러닝화=아식스’를 마치 불문율과도 같은 공식으로 여겼기 때문. 이유는 간단하다. 70년 넘도록 이어져 온 아식스만의 기술력, 그리고 진심을 담아낸 마케팅이다. ━ 뼛속 깊은 ‘기술 개발’ 본성…러닝 크루들의 선택으로 아식스의 출발은 1949년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니츠카 기하치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신발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시작은 본인의 이름을 딴 ‘오니츠카 타이거’라는 브랜드였다. 이후 1977년 GTO, 제랭크와의 합병을 통해 아식스로 브랜드명을 바꾸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초석을 다졌다. 아식스는 건강에 집중한 브랜드 철학을 사명에 그대로 담아낸 이름이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전 세계적으로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촉진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식스의 목표다. 이를 위해 고집스럽게 지켜온 것은 ‘기술력’이다. 아식스는 설립 당시부터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기술 도입을 위한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197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술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부서를 만들었다. 1985년에는 아식스 스포츠 과학 연구소를 설립해 운동과 행동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소재 개발을 이어가면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아식스만의 기술력이 녹아든 제품들은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을 이뤄왔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메타스피드’는 그중에서도 가장 최신 기술이 집약된 시그니처 제품이다. 이 제품은 스포츠 브랜드 최초로 엘리트 선수들이 구사하는 주법에 맞춰 러너들이 최상의 기록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탄생됐다. 실제 아식스 스포츠 공학 연구소의 초기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메타스피드 기술은 러너가 마라톤 완주까지 딛는 걸음 수를 1.2%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력을 보다 넓은 소비자층으로 확대하면서 최적화된 제품 구매를 돕고 있다는 평가다. ━ “일반 러너부터 선수단까지”…진심은 통한다 아식스의 또 다른 노력은 진심 마케팅이다. 브랜드 가치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기 위해 러닝 브랜드로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러닝 클래스’와 행사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클래스로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료 러닝 프로그램 ‘아식스 러닝 클럽’이 있다. 이 클래스의 차별점은 코치진이 국가대표 육상선수로 구성된 전문적인 클래스라는 것. 전문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일반 러너들에게 선보이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러닝 클래스 외에도 마라톤 대회를 앞둔 참가자들이 훈련을 통해 목표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키야노 아카데미 역시 러너들이 자신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러너 지원을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후원 사각지대에 있던 중고등부 및 실업연맹 등 육상 단체를 약 20년 전부터 후원해 오면서 국내 스포츠 인재 육성에 힘을 보태왔다. 아식스가 오래전부터 후원 선수들을 본사 스포츠 공학 연구소로 초대해 3D 발 계측기를 이용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발에 딱 맞는 수제 경기화를 제공해 온 일화는 유명하다. 마라톤, 러닝 및 경보 등 육상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가 바로 러닝화인 만큼 아식스의 후원은 더 의미 있다고 평가 받는다. 후원 활동만 놓고 봐도 아식스의 기업 가치가 드러난다. 많은 스포츠 브랜드가 유망한 팀과 선수를 발굴해 지원하고 있지만, 아식스는 종목 특성상 대중적이지 않은 육상과 테니스, 배구 등의 종목을 오랜 기간 지원하면서 비인기 종목 활성화와 스포츠 종목 다양화를 이끌어왔다. 업계에선 아식스가 걸어온 70년 행보가 스포츠 선진화를 이끄는 것은 물론 국내 스포츠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하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일반 러너들이 러닝에 흥미를 느끼고 더 건강하게 달릴 수 있도록 돕는 것. 오랜 기간 소외된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건강한 스포츠 문화 발전에 브랜드 철학을 녹여내온 점이 그것이다. 러닝화의 대표 주자를 넘어 세계 러너들의 발이 되어 준 스포츠사의 새로운 해석이 바로 지금의 아식스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

2022.06.18 09:00

3분 소요
남성 관중 있는 곳에선 달릴 수 없다니…

산업 일반

선거 후보자 토론 생중계, 히잡 안 쓴 여성 선수의 자격 박탈 등 올해 이란 당국이 이슬람 가치에 반한다며 불법화한 일상 활동들 줌바는 라틴 댄스의 기본 스텝에 다양하고 쉬운 동작들을 추가한 댄스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다. 이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 6월 초 이란 정부는 줌바 댄스를 금지했다. 그러자 건강 챙기기에 열성적인 이란인은 성장하는 이란 중산층의 사고와 갈수록 동떨어지는 듯한 이슬람 지도부에 격분한다.이란의 건전한 생활방식을 도모하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 연맹’의 알리 마즈다라 회장은 춤과 운동을 결합한 줌바 댄스가 이슬람 가치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부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줌바 같은 신체활동을 볼 때 어떤 형태든, 또 어떤 이름을 붙이든 율동이나 댄싱은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으며 이 운동의 금지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그는 이란의 이슬람 성직자들이 죄악이라고 믿는 활동을 막기 위해 여러 일상활동의 금지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에 이란 당국이 불법화한 다른 활동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선거 후보자 토론회 생중계 지난 4월 이란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생중계되는 토론회를 금지했다(선거에서 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토론이 녹화로 방송돼야한다며 후보자들에게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후보자는 그 조치를 비판했다. ━ 당구와 체스 선수들 이란 스포츠 당국은 지난 3월 여성 당구 선수 5명의 국내 외 경기 참가를 금지했다. 이란 당구·볼링연맹은 그 여성들이 중국에서 열린 차이나 오픈 대회에 참석했을 때 ‘이슬람 원칙’을 어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떤 원칙을 어겼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이란은 스포츠 대회에 참석하는 여성에게 반드시 히잡 같은 이슬람 복장 규정을 지키도록 강요한다. 지난 2월엔 이란 체스 국가대표팀이 스페인 남단의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18세 이란 여성 선수의 대표팀 자격을 박탈하고 국네 체스대회 참석도 금지했다.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또 다른 체스 선수 나지 파이키제도 지난 2월 히잡 착용을 거부해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했다. 파이키제는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탄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미국 레슬링 선수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인 미국 입국 금지령을 발동하자 그에 맞서 이란도 같은 달 서부 도시 케르만샤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월드컵 대회에 미국 레슬링팀의 참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조치는 일시적이었다. 미국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인 입국 금지령 시행을 중지시키자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레슬링팀에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 여성 마라토너들 이란 테헤란 남부 아자디 스포츠 단지에서 지난 4월 마라톤 대회인 ‘제1회 국제 파르시 런 대회’가 열렸다. 대회 명칭에 ‘마라톤’ 대신 ‘파르시(페르시아의 이란어 표기) 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기원전 490년 그리스 아테네가 페르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리는 데서 마라톤이 유래해서다.이 대회에 외국인을 포함해 수백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남녀를 엄격하게 구별하는 만큼 이날 대회도 남성 경기는 오전 7시에 시작됐지만 여성은 오후 4시에 열렸다. 여성 참가자는 히잡이나 스포츠용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야 하고 반소매와 반바지가 금지됐다. 또 이란 당국은 여성의 경우 남성 관중 없이 비공개 스타디움에서 10㎞만 달릴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란에 남녀가 함께 달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은 없지만 스포츠 장관은 혼성 경기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생중계 지난 4월 이란 인권센터에 따르면 사법부는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생중계 기능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란에선 지도층이 이슬람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또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철저히 검열 받는다.동영상 생중계는 지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 지지자들이 검열 심한 국영 언론을 우회하기 위해 사용했다.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생중계 기능에 대한 금지령이 선거 3주 전에 내려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라이벌인 이슬람 수니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운전과 포켓몬부터 눈사람까지 모든 것을 금지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종교 당국도 서방의 생활방식이나 습관으로 인식되는 것을 금하는 칙령을 좋아한다.

2017.07.09 19:12

3분 소요
낚시 정보도 얻고 경쟁도 하고

산업 일반

━ A SOCIAL NETWORK FOR FISHING ENTHUSIASTS World’s largest community-based fishing mobile app FishBrain has reached 1 million users. Fishing enthusiasts worldwide have hooked onto a mobile app called FishBrain that lets them create online profiles to track and share information on catches and even compete in a leaderboard. FishBrain has reached 1 million users, CEO Johan Attby announced Thursday at the Symposium Stockholm.Sure, Facebook may have 1.44 billion members and Twitter over 300 million, but for a niche network focused on sports fishing, the milestone is pretty impressive. So what can you do on FishBrain? First and foremost, connect and compete with other sports fishing enthusiasts worldwide through an online leaderboard based on size of catches.Users can submit their own catches with species, weight and location along with their equipment. Like the way Google’s Waze provides real-time traffic data for vehicles, FishBrain provides a map of what fish are popular in the area at that time. The network’s algorithm, powered by user-submitted data and public weather information such as water temperature and wind speed, also tries to forecast when and where species could appear.“Fishing is a hugely popular sport in countries all over the world, but one that has remained largely out of step with technological developments that currently benefit so many other sports. Runners can track their routes, golfAers can analyze their swings, but before FishBrain came along, there was no equivalent for anglers,” Attby said in a statement.So far, the app has logged 350,000 catches. That data is huge for the anglers looking for the biggest catches, and for the company itself. Foursquare began as a check-in app for diners and later sold data to restaurants. Facebook tracks users’ interests and now sells advertising to major businesses. FishBrain seems poised to earn big.It’s currently in a pre-revenue stage, but Attby said the company has plans to sell products like fishing gear, create videos and perhaps extend into wearables. For now, the 12-person team is supported by $2.4 million in a seed round led by Northzone (an investor of Spotify and Jukely) and is currently wrapping up a Series A.FishBrain has users in 207 countries - the United States leading with 761,000 followed by Australia with 69,000, the United Kingdom with 43,000 and Sweden with 38,000. The network has steadily grown since its launch in March 2013 and experienced its most significant increase this year when it gained 350,000 users in five months. Attby attributed the growth to marketing in the United States and added features on the app. Currently based in Stockholm, FishBrain has plans to open an office in the U.S. ━ 낚시 정보도 얻고 경쟁도 하고 모바일 앱 피시브레인, 207개국 회원 100만 명 넘어세계의 낚시 애호가들은 요즘 ‘피시브레인’이라는 모바일 앱에 낚였다. 낚시에 관한 정보를 추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프로필을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용 응용 프로그램이다. 최고 낚시꾼 순위를 두고 사용자들이 서로 경쟁할 수도 있다.피시브레인의 조핸 애트비 CEO는 지난 6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심포지움에서 회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물론 페이스북의 회원은 14억4000만 명이고 트위터 회원은 3억 명이 넘는다. 그러나 스포츠 낚시라는 전문 틈새 네트워크 로선 사용자 100만 명 돌파가 아주 대단한 성과다.그렇다면 피시브레인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잡은 물고기의 크기로 순위를 정하는 온라인 리더보드를 통해 세계 전역의 스포츠 낚시 애호가들과 교류하고 경쟁할 수 있다.회원은 잡은 물고기의 종류와 무게, 낚은 장소, 사용한 장비 등 낚시 데이터를 제출한다. 실시간 차량 교통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구글의 참여형 네비게이션 서비스 ‘웨이즈’처럼 피시브레인도 해당 지역에서 어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지도를 제공한다. 회원이 제출하는 데이터와 날씨 정보(수온, 풍속 등)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은 특정 물고기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해주기도 한다.애트비 CEO는 “낚시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인기 높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와 달리 낚시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마라토너는 자신의 달리는 속도와 자세를 추적할 수 있고 골퍼는 스윙을 분석할 수 있지만 낚시꾼에겐 그런 수단이 없다. 그래서 피시브레인을 만들었다.”지금까지 피시브레인에는 약 35만 건의 낚시 실적이 등록됐다. 그 데이터는 대형 물고기를 잡으려는 낚시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회사에게도 상당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크 포스퀘어(Foursquare)는 식당 고객을 위한 확인 앱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 그 데이터를 식당에 팔았다. 페이스북은 회원의 관심사를 추적해 대기업에 광고를 판매한다. 피시브레인도 낚시꾼 정보의 판매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듯하다.피시브레인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애트비 CEO는 앞으로 낚시 장비 같은 제품을 팔고 비디오도 제작하며 착용형 기기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직원은 12명이며 노스존(스포티파이, 주클리의 투자자)이 주도해 모은 창업투자 자본 24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1차 대규모 투자 유치 과정을 마무리하는 중이다.피시브레인은 207개국에 회원을 두고 있다. 미국이 76만1000명으로 제일 많고, 호주가 6만9000명, 영국이 4만3000명, 스웨덴이 3만8000명 순이다. 2013년 3월 개설 이래 점진적으로 성장하다가 올해 첫 5개월 동안 35만 명의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애트비 CEO는 그런 성장이 미국에서의 판촉활동과 앱의 부가 기능 덕분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피시브레인은 미국에도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번역 이원기

2015.06.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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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ORTALITY - 영원히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산업 일반

장수 전문가 두 명의 논쟁 “불사의 삶은 가능하다” vs. “엉터리 과학이다” 월터 보츠와 오브리 드 그레이. 두 사람 모두 외모부터 범상치 않았다. 몇 주 전 금요일 아침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타이드 하우스 브루어리 앤 카페. 서까래에 홈팀(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 새너제이 샤크)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깃발이 걸렸고, 노란색 콘크리트 블록 벽엔 자체 양조한 맥주(뉴월드 휘트 비어, 홉토피아 IPA)를 선전하는 화려한 표지판이 나붙었다. 전형적인 마이크로 브루어리였다.보츠가 먼저 들어왔다. 키 크고 야윈 체격에 햇볕에 그을린 피부. 흰색 폴로 셔츠와 갈색 재킷, 엉클어진 흰 머리. 올해 나이 83세. 그런데도 보츠는 3년 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뛰었다. 보스턴대회만 10번째였다. 지금까지 전부 합쳐 43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그 다음 드 그레이가 등장했다. 그의 나이는 50세다.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마법사처럼 보인다. 회색이 섞인 적갈색의 기다란 머리를 뒤로 묶었다. 턱수염도 같은 길이로 길게 늘어뜨렸다. 콧수염은 30㎝ 정도는 돼 보였다. 보라색 줄무늬 셔츠의 윗단추를 풀어 젖혀 흉골이 드러났다. 검은색 진바지와 검은 닥터 마틴 부츠. 키 183㎝, 몸무게 68㎏. 마치 유령 같다. 그가 우리를 위해 미리 창가 테이블을 예약해뒀다.보츠와 드 그레이는 서로 만난 적이 없지만 나눌 이야기는 숱했다. 타이드 하우스에서 8블록 떨어진 곳에 드 그레이의 SENS(Strategies for Engineered Negligible Senescence: 노화 방지 전략) 연구재단 본부가 있다. 보츠는 그 부근의 스탠퍼드대에서 의학을 가르친다. 수십 년 동안 그들은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며, 수십 년 뒤에는 노화가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문제에 천착했다. 그 문제가 이번 만남의 주제였다. 최근 노화의 미래를 둘러싼 의문이 부쩍 늘었다. 인간이 120세, 130세, 아니 그 이상까지 사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가? 이런 새로운 장수의 시대에 노화는 어떤 모습일까? 단지 생의 무기력한 막바지에 30년, 40년, 50년을 더하는 것뿐일까? 아니면 노화를 지연시켜 오래도록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지금의 100세가 과거의 60세와 같을까?2012년 존 템플턴 재단은 캘리포니아대(리버사이드 캠퍼스) 철학자 존 마틴 피셔에게 ‘불사의 삶(immortality)’을 연구하도록 500만 달러를 제공했다.지난 5월 피셔는 그 자금의 거의 절반이 미국과 유럽의 10개 연구팀에 지원된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 프루덴셜 보험회사는 새로운 광고를 시작했다.“지금 우리 중에서 처음으로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지난 6월엔 세계 최고령자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던 두 사람이 사흘 간격으로 사망했다. 일본의 기무라 지로에몬(116)과 중국의 루메이전(127)이었다. 기무라는 생전에 세계 최고령자로 인정 받았지만 루메이전은 자신이 주장한 나이였다.보츠와 드 그레이 두 사람 모두 언론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보츠는 미 의학협회(AMA) 노화연구 실무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미 노인의학회(AGS) 대표를 지냈다. 의대에서 내과를 전공한 보츠는 노년기를 활기차고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학술지에 그 주제의 글을 150편 이상 썼다. 보츠의 논지에 따르면 인간 수명을 연장하는 열쇠는 운동이다. “어떻게 하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우리는 충분히 안다”고 보츠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자신을 망치고 있다.”한편 드 그레이는 2000년대 초 이래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인공지능이 전공이었다. 그러나 졸업 후 케임브리지대의 초파리 유전학자 애들레이드 카펜터(19세 연상이다)를 만나 결혼하면서 그 대학 유전학과의 초파리 데이터베이스 운영을 맡아 노화의 생물학에 몰두했다. 1999년 드 그레이는 ‘노화의 미토콘드리아 유리기 이론(The Mitochondrial Free Radical Theory of Aging)’을 발표했다. 1년 뒤 케임브리지대는 그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다.드 그레이가 제시한 이론은 야심만만했다. 그는 노년기의 질병을 세포와 분자 손상을 기준으로 7가지 범주로 나누고, 그 각각을 의학기술(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로 복구하면 노화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노화를 멈추거나 지연시키는 게 아니라 낡은 자동차를 완전히 복구하듯이 우리 몸을 수리, 보수해서 노화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인간은 무한정 살 수 있게 된다고 그는 주장했다.2000년 드그레이는 ‘므두셀라(969세까지 살았다는 성서의 인물)’ 재단을 공동 설립하고 과학자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 실험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연구를 추진했다. 그 재단이 2009년 SENS로 확대 개편됐다. 회춘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을 설립한 억만장자 피터 티엘이 주요 후원자다.두 사람 모두 과학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정반대다. 보츠는 의학자인 반면 드 그레이는 아이디어맨이다. 과학자들은 드 그레이와 논쟁하기를 꺼렸다. 한 과학자는 나에게 “오브리 드 그레이와 엮이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과학을 철저히 고수하는 게 내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와 자신들이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과학적인 방법을 따르지만 드 그레이는 단지 예측만 할 뿐이라는 생각이다.드 그레이도 그점은 인정한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그런 기술이 개발된다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없다. 그건 과학이 아니라 기술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믿음의 도약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아무도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그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연구에 자금을 대려는 사람이 없다.”드 그레이는 자신을 과학자가 아니라 노화 R&D의 지평선을 확장하려고 열심히 뛰는 운동가로 간주한다. 사실 모든 전문가가 그를 보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2005년 기술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드 그레이의 노화 극복 아이디어를 반박하는데 상금을 내걸었다.“그의 아이디어가 완전히 잘못됐기 때문에 학술 논쟁의 가치조차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분자생물학자에게 2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네이선 미르볼드(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와 J 크레이그 벤터(인간 유전체 해독의 선구자)가 포함된 심사위원들은 그 누구의 반박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미르볼드는 워싱턴포스트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주로 드그레이를 향한 인신공격이거나 그의 아이디어가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주장이거나(그게 옳을지 모르지만 그 때문에 실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의 가설 중 일부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린 것이라는 비난이었다. 어느 것도 드 그레이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옳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했다.”처음엔 보츠도 드 그레이와 만나기를 꺼렸다. 그러나 드 그레이의 아이디어에 관해 읽은 뒤 내게 이렇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주 흥미롭다. 검토하겠다.” 몇 주 후 보츠와 드 그레이는 뉴스위크 초청으로 타이드 하우스에서 만났다. 그들은 똑같이 탄두리 돼지고기 케밥을 주문했다. 드 그레이는 흑맥주를 추가로 시켰다. 나는 그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수십 가지나 됐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보츠의 비전만으로 우리가 만족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차원을 넘어 드 그레이의 아이디어까지 탐구해야 할까? 하지만 드 그레이의 비전이 실현 가능할까? 시간과 에너지, 돈만 낭비하는 비현실적인 공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 자리에서 우리는 흥미진진한 대화를 가졌다. 우리 대화의 일부를 발췌해서 싣는다.뉴스위크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희한하게도 “지금 우리 중에서 처음으로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프루덴셜 보험의 광고판이었다. 그 광고를 봤는가?보츠 누구나 보지 않았겠나?드 그레이 온 사방에 나붙어 있으니 말이다.뉴스위크 그 문구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나?보츠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를 거다.드 그레이 보츠, 당신이 먼저 이야기해 보라.보츠 난 그 광고를 믿지 않는다. 앞으로 2000년 후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나의 기준점 중 하나는 ‘110세 이상의 국제 등록부(International Supercentenarian Registry)’다. 현재 약 80명이 올라 있다. 하지만 최근 그들의 사진을 보고 느낀 점은 난 결코 110세 이상까지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드 그레이 현재 여건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보츠 옳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상당히 오래 지속됐다. 난 120세나 130세까지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뉴스위크 드 그레이, 당신은 프루덴셜 광고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나?드 그레이 보츠의 생각과 정반대였다. 나는 150세라는 기록을 가장 먼저 세우는 사람이 지금 이미 중년에 들어 섰다고 본다. 또 아마도 지금 20대 대다수는 최소한 그 정도는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특정 생물의학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는 가정을 근거로 한다.뉴스위크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말하나?드 그레이 SENS 재단은 재생의학 연구에 초점을 맞춘다. 노화를 멈추거나 지연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노화를 역전시키는 일을 말한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몸에 축적되는 분자·세포의 손상을 고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손상은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에서 비롯되는 부산물이지만 궁극적으로 그 때문에 우리가 죽는다.그런 손상 보수는 전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절반만 수리한다면 나머지 절반 때문에 우리는 죽게 된다. 그처럼 전체적으로 손상이 복구된다면 새로 태어나는 사람만이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이미 중년이나 노년에 접어든 사람도 혜택을 본다. 30년 뒤에는 60대인 사람의 세포나 분자 손상도 보수할 기술이 개발되리라 예상한다.그러면 그들의 생물학적인 나이는 30세나 40세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 사람들은 훨씬 더 오래 진정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죽음의 주요 위험인자는 건강이다. 따라서 우리 몸이 젊고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조절할 수 있다면 무한정 살 수 있다.뉴스위크 수십 년 뒤에는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무기력한 노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늙기 전에 노화 과정을 역전시키는 것을 말하는가?드 그레이 그렇다.뉴스위크 인간은 왜 늙는가?드 그레이 아직도 자세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개략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몸에는 수많은 자가수리 장치가 있는데 그 장치들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세포와 분자 손상이 계속 누적된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보다 더 오래 산다면 그 동물의 자동 자가수리 장치가 좀 더 일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격차가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 손상이 더 적게, 더 서서히 축적된다. 인간의 노화 과정은 기계의 노후화 과정과 똑같다. 가동 부품을 가진 기계는 다양한 손상을 입게 되고 그 손상이 계속 쌓인다. 차에 녹이 스는 것처럼 처음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그 손상 때문에 결국 차 문짝이 떨어져 나간다.뉴스위크 보츠, 당신은 드 그레이의 노화 정의에 동의하나?보츠 난 노화를 좀 더 폭넓게 정의한다. 인간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노화는 우주가 주도한다. 우주에선 모든 것이 늙어가는 게 정상이다.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한 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흐름의 효과를 노화라고 생각한다. 생명체에 국한되는게 아니다. 자연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다. 모든 게 늙어간다.뉴스위크 우리가 아는 한도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장 기간이 어느 정도인가?보츠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가 공식 기록으로 가장 오래 살았다. 프랑스 아를르에서 거의 123세까지 살았다. 우리가 아는 한 그게 최장 수명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뉴스위크 그렇다면 보통사람의 경우는? 요즘 우리 대다수는 최고 몇 살까지 산다고 예상할 수 있나?보츠 내가 처음 쓴 책 제목이 ‘우리는 너무 짧게 살고 너무 오래 죽는다(We Live Too Short and Die Too Long)’였다. 나는 끝까지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고 싶다.그러려면 삶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말고 RPM(엔진 회전수)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최적 상태의 범위를 지키는 것이중요하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활동이 비효과적이고 불충분해도 노쇠화한다. 그 두 가지 극단의 중간에 머물러야 한다.그러면 100세까지는 활기차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00세가 넘으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쩌면 120세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균적인 인간 수명은 에너지 흐름에 의해 약 100세로 정해졌다는 게 내 생각이다.뉴스위크 왜 하필 100세인가?보츠 유전학적으로 그런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게 그 시간이다. 100년은 지금 우리가 가진 것에 기초한 적절한 의학적 목표다. 우리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충분히 알지만 우리 스스로 사고를 쳐 일을 망친다.뉴스위크 드 그레이, 당신도 동의하는가?드 그레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의 평균적인 사람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관해선 그처럼 낙관할 수 없다. 나는 100세가 아니라 90대 초반이 현재의 평균적인 한계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확신하는 점은 지금의 의학으로는 우리가 120세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이다.잔칼망은 1997년 사망했다. 그후로 15년 동안 아무도 그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두 번째로 오래 산 사람이 119세였다. 지금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116세다. 110세 이상의 생존자 수가 지난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약 80명 수준이다. 하지만 100세 이상은 크게 늘었다. 아주 역설적이다.뉴스위크 110세 이상의 생존자가 80명 수준에서 멈춘 이유가 뭔가?드 그레이 100세와 110세 사이에 죽음의 벽이 있는 듯하다. 물론 나라에 따라 다르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질병도 다르고, 음식과 문화, 부에 따라 만연하는 질병도 달라진다. 하지만 110세를 넘기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현상이다.뉴스위크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우리는 현재 인간 수명 한계의 벽에 부닥치고 있는 게 분명한 듯하다. 하지만 노화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앞으로 10년이나 20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드 그레이 오랫동안 매 10년마다 2년 정도씩 평균 수명이 늘었지만 앞으로 10년 또는 20년안에 그런 증가 추세가 멈출 가능성이 크다.보츠 어쩌면 수명이 줄어들지 모른다.뉴스위크 왜 그런가?보츠 비만·당뇨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드 그레이 옳은 이야기다. 부를 늘리고 어린이 영양을 개선하고 유아 사망을 막음으로써 수명을 늘리려는 노력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뉴스위크 더 오래 살기 위해 단기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보츠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노화방지 대책은 운동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은 사람들이 많이 걷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돈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한다. 나 같은 83세의 마라토너에게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면 누구나 운동을 하려 들지 모른다.드 그레이 지금은 우리가 치료에 치중하면서 예방에는 무관심하다. 노화 문제를 대하는 심리는 이미 병들 때까지 기다린 뒤 최대한 치료해서 수명을 연장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수명이 얼마나 연장되겠나? 한심한 일이다.뉴스위크 그렇다면 노화의 미래는 어떤까? 지금이 2033년이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보츠의 제안에 따라 더 열심히 운동하고 최신 의학을 최대한 이용해 100세 정도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역시 죽음의 벽에 부닥친다. 110세, 많으면 120세에 말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아주 늙은 상태에서 이 지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보츠 나에게 100년이란 시간이 주어지면 열심히 활기차게 살다가 죽겠다.뉴스위크 그 이상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드 그레이 앞으로 20년 후가 되면 노화를 진지하게 다루는 기술이 보편화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제대로 노화를 이해하고 그에 대처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금 우리는 노년의 질병이 치료 가능한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화란 삶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한번 노화되면 절대 회춘이 가능하지 않다.뉴스위크 그렇다면 노화는 예방이 가능하며 적어도 큰 손상이 오기 전에 역전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드 그레이 지난 2000년에 나는 노화 전문가들이 아는 모든 종류의 손상이 관리 가능한 몇 가지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7가지로 요약된다. 그중 3가지는 세포 차원의 손상이고 나머지는 분자 차원의 손상이다. 세포 차원의 손상은 우리 몸이 가진 세포수와 관련이 있다.첫째, 특정 기관이나 조직에서 세포가 비교적 서서히 죽으면서 다른 세포의 분열로 대체되지 않으면 세포의 전체 수가 점차 줄어든다. 심장질환의 중요한 요인이다. 둘째, 세포가 분열되지 않아야 할 때 분열돼 세포가 많아지는 경우다. 셋째는 세포가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아서 세포 수가 많아진다. 면역체계의 작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삶의 후반기에 세포가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아서 그런 세포가 축적되면 면역체계가 손상된다.분자 차원의 손상에선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손상이 2가지, 세포 밖에서 일어나는 손상이 2가지다. 첫째, 세포 안에서 미토콘드리아로 불리는 아주 특별한 부분에 변이가 축적된다. 미토콘드리아 변이는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 몸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둘째, 세포 안에 분자 쓰레기가 쌓이는 경우다. 그 쓰레기는 정상적인 신진대사 과정의 부산물이다. 무슨 이유에서든 세포가 그 쓰레기를 분해하거나 배출하는 장치를 갖고 있는 않는 경우 손상이 생긴다. 심혈관 질환과 노인 실명을 일으키는 황반변성의 주원인이다.이제 세포 밖에서 일어나는 분자 차원의 손상 2가지를 보자. 첫째는 세포 사이에 분자 쓰레기가 쌓이는 것이다. 노화의 분자 쓰레기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반이다. 둘째는 분자의 교차결합이다. 우리 몸의 형체가 유지되는 데는 골격도 필요하지만 세포외 기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외기질이란 단백질 격자 구조를 말한다.조직의 외형을 유지하도록 정교하게 결합돼 있다. 세포외 기질은 반드시 유연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그 유연성을 사라지게 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그런 반응은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 여러 가지 현상으로도 나타나지만(예를 들면 주름살) 아주 치명적인 사고도 일으킨다. 고혈압이 대표적이다. 주요 동맥이 탄력을 잃어 맥박의 압력을 견디는 능력을 서서히 잃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뉴스위크 그렇다면 2033년 이후 노화의 미래상을 어떻게 보나?드 그레이 우리가 이미 할 수 있는 일과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바탕으로 판단하면 25년 안에 종합수리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확률이 50%는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전부 수리할 필요는 없다. 노화는 중년이 될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은 이런 여러 가지 형태의 손상을 어느 정도까지는 견뎌내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거의 모든 종류의 손상을 대부분만 수리할 수 있다면 나머지를 다룰 시간을 벌게 된다.뉴스위크 20여 년 안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는가?드 그레이 기술적인 진전은 지금까지 이뤄진 것을 바탕으로 한다. 어느 정도의 진전이 더 필요한지 알려면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SENS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뉴스위크 그런 미래상을 나에게 적용해 보자. 2030년이 되면 난 50대인데 그 때 내 삶이 어떻게 되리라 예상하나?드 그레이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뉴스위크 어떻게 그럴 수 있나?드 그레이 재생요법 덕분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보츠가 더이상 할 일이 없도록 만들고 싶다. 건강하게 노년기를 지내려고 열심히 운동하고 건전하게 생활해야 한다고 설파할 필요가 없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 방식을 무리하게 바꿔야 하는 도덕, 경제, 건강 상의 의무를 없애고 싶다. 그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건강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느냐고? 저렴한 가격에 모든 손상을 수리해주는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다.뉴스위크 어느 날 아침 내가 일어났을 때 눈이 이전과 달리 침침해졌다고 느낀다면?드 그레이 그럴 일은 없다. 병원에 가면 건강을 잘 유지해준다.뉴스위크 몇 살 때 그런 병원에 가기 시작해야 할까? 노화의 조짐이 나타날 때부터? 드 그레이 조짐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그 직전에 병원에 가야 한다. 40~50세가 될 듯하다.뉴스위크 병원에선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드 그레이 당신 몸의 분자 구조와 구성을 더 젊은 나이로 복구시키는 치료다. 세포 수가 줄어드는 기관에는 줄기세포 요법으로 세포를 채워 넣는다. 세포 내부에 쌓이는 분자 쓰레기는 효소 요법으로 제거한다. 세포 사이에 축적되는 쓰레기는 면역 요법으로 제거한다. 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화학적 결합을 분해하는 약도 있다. 지금 그 모든 것을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몇 십 년 안에 목표 달성이 가능하리라 본다.뉴스위크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라.드 그레이 세포 내부에 쌓이는 분자 쓰레기의 경우를 보자. 우리에겐 아주 뛰어난 쓰레기 처리 장치가 있지만 100% 완벽하지는 않다. 분해할 수 없는 쓰레기가 일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화와 관련된 질병 유발 쓰레기를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찾고 있다. 그런 박테리아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다음 그 박테리아가 가진 유전자와 효소를 분리해 인간 세포에 이식하면 우리 세포의 쓰레기 분해 장치가 강화된다.심혈관 질병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요법이다. 그런 조치로 지방질 쓰레기가 혈관벽에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심장병이나 뇌졸중에 걸리지 않게 된다.뉴스위크 치료를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할까?드 그레이 그 부분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물론 정기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한 차례 치료로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요법마다 다를 것이다. 매우 침습적인 요법, 예를 들면 기관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은 20년에 한번 정도 하면 될지 모른다. 재생기술이 충분히 성숙하고 나면 그런 요법은 불필요해지리라 기대한다.줄기세포나 유전자 요법은 10년에 한번 정도 하면 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이런 요법 중 일부는 실제로 세포나 유전자를 주사기로 주입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약으로 복용하는 방식이 개발될지 모른다. 그럴 경우 한 달에 한번씩 복용해도 부담이 없다.뉴스위크 그런 식으로 반복해서 노화를 역전시켜 나가면 나의 생물학적 나이가 25세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드 그레이 그렇다. 손상을 수리하고 보수하고 유지할 종합적인 능력이 충분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뉴스위크 그러면 앞으로 자녀를 낳지 말아야 할까?드 그레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죽음의 원인에는 노화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뉴스위크 인구 과잉이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텐데.드 그레이 지금까지도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여성의 해방과 학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출산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여성이 자녀 갖기를 계속 미루지만 회춘 요법으로 계속 폐경이 되지 않으면 더 나중에 자녀를 가질 수 있다. 그외 다른 기술 덕분에 지구의 인구 유지 능력이 계속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더 나은 재생에너지와 핵융합 기술이 개발되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뉴스위크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공상과학 디스토피아(dystopia, 반이상향)가 떠오른다.드 그레이 왜 그런 불행한 지구를 떠올리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사람들이 인구의 3분의 2를 죽이는 질병을 퇴치하는 것이득보다 해가 많다고 반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비극이다. 진짜 터무니없다.뉴스위크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영원히 죽지 않고 살기를 원할까?드 그레이 우리가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냥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기를 원한다. 그 병에 걸리고 싶은가?뉴스위크 천만에.드 그레이 좋다. 그러면 몇 살에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싶은가?뉴스위크 끝까지 걸리고 싶지 않다.드 그레이 바로 그것이다. 암이나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얻는 수명 연장의 시간적인 혜택은 부수적 효과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뉴스위크 이 대목에서 보츠,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보츠 목표가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자본이 한정돼 있다면 운동 같은 실제적이고 인식 가능한 일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변수가 많아 매우 복잡하다. 과거 우리는 암의 원인이 몇 가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암은 수천 가지 변수의 총합이다. 드 그레이, 당신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찾는다면 아주 큼직한 산탄총이 필요하다. 표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알 순 없지만 전부 다 알 필요도 없다. 적당히 알면 된다.드 그레이 보츠의 이야기가 옳다. 어느 정도만 알아도 결과를 얻는 데는 충분하다. 문제는 그게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그걸 알려면시도해 보는 수밖에.보츠 사람들은 흔히 사건이 아니라 사물을 생각한다. 삶은 ‘동사’이지 ‘명사’가 아니다.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한 가지 해법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광대하다. 한가지가 다른 것에 영향을 미치고, 그게 또다른 것에 영향을 준다. 우리 세포와 유전자를 조작하면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뉴스위크 드 그레이의 7가지 손상 범주와 그 모든 것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지나친 단순화라고 생각하나?보츠 생명체는 40억 년 전부터 존재했다. 그런데도 죽지 않는 영원한 삶은 보지 못했다.드 그레이 하지만 그 생각이 잘못됐다면? 인간의 건강하고 소중하고 생산적인 삶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가능성을 부인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의 인센티브를 없애는 것이다.보츠 현재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연구에 관해선 나도 잘 알고 있다.드 그레이 하지만 미래에 생명을 구할지 모르는 연구에 관해선 충분히 모르지 않는가? 암과의 전쟁과 똑같다. 1971년 닉슨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무엇보다 과학자들이 자금만 충분하다면 10년 안에 암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는 국민이 암퇴치를 갈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옳은 판단이었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암 극복의 진전이 40년 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느려졌지만 열정은 결코 식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지도 줄지 않았고 자금도 계속 투입됐다. 대중이 열렬히 바라고 정치인들이 몰두하면 게임은 끝난다. 과학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최대한 빨리 목표가 달성될 것이다.뉴스위크 하지만 당신 생각이 이론적으로 옳다고 해도 빛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다는 발상과 같을지 모른다. 목표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방금 지적했듯이 암 정복의 진척도는 예상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지 않은가?드 그레이 하지만 연구 자금이 없을 때보다는 훨씬 빨리 진행돼 왔다.뉴스위크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아무리 진척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소용 없는 일이 아니가? 세포·분자 손상의 종합수리가 가능한 재생요법을 찾기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드 그레이 그렇지 않다.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를 뿐이다. 현재로선 그 시점이 언제인지에 관심이 없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건 나의 삶, 당신의 삶을 구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다. 노화 극복 연구에서 진전을 하루만 앞당겨도 10만 명 아니 그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 고민하진 않는다.]보츠 난 ‘마음의 평온을 구하는 기도’를 좋아한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뉴스위크 드 그레이, 당신은 동의하지 않는 듯한데.드 그레이 무엇이든 그냥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다는 어려움은 받아들이되 바꾸기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받아들이지 말자는 뜻이다.

2013.07.29 17:19

18분 소요
born to run 타라우마라족의 비운

산업 일반

카밀로 비예가스-크루즈는 행복했던 시절을 못내 아쉬워했다. 멕시코의 무법지대인 시에라 마드레 산악지대의 신포로사 협곡 깊은 그늘 속을 맨발로 달렸던 때 말이다. 민첩함(agility)과 장거리 달리기의 지구력(running endurance)으로 유명한 타라우마라족인 그는 전통 축제인 라라히파리(rarajipari) 경주와 함께 성장했다. 바위투성이 오솔길을 따라 나무로 깎은 공을 차며 달리는 시합이다. 그러나 18세가 되면서 완전히 다른 경주를 시작했다. 마리화나 23㎏이든 배낭을 국경 너머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으로 나르는 일이었다.올해 21세인 비예가스-크루즈는 모하비사막 부근 캘리포니아주 아델란토의 미국연방 교도소에 갇혀 있다.젊은 피가 끓는 달리기 달인에서 ‘노새(mules, 마약 운반책이라는 뜻이다)’가 된 그의 예기치 않았던 변화는 타라우마라족의운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뛰려고 태어났다(Born to Run: A Hidden Tribe, Superathletes, and the Greatest Race the World Has Never Seen, 국내에서는 ‘본 투 런: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로 출간)’ 덕분에 무명에서 일약 유명해졌다가 멕시코를 탈진케 한 마약과의 전쟁, 경제 파탄, 무자비한 가뭄이라는 불가항력 때문에 급추락했다.타라우마라족은 스스로를 ‘라라무리(Rarámuri)’라 부른다. ‘발이 가벼운 사람들(the light-footed ones)’이라는 뜻이다. 그들의 뛰어난 장거리 달리기 능력은 외부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2009년 ‘뛰려고 태어났다’가 나오면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이렇게 적었다. “장거리 달리기라면 그 무엇도 타라우마라족을 능가하지 못한다. 경주마도 치타도 올림픽 마라톤 선수도 그들에게는 못당한다(When it comes to ultradistances,nothing can beat a Tarahumara runner—not a racehorse, not a cheetah, not an Olympic marathoner).” 책에는 700㎞를 내달린 타라우마라족 달리기 우승자, 미국 콜로라도주 레드빌에서 열린 160㎞ 울트라 마라톤에서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우승한 타라우마라족 선수가 등장한다. 맥두걸은 은둔생활을 좋아하는 타라우마라족을 “지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행복한 사람이며(the kindest, happiest people on the planet) 보살처럼 자비롭다(benign as Bodhisattvas)”고 묘사했다.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자연은 인간을 달리도록 만들었다(nature intended human beings to run)’는 주장이다. 그 메시지는 미국인들에게 잘 먹혀 들면서 아마추어 달리기 세계와 연간 23억 달러 규모인 러닝슈즈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맨발달리기 돌풍을 일으키면서 거의 신발을 신지 않은 느낌을 주는 ‘발장갑(foot gloves,고무 양말, 발가락 신발이라고도 한다)’이인기를 끌었다.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슴 아픈 반전(painful twist)이 있다. 변호사, 법집행 기관의 취재원, 심지어 타라우마라족의 일원까지도 생존에 필수적인 타라우마라족의 지구력을 마약 밀매업자들이 이용한다고 말한다. 마약조직의 행동대원들은 가난한 타라우마라족을 끌어들여 도보로 마약을 국경 너머 미국으로 운반한다.미국 남서부 국경지대의 변호사들에 따르면 의뢰인 중 타라우마라족 마약 운반책이 갈수록 늘어난다. 텍사스주 엘파소의 변호사 켄 델 밸은 2007년 이후 타라우마라족 의뢰인 열댓 명을 할당 받았다고 말했다. 전부 ‘마약 운반’ 혐의였다. 법집행 당국이 타라우마라족과 나머지 멕시코인들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얻기는 불가능하다.하지만 델 밸은 타라우마라족이 장거리 지구력 때문에 마약 운반책으로 선호된다고 말했다. “마약조직이 그들을 사막에 데려다 놓고 ‘출발!’이라고 외치기만 하면 된다(the cartels can put them in the desert and just say, ‘Go!’).”델 밸에 따르면 그런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미국 법원은 그들을 적절히 다룰 능력이 없었다. 초기의 한 사건에서 판사는 통역사를 찾을 수 없어서 타라우마라족 피고를 석방했다고 델 밸이 돌이켰다. 그러나 이제는 변호사들과 판사들을 돕는 통역사가 대기한다.미국 연방정부의 관선 변호사 보조인 돈모리슨은 2010년 처음 타라우마라족 의뢰인을 맡았다. “국경 바로 너머에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원시 부족이 있다고 상상도 못했다(I had no idea that right across the border there was a tribe of people who lived like this)”고 모리슨이 말했다. 타라우마라족 남성 다수는 지금도 손수 만든 샌들과 스커트 같은 샅바(skirt-like loin cloths), 호화로운 색채의 튜닉을 착용한다. 모리슨은 “타라우마라족까지 마약과의 전쟁에 휩쓸린다면 그 전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If the drug war can start involving the Tarahumara, then no one is immune)”고 말했다.얼마 전까지 만해도 타라우마라족은 시에라 마드레 산맥이라는 험준한 지형 덕분에 외부로부터 격리됐다. 이곳의 지형은 환상적이다. 주추와 바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돌출 등. 협곡은 거의 2㎞ 위로 뻗어 있지만 타라우마라족은 절벽을 마치 계단처럼 쉽게 오르내린다. 그러나 지난 몇십 년 동안 목동, 광부, 벌목꾼, 마약 밀매꾼이 타라우마라의 전통적인 거주 지역에 점점 다가갔다. 이 지역을 다룬 최근의 여행책 중 하나는 2008년 영국 작가 리처드 그랜트가 쓴 ‘신의 가운데 손가락(God’s Middle Finger)’이었다. 널리 찬사를 받은 이 책은 무장 강도와의 만남을 그리면서 이런 다짐으로 끝맺는다. “다시는 시에라 마드레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I never wanted to set foot in the Sierra Madre again).”현지인들이 말하는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 때문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사정이 좋은 시절에도 타라우마라족은 대부분 먹고 살기에 빠듯할 정도로 경작하며 각박하게 살아간다. 이제 이들은 가뭄 때문에 작물을 재배하지 못한다. 지난해 겨울의 이례적인 혹한으로 그나마 심었던 작물 대부분이 살아남지 못했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그들은 미국으로 마약을 운반해줄 ‘노새’를 찾는 마약 조직의 ‘봉(easy prey)’이 됐다.“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80km를 달리는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들은 지난 1만 년 동안 자신도 모르게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의 운반책으로 단련이 됐다(they’ve been indirectly training for for 10,000 years)”고 ‘뛰려고 태어났다’의 저자 맥두걸이 말했다. “비극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이런 지저분한 일에서 가능한 한 담을 쌓으려 했다(This is a culture that has tried its best to stay out of this mess). 속세의 지저분한 일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 지저분한 일이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지난 20년 동안 멕시코 북부도시 치와와에서 활동해온 미국인 랜디 깅그리치는 “마약 산업이 타라우마라족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I can’t even weigh the cultural impact of what the drug industry is doing to the Tarahumara)”고 말했다. 그는 시에라 마드레 산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가 운영하는 비정부기구(NGO) 티에라 나티바는 광부, 벌목꾼, 마약 밀매꾼, 관광객이 타라우마라족 등의 원시 부족에게 가하는 위협에 맞서 싸운다. 깅그리치는 한 마약조직 두목이 1800m 높이의 신포로사 협곡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아스트로투르프 스키장을 건설하려고 타라우마라족을 주거지에서 강제로 내쫓았다고 말했다.그 건설계획은 마약 두목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무산됐다.과초치 마을에 사는 타라우마라 여성 아나 셀라 팔마는 마약 운반책으로 국경을 넘어간 부족민 네 명을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 약속한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돌아오긴 했지만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몸도 망가졌고, 돈도 없고,분노만 가득했다.”팔마의 안내로 노리가치라는 작은 정착지에서 벌목꾼이 깎은 능선 오솔길을 따라 작고 조용한 계곡으로 들어섰다.계곡의 동쪽 면으로 좁다란 오르막길을 지나자 타라우마라 무당 호세 마누엘 팔마가 돌무더기위에 앉아 있었다. 82세로 팔마의 먼 친척이었다. 달리기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신이 과거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유명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곳에서도 경주가 거의 열리지 않는다. 지금은 주로 꿈을 통해 병자를 치료한다고 그가 말했다. 호세 마누엘 팔마는 사람에게는 여러 개의 영혼이 있으며 그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illness is the result of souls losing their balance)고 믿는다. “시에라 마드레 지역 최고의 샤머니즘”이라고 깅그리치가 설명했다. “그들은 ‘소나데로스(sonaderos)’로 불린다. 꿈을 대신 꿔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호세 마누엘 팔마는 “마약 밀매꾼들이 타라우마라족 지도자들에게는 접근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를 유인하고 그들이 친구들을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그의 조카 알프레도 팔마도 그랬다. 그의 친구가 마약 운반을 같이 하자고 했다.미국 법원의 기록에 따르면 알프레도 팔마(29)는 마약을 국경 너머로 운반하면 8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타라우마라족의 개인당 평균 1년 소득보다 많다. 팔마와 7명의 다른 운반책들은 추운 밤에 사막을 통과해 국경을 넘어 미국 뉴멕시코주로 들어갔다. 그때 적외선 레이더가 그들을 포착했다. 4명은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팔마와 동료 두 명은 관목 뒤로 숨으려는 순간 국경순찰대에 붙잡혔다.그들의 배낭에서 나온 멕시코산 마리화나는 120㎏나 됐다.호세 마누엘 팔마가 앉아 있는 곳으로부터 약 30m 떨어진 지점에서 한 남자가 말이 끄는 쟁기로 메마른 땅을 갈았다. 그의 아들중 한 명이었다. 비를 내려달라고 하늘에 기도한다고 그가 말했다. 그의 다른 아들은 일자리를 찾으러 치와와로 갔다. 카밀로 비예가스-크루즈도 가뭄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It was the drought that also drove Camilo Villegas-Cruz to look for work elsewhere). 그의 아버지는 손바닥만한 밭에 콩, 완두콩, 옥수수를 재배하지만 가뭄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졌다. 2009년 1월 초 한 낯선 남자가 비예가스-크루즈와 동생 한 명에게 찾아와 물건을 운반해주면 각각 1500달러씩 주겠다고 했다. 그들은 곧바로 승낙했다.어느 날 늦은 저녁 그들은 국경 부근의 작은 농가에서 출발했다. 경비가 없는 황량한 국경까지 도보로 30분이면 족했다. 그들은 각각 마리화나가 든 23㎏짜리 배낭을 지고 음식과 물을 담은 작은 배낭은 가슴 앞에 멨다. 밤새 사막을 걷다가 해가 뜨면 마리화나가 든 배낭을 적당한 곳에 숨기고 잠을 잤다.지루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사흘째 그들은 미국 국경순찰대 헬기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그들은 체포된 뒤 마약 유통 의도를 가진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charged with conspiracy with intent to distribute). 최고 20년 징역형에 처해질지 모를 혐의였다. 그러나 뉴멕시코주 로스 크루세스의 판사는 그들에게 감호 없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멕시코로 돌려 보냈다.비예가스-크루즈가 집으로 돌아가자 부모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고 그가 말했다. 어머니는 흐느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갔다. 그는 타라우마라족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전통 옥수수 맥주축제에 갔다. 80㎞ 타라우마 경주에 자원봉사자로 일하기도 했다. 부족의 전통 방식으로 밤새 나무 공을 차며 달리는 선수들을 위해 횃불을 들고 길을 밝히는 일이었다. (그 경주는 전설적인 울트라마라토너 마이카트루가 주최했다.‘카발로 블랑코’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인인 그는 타라우마라족을 위해 오랫동안 봉사했고 ‘뛰려고 태어났다’의 중심 인물이다. 그는 지난 3월 뉴멕시코주에서 달리는 도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58세였다.)그러나 비예가스-크루즈의 가족은 여전히 형편이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일을 찾아나섰다. 처음엔 한 농장에서 칠리를 재배하며 타오르는 여름 열기 속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하루 10달러를 벌었다. 그러던 중 달콤한 제의가 들어왔다. 비예가스-크루즈에 따르면 “괜찮은 맞는 일거리가 있다”고 촐로라고 불리는 한 남자가 말했다. “사흘이면 된다.”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돈의 유혹이 너무 컸다. 마약 밀매꾼은 그를 데리고 시내 가게에 가서 옷가지와 신발, 그리고 추운 사막의 밤을 견딜 수 있도록 코트까지 사주었다. 함정이었다(There was a catch, however). 그 비용이 1500달러 보수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마약 밀매업자에게 빚을 진 비예가스-크루즈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발을 뺄 수 없었다.그는 픽업 트럭의 뒤에 타고 미국 국경 부근의 작은 농장으로 갔다. 배낭은 미리 준비돼 있었다. 압축한 마리화나를 가득 채우고 테이프로 밀봉한 마대자루였다(heavy burlap sacks taped tight, full of compressed packages of marijuana). 비예가스-크루즈는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다른 몇 명과 함께 새 신발을 신고 안내자의 뒤를 따라 밤에 걸었다.30분 만에 국경을 넘어 뉴멕시코주의사막으로 들어섰다. 비예가스-크루즈는 너무도 불안해 돌아가고 싶었다고 돌이켰다.“슬프고 겁났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안내자가 없으면 신포로사 협곡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사흘째가 되자 비가 내렸다. 마리화나가 가득한 무거운 배낭을 지고 터덜터덜 걷다가 미끄러졌다. 온몸이 진흙투성이였지만 계속 걸어야 했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고 그가 말했다. 나흘째 아침 국경 수비대가 그와 다른 두 명을 붙잡았다. 안내자는 그가 이끄는 ‘노새’들보다 짐이 가벼워 쉽게 달아날 수 있었다.비예가스-크루즈는 유통 의도로 마약을 소지한 모의행위와 미국 불법 재입국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번에는 46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죄수복 차림으로 앉아 말했다.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Someday I’ll get home and I’ ll never come here again).”

2012.08.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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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나의 경영론] 이 악물고 쉼 없이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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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이 꼬인다’고 표현한다. 상고·지방대 출신으로 4대 그룹 CEO에 오른 신헌철(66) SK에너지 부회장. ‘샐러리맨의 좌표’로 꼽히는 그의 청년 시절까지 삶이 딱 그랬다.포항에서 태어난 신 부회장은 포항초등학교 1학년 때 부친을 여의었다. 어머니는 유일한 재산인 집 한 채로 하숙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그는 여객터미널에 나가 여리꾼으로 일했다. 아이스크림 장사도 해봤다. 미군이 주는 초콜릿과 껌을 얻기 위해 미군부대 교회에 다녔다(현재 영동교회 장로인 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 된 계기다).부산상고 진학도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이었다. 은행원이 돼 안정적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다 성적이 아까우니 대학에 가라는 권유 때문에 뒤늦게 입시 공부를 시작했다. 부산상고 동기인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대 상대에 수석으로 붙었지만 신 부회장은 두 번이나 떨어졌다. 세 번째는 서울대를 포기하고 부산대를 선택했다. 삼수로 까먹은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충해 보려고 당시 복무기간이 4개월여 짧은 해병대(179기)에 자원했다. 그러나 제대 직전인 1968년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8개월을 더 복무해야 했다.청년기까지 꼬인 삶이 쓴 약이렇게 꼬인 고단한 삶은 그에게 쓴 약이 됐다. 그는 “힘들고 아픈 경험에서 기다리고 인내하며 겸손해 하는 삶을 배웠다”고 들려줬다. 더욱 단단해지고 독해지는 계기가 됐다. SK에너지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에서 72년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입사 통지서를 지금도 갖고 다닌다. 신입사원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명함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이를 악물고 쉼 없이 뛰겠다는 각오에서다.“성공은 실패의 옆집에 산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일에서는 독종이다. 1981년 SK에너지 전신인 유공은 첨가제 CX-3를 앞세운 호남정유의 공세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10%나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판매기획부장이던 그는 전국 주유소를 돌며 이른바 ‘300일 전쟁’을 이끌었다. 그는 옥탄가 89짜리 보통 휘발유를 주유소에서 모조리 회수하고 같은 값에 옥탄가 94짜리 고급 휘발유를 공급했다. 결국 전세를 1년이 되지 않아 뒤집었다. 고급 휘발유 중심으로 당시 시장을 재편한 것으로, 정유업계의 전설이 됐다.신 부회장이 1995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전무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입사 때부터 줄곧 영업 쪽에 몸담은 그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돌뱅이’다. 당시 그는 낯선 사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무실에 아예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한 달 동안 숙식을 해결하며 일을 봤다. ‘기름이나 팔던 사람이 첨단통신을 알겠어’라는 주위의 냉소를 물리친 장돌뱅이 근성이었다. 그는 아날로그 전화를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 방법과 마케팅 전략 등을 마련했다. 야전침대 효과는 눈부셨다. 1996년 시작한 CDMA 서비스 가입자 수는 1998년 700만 명으로 늘었다. 1995년 6500억원이던 회사의 매출액은 1996년 1조2000억원, 1997년 2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04년 SK에너지를 맡고 나서는 회사를 확 바꿔놨다. 취임 첫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주유소라는 ‘안방 장사’에 의존하던 SK에너지를 수출기업으로도 돌려놨다. 안팎으로 윤리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던 당시 그는 주주총회에서 조순 전 부총리를 비롯한 명망 있는 사외이사를 영입해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을 국내 민간기업 중에서는 최고 수준인 70%대로 끌어올렸다. 이어 민간기업으론 가장 먼저 사외이사 윤리강령을 제정해 이사회 중심 경영철학을 대내외에 알렸다. 회사의 전략과 경영 현안을 사외이사에게 직접 설명하고 토론하는 문화도 만들었다.일에서는 독종이지만 따뜻함도 겸비했다. 신 부회장은 기업을 경영할 때 ‘사람을 어떻게 잘 관리하는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긴다. 꾸준히 일관성 있게 직원의 감성을 헤아려주고 신뢰로 대하면 스스로 움직인다고 믿는다. 그는 그래서 줄곧 ‘입의 방문’ ‘손의 방문’ ‘발의 방문’을 실천했다.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며 모범이 되는 사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게 입의 방문이다. 편지를 써 진솔한 마음을 전달하는 건 손의 방문이고, 구성원이 어려울 때 달려가 힘이 돼주는 게 발의 방문이다.그의 지론처럼 인간적 매력을 갖춘 리더십이다. 그에 따르면 리더십의 기본인 인간적 매력은 결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 승자의 미덕, 긍정적 사고방식 등이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인간적 매력을 풍길 수 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건 꾸준한 실천이다. 신 부회장은 자신만의 방법인 입·손·발의 방문으로 리더십을 보여줬다. 인간 중심의 SK 경영철학인 SKMS(SK경영관리시스템)를 스스로 실천한 것이다. 그는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말한다. 상대는 회사일 수도, 상사일 수도, 고객일 수도 있다. 그렇게 살아도 실패와 좌절이 끊임없이 찾아든다고 한다.그는 그래서 “인생이든 직장생활이든 마라톤과 같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그의 굴곡 많은 인생은 마라톤과 딱 어울린다. 달리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은 삶이었지만 꾹 참고 지금껏 뛰어왔다. 그가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건 환갑을 앞둔 2001년이다. 1998년 갑작스레 찾아온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느라 유명 병원을 다니고 온갖 민간요법을 동원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고생할 때였다. 그러다 유니세프 주최 국제 아동 돕기 행사에서 마라톤이 퇴행성 관절염을 극복하는 데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이틀에 한 번씩 2개월 동안 7.6㎞의 남산 순환도로를 왕복하는 끈질긴 노력 끝에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자연히 몸에 새로운 활력이 넘쳤다. 내친김에 2001년 춘천 마라톤대회 풀코스에 도전해 성공했다. 지금까지 풀코스를 27번 뛴 마라톤 인생이 열린 순간이다.마라톤 레이스처럼 꾸준한 나눔SK에너지를 맡은 2004년부터는 노조와 국토종단 이어달리기 행사로 불신의 벽을 허물고 있다. 50대에도 4시간 벽을 넘지 못하던 그는 62세 때인 2007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시간58분23초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끈질긴 도전 끝에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얻은 것이다.2008년 4월 옛 SK에너지 마라톤 동호회원 26명과 아마추어 마라토너 세계에서 꿈의 레이스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했다. 달리는 내내 자신은 물론 동료를 격려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부는 까닭에 ‘우면동의 호루라기’로 불리던 그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호루라기를 물었다. 결승점까지 호루라기를 불고 들어오자 시민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신 부회장은 요즘도 집 부근의 서울교대에서 한 달에 100㎞ 정도 뛴다. 올해 첫 대회인 경남 고성 이봉주 기념 마라톤은 구제역 탓에 열리지 않았다. 3월에 정유공장이 있는 울산에서 열리는 울산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이다.일처럼 이를 악물고 끝까지 뛰는 그는 곧잘 마라톤을 경영에 비유하곤 한다. 특히 마라톤에서 얻은 성실 경영론을 펼친다.“너무 욕심을 내고 달리면 절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철저한 경영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마라톤 결승점의 환희와 좋은 경영실적은 모두 고난의 여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겁니다. 남들이 뛰는 과정을 지켜보기 때문에 기록을 속일 수 없는 것처럼 경영이나 일도 속임수나 허세를 부려서는 곤란합니다.”그에게 마라톤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는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교회 가는 일요일과 후원자 이름이 적힌 등번호판을 달고 마라톤 뛰는 날을 꼽는다. 그는 풀코스에 도전할 때마다 기부 의사를 전달한 임직원의 이름을 번호판에 적고 뛰었다. 200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27번을 완주하면서 17억5000만원을 모아 불우이웃을 도왔다. 완주하면 임직원의 성금에 회사의 기부금을 더해 납부하는 방식으로, 벌써 10년이 넘었다. 마라톤 레이스처럼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2009년 경영 일선을 떠난 신 부회장은 남은 삶을 나눔 활동으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 SK에너지의 경영 멘토 역할을 하는 동시에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SK사회적기업단의 초대 단장을 맡는 등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열릴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원장도 맡았다. 그는 어렸을 적 “동지 지나 열흘이면 팔십 노인이 10리를 간다”는 어머니의 채근이 몸에 배어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어난다. CEO를 맡고 있을 때보다 더 바쁘다.특히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 소외계층에 창업·운영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빌려주는 미소금융 사업을 각별하게 여긴다. 미소금융 사업은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금융의 꽃을 피우는 일이다. 미소금융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자립의지가 강한 서민을 가려내 지원하고, 이들이 5년 동안 대출금을 잘 갚고, 이들이 갚은 돈을 또 그런 서민이 빌려가고…. 이렇게 선순환의 바통을 주고받는 끝없는 장거리 레이스다. 신 부회장은 SK미소금융재단의 특화상품인 용달사업자 자립지원 대출 상품 아이디어를 내는 등 활발하게 뛰고 있다.인생 2막을 나눔으로 채우고 있는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SK에너지의 OB 모임인 유풍회에선 이름 대신 호를 부른다. 신 부회장의 호는 만석(晩石)이다. 발동이 늦게 걸리지만 끝이 좋다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 청년 시절까지는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그 후에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바꾼 그의 인생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남승률 기자 namoh@joongang.co.kr

2011.02.14 15:33

6분 소요
섹스는 운동보다 노동에 가깝다

산업 일반

허영만 화백이 삼성서울병원의 박원하 교수와 만나‘술과 스포츠 의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박 교수는 흔히 알려진 운동 상식들을 여지없이 깼다. “스포츠인 중에서 술이 센 부류는 농구나 배구 선수들입니다. 어떤 선수는 회식 자리에서 박스를 끼고 마시지만 잘 취하는 걸 못 봐요. 농구 선수들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은 그만큼 덩치가 크고 근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간 기능은 근력 운동과 비례해서 근력 좋은 사람이 알코올 해독 능력도 뛰어납니다.”지난 6월 1일 열린 ‘허영만의 밥상머리 토크’에 등장한 주인공은 삼성서울병원의 박원하 교수. 그는 국내 스포츠 의학의 대가로 꼽힌다.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을 비롯해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의무위원장,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 도핑분과 위원장, 대한육상경기연맹 의무위원장,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커미션 닥터 등 스포츠 의학과 관련한 감투가 많다.통유리로 둘러싼 서울 청담동의 프렌치 레스토랑 T라운드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토크에서 그가 되풀이한 말은 “그런 운동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막연히 알고 있던 운동에 대한 상식들이 박 교수 말 한마디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표적인 게 아이들의 키 크기 운동이다.박 교수는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키를 키우기 위해 특별한 운동을 시키지만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성장판을 여는 데는 일상 생활에서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몇 주 만에 운동만으로 많은 몸무게를 빼는 것도 ‘환상’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똑같이 먹으면서 운동만으로 살을 빼기란 쉽지 않다”며 “칼로리 소모는 운동 시간, 강도와 정비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간 투자가 많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끔 TV를 보면 살을 엄청 뺐다는 연예인들이 나오는데 대부분 하루 3~4시간씩 운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쉽게 빼고 1주일 만에도 달라지죠.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들죠. 하루 15~20분씩 운동하는 것은 효과가 없어요. 차라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이 더 좋습니다.”그에 따르면 효과가 없는 운동기구도 많다. 수년 전 인기를 모았던 ‘덜덜이’라 불리는 운동기구가 대표적이다.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덜덜거리며 진동을 일으키는 기구로 홈쇼핑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떨림 동작 때문에 마사지 효과는 있는데 그게 운동 효과라고 착각하게 되는 겁니다. 나름대로 소화가 잘 된다는 효과는 있을 수 있어요.”운동 중 최고로 꼽는 것은 걷기다. 그는 “걷는 운동 자체엔 모든 동작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매일 걷는 것이 좋다”며 “매일 30분씩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사이 슈즈로 불리는 기능성 신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신발 밑창이 둥근 모양이라 걷는 동작이 커지면서 운동 효과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원리일 뿐” 이라고 말했다.운동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도 금물이다. 운동 자체는 축적이 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산악인의 경우 유산소 운동을 안 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며 “산 타는 것 자체로 운동이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등산을 즐기는 허 화백 역시 “운동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산악인이 많다”며 웃었다.박 교수는 조깅이나 걷기를 할 때 마라톤 전용 신발을 신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수용 마라톤화는 무게가 가벼워 거의 맨발과 똑같다”며 “일반인이 마라톤을 할 때는 쿠션 기능이 있는 가벼운 신발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마라톤은 연습이 아니라 타고난 심박 수에 의해 결정된다”며 “훌륭한 마라토너는 태어날 때부터 심박 수 자체가 낮은 편”이라고 했다.골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국에선 골프를 처음 배울 때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지만 심지어 프로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겨요. 하지만 대부분 갈비뼈 골절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스윙을 바꿔야 합니다.” 골프는 스윙 동작에서 몸을 많이 비틀게 된다.준비 동작에서 한 번 비튼 뒤 공을 치면서 다시 반대편 방향으로 몸이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다. 갈비뼈 골절이 본인도 모르는 새 지나가는 것은 일반 뼈 골절과 같은 통증 감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금이 가도 티가 잘 안 나고 부러지더라도 주변 근육이 버텨주기 때문에 잘 어긋나지도 않는다.조금 지나면 저절로 치료된다. 따로 치료법도 없고 그냥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붙는다. “아마추어 골퍼 400명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무려 27%가 갈비뼈 골절이 있었죠. 일반인 골퍼 4명 중 1명, 즉 한 팀당 한 명씩은 갈비뼈 골절 환자라는 얘기죠.” 골프를 치면서 손목이나 팔이 아프다는 이들도 가끔 있다.“흔히 ‘골프 엘보’라 불리는 건데 이 역시 잘못된 스윙 때문입니다. 치료법은 역시 스윙입니다. 골프를 치다 몸이 아픈 것은 바로 스윙을 고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그러자 허 화백이 한마디 끼어들었다. “골프 치고서 가슴이 아픈 거는 한 가지 원인이에요. 내기 골프 하면서 돈을 잃었으니 아픈 거죠.”술과 운동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술 마시기 전에 운동을 하면 술에 덜 취할 수 있다는 것. 박 교수에 따르면 운동을 한 후엔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듣던 허 화백은 “그럼 술 마시기 전엔 운동하면 안 되겠구먼. 돈이 더 들잖아”라고 농담을 던졌다. 노동과 운동의 차이에 대한 박 교수의 설명도 흥미로웠다. “운동은 신체 부위를 고르게 쓰는 것이고, 노동은 일부 부위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섹스는 노동에 가깝다고 설명했다.월드컵 기념해 남아공 와인으로!이날 T라운드에 등장한 요리들은 박 교수가 추천한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음식과 함께 등장한 와인은 월드컵을 기념해 남아공 와인이 주를 이뤘다. 식전에 등장한 호두 호밀빵이 대표적인 건강식. 흑빵이나 위스키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호밀은 국내에선 잘 재배되지 않지만 건강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 식재료다.호밀에 듬뿍 함유된 식이섬유소가 포만감도 주고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기 때문. 닭가슴살 샐러드도 눈에 띄었다. 최근 헬스 보조식품으로 각광 받으며 품귀현상까지 빚는 재료가 바로 닭가슴살이다. 닭고기는 연간 1인당 소비량이 대략 13㎏이나 되는 국민음식. 그중에서도 닭가슴살은 부위 중 가장 지방이 적으며, 단백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다.단백질 함유량이 22.9%로 다른 육류에서 섭취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반면 칼로리는 낮다. 삼겹살이나 쇠고기 등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닭가슴살 샐러드의 새콤한 맛을 살리는 와인으로는 화이트 와인인 샤르도네가 꼽힌다. ‘맨 빈트너스 샤르도네’는 활기찬 감귤과 멜론, 열대과일 향이 잘 어우러져 샐러드 야채류가 가진 고유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다.대표적인 간식거리이자 여러 요리에 두루 활용되는 감자는 수프로 등장했다. 감자는 칼로리가 높지 않아 비만인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특히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에 혈압 조절이 필요한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하다. 치즈가 함유된 감자 수프 형태로 즐기면 영양 면에서 뛰어나다. 치즈에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A·B1·B2와 칼슘·인 등이 감자와 어우러져 상호보완작용을 하기 때문이다.옥돔구이도 눈길을 끌었다. 다금바리·자리돔과 함께 제주도를 대표하는 물고기인 옥돔은 청정해역인 제주 근해에서 잡히는 고급 생선이다. 영양분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입맛을 잃은 노인들에게 좋다. 담백한 옥돔구이엔 차분한 맛을 살려 줄 경쾌한 느낌의 레드 와인이 좋다. 은은한 아로마로 옥돔구이의 풍미를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쿠말라 피노타지 시라’는 남아공 대표 품종인 피노타지 60%와 시라 40%의 블렌딩으로 완성된 와인. 부드러운 산도와 타닌으로 육류와도 잘 어울리지만 생선 요리와도 이상적인 매칭을 자랑한다.현미는 전복과 함께 리조토로 변신했다. 현미는 풍부한 식이섬유소 덕분에 당분이 서서히 흡수돼 주식으로 이용하는 백미와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면 좋다.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소가 모두 들어있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좋으며, 쌀겨층과 배아는 리놀레산이 많아 동맥경화나 노화방지에도 도움을 준다.개성 강한 맛들이 모여 조화를 이룬 전복 현미 리조토엔 강하지만 깊은 맛의 레드 와인이 필요하다. ‘스탁콘데 시라’는 농축된 과일의 풍미가 매력적으로 리조토가 가진 맛과 균형을 이루며 전체적인 맛을 배가시켰다. 메인인 한우 등심엔 남아공 최고급 레드 와인으로 꼽히는 ‘스탁콘데 트리 파인즈 카베르네 소비뇽’이 등장했다.연간 912케이스의 한정 수량만 생산하는 남아공 부티크 와인으로 스테이크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였다. 이날 함께 자리한 인터컨티넨탈의 엄경자 소믈리에는 “남아공 와인은 구대륙과 신대륙 와인의 장점을 고루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며 “보르도 특급 와인에서나 맡을 수 있는 풍미가 난다”며 극찬했다. 허 화백 역시 “기존 남아공 와인들에서 텁텁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 등장한 와인들에서 음식과 잘 어울리며 최고의 맛을 보여준 것 같다”고 평했다.

2010.07.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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