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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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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위’ 뺏기고 주가 ‘뚝’, 소비자 ‘손절’까지…위기의 교촌치킨

유통

“그냥 가격 5만원까지 올려라. 사람들이 교촌치킨을 아예 잊을 수 있게.” “가맹점주들만 죽어나겠네. 가격 올라서 장사는 장사대로 안되고 본사만 돈 벌겠네.”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가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교촌치킨이 다음달 3일부터 치킨값을 최대 3000원 올리겠다는 인상안을 내놓자 하나 둘 ‘교촌 손절’에 나서고 있다. 회사 안팎으로 가격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지만, 내부 사정은 더 악화일로다. 프랜차이즈 업계 직상장 1호 타이틀을 따낸 것도 잠시, 주가는 연이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1위 자리를 장기간 지키게 해 준 매출액도 지난해 bhc에 밀리며 2위가 됐다. 화려한 상장 뒤 하락세…“지사 운영 통한 또다른 마진”28일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코스피 입성하며 상장 이튿날 최고가 3만895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76%가량이 하락한 셈이다. 3만원대에서 하회하기 시작한 주가는 2년이 넘도록 일부 등락이 있었지만,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진한 수익성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본격화됐다. 교촌에프앤비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감소세가 더욱 커졌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19%가 떨어지더니 2분기에는 87%, 3분기에는 80%로 크게 하락하고, 4분기에는 영업이익-36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외형 성장에도 한계에 부딪혔다. 교촌에프앤비는 3분기 매출 12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줄고, 4분기에는 1289억원으로 0.6%가 감소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오르면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 1위’라는 타이틀도 뺏겼다. 종전의 1위 교촌치킨, 2위 bhc치킨, 3위 BBQ치킨 순서가 1위 bhc치킨, 2위 교촌치킨, 3위 BBQ치킨으로 바뀌면서 1,2위 순위가 바뀐 것이다. bhc치킨은 지난해 연간 매출 개별기준으로 5075억원을 기록하며 교촌치킨 개별기준 4989억원을 넘어섰다. 매출 순위가 바뀐 것에 대해서는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매장 수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bhc매출액이 큰 것일 뿐”이라며 “매장별 매출액을 따지면 교촌이 1등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bhc치킨 매장은 1770여개, 교촌치킨은 136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내부 상황도 어렵지만, 가격 인상으로 외부 시선도 따갑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가 하락했다며 다음달 3일부터 일부 품목별로 최소 500원부터 최대 3000원까지 인상안을 발표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가맹점 수익 구조가 수년간 악화돼 부득이하게 이번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외에 교촌치킨의 운영 시스템도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라고 꼬집는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bhc나 BBQ와 달리 교촌치킨은 지역별로 지사를 운영하며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있다”며 “본사 측에서 가맹점주에 바로 재료를 공급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타 법인사인 지사와 가맹점주와의 거래에서 또 다른 마진이 생길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지사가 아닌 별도 법인의 지사가 있는 경우에는 결국 가맹점주와 본사 사이에 한 단계 과정이 더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에게는 이중 부담이 부여될 수 있다”고 말했다.교촌에프앤비 측은 지사 운영은 효율적 관리 차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전국 여러 지역에 퍼진 가맹점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지사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본사와 가맹점주가 부담을 나누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비용이 추가되는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 지난해 12월 경영진으로 복귀한 교촌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권 회장은 2019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으나, 최근 대내외적 경영위기가 심화되자 경영으로 복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교촌은 HMR 신제품을 출시하고 수제맥주 등을 개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을 만큼 현재 치킨 시장에서는 성장의 한계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더욱 치열해진 경쟁 상황에 돌파구 고심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03.29 08:00

3분 소요
[단독] 배달의민족, 편의점 협업으로 수제맥주 출시…배달음식과 시너지 노릴 듯

유통

배달의민족(배민)이 편의점과 협업해 수제맥주를 출시한다. 배달음식과 맥주가 주는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민표 맥주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 주도로 이뤄진다. ━ ‘캬소리나는 맥주’ 배민표 수제맥주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달 말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캬소리나는 맥주(kyaah beer)’라는 이름의 수제맥주 출시를 준비 중이다. ‘캬’라는 상품명은 맥주 특유의 톡 쏘는 청량감을 표현한 의성어를 그대로 담아냈고, 기획과 디자인 모두 배민 측에서 맡았다. 생산은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에서 담당한다. 이곳은 오비맥주가 최근 출범시킨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로 다양한 협업 수제맥주를 개발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구단주를 맡은 프로야구단과 연관된 맥주 3종(슈퍼스타즈, SSG랜더스라거, 최신맥주)과 곰표 밀맥주의 후속작으로 나온 ‘백양BYC비엔나라거’, 북극곰을 내세운 라거타입 수제맥주 ‘노르디스크맥주’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배민표 ‘캬소리나는맥주’는 KBC 수제맥주 전문가들이 수개월 연구 끝에 출시한 야심작으로 향이 풍부하고 깔끔한 라거맥주로 전해진다. 통상 7월과 8월 맥주 판매의 40%가 몰리는 성수기인 만큼 이 시기 신제품은 그만큼 주력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배민과 협업 제품 출시를 앞둔 것은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면서도 “이번달과 다음달 피크타임에 나오는 제품인 만큼 힘이 실려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 수제맥주 시장 커지고 홈술 트렌드 확산 배민이 새 성장동력 사업으로 수제맥주를 택한 까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홈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수제맥주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배민은 배달음식과 함께 가능해진 주류 배달 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다. 2019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배달음식과 주류배달이 가능해졌고 관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표 맥주가 인기를 끌면 주요 음식점에 제품을 넣고, 앱 주문시 소비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소비문화를 빠르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달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배민도 다양한 활로로 새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콜라보 수제맥주는 제조하지 않는 이상 공급망이 다양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자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겠지만 다른 유통망을 통해서도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에서 기획과 디자인을 맞고 세븐을 통해 유통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면서 “음식점과 제휴를 통한 판매가 가능할지는 확인해봐야하고, 아직까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7.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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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곰표’ 노린다…CU, 양털 거품 담은 ‘백양 라거’ 출시

유통

CU가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에 이은 ‘레트로 수제맥주 시리즈’ 3탄으로 ‘백양BYC 비엔나라거’를 17일 출시한다. 백양BYC 비엔나라거는 이너웨어 전문기업 BYC와 협업한 수제맥주다. 백양BYC 비엔나라거는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orea Brewers Collective)’ 소속인 윤정훈 브루어마스터를 비롯한 수제맥주 전문가들이 수개월의 연구 끝에 출시한 야심작이다. CU 관계자는 “붉은 호박색과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가 특징”이라며 “비엔나 커피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비엔나라거의 거품이 백양의 부드러운 양털을 연상시켜 BYC에 이번 콜라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일명 ‘하얀 난닝구’로 대표되는 75년 전통의 BYC는 창사 초기인 1957년부터 약 30년 동안 ‘백양’으로 불렸다. 로고 역시 순백색의 내의를 연상시키는 백양을 모델로 했지만 1985년 사명을 BYC로 변경하며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레트로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5년 무렵부터 BYC 쇼핑백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맥주캔 역시 옛 백양 시절 사용하던 로고와 폰트를 본떠 디자인했다. 여기에 BYC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컬러인 흰색과 빨간색으로 레트로한 느낌을 강조했다. 캔 뒷면에는 백양BYC 비엔나라거의 상품 히스토리가 담겼다. CU가 업계 단독으로 출시하며 가격은 1캔(500㎖) 기준 2500원이다. 한편 CU는 지난해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협업해 만든 곰표 밀맥주가 히트를 치며 편의점 수제맥주 전성시대를 열었다. CU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가 처음 출시된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CU의 수제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5월) 대비 5배 가까이 뛰었다. 올 들어 대형 제조사를 통한 위탁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생산량을 대폭 늘렸지만 이마저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품절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30여 년의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소형 브루어리 제품이 대형 제조사 제품을 누르고 맥주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곰표 밀맥주의 흥행에 제조사는 물론 유통사까지 수제맥주 개발에 나서며 지난해 국산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118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3년 전 433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이승택 MD는 “백양BYC 비엔나라거는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와 또 다른 풍미와 개성을 지닌 수제맥주”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맛과 콘셉트의 수제맥주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국내 우수한 브루어리들의 편의점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6.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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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이슈] 제주맥주 코스닥 입성, 첫날 강세 '22% 급등'

증권 일반

수제맥주 전문기업 제주맥주가 코스닥 상장 첫날 급등하고 있다. 26일 오전 11시24분 현재 제주맥주는 시초가인 4780원보다 1060원(22.18%) 오른 58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제주맥주의 시초가는 공모가 3200원의 약 150%인 4780원에 결정됐다. 제주맥주는 국내 최초로 수제맥주 회사 상장사가 됐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서는 5조8000억원 규모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청약 경쟁률은 1748.25대 1에 달했다. 역대 테슬라 특례 상장 기업(이익미실현 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를 내는 등 일반적인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제주맥주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맥주의 경우 국내 수제 맥주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을뿐더러 매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제주맥주의 상장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 215억5500만원, 영업손실 43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매출 비중이 99% 이상인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제주맥주는 향후 공모자금을 활용해 각종 설비 도입과 해외 진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상장 이후 연구개발분야 투자를 늘려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글로벌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상장한 진시스템은 시초가 1만9100원보다 2050원(10.73%) 오른 2만1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초가는 공모가였던 2만원보다 소폭 낮게 형성됐지만, 장 초반 2만원선을 회복한 뒤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진시스템의 일반 청약 공모 경쟁률은 355대 1이었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05.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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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수입맥주가 갖지 못하는 신선함을 무기로 성장할 것”

CEO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아시아 첫 자매회사로 시작… 국내 수제맥주 1위 기업 “제주맥주는 축복받은 회사입니다.”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제주맥주의 문혁기(41) 대표는 지금까지 제주맥주가 거둔 성과에 대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비빔밥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운 좋게도 수제맥주를 접하면서 한국에서 맥주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맥주 사업을 시작한 뒤에는 우연히도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반복되는 우연은 필연이라고 부른다.문 대표는 2015년 2월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함께 제주맥주를 설립하고 2년 뒤인 2017년 8월 첫 제품을 출시했다. 2017년 매출액은 7억원 가량에 불과했지만 2018년 74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2019년에도 매출액 84억원을 기록했다. 첫 제품을 내놓은 지 2년 만에 매출액이 12배나 성장한 셈이다. 2018년에 비해 2019년 성장세가 더뎠던 것은 생산 능력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였다. 이 때문에 제주맥주는 지난해 6월 500㎖ 캔 기준으로 연간 2200만 캔을 생산할 수 있도록 양조장을 증설했다. ━ 생산설비 풀가동에도 공급 부족 문 대표는 “사실상 독과점 국내 맥주시장에 수입맥주가 들어오면서 500㎖ 캔으로 마시는 가정용 맥주 시장을 수입 맥주에게 빼앗겼다. 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입맥주가 제일 맛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누군가는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야에서는 한국이 제조업 강국인데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 맥주 브랜드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우연히도 사업을 시작한 시기가 적절했던 것 때문인지 소비자와 투자자, 정부 관계기관 등에서 제주맥주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설비를 늘렸지만 제주맥주는 여전히 풀가동 중이다. 제주맥주의 2020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성장했다. 2분기는 아직 실적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편의점 맥주를 가정에서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 때문에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제주맥주의 2020년 매출액이 2019년에 비해 3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도 문 대표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문 대표는 “맥주 산업은 기본적으로 장치 산업이라 자본 투자가 많다. 따라서 어떤 투자자들을 만나는지가 중요한데 제주맥주는 설립 초반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좋은 투자자들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제주맥주는 세계적인 수제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협력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첫 제품인 제주 위트에일은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세계적인 양조 장인 개릿 올리버와 함께 20번 넘게 맛을 잡아가며 완성한 맥주다. 덕분에 맥주의 품질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맥주 맛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도 신경을 썼다. 제주맥주는 전국 어디든 하루 안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과정에는 초창기부터 참여한 투자자 가운데 한 곳인 코스피 상장 물류사가 큰 도움을 줬다. 문 대표는 “미리 염두해 둔 것도 아닌데 운이 좋게도 이런 투자자들이 모여서 필요한 순간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에 지금의 제주맥주가 있다”고 말했다.문 대표가 말하는 우연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 7월 15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사업에서 최종 선발된 15개 기업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은 정부가 추진 중인 ‘K-유니콘 프로젝트’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여기서 선발된 기업은 최대 100억원까지 특별보증을 받을 수 있다.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증설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투자 유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제주맥주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모집하려던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문 대표는 이것마저도 운이 좋았다며 공을 돌렸다.소비자들과 투자자, 심지어 정부 관계기관에서도 환영받는 것이 모두 우연이라고 말하는 문 대표에게도 필연은 있다. 바로 문 대표와 함께 제주맥주를 키워나가고 있는 직원들이다. 제주맥주에는 현재 110명 가량이 재직 중인데 생산과 영업, 마케팅, 관리 등 모든 부서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직원들이라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필연이라며 문 대표는 권진주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합류했던 과정을 언급했다.문 대표가 제주맥주를 설립하기 전에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맥주를 수입하고 있었을 때였다. 당시 중앙일보에 문 대표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기사 말미에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함께 제주도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걸 본 권 CMO는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 본사에 메일을 보냈다. 국내 최대 맥주업체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채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문 대표는 “메일을 재밌게 본 브루클린 브루어리 본사 측에서 메일을 전달해 나도 인상 깊게 봤다”며 “아직 법인도 설립하기 전이었는데도 권 CMO는 한번 만나자고 스토커처럼 연락을 했고 몇 차례 만나 본 뒤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 회사 설립 과정부터 함께했다”고 말했다. ━ ‘용장 밑에 약졸 없다’ 문 대표 역시 열정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문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창업을 고민하던 2001년 신문에 실린 화장실 살균소독 전문업체 미국 스위셔인터내셔널에 대한 기사를 읽고 해볼 만한 사업이라 판단했다. 판단이 서자 문 대표는 곧바로 연락해 한국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2006년 성공적으로 매각할 수 있었고 지금의 제주맥주를 창업하는 투자금의 일부가 됐다.문 대표는 제주맥주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열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끝을 내는 열정이다. 덕분에 창업하면서도 불안감이 크지 않았다고 말한다. 문 대표는 회사에 자신보다 뛰어난 주류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 영업 전문가들이 있었기에 이들을 믿고 총괄하는 역할에 집중했다.신뢰는 성과로 이어졌다. 제주맥주가 빠르게 유명세를 탈 수 있게 해준 팝업스토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은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8년 6월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약 3주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그런데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 대표는 임대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도 이미 연남동은 젊은 층 사이에서 각광받는 장소였고, 그러다보니 임대료 부담이 컸다. 문 대표는 “마케팅실 직원들이 얼마나 고민하고 결정했는지 알기 때문에 믿고 비용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이 결정은 굉장히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행사 기간 동안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2000명 이상, 총 5만5000명 가량이 방문했다. 국내 주류업계 사상 최다 방문기록이다. 팝업스토어 덕분에 제주맥주는 첫 제품을 출시한지 1년도 안된 상태에서 단숨에 유명세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2019년 반포한강공원에서 진행한 한강제주맥주 캠핑 이벤트 ‘서울시 제주도’, 인기게임 배틀그라운드 등과 협업한 제품 출시 등으로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주류업계 밖에서도 제주맥주의 마케팅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문 대표는 “취향대로 만들고 맛있게 마시는 식음 문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고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코로나19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제주맥주는 언택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제주맥주의 소모임 프로젝트 ‘취어스(취향+us)클럽’에서는 지난 6월 첫 모임을 랜선 시음회로 진행했다. 제주맥주에서 220년 역사의 위스키 브랜드 하이랜드 파크와 협업해 예약 판매한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온라인으로 함께 마시는 이벤트였다. 제주맥주는 앞으로도 언택트 시대에 맞는 브랜드 경험 마케팅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협업 확대 제주맥주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문 대표에게는 창업 당시와 마찬가지로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여전히 목표다. 아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으로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향후 제주맥주의 성장에도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지금은 제주맥주의 생산량이 발주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아시아지역에 공급할 맥주를 제주맥주가 생산할 예정이다. 제주맥주 역시 북미시장에 진출한다면 자사 맥주를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통해 생산할 수 있다.문 대표는 “4캔에 만원이 표준이 된 가정 맥주 시장에서 수입 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우리 목표”라며 “수입맥주가 갖지 못하는 신선함을 무기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0.07.18 16:36

6분 소요
[2019 자영업 창업 성공 키워드] 불황 돌파할 무기는 ‘조화와 융합’

산업 일반

수익성 넘어 실속과 명분 조화 이뤄야... 하이브리드 점포 강세 이어질 듯 지난해 자영업 창업시장은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의도와는 달리 영세 자영업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자영업의 업종과 상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 변화의 물결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자영업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의 부침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구축되는 혼돈의 시기라 적합한 업종과및 입지 선정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공급 과잉 시대에 창업자의 능력과 성실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즉, 입구 전략도 잘 수립하고 점포 운영도 효율적으로 잘 해야 창업 성공이라는 출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올해는 자영업자에게 무한한 능력을 요구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소비심리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에 주로 서민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면 올해는 중상류층의 소비심리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이들의 소비를 부추기면서 어느 정도 경제의 낙수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부동산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고, 금리 인상도 예상돼 그 영향이 자영업 시장에 고스란히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인상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과 부자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시각도 그들의 경제활동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그러나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저이기 때문이다. 또 영세자영업자의 실패는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켜 소득 양극화 해소에 사활을 건 문재인 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를 살리는 정책을 쏟아 부을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와 소상공인 제로페이 정책도 호재다. 이 같은 경제 환경 속에서 올해 자영업 창업시장은 어디로 갈까. 다산다사(多産多死) 추세를 이어가면서 한마디로 ‘조화와 융합’이 창업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오직 한 가지만으로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상품이든, 마케팅 전략이든, 영업 전략이든, 기업경영 이념이든, 서로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실속과 명분의 조화, 감성과 이성의 조화, 과거와 현재의 융합, 웰빙과 개성의 융합, 한식과 일식의 융합, 시간대별·계절별 업종 융합, 가성비와 가심비의 조화, 워라밸 트렌드에 따른 건강·오락 및 자기개발 업종과 지역상권의 발달, 기업이익과 윤리경영, 사회공헌, 환경보호의 조화 등이 창업시장 트렌드의 기저를 형성할 것이다.‘작지만 예쁜’ 가게 시대의 도래: 지금까지는 ‘작지만 강한 점포’가 대세였다. 이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점포다. 올해는 수익성을 넘어서서 실속과 명분이 조화로운 예쁜 점포가 부상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불황기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골목상권에서 작은 점포가 유행한다. 1인 창업, 가족 창업이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한 이유다. 올해는 이런 점포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점포 인테리어 디자인 경쟁이 시작되고,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 있는 메뉴를 선보이면서 인기몰이에 나설 것이다. 도심 상권 점포도 작지만 예쁜 점포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세워 해볼 만한 업종으로 부상할 수 있다. 써브웨이는 지난 11월 서울 강남에 아시아 최로로 ‘프레시 포워드’ 매장을 열었다. 신선한 채소와 재료의 색상에서 영감을 받은 밝은 톤의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줄이는 방법은 작은 점포 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비용을 줄였지만, 점포가 보잘것 없으면 고객이 외면하고 창업자의 자존감도 꺾인다. 마음만은 이미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존감을 높여 주는 콘셉트 있는 예쁜 가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작은 점포도 경쟁력 있는 메뉴를 내놓는다면 상권에 관계없이 충분히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실속과 명분이 모두 필요한 점포 증가가 예상되는 이유다. 한솥도시락은 브랜드 로고를 세계 최고 전문가에 의뢰해 새롭게 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웹사이트도 다시 만들었다. 어머니의 손맛 같은 따스하고 온정이 넘치는 도시락 이미지에 더해 미래를 선도하는 젊고 착한 도시락 이미지를 구현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1만3000원짜리 시그니처 도시락 메뉴를 선보이면서 점포 콘셉트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솥도시락이 지금까지는 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도시락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부터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높은 서민과 중산층이 모두 선호하는 도시락 이미지가 강하게 전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특히 편안히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이팅 라운지(eating lounge)’ 점포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쁜 가게를 원하는 중산층 창업자들의 창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삭토스트 역시 로고와 인테리어, 아웃테리어를 예쁘게 바꾸면서 성장하고 있다. 신메뉴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 예쁜 가게를 가지길 원하는 1인 여성창업 아이템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800호 점을 돌파하면서 올해에도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현재의 융합, 모던 레트로: 장기 불황은 소비자의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창업시장에서도 과거 한 때 유행했던 업종이 다시 살아나는 복고주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명 레트로 업종이다. 그런데 최근의 레트로 업종은 한 차원 진화했다. 일명 ‘모던 레트로’ 업종이다. 모던 레트로(Modern Retro)란 아름다운 과거로 회귀하되 동시에 현대적인 멋을 살린다는 것을 뜻하는 말로 명명한다. 1950~1980년대 유행했던 전통 메뉴를 현대화하거나 현대적이면서도 복고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 이미지를 가미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식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한류 바람도 한국의 전통을 현대풍으로 적절히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통 음식도 소비자의 욕구에 맞게 적절히 변화시키고 인테리어도 업그레이드해 나간다면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닭갈비는 춘천닭갈비가 원조다. 닭갈비와 야채를 듬뿍 넣어서 테이블에서 익혀 소주 안주로 먹은 후 공기밥을 볶아서 먹으면, 푸짐한 양에 젊은층이 열광했던 음식이다. 이런 닭갈비가 근자에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메뉴가 다양화되고 인테리어 분위기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불황 중 드물게 성장하는 업종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홍춘천치즈닭갈비’다. 신선한 원육과 100% 모짜렐라 천연치즈만을 쓰는 것은 물론 차별화된 소스, 맛과 비주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양한 메뉴로 닭갈비의 현대화에 성공했다. ‘홍춘천소스’는 청양고추·마늘·생강 등 15가지 천연재료를 홍춘천만의 비법으로 섞어 만드는데, 이 때 매운맛을 4단계(아주 매운맛,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로 나눠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메뉴는 홍춘천닭갈비와 김치치즈닭갈비뿐 아니라 해물을 튀겨서 닭갈비와 치즈를 곁들여 먹는 ‘오징어치즈닭갈비’ ‘문어치즈닭갈비’ ‘새우치즈닭갈비’ 등이 맛과 비주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는 삼겹살이다. 특히 냉동 삼겹살은 과거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냉동 삼겹살 역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면서 불황기 인기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제맥주 전문점 ‘생활맥주’는 과거와 현대를 적절히 조화시킨 인테리어 분위기로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빈티지 인테리어 콘셉트로 찰리 채플린 영화를 벽면에 상영하기도 한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컬리티 높은 안주 메뉴가 더해져 올해도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웰빙과 개성의 융합: 현대인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나만의 상품, 아날로그처럼 느리지만 체험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업종이 뜨고 있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소품종 대량 생산’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의 고객 맞춤 서비스가 이제는 창업시장에서도 스며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층의 웰빙 욕구와 자기애 트렌드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한 외식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제 샌드위치 카페 ‘샌드리아’는 점포에서 직접 빵을 굽고, 신선한 야채와 다양한 속재료로 즉석에서 만드는 수제 샌드위치를 콘셉트로 내세운다. 샌드리아는 웰빙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그만인 수제 샌드위치를 단계별 주문 방식으로 골라 먹는 재미를 더했다. 우선 첫 단계로 빵 5종 중 하나를 고르면, 두 번째 단계에서 15가지 속재료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마지막으로 커피 및 기타 음료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주문하면 된다. 고객이 단계별로 주문하면 빵과 속재료인 베이컨, 치즈, 에그, 참치, 햄, 불갈비 등을 함께 오븐기에 넣어서 1분30초에서 3분 간 돌린 후 신선한 야채와 각종 소스를 얹어서 내놓는다. 각자 입맛대로 총 75가지의 샌드위치와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자카야 전문점도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역 골목상권에서도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이자카야 전문점에는 밤늦게까지 많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치킨 호프 대신 소량의 다양한 안주를 즐기면서 깔끔하게 먹고자 하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음주 여성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일본 음식은 소량으로 깔끔하게 즐길 수 있어 젊은층의 새로운 음식 문화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식 이자카야와 이탈리아, 한국 음식을 접목한 다양한 퓨전 메뉴가 많아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업종 융합과 메뉴의 다양화: 한 가지 업종이나 소수의 메뉴만으로 점포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불황기에는 점포 가동률을 높이는 매출 다각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대별·계절별 경쟁력 있는 다양한 메뉴를 구비해야 점점 까다롭고 똑똑해지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업종 융합인 하이브리드 점포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이미 과당 경쟁을 하고 있는 업종은 메뉴 개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전문점은 샌드위치·케익·베이커리 등 디저트 메뉴에 경쟁력이 있는 점포가 선전할 것이다. 지난해에도 디저트 메뉴에 강한 투썸플레이스·커피베이 등의 점포가 많이 늘었다. 스타벅스 역시 디저트 메뉴가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여기에 올해에는 싱글오리진커피·콜드브루커피 등 스페셜티 커피도 본격적인 경쟁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900원 하는 점포도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인건비·임대료는 점점 오르는 데 이제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는 커피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치킨 역시 후라이드·양념치킨·구운치킨·간장치킨 등 경계선을 벗어나서 적어도 두 개 이상 킬러 메뉴를 구비해야 하는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업종 융합 및 메뉴의 다양화는 창업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판매관리비 증가로 실질적인 이익증대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업종의 전문성을 저해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가성비와 가심비의 조화: 불황에는 가성비 트렌드가 강력하다. 올해도 가성비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단순히 싼 맛에 찾는 것보다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가심비 높은 상품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전히 싸고 푸짐한 상품에 손이 가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으로 만족하는 상품도 선호하는 소비자의 이중심리가 적극적으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나만을 위한 소비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가네소고기국밥수육은 주 식재료인 소고기의 품질을 높인 정통 소고기국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소고기를 넣었다는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품질 검증을 거친 소고기를 듬뿍 넣어 정통 소고기국밥을 지향하고 있는 점이 그동안의 소고기국밥을 내세웠던 일반 음식점과의 차이점이다. 값비싼 소고기로 소고기 비율, 무 비율, 우거지 비율, 육수 비율 등 각각의 식재료 비율에 맞게 수작업으로 일정하게 맛을 유지한다. 공정도 4~5단계 과정을 거친다. ‘믿고 먹을 수 있는’ 가심비 높은 메뉴로 입소문나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오피스가 젊은층과 골목상권 중장년층 모두에게 인기다. 한솥도시락은 1만3000원짜리 ‘시그니처 도시락’ 메뉴를 출시해 가심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21~22cm 길이의 킹타이거 새우후라이와 국내산 안심까스 등 최고급 식재료를 담아 만들었다. 이들 킹타이거새우와 안심까스는 한솥이 직영점으로 운영해왔던 일본 가정식 식당인 ‘미타니야’에서 오랫동안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검증된 메뉴다. 가격도 비슷한 품질의 메뉴 대비 20% 이상 저렴한 편이다. 치킨 역시 최근 쌀로 튀긴 치킨, 무항생제닭 등 천연재료를 앞세운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데, 엄마들이 내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면서 치킨시장에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안심치킨·자담치킨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처럼 가심비 업종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설픈 가심비는 오히려 가성비보다 못할 수도 있다. 불황기에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업종과 상권에 따라 가성비를 선택할 것인지, 가심비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적절하게 융합할 것인지를 잘 분석해야 할 것이다.워라밸 시대의 건강·오락, 자기개발 업종 주목: 워라밸과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는 오피스가 상권의 중대형 외식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대신 지역상권을 중심으로 건강·오락 업종이나 자기개발 업종은 성장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일과 여가의 균형이다. 수시로 휴식을 취하고, 틈틈이 자기개발에 몰두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으로 스크린야구·스크린테니스장·사격·양궁·농구 등 스포츠오락장, 방탈출 카페, 가상현실(VR)방, 프리미엄 독서실, 모임 센터, 스터디 카페, O2O 모텔, 휘트니스 카페, 힐링 카페, 세탁멀티숍 등이 있다. 크린토피아는 지난해에만 세탁멀티숍을 500여 개 개설했다. 이들 업종은 창업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지만, 육체적 노동이 적게 들어 중산층이나 화이트칼라 출신들에게 인기 업종이다. 노인 주·야간 보호센터도 전망이 좋다. 마치 유치원처럼 아침에 버스로 실어가서 오후 늦게 자식들 퇴근 무렵에 집까지 모셔다 주는 서비스다.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그리고 전문 식품조리사들이 쾌적한 시설에서 하루 종일 보호해주니 부모를 요양 시설에 보내지 않아도 돼 자식들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아리아케어 라운지’는 직영점으로 경기 의왕시 포일점을 열고 올해 전국적으로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기업 이익과 윤리경영, 사회공헌, 환경보호의 조화: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다. ESG 경영이란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로 이는 유엔에서 2015년 공포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에 부응해 기업 차원에서 실천이 요구되는 경영이다. 이제 기업은 전통적 가치인 매출 증대에만 치중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는 기업에게 투명하고 상생하는 윤리경영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에 자신의 주관과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이제 지구환경 보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의 과제다. 기업들은 이런 ESG 경영을 강화하면서 ‘착한 기업’의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편의점은 근접 출점 자율 규약에 따라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하는 동반성장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다. 대신 점포 규모가 대형화되고, 도시락 등 신선식품 매출 증대 시도를 활발히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신규 창업자의 진입을 막고 기존 편의점의 권리금이 올라가는 폐단도 예상할 수 있다.

2019.01.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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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CEO | 생활소비재 2위 최성재 신세계푸드 대표] 가정간편식·외식사업 ‘쌍끌이’로 영토 확장

CEO

독립법인 20년 만에 1조 클럽 입성... 그룹 유통 채널과 시너지 내며 종합식품기업 도약 신세계푸드가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분리된 지 21년 만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액 1조690억원과 영업이익 2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대비 각각 17.9%와 144.9%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 많은 284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624.6% 올랐다.1조 클럽 등극의 일등공신은 식품유통 사업이다. 특히 대형 유통체인과 식품회사, 외식사업장 등에 납품하는 가공식품 제조·유통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13년 전체 매출의 52.4%를 차지하다 2014년 44.5%, 2015년 35.3%까지 줄었던 식품유통 부문 매출 비중이 지난해 다시 40%를 넘어섰다.신세계푸드는 1979년 설립돼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단체급식을 담당했던 ‘한국신판’이 모태다. 1995년 독립법인 설립 이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효율성을 강조한 경영 전략이 시너지를 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정간편식(HMR)과 외식사업 부문에 주력하며, 식품가공·식품유통·단체급식 등 식품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식품업계에서는 이마트 출신의 최성재(58) 부사장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로 전진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5년 12월 취임한 최 대표는 이마트에서 자체브랜드(PB) ‘피코크’를 출시해 간편식 부문의 효자상품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2011년 이마트 MD전략본부 가공식품담당 부사장보를 거쳐 2014년 영업총괄부문 식품본부장 부사장을 지낸 식품 전문가답게 신세계푸드의 식품유통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최 대표는 피코크를 통해 얻은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식 브랜드 ‘올반’을 출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올반의 가정간편식 60여 종은 출시된 지 석 달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제품 수를 200종으로 확대하고 6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 대표는 “신세계푸드가 보유하고 있는 데블스도어(수제맥주 전문점), 보노보노(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외식사업 브랜드와 연계한 가정간편식 제품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신세계푸드는 최근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5년 10월 만두제조 전문업체 ‘세린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스무디킹코리아(음료)’ 지분 100%를 사들였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생수제조 전문업체 ‘제이원’ 인수에 7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식품유통뿐만 아니라 ‘자니로켓(수제버거)’, ‘오슬로(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프랜차이즈 확장에도 주력할 예정이다.신세계푸드의 이 같은 행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미래 성장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 부회장은 2014년 발표한 ‘비전 2023’을 통해 신세계푸드를 5조원대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신세계푸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두고 앞으로 미래 성장 프로젝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부터 백화점·편의점·면세점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단기간에 식품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유통과 식품이 결합하면 막강한 파워를 지닌 그룹의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06.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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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 (11) 식품업계] 경영 일선에 나선 식품업계 2·3세들

산업 일반

어느 업계보다 시장에 민감한 곳이 식품산업이다. 맛과 가격, 영양 등 상품으로서 경쟁력뿐 아니라 위생과 안전의 역풍에 늘 노심초사해야 한다. 최근 경영 일선에 나선 오너 2·3세들은 사업 다각화와 시장 다변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M&A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한 이유다. 국내 시장에선 크게 늘어난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으로 경쟁하고 있다. 그야말로 쿡방(cook+방송) 전성시대다. 지상파3사를 비롯해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TV만 틀면 ‘음식’이라는 코드가 황금시간대를 완전히 점령했다. 단순히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나와 삶거나 볶거나 지지며 진짜로 요리를 한다. 특히 방송에 소개되는 레시피를 집에서 적용하는 열풍이 일면서 식품업계엔 호재가 되고 있다.1인 가구 증가는 간편 요리 시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엔 파우치 양념장(원터치 양념장)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원터치 양념장이 나오면서 ‘집밥’이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투상품(따라하기 상품)도 파이를 키운다. 올해 초 시작된 허니버터칩 열풍은 수많은 아류작에도 불구하고 원조와 미투상품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제과업계의 매출을 껑충 올려놓았다. 최근엔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에서 미투상품 경쟁이 치열하다.그러나 식품업계는 부침이 강한 곳이다. 식품 안전이나 위생 문제로 시장이 싸늘하게 냉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10월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 연구소가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 제품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국내 햄·소시지 매출이 20%까지 급락했다. 소비자들이 육가공품을 외면하자 CJ와 롯데, 대상, 목우촌, 사조, 진주햄 등 식품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육가공제품 매출은 한해 2조원 규모다. 상반기엔 ‘가짜 백수오 사태’로 천호식품, 국순당 등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고, 건강식품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졌다. 지난해엔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에서 생산한 일부 스낵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이 때문에 식품업계 오너들은 사업 다각화와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M&A를 통해 다품종을 출시하거나 이종 사업에 진출하고, K푸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핵심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일선에 나선 식품업계 2·3세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외식사업은 식품업체의 오랜 ‘사이드 잡’이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2009년 커피 사업 브랜드 ‘폴바셋’을 론칭하고 커피시장에 진출한 매일유업은 2013년 이를 독립법인으로 만들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폴바셋의 법인 엠즈씨드의 지난해 매출은 285억원으로 전년보다 141.8%나 성장했다. 올해 매장 수를 7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정완 회장은 지난 9월 ‘신 가치관 선포식’을 열고 매일유업을 유제품회사에 머물지 않고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김 회장이 공격 경영에 나선 것은 국내외 유가공 업계의 불황 탓이다.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탓이다. 달, 부첼라, 크리스탈 제이드 등 그동안 펼쳐온 외식사업의 성과가 변변치 못하자 커피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남양유업도 아이스크림 카페 백미당으로 틈새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입점한 매장의 경우 하루 1000~1200개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가업을 물려받은 장남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최근 3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장남 진석씨는 남양유업 경영기획 본부 상무로, 차남 범석씨는 생산전략부문장으로 실무를 익히고 있다.삼양식품도 라면 외식브랜드 ‘라멘에스(LAMEN;S)’의 가맹사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해왔지만 외식 프랜차이즈는 처음이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직영하고 있는 호면당, 간접 투자한 크라제버거의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부진으로 좀처럼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2세 경영자 전인장 회장이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부활’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사업·M&A 나선 중견기업 2·3세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육가공업체 진주햄도 외식사업 진출을 위해 내년 1월 테스트 매장 성격의 안테나숍을 열 계획이다. 지난 2월 인수한 수제맥주 제조업체 카브루의 수제맥주와 진주햄의 프리미엄 육가공제품을 한데 즐길 수 있는 다이닝 펍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재복 회장이 2010년 10월 작고하면서 회사를 물려받은 형제 박정진 사장과 박경진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외식사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함께 올드한 기업 이미지를 벗겠다는 목표다.‘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의식은 이종산업과 결합으로 이어진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한진피앤씨 등 포장재 기업, 온라인 축산물 유통전문기업 금천 등 6개 회사를 사들였다. 인수 금액만 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포장재 관련 회사가 5곳으로, M&A를 통해 글로벌 종합 포장재회사로 본격 나선 셈이다. 주력으로 삼아온 수산식품 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다. 잇단 M&A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있다. 2013년 부회장에 오른 그는 확실하게 2세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동원그룹에서 금융부문이 떨어져 나오며 그룹과 이미 결별한 상황이다.한국야쿠루트 창업주 윤덕병 회장의 외아들인 윤호중 전무도 그룹의 외연 확대를 이끌고 있다. 윤 전무는 2000년대 후반 한국야쿠르트가 추진했던 교육, 건강기능 식품, 의료기기 등 사업 다각화에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2009년 능률교육 인수에 이어 한솔교육의 주니어랩스쿨, 베네세코리아를 차례로 인수하며 교육사업 시너지 효과를 꾀했다. 교육사업은 경영사정이 호전됐지만 커피전문점 ‘코코브루니, 의료기기 ‘큐렉소’ 사업은 수년째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엔 모바일게임 및 콘텐츠 개발업체인 투빗에 4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미원’ ‘청정원’ ‘종가집’ ‘순창’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은 올해 백광산업으로부터 라이신(사료용 필수아미노산)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17년 만에 라이신 사업 부활을 선언했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두 딸을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했다. 장녀 임세령 상무는 대상 사업전략담당중역을, 차녀 임상민 상무는 대상 기획관리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동생 임상민 상무(36.71%)가 임세령 상무(20.41%)보다 많다. 임세령 상무도 지난해 초록마을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오는 12월 금융전문가와 결혼하는 임상민 상무는 미국 뉴욕 지사에서 근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지난 3분기 음식료업종은 지속적인 약세를 뚫고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쿡방 열풍과 더불어 K푸드의 해외시장 진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매출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성이 높은 할랄식품, 최근 쌀 김치 삼계탕 수입이 허용된 중국시장 등이 향후 식품산업의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다. ━ K푸드 수출로 내수 부진 뚫는다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는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식품계열사인 CJ푸드빌은 최근 ‘2020년 매출 8조원, 해외 매출 비중 44% 이상의 글로벌 외식 탑 10’이라는 비전을 정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CJ그룹은 4세인 장남 선호씨와 장녀 경후씨가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2013년 CJ제일제당의 한 영업지점에 사원으로 입사한 선호씨는 지난해 말 출범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요주주(지분 11.3%)로 올랐다. 장녀인 경후씨는 CJ에듀케이션즈에서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로 자리를 옮겨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두 남매가 20대 인만큼 본격적인 경영 참여는 아직 이르지만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선포한 SPC그룹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미국·베트남·싱가포르·프랑스에서 파리바게뜨 1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20여 개국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SPC의 모태인 삼립식품은 지난 3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와 차남인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를 비상근 등기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이번 등기이사 선임으로 두 형제는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116쪽 기사 참조>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 시장 개척으로 삼은 오뚜기도 함영준 회장이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함 회장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함 회장은 부친인 창업자 함태호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00년 오뚜기 사장에 올랐고 2010년부터는 회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라면시장에서 삼양을 제쳤고, 가정 간편식 시장에서도 주력제품의 실적이 크게 성장했다.식품산업은 업력이 긴 까닭에 오너가 2·3세 경영인이 혼재되어 있다. 역사가 긴 기업에선 이미 3세 경영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인스턴트커피와 시리얼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은 3세인 김종희 동서 사장의 지분을 늘리면서 3세 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동서의 지분은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동서 회장이 20.61%,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08%, 김상헌 회장의 아들인 김종희 동서 사장이 10.28%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경영지원 상무로 일하다 퇴사한 지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복귀하면서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크라운해태제과 역시 3세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창업자 고(故) 윤태현 회장의 손자이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상무를 지난 2010년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했다. 스낵 허니버터칩의 단맛 감자칩 아이디어부터 브랜드 네이밍까지 개발을 주도한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는 윤 회장의 사위다. 그는 만년 꼴찌 해태제과를 일약 최강자로 변모시켰다.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도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정성수 회장의 장남 정연호씨가 지난해 4월 오쎄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 오쎄는 화장품제조, 온라인쇼핑몰, 광고대행을 하는 업체로, 최근 매출이 부진하다. 그의 위기극복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3남2녀를 둔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형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달리 일찌감치 후계 구도 틀을 마련했다. 현재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36.88% 보유해 최대주주다.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은 19.69%로 절반 수준이다.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지분이 없다. 계열사는 농심을 신동원 부회장이, 율촌화학은 신동윤 부회장,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 R&D 투자로 독창적인 상품 개발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사조대림 등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2006년 사조 인터내셔날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해 사조해표 기획실장, 사조해표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그가 상장계열사 등기이사 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경영 승계 밑작업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재계에서는 한국 식품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니와 왕교자, 짜장, 과일믹스에 이어 최근 짬뽕까지 식품업계의 인기 제품 베끼기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함께 발표한 ‘식품산업 연구개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식품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69%(2012년)로, 전체 제조업(3.09%)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식품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최근 3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미투, 짝퉁 제품이 쏟아지는 것은 기업들이 위험 부담이 큰 신제품 개발보다는 성공 사례를 보고 따라 하는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나 IT 등에 비해 식품산업은 제품 개발에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제품을 대부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다수 업체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새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고 해외 수출 등에 힘써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안정적으로 쉽게 돈 벌려는 버릇에 젖어 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경영학)의 말이 식품업계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노익장 발휘하는 식품업계 창업자들 대부분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고령임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뛰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식품업계 창업자 중 최고령은 1917년도에 태어난 정재원 정식품 명예 회장이다. 우리 나이로 99세. 이를 기념해 올 1월 ‘백수연’을 치렀다. 그는 현재 ‘콩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 경북 영주 ‘콩세계과학관’에 2억원을 후원하고, 올 4월에는 직접 개관식에 참석했다. 반신욕과 산책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1922년생인 박승복(93) 샘표식품 명예회장은 대외활동이 활발하다. 2004년 9월부터 ‘바른 사회, 바른 기업을 위한 경영인 포럼’을 이끌고 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으로 재임 중이고, 국무총리실 출신 친목모임인 ‘국총회’ 회장을 1993년 출범 당시부터 맡고 있다. 요즘에도 서울 충무로 사옥에 종종 들러 회의를 주재하고 제품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낸다.1927년생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올해로 미수(88세)를 맞았다. 윤 회장은 매일 오전 10시 서울 잠원동 본사로 출근한 뒤 오후 4시 퇴근한다. 소식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 덕분에 그 흔한 성인병 하나 없다고 한다. 매월 한두 차례 본사 강당이나 계단 등을 순회하며 안전 여부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남다른 열정도 과시하고 있다.1930년생인 함태호(85) 오뚜기 명예회장도 서울 대치동 본사뿐 아니라 안양, 음성 등 생산공장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갑내기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 역시 매일 회사로 출근한다. 구 회장은 일찌감치 막내딸을 후계자로 선택했지만 회사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자 최근 본부장직에서 경질시켰다.1932년생 신춘호(83) 농심 회장은 요즘도 주 3회 이상 서울 신대방동 본사로 나온다. 신 회장은 주요 임원 인사나 신사업, 신제품 개발, 해외사업 등 주요 현안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2015.11.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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