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96

K-스타트업의 ‘학연 카르텔’ 해결 위한 고민 필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교 출신 창업 선배들과 만날 기회가 더 많기를 바랍니다.”얼마 전 열린 창업 관련 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한 대학생 창업자의 입에서 나온 희망 사항이다. 대학이 학생 창업자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재무적 지원이 전부는 아닙니다. 모교 출신 창업 선배들의 관심과 조언이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교에 동문 창업자 연락처를 관리하고 후배인 학생 창업자들에게 공유하기를 희망했다. 대학생 창업자가 모교 출신 창업 선배를 찾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맥은 창업자에게 중요한 자원이다. 스타트업은 인력을 채용할 때, 공개 채용보다 주변에서 추천을 받은 인재를 선호한다. 투자를 집행하는 벤처 캐피털들 역시 연줄을 이용해 피투자 기업 구성원들의 인적 사항을 검증한다. 이처럼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카르텔’ vs 북미의 ‘마피아’…차이점은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목적을 추구하는 집단이 형성되고 있다. 구성원 간 관계가 유난히 끈끈한 일부 집단은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외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외부에서는 그들을 ‘카르텔’로 지칭하기도 한다. 카르텔의 본래 의미는 ‘공동 목표를 위해 구성한 연합체’지만, 국내에서는 통상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휘두르는 집단을 뜻한다. 언론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인 ‘법조 카르텔’ ‘정치 카르텔’ 등을 떠올려 보면, 카르텔이라는 단어는 긍정보다는 부정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언젠가부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술 창업을 하려면 ‘A대학’ 출신이어야 한다, 소셜 창업을 하려면 ‘B대학’ 출신이 유리하다는 등 뒷이야기가 주변에서 흔하게 들린다. ‘C대학’은 창업자가 대학원이 아닌 학부 졸업생이어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골로 대접받는다는 다소 과장된 억측도 있다. 업계는 해당 소문들을 지나가는 풍문으로 치부하면서 동시에 적극 부정하지도 않는다.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은 있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국내 집단의 구심점은 대학인 반면 해외는 출신 기업을 중심으로 집단이 형성되어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미국 실리콘 밸리에는 전자 결제 스타트업 페이팔(Paypal)을 만든 창업자들이 업계 곳곳으로 나아가 활동하는 ‘페이팔 마피아’가 있다. 이들은 페이팔을 떠나 연쇄 창업자로 혹은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행동 반경을 넓혀 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분석 서비스 스타트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를 퇴직한 직원들이 스타트업들을 잇따라 창업하면서 그들을 지칭하는 ‘팔란티어 마피아’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챗GPT를 만든 스타트업 오픈AI 출신 창업자들을 일컫는 ‘오픈AI 마피아’ 역시 인공지능 산업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마피아 구성원들은 같은 스타트업 출신이다. 그들은 기업을 세우고 성장하는 동안 동고동락한 사이이다. 가까이서 일한 동료이기에 서로의 능력을 존중한다. 서로를 돕고 지지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처럼 북미 스타트업 생태계의 마피아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카르텔은 다른 가치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그들이 미래 세대를 품는 방식에도 차이점이 있다. 북미의 마피아는 기업 동문 출신 후배들에게 기회를 적극 공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반해 국내의 카르텔은 대학 동문들에게 비교적 그 기회가 전유되는 경향이 있다. 학생 스타트업 수 감소, 서·연·고·카이스트 출신 창업가 수는 증가얼마 전 공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 대학별 창업지원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에서 설립된 학생 스타트업 수는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의 창업자 수는 전년 대비 31.4% 증가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수 대학에서만 창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창업자가 증가한 대학들을 놓고 원인과 해석은 분분하지만, 대다수 관계자들은 동문의 힘이라고 말한다. 창업 선배들이 출신 모교에 꾸준히 지원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창업자가 증가한 대학들은 창업자 졸업생이 많은 학교로 꼽힌다.이는 학연을 둘러싼 국내 스타트업계의 장단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점은 창업 인기가 높은 소수 대학에 자원과 지원이 편중되는 경향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점은 대학이 선후배 창업가 사이 연결 고리를 만들고 인맥을 강화한다면, 언제든지 캠퍼스에 창업 인기를 높일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뿌리박힌 학연은 누구도 긍정하지 않지만 부정하지도 않는 존재이다. 일각에서는 그들을 카르텔로 지칭하며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 다른 쪽에서는 학연을 카르텔이 아닌 학력 자본, 즉 자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을 가진 이들은 활동 방향과 방식을 조금 바꾼다면 대학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창업 선후배 간의 잦은 교류는 궁극적으로 모교의 창업 인기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범죄 조직을 일컫는 마피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리콘 밸리의 마피아들은 재창업의 씨앗을 뿌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면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학연 카르텔도 창업자들을 창업 선후배들 모두의 성장을 돕는 학력 자본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포럼에 참석한 창업자의 발언처럼 창업 선배는 모교라는 동질감과 함께 후배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025.09.21 08:00

4분 소요
3대 금융서비스, 혁신에서 제도로…‘기대와 우려’ 교차

증권 일반

핀테크 기반 자본시장 서비스들이 마침내 제도권 문턱을 넘어섰다. 그간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시범 운영돼 온 ▲비상장주식 유통플랫폼 ▲조각투자(신탁수익증권) 유통플랫폼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 등이 자본시장법령에 정식 반영되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비상장주식 유통플랫폼은 기존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중심이었던 장외시장을 민간 플랫폼으로 확대한 것으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장외거래중개업’이라는 별도 투자중개업 인가단위를 신설한다. 매매체결·전산 전문인력 확보, 자기자본 요건 충족 등 인가 기준과 ▲다자간 상대매매 방식의 거래 ▲유통·발행 분리 원칙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등이 법제화된다. 특히 내부 이해관계자에 의한 거래는 제한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와 매출 공시 특례도 마련된다.“혁신에서 제도로”…3대 서비스, 법령 내 첫 진입현재 비상장주식 유통플랫폼은 2020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증권플러스비상장’과 ‘서울거래비상장’ 2개사만 운영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투자중개업 인가단위(장외거래중개업)를 신설하면서 증권플러스비상장 운영사인 두나무는 지난 5월 15일 증권플러스비상장 주식회사(가칭)를 분할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두나무의 증권플러스비상장 사업부문을 법인으로 분할하는 것이다. 주요사업으론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비스 운영 등을 등재했다.두나무 증권플러스비상장 관계자는 “제도화를 통해 투자자 보호 및 거래 안정성을 제고하고, 다자간 상대매매를 통한 거래 활성화를 기대한다”며 “증권플러스비상장은 제도화 방향에 맞춰 장외주식시장 양성화라는 서비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각투자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유통플랫폼 인가단위도 신설한다. 유통플랫폼이 없으면 조각투자 증권이 발행돼도 투자자 환금성이 제약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조각투자의 투자 매력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술품·한우 조각투자 상품인 투자계약증권은 유통플랫폼에서 거래될 수 없다. 2차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통플랫폼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은 부동산, 음악 저작권 신탁수익증권에 국한된다. 공시 의무는 신탁재산에 대한 정보에 집중되며, 발행·유통 분리 원칙도 비상장주식 플랫폼과 동일하게 적용된다.지난 2019년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조각투자 분야 ‘1호 플랫폼’으로 꼽히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KASA)코리아’ 역시 법제화의 절차를 밟고 있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지금 투자중개업 인가를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번에 금융당국이 신탁수익증권 유통플랫폼을 제도화하면서 그동안 한시적인 서비스로 진행을 했다면 이제는 완전한 라이선스 업권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영속성이 확보되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각투자 상품이 주식처럼 앱을 통해 활발히 거래할 수 있는 유통시장이 언제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각투자 발행 및 유통 분리 원칙이 마련되면서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조각투자 상품 발행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게 되면 다자간 상대매매를 닫아야 한다. 이미 카사는 2+2년 샌드박스 기간이 만료된 지난해 10월 이후 발행한 수익증권에 대해서는 다자간 상대매매를 막는 등 차츰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고 있다. 대신 수익증권이 발행된 이후에는 매매 의향이 있는 투자자들 간 ‘1대1 협의 매매’를 통해서만 거래가 허용된다.조각투자 제도화 ‘환영’…유통 활성화는 ‘의문'업계에서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 유통플랫폼 라이선스가 신설되면 거래소·대체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사 및 증권플러스비상장·서울거래비상장 등 비상장기업 장외거래 플랫폼 업체들이 유통시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유통플랫폼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없는 분위기다. 아직 조각투자 시장이 성숙한 단계가 아니고, 상품 역시 다양하지 않아서다. 같은 이유에서 한국거래소는 법적으로 신탁수익증권 유통이 가능해 따로 라이선스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조각투자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핀테크 기반 스타트업계에서는 사업 타당성‧수익성 측면에서 우려가 나오는 한편, 규모를 갖춘 증권업계에서도 구체적인 사업 모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다자간 상대매매를 하는 거래소 인가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요건을 비롯해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전산 보안 등 정보통신기술(IT)‧유지 비용도 꽤 든다”며 “당장 그만큼 수익이 남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큰 미래를 보고 하려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타당성이 좋더라도 수익성이 좋지 않으면 누군가가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사업에 들어와서 한다고 해도 지속 가능할지 등 여러 가지 부분이 좀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희 같은 경우 조각투자 신사업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유통 사업 등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다만 금융위에서 제시한 모델 자체가 실제로 저희가 생각했던 그 모델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행령 등을 면밀하게 봐야 될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조각투자보단 향후 법제화될 토큰증권(ST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각투자 제도화는 향후 STO 제도 정비의 전초 단계로도 평가된다”며 “실물 기반 소수지분 거래에 대한 법적 프레임을 마련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 STO 활성화의 사전 정지작업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 제도화에 대해서는 투자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가 되면 투자 접근이 용이해진다”며 “저변 확대가 많이 되고 시장 확대의 구성원들이 탄탄해진다는 측면에서 이번 제도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2025.06.03 07:00

4분 소요
기업의 성공에 필수적인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새로 나온 책]

벌써 4년이 흘렀다. ‘크래프톤 웨이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은 게임 분야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 책은 성공이라는 길에 숨겨진 노력과 사람들의 갈등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기업의 속살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특히 독자의 눈길을 끈 것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구성원들 사이의 적나라한 갈등이다. 어떤 기업에 관련된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날것의 이야기였다. 이는 기자 출신의 이기문이 크래프톤의 내부 인사들의 인터뷰와 내부 인사들의 메일 등 촘촘한 자료를 근거로 해서 작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래프톤 웨이’를 기억하는 이들의 눈길을 다시 한번 끄는 책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책을 끌고 간 이는 다시 이기문이다. 첫 책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첫 번째 책이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내놓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과정을 그렸다면, 두 번째 책은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고군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첫 책이 끝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크래프톤의 5년의 성장과 분투기를 담았다. 기자 출신의 저자는 다시 한번 크래프톤의 회의록과, 경영평가, 이메일 등 내부 자료 500기가바이트의 파일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이 책을 엮었다. 2017년 591명의 임직원이 2021년에는 2110명으로 늘었다. 인원이 급격하게 늘면서 잡음과 갈등은 또 다시 커졌다. 조직 개편부터 점심값과 출퇴근 시간 등 다양한 이슈가 터졌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실행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회사의 급격한 성장에는 필수적으로 성장통이 이어진다. 크래프톤 웨이가 보여줬던 창업 초기의 갈등과 성장 이후에 벌어지는 갈등은 다르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는 언제든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이를 해결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 내부의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크래프톤과 장병규 의장의 자신감은 여전히 부럽기만 하다.◆이주의 신간 단 한 번의 삶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산문집이다. 초기 구독자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했던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2024년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 묶은 책이다. 진솔한 가족사와 직접 경험한 인생의 순간을 바라보는 그만의 사유는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저자의 이야기는 하나로 집중된다. 내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다. 저자가 담담히 풀어낸 솔직한 경험과 고민은 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시작은 모르는데 어느새 내가 거기 들어가 있었고, 어느새 살아가고 있고,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작가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자. 인생을 바라보는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듀얼 브레인아마존이 ‘2024년 과학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책이다. 저자인 이선 몰릭은 영국의 ‘타임스’가 선정한 ‘인공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현재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인공지능(AI)와 시뮬레이션이 교육 현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오랫동안 연구했다. 이 책은 AI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관점의 책이기도 하다. 챗GPT 등의 특징과 한계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AI를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AI가 바꿔놓을 시대를 예측하고 그 가능성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한다. 한국이란 무엇인가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계엄이라는 낯선 환경과 상황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저자인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사유한다. 거침없는 상상력과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 교수는 오랫동안 품은 이 질문을 가지고 한국 사회를 새롭게 해체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눴지만 시간 순서로 기술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12.3 계엄을 접하고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기반의 취약성과 우리의 일상이 어떤 질서 위에 있는지 고발한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의 재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25.04.11 11:00

3분 소요
빨랫감에 짓눌린 세탁특공대를 위한 변론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지난 4월 공중파 뉴스에 국내 스타트업 ‘워시스왓’이 소개되었다. 워시스왓은 비대면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회사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앱으로 소비자들의 세탁물을 수거한 뒤 집 앞까지 돌려주는 서비스를 시도해 창업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비대면 세탁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는 급성장해 2023년 기준 관련 분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뉴스의 요지는 세탁특공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 제기였다. 일부 소비자들이 배송 지연과 옷감 손상을 경험하고 언론사에 제보한 것이다. 특별한 것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해당 뉴스는 부적절한 정보 전달과 방식으로 스타트업계 내부에서 이슈가 되었다. 기업 고발 보도에서는 드물게 기업명이 그대로 노출돼 버렸다. 스타트업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사과했다는 점도 의외였다. 더욱이 해당 스타트업이 자본 잠식에 처해 있다는 소식으로 뉴스가 마무리되는 형식도 논란거리였다. 보도가 나간 지 두어 달이 지났다. 세탁특공대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업계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세탁특공대는 피해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후속 조치를 제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더불어 자본 잠식 상황은 맞지만, 이는 운영 효율화를 위한 재투자에 기인한 것일 뿐, 당장 회사 운영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세탁특공대는 창업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회사는 분기별 운영 적자와 흑자를 모두 기록하며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총 누적 투자액 규모가 277억 원에 달한 만큼 시장의 기대를 잇달아 받으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거래 관련 지표들은 지속해서 성장했고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범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에 스타트업 일각에서는 일부 언론 매체가 세탁특공대를 마치 고질적인 고객 응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일이라도 당장 폐업할 것처럼 기술한 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세탁특공대 보도에 더하고 싶은 내용언론은 시장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탁특공대는 겨울철이 지나자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세탁물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고객 응대가 부실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시장과 고객은 이를 단순한 경영 실수 이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산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세탁특공대의 입장을 약간은 옹호하고 싶다. 세탁특공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아우르는 스타트업이다. 일종의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사업) 플랫폼 사업자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이 창업 첫해부터 매출과 이익을 내는 사례는 거의 없다.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대표적인 O2O 스타트업들이 좋은 예시이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 우버(Uber)는 작년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2009년에 설립되었으니 창업 1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셈이다. 글로벌 숙소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창업한 이래로 오늘날까지 연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성장성과 잠재성을 인정받아 각각 뉴욕증시와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설립 이후 2016년 첫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독일 스타트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무려 4조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되었다.앞서 언급한 국내외 스타트업들은 창업 후 몇 년 동안 매년 적자에 허덕이다 흑자로 전환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연간 운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실패한 기업일까. 오히려 시장은 이들을 모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한다. 대부분 O2O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 영업 적자를 경험한다. 이는 업종 특성상 모객 활동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 시기에 발생한 매출액과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전부 사업에 재투자한다. 세탁특공대도 비슷한 이유로 현재 경영난에 빠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세탁 공장 증설과 물류망 확보에 계속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관련 시장 1위 업체이기는 하지만 작은 조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이기에 계절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세탁물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러하듯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금리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후속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언론의 렌즈는 서비스 문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었고, 세탁특공대가 속한 업의 특성을 함께 전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스타트업 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정보가 부족했던 보도 내용에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 아닐까. 세탁특공대 생존을 응원하는 이유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33.8%이다. 북미 스타트업 현장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5년 생존율을 10% 이하로 내다보고 있다. 짐작건대 스타트업 10년 생존율은 그보다 한참 낮을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함은 스타트업의 높은 생존율과 성공 사례의 누적으로 증명된다. 이는 수많은 스타트업 생태계 연구에서도 거듭 언급된 내용이다. 세탁특공대는 올해 창업 10년 차를 앞두고 있다. 창업자의 능력과 노력, 투자자를 포함한 관계자들의 지원, 시장 환경 등 수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스타트업은 생존할 수 있다. 개별 생존 사례들은 산업계에 성공 문화를 확산시킨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세탁특공대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거시적 관점에서 세탁특공대의 생존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일보이기도 하다. 여전히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세탁특공대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24.07.14 08:00

4분 소요
세무사회 “택스테크, 탈세 조장한다”…반복되는 ‘플랫폼 vs 이익단체’ 갈등

은행

국내 세무 플랫폼과 한국세무사회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세무사회는 삼쩜삼 등 세무 플랫폼들이 불성실 신고와 탈세를 조장한다며 연일 고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삼쩜삼은 세무사 단체가 의도적으로 자사의 상장을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두 집단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플랫폼의 혁신 성장이 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세무사회는 지난 6월 18일 삼쩜삼·세이브잇(토스) 등 세무 플랫폼을 국세청에 고발했다. 세무사회가 이번 고발에 나선 건 세무 플랫폼을 이용하는 납세자가 종합소득세를 잘못 신고하면서 가산세를 물게 되는 등의 피해가 납세자에게 모두 전가된다는 이유다. 세무사회는 ‘세무 플랫폼의 탈세신고 증거자료’를 발표하면서 부당 환급 사례를 함께 공개했다.근로소득자인 A씨의 경우 부양가족 4명 중 부모님이 장애인공제대상이라 연말정산 시 2명분 장애인공제를 받았다. 세이브잇은 장애인공제를 4명 가족 모두가 받는 것으로 설정해 총 800만원을 공제받도록 신고서를 작성해 환급세액을 만들었다. 이에 관할세무서는 부당공제신청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로 장애인공제를 받은 가족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높은 불성실환급신고 가산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세무사회는 앞서 5월 29일에도 삼쩜삼·세이브잇 등 세무 플랫폼을 국세청에 고발했다. 세무 플랫폼이 캐디·대리운전기사·간병인·스포츠강사 등 용역제공사업자의 실제 수입금액을 누락해 환급신고를 하고 세무대리수수료를 챙겨 탈세 행위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이에 세이브잇은 종소세신고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캐디 등에게 수입누락 사실을 시인하고 수수료 결제를 취소했다. 하지만 다시금 정상적인 신고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대부분 납세자가 불성실 신고가 확정돼 버렸다. 이와 관련해 삼쩜삼 관계자는 “캐디 등 관련 사항은 세무사회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국세청에 소명한 상태이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세무사회는 세무 플랫폼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제보가 계속되자 홈페이지에 ‘세무 플랫폼 피해 국민제보 게시판’까지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납세자의 피해구제에 힘쓰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 정부기관, 사법당국 등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구재이 세무사회 회장은 “국세청과 사법당국은 세무 플랫폼이 탈세 조장과 불성실 신고를 유도하고 불법 세무대리를 한 것에 대해 즉각 전수조사하라”며 “추가적인 국민 피해를 막고 국가재정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대책 마련과 그에 상응하는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삼쩜삼 “세무사회, 고발 넘어 ‘상장 방해’까지”같은 날(6월 18일) 삼쩜삼(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도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회사는 “자사의 코스닥 상장 심사 과정에서 세무사회의 상장 방해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실제 삼쩜삼은 올해 초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삼쩜삼이 세무사회와 계속해서 갈등을 겪고 있는 데다, 사업 모델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서울지방세무사회와 거래소 심사 관계자인 김모 교수가 삼쩜삼 서비스 관련 부정적 의견서를 작성해 상장위원회 위원들과 접촉하고, 일부 국세청 직원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수렴해 왜곡된 정보를 한국거래소에 전달하는 등 심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의심이 든다는 게 삼쩜삼 측의 주장이다. 삼쩜삼은 상장 심사 방해 의혹을 규명하고자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관계 기관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이와 관련 서울세무사회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일부 임원의 일탈로 작성되고 발표된 것일 뿐 서울회의 공식 회무나 견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끝나지 않는 ‘플랫폼 vs 이익단체’ 갈등문제는 이 같은 충돌이 세무사회와 삼쩜삼·세이브잇 등 일부 플랫폼만의 갈등이 아닌 국내 스타트업 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로톡 사태’부터 택시·의료·부동산중개까지 과거 발생했던 기존 이익집단과 플랫폼 간의 충돌이 세무회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쩜삼 측도 입장문에서 “(상장 방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 모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벤처 및 스타트업계 내에서 당사와 같은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업계는 전반적으로 기득권이라 불리는 이익단체들에게 계속해서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라며 “세무사회도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구호보다는 세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 편익을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6.24 08:00

3분 소요
손흥민이 벤처투자자가 된다면 어떨까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해외 벤처 투자자와 미팅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글로벌 스포츠 스타의 이름을 듣는다. 놀랍게도 함께 투자자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스포츠 스타들을 좋은 투자자라 여기고 있다. 스포츠 스타와 창업자는 공통점이 많다. 그들은 세상의 편견에 도전하고 자신이 세운 고지를 향해 열의를 다해 달려간다. 비전을 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들에게는 없는 길이라도 만들어 내려는 개척자 정신이 있다. 승리를 향한 열정과 승부욕(winning mentality)이 가득하다. 팀 스포츠의 선수라면 기업을 이끄는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한다. 입지전적인 성취를 만들고 사회적 아이콘이 되면 산업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런 수많은 공통점 때문인지 해외에서는 유명 스포츠 스타가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어 벤처 투자자로 전향한 사례가 많다.로저 페더러 운동화 스타트업 투자해 대박미국 프로 농구 NBA 스타 샤킬 오닐(Shaquille O'Neal)은 은퇴 후 벤처 투자가로 방향을 돌린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이다. 그는 초창기 구글에 투자하면서 큰돈을 번 이후에도 여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작년 가을에 열린 북미 스타트업 행사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에 등장해 자신이 투자한 교육 스타트업을 소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임팩트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스테픈 커리(Stephen Curry) 등 쟁쟁한 현역 NBA 스타들도 벤처 투자에 합류하고 있다. 북미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포츠 스타 출신 투자자들을 만나는 일은 더는 낯설지 않다. 테니스의 전설적인 선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는 운동화 스타트업 온홀딩(On Holding)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렸다. 그는 투자 기업의 개발 및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운동화까지 출시하는 등 기업 운영에도 적극 관여했다. 2021년 9월 회사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로저 페더러는 선수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기업 상장에 로저 페더러의 명성과 투자 경력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평가한다. 스포츠 스타가 벤처 캐피털을 주도해서 만든 사례도 있다. 일본의 축구 스타 혼다 케이스케(Honda Keisuke)는 올해 초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투자 영역을 가리지 않는 에인절 투자자가 되겠다는 게시물을 올해 초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본인이 잘 아는 스포츠 영역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한 스포츠 스타 출신 투자자들과 비교해 보면 그의 행보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는 올해 초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 참석하는 등 한국 스타트업과 생태계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에인절 투자자로 활약한다면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활발한 벤처 투자 행보와 달리,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벤처 투자 활동은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박찬호와 박세리 등 일부 스포츠 스타들이 국내 창업 기획자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청되어 기조연설을 했다는 소식은 이따금 들려온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투자 활동에 얼마나 활발하게 관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함께 한다면 여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스포츠 스타라는 사회적 아이콘이 벤처 투자를 한다면 대중적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그에게 투자한 벤처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실리콘 밸리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포츠 스타들이 새로운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계의 아이콘이었던 그들은 벤처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스타트업계에서도 떠오르는 별이 되었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벤처 투자자로 활동한다면 국내 창업 생태계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국내 스포츠 스타의 벤처 활동은 특히 에인절 투자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에인절은 초기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를 지칭한다. 현재 국내 에인절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에인절 투자 시장은 필요하지만 규모도 작고 역동성도 부족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약점으로 줄곧 지적되었다. 최근 몇 년간 몇몇 유명 배우들이 에인절 투자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대중의 관심을 반짝 얻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장세는 미약하다. 젊고 부유한 스포츠 스타들이 전문 에인절 투자자로 활약한다면 초기 투자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여러 창업 선진국에서는 스포츠 영웅들이 은퇴 후 그들의 관심 분야에서 에인절 투자자로 왕성한 행보를 보이면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특이하게도 국내 스포츠 스타들은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부재한 불모지 영역에서 많이 등장했다. 골프, 수영, 배구, 피겨스케이팅 등 비인기 종목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영웅이 탄생했다. 야구와 축구 같은 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지원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스포츠 본고장에 진출해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 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스포츠 영웅이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들이 걸어온 길과 성취 과정을 살펴보면, 그들은 매우 훌륭한 스타트업 투자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상적인 창업가의 모습과 최정상 스포츠 영웅의 모습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것이 스포츠 스타가 창업가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잠재력을 잘 파악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손흥민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은퇴 후 지도자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를 내놓고 운영하고 있는 그가 벤처 투자가가 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을 해보는 것은 무리일까.

2024.04.28 10:00

4분 소요
카카오벤처스, 김기준 신임 대표 선임

증권 일반

카카오벤처스는 김기준 부사장을 신임 대표(CEO)로 내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카카오벤처스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의 초고속 변화로 스타트업 형태나 운영방식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에서도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벤처캐피탈(VC)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 신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구 케이큐브벤처스)가 설립된 지난 2012년 합류해 테크 기업 발굴 및 후속지원을 이끌어 왔다. 스타트업계 테크 영역 투자 1세대로 루닛·한국신용데이터·리벨리온·셀렉트스타 등 50곳에 투자했다. 이 중 루닛은 지난해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한국신용데이터는 유니콘 기업이 됐다. 스타트업 투자가 생소했던 반도체 팹리스 부문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리벨리온은 설립 3년 만에 기업가치가 8000억 원에 이른다.김 신임 대표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정보대학원 디지털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 아이디어웍스를 창업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와 CJ홀딩스 기획실을 거쳤다. 이후 카카오벤처스에 입사해 수석팀장과 상무를 지내고 부사장에 올랐다. 개발과 사업 전략 및 기획 업무로 경력을 쌓은데다 다양한 테크 영역에 투자를 지속해 왔다. 김 신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만의 코파일럿(co-pilot) 정신과 끊임없는 실험 정신을 유지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초기 단계 창업가들의 든든한 파트너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카카오벤처스는 극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VC로 당근, 라포랩스, 스마트레이더시스템, 타임트리 등 250곳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총 운용자산은 약 3900억 원이다.

2023.12.18 10:29

1분 소요
'김희선 뷰티기기'로 몸값 높인 에이피알, 코스닥 아닌 코스피 가나

증권 일반

뷰티업계 대어급 기업공개(IPO) 기업으로 꼽히는 에이피알이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피알이 올 상반기 창사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몸집이 커진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오는 9~10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청구일자가 확정된 이후 내년 1월 상장 절차의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당초 에이피알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려 했으나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상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피알 역시 회사의 성장세와 증시 입성 후 주가 흐름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도전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았으나 상장 파트너를 교체했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이 만약 코스피로 직행한다면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반응이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보통 스타트업 같은 회사들은 애초에 코스닥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대기업 계열이나 좀 사이즈가 크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이피알의 경우 3년 전에 코스닥으로 준비를 했었지만 한 번 상장시도가 어그러졌고, 그 사이에 회사가 굉장히 커지면서 기회가 더 넓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현재 에이피알은 더마 코스메틱 전문 브랜드 ‘메디큐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널디’, 향수·리빙 전문 브랜드 ‘포맨트’, 다이어트 및 건강기능 식품 전문 브랜드 ‘글램디 바이오’,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포토부스 브랜드 ‘포토그레이’까지 총 6개의 브랜드를 전개 하고 있다.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에이피알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우뚝 성장케 한 결정적 브랜드는 바로 메디큐브의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AGE-R) 이다. 에이피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홈 뷰티’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뷰티 디바이스’가 성공을 거두며 급성장하게 됐다. 에이피알은 올해 초 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8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CJ온스타일에서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이 때 ‘1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IPO 준비에도 더 힘을 싣게 됐다. 최근 발표한 실적은 놀라운 성장세를 실감케 했다. 에이피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액 2499억원, 영업이익 4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4%, 영업이익은 711.9%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상반기 실적을 견인한 사업부문은 매출액 20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7% 성장한 뷰티였다. 특히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 부문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지난해 1년 간 60만대의 뷰티 디바이스를 판매했던 에이피알은 부스터힐러의 높은 인기 덕에 상반기 만에 국내외 5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눈가·국소부위 케어 제품 ‘아이샷’과 바디 케어 제품 ‘바디샷’을 각각 3월과 5월에 출시하며 판매량을 높였다.해외 실적도 상승세다. 뷰티 디바이스 해외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상승했다. 기존 자사몰에 더해 아마존을 통한 적극적 온라인 판매 정책과 현지 뷰티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부스터힐러의 경우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해외 판매 1위를 기록했다.당초 에이피알은 지난 2020년에 상장을 준비한 적이 있다. 2020년 6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 같은 해 9월 한국거래소에 예비 심사 청구를 제출했다. 하지만 11월 철회 신청서를 제출하며 상장을 포기했다. 거래소 측이 지배 구조를 보완하라고 지적한 때문이다. 당시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의 지분은 37%, 에이피알 산하의 에이피알에퀴티홀딩스의 지분은 18%였는데 양분된 지분을 합치라는 것이 거래소의 요구였다.에이피알 측은 거래소의 요구 사항을 보완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에이피알은 넥스트스테이지(구 에이피알에쿼티홀딩스)를 김 대표 소유로 전환, 올해 6월말 기준 에이피알에 대한 김 대표의 지분은 35.1%이고, 넥스트스테이지 지분은 없는 상태다. 또한 회사는 무섭게 성장하며 기업 가치를 높였고 상장을 위한 만반준비를 갖추고 있다. 다만 에이피알 관계자는 “코스닥에 이어 코스피 상장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2023.09.07 19:12

3분 소요
블록체인 기반 ‘DAO’가 미래의 대안 조직이 될 수 있을까 [김기동의 이슈&로]

전문가 칼럼

데이터의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분산형 디지털 원장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 개발된 이 기술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해 주는 NFT(대체불가토큰),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예금, 송금,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탈중앙화 금융)를 세상에 등장시켰다.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공급망 추적, 투표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1000만명 이상 주민의 동시 온라인 투표시스템, 1000여종의 자격증 등을 모바일 ‘배지’ 형태로 발급하는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수평적 조직구조, 익명성·투명성 특징 그런 변화의 와중에 최근 탈중앙화 자율조직인 DAO(다오,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즉 DAO가 미래의 대안 조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4832개의 DAO가 존재하고 참여자는 18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2021년 5월 DAO의 자본금 규모는 9.26억 달러였지만 2022년 3월 95억 달러로 10개월 동안 약 10배 늘어나는 등 DAO의 성장세가 확연하다. 얼마 전에는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당원 가입, 후원금 관리, 의사결정 등 모든 당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탈중앙 자율조직(DAO) 정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일도 있었다. DAO는 수평적 조직구조, 참여자의 익명성, 운용의 투명성이라는 뚜렷한 특징 덕분에 투자, 수집, 캠페인, 사회운동 프로젝트 등에 활용돼 왔다. 모든 계약이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프로그래밍된 조건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 전 과정이 훼손 불가능한 기록으로 남게 되고, 누구나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즉 주식회사의 분식회계와 같은 회계 조작 등 문제는 애초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금조달과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중앙의 관리자나 중개자 없이 보유한 토큰의 수 등 지분에 따라 참여자들의 투표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플랫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라 주주들의 의사보다는 CEO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주식회사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러나 DAO의 한계와 취약점을 주장하는 의견도 강하다. 토큰의 최초 발행자들이나 다량 보유자들이 사실상의 ‘중앙’이나 ‘관리자’로서 전체 전략과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토큰 보유자들이 의결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일이 잦아지면 주식회사의 대리인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DAO 역할 커지는 데…법적 책임 모호 문제는 DAO의 설립과 활동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도 그 법적 지위, 사고·분쟁 시 책임 주체와 구제책을 규정할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The DAO’사건이다. 2016년 4월 독일의 스타트업계 종사들이 ‘The DAO’를 설립해 1억50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투자금으로 모았다가 한 달 만에 3분의 1 상당의 이더리움이 해킹에 의하여 탈취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 스마트 컨트랙트의 설계자, DAO 구성원, 금융시스템 참여자들 중 누구에게 있는지 등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DAO는 내부 의사결정과 업무 집행이 모두 온라인에서 자율·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부동산 취득 등과 같은 대외적인 거래나 투자를 위해서는 오프라인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DAO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테네시주 등 미국 3개 주가 DAO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미국의 DAO 입법은 유한책임회사 설립과 비슷한 절차에 따라 DAO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여 DAO에 법인격을 부여했고, 구성원들에겐 예측 가능하게 유한책임을 지웠다. 또한 최근 미국에선 DAO를 연방 상품거래법(CEA)에 따라 비법인 사단(unincorporated association)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나 과실에 대해 개인이나 법인처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연방법원 판결도 나왔다.우리나라는 DAO에 관한 법률이나 판결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지만 여기선 DAO를 다루지 않았다. 국내에서 DAO는 상법상 회사로 인정될 수 없고, 실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법상 조합의 법리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해결할 수 없는 불명확한 점이 많을 것이다. 정부의 감독이나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자본 조달이나 투자가 이루어지는 조직 형태가 양산되면 대형 사기 사건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관련 부처도 DAO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미국의 예와 같이 DAO 입법도 검토해 볼 시점이다. 입법의 쟁점은 DAO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여부, 구성원의 책임을 제한하면서도 참여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이다. DAO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막는 DAO 입법을 우리나라가 선도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23.09.03 11:00

4분 소요
기득권과 갈등에 스타트업 ‘몸살’…로톡 사태 향방에 이목 집중된 이유 [이코노Y]

IT 일반

이른바 ‘로톡 사태’는 신흥 플랫폼 사업과 기존 기득권 세력 간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법률 온라인 플랫폼 ‘로톡’의 손을 들어주면서 스타트업과 기득권 간 갈등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톡 사태는 로톡이 단순 광고형 플랫폼인지 변호사 중개를 하는 온라인 로펌인지 그 정체성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로톡은 법률 정보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변호사들은 로톡에 무료로 등록할 수도 있고 특정 금액을 주고 검색 상단에 노출할 수도 있다. 변협 측은 로톡이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로톡 측은 알선이 아닌 단순 광고형 플랫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23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잠정 과징금을 각 10억원씩 부과했다. 공정위의 판단만 두고 보면 로톡이 완승한 셈이다. 로톡과 변협의 갈등 구조는 의료·세무 등의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로톡 사태가 ‘제2의 타다 사태’로도 불리며 스타트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다. 향후 공정위나 법원의 판단이 앞으로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먹거리 경쟁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별개로 로톡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소속 변호사가 크게 줄고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등 사업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경쟁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기 힘든 스타트업이 로톡 사태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들은 로톡 사태의 향방에 자사 서비스의 연속성이 달려있다고 본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안에 대해 “플랫폼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성공하지 못하게 된다”며 “새로운 혁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른 시대적 변화를 거부하고 규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원해서 만들어진 플랫폼이기 때문에 경쟁 자체를 제한하기보단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길을 열어줘야 된다는 설명이다.로톡 손 들어준 공정위…높아지는 스타트업 업계 기대감변협·서울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서비스 이용금지와 탈퇴를 요구했다. 공정위가 이들 단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린 이유다.공정위는 “변협이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로톡이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법률 시장에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줬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변협이 로톡이 출시된 2014년도부터 지금까지 제기해온 각종 소송들은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났다. 공정위가 로톡의 손을 들어줬지만, 갈등은 일단락되지 않았다. 법무부의 판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변협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로톡 가입 변호사들은 지난해 12월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를 신청했다. 결과에 따라 로톡의 사업 지속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올해 3월까지였던 심의 기간을 오는 6월까지 3개월 연장한 상태다. 로톡 이외에도 정보기술(IT) 플랫폼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과 기존 업계 간 갈등 사례는 다양하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약사단체와 ‘약사법 위반’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 중이다. 성형수술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의사단체와, 세금 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은 세무사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각각 스타트업들엔 의료법 위반과 세무사법 위반 혐의가 제기된 바 있다. 업계에선 로톡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 다른 사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 같은 경우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인원이 크게 절감되고 사업이 힘들어진 시기에 결정이 났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산업의 경우 긴 시간이 걸리는 법정 싸움을 이겨내기 어렵고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타격이크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로톡의 경우 가입 변호사 수가 크게 줄고, 신사옥을 내놓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기에 더 이슈가 되는 면도 있다”며 “공정위의 결정이 단순한 이슈로 끝나기보단 이후에 스타트업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 당국의 대책이 나와야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사업의 기회도 주지 않고 아예 시장에 진출할 수 없게끔 막아버리는 작전은 우리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3.03.16 17:17

3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