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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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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통신 '천리안' 역사 속으로 퇴장...39년 만에 막 내려

IT 일반

국내 첫 PC 통신으로 시작한 '천리안'이 올해 10월 31일 완전히 종료된다. PC 통신의 명맥이 끊기는 셈이다.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천리안 운영사인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올해 10월 31일 PC 통신 서비스인 천리안을 종료한다고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했다.천리안 관계자는 "함께했던 포털 서비스가 하나, 둘 종료하는 시장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지속하고자 노력했다"면서도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양질의 메일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 서비스 종료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천리안은 오는 11일 메일·주소록 백업 기능을 연 뒤, 메일 자동전달·메일주소 변경 안내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용자의 자료 저장과 이메일 이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천리안은 8월 1일 천리안 기본료도 무료로 전환한다. 9월 1일에는 문자메시지(SMS), 뉴스(동영상), 인물·운세 등 부가 서비스를 종료한다. 캐시 환불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10월 1일부터는 천리안 메일 수·발신을 중지하고 같은 달 말일인 31일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다.천리안은 LG유플러스의 전신인 한국데이터통신(데이콤)이 1985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PC 통신이다. PC 통신은 전화선을 모뎀에 꽂아 접속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천리안과 PC 통신 시대를 이끈 하이텔과 나누우리는 각각 2007년과 2012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2024.07.09 18:43

1분 소요
‘이제는 게임하면서 돈도 번다’…웹3.0 게임이 바꿀 미래 [스페셜리스트 뷰]

IT 일반

‘미래는 과거에서 온다. 그러나 직선으로 오지 않는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논할 때 사용되는 이 경구는 마치 웹3.0 시대에 좌충우돌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예견한 것 같다. 많은 노이즈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업은 웹3.0의 도래와 함께 또 한 번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웹1.0이 일방적인 생산-소비 구조에 그쳤다면 웹2.0부터는 쌍방향 네트워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플랫폼에 종속된 구조였다. 웹3.0이란 이용자들의 데이터·개인정보 등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개인 소유이며, 이를 통해 데이터에 대한 주권이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형태의 웹을 의미한다. 핵심 키워드는 ‘탈중앙화’와 ‘데이터 주권 회복’ 등이다. 웹3.0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정보의 인터넷'을 '권리의 인터넷'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물결은 생각보다 빨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의 양상을 게임 산업을 통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게임은 기술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산업이며, 웹3.0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빠르게 흡수해 변화하는 첨단 정보통신(IT) 산업이다. 웹3.0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은 세계를 바꾼 10대 발명품 중 2위를 차지했다. 3위가 개인용 컴퓨터이기 때문에 사실상 웹과 웹을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즉, IT기술이 순위를 차지한 셈이다. 참고로 1위는 ‘냉장고’가 차지했는데, 먹는 문제 다음이 웹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웹의 발전은 우리 삶을 혁신했다. 금융 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밀레니엄 이전, 웹1.0 시대에 투자자는 뉴스로 정보를 얻고, 증권사 객장을 방문해 종이에 원하는 종목과 주식 수를 써서 창구 직원에게 전달했다. 직원은 증권사 객장의 업무용 컴퓨터로 주식을 매매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통보했다. 투자 시장에서 웹2.0은 2000년대 초반에 도래했다. 당시 앞서가는 투자자는 PC에 ‘영웅문’ 같은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설치해 주식을 매매했다. 2010년대부터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한 번의 변화를 더 거쳤다. 홈 트레이딩 시스템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으로 진화하며 터치 한 번이면 주식 매매를 할 수 있었다. 테헤란, 여의도, 종로 골목마다 즐비했던 증권사 객장 간판도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그동안 투자의 범위도 크게 달라졌다. 웹1.0 시대의 투자는 대체로 국내 주식시장에 한정돼 있었지만, 웹2.0 시대의 투자는 국경을 넘어 언제든 전 세계 온갖 상품을 포괄하게 됐다. 이제 바야흐로 웹3.0 시대다. 가상자산 지갑과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물론, 각종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수많은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게 됐다. 금융 투자에서 웹3.0 시대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을 지목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가 설립된 2013년, 혹은 2016년의 활황장, 혹은 하루 거래량이 20조 원을 돌파하며 최초로 코스피 거래량을 넘어선 2021년 9월이나, 미국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올해 1월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모든 역사적 구분이 그렇듯, 웹의 시기도 정확히 분절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웹3.0이 생각보다 갑자기, 거대한 존재감으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다. 웹3.0 이전의 게임 웹의 발전은 금융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를 뒤바꿨다. 뱅킹, 쇼핑, 모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등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웹 이전 시기, 게임은 ‘전자오락’이라고 불렸다. 플레이어들은 아케이드 기기나 게임 콘솔, PC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 게임을 즐겼다.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은 ‘테트리스’와 ‘갤러그’로 시작해 ‘스트리트 파이터’로 중흥기를 맞았다. 8비트, 16비트 게임 팩에 쌓인 먼지를 후후 불어 콘솔 슬롯에 꽂아 넣고 즐기던 ‘소닉’이나 ‘슈퍼 마리오’는 별세계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며 용산 전자상가가 대호황을 누렸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와 대항해시대를 구매하기 위해 천원, 만원짜리 쌈짓돈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미로 같은 상가 골목을 헤매 다녔다. 모뎀으로 PC 통신을 사용하던 지금 40대, 50대들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PC 통신 동호회 게시판에서 출처 불명의 인디게임을 다운로드 해 즐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 모니터 뒤편에서 인디게임을 제작하던 무명의 청년들이 지금은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게임, IT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초고속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이후 게임판에도 웹2.0의 바람이 불어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바람의 나라’ 등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등장하며 게임판의 변혁을 이끌었다. 대중들에게 온라인게임이 익숙해진 것도 그즈음이다. 서서히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사회와 산업의 일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게임사들이 이 트렌드에 편승하지 못했다. 속도·인증·결제 등 게임 다운로드를 위한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했고, 여전히 패키지 게임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했다. 이것이 불법 복제 등 문화 지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시절을 목도한 업계 관계자들은 변화가 한 편으로 도태를 수반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다시, 웹2.0 게임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또 한 번의 전기를 맞는다. 웹2.0 게임이 본격적인 게임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다. ‘2G’, ‘와이파이’ 등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 기술이 판을 깔았고, 아이폰과 갤럭시가 대중적인 포터블 게임기 역할을 담당했다. 새 시대에 걸맞은 게임 유통 창구로는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이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페이 투 플레이’(Pay to Play) 방식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게이머들은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어디에서든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게 됐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컴투스 그룹은 이 시기에 ‘에어펭귄’, ‘제노니아’, ‘게임빌프로야구’, ‘컴투스프로야구’, ‘서머너즈 워’ 등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IP를 연이어 선보이며 모바일게임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모바일게임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한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게임 이용률은 74.4%에 달한다. 이 중 모바일게임 플레이어 비중은 57.9%다. 모바일게임의 소비자 지출도 2014년 2021년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다. 게임사들은 웹2.0에 걸맞은 새로운 소비자 접근 전략을 펼쳤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의 상당 부분에 액세스할 수 있는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 방식이 그것이다. 게이머가 ‘서비스 이용자’라는 의미의 ‘유저’(User)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웹1.0 시절, 게임 콘텐츠는 책과 같아서 엔딩을 보고 나면 책꽂이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웹2.0 시대의 게임은 생물이 진화하듯 끊임없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유저와 함께 성장해 나간다. 게임사는 상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게이머와 상호 관계를 맺으며 게임 콘텐츠의 유지 및 보수, 업데이트에 많은 역량을 할애하게 됐다. 이 시기를 지나며 ‘운영’은 게임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사업적 가치가 됐다. 웹3.0 게임, 소외당한 유저의 소유권을 주장하다 웹3.0은 게임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본격적인 설명을 위해서는 웹3.0의 시작을 알린 ‘비트코인’의 탄생을 먼저 다루는 편이 좋겠다.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은 2009년 1월 3일 저녁 7시 15분 5초에 생성됐다. 세계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여파는 중앙집권적인 금융 시스템과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에 불을 지폈다.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첫 생성 블록에 이렇게 적었다. ‘2009년 1월 3일 더타임스, 은행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앞둔 영국 재무장관’이라고 남겼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조롱을 담은 것이다. 웹3.0이 기존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이견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웹3.0이 자산의 소유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원하는 팔로워들에 의해 성장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웹3.0은 게임 산업에 ‘소유권’이라는 화두를 몰고 왔다. 웹1.0, 웹2.0을 거치며 게이머는 객체에서 주체로 변화했다. 가령, MMORPG에서 게이머는 플레이어를 넘어 콘텐츠 그 자체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그 중요성만큼 게임의 주인공으로 대우받지는 못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MMORPG 유저는 수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던전을 누비며 몬스터를 쳐부수고, 길드에 소속돼 유저들과 협동과 경쟁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을 펼친다. 특히 플레이어 간 전투(PvP)를 넘어 진영과 진영이 대립하는(RvR) 콘텐츠에서 살아남아 게임 서버를 주름잡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뿐 아니라 유료로 구입한 아이템조차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다. 유저는 게임사가 제공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의 ‘사용권’만을 구매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도 구매한 아이템은 ‘사유 재산’이 아니라 단지 ‘디지털 정보’에 해당한다. 실제로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유저의 시간과 자본과 정성이 들어간 캐릭터도 영구 소멸한다. 만약, 게임 서비스는 계속되는 동안 현실의 유저가 소멸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게임 아이템은 남은 이들에게 ‘상속’조차 되지 않는다. 이처럼 게임의 주체가 주체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아이러니는 게이머들에게 소외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게임 산업이 빠르게 웹3.0을 수용하는 촉매제가 됐다. ‘엑시 인피니티’가 게임 산업에 던진 파문 현재 시점에서 ‘웹3.0 게임’을 거칠게 정의하자면 ‘유저가 게임 내 자산을 실제로 소유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 내 자산을 실제로 소유하게 된다’는 것은 게임 자산이 곧 ‘금융 자산’화 된다는 의미다. 이것을 게임과 탈중앙형 금융(DeFi)이 결합했다는 의미를 담아 ‘게임 파이’(Game-Fi)라고 부른다. 게임 파이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것은 2018년이다. 베트남의 스타트업 회사 스카이마비스(Sky Mavis)가 개발한 모바일 수집형 RPG, ‘엑시 인피니티’는 최초의 대중적 웹3.0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엑시’라는 가상의 동물을 전략적으로 편성해 상대방의 엑시와 대전을 즐기는 단순한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의 특별한 점은 ‘엑시’ 3마리를 가상화폐를 통해 구입해야만 웹3.0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엑시는 대체불가능 토큰(NFT)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엑시는 게임 외부의 개인 지갑에 저장할 수 있으며, 다른 이더리움 주소로 전송할 수 있다. 또한 NFT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도 가능하다. 엑시를 활용해 타 플레이어와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면 ‘스무스러브포션’(SLP)과 ‘AXS’라는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획득할 수 있다. 이는 브리딩 시스템을 통해 새 엑시를 탄생시키거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다. 이 게임은 그리 뛰어나지 않는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뒀다. 2021년 엑시 인피니티의 인기가 최고에 이르렀을 때는 일일 활성 사용자 수(이하 DAU)가 270만 명을 돌파했고, 더불어 스카이 마비스의 기업 가치는 약 30억 달러에 육박했다. 엑시 인피니티의 성공 원인은 단순하다. 기술적으로 유저에게 게임 내 자산을 소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엑시 인피니티에서 활용되는 ‘SLP’와 같은 가상화폐는 분산원장기술(DLT)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블록 안에서 나의 소유를 증명할 수 있다. 분산원장이란 은행 시스템과 같이 중앙에서 관리되는 중앙집중원장과 반대로 중앙 관리자의 제어 없이 분산화된 네트워크의 각 노드(개인)들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진다. 누군가 생성한 블록과 블록은 해시함수(Hash Function)를 이용해 하나의 체인을 이루게 된다. 실제 체인에서 중간의 고리가 빠졌을 때 전체 구조가 성립하지 않듯, 블록체인은 각 고리들이 논리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게 된다. 결국, 블록체인으로 생성된 게임 아이템은 명확하게 소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이후의 웹3.0 게임 찬란한 성공 뒤, 그림자가 드리웠다. 엑시 인피니티의 닫힌 게임 구조가 영원할 수 없다는 전망과 함께 SLP, AXS 코인의 시세가 낮아졌고 유저들이 보유한 게임 자산의 평가 가치도 폭락했다. 게임 자체의 사행성이 강하다는 언론의 평가가 기름을 부었고, 수익성이 저하되며 신규 플레이어 유입이 감소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했다. 엑시 인피니티는 짧은 시간 동안 흥망성쇠를 거쳤다. 하지만, 이 게임이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인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정확히 표현하면, ‘페이 투 플레이 투 언’(P2P2E, Pay-to-Play-to-Earn) 비즈니스 모델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와 유저들에게 해일과도 같은 파문을 던졌다. 게임사가 아닌 유저가 주체가 되는 게임 경제, 그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게임사들은 이런 화두를 품고 페이 투 플레이 투 언 모델을 넘어 프리 투 플레이(Free-to-Play)와 플레이 투 언(Play-to-Earn)이 결합된 ‘F2P2E’(Free-to-Play-to-Earn)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모델은 웹2.0 모바일게임처럼 마켓에서 무료로 게임을 다운로드 해 즐기며(Free-to-Play), 무엇인가 가치를 창출(Play-to-Earn)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오픈된 웹3.0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용이하다. 2020년 무렵부터 수집형 RPG, MMORPG 등 여러 가지 장르에 이러한 토크노믹스(Tokenomics, Token+Economics)가 적용됐고 유의미한 성공 사례들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2022년 컴투스홀딩스에서 출시한 ‘워킹데드: 올스타즈’가 대표적이다. 워킹데드는 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의 ‘워킹데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수집형 RPG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의 생존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해 2022년 구글 플레이 ‘베스트 오브 어워즈’에서 ‘베스트 스토리’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워킹데드는 웹2.0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모바일게임의 생애주기와 맞물려 론칭 2년 차 성과일 지표는 출시 시기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이 게임에 토크노믹스를 적용하자 일일 광고 수익이 42% 증가했으며 일일 신규 사용자(DNU)는 40% 상승했다. 일일 활성 사용자(DAU)도 20% 높아졌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유효과’의 힘이다. 소유효과는 ‘동일한 물건이라도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습성’을 의미한다. 이 게임의 경제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자. 워킹데드에 결합한 토크노믹스는 광고 수익 기반 바이백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선순환 구조의 열린 시스템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해 유저가 게임 내에서 광고를 시청해 얻는 수익만큼 엑스플라 게임스(XPLA GAMES)의 콘버트 풀(Convert Pool)을 통해 엑스플라(XPLA)가 게임에 공급됨으로써 게임 수익이 유저에게 환원된다. 한편, 유저는 게임 내에서 게임 재화를 모아 ‘키’를 제작하고, 그것으로 ‘금고’를 열어 ‘미지의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미지의 재화는 게임 내 교환소에서 유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템이나 캐릭터로 교환하거나 거버넌스 코인인 ‘XPLA’로 교환할 수 있다. 물론 XPLA는 여러 글로벌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유저의 소유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지닌 ‘P2O’(Play to Own)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웹3.0의 핵심인 ‘소유’ 개념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데이터 주권을 갖지 않고, 구성원 모두 참여하고 소유할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P2O의 방향이다. 웹3.0 게임의 기본, 토크노믹스와 확장성토크노믹스는 개별 게임의 장르와 특성에 맞게 설계된다. 이것은 게임 내 외부의 경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작업이다. 게임 중심의 글로벌 메인넷 ‘XPLA’와 컴투스 그룹은 지난 20년 이상 웹2 게임의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하며 참여자 친화적인 기본 토크노믹스 모델을 구축했다. ‘GGR’(Gated Gameplay Rewards)은 유저의 실제 게임 플레이 여부를 확인하고 토큰 교환 재화를 제공해 왜곡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다이나믹 리워드 얼로케이션 시스템(DRAS)은 인게임 유저의 플레이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다이나믹 토큰 콘버전 시스템’(DTCS)은 유동적인 토큰 비율을 설정해 인게임 경제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인게임 재화 가치의 급격한 변화를 막아주는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토크노믹스만으로 웹3.0 게임이 성공할 수는 없다. 단일 메인넷 생태계를 벗어나 다른 웹3.0 생태계와 폭 넓은 호환성도 갖춰야 한다. 마치 대운하를 건설하듯 바다와 바다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최대 블록체인 디앱(DApp) 생태계를 갖춘 이더리움과의 호환성은 매우 중요하다. XPLA는 이를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기술을 탑재해 해결했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인 ‘web3.js’와 이더리움 생태계의 다양한 응용프그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XPLA 생태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더리움의 고유 프로그래밍 언어인 ‘솔리디티’를 기반으로 개발된 수많은 디앱을 XPLA 메인넷에서 구동할 수 있게 됐다. 확장성은 XPLA 뿐만 아니라,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내재해야 할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 아직도 “블록체인으로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이미 웹3.0은 웹2.0이 그랬듯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젖어 들어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조폐공사가 발주한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 구축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형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 국가 신분증으로 공공기관, 은행, 편의점 등에서 본인확인 시 활용할 수 있으며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도 운전 자격을 증명할 수 있다. 탈중앙화 신원 증명 기술(DID)이 적용돼 신분증 사용 이력은 본인만 확인할 수 있도록 개인의 스마트폰에 저장되며, 중앙 서버에는 저장되지 않는다. 팬데믹 시기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 서비스 '쿠브'는 우리 건강을 지키는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 또한 국내 스타트업 블록체인랩스로부터 기부받은 기술을 적용했다. 질병관리청 측은 “DID를 접목해 증명서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하고 최소 개인정보를 활용해 코로나19 접종 사실을 인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아발란체와 함께 재난지원금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지원금 접수 절차부터 지급까지의 과정을 간소화하고 심사 지연이나 서류 제출 문제를 사전 방지할 수 있다. 모든 지원금의 흐름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투명하게 확인되는 것도 장점이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온체인 투표 시스템은 본격적인 직접 민주주의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웹3.0은 디지털 경제를 이루는 철학과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IT·콘텐츠의 첨단에 자리잡은 게임 산업은 이 변화의 격류를 다른 어느 곳 보다 뜨겁게 체감하고 있다. 이 변화가 만들어 갈 미래에 게임 유저는 소비 객체에서 게임 생태계 형성의 주체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어갈 미래가 게임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 그리고 그 너머의 모든 참여자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 새로운 웹 패러다임이 열어갈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공정할 것으로 믿고 있다. 장종철 컴투스홀딩스 상무는_2003년부터 창세기전 IP로 유명한 소프트맥스에서 게임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1년 (주)플루토게임즈에서 부사장을, 2013년 (주)크리콘에서 CEO로 재임했다. 이후 2015년부터 컴투스홀딩스에서 게임제작본부장을 거쳐 현재 블록체인 부문에서 부문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 상무는 컴투스 그룹이 2022년 웹2.0과 웹3.0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블록체인 메인넷 엑스플라(XPLA)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24년 상반기에는 XPLA 이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The Next XPLA’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4.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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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위성 구조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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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관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위성 구조계 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달 26일 대한항공은 항우연 관계자들과 KPS 위성 1호기 구조계 개발 사업 관련 첫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에서 대한항공은 KPS 위성 구조계 설계, 제작 방안 및 보유 인력, 시설, 장비, 제품 보증 등 사업의 전반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항우연과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은 KPS 위성 구조계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지난 20년간 정지궤도(적도 상공 약 3만5800㎞의 원 궤도) 천리안 위성 1호, 다목적 실용 위성 3호‧5호 등을 통해 확보한 위성 구조계 개발 기술과 전문 인력 및 세계적인 수준의 항공 우주용 복합재 제작 조립 시설 등을 활용한다. KPS는 2035년까지 정지궤도에 총 8기의 위성을 배치해 한반도와 주변 영역에 센티미터 급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고정밀, 고신뢰성의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평시에는 미국의 상용 GPS와 호환돼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GPS 사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한반도 지역에 위성 항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다. 대한항공은 2021년부터 소형 발사체 공통 격벽 추진제 탱크, 3t 엔진 등과 같은 핵심 구성품 개발을 시작으로 우주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보잉 및 에어버스와 협업해 복합재 샌드위치 패널 제작, 구조물 조립 등 위성 구조계 개발 관련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사 품질 수준은 항공 우주 선진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과 역량이 이번 KPS 위성 구조계 사업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25년 KPS 위성 1호기 구조계 개발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후속 KPS 위성 8호기까지 개발해 납품하는 등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목표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향후 달착륙선 위성 개발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으로 다양한 위성 개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 민간 우주 산업 분야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01.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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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네카오 등 온라인 추모 물결

IT 일반

“깊이 애도합니다.” 네이버 포털 화면 한편에 검은 리본과 함께 쓰인 문구를 클릭하면 흰 바탕에 국화 한 송이가 놓여 있는 화면으로 이동한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애도하는 온라인 추모관이다. 여기서 ‘추모 리본 달기’를 눌러 추모도 할 수 있다. 11월 2일 오후 3시 25분 기준 120만여 명이 추모에 동참했다. 카카오 또한 메인 화면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추모 댓글을 달 수 있는 추모 공간으로 연결된 배너를 달았다. 이 또한 같은 시간 기준 10만여 명의 사람들이 익명으로 추모에 동참했다. SNS의 발달로 생겨난 온라인 추모가 새로운 추모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으로 추모하고, SNS에 추모글을 업로드하는 일이 이젠 낯설지 않다. 그 시초에는 1996년도에 일어난 ‘검은 리본 캠페인’이 있다. 1996년 12월 신한국당이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을 날치기 통과시키자 일부 PC 통신 동호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검은 리본 시위를 벌였다. 이는 당시 ‘나우누리’나 ‘천리안’ 등 웹사이트 동호인들은 파업 속보를 전달하고, 민주주의의 죽음을 상징하는 ‘근조 민주주의’를 검은 리본에 새겨 연대를 이끌어낸 사건을 말한다. 현재까지도 보존된 총파업 통신지원단 홈페이지를 보면, 당시에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공동행동을 추진하는 의도로 검은 리본을 달았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추모 양상은 상실의 슬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개념에 가깝다. 실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추모를 한 직장인 김 모(27) 씨는 “분향소에 직접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추모하고 싶어도 마음으로만 했던 경우가 많았다”며 “온라인으로라도 추모에 동참할 수 있어서 좋았고,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감정이 들어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온라인 추모를 두고 ‘성의가 없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연예인들이 SNS에 추모글을 올리거나 고인이 된 지인의 사진을 올려 추모를 하면 네티즌들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과거와는 달리 온라인상에서 서로 감정이 전달되고,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온라인 추모가 지금처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는 기성세대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을 많이 두지 않게 됐다”고 변화한 사회 양상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임 교수는 온라인에서 고인에 대한 모욕이나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NS는 광장과도 같기 때문에 군중심리로 인한 심각한 양극단의 편향이 이루어진다”며 “지나치게 과격한 의견이나 공격성 댓글에는 정화작용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추모 페이지 내 댓글을 달 수 있는 란에 “혹시 모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정해진 추모 문구로만 작성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문구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네이버 또한 네이버를 통해 볼 수 있는 기사에 댓글을 달 때 ‘이태원 사고 댓글 작성 시 주의 부탁드립니다’라는 공지를 띄워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2022.11.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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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머스크처럼’ 한화시스템 소행성 탐사 미션 착수

산업 일반

한화시스템이 2029년 지구에 초근접 하는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30일 한화시스템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함께 추진하는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 시스템 설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탐사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3일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아포피스 탐사는 국내 기술로 만든 우주 탐사선을 국내 발사체로 쏘아 올려 소행성의 지구 접근에 따른 변화를 관측·촬영하는 것이 목표다. 63빌딩 높이의 약 1.5배인 370m 크기 소행성 아포피스는 7년 뒤인 2029년 4월 지구 3만1600㎞ 상공을 통과할 전망이다. 고도 3만6500㎞에 떠 있는 천리안 위성보다도 약 5000㎞ 가깝다. 한화시스템은 300m가 넘는 소행성이 이렇게 지구에 가깝게 지나는 것은 수천 년, 길게는 2만 년에 한 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에서 한화시스템은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의 설계를 맡는다. 탐사선이 혼자 힘으로 오랜 시간 우주비행을 할 수 있도록 센서와 추진시스템, 연료탱크를 설계하는 시스템 체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화시스템이 총 체계를 담당하고, 한화의 고효율 추진시스템 기술과 쎄트렉아이의 경량화 전장시스템 기술을 함께 활용한다. 아포피스 탐사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탐사선은 2027년 10월 발사될 전망이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3.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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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이해진 길러낸 PC통신 유니텔, 26년만에 '접속 종료'

IT 일반

국내 유일의 PC통신 서비스인 유니텔이 오는 6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1996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26년 만이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유니텔은 최근 게시한 공지에서 6월 3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유니텔은 웹툰, 영화, 문자, 팩스, 메일알리미 등 유료 제휴서비스는 전체 서비스 종료일보다 앞서 오는 31일 종료하고 3월분 요금을 다음달 1일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결제는 이달 24일 종료된다. 유니텔은 1996년 삼성SDS의 사업부문으로 PC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니텔은 국내 인터넷 포털 투톱인 네이버와 카카오와도 인연이 깊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유니텔을 기획하고 개발한 장본인이다. 김 의장은 3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모으며 당시 유니텔을 천리안에 이어 업계 2위까지 끌어올렸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삼성SDS 검색엔진팀에서 유니텔 신문기사 통합 검색엔진 개발을 담당했다. 이 팀은 1997년 탄생한 삼성그룹 최초의 사내벤처 '네이버'다. 유니텔이 인기를 얻은 건 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대화하는 PC통신 채팅방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2000년에는 삼성SDS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삼성SDS에 재인수된 사업부문을 제외한 채 PC통신 서비스업체로 남았다가 다우기술에 인수된 뒤 사명을 유니텔네트웍스로 바꿨고 2008년 다우기술에 흡수합병됐다. 초기 PC통신은 천리안, 하이텔, 코넷, 나우누리, 넷츠고 등이 있었지만 인터넷 보급 여파로 사라졌다. 2015년 6월 이후로는 유니텔만이 PC통신의 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유니텔은 포털사이트로 전환해 유료 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지만 검색은 물론 쇼핑, 콘텐트, 금융, 모빌리티 등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포털과의 경쟁에서 밀려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니텔은 "그동안 고객 자료에 대한 백업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존에 수신·발신했던 메일은 PC로 백업해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2.03.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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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우주 시대에 도전…한컴인스페이스 국내 최초 민간 관측 위성 발사

CEO

# 2019년 8월 즈음. 한글과컴퓨터그룹의 임원이 대전에 있는 한 스타트업을 찾았다. 당시 한컴은 드론 사업을 확장하려던 참이었다. 한컴이 찾은 스타트업은 드론의 자동 이착륙과 무선충전 및 데이터 수집 등의 기술을 통합한 드론 무인 자동화 시스템 ‘드론셋’을 개발한 곳이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발표를 듣고, 드론이 아닌 위성에 특화된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관계자는 급하게 한컴그룹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직접 설명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한컴 본사가 있는 경기도 판교 사옥에 와서 다시 한번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타트업 대표는 경기도 판교에 있는 한컴 사옥을 찾았다. 그 장소에 한컴그룹의 2세 경영자인 김연수 부사장이 있었다. 이 만남이 있은 후 1개월 만에 한컴그룹은 위성 관련 스타트업 인수를 발표했다. 2012년 설립된 위성 관련 스타트업 인스페이스였다. 한컴의 인수 발표와 함께 ‘한컴인스페이스’라는 사명으로 바뀌었다. 한컴을 우주 시대에 발을 디디게 한 주인공은 인스페이스의 창업자인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다. 최 대표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팅 후 1개월 만에 한컴과 손을 잡을 정도로 빠르게 인수합병이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웃었다. 한컴이 인수합병을 서두른 이유는 인스페이스의 기술력도 있지만, 당시 우주 관련 대기업이 인수를 위한 실사를 할 정도로 관련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그때 우리 임직원들도 대기업보다 한컴과 손을 잡는 게 좋다는 의견이 높았다”면서 “한컴은 소프트웨어 기업이기 때문에 인스페이스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컴과 손을 잡은 이유를 말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우주 관련 스타트업 M&A 1호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한화 등 대기업에서 관련 스타트업 인수 소식이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우주항공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컴인스페이스도 이 흐름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또 하나의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바로 최초의 민간 지구관측 위성 발사라는 타이틀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세종1호라는 이름이 붙은 지구관측 위성을 6월 1일 지구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를 이용해 지구 궤도에 올리게 된다. ━ 소형위성 세종1호, 스페이스X 팰콘9으로 발사 예정 세종1호는 가로 20㎝, 세로 10㎝, 높이 30㎝, 무게 10.8㎏의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관측 폭은 20㎞, 해상도는 5m 크기까지 관측하게 된다. 최 대표는 “세종1호 발사 후 6개월마다 소형 위성을 계속 발사할 예정”이라며 “3년 내 5개 소형 위성을 테스트해보고 이후 50여 개의 군집 위성을 궤도에 올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비쳤다. 한국의 위성 산업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1992년 8월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30여 개 가까운 위성을 발사했고, 예산이 잡혀있는 계획된 위성까지 합하면 100여 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하게 된다. 민간 기업에서 관측용 위성 발사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위성 제조 기술이 부족했고, 위성 발사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재활용 발사체의 개발과 소형 위성의 시대가 열리면서 민간 기업에서도 소형 위성 발사가 가능해졌다. 최 대표는 이를 “뉴스페이스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1호 제조와 발사 비용에 대해서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못하는데, 재활용 발사체 덕분에 발사 비용이 과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고 대답했다. 한컴이 드론 관련 사업 확장이라는 목표 대신 인스페이스가 추진하고 있는 위성 사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력 때문이다. 한컴인스페이스가 위성 지상국 분야에서 유명한 기업이라고 하는데, 어떤 분야인지 설명해달라. 지상국은 위성을 관제하고 위성이 보내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띄운 환경위성 GK-2B, 기상청의 천리안 위성 등의 지상국을 운영했다. 이외에도 군이나 정보기관 등의 운영하는 위성이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할 때 아리랑 위성 2호의 위성영상 융합기술을 개발해 미국 마르퀴즈사가 발행하는 ‘세계공학인명사전’ 10주년 기념판에 오르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위성 영상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지구 궤도를 움직이는 인공위성은 보통 초속 7㎞ 속도로 움직이면서 영상을 촬영을 한다. 초속 7㎞라고 하면 속도를 느끼기 어려운데, 총알 속도가 0.7㎞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영상이나 이미지를 촬영해서 지상국으로 데이터를 보내면 당연히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왜곡된 이미지나 영상에서 원하는 것만 골라내서 손실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다. 위성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에서 5~6개국에 불과하다는데. 그럼 위성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국가도 소수인가? 물론이다.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잘 알겠지만 항상 전쟁의 위험이 많기 때문에 위성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 경찰이라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등의 일부 선진국만 이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위성을 통한 감시와 이를 통한 분석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고유한 위성 영상 분석 기술이 있다. ━ NASA와 함께 달의 어두운 부분 분석 프로젝트 진행 한컴인스페이스가 쏘아 올릴 세종1호부터 5호는 농산물 작황이나 생산량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해안환경 변화나 산림자원 보호, 재난 관리 등에도 활용된다. 한컴인스페이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협업을 했다는 점이다. NASA는 한컴인스페이스와 3년 동안 달 궤도선에 탑재하는 섀도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한미 정부가 합의한 프로젝트에 한국의 스타트업이 참여를 한 것이다. 최 대표는 “섀도캠은 달의 어두운 부분을 촬영하는 탑재체인데, 위성이 찍은 영상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라며 “영상을 분석해서 바다가 있는지, 물이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NASA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인데,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서운하다”며 웃었다. 위성 산업은 방위 산업과 연결되어 있다. 일반인들이 한컴인스페이스를 잘 모르는 이유다. 최 대표는 인스페이스를 창업한 후 엑시트에 성공할 때까지 한 번도 투자를 받지 못했다.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스페이스가 생존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B2G(Businessto Government)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 기관 용역을 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최 대표는 “월급을 주기 위해 용역에 매달렸다”고 표현할 정도다. 한컴인스페이스 매출액의 80~90%는 여전히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정부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B2G의 단점은 단발성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상국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는 것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다행히도 한컴에 인수되면서 사업 영역의 확장이 가능해졌다. 최 대표는 요즘 드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위성은 넓은 지역 촬영이 가능하지만, 지상의 세부적인 내용을 촬영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드론이다. 위성 영상 분석 기술을 드론에 접목하게 되면 우주와 지상을 연결하는 세밀한 영상 데이터를 얻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 첫 도전은 소방서에 개발 완료한 드론자동화 시스템인 드론셋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다. 대전 유성소방서 옥상에 테스트를 위해 드론셋이 설치되어 있다. 테스트 결과가 좋으면 소방서 등 재난 관련 부처에 드론셋을 설치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는 드론 관련 R&D에 집중했고, 올해부터 드론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대표는 한컴인스페이스의 올해 매출 목표를 15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최 대표는 “한컴인스페이스 전체 임원이 80여 명 정도인데, 이중 R&D 인력이 80%를 차지한다”면서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나 영업 등의 인력을 충원해 R&D 인력을 50% 정도로 줄이는 체질 개선을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컴인스페이스가 자랑하는 영상 분석 기술은 위성과 드론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시장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컴그룹에도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는 계열사가 있다는 점도 한컴인스페이스의 향후 도전을 예상하게 한다. ━ 위성 영상 분석 기술, 모빌리티 분야에도 적용 가능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묻는 질문에 그는 “모빌리티는 모든 영역이 다 연결된다. 현재 한컴인스페이스가 주도적으로 ETRI 기술을 도입하고 로봇, 광학영상센서 전문기업 등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위성과 드론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지난해 최 대표 주도로 대전에서 처음 시작한 ‘M(Mobility)·A(AI)·R(Robotics)·S(Space) 포럼’은 한컴인스페이스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최 대표는 원래 수학자를 꿈꿨다. 숭실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수학을 좀더 폭넓게 이용하는 전공을 찾아 카이스트 응용수학과에 지원했을 정도다. 그가 우주에 빠져든 것은 우연이었고, 그 우연이 현재를 만들었다.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수학 전공자를 찾는다기에 지원했던 게 인연이 됐다. 그곳에서 우리별1호와 우리별 2호 개발 관리를 경험했다.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 분석의 알고리즘을 짜고 코딩을 직접 하면서 이 분야의 매력을 알게 됐다. 사고로 병원에 있을 때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위성 영상 분석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면서 우주 산업의 본거지로 꼽히는 항우연에 합류했다. 남들은 모두 부러워하는 항우연에서 몇 년 일하다, 39살에 직접 인스페이스를 창업하고 독립을 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안주하면 도전하기 힘들 것 같았다”라는 게 이유였다. 그는 ”나이 마흔이 되면 독립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창업에 도전했다”면서 “우주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도전해볼만한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우주의 매력이 뭔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주 산업 기술은 현재의 기술이 아니라, 없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슴을 뛰게 한다”고 말했다. “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나그네로 시작했으며 나그네로 남아 있다. 인류는 우주의 해안에서 충분히 긴 시간을 꾸물대며 꿈을 키워 왔다. 이제야 비로소 별들을 향해 돛을 올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중에서)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2022.02.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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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 보여준 예언서 같은 수필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어려울 때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기회를 선점하자”

산업 일반

‘혁신이 곧 살길’ 끝없이 고뇌... 정부·국민·기업 삼위일체 거듭 강조 ‘먼저 개발하고 먼저 판매하고 먼저 철수하는 선발자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모든 변화는 나부터 시작해야 하며, 방향을 하나로 모으고, 쉬운 일부터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공격적으로 변신하는 기회선점 경영이 요구된다.’ ‘무한경쟁 시대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분자 경영이 필요하다.’10월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향년 78세) 삼성전자 회장이 손수 집필한 수필집 (동아일보)에서 반도체 산업을 일구던 때를 기억하며 남긴 어록이다. 그는 수필집을 통해 초일류로 거듭나려면 ‘퍼스트 펭귄(선구적 도전자)’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세계 변화를 위기로 깨닫고 ‘혁신이 곧 살길’임을 수없이 강조했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임직원에겐 ‘공황 때문이 아니라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만과 착각에 빠져 기업이 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우리가 무서워할 것은 경제적 공황이 아니라 심리적 공황’이라며 무사안일과 패배의식을 극도로 경계했다. 안으로는 ‘made in(어느 나라에서 만드냐)가 아니라, made by(누가 만드냐)가 중요한 시대’라며 브랜드 자부심을 일깨웠으며, 밖으론 ‘정부·기업·국민이 삼위일체로 경쟁하는 국가경쟁력시대’라며 국가의 역할을 호소했다. 한편으론 일본에 뿌리 깊이 의존하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맹점에 대해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은 후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김완용·박완용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고뇌했다. ━ 경영진의 반대, 경쟁사의 파상공세를 넘어 수필집은 그가 대기업 총수 시절 손수 쓴 107편의 글과 그를 만났던 명사 5인(이어령·박경리·송자·홍사덕·후안안토니오사마란치)의 추억담으로 구성돼 있다. 그 속엔 그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던 1974년부터 1987년 회장 취임, 1993년 삼성 신경영 선언, 1997년 외환위기까지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들이 담겨 있다. 특히 미래 산업에 대한 전망은 20년 전에 쓴 글이지만 예언서 같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수필을 따라 당시 그의 생각의 자취를 따라가 봤다.눈에 띄는 내용은 반도체기업으로 탈바꿈하던 과정이다. 한국에 반도체 개념조차 없던 1970년대 초, 그가 반도체사업을 하겠다며 맘먹은 계기가 있었다. 1973년 오일쇼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뒤 ‘자원 하나 없는 한국이 생존하려면 첨단기술 산업에 나서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반도체는 미래에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항공기 등에서도 없어선 안 되는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경영진의 극렬한 반대와 부친(고 이병철 삼성 설립자)의 만류에도 그가 사재까지 털며 나선 이유다.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인수한 한국반도체는 ‘간판만 반도체였지 트랜지스터나 만드는 수준이었다. 한미합작 기업이어서 여러 제약이 예상됐다’고 고심했다. 인수 직후에도 기술이 없어 난관에 부닥쳤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들여와야 하는데 오일쇼크 여파로 나라마다 기술보호를 앞세웠다. 심지어 미국은 일본 산업스파이가 반도체 기술을 훔쳐갔다며 한국에게도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그래서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동분서주했다.‘내가 공장과 일본을 오가며 기술 확보에 매달렸다. 매주 일본에 가서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 때 일본 기술자를 그 회사 몰래 토요일에 데려와 우리 기술자에게 밤새워 가르치게 하고 일요일에 보낸 적도 많았다.’ ━ 절박한 심정 몰라주는 원망과 위기의식도 기술은 익혔어도 판매는 더욱 어려웠다. 미국 기업들의 특허소송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물었으며, 일본 기업들의 인하전략으로 가격이 폭락해 ‘1985~1986년엔 2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회상했다. 1986년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로열티 소송, 1992년 미국 마이크론의 반덤핑 소송 등 삼성의 특허분쟁은 30년 넘게 계속됐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허권만 사들여 소송을 거는 특허관리기업(NPE)들의 편법 공세도 여전하다. 그가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고 1987년 삼성종합기술원을 세워 독자기술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 시작 20년만인 1993년에 메모리 분야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그의 선견지명은 입증됐다.수필집 곳곳엔 그가 1987년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 후 겪었던 마음고생이 서려있다. 위기의식과 혁신의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원망도 담겨있다. ‘세계경제에는 저성장 기미가, 국내경제엔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데 삼성은 긴장감이 없고 내가 제일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2창업을 선언하고 변화와 개혁, 의기의식을 수없이 얘기했으나 몇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50년 동안 굳어진 체질이 너무 단단했다’며 삼성의 내부 실상을 얘기했다. 이에 그는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많았다’, ‘하루 네 시간 넘게 자본 적이 없었다’, ‘불고기를 3인분은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식가인데도 하루 한 끼를 간신히 먹을 정도로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10㎏ 이상 줄었다’며 당시 절박한 심정을 그렸다.그는 1993년 ‘질 경영’을 기치로 내건 삼성 신경영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호통을 쳤던 일화도 소개했다.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해 도입한 ‘7·4제’(7시 출근 4시 퇴근)가 시간외수당 지급 문제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이었다. 품질 향상을 위해 시작한 ‘라인스톱’(불량 발견시 누구든지 생산을 중지시키는 권리)도 일일생산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시대가 저성장·시장개방·세계무한경쟁으로 바뀌었는데도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을 바꿔 의식을 바꿔보자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해 야속함을 느꼈다’며 답답했던 심경을 서술했다. 그 속엔 ‘기업은 곧 사람’이라고 숱하게 당부했던 부친의 유지를 받들지 못한 자아에 대한 한탄도 섞여있었다.그는 이 때 깨달은 경영기법을 후대를 위한 유언처럼 수필에 남겼다. ‘변화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모든 변화를 한 번에 이루려고 해선 안 된다. 작은 변화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해 변화가 주는 좋은 맛을 느껴보고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안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통일하고 조직의 철학과 가치관이 함축된 용어를 개발해야 한다. 이는 의사소통에 드는 비용과 시간, 오해를 줄이고 경영방침에 대한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는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남겼다. 충남 대산에 삼성종합화학(1991년 준공) 단지를 조성할 땐 평당 200만원 들었는데, 영국 윈야드에 삼성전자(1996년 준공) 단지를 지을 때는 땅값이 평당 5000원 들었다는 얘기를 꺼냈다. 외국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저렴한 토지, 도로·항만 확충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데, 한국에선 복잡한 인허가와 규제로 기업 발목을 붙잡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세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정책으로, 국민은 따뜻한 격려로 기업을 응원하고, 기업은 이윤으로 국민과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며 ‘국민·정부·기업이 삼위일체가 돼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1995년 중국 방문 때 이런 충정을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로 표현했을 뿐인데 취지가 왜곡되면서 사회적 파문이 일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적었다. ━ 미래 기업들을 위한 당부 ‘1+1 〉 2’ 경영 그는 기업과 경영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수필집의 절반 정도가 미래 산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의 천리안으로 채워져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 기업 생존전략, 상생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기업 역할, 초일류가 되기 위한 기업 준비에 대한 견해다. 그 속엔 그가 못다 이룬 꿈과 희망도 묻어 있다.그는 여기서도 ‘세계시장은 앞만 보고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게임이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치고 말도 달려야 하는 폴로게임으로 바뀌었다’며 ‘국가행정은 규제가 아니라 서비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이어 기업에겐 다변화하는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경영은 1+1=2가 아니라 1+1〉2가 되는 시너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상충하는 요소들을 조화시키는 패러독스(paradox) 경영 ▷시설·기능·기술 등을 결합해 효율을 높이는 박물관식 경영 ▷다양한 업종·상품 등을 연결해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융합 ▷다양한 요소들을 복합 판단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퍼지(fuzzy) 사고 ▷한 가지 일로 여러 효과를 거두는 시너지 경영’을 고민하라고 신신당부했다.이와 함께 미래는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다’며 ‘기계·전자·화학 같은 하드산업보다 미디어·유통·문화 같은 소프트산업이 성장하고’, ‘디자인·브랜드·기업이미지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주인공·조연·감독·촬영기사 각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도 입체적·창의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한편, 그는 수필집 첫 글에 두 분의 스승을 먼저 언급했다. 그가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떠올린 사람이라 했다. 부친인 고 이병철 회장과 장인인 고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이다. 부친은 구체적인 해법이 아닌 내가 현장에서 스스로 익히는 방식으로 ‘경영은 이론이 아닌 실제며 감이다’를 일깨워준 분이며, 장인은 ‘효율적인 기업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의 활용법을 깨닫게 해준 분’이라고 회상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10.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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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퍼스널 기기 사라질까

산업 일반

스마트 환경 구축되면서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 없이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어 미래의 가장 중요한 퍼스널 기기에 관한 토론(시계? 안경? 체내이식 칩? 또는 가장 극단적인 예로 신경 인터페이스?)은 항상 ‘미래의 케이블’에 관한 20년된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지독하게 느린 속도의 전화선 기반의 ADSL로 고통 받으면서 우리는 밝은 미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모든 아파트와 가정에 이더넷 케이블이 깔리게 되리라… 실현되지 않았다. 케이블 모뎀이 개발되기만 하면 TV-케이블이 그 역할을 맡게 되리라…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구리선을 모두 잊고 대규모 광섬유망을 구축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실현됐다. 그래도 과거 예언자들이 괜찮은 성적을 올린 편이다. 이 모든 기술이 아직 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결코 아니었다.미래는 케이블과 전혀 무관했다. 최종 이용자 입장에선 오히려 선을 없애는 ‘코드커팅’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5G, 글로벌 위성 네트워크, 초고속 와이파이 등의 무선통신을 통해 인터넷이 뻗어나갔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컴퓨터가 듣고 볼 뿐 아니라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심지어 우리 인간들에게 없는 감각으로 느낀 것까지)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질문에 응답하고 각종 도구로 그림을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상당히 많은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주변 환경(적어도 도시 지역) 전체가 스마트해져 우리의 시중을 들게 된다.금요일 밤 한 사람이 술에 취해 바를 나선다고 하자. 그는 비틀거리며 가로등에 다가가 거기에 기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집으로”라고 웅얼거린다. 그러자 3분 뒤 택시가 나타나 그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거리 또는 바 출입문 카메라가 그를 쉽게 인식하고 가로등이 말을 이해하고 클라우드의 도시 인공지능이 그 상황에서 ‘집’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이처럼 주변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는 스마트 시티는 반이상향의 그림이 아니다. 반이상향과 진정한 이상향의 차이점은 기술에 있지도, 신기술 기반의 제품에 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그 제품에 대한 규제와 그 초기설정에 있다. 우리 주변 공간을 보편적인 인터페이스로 바꿔놓을 수 있는 첨단기술은 이미 등장했다.말과 관련된 기술뿐이 아니다. 첨단 스마트 시티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지각(센서)을 갖고 있다. 대중교통을 포함해 거리의 차량흐름, 도시 각지의 행인왕래에 대한 지각, 전력망과 개별 발전기의 전력소비에 대한 지각은 일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지각은 그뿐이 아니다. 인공지능 덕분에 스마트 시티와 그 하위 시스템 다수는 일종의 천리안을 갖는다. 인공지능은 다가오는 상황변화를 예측해 교통정체 같은 잠재적인 문제를 선제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그리고 계속해 도시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스마트 환경은 분명 주택에서 시작된다. TV를 켜거나 알람을 설정하려고 휴대전화나 리모컨을 들 필요가 없다. 우리 집의 스마트 스피커나 기타 시중 드는 기기들(예컨대 스마트 TV)이 우리가 어디 있든 우리 말에 귀 기울인다. 커넥티드 스마트카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디지털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데 퍼스널 기기가 필요하지 않은 장소의 또 다른 사례다.미래에는 이들 기존의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모델들이 궁극적으로 공공구역부터 작업장까지 다른 공간으로 확산돼 간다. 그리고 이 같은 스마트 환경의 확장에 새로운 퍼스널 기기는 필요 없다. 그렇다고 퍼스널 기기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현대의 ‘모바일 퍼스트’ 생활환경에서도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는 죽지 않았다. 창조적 파괴와 발전의 도구 역할에서 밀려났을 뿐 우리는 오랫동안 해오던 대로 그 기기들을 계속 사용한다. 이것이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스마트 환경의 미래에서 우리는 퍼스널 기기를 이용해 사적인 통화를 하고 비밀 채팅을 할 것이다. 차이점은 우리에게 디지털 기기가 없어도 네트워크에 접속하리라는 점이다. 동시에 우리가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기기 리스트는 갈수록 늘어난다. 랩톱·스마트폰·안경·시계·손목밴드 그 밖에 아직 발명되지 않은 수많은 하드웨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우리 디지털 생활의 중심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앤드리 세브란트※

2019.01.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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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모 장안농장 회장

CEO

충북 충주 신니면에 있는 장안농장은 스마트 팜 시대를 거스르는 전통적인 생태순환농법을 고집하는 유기농 쌈 채소 전문 농장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쌈 채소 하나만 팔아서 올린 매출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40억원을 투자해 만든 물류센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150여 개 협업농장에서 매일 20t 물량의 유기농 채소가 이곳으로 모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유기농 채소는 모두 이력이 기록된다. 어느 곳에서 왔는지, 어디로 출하가 됐는지 등이 모두 기록된다. 류근모(57) 장안농장 회장은 “이런 이력 추적이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 힘들다. 배송과 물류를 장안농장이 책임지기 때문에 14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안농장은 스마트 팜의 현재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장안농장 규모는 52만8000㎡(약 16만평)에 이르고, 하우스만 140여 동이 설치되어 있다. 장안 농장에서 일하는 이들만 178명, 중소기업과 다름 없다.장안농장에서 나오는 유기농 쌈 채소가 100여 가지나 된다던데.채소는 서양채소, 민속채소, 특수채소, 허브채소로 나눌 수 있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100가지 넘게 채소를 기를 수 있지만, 소비자가 찾아주느냐가 관건이다. 소비자들이 찾는 쌈 채소가 100여 가지인 셈이다.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채소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장안농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상추와 쌈 채소, 양배추 등이다. 매출액의 75% 정도를 차지한다.요즘 농업의 대세는 스마트 팜이다. 기존 농법에 ICT 기술을 결합하는 게 추세인데, 장안농장의 농법은 오히려 반대다.2004년 조그마한 직판장을 인수하면서 물류센터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40억원 정도 투자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이곳에 모인 채소들의 산지부터 포장, 출하까지 채소의 모든 이력이 자동으로 관리된다. 이 시스템을 갖추는 데 10년 걸렸다. 물류센터는 스마트 팜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다만 유기농 쌈 채소 재배는 물질생태순환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를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의 부산물로 퇴비를 만든다. 선조들이 했던 방식을 사용하면 환경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스마트 팜이 수확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판로를 확보하느냐다. 장안농장은 재배부터 판로까지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이다.장안농장과 협업농장에서 재배한 쌈 채소는 어떻게 팔려나가나.47곳의 이마트 매장과 일부 농협에 납품되다. 그 외에 온라인 판매와 직거래 등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신세계 푸드의 올반 등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1998년 천리안 동호회 게시판에서 처음으로 쌈 채소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택배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체국 소포를 이용해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지만, 보란 듯이 성공했다. 장안농장은 유기농 농산물 최초 온라인 판매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 농업계 인물로는 첫 금탑산업훈장 보통 채소류는 농수산물 시장에 도매로 납품하지 않나.장안농장을 시작한 후 처음 도매시장에 치커리를 30박스를 도매로 판 적이 있다. 정말 깨끗하게 정성을 다해서 포장을 했는데, 한 박스에 900원 밖에 받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도매시장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거래처를 뚫기 위해 서울 각지의 아파트 장터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쫓겨난 적도 많다. 우연히 이마트 한 곳과 거래를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납품을 했다. 물건이 떨어졌다고 하면 직접 차를 몰고 진열을 할 정도였다. 품질이 너무 좋고, 정성을 다했더니 이마트와 거래가 늘어났다. 유기농 쌈 채소를 이마트에 납품하는 데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우리의 자랑거리다.”150여 개 협업농장이 있다는데.장안농장은 공동생산·공동판매로 운영된다. 예를 들면 장안농장이 1년 내내 브로콜리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역별로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돌아가면서 공급을 해야만 한다. 유기농 협업농장을 찾기 위해서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 우리는 협업농장으로터 납품을 받는 게 아니다. 협동을 하는 것이다. 전국 협업농장에서 생산된 쌈 채소는 물류센터로 모두 모이고, 여기에서 전국 각지로 출하가 되는 식이다. 하루에 20t 정도의 야채류가 물류센터로 모인다. 채소로 20t이면 엄청난 규모다.2011년 농업계 사람으로는 드물게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예전에 과일로 훈장을 받은 농부가 있고, 2006년에는 하림의 김흥국 회장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가공, 유통, 판매까지 하는 농부는 내가 처음이었다.2014년에 유기농 채식뷔페 식당을 장안농장에 열었다. 이유가 있나.집 사람은 또 돈 안되는 일 한다고 반대했지만, 식당 운영은 내 오래된 꿈이다. 채식 뷔페 프랜차이즈가 가능해지면 유기농 쌈 채소의 판로까지 확보하게 된다. 프랜차이즈가 30개 정도만 운영이 되면 유기농 쌈 채소의 유통도 해결할 수 있다. 9월 27일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뷔페 식당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재배한 좋은 제품의 쌈 채소를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 스마트폰으로 농사 짓는다 - 포브스 어그테크(AgTech) 서밋(7월 13~14일)에서 소개된, 최신기술을 적용해 농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1. 코피아(COPIA) 사내 콘퍼런스·행사 후에 남은 음식을 기부하고, 기부된 음식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과정을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다. 창업자 코말 아마드(Komal Ahmad)는 코피아가 굶주림의 문제를 공유 경제로 해결하는 ‘음식 배달업계의 우버(Uber for Food Recovery)’라고 설명한다. 음식의 양, 수거·배달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 기부자(회사)에게 서비스 비용을 청구한다. 회사는 이 비용을 세금 공제받을 수 있다. 음식의 기부, 수거, 전달까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부패 등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 방지한다.2. 바인 레인저스(Vine Rangers)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포도나무 지킴이.’드론과 지상을 누비는 로봇을 활용해 포도농장의 모든 정보를 수집·관리한다. 웹사이트를 통해 드론의 센서테나가 작동하며 포도가 자라는 토질, 관개, 날씨 등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바에자(David Baeza) 대표는 “2015년은 미국 농가들이 드론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첫 해”라며 “드론 덕에 포도의 질·작황을 더욱 손쉽게 개선하게 됐다”고 말했다.3. 몬산토(Monsanto)1901년 화학품 제조업체로 시작한 몬산토는 농업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몬산토의 부사장 로버트 프레일리(Robert T. Fraley)는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과학이 화학과 생물학을 이어주는 접착제이자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유전학이 어떻게 농부들의 경작방식·자연환경과 어울리는지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농부들은 강수량이 많은 봄에는 제곱 미터당 질소 비료를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2016.09.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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