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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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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넘어선다...롯데, 쇼핑몰 사업 7조원 투자

유통

롯데백화점이 중장기 성장을 위한 ‘미래형 쇼핑몰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 6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미래 전략 수행으로 국내 쇼핑몰 1위인 스타필드의 자리도 넘본다.롯데백화점은 지난 23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고 쇼핑몰 사업 관련 중장기 전략 및 비전을 공개했다.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국내외 쇼핑몰 사업에 약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백화점과 아울렛으로 양분해 성장해 오던 국내 리테일과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미래형 쇼핑몰을 택한 것이다.국내에서는 ‘롯데월드몰’, 해외에서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쇼핑몰 사업의 가늠자가 됐다. 2014년 오픈한 롯데월드몰은 롯데백화점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 K-패션, 글로벌 F&B, 팝업 등을 유치해 인기를 끌었다. 롯데월드몰은 매년 25%씩 고성장을 거듭해 연간 5500만명이 방문하는 MZ 세대의 쇼핑 성지가 됐다. 지난달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동원한 베트남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점 약 4개월 만에 초단기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말에는 매출 300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쇼핑몰은 향후 국내 리테일 산업의 주축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535 젊은 세대의 수요와 선호가 높은 체험형 매장 및 대형 이벤트 등에 최적화돼 있고 유연한 변화와 시도가 가능한 플렉서블 리테일 플랫폼이기 때문이다.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국내 백화점은 매년 2% 성장하는데 그치는 반면, 쇼핑몰은 17%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이 쇼핑몰에 대한 가능성을 기회로 삼아 사업 전략을 재수립한 이유다. 관련 수치는 한국과 리테일 성장 추이가 유사한 일본의 지난 10년 데이터를 토대로 추출한 것이다.롯데백화점이 수립한 미래형 쇼핑몰 전략의 핵심은 ‘타임빌라스’(TIMEVILLAS)다. 타임빌라스는 시간을 뜻하는 ‘Time’에 별장을 의미하는 ‘Villas’를 더해 ‘새로운 시간이 열리는 공간’이라는 철학을 담은 복합 쇼핑몰이다. 롯데백화점은 영국의 디자인 회사인 ‘SPIN’과 협업해 타임빌라스의 지향점을 담은 B.I도 개발했다.오늘(24일) 그랜드 오픈하는 ‘타임빌라스 수원’은 본격화할 미래형 쇼핑몰 사업의 첫 결과물이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기존 면적의 약 70%를 바꾸는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뉴얼 프로젝트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영 테넌트 새단장을 시작으로 캠핑 및 직수입 아웃도어 확대, 지역 최대 프리미엄 키즈 및 스포츠관 조성 등 타임빌라스 수원의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지난 5월에는 타임빌라스 수원으로의 전환과 함께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보강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뷰티, 명품 등 럭셔리 컨텐츠도 차례로 선보였다. ‘컨버전스’(Convergence)를 앞세운 타임빌라스 수원은 ‘리뉴얼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원은 물론 경기 남부권을 아우르는 광역형 쇼핑 랜드마크로 입지를 확대 중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5월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전환한 이후 신규고 객의 매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수원 외 지역인 광역형 고객의 매출 또한 전년 대비 20% 이상 확대됐다. 우수 고객인 에비뉴엘 고객 1인당 매출도 최대 90% 가까이 늘었다.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 1호점의 성공을 발판으로 타임빌라스를 ‘전국’ 전역으로 확대한다. 2030년까지 송도·수성·상암·전주에 4개의 신규 쇼핑몰을 세운다. 또한 군산·수완·동부산·김해 등 기존 7개점은 증축 및 리뉴얼해 쇼핑몰로 전환한다. 해외에서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신규 출점 및 위수탁 운영 등 다각도로 쇼핑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앞으로 롯데백화점은 ‘더 가까운 곳에’ ‘더 다양한 것을’ ‘더 품격 있게’라는 3대 차별화 전략 아래 타임빌라스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먼저 지자체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개발되는 상업 및 업무지구 중심부에 조성해 ‘압도적인 접근성’을 확보한다. 송도 국제 업무지구와 대구 수성 알파시티 그리고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티 등이 대표적이다.또한 롯데그룹의 자산과 연계해 쇼핑·엔터테인먼트·숙박·주거·업무·컬처 및 아트 콘텐츠를 결합해 일본의 아자부다이힐즈를 연상케하는 ‘멀티 콤플렉스’(Multi Complex)로 개발할 계획이다.롯데백화점은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협업해 타임빌라스를 ‘건축 랜드마크’(Architectural Landmark)로 조성하고 ‘컨버전스 모델’도 다양하게 적용한다. 송도와 상암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리처드 마이어와 협업해 쇼핑몰과 리조트 및 오피스텔이 결합된 복합단지로 조성한다. 대구 수성은 영국의 유명 쇼핑몰 설계사인 LDA와 협업해 쇼핑몰 안팎에서 즐길거리가 가득한 ‘인앤아웃도어’(In&Outdoor) 콘셉트를 적용할 예정이다.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의 수를 13개로 늘리고, 매출 6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의 쇼핑몰 매출 구성비는 현재 1%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난다. 국내 쇼핑몰 시장 점유율도 과반 이상 달성해 쇼핑몰 1위 리테일러가 되겠다는 게 롯데백화점의 목표다.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패션, F&B, 엔터테인먼트, 컬처, 트래블&비즈니스 등 고객이 바라는 모든 경험이 연결된 쇼핑몰의 미래가 바로 타임빌라스”라며 “타임빌라스는 모든 유통업체가 동경할 미래형 리테일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4.10.24 09:33

4분 소요
105→55층으로 변경...현대차그룹, 새로운 GBC 공개

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부지에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혁신 거점이자 대규모 녹지공간을 갖춘 시민친화적 랜드마크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 공간의 명칭은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lobal Business Complex·이하 GBC)다. 시민들을 위한 친환경 복합단지 성격이 강조된 명칭이다.현대차그룹은 혁신 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를 담은 GBC의 콘셉트 디자인 조감도를 20일 공개했다.GBC는 현대차그룹이 당초 계획한 105층 규모의 초고층 타워가 아닌 높이 242m, 55층 타워 2개동과 문화∙편의시설을 갖춘 저층부 4개동 등 총 6개동으로 조성된다.주 업무시설인 타워동 2개 건물은 신재생에너지·탄소배출 저감 등 친환경 기술·자율주행·로보틱스·다목적기반차량(PBV)·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건물 인프라와 융합된 하이테크 업무시설로 건설된다.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인공지능·디지털 트윈·사물인터넷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운영 방식도 도입 예정이다.현대차그룹은 GBC를 미래 신사업을 위한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기업·전문 컨설턴트·스타트업 등 입주 기업들과 협업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빌리티 혁신 클러스터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타워 2개동의 상층부에는 GBC 방문객들이 한강·잠실·봉은사·선정릉 등 강남 일대 주요 명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최고급 럭셔리 호텔도 들어선다. 단지 중앙에는 울창한 도심숲이 조성된다. 자연과 하나되는 도시공간의 의미가 담긴 ‘어반 포레스트 시티스케이프’(Urban Forest Cityscape, 도심숲 도시경관)가 콘셉트다. 시민들 누구나 잠시 쉬어 가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여유로운 휴식처로 기능한다. 도심 열섬 현상 완화·미세먼지 저감·교통 및 생활소음 단절 등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전시 및 컨벤션·공연장·판매시설·호텔 등 저층부는 도심숲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민친화적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된다.GBC 디자인은 친환경 건축 기술로 유명한 영국의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Partners)가 맡았다. 대표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가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비롯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금상, 미국 건축사협회 금상 등 수상한 바 있다. 대표작으로는 영국의 ‘블룸버그 유럽본사’·미국의 ‘애플 파크’·‘50 허드슨 야드’ 등이 있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는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지속가능성, 혁신성, 공공성이 한층 강화된 대한민국의 대표 랜드마크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GBC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조속한 인허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현대차그룹의 GBC는 대규모 사회경제적 가치를 지닌 프로젝트다. 도시행정학회가 당초 계획안을 기준으로 추산한 GBC 프로젝트의 생산유발 효과는 265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122만명, 세수 증가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서울시가 내년 하반기 인허가 절차를 완료하면 GBC를 통해 2026년까지 약 4조6000억원 투자 및 9200백명의 신규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는 총 19조5000억원 투자, 누적 기준 약 5만60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하는 공공기여액은 2조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4.05.20 15:17

3분 소요
칠레의 ‘반값 아파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전문가 칼럼

‘반값 아파트’는 주택가격 부담에 내 집 마련이 좌절된 사람들에게 대안으로 제시된 한국형 저렴(적정, Affordable Housing) 주택이다. ‘반값 아파트’라는 명칭만 보면 기존 아파트 반값 구매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반값 아파트의 핵심은 할인이 아니라 임대다. 토지를 구입하지 않고 임대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정확한 표현은 ‘토지 임대부 주택’이다. 반값 아파트, ‘반값’인가 ‘반쪽짜리’인가집값 상승국면에는 토지 임대부 주택의 인기가 높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 역시 슬그머니 축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싼값으로 공급하는 대신 전매제한기간이 길었던 데다, 처음에만 반값이지 종국에는 토지의 풀 소유권이 확보되지 않는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나왔다. 또 입지가 도심이나 역세권일수록 시세차익이나 토지임대료 수준의 적정성 논란이 일었고, 소위 ‘먹튀’ 행위 또는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다양한 규제가 뒤따랐다. 요즘처럼 건설 자잿값이 급등하게 되면 토지가격을 낮춰도 건설원가가 높아져 반값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기도 한다.그런데 필자는 전매제한 같은 규제가 굳이 필요치 않고 건설경기에도 영향을 덜 받는 반쪽주택을 발견했다. 심지어 시작은 반쪽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머지 반이 채워진다. 그래서 나중에는 온전한 한 채가 되는 주택이다.우리와 마찬가지로 칠레 역시 도시의 비싼 집값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의 주거 안정이 큰 숙제였다. 어느 나라나 공공주택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은 넉넉지 않다. 특히나 수요가 많은 도심에 건물을 지으려면 택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도시 속 공공주택은 좁게 고밀로 건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도심형 공공주택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한편, 입지가 좋은 경우가 드물고 최소 건설비로 짓다 보니 그저 모든 것이 최소한의 생존형 주택으로 조성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킨타 몬로이’, 공공주택의 통념을 깨다그런데 한 건축가가 고질적인 공공주택 건설 문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도시 빈민층을 위한 공공주택 프로젝트 ‘킨타 몬로이’로 2016년 칠레 출신으로는 처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킨타 몬로이는 2003년 칠레 정부가 아라베나가 이끄는 건축 사무소 엘리멘탈(Elemental)에 요청한 저소득층 100가구를 위한 공공주택 프로젝트였다. 당시 할당된 예산 규모가 작았음에도 ‘중산층형 주택’을 지어달라는 조건까지 있었다. 설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중산층 수준’을 충족하는데 ‘입지’를 희생하지 않았다. 전체 공사비의 70%를 토지매입과 인프라 건설에 투입해 양질의 주거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택지를 구입, 조성하고 남은 30%의 비용으로 40㎡의 작은 집 대신 80㎡ 절반에 해당하는 집을 지었다. 여기서 작은 집이 아닌 ‘큰집의 반’을 짓는 게 핵심 아이디어다. 이 반쪽의 집(Half of a Good House)은 기본 설비만을 갖춰 모듈식 공간까지만 완성되면 거주자들이 입주를 했고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속도, 그리고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스스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해나가도록 했다. 각 세대는 수도와 배수 시설은 있지만, 따로 문을 달지 않아 방의 개념 없이 탁 트인 공간으로 시작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구조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집집마다 살아가면서 마감재, 페인트 색깔은 물론 저마다의 특색과 스토리로 집을 채우는 것이다. 완공 후 1년이 지나고 주택 시장에서 킨타 몬로이의 평가 가치는 유사한 입지에 위치한 연립 주택의 2.6배에 달했다. 또 킨타 몬로이에 전매제한 조건이 있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아무리 집값이 상승해도 거주자가 그 집을 팔기보다 지속해서 머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증축 여부는 주민의 선택이었는데 대부분 가정이 나머지 반쪽을 채워 집을 완성해 갔다.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옷처럼 집주인 각자의 스타일과 노력, 시간이 담긴 그 주택은 자산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집, 투기 걱정 없어“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을 위해 알맞은 집을 지어야 해요. 만약 지금 돈이 없어서 살 수 없다면 각 가정이 스스로 집을 완성할 수 있게 시간을 주는 거죠.” 아라베나가 2018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이쯤이면 아라베나가 왜 프리츠커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아라베나는 집을 천천히 완성해가는 방식을 ‘미완성의 상태’라기보다 잠재력과 가능성을 남겨둔 ‘기회와 기대의 상태’로 해석했다. 기본적으로 좋은 입지와 넓은 면적의 주택을 입주민들이 공들여 채우고 가꾸면 그 집의 부동산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번 공급된 공공주택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거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선 또 다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킨타 몬로이는 집을 완성해 가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에 대한 거주자들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고취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런 이유로 킨타 몬로이는 전 세계 저예산 하우징 솔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킨타 몬로이 사례는 집을 ‘자산’으로 우선 인식하는 한국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늘 공공주택은 비용과 입지의 한계 탓에 최소한으로밖에 건설할 수 없다는 인식 또한 핑계처럼 느껴진다. 집은 가구와 인테리어까지 모두 갖춘 상태로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킨타 몬로이 사례를 보면 우리의 방식이 다소 촌스럽고 뻔해 보인다. 반값이지만 반쪽짜리인 한국의 반값 아파트와, 반쪽이지만 반쪽이 아닌 킨타 몬로이는 우리에게 각기 다른 내용과 방식으로 반전을 주며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2023.08.13 08:00

4분 소요
21세기 콜로세움과 타지마할은?

산업 일반

스페인의 아파트부터 뉴칼레도니아의 문화센터까지, 우리 시대를 대표할 만한 건축물 8 한 사회의 문화를 보여주는 데 건축물만 한 것이 있을까?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앙코르와트 같은 건축물은 당대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뉴스위크가 2000년대를 밝혀주는 건축물과 건축가를 꼽아봤다. ━ 퍼시픽 디자인 센터(Pacific Design Center,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마 메릭 스클라렉 스클라렉은 백인 남성이 지배하던 1950년대 미국 건축계에서 최초로 면허를 받은 흑인 여성 건축가였다. 그녀는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건축물 ‘블루 웨일’(Blue Whale, 1975년 완공된 퍼시픽 디자인 센터의 세 건물 중 푸른색 유리로 된 건물의 애칭)을 디자인한 건축가로 널리 인정받는다(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그녀와 공동 작업한 세자르 펠리의 이름만 올라 있다). ━ 오스카 니마이어 미술관(Museo Oscar Niemeyer, 브라질 쿠리티바) | 오스카 니마이어 ‘니마이어의 눈(Niemeyer’s Eye)’은 오스카 니마이어 미술관의 부속건물로 강철과 유리로 된 전시관이다. 브라질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니마이어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 독일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독일 베를린) | 루드비히 미스 반 데르 로에 세계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루드비히 미스 반 데르 로에가 디자인한 열린 개념의 미술관이다. 2층으로 된 이 건물은 돌출부를 외부의 버팀대 없이 지지하는 외팔보 양식을 이용했다. ━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 아제르바이잔 바쿠) | 자하 하디드 2013년 자하 하디드가 옛 소련공화국이었던 아제르바이잔에 지은 여성적인 곡선 형태의 건물이다. 아제르바이잔 문화의 감수성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혼합한 디자인이다. ━ 라 무라야 로하(La Muralla Roja, 스페인 칼페) | 리카르도 보필 라 무라야 로하는 스페인 칼페의 라 만사네라 개발단지의 아파트 이름이다. 지중해식과 스페인 해안 지역의 아랍 전통을 혼합한 디자인과 색상이 매우 독특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은 지 5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혁신적으로 느껴진다. ━ 스미다호쿠사이 미술관(Sumida Hokusai Museum, 일본 도쿄) | 세지마 카즈요 겉면이 각진 알루미늄 패널로 장식된 이 놀라운 5층짜리 건물은 도쿄 중심부인 스미다 구에 있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지마 카즈요가 설계한 이 미술관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키요에(일본 풍속화) 목판화가 호쿠사이 카츠시카의 작품 1800여 점이 전시됐다. ━ 이슬람 미술관(Museum of Islamic Art, 카타르 도하) | I. M. 페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디자인한 I. M. 페이가 13세기에 건설된 이집트 카이로의 이븐 툴룬 모스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이슬람 미술을 기리기 위해 건축된 이 미술관은 도하의 인공 섬 해안도로 끝에 있어 다른 건물의 방해 없이 그 기하학적 스카이라인을 즐길 수 있다. ━ 장-마리 치바우 문화센터(Jean-Marie Tjibaou Cultural Center, 뉴칼레도니아 누메아) | 렌조 피아노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이 문화센터는 뉴칼레도니아 카낙족의 전통 오두막 디자인을 바탕으로 했다. 친환경 건축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공기순환이 잘 되고 몬순 시즌에 강한 바람을 견딜 수 있는 10개의 파빌리온으로 구성됐다.- 폴라 프롤리크 뉴스위크 기자

2019.07.15 16:37

2분 소요
[국내 골프장 클럽하우스 베스트 18] 고성·한옥·우주선 …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산업 일반

국내외 유명 설계자의 개성 만점의 건축미 … “건축비용 과도하다” 비판도 어떤 골프장은 코스보다 클럽하우스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의 골프장은 클럽하우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크다. 뛰어난 건축가들이 클럽하우스에 자신의 개성을 아로새긴다. 골프장들은 경쟁적으로 클럽하우스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60억~70억원이면 충분했던 클럽하우스 건설비용이 최근에는 수백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국내 골프장 클럽하우스 베스트 18곳을 꼽아봤다.한국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건축은 세계적으로도 첨단을 달린다. 미국과 유럽에서 클럽하우스는 단지 골퍼의 부킹을 확인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샤워장을 부대시설로 갖추는 데 그친다. 이와 달리 한국 골프장에서는 식사하고 목욕하면서 반나절 이상 보낸다. 특히 수도권에서 먼 지방 골프장은 숙박 시설을 갖춘 리조트 격이어야 한다. 고급스럽고 다양한 기능도 겸비해야 한다. 골프장에서 단체 행사와 이벤트가 잦고 접대나 세미나 모임도 활발하다. 그래서 어떤 클럽하우스는 스포츠센터에 미술관, 박물관까지 갖췄다. ━ 회원권 가격 올릴 호재로 인식 국내 클럽하우스가 고급스럽고 세계적인 첨단 시설이 된 데는 회원권 가격 상승과 국내 골프장 건설 트렌드의 영향도 있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폭등하던 2000년대 중반까지 전국 각지에서 신설 골프장이 급증했고, 그때마다 회원권 가격을 올릴 최고의 호재가 고급스런 클럽하우스였다. 그래서 너도나도 고급 건축 자재를 들이고, 세계적인 건축가를 불러 웅장하고 호화롭게 지었다. 이런 흐름은 1990년대부터 시작돼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1998년에 개장한 경기 용인의 레이크힐스용인 클럽하우스는 담쟁이가 외벽을 뒤덮을 듯 둘러싸지만 발랄하고 산뜻하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클럽하우스는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컸다. 건축비도 100억원이 넘었고,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미국의 마이클 그래이브스가 설계했다는 자체가 당시로선 큰 뉴스였다. 양식적으로는 고전미가 느껴지지만, 스타일에서는 디즈니랜드에 가깝다. 내부 소재는 오크 무늬목이다. 높은 돔형 천장을 8개의 오크 무늬목 기둥이 지지하고 6개의 커다란 창에서 그린이 내다보인다. 각각의 건축 장치는 다른 장치를 연결해주는 도구이면서 예술적인 요소다.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이런 개념이 고전미 속에서 모던함을 자아내고, 디즈니랜드처럼 아기자기함 속의 우아함을 구현해냈다. 성처럼 만드는 클럽하우스는 이곳이 시초였다.1999년 1월 재일교포 김홍주씨가 일본에서 번 돈을 고국에 투자해 색다른 골프장 핀크스를 개장했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은 ‘제주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자연 환경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 클럽하우스를 멀리서 보면 한라산이 있고 그 밑으로 산등성이 층을 이루면서 내려오고, 그 가운데 클럽하우스가 가로로 놓인다. 코스로 나가려면 널찍한 조선마루를 지나야 하며 그 밑으로 개울이 굽이굽이 18번 홀 그린 앞으로 흘러간다. 외형적으로 아담하고 기능적으로 실용적인 게 핀크스 클럽하우스의 특징이다. 외부에서 진입할 때는 단층 건물이지만 코스에서 올려보면 2층이다. 지붕 가운데가 비대칭으로 솟은 것도 자연 채광을 최대한 끌어오는 동시에 로비의 기능을 부여하는 요소다. 예술성이 두드러진 외형이지만 건축 소재를 비싼 제품으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외부는 동판, 붉은 대리석, 알루미늄 캐스트, 한국산 흙벽돌 등으로 꾸몄다. 우아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되 초라하지 않다. 아담한 절제미(美)를 가졌다. 이타미 준은 또한 클럽하우스 지근 거리에 포도호텔까지 지어 숙박형 골퍼를 배려했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고급 리조트여서 핀크스가 국내 골프 리조트의 안목을 한차원 높였다. 이타미 준은 이후 제주도에서 더클래식, 경기 파주의 서원힐스, 대구의 오펠골프장 클럽하우스까지 건축했고, 유작(대부도의 아일랜드골프장) 클럽하우스까지 남겼다. 1999년 경기 포천에 조성된 아도니스컨트리클럽은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 등장한다. 모양이 마치 배를 뒤집어 놓은듯한 형상이다. 일본의 설계가인 니혼세케이가 설계하고 인테리어는 프랑스의 베르테 포쉬가 맡았다. 건물 앞으로는 널찍한 연못을 두어 방주가 물살을 가르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격자형의 목조 천정이 방주의 지붕을 떠올리게 한다. 벽에는 그림을 걸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했다. 클럽하우스가 우아한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되는 계기가 여기서 나왔다. ━ 체류형 리조트 컨셉트 등장 스페인 바스크 빌바오의 구겐하임빌바오 미술관은 천재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이다. 이 건축물을 보기 위해 한해 약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경남 남해의 삭막했던 매립지에 조성된 아난티남해(전 힐튼남해)골프리조트 역시 이 지역 명소다. 골프장보다도 구겐하임을 닮은 클럽하우스가 더 회자(膾炙)된다. 2006년 10월 개장한 아난티남해는 휴양 리조트인만큼 클럽하우스의 기능이 복합적이다. 골프장뿐 아니라 150실 타워 콘도와 21세대 빌라 콘도의 커뮤니티하우스 기능까지 만족시켜야 했다.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나온 민성진 SKM대표는 평평한 매립지에서 나타낼 수 있는 휴양의 즐거움을 다양한 박스 형태의 삐죽빼죽한 외형으로 구현했다. 건물 곳곳에 채광 창을 만들어 낮에는 남해의 자연광이 내부로 잘 들어오도록 했다. 건물 외형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밤에 건물 테두리가 은은하고 우아해 보이도록 했다. 반듯한 사각형 클럽하우스에 익숙해있던 골퍼에게 아난티남해는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다. 민성진은 이후 여러 골프장 오너의 러브콜을 받았다. 전남 순천의 레이크힐스순천, 충남 아산의 SG아름다운, 지금은 폐쇄된 북한 금강산아난티, 경기 가평의 아난티클럽서울까지 작품 세계를 넓혀나간다. 2010년 11월에 개장한 아난티클럽서울 클럽하우스를 처음 마주한 이들은 생소한 외형에 깜짝 놀랐다. 나이트클럽 같은 검은색 입구를 지나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6m 아래로 내려가야 리셉션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낯설어 보여도 기능적으로는 뛰어났다. 건물이 지하에 위치하면서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냉난방을 하는 등 에너지 효율성이 대폭 높아졌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는 수영장을 가운데 두고 식사를 할 수 있게 채광 공간까지 마련했다. 아난티서울은 리츠칼튼을 리노베이션하면서 등장했다. 클럽하우스는 종전보다 200m 위에 새로 지었다. 8개의 테니스 코트에 수영장 등 레저시설을 갖추면서 ‘4계절 리조트’로 거듭났다.2007년 11월 제주도 묘산봉 관광지구에 조성된 세인트포 역시 체류형 리조트로 건축 방향을 설정했다. 핀크스 비오토피아로 리조트 경험을 축적한 이길재 BLA건축사 대표는 클럽하우스를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독수리로 형상화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프랑스 건축가 장 자크 오리의 자문을 받아 프랑스 프로방스의 휴양 리조트 느낌을 강조했다. 다양한 컬러를 과감하게 썼고 천정과 기둥 조명을 원색으로 연출했다. 클럽하우스 2층은 VIP 라운지인데, 왼쪽 날개 격인 옥상을 따라 길을 내 리조트 전체 부지와 김녕 앞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했다. 특히 독수리 알을 형상화한 듯한 2층 화장실은 호사가들 사이에 한 번쯤 가봐야 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클럽하우스 옆 건물인 골퍼스플라자는 독수리가 머무는 둥지처럼 조성했는데 화려하고 이국적인 실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2009년 9월 경기 여주에 개장한 해슬리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는 일본의 자연주의 건축가 시게루 반과 윤경식 한국 건축 대표의 공동 작품이다. 한여름 베개 대용인 ‘죽부인’의 구조를 건축에 응용했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자연 채광과 통풍 기능을 극대화했다. 석재로 둘러싼 공간 사이로 구멍을 내 바람이 통하도록 했다. 내부는 원목을 글루램 공법으로 쌓아 육각형 구조로 연결했다. 클럽하우스 실내로 들어가면 높은 나무 기둥과 함께 마치 큰 나무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1층은 스타트하우스로 이어지고 2층은 사우나, 3층은 테라스를 겸한 야외 레스토랑이다. VIP 응접 공간, 멤버스 클럽 등이 다양하게 배치돼 동선의 독립성도 보장된다. 2010년 3월 경기 이천에 등장한 블랙스톤이천 클럽하우스는 설계가가 골프장 오너인 원용권 회장이다. 탁월한 식견을 가진 오너가 인테리어와 공사 전반을 지휘했다. 클럽하우스는 밖에서 보면 어린이가 그려놓은 동화집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중세 수도원으로 순간적인 공간 이동을 한 것 같다. 천장은 크로스볼트 구조로 돔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레스토랑은 야외 노천카페에 온 것 같고, 사우나에서는 흑백톤이 초현실적으로 오간다. 멀티숍 옆으로 미술관이 연결되고, 구석구석 놓인 각종 인테리어는 수준 높은 예술 안목이 느껴진다. 조그만 소품 하나, 공간 하나마다 신선한 파격이 이어진다. ━ 태광·신세계·효성의 프라이빗클럽 경쟁 2008년을 분기점으로 국내 회원권 가격은 하향세였다. 회원권 분양을 목적으로 고급화 경쟁을 하던 골프장은 대폭 줄었다. 하지만 태광·신세계·효성 등 대기업 중심의 프라이빗 골프장은 이후에도 꾸준히 생겨났다. 그들은 코스뿐만 아니라 클럽하우스와 운영에서도 최고급 경쟁을 했다. 그래서 최근 10년 이내 조성된 회원제 골프장들은 세계적인 건축가와 첨단 설계 기법이 총동원된 클럽하우스가 유독 많다.충북 음성에 개장한 레인보우힐스는 김준기 전 DB그룹(전 동부그룹) 회장이 유명 설계가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를 삼고초려 끝에 초빙해 코스 설계를 일임했다. 클럽하우스 역시 설계가의 의견에 따라 미국의 부티크호텔과 스파, 클럽하우스 건축으로 유명한 마이(Marsh&Associates) 디자인에 맡겼다. 워터해저드를 계단식으로 배치해 물 흐르는 소리를 코스에서 듣도록 한 레인보우힐스의 설계 컨셉트는 클럽하우스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면 분수 소리, 1층 로비로 계단을 올라오면 수직벽 낙수 소리가 청량하다. 천정에서는 크리스탈 소리통을 달아서 현관문이 열리거나 밖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산사의 풍경소리처럼 달캉거린다. 건축 소재는 미국의 롯지에 쓰이는 오클라호마산 샌드스톤이고 지붕과 차양은 구리로 했다. 내벽도 샌드 스톤으로 장식해 마치 커다란 피라미드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송도국제업무단지에 조성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JNGCK) 클럽하우스는 도심과 어울린 클럽하우스 건축의 대표 사례다. 설계가인 미국 캐논디자인의 메흐다드 야즈다니는 ‘도심 속 클럽하우스’를 구현하기 위해 야간에는 다양한 LED 조명을 통해 골프장이 마치 오페라하우스처럼 빛나도록 했다.태광의 휘슬링락 클럽하우스는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 설계가인 프랜신 후벤 메카누 대표가 설계했다. 그는 클럽하우스에 코스를 끌어들였다. 1층 라커룸에는 대나무숲 공간을 만들었고, 2층 레스토랑 안에 숲을 조성해 마치 숲 속에서 식사하는 느낌을 연출했다. 실내 화단은 마치 바깥의 자연이 클럽하우스 안으로 들어온 듯하다. 로비 앞 통유리 전망대를 만든 것 역시 자연을 끌어안는다는 건축 개념의 확장이었다.신세계의 트리니티 클럽하우스는 웅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 PGA웨스트, 펠리칸 힐 등의 고급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맡았던 로버트 알트버스가 설계했다. 그는 ‘영원불멸의 피라미드를 형상화한 아르데코 스타일’을 추구했다. 클럽하우스 앞에 당도하면 짙은 암흑색의 외형에 압도된다. ‘자연에 순응하는 선과 면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카리스마와 중압감 웅장함을 느끼도록’ 한다는 건축 의도 때문이다.대명의 소노펠리체 클럽하우스는 경쾌함과 위트를 특징으로 하는 프랑스 건축가 데이비드 삐에르 잘리콩의 작품이다. 갈색의 여러 그루 나무가 하나의 군락을 이루는 형태로 설계했다. 이 같은 컨셉트는 실내 인테리어에도 반영했다. 골퍼가 나무 밑둥으로 들어가는 동화적인 구조는 욕탕이나 레스토랑 등에도 응용된다.동국제강의 페럼클럽은 일본의 안도 다다오를 초빙해서 클럽하우스를 지었다. 어떤 이들은 클럽하우스를 보면서 UFO를 연상했을 정도로 독특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도는 동국제강의 휘어진 원통 제강의 모양으로 클럽하우스를 조성했다. 페럼은 라틴어로 철(Fe)을 의미한다. ━ 조민석·승효상 등 국내 설계가의 반격 해외 설계가들이 꾸준히 초청되는 것과 동시에 세계적인 한국 건축가도 클럽하우스 작품에 도전했다. 360도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는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 거장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설계했다. 그는 클럽하우스를 마치 여러 채의 집이 모여서 이룬 마을이라고 상상했다. 지붕은 고건축에서 흔히 보이는 맛배 지붕이며 라커룸에서 창을 터놓아 하늘과 구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마감은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배경으로 존재하도록 콘크리트와 돌을 주재료로 사용했고, 내부의 안락함을 암시하도록 개구부(開口部)의 목재면이 돌출한 목재와 함께 노출되도록 했다. 진입하는 차량은 마을로 들어서는 느낌을 갖는다. 혹시 티오프 시간에 늦어 급히 도착한 골퍼들이 신속하게 스타트하도록 동선을 최소화했다. 로비에는 유리창을 최대한 넓게 내 필드 전경을 모두 끌어안으려 했다.2013년 11월에 경남 남해에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 개장했다. 한려해상공원의 바다 절벽에 앉혀진 코스도 일품이거니와 바다 절벽 위의 클럽하우스는 마치 그리스의 포세이돈 신전 같다. 베니스베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젊은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클럽하우스와 함께 그늘집까지 모두 설계했다. 뛰어난 바다 조망을 가진 땅인만큼 클럽하우스 건축에도 ‘조망’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레스토랑과 사우나동을 유리로 조성해 어디서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의 나머지 요소는 심플하면서도 우아하다. 아이보리색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어느 한 곳 모난 곳이 없게 곡선으로만 흐른다. 건물 가운데 얕은 연못이 있는 중정(中庭)을 두었으며, 자연을 최대한 조망하고 담기 위해 건물은 십(十)자 모양으로 뻗어나간다. 그래서 이곳 로비에 서면 하늘과 바다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강원 홍천의 블루마운틴은 남서울·사우스스프링스·샌드파인 등 국내 수많은 클럽하우스를 신축·재건축한 간삼건축이 클럽하우스를 설계했다. 커다란 목재와 석재를 마술하듯 잘 섞어가며 700m 고도에서 마주한 산장의 느낌을 연출해냈다.가장 최근인 2015년 4월 강원도 춘천에 개장한 라비에벨올드코스 클럽하우스는 한옥이다. 문막의 한옥 주택단지와 타니CC 클럽하우스에서 한옥 건축을 실험한 김영택 다원건축 대표의 작품이다. 클럽하우스가 마치 민속촌 같다. 사랑채에서 식사를 마치고 중정을 지나 중간 대문을 열면 카트가 기다린다. 코스 안에 있는 그늘집은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한 정자(亭子)다. 한국의 건축이 골프라는 문화를 만나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8.01.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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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우리가 빌려 쓰는 거야

산업 일반

2013년 8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수압파쇄법(fracking, 셰일 층에 함유된 원유를 추출하는 기술)을 하게 되면 매달 청구되는 주민들의 전력요금이 크게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북서 잉글랜드 지방 주민에게 수압파쇄법이 유리하다고 설득하려는 시도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사회 같은 것은 없다. 개인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쇼핑이라고 미국인에게 말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캐머런 총리는 영국 국민이 수동적인 소비자라고 여긴다. 당시 수압파쇄법은 지진을 유발한다는 우려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캐머런 총리가 그런 주장을 하는 의도는 간단했다. 전력요금을 충분히 절약해 더 사소한 소비재를 구입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압파쇄법을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에 모인 성공회 주교들은 전력요금을 몇 푼 아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진짜 문제는 “지구의 보전을 수탁 받은 사람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주장이었다.이 같은 견해차는 현재 진행 중인 문화적 지각변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컨슈머리즘(consumerism, 대량소비주의)에 기초한 사회에서 수탁보전책임과 공유를 포용하는 사회로의 변천이다. 수탁보전책임(stewardship)은 지구상의 다른 동식물을 대신해 이 행성을 훼손하지 않고 온전하게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는 사고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 경제와 개인 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 같은 전환의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 세계가 아직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컨슈머리즘이 거기에 깊게 뿌리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수탁보전책임 문화도 확산돼 간다.에너지원은 제각각 특정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이는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석탄) 또는 그 에너지가 조장하는 태도와 믿음(석유와 가스)에서 기인한다. 석탄은 생산의 산업적 규율을 우리에게 가져다 줬다. 석유와 가스는 초창기 소비문화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우리에게 심어줬다. 신재생 에너지는 강력한 수탁보전책임의 메시지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만성적인 우려를 수반한다. 신재생 에너지가 점차 화석연료를 대체함에 따라 수탁보전책임이 갈수록 커지고 컨슈머리즘은 더욱 퇴조하게 될 것이다.이 같은 이른바 ‘에너지 논쟁’은 실제로 문화의 교체를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러 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9월 뉴욕의 록펠러 형제 펀드는 화석연료 투자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석유업체 스탠더드 오일은 사업수익 일부를 돌려 세계 각지의 수탁보전 책임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같은 달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억만장자 데이비드 카치 형제가 후원한 신설 플라자 개장식에서 일단의 시위대가 체포됐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벽에 ‘카치=기후 대혼란’이라는 글자를 비춘 혐의였다. 카치 형제 대(對) 록펠러 형제, 거물들의 싸움이다.이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예를 보자. 이미 그 우아한 건축의 초석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가장 낮은 수로의 다공질 벽돌 사이 회반죽이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습기가 올라오면서 건물을 지탱하는 연결봉이 녹슬고 있다. 산마르코 대성당 현관의 13세기 모자이크에 벌써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베네치아사업단(Consorzio Venezia Nuova)이 폭풍우를 막는 홍수 차단막을 세우고 있지만 극빙관(polar ice cap) 해빙에 따른 수위 상승은 막지 못한다.그러나 베네치아 항만청은 초대형 유람선에 정박 허가를 계속 내준다(올해 예약 520건). 유람선들은 갈수록 파도를 더 멀리 밀어 보내 주데카 운하를 따라 늘어선 웅장한 구조물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시 당국이 조달하는 유지보수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산마르코 광장이나 탄식의 다리(Bridge of Sighs)의 광고 플래카드를 장기 임대해 경관을 망가뜨리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다. 이탈리아, EU 또는 유엔의 어떤 수탁보전책임 프로그램이 과연 초대형 유람선과 유명 브랜드의 ‘소비’로부터 베네치아를 구할 수 있을까?부상하는 수탁보전책임 문화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목격된다. 우리 중 다수는 재활용 폐기물과 일반 쓰레기를 분류하고, 공유경제를 통해 교통이나 숙박 수요를 충당하고, 화학물질 없이 재배된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습관을 익혔다. 초창기에는 우리의 떳떳하지 못한 쾌락을 포기해야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종종 부각됐다. 하지만 지금은 ‘녹색’ 생활양식의 실재적인 이점이 뚜렷해지고 있다. 컨슈머리즘 가족 모델은 구성원들이 원하는 상품을 각각 독립적으로 쇼핑하도록 한다. 수탁보전책임 모델에선 가족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협력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앞으로 성공 기준은 재산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전하는 역할을 각자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느냐가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슈머리즘 쇠퇴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폰 신모델을 먼저 구입하려 매장 앞에서 기꺼이 밤샘하는 사람 수가 줄어든다면? 초대형 주택과 휘발유를 많이 먹는 자동차 시장이 붕괴된다면? 패션업계까지 위태로워질까? 과소비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는 날이 언젠가 올까?새로 부상하는 수탁보전책임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풍력발전을 하는 덴마크와 지열발전을 실시하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분명한 모델이 발견될지 모른다. 정치인과 기업인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간다. 더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카풀을 조직해 하이브리드 카(휘발유 + 전기)를 이용한다. 전기 충전이 가능한 곳에 주차시킨다. 자동차와 주택 모두 쌍방향 전력망에 연결된다. 따라서 그들은 전력의 소비자뿐 아니라 공급자도 될 수 있다. 공유경제는 수탁보전책임의 본질적 요소다. 소비가 더는 핵심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는 부차적 문제로 밀려난다. 그보다 활용 가능성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소유 자원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유하는 데 놀랄 만큼 적극적이다. 따라서 요즘 세계 각지에 있는 주택과 아파트의 수많은 빈방이 에어비앤비나 다른 공유 서비스를 통해 임대 목록에 오른다. 그리고 우버(택시 호출 앱)가 합법인 곳에서는 수많은 택시 기사가 기꺼이 그 서비스에 합류해 택시 회사를 당혹스럽게 한다. ━ 쓰레기를 이용한 예술작품도 선보여 낭비는 수탁보전책임과 상극이다. 미국의 한 조사 결과, 미국 보통 가정의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의 무려 40%가 권장소비기한(best-before date)이 지난 뒤 버려진다. 미국인은 중앙냉방을 선호한다(다른 나라에선 개별 냉방이 보편화됐다). 따라서 더운 날씨에는 수많은 주택과 아파트 건물 구석구석까지 사람이 있든 없든 밤낮으로 에어컨을 켜둔다. 수탁보전책임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우리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무절제한 에너지 소비에 이의를 제기하고, 지속 가능성을 존중하고, 우리가 다른 방으로 이동할 때 또는 집을 비울 때 에어컨을 꺼야 한다. 낭비의 대안은 지속 가능성이다. 녹색 건축과 도시 계획이 지속 가능성과 수탁보전책임을 가장 활발하게 발전시켜왔다. 이는 도심 인구밀도를 높이고 수직 성장을 촉진한다. 휘발유 먹는 자동차에 편승한 교외 주택지구의 확산을 중단시켰다.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찍이 200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렌조 피아노 설계팀이 샌프란시스코에 8100㎡의 녹색지붕(living roof)을 조성했다. 가벼운 경사를 이루는 작은 언덕과 해치 형태의 채광창을 갖춘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건물이다. 한편 태평양 반대편에선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왕슈가 벽돌과 타일 100만 개를 재사용해 닝보 역사박물관을 완성했다. 5년 뒤 피아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킴벨 미술관의 증축을 맡았다. 조각된 단열 잔디 지붕, 140m 깊이의 지열 우물 36개, 태양광 패널이 부착된 알루미늄 루버(채광 목적의 미늘판)를 추가했다. 거기서 생산된 전력으로 갤러리의 야간 조명을 밝힌다. 피아노 설계팀 건축물의 단위 면적 당 전력 사용량은 1970년대 초기 건물의 절반에 불과하다. 초창기 건축물도 유명 건축가 로이 칸이 설계했다.예술가들은 종종 대중의 인식변화를 보통 사람들보다 더 잘 알아차린다. 이들의 작품은 처음에는 비웃음을 샀지만 수탁보전책임 미술의 밑거름이 됐을지도 모른다. 몇몇 초창기의 시도가 중요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진행 중인 변화의 속도를 말해준다. 일찍이 1960년대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잡동사니를 이용한 ‘가난한 미술’)는 이 같은 새로운 문화를 내다보고 쓰레기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1970년 미국인 조각가 로버트 스밋슨은 ‘나선형 방파제(Spiral Jetty)’를 설계했다. 미국 유타주의 그레이트 솔트 호수에 이르는 460m 길이의 검정 현무암 보도다. 지금은 일반용어가 된 대지미술(Earth Art, 지형이나 자연경관을 이용한 공간예술)의 효시가 됐다. 2003~2004년 덴마크 출신 아이슬란드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현재까지 이 장르의 최고 인기작으로 꼽히는 ‘날씨 프로젝트(Weather Project)’를 제작했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터빈 홀에 짙게 깔린 황금빛 안개가 소용돌이친다(터빈 홀은 석유 화력 발전소가 있던 곳이다). 그 속에서 태양 같은 거대한 원반이 반짝인다. 젊은 미술 애호가들이 그 널따란 공간의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햇빛과 바람을 만끽한다. 신재생 에너지에 따르는 신흥 문화에 똑같이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다. 신체의 수탁보전책임이다. 지구의 수탁보전책임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분담할 수 있는 장기적인 목표다. 하지만 내 몸을 돌보는 일은 훨씬 더 개인적이고 관리하기가 쉽다고 생각한다. 피트니스 업계는 이 같은 인식의 주요 수혜자다. 50년 전에는 운동선수만 체육관을 찾았다. 지금은 누구나 헬스클럽에 가서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가 몸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도 이 같은 강박증의 또 다른 결과다. 완전 채식주의자들이 날마다 늘어나는 한편 음식점들은 지역산 재료를 쓴다고 광고한다.섹스에 대한 태도는 본질적으로 문화적이다. 문화적 변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큰 우리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신념과 가치에 속한다.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 히피 문화의 극치)’에 기반한 소비자 문화는 섹스를 또 하나의 체험으로 여겼다. 가능한 한 많이 하되 임신하지 않고 즐겨야 하는 체험 말이다. 반면 새로운 에너지원에 수반하는 섹스관은 분명 섹스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우연한 만남은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회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공유할 때마다 지속적인 관계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우리의 신체 상품화에 페미니스트만 갈수록 거칠게 저항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육체의 수탁보전책임자로 여기는 부모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신체를 편하게 받아들이고 ‘은밀한 부위(private parts)’의 페티시즘을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을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한다. 사진작가 스펜서 튜닉은 세계 각지의 공공장소에서 단체로 벌거벗은 인간의 파노라마 사진 촬영에 참여할 자원자 수십 만 명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불러모은다. 그의 사진이 지금은 이색적일지 모르지만 아르테 포베라처럼 앞으로 다가올 문화의 예고로 인식될 수도 있다.녹색당은 명백한 수탁보전책임 정당이다. 그러나 대다수 진보파 대안 정당들이 툭하면 그들의 특징적 정강들을 도용한다. 보수파는 유권자에게 녹색 이미지를 부각 시키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석탄 또는 석유 대기업과 얼마나 한통속이었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 입장에선 신재생 산업에서 수익성 높은 부업을 개발하는 한편 ‘에너지 기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에 여념 없는 업체가 많다. 지난해 10월 미국 댈라스시의 에너지 서비스 국장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시의 전력 중 텍사스 북서부의 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8%를 차지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몇몇 석유대국은 우리를 더 놀라게 할 수 있다. 지난 5월 산유국 석유장관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인 자리에서 사우디 석유장관이 새로운 발표를 했다. 석유에 의존하는 체제를 21세기 중반까지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체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사우디에는 두 에너지가 모두 풍부하다. ━ 일자리와 에너지 표방한 정당에 유권자 몰려 새로 부상하는 문화는 이미 정치적 변수가 됐다. 캐나다 앨버타주는 악명 높은 타르 샌드의 본산이다. 세계에서 가장 더럽다는 평을 들어온 타르 샌드 매장자원을 채굴하고 있다. 올봄까지 44년 동안 이 지방의 보수파 정부는 석유·가스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최근에는 워싱턴 로비스트들을 고용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다. 미국 중부를 가로질러 루이지애나주의 인건비 낮은 정유시설로 타르 샌드를 실어 나르는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에 동의하게 만들려는 시도였다. 이 지방의 유권자 다수가 직간접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이 좌파 정부를 선출하리라고는 특히 석유회사를 포함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 밖의 일이 올봄 현실화됐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4석에 불과하던 앨버타주 신민주당(NDP)이 54석으로 급격히 세를 늘려 다수파 정부를 구성했다.보수파의 오만과 자만에 대한 유권자의 질책이라고 평론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유권자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여러 대안 정당을 외면하고 ‘일자리와 에너지’를 표방한 NDP의 공약을 지지했다. 그들은 두 가지 현안 모두 환경 책임에 기반한 접근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레이첼 노틀리 신임 주지사는 취임 즉시 성명을 냈다. 캐나다 횡단 파이프라인은 계속 지지하지만 키스톤 파이프라인에 대한 지지는 철회하며 워싱턴 로비스트 고용을 중단하겠다고 시사했다.수탁보전책임이 대세가 되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 문제의 답을 찾으려면 에너지와 문화 간의 관계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는 정의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개념이다. 우리의 행동뿐 아니라 그 행동에 관한 신념과 사고까지 아우른다. 물리적·물질적·사회적·정치적 또는 심미적 측면을 모두 지닌다. 마을·지방·국가 문화가 있을 뿐 아니라 특정 남녀·연령 또는 직업에 국한된 문화도 있다. 모두가 여러 문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전 생애뿐 아니라 종종 단 하루 동안에도 말이다.그러나 이 모든 문화는 그 원동력을 이루는 에너지 공급원에 의존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 이외의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생물종은 인간뿐이다. 그리고 각 에너지원은 저마다 특정한 문화적 가치를 수반한다. 그 특정한 가치에서 우선시하는 태도와 신념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어도 분명 수용해야 한다. 이들 근본 가치는 그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모든 문화가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은 문화 변혁의 강력한 동력이다.석탄이 채굴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기존의 농업 사회를 대체했다. 그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 영국이 변화를 선도했다. 지하의 풍부한 석탄을 캐내고, 증기 엔진을 발명해 완벽하게 만들었다. 증기 엔진은 석탄을 대단히 효과적인 대량생산 수단으로 만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상상하는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생산공정이었다. 결과적으로 토지 없이도 부자가 되는 길이 열렸다. 이때부터 생산 공정과의 관계로 사람의 성격이 규정됐다. 석탄에 수반되는 생산 문화는 교육 받고 높은 직업윤리를 가진 근면 성실한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본질적으로 근로에 가치를 두는 노동력이 요구됐다. 그로 인해 공교육이 실시되면서 하나의 기대가 형성됐다. 청소년이 의무교육을 마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섹스를 미루는 자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기대였다. 그뿐 아니라 혼전 또는 혼외 관계와 끔찍한 동성 관계도 금지됐다.석유와 가스가 모두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석탄 기반 생산문화를 연장시켰다고 많은 사람이 가정한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는 탄광이나 증기기관 공장처럼 거기에 의존하는 근면 성실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질학자들이 제공하는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적 소규모의 근로자들이 유정을 시추해 연료를 퍼올릴 수 있었다. 에너지 기업과 정부가 파이프라인을 지킬 수만 있다면 가치의 초점이 생산에서 소비로 이동한다. 석탄재벌들은 끊임없이 파업을 우려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는 석유나 가스 근로자를 논의주제로 삼지 않는다. 그들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그에 따른 배럴 당 가격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오늘날의 수탁보전책임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소비문화를 두고 처음에는 논란이 뜨거웠다. 1960년대 많은 나라에서 석유와 가스가 석탄을 대신해 주요 에너지 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에너지 변천에 따라 소비문화도 바뀌었다. 반드시 지지 받지는 못했지만 분명 수용됐다. 특히 우리 모두가 보유하던 플라스틱(석유 제품) 신용카드(미국에서 주유소 고객 전용카드로 출발했다)가 그런 추세에 날개를 달아줬다. 사람들을 더는 생산공정과의 관계로 규정짓지 않게 됐다. 이제 시민의식의 정의에 쇼핑을 통해 경제를 떠받쳐야 할 책임이라는 의미도 추가됐다. 지난 50년 동안 소비문화의 가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경제학자와 정치인뿐 아니라 우리 대대수가 그렇게 여겼다. 석탄은 교육을 보편화시켰고 석유와 가스는 신용대출의 대중화를 불러왔다.석탄과 산업혁명이 요구했던 자기절제가 느슨해졌다. 그것은 반문화에서 극치를 이루며 단순히 상품뿐 아니라 소비 가능한 체험으로 훨씬 더 깊숙이 퍼져나갔다. 섹스도 그와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체험에 불과했다. 화학·의학 연구 덕분에 이 특정한 경험을 출산 위험 없이 누리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사랑의 여름’과 ‘성혁명’이 탄생했다.과거엔 산업적 규율에서 벗어나는 주요 수단이 음주였다. 하지만 새로 도래하는 소비문화에선 단순히 소비자 역할을 하는 데 따르는 따분함을 달래는 수단으로 불법 약품이 주류 반열에 올랐다. 과거엔 보헤미안 음악가나 작가들이 탐닉하던 재료였다. 반문화 운동의 대부인 티머시 리어리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마약에 취하고 일상에서 일탈하라고 촉구했다. 중장년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로 소비가 단순히 상품 구입뿐 아니라 체험하는 문제가 됐다. 1970년에 접어들면서 ‘체험 경제’가 자리 잡았다. ━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앤디 워홀은 소비문화의 천재였다. 1960년대 초에 이미 그 의미를 이해했다. 그는 자신이 그린 초상화 주제(마릴린 먼로, 재키 오나시스, 리즈 테일러, 엘비스 프레슬리, 마오쩌둥)의 스크린 이미지를 탁월하게 이용했다. 이는 브랜딩이 개성을 정의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캠벨 수프 캔이나 브릴로 세제 박스만큼이나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들 이미지에 사용한 색채 변화는 반복된 각 초상화가 지닌 성격을 연상케 했다. 마릴린 먼로는 때로는 핑크나 자주 색으로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종종 같은 캔버스 위의 다른 버전에선 기이하게 짙은 어둠으로 덮여 있다. 그 이유는 뻔하다. 워홀은 앞으로는 누구나 15분 간 유명해질 기회를 갖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비가 지배하는 문화에선 유튜브 같은 서비스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이해했다.신재생 에너지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지난 한 세기 동안 석유와 가스가 맡아왔던, 또는 그 전에 석탄이 성취했던 역할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 신재생 에너지를 구현하는 데는 기술·재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제 수압파쇄법으로 석유와 가스 의존의 기대수명이 최소한 수십 년 더 연장됐다. 대형 에너지 업체와 그들을 보호해주는 정부는 이 같은 도전과제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약화됐다.처음에는 독일이 앞장섰다. 일찍이 2000년 독일 의회가 쌍방향 전력망을 구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표적으로 전력 시스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건물주에게 대가를 지불했다. 초기의 장려책 덕분에 독일 제조업체들이 처음에는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을 선도했다. 그러나 기술적·재정적 난제가 쌓이면서 중국이 태양광 패널의 생산과 수출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리고 몇몇 극단적인 경우 독일 업계는 석탄으로 복귀했다. 에너지 전환에는 수십 년 때로는 수 세기가 걸린다. 그리고 곧게 뻗은 탄탄대로가 앞에 놓여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복잡한 문제는 원자력 에너지의 대안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불가피하게 근심의 문화와 연관돼 있다. 어쨌든 불 이후 대량파괴의 매개체로 우리 앞에 나타난 최초의 에너지원이니 말이다.중국은 앞으로 놀라운 진화 과정을 보일 것으로 여겨지는 흥미로운 사례다. 공산당 이념은 전력화(electrification)를 수반한 변혁의 문화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오늘날 중국은 변함없이 석탄(호주나 몽골 산이 태반이다)에 의존한다. 따라서 여전히 강력한 근로윤리를 가진 규율 잡힌 근로계급을 장려한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향후 30년 동안 천연가스를 공급 받는 수십 억 루블의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중국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수많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또한 서부 평원지대를 방대한 풍력발전 단지로 덮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에너지 원을 수반하는 각 문화(생산·변모·소비·수탁보전책임)가 충돌한다.지난 3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대도시 주민에게 막대한 가처분 소득을 안겨줬다. 그리고 수많은 농촌 주민을 끌어들였다. 그들은 적은 보수로도 일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극심한 가난을 벗어나 비교적 먹고살 만한 수준으로 올라선 사람이 대단히 많아졌다. 따라서 상하이·베이징 또는 기타 사람이 몰리는 도시의 상점과 거리에서 소비문화가 팽배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그러나 수탁보전책임 문화가 도래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듯하다. 영국 정부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가 장기적인 목표라고 발표했다. 모든 제품이 재활용되고, 폐기물이 모두 회수되고, 제조공정의 실제 에너지 비용이 모두 설명되는 경제다. 최근 중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환경 목표를 추구하는 협정을 논의했다. 양국이 그런 노력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지구 수탁보전책임 문화의 밝은 앞날을 가리키는 유망한 도전과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수탁보전책임은 높이고 소비는 줄이고 중국이 가면 세계도 간다. 우리가 화석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해 어떤 에너지원이든 계속 사용하는 한, 각 에너지원과 관련된 문화적 가치는 그 에너지원에 대한 우리의 의존과 비례해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소비문화는 대다수 개도국 세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생활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소비문화가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수압파쇄법 덕분에 석유와 가스는 적어도 21세기 중반까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지구온난화는 실제로 존재하며 세계 각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압력이 갈수록 거세진다. 현재 자전거를 이용하는 수많은 인도인이 자동차를 굴리기 시작한다면, 남반구 국가들이 냉방장치를 갖춘 싱가포르의 사례를 따르기 시작한다면 지구의 장기적인 존속을 낙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국민의 생활을 개선할 기회를 누가 막겠는가?한 가지 결론은 피할 수 없다.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그런 세계적인 발전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수탁보전책임 문화를 촉진하고 소비문화를 차츰 줄여나가 그것을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몇 십년 동안 살았던 아주 특이한 사람들의 별난 습관쯤으로 여겨지게 만들어야 한다. 멋진 신세계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지속가능한 신세계여야 한다.- BARRY LORD NEWSWEEK 기자 / 번역 차진우

2015.09.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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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 음악에서 영감 얻는 문화 공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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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가 또 한번 새 바람을 일으킬까? 음악을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인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Music Library)와 언더스테이지(Understage)가 5월 22일 문을 열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여러 실험적인 기획으로 대중에게 폭넓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난 10여 년간 ‘슈퍼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아티스트들이 국내 공연을 열었고, ‘컬처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떠오르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번에 문을 연 뮤직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 역시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준비를 마쳤다.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다. 한국 록과 댄스음악이 태동한 곳으로 국내 대중음악사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최근에는 여러 미술관과 공연장이 들어서며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는 새로 들어서는 건물이 남산과 한강의 풍광을 가로막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고 한다. 건축의 설계를 맡은 세지마 카즈요는 지형과 건물의 공존을 위해 원래의 경사를 그대로 남겨 놓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2010년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인물이다.뮤직 라이브러리의 테마는 ‘울림의 시간, 영감의 공간’이다. 인간의 실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존재하며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된 음악의 가치를 담았다. 1950년 이후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1만여 장의 바이닐(음반)과 3000여 권의 음악 관련 전문 도서를 보유했다. 아날로그 형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카드는 독자적 시각과 전문성을 가진 글로벌 큐레이터들을 선정해 2년간 11개 국을 돌며 음반을 수집했다.250장의 희귀 음반도 실물로 만날 수 있다. 비틀즈의 음반 ‘예스터데이 앤 투데이(Yesterday and Today)’의 부쳐 커버, 전 세계적으로 100장밖에 없는 롤링스톤즈의 한정판 앨범도 보유했다. 또 레드제플린의 초회 음반도 있다. 매니어 사이에서 소문만 들었던, 혹은 기사로만 접했던 음반들이다. 또 전 세계 대중문화사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 매거진 도 1967년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전권(1161)을 읽을 수 있다. 이 같은 전권 컬렉션은 롤링 스톤 본사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뮤지션 중심의 새로운 음악 플랫폼’을 지향했던 음원 사이트 ‘현대카드 뮤직’의 뒤를 이을 언더스테이지도 관심을 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기며 진화했다. 지하 1·2층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지하 1층에는 스튜디오가 있는데 2개의 합주실과 1개의 음악작업실, 라운지로 구성돼 있다. 뮤지션들이 연주 연습부터 곡 작업과 데모 녹음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지하 1층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하 2층 스테이지에는 스탠딩으로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시설과 조명 설비를 갖췄다.

2015.05.24 20:03

2분 소요
TRAVEL - 올해 개장하는 세계의 관광 명소들

산업 일반

박물관, 테마파크, 관광지 … 새로운 세계 명물로 자리잡을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펀타지 아일랜드 - 인도네시아 리아우 제도 개장: 2014년 말싱가포르 해안에서 약 16km 거리에 있는 리아우 제도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진행 중인 ‘펀타지 아일랜드(Funtasy Island)’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세계 최대의 ‘친환경 테마파크’가 탄생한다. 또한 이 섬은 세계 최초로 섬 전체에 울타리를 치고 입장료를 받는 섬이 된다.810에이커의 부지에 413개의 호텔 스위트와 빌라, 회의장, 식당, 스파와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들어선다. 이곳에서 진행될 친환경 활동에는 섬 주변의 수중생물 관찰 투어와 훼손되지 않은 섬의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자연탐사가 포함된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메리터스 호텔 & 리조트 측은 리아우 제도의 70%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싱가포르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환경에서 벗어나 조용히 쉴 수 있는 자연 속의 휴식처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게 할 계획이다. IMG 어드벤처 월드 -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개장: 2014년 하반기부유하고 화려한 도시 두바이는 야심찬 도시개발계획 앞에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걸 무엇보다 좋아한다. 2014년 개장이 예정돼 큰 기대를 모으는 IMG 어드벤처 월드도 예외가 아니다. 두바이랜드(미국 디즈니랜드의 8배 규모)에 들어서는 세계 최대의 실내 테마파크로 면적이 14만㎡에 이른다. 마블, 로스트 밸리(Marvel, Lost Valley), 공룡 어드밴처(Dinosaur Adventure),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 IMG 불러바드(IMG Boulevard)의 4개 지역으로 나뉜다.공원 측은 아찔한 롤러코스터와 특정 테마를 한껏 살린 놀이기구들, 휘황찬란한 라이브 공연 등 기존의 놀이공원 시설에 더해 많은 ‘세계 최초의’ 특징들을 갖출 예정이라고 홍보한다. 2014년 하반기에 문을 여는 이 공원엔 기업체의 행사를 위한 회의시설도 들어선다. 공원 측은 하루 방문객이 2만 명을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 하이 롤러 회전식 관람차 - 미국 라스베이거스 개장: 2014년 봄하이 롤러(High Roller)는 높이 167m의 회전식 관람차로 싱가포르의 플라이어(Flyer)보다 약 3m가 더 높아 2014년 봄에 개장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가 된다. 이 원형 관람차에는 28대의 폐쇄형 곤돌라가 설치되는데 각 곤돌라의 수용인원은 40명이다. 1회전 관람에 약 30분이 소요된다.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는 시설물답게 미래형 디자인의 곤돌라 안에 평면 스크린 TV를 갖추고 음악을 곁들인 영상쇼를 방영한다.또 관람객들은 관람 도중 다양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이 관람차에는 1500개의 LED 전구가 설치돼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환히 밝힐 전망이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하이 롤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라는 명성을 누릴 시간은 2년도 채 안 될 듯하다. 2016년 5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높이 190m의 대형 관람차가 문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스테츠키 아스널 - 우크라이나 키예프 개관: 2014년 말(일부는 이미 개관)18세기에 지어진 이 무기고는 한때 제정 러시아와 소련의 극비 군사 목적에 이용됐으며 이제 리노베이션을 거쳐 유럽 최대의 미술관으로 거듭난다. 2014년 말 전면 개관하는 25에이커의 이 미술관에는 디지털 도서관과 미술 실험실도 들어선다. 개관 기념으로 에드바르 뭉크와 귀스타프 클림트, 프리다 칼로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그동안 키예프를 국제 미술의 중심지나 가치 있는 여행지로 여기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 미술관이 그런 생각을 바꿔줄 것이다. 브로드 미술관 - 미국 로스앤젤레스 개관: 2014년 말억만장자 수집가 엘리 브로드가 1억4000만 달러를 들여 설립 중인 이 미술관은 이제 공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뉴욕의 디자인 회사 딜러 스코피도+렌프로가 설계한 벌집 모양의 외관이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듯하다. 또 이 미술관의 내부를 장식하게 될 브로드 미술재단의 소장품 2000점 중엔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저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이 포함돼 2014년 LA 현대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듯하다.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9·11 추모박물관 - 미국 뉴욕 개관: 2014년 봄 올 봄 개관을 앞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로워 맨해튼을 굽어보는 이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면 테러에 주눅들기를 거부한 이 도시의 기상을 엿볼 수 있다. 거기서 541m 아래 지상에 곧 문을 열게 될 국립 9·11추모박물관은 방문객들에게 9·11 테러를 반추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박물관은 9·11 테러로 목숨을 잃은 2977명을 기릴 뿐 아니라 당시에 제기돼 줄곧 우리가 사는 세계를 새롭게 정의해 온 질문과 문제들을 생각하게 만든다.치네치타 월드 - 이탈리아 로마 개장: 2014년 상반기8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인 로마의 치네치타 월드테마파크는 ‘벤허’ ‘달콤한 인생’ ‘갱스 오브 뉴욕’ 등의 영화와 ‘로마’(HBO 방송) 등의 TV 드라마를 포함해 치네치타 스튜디오가 제작한 약 3000편의 작품을 주제로 한 놀이기구들이 특징을 이룬다. 이 공원은 4단계에 걸쳐 개장한다. 모두 완성되면 로마 근처에 있는 최대 규모의 현대적인 관광명소로 연간 15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일 전망이다.비오무세오 - 파나마 파나마시 개관: 2014년 상반기2월 중에 개관 예정인 파나마시의 자연사 박물관 비오무세오(Biomuseo)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라틴아메리카에 처음 선보이는 건축물이다.게리는 이 박물관이 “파나마의 생물학적 다양성과 북미와 남미 대륙을 이어주는 생물학적 교량으로서의 역사적 역할을 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여덟 개의 전시실은 파나마 지협의 형성 과정과 이 지역의 생물학적 다양성, 1만5000년의 문화 등을 주제로 꾸며진다. 한편 근처의 파나마 운하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카툰 네트워크의 아마존 - 태국 방사라이 개장: 2014년 말청록색 바닷물이 아름다운 태국의 해변에는 매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이 동남아의 관광 명소에 카툰 네트워크가 최초의 테마파크를 연다.14에이커의 워터 파크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카툰 네트워크의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물을 첨벙거리며 놀 기회를 제공한다.파타야에서 자동차로 20분, 수바르나부미 방콕 국제공항에서는 90분 거리다. 3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공원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 중인 방사라이의 최대 명소가 될 전망이다.

2014.01.28 18:03

4분 소요
베이징에 솟은 현대 건축의 걸작

산업 일반

렘 콜하스는 1944년 11월 네덜란드의 항구 도시 로테르담에서 태어났다. 당시 도심은 거의 파괴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고 있었지만 완전히 끝나진 않은 상태였다. 나치 독일은 네덜란드의 도시 지역에 식량 공급을 차단했다. 수만 명이 굶어 죽었다. 네덜란드인들은 지금도 당시를 ‘굶주린 겨울(the Hunger Winter)’로 기억한다.“부모님은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식량을 구해야 했다(My parents needed to find extreme ways of getting food)”고 콜하스가 돌이켰다. 우리는 새롭게 살아난 도시 로테르담이 내려다 보이는 그의 회사 OMA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는 실험용 쥐를 갖은 수단을 동원해 많이 구입했다(My father succeeded to buy a number of laboratory rats). 언젠가 그 쥐들이 집으로 배달됐다.그때는 전기도 끊어졌다. 부모님이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그들이 성냥불을 붙이자 죽은 쥐들이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었다(they lit a match and there was a heap, a kind of pyramid, of dead rats).” 그런 어린 시절을 거친 콜하스는세계 최고의 도시개발 전문가(urban theorist)이자 건축가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그는 개인적 경력과 여러 역사적 사건이 얽힌 프로젝트로 상도 많이 탔다. 2000년에는 동료들의 최고 찬사(the ultimate accolade by his peers)로 간주되며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까지 받았다.그런데도 그는 겸허한 인상을 준다(he still comes off as modest). 이례적으로 키가 큰 사람들이 갖는 특이한 수줍음(peculiar shyness that some very tall people have) 때문일지 모른다(그의 키는 198㎝다). 콜하스는 시애틀부터 모스크바까지 상징적이고 눈길을 끄는 건축물을 설계했다.그가 영어로 말할 때는 네덜란드어 억양과 구문이 뒤섞여 있지만(speaks with a Dutch accent and syntax) 영어로 글을 쓰면 촌철살인의 경구가 쏟아진다(a torrent of brilliant staccato aphorisms). 그의 건축 추세에 관한 에세이는 하나 같이 간결한 문구의 자극적인(succinct provocations) 제목이다. ‘혼미한 뉴욕(Delirious New York)’ ‘거대함(Bigness)’ ‘쓰레기 공간(Junkspace)’ ‘지루한 도시(The Generic City)’ 등.그러나 미래 세대는 콜하스라고 하면 거대하고 기념비적이며 시대역행적이고 논란많은(massive, monumental, contrarian, and controversial) 하나의 건물을 떠올릴지 모른다. 중국의 국영 CCTV 본사다. 그의 로테르담 사무실에서는 그 건물을 ‘타워’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이 붙인 별명은 ‘루프(loop, 고리)’다. 지난 5월 공식 개장한 그 건물은 베이징의 도심 상업구역에 대지 20만㎡ 위에 건설됐다.그 건물은 높이가 다르고 기울어진 두 개의 거대한 통기둥(colossal)이 꼭대기에서 각이 진 거대한 가교(enormous angular bridge)로 연결된 형태다(가장 높은 부분이 234m다). 줄잡아 거의 9억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콜하스는 건축 비용이 얼마인지 “전혀 모른다(no idea)”고 말했다. 분명한 점은 CCTV 건물이 현재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CCTV가 중국의 전파를 지배하듯이 말이다.콜하스는 자신의 배경 때문에 중국에 특별한 유대감(a particular sense of affinity)을 갖는 듯하다. 그는 역사, 전쟁과 고통, 복잡성, 모호성(ambiguity, 콜하스가 아주 좋아하는 단어다), 혼돈(chaos)에서 벗어나는 질서(order), 그리고 혼돈 속의 질서를 깊이 이해하며 늘 미래를 향한 야심적인 비전을 갖는다.콜하스는 전후 암스테르담의 폐허를 놀이터 삼아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친은 늘 바쁜 기자이자 소설가로 30년 동안 매년 소설 한 권씩 펴냈다. 그의 조부는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콜하스가 어렸을 때 가장 매료됐던 건물은 옛 시립 공문서 보관소였다(전쟁 도중 레지스탕스가 폭파했다). “우린 늘 건물 잔해 속에서 놀았다(We always played in the ruins)”고 콜하스가 돌이켰다. “우리는 집에서 불러도 가지 않고 언제나 어머니가 와서 우리를 데려가야 했다(My mother always had to come and get us).”콜하스가 여덟 살이었을 때 가족이 인도네시아로 이주했다. 그 때문에 그는 평생 인구 밀도가 높은 곳(densely populated places)과 복합적인 문화(overlapping cultures)를 좋아하게 됐다. “난 신이 났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았다(I really thrived there, and my parents didn’t)”고 콜하스가 말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독립심과 강단이 생겼다(so it created a kind of premature emancipation, which really made me very decisive).집안을 대신해서 내가 중국인 시장에서 장을 봤다. 내겐 환상적인 시간이었다(I did the family shopping in the Chinese market. I had a fantastic time).” “그러면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민족, 다양한 생활방식, 행복해지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됐다(It made me at an early age aware of very many different peoples, many different ways of living, many different ways of being happy). 신앙심을 갖는 다양한 방법(many different ways of being religious)도 알았다.여덟 살 때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를 봤고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학교에 다녔고 어느 정도 인도네시아식 삶을 살아야 했다(We had to live more or less an Indonesian kind of life).” 그러다가 열두 살 때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갔다. 콜하스는 불행했다. “갑자기 네덜란드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었다(Suddenly, Holland was ‘organized’)”고 그가 돌이켰다. “그런 인식이 충격이었다(a shocking awareness).”콜하스는 기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본작가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소프트 포르노의 대부 러스 마이어를 위한 시나리오를 썼으나 제작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콜하스는 일찍부터 건물과 도시도 ‘스토리’를 갖고 있다(buildings and cities had narratives too)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본과마찬가지(like scripts)”라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그림만이 아니라 언어로서도 도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영국에서 건축학교에 다닐 때 그의 논문 주제 중 하나는 베를린 장벽이었다. 그는 책 ‘혼미한 뉴욕’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72년 뉴욕에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당시엔 “뉴욕은 최악의 도시였다(it was the pits)”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흥분과 모험, 인간애, 그리고 가능성의 거대한 창고이기도 했다.40년 뒤 콜하스는 중국의 놀라운 가능성에 매료됐다. “가장 인상 깊은 문명 중 하나를 가졌던 나라다(a country that had one of the most impressive civilizations). 거의 어떤 나라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문명이다. 자체가 경외감과 특권을 준다(So that, in itself, gives a sense of awe and privilege). 그외에도 중국은 거대한 혼란의 근대사를 가진 나라지만 그런 혼란을 극복하려는 엄청난 노력을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콜하스는 중국인들의 “믿기 힘들 정도의 투지와 조직적 능숙함(incredible determination and organizational competence)”을 지적했다. “중국은 거대한 건설 공사를 해낼 능력도 있다. 서방에서는 이제 그런 공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CCTV 건물을 이야기할 때는 한술 더 뜬다. “중국인들은 결코 생각할 수 없지만 지을 수는 있는 건물인 반면 서방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지을 수는 없는 건물이다(it’s a building that the Chinese could never have thought of but that we in the West could never have built).”1990년대 중반 하버드에서 강의를 하는 동안 콜하스와 학생들은 주강(珠江) 삼각주를 견학했다. 중국인들이 어떻게 도시를 완전히 새로 건설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젊음과 에너지가 이런 공사들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에 감명 받았다. 그래서 2002년 CCTV 본사 신축 공모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대충 감을 잡고 있었다(I knew more or less what to think about China)”고 콜하스가 돌이켰다. 물론 중국 정권은 민주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 전 6년 동안 중국은 많은 사람을 빈곤에서 구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했고, 그들의 삶에서 선택의 자유가 많아졌다.”2002년의 그 순간 콜하스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바로 전 해에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붕괴됐다. 그는 그 쌍둥이 빌딩을 “매우 아름다우며, 뉴욕을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켰다(lifted New York on a different plane)”고 생각했다. 미국은 정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세계의 뛰어난 건축가 다수가 그 자리에 들어설 새로운 임시 타워(a new, palliative tower)의 설계를 두고 경쟁을 벌었다.콜하스는 그 공모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 출신이 아닌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또 그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급변하는 정치와 변수가 아주 큰 어려움이 되리라고 판단했다. 대조적으로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는 한번 결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믿을 만한 확실성이 있다(By comparison, Chinese authoritarianism has a kind of ruthless, and comparatively reliable, clarity). 아무튼 그는 CCTV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콜하스는 정치적 비판을 예상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만이 아니라 아랍 국가들의 왕자들까지 고객인 그는 독재 정권을 위해 일하기를 더 좋아하느냐(whether he prefers to work for authoritarian regimes)는 질문을 잘 얼버무렸다. 그는 몇 달 전 한 독일 기자가 그 질문을 하자 이렇게 받아 넘겼다. “내 입으로 그렇게 인정하도록 하지는 못할 거다.”실제로 콜하스는 시리아 정권의 만행 증거가 늘어나자 그 나라에서 박물관을 지으려는 야심적인 계획을 포기했다.CCTV 본사는 중국 정부의 가장 강력한 선전 도구의 핵심이다(the center of the most powerful propaganda arm of the Chinese state). 이 건물의 거대함(enormity)은 조지 오웰식으로 묘사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CCTV는 냉소적인 표현이 아닌 한 ‘자유의 타워(Freedom Tower)’로 불릴 여지가 없다. 그러나 콜하스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overriding) 고려 사항이 있었다.“중국은 21세기 전반부의 최대 화두(China is the biggest story of the first part of the 21st century)”라고 콜하스가 말했다. “우리 모두 그 결과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기회가 있을 때 중국의 이야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it is crucial to participate in it when you have an opportunity).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I mean it’s as simple as that).”중국 정부는 세심한 균형을 고려해 CCTV 본사 설계 공모의 최종 후보들을 선발했다. 중국 건축회사 5개, 외국 회사 5개(미국 회사 2개, 유럽 회사 2개, 일본 회사 1개)였다. 콜하스는 계약을 따낸 뒤 중국 회사 중 하나를 자기 팀에 합류시켰다. 프로젝트 초기에 그 회사 직원 10여 명이 로테르담 사무실에서 콜하스와 함께 일했다. “그들은 네달란드 음식이 너무 형편 없어서 아예 아래층에 중국 식당을 차렸다(They started aChinese restaurant downstairs, because they thought Dutch food was so horrible)”고 콜하스가 돌이켰다.그러다가 작업이 베이징으로 옮겨졌다. 프로젝트 감독이 CCTV의 부사장 21명 중 한 명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그 부사장은 사장에게 보고하며, 또 사장은 중국 최고 지도부에 보고하는 체제였다. 콜하스는 중국측과 조율하기 위해 2010년까지 거의 매달 한 번씩 베이징을 방문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복잡한 각 부분을 조화시키는 지휘자와 비슷했다(a little like an orchestra conductor, pulling together the massive structure). 건물이 올라가면서 콜하스의 흥분도 고조됐다.프로젝트가 거의 완공돼 가던 2009년 특급 호텔과 극장이 들어서기로 돼 있던 자매 빌딩에서 느닷없이 화재가 발생했다. 베이징의 밤하늘을 밝히며 치솟는 지옥의 불길이 CCTV 빌딩 벽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a towering inferno illuminating the night sky of Beijing and throwing ominous shadows on the walls of CCTV). 그때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콜하스가 말했다. 중국 춘절(음력 정월 초하루) 축하행사에서 사용한 폭죽이 그 건물에 튀면서 불이 났다.“활력과 사기의 문제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건물이, CCTV가 거의 완공됐기 때문이었다. 축하 행사가 악몽이 돼버렸다.” 콜하스는 다시 중국 측과 긴밀한 조율로 “그 악몽을 극복했다(we were able to overcome that nightmare)”고 말했다. 그 모든 기초 조사, 계획, 자금, 노동에다 이런 사고까지 겪었으니 이제 남은 꿈은 뭘까? 콜하스는 지적이고 미적인 혁명주의자로서 자신의 빌딩을 통해 중국인들이 자신과 세계를 보는 방식을 바꾸기를 기대한다.그는 로테르담의 자기 사무실 중 수족관이라고 부르는 회의실에서 CCTV 건물의 모형을 뜯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들은 안정에 과도하게 집착한다(The Chinese have an enormous obsession with stability). 중국의 수도에 이처럼 중요한 건물,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고(a building that is not the same from any angle) 이동하면서 보면 계속 형태가 변하는 건물을 세운 것 자체가 이전에 중국에 없던 창의성의 경험을 제공한다.”콜하스는 이 건물이 “전적으로 불안정한 에너지(totally unstable energy)”를 갖고 있으며 “그게 나의 진정한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CCTV 건물의 사진(딸 찰리 콜하스가 찍었다)은 근로계층의 거주지와 옛 황궁 자금성의 대조적인 스카이라인 너머로 기둥이 높이 솟아오른 모습이다.콜하스는 “이 건물은 주변의 모든 풍경, 가난한 사람과 부자 모두와 잘 어우러지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the building has almost a mysterious ability to associate itself with almost anything around it, with both the poor and the rich)”고 말했다. 과연 그런 면이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지, 렘 콜하스 자신의 문화와 역사관을 반영하는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Whether it reflects more the culture and history of China at this point, or of Rem Koolhaas, is hard to say).

2012.11.01 16:42

9분 소요
손 설계로 감성을 담는다

산업 일반

‘스윽스윽’가느다란 선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부러지는 손끝에서 금세 숲 속 건물이 완성됐다. 손으로 건축물을 설계하는 인의식(56) 연미건축 대표의 솜씨다. 1980년대 후반 건축설계업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된 이후 CAD(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도면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인 대표는 건축설계를 시작한 78년부터 지금까지 컴퓨터를 쓰지 않고 손으로 도면을 그려왔다.7월16일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인 대표는 “컴퓨터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나타낼 수 있어서”라고 ‘손 설계’의 이유를 말했다.건축설계는 크게 4단계로 이뤄진다. 대략의 형태를 거칠게 그린 기획설계도, 이를 좀더 구체화한 초기 계획설계도, 세부 내용을표시한 후기 계획설계도, 실제 공사에서 쓰이는 실시설계도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치수가 정확하게 표기된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인허가를 위해 컴퓨터로 그린 실시설계도를 쓰지만, 인 대표는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일 경우 4단계를 모두 손으로 소화한다.“컴퓨터 프로그램이 입체적으로 표현해 준다고 해도 모니터에 갇힌 2차원입니다.재질감을 표현하기 어려워요. 손으로 그리면 힘의 강약, 펜의 속도, 떨림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타납니다. 색연필, 마카, 파스텔등 스케치를 하는 재료마다 다양한 질감이 있어요. 또 같은 연필이라도 매끄러운 종이,거친 종이에 그릴 때 각기 느낌이 다르죠.”이른바 연 대표가 얘기하는 ‘감(感)’이다.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그릴 수 있다는 것 역시 손 스케치의 장점이다.“첫 느낌이 중요해요. 처음 건축주의 얘기를 듣고 한 스케치는 미완성이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수많은 CAD 도면 사이에서 손으로 그린 도면은 건축주들의 흥미를 끈다고 한다. 한계도 있다. “아무래도 컴퓨터 작업보다 정밀도가 떨어지겠지만 규모가 작은 설계는 정확하게 합니다.” 컴퓨터 설계는 2차원 못 벗어나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할 것 같지만 인 대표에게는 손 설계가 익숙하다. 기획설계 단계의 스케치는 15~20분, 초기 계획설계 도면은 1시간 반이면 그린다. 컴퓨터 작업의 장점은 무한수정이 가능하다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공간을 화면에 나타내준다는 것이다. 인 대표는 “손으로 오래 그리다 보니 숨어 있는 공간도 머릿속에 상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다 틀리면 수정 펜을 사용해 그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감정 표현, 익숙함 외에 인 대표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또 있다. 건축설계는 기술이 아닌 정신적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뇌에서 생각한 것을 신경이 전달해 손끝에서 그림이 나오는데요.이때 생각한 것을 넘어 잠재의식에 가라앉아 있던 아이디어까지 함께 표현됩니다. 생각한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는 거죠.”느낌과 순간의 생각을 강조한 ‘아날로그설계도’는 실제 건축물에서 자연주의로 나타난다. “설계할 때 항상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생각합니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 건축설계 디자인입니다. 형태는 영원하지 않아요. 한가지 형태를 고집하면 과거의 것이 돼버립니다. 인간이 성장하듯 건축물도 같이 변화해야 합니다.”건축물이 변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설명이 이어졌다. “가령 2004년에 설계한 금강휴게소는 지열로 냉난방을 하고 자연채광이 충분히 들어오게 했어요. 또 비가 올 때와 햇빛이 비칠 때 휴게소 주변의 나무 색이 다르거든요. 이런 자연의 작은 변화까지 소재, 색상, 디자인에 반영했죠.” 금강휴게소는 그 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인 대표가 설계한 덕평휴게소 역시 고속도로 휴게소의 새로운 발견이라 불리며 지역 명물이 됐다. 이 휴게소의 1층 바닥은 외부의 바닥과 그대로 이어진다. 내외벽의 수직 패턴은 휴게소 주변에 서식하는 리기다 소나무 숲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주변숲을 가능한 그대로 휴게소 안에 가져오려고 애썼어요.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주택을 설계할 때는 건축주와 교감이 필요하다. 그는 설계 전 100가지 문항이 넘는 조사를 한다. “키가 작은지 큰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신체적 조건은 물론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야 미래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으니까요.” 잠재된 아이디어를 손으로 스케치하듯 건축주의 무의식을 끄집어내야 가장 편안한 공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얘기다.인 대표는 부인 장명희 대표와 함께 ‘미를연구한다’는 의미로 87년 연미건축을 설립했다. 장 대표와는 고(故) 김수근 건축가의 건축사무소 공간에서 직장 동기로 만났다.사업 초기에는 직원을 50명 넘게 거느리고 대형 프로젝트를 여럿 맡았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느라 정작 중요한 설계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인 대표가 회사 규모를 줄이고 본격적으로 손 스케치에 매달린 것이 이 맘 때다.한 해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5~6건. 모든 설계에 부부가 직접 관여한다. 직원은 10명 남짓이지만 2005·2007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비롯한 2007 한국건축문화대상 공공부문 대통령상, 2011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대통령상 등 큰 상을 받으면서 업계의 실력자로 떠올랐다.인 대표에게 꼭 설계해보고 싶은 건축물이 있냐고 묻자 “특정한 건물보다 좋은 건축주, 시공사를 만나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다”며 “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페터 춤토르처럼 혼을 담은 설계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2.08.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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