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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3년이 국내 반도체 시장 골든타임인 이유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OpenAI’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한층 더 안락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 TSMC ▲AI용 메모리인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의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 등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한때 전통의 강자였던 인텔의 몰락과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부진은 업계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韓 반도체, 반전의 기회는 지금이다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6일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은 한국 반도체 산업 50주년이었다. 그러나 기념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회복하고 품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실적을 보면 SK하이닉스가 2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5조1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엔비디아의 공식 승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적자 상태인 파운드리 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8.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말, 9년 만에 부활한 삼성 임원 교육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직접 언급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을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본 글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향후 3년이라는 전제하에, 경영·기술·산업 생태계의 세 가지 관점에서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3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AI 반도체 기술 수요의 승부처가 향후 3년 안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OpenAI를 비롯한 인프라 기반의 AI 기술 투자의 방향성은 2027년 말에 결정된다. 이러면 엣지 컴퓨팅·온디바이스 AI의 어떤 제품군이 주류로 자리 잡을지 윤곽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다양한 기술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과점 형태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둘째, 향후 3년이 삼성전자 중심의 파운드리 산업이 좌초할지, 혹은 TSMC와 겨룰만한 기업으로 성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일 수 있다.셋째, 현재 메모리 반도체 기준으로 약 2.5년에서 3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추격해 올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가 향후 3년이기 때문이다. 그 격차를 유지하거나 다시 벌려야만 한국의 메모리 주도권이 유지될 수 있다. 반도체 승부수, 세 가지 관점을 보라이처럼 골든타임인 향후 3년 안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승부를 보려면 세 가지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 관점은 반도체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변경이다. 국내 반도체는 1960년대의 미국이나 1970년대의 일본보다 늦어진 약 20년 후에나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후발주자로서 추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1974년 1월 26일 삼성에 인수된 한국반도체의 사업은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1983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도쿄선언’을 통해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이 회장은 일본이 미국에게 이긴 유일한 산업이 반도체임을 알고 있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했다.이후 용인시 기흥구에 반도체 생산단지 1라인 조기 착공에 돌입했다. 1987년 초 전자산업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사업 자체의 위기감이 고조됐던 시기에도 이 회장은 생산단지 3라인 투자를 지시했고 결국 이는 결실을 맺었다. 이와 같은 주문들이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공을 이끌었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이후 10년 만인 1993년, 국내 반도체는 디램(DRAM)분야 세계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메모리 분야 1등을 지키고 있다. 보통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삼성과 인텔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부에서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를 표방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기업 내부에서 모두 운영하는 것은 내부 기술 협력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다른 회사들은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품군이 PC에서 모바일, 그리고 AI까지 확대되는 시점에서 한 회사가 모든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장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각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인텔은 삼성전자와 달리 모바일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올라섰다. 당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에는 문외한인 사람이었다. 결국 CEO의 의사결정 실패로 위기에 몰린 셈이다.종합 반도체 회사에서 설계와 생산을 나누는 방식을 창안한 곳은 TSMC다. 특히 TSMC에는 여러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몰렸다. TSMC가 반도체 설계 특화 회사로 올라선 배경이다. 자연스레 TSMC는 반도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에서 보듯 설계 분야에 있어 삼성전자의 성과는 요원하다. TSMC와 삼성이 애플 아이폰 생산으로 경쟁하던 지난 2014년, 삼성은 설계 분야의 핵심 기술 기업인 ARM의 기술까지 내재화하려는 전략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결국 아이폰 생산 수주를 TSMC에 내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설계의 핵심을 알아내고자, 퀄컴의 기술을 삼성 모바일폰 설계에 활용했다. 그리고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부품인 코어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몽구스 프로젝트’를 극비에 운영했지만 2019년 결국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두 번째 관점은 생산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모두의 적, TSMC는 모두의 친구’라는 일갈을 냉정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는 설계 회사의 기술 보안을 위해 생산 라인을 따로 지정하고,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마저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고객이 요청하는 정보에 대한 문서가 체계화돼 있고, 고객 대응 조직이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선단 공정의 첨단 기술 문제나 수율이라는 생산성 문제에 뒤처져 있음에도 내부 기술보안 정책을 기준으로 정보 공개에 서툴거나,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이유로 대응이 늦은 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업의 개념에 대한 성찰이 요구됨을 보여준다.세 번째 관점은 반도체 산업 생산체계에서 상생협력의 기조를 재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로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를 해외에서 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었다.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수입 대체를 위한 협력사를 양성해 국산화를 달성하는 전략을 썼고 이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특히 일부 산업의 경우 완전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반도체 설계도는 이미지에 불과할 뿐, 반도체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인 미세 공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방해하기 위해 글로벌 장비사의 수출 금지를 전략으로 세웠듯이, 장비가 없다면 유려한 설계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에서 장비업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국내에는 소부장 업체들이 생겨났으며 국산화 비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산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장비 국산화는 22%, 소재 국산화는 34%에 그친다.또한 반도체 장비 기업은 ‘슈퍼을’의 위치에 있다. 국내 장비회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때로는 글로벌 장비사와 특허소송에 휘말리기도 하며, 장비의 단가를 낮추는 전략적 도구로 오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결국 전략적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1등 기업들과 함께 과점의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 SK하이닉스는 소재 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수출 규제 항목이었던 극자외선용 감광액(PR, Photo resist)을 SK머티리얼즈에서 국산화에 성공했고, HBM의 핵심소재 EMC(Epoxy Molding Compound·반도체 방습·발열을 하는 탄소 물질) 관련 일본회사와 독점적 계약을 맺고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또한 대만의 사례도 눈에 띈다. 대만은 산업 정책상 반도체 장비 기업을 양성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회사의 장비 구매 방식을 활용했다. 구매 이후 품질 보증기간이 끝난 뒤 장비 유지보수와 개조개선 회사를 자국 내에서 양성해 ‘장비사 수입대체’ 방식을 피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인재와 기본기최근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모든 기업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 기술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새로운 세대로 등장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업의 의사결정 방향이나, 세부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재무 담당자에게 기술인력이 허락을 받는 의사결정 방식은 개편돼야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스탭 조직과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기술부서의 의사결정 구조 및 권한 배분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결국 기술에 대한 면밀한 존중이 필요하다. 또 기술 인력을 중시해야 한다. 故이병철 회장은 1976년 상공회의소 기고문에서 ‘인재 확보와 양성을 못하는 것은 부실 경영만큼 기업인의 범죄’라고 강조했다.수율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현재’가 무너진다. 수율은 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良品)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불량률의 반대어다. 수율은 특히 반도체의 생산성, 수익성 및 업체의 성과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산업과 달리 반도체 수율은 특정 연구개발 조건을 바꾼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소에 천여개에 달하는 공정 조건을 만들면, 제조센터에서 수많은 장비로 동일한 공정 결과를 구현해야 수율 확보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수천대의 장비가 똑같이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는 얘기다.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의 모든 반도체 기업들은 90% 이상 동일한 글로벌 장비를 쓰고 있다. 왜 같은 장비를 쓰는데 수율에서 차이가 있을까?삼성전자는 반도체 핵심 제작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TSMC 추격에 실패하기도 했다.수율 문제는 단품 중심 경영에서는 이익 창출의 문제겠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연결되는 핵심 사항이다. 이 문제는 천재급 인재를 데려와도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TSMC는 어떻게 수율을 확보한 신규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는 결국 기술의 기본기를 강조하고 존중했다는 데 있다. 최근 반도체 칩을 이어 붙이는 ‘패키지 공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HBM의 성공과 실패에는 패키지 공정 개발을 단시간에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품 개발 중심 기술 임원들의 오판이 작용했다.TSMC가 삼성전자에게서 애플 수주를 빼앗아 올 때도 패키지 공정의 진일보가 있었다. 이후 TSMC는 패키지 공정마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설계 회사들은 고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TSMC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SK하이닉스 또한 상대적으로 전략적 움직임보다는 기술 인재들을 존중했고, 설계와 제품 중심이 아니라, 공정과 장비기술 및 웨이퍼 공정과 패키지 공정의 수평적 위계를 통해서 미세공정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반도체, 안정된 생태계 확보돼야최근 대기업에서는 시니어 인력들을 ‘뒷방 늙은이’라고 힐난하면서 그들의 숙련을 고임금의 저성과자로 간주하며 쫓아내기 바쁘다. 생태계 확보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모욕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다. 대기업은 인력 순환의 정점이 돼 산업 인력 양성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들어간 인재들은 대기업이라는 온실에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썩어가고 있다.국내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기술 유출의 혐의를 받으며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생긴다. 반면 중견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절반이 중고신입으로 1년 만에 퇴사하는 등 인력난을 겪는다. 중견기업의 신입 직원들은 1년 전후로 다닌 경력을 없애더라도 취업시즌이 되면 대기업 신입 채용에 눈길을 돌린다. 대기업이 최종 종착지가 돼버린 지금, 산업 생태계 확보 및 중견기업 이하 처우 개선은 국가 차원에서 돌아봐야 하는 문제다. 반도체 산업협회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은 약 3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양성되는 방식으로는 약 7만7000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특히 대기업들은 ‘계약학과’ 방식으로 우수 인력들을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수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학과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반도체 장비는 정밀한 ‘기계 설계’와 ‘가공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수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필요한 분야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화학 반응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유관된 전공에서 관련 지식체계를 습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기술인재 양성 대학인 폴리텍 대학은 최근 반도체 전공을 강화하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에서도 반도체 학과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숙련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 정부가 인력 양성의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할 때다. 또한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기업들에게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수율의 핵심적인 기능은 아주 작은 볼트·너트의 품질에 달려 있다. 체결과 구동의 미묘한 품질 변화가 곧 기술력이다.그렇지만 볼트·너트 등 값싼 소모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매우 영세하다. 국가 단위에서 반도체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지원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정밀 기계 공업, 소재의 순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밀 화학 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회사를 위한 기술 인프라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향후 반도체 미래 3년에 가장 단단한 뿌리며 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은 기술 인재의 존중과 중요 기술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히 요구된다. 또 생태계 확보를 위한 전 국가적 노력은 몇몇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두텁게 쌓아가야 한다. 한국 반도체의 명운이 걸린 앞으로의 3년을 위해 이제 하루에 한 걸음씩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때다.

2025.04.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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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중심을 넘어 '용인르네상스'를 그린다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반도체가 전부는 아닙니다.”지난 2월 4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제일의 먹거리 산업이기에 초격차를 이루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그것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용인특례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국내외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동·남사읍 일대의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원을 투자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SK하이닉스도 원삼면 클러스터와 기흥캠퍼스에 각각 122조원, 20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 기준 우리나라 수출 총액은 6838억달러(약 984조원), 이 가운데 반도체는 1419억달러(약 200조원)를 기록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가 반도체 산업인데, 용인이 그 중심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상일 시장에게는 반도체를 넘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부문이 융성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22년 7월 제9대 용인특례시 시장으로 취임한 그가 시정 비전으로 ‘용인르네상스’를 강조하고 지금껏 바꾸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4~16세기 서유럽에서 일어났던 문예 부흥‧문화 혁신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르네상스’는 오늘날 혁신과 융합, 변화와 발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문화‧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을 통해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킨다는 개념이다. 그가 추구하는 ‘용인르네상스’도 시민들의 질적 향상과 도시의 변화를 통한 발전으로 이해됐다. 그래도 반도체 빼고 이 시장의 시정 활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용인르네상스 현실화를 위한 용인특례시의 강력한 자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가 시장 취임 전부터 반도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기업 유치를 위해 밑그림을 그린 것도 그래서였다. 이 시장은 “전부터 반도체는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고 우리 용인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TF를 구성하면서 반도체 전문가들로 꾸려서 반도체 공부도 함께하고 그분들의 생각을 많이 들었습니다. ‘반도체 고속도로’ ‘반도체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만들었고요.”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반도체 기업이 용인특례시로 들어와야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 기흥에서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에도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지리적 접근성과 직원들의 선호도를 종합했을 때 용인만의 경쟁력을 강조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설득력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전직 임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과거 기자로 활동했을 때의 노하우가 도움이 됐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분석력 ▲이를 토대로 변화할 수 있는 가설을 세워보는 상상력 ▲여기에 취재력과 설득력을 더해 기업 유치를 성공시킨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반도체 공장을 세울만한 곳인지) 땅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투기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삼성에 직접 결정을 맡겼다”고 했다. 또 “정부에서 국가 산업단지를 지정했으니, 긴밀한 협의는 국토교통부와 상의하도록 하고 용인시에는 상세한 투자지역을 알리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주목할 점은 반도체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민간 기업이 먼저 나섰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제조단지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 기업 ▲판교팹리스와 연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개 산업단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정해 발표하는 일이 많은데 기업이 먼저 투자를 결정하고 정부와 함께 산단 조성을 추진했던 셈이다. 용인이 얼마나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이 우선, 인도 전용 제설기 도입…반대 설득하며 ‘소각장’ 추진도반도체를 넘어 이 시장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시민이라고 했다.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과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통학버스 지원과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필요한 하차 공간(승하차 베이)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신설하는 등 11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복지 정책으로는 홀로 사는 70세 이상 주민들에게 생활 편의를 돕기 위해 전구를 교체하거나 수도-전기 부문에 문제가 생기면 간단한 수리를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정책도 펴고 있다. 그는 “겨울에 눈이 와 쌓였을 때 자동차 도로는 말끔히 치우는데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제설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인도용 제설기를 도입해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함께 묶여 이중 규제를 받던 처인구 일대 3728㎢(약 112.8만평)를 시에서 요청해 한강수계 보호구역(수변구역)에서 해제하도록 했다. 해당 지역은 환경부 규제에 따라 25년 동안 규제를 받아 개발이 묶였는데, 군부대 협의 등을 거쳐 공동주택을 건설하거나 음식점 영업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보다 자유로워지고 지역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추진하는 중요한 정책 가운데 소각장 건립도 있다. 용인에 쓰레기 소각장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게 불가능해지므로 자체 소각시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에서 소각장 입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를 검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큰 일이었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뤄둘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인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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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 세액공제율 5%p 높인 ‘K칩스법’ 기재위 통과

산업 일반

국회 기획재정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반도체 기업의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p)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해당 법안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금액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높여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K칩스법’으로도 불린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은 대·중견기업 20%, 중소기업은 30%까지 각각 5%P 높아진다. 지금까지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은 각각 15%, 25% 수준이었다.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하고 반도체 R&D 세액공제는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하는 법안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에 대한 통합 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하는 법안도 의결됐다.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통합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R&D 장비 등 연구 개발을 위한 시설투자를 포함하고, 국가전략기술에 인공지능(AI)과 미래형 운송수단을 추가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했다. 중견·중소기업의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년 연장해 지난해와 올해 투자분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의결됐다.반도체 시설의 투자 세액 공제 대상에 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당장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는 R&D 시설 투자 시 공제율이 대기업 1%,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 수준이었다. 그런데 개정된 칩스법에서는 세액 공제율이 대기업·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 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기흥 캠퍼스에 20조원을 들여 차세대 R&D단지 NRD-K 등을 짓고 있다. 현행 세액 공제율이 1%에 불과해 세액공제 금액은 2000억원에 그쳤지만, 세액 공제율이 20%로 높아지면 4조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국회에서 K칩스법 논의가 급진전 된 배경에는 미국의 반도체 관세 검토, 세계 각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추격하고, 관세율 인상 검토로 무역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수출 주력 상품 중 하나인 반도체에 대한 국내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실제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진행했던 반도체 보조금 지원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 조항이 보조금 지급 계약에 포함된 점과 인텔 등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중국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협상 재검토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보조금 지원 염두에 두고 있던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시에서 37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47억4500만달러의 보조금을 확정받았다. SKC의 유리 기판 자회사 앱솔릭스(7500만달러)와 SK하이닉스(4억5800만달러)도 지급이 결정된 바 있다.

2025.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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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시공능력 평가 11년째 1위 자리 고수…비결은?

부동산 일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를 11년째 지켜오고 있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 및 신인도를 종합 평가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발주자가 적절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시공능력 평가를 실시하며, 매년 7월 말 결과를 공시한다. 지난해 기준 신청한 건설업체는 모두 7만3004개사로, 전체 건설사 8만5642개사의 85.2%다. 지난해 국토부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평가한 ‘2024년도 시공능력 평가’에서 삼성물산은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 2위, 대우건설 3위, 현대엔지니어링 4위로 최상위권은 전년도와 순위가 동일했다.건설경기 침체 속 나홀로 호실적 거둬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 31조8536억원을 기록한 삼성물산은 2014년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공사실적평가액과 경영평가액에서 각각 1위, 기술능력평가액 4위, 신인도평가액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 평가액은 지난 2023(20조7296억원)보다 10조원 넘게 늘었다.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 시장 침체로 수많은 건설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액으로 전년 대비 6650억원 감소한 18조6550억원, 영업이익은 330억원 줄어든 1조10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삼성물산 관계자는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으나,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밝혔다.지난해 수주실적은 총 18조420억원으로 전년(19조2280억원) 대비 1조원 이상 감소했다. 다만 이는 당초 전망치인 17조9000억원을 웃도는 실적이다. 사업부별 수주 실적은 ▲건축 11조4650억원 ▲토목 3200억원 ▲플랜트 6조2570억원이다. 전년 대비 건축 부문 수주 실적이 6조원 가량 감소했으나 플랜트 부문에서 5조원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는 국내 10조5290억원, 해외에선 7조513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대표적인 수주 계약은 ▲카타르 퍼실리티(Facility) E 복합 담수 발전 사업(3조9000억원) ▲사우디 주베일(Jubail) 열병합발전소(1조2000억원) ▲삼성전자 평택 4공장(1조7000억원) ▲삼성서울병원 리모델링(4000억원)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8000억원) ▲대만 가오슝 복합개발(3000억원) 등이다.특히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영업이익률은 5.4%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공사비 상승 등으로 국내 건설사 대부분이 부진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거둔 성과다. 특히 시공능력평가순위 2위인 현대건설이 23년만에 영업손실 1조2209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띄는 실적이다.삼성물산은 올해 공항, 데이터센터, 메트로 등 기술 특화 상품과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수주 목표액은 18조6000억원이다. 기술 특화 상품 분야 수주 목표액은 1조9000억원, 에너지솔루션과 플랫폼 사업 등 신사업 분야 수주 목표액은 1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아울러 도시정비사업 등 주택 시공권 확보 목표를 5조원으로 늘렸다.삼성물산은 ‘플랫폼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물산은 홈플랫폼 ‘홈닉’에 이어 상업용 빌딩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빌딩 플랫폼 ‘바인드’(Bynd)를 선보였다. 전통적인 시공 중심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소프트 비즈니스를 확대해 지속성장을 이뤄 나간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확장에도 공들이는 삼성물산지난 2023년 8월 출시한 홈플랫폼 홈닉은 래미안 원베일리에 최초 적용한 이후 입주민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홈닉은 디지털 스마트홈 서비스와 더불어 주거 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 모았다. 개별 세대를 넘어 커뮤니티 시설 등 단지 전체로 연결을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입주민들은 홈 사물인터넷(IoT)뿐 아니라 건강상담과 관리를 받는 헬스케어 서비스, 메타버스 기술로 집안을 꾸미고 제품을 구매하는 홈스타일링, 청소·방역을 제공하는 홈케어, 식음료 배달 등을 누릴 수 있다.삼성물산은 홈닉 이용 세대수가 5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물산은 최근 영등포구에 위치한 구축 아파트인 문래 힐스테이트에 홈닉을 적용하기로 했다. 문래 힐스테이트는 지난 2003년에 준공한 단지로, 홈닉 도입으로 최신 스마트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입주민들은 홈닉 앱을 통해 신규 단지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앱 하나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홈그라운드 메뉴를 통해 관리비 확인, 설문 조사 등도 가능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소통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첨단 보안 시스템 '홈닉 원패스'도 도입해 편리하고 안전한 출입 환경을 제공한다. 신축단지 중심으로 홈닉을 확대해 온 삼성물산은 문래 힐스테이트를 비롯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등 기존 단지에도 홈닉 플랫폼올 적용해 현재 구축 단지 적용 가구 수만도 8개 단지 6000가구를 넘어섰다. 삼성물산은 향후에도 홈닉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신축 단지와 구축 단지를 비롯해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한남4구역, 여의도, 압구정 등 입찰 예정단지에도 홈닉 도입을 적극 제안해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삼성물산은 지금까지 신규 래미안 단지를 포함해 약 5만여 세대에 홈닉을 적용해 입주민들에게 혁신적인 스마트 주거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주택 사업 입찰에도 홈플랫폼 홈닉의 명성을 활용할 계획이다. 실제 한남4구역 재개발에도 홈닉 플랫폼 적용을 제안해 스마트 주거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25.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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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청정함이 곧 생명, 무진복 3겹 껴입어”…GC셀이 오염 막는 방법

바이오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 GC셀은 쉬는 시간 없이 치료제를 생산한다. 환자에게 바로 투여해야 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특성상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의료기관의 요구에 맞춰 환자가 필요한 때 치료제를 출고해야하기 때문이다. 12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GC셀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시설 ‘셀 센터’에서는 파란색 무진복을 입은 5명의 제조 담당 직원들이 세포처리실에서 GC셀의 자가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뮨셀엘씨는 간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보조요법으로 쓰는 치료제다. GC셀이 2007년 출시했다. 20여 년 전부터 사용된 치료제인 만큼, 환자가 이를 실제 투여한 사례(실사용증거·RWD)가 많다. 이 세포처리실에서 근무하는 제조 담당 직원들은 세 벌의 무진복을 겹쳐 입고 있었다. 무진복이란 멸균 또는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입는 옷을 말한다. 주로 클린룸 기준이 높은 실험실이나 제약 산업에서 입는다. 반도체 공장 작업자들이 방진복을 입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품질 관리 기준(GMP)에 따라 C등급 장소에서는 무진복을 한 겹, B등급 공간에서는 두 겹을 입고, A등급 시설에서는 여기에 한 겹을 더 입어야 한다. 실험실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서 직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기자도 방진복을 따로 입어야 했다. 이렇게 청정함에 엄격한 것은 무균 제제인 이뮨셀엘씨를 제조할 때 미생물 오염이나 미립자와 발열성 물질로 인한 오염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무진복 위에 고글과 장갑을 끼고 3~4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한다고 했다.이뮨셀엘씨 연간 1만8000팩 생산GC셀은 제임스 박 대표 취임 이후 이뮨셀엘씨의 ‘재발굴’을 핵심으로 공격적인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뮨셀엘씨를 활용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개발(BD)과 마케팅을 총괄할 조직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GC셀은 올해 9월 인도네시아의 비파마에 이뮨셀엘씨를 16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비파마와의 기술이전 계약 이후 중국과 중동 등 신흥시장 내 기업들이 이뮨셀엘씨를 도입하기 위해 GC셀과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GC셀은 현재 33개 국가의 기업과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2~3년 내 기술이전 성과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이뮨셀엘씨가 생산되는 곳은 현재 이곳, 셀 센터다. 셀 센터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연구개발(R&D), 제조할 수 있는 통합 체계로 구축됐다. GC셀이 추진하는 다양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중심에 있다. 셀 센터는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로, 2만806m² 규모다. ▲제대혈 시설 ▲방제실 ▲품질관리(QC) 시험실 ▲자체 생산 배지 시설이 1층에 들어서 있고, 이뮨셀엘씨와 다른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만드는 제조소는 2층에 마련돼 있다.이날 제조 담당 직원들은 셀 센터 2층의 세포처리실에서 이뮨셀엘씨를 생산했다. 세포처리실에는 안전형무균작업대(BSC)와 원심분리기, 현미경, 무균 접합기 등 이뮨셀엘씨를 안전하게 생산하기 위한 많은 장비가 설치돼 있다.제조 담당 직원들은 이 세포처리실에서 A등급의 무균 상태를 만들어주는 BSC에 손만 넣어 배양 세포에서 치료제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추출한다. 이를 ‘하베스트’(harvest) 공정이라고 한다. ▲혈액 입고 ▲세포 추출 ▲세포 배양 ▲세포 동결 등의 과정을 거친 물질을 이뮨셀엘씨로 만드는 마지막 공정이다.GC셀 관계자는 “세포배양기를 통해 배양한 세포가 원심분리기를 거치면 세포만 가라앉는다”라며 “가라앉은 세포를 모아 사람 혈청 알부민(HSA)에 넣으면 이뮨셀엘씨를 완성할 수 있다”라고 이뮨셀엘씨 제조 공정에 관해 설명했다.셀 센터에서는 연간 1만8000여팩의 이뮨셀엘씨를 생산한다. 이만큼의 이뮨셀엘씨를 생산하기 위해 생산시설은 풀가동된다. 셀 센터에서 생산한 이뮨셀엘씨는 국내 환자에게 투여한다. 제품 생산 이후 36시간 내 환자에 투여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제품 모두를 국내 공급한다고 GC셀 관계자는 설명했다. 매출 규모는 연간 400억원 정도다.CDMO 시설서 올해 5개 제품 생산 GC셀은 셀 센터를 통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셀 센터에는 4개의 CDMO 제조소가 마련돼 있다. 계약당 적게는 1곳, 많게는 2~3곳의 제조소를 한 번에 쓴다. GC셀은 올해 셀 센터 내 CDMO 시설에서 5개의 제품을 생산했다.CDMO 제조소는 이뮨셀엘씨 제조소와 마찬가지로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에 따라 운영된다. 제조소를 잇는 통로는 공용 복도와 구분돼 있다. 직원의 이동 통로와 원자재의 운송 통로도 나뉘어 있다. CDMO 제조소에서는 자연살해(NK)세포와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NK세포, NK세포의 먹이인 배양보조세포(feeder cell·피더 셀)를 생산한다. 각 제조소에는 50ℓ 규모의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가 여럿 설치돼 있다. 바이오리액터로 배양한 세포는 전용 장비를 통해 자동 회수한다.제품 제조에 사용하는 세포 일부는 미리 동결해 보관한다. 자동세포동결기(CRF)를 통해 세포가 충격 없이 안전하게 동결될 수 있도록 처리하고 있으며 제조에 사용될 세포는 액체질소로 이를 동결하는 6대의 LN2 탱크로 보관한다.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제조할 때 필요한 원자재는 QR 코드로 모두 추적·관리하고 있다. 관리 담당 직원이 특정 제품을 생산할 때 디스플레이를 통해 QR 코드를 확인한 이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1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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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전자’ 털석 삼성전자, ‘세계 최고 직장’ 순위도 밀렸다

증권 일반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 결과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 중 3위를 차지했다.10일 포브스는 독일 여론조사기관 스태티스타와 협력해 6개 대륙 중 최소 2개 대륙에서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그룹에서 근무하는 50여 개국 3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850곳의 순위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임직원은 소속 회사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와 급여, 인재 개발, 원격 근무 옵션 등의 기준에 따라 회사를 평가했다. 조사 과정에는 기업이 관여할 수 없으며 응답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1위)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2위)에 밀렸다.지난해 주력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 사업에서만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성과급에 대한 불만 등으로 지난 7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96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안팎으로 위기가 커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지난 5월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난 데 이어 인도 가전공장에서 한 달째 파업이 이어지는 등 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더욱이 이번 평가는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원, 9조1000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80조8700억원, 10조3047억원을 하회했다.결국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 메시지까지 냈다.다만 포브스 조사에서 한국 기업은 물론 아시아 기업 중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미국과 유럽 기업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미국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4위에 올랐고, BMW그룹과 델타항공, 에어버스, 이케아, 레고그룹, IBM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AI 반도체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는 지난해 154위에서 올해 22위로 무려 132계단 상승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도 534위에서 218위로 316계단 뛰어올랐다.반면 지난해 4위였던 애플은 11계단 하락해 15위에 그쳤고,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지난해보다 327계단 급락한 668위로 주저앉았다.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 충격 여파가 지속되면서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2.32% 내린 5만8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3월 16일(5만9900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6만원 선을 내줬다. 해당 종가는 지난해 1월 5일(5만8200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4.10.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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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조만간 대화 재개할듯…사측 “조건 없는 대화” 제안

산업 일반

삼성전자 최대 규모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총파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는 조만간 노사가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손욱목 전삼노 위원장은 1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내일 사측을 만나 확실한 교섭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측은 이날 전삼노 측에 “파업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희망하며,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제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지난 16일 전삼노가 임금교섭 재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한 답변이다. 전삼노는 당시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들고 교섭에 다시 임해줄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며 “19일까지 임금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노사간 대화는 지난 1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및 사측 위원과 노측의 간담회 이후 17일 만이자, 전삼노가 지난 8일 총파업에 나선 지 열흘 만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반도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양측 모두 대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노사 양측이 임금 교섭에 대해 논의할지 주목된다. 전삼노는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전삼노는 오는 22일 기흥사업장에서 집회를 예고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단체행동을 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2024.07.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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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수혜받는  '라피아노 용인 공세'

분양

경기 용인시 일대 부동산 시장이 SK하이닉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래 생산 거점으로 지목된 용인시는 첨단 산업단지에 따른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수요가 쏠리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122조원을 투자하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차세대 메모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정부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적극적이다. 올해 5월 정부는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통해 금융과 세제 혜택 등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로 개발호재와 함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일대에 위치한 ‘라피아노 용인 공세’도 주목받고 있다. 지상 3층 규모의 총 93세대, 전용면적 84㎡로 설계된 해당 단지는 부동산 디벨로퍼 RBDK(알비디케이)의 대표 주거 상품 ‘라피아노’가 용인 최초로 조성되는 주거 단지다. ‘라피아노 용인 공세’는 게이티드 타운 홈으로 단독주택의 독립적인 쾌적함과 공동주택의 보안시스템과 커뮤니티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입주민들의 주거 편리성이 뛰어나다. 특히, 전용면적 84㎡임에도 폭 넓은 서비스 면적을 제공받아 40~50평 버금가는 실거주 면적을 누릴 수 있으며 전용 가든과 테라스, 다락방 등의 특화설계도 이용할 수 있다.자녀들의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라피아노 용인 공세’ 인근에 초·중·고교가 위치하며 탑실어린이공원과 보라산도 가까워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는다. 이 외에도 코스트코 공세점과 이마트 보라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 등이 있어 생활인프라도 탁월하다.일부 세대에는 전용 엘리베이터와 전용 차고가 설계돼 프리미엄 주거 공간을 가지며 높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보이드 공간 설계, 프라이빗한 에코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정원 등도 마련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중심의 획일화된 주거문화에서 벗어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꿈꾸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여러 세대가 모여 보안시스템이 뛰어나고 커뮤니티와 독립성, 편의성 등을 두루 갖춘 게이티드 타운 홈에 대한 수요와 인기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라피아노 용인 공세’의 견본 주택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일원에서 운영 중이다

2024.07.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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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사업장서 ‘방사선 피폭’ 사고…직원 2명 ‘이상 증상’

정책이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해 직원 2명이 이상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의 치료와 건강 회복을 적극 지원하는 중”이라고 전했다.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현장 조사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7일 발생한 사고의 후속 조치다.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방사선발생장치(RG) 사용 허가 기관이다. 반도체 웨이퍼 등에 X선을 조사해 발생하는 형광 X선으로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원안위는 사고가 발생한 장비를 사용 정지토록 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이번 사고로 방사선에 피폭된 직원 2명은 현재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입원한 상태다. 손가락 부위가 국소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홍반·부종 등 이상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원안위 측은 다만 “일반혈액검사 결과는 정상 소견을 보이고 있다”며 “염색체이상검사 등 추적관찰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원안위는 향후 ▲작업자 면담 및 재현실험 ▲전산모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피폭선량을 평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대한 추가 조사도 진행, 원자력안전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때 행정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삼성전자 측은 “관계 당국의 사고경위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5.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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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로 억압받던 1984..위기 속에서 찾은 기회

산업 일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걸 4번이나 반복했다. 긴 시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지 가늠되지 않는다. 1984년 ‘푸른 쥐의 해’ 갑자년(甲子年)에 창간돼 국내 경제의 방향성을 제시했던 ‘이코노미스트’의 시간도 벌써 40년이 흘렀다.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그 시절을 되짚어 보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의 미래를 조금은 더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1980년대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시기다. 1979년 제2차 석유 파동 여파와 국내 정치 불안 등이 맞물리면서 위태로웠다.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저금리·저유가·저달러 등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일례로 1986년부터 3년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를 상회했다.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4년은 침체기에서 회복 및 성장기로 가는 과도기였다.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고,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웠다.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4년 현재 고물가·고금리·국내외 정세 불안 등의 영향으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40년이라는 세월의 격차가 있지만 1984년과 2024년은 어떤 점에서 닮은 부분이 있다.그 시절을 돌아보면 낯익은 것들도 눈에 보인다. 그해 처음 출시돼 현재까지 판매 중인 식료품들이 그렇다. 대표적으로 ▲농심 ‘짜파게티’ ▲동양제과(현 오리온) ‘고래밥’ ▲한국야쿠르트유업(2012년 계열 분리 팔도에서 판매) ‘팔도 비빔면’ ▲롯데제과 ‘칸쵸’ 등이 있다.당시 물가는 어땠을까. 시대별 물가 흐름을 볼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짜장면 값이다. 이를 보면 그 시절 상황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때 고급 음식으로 분류됐던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한국물가정보 집계 기준)은 572원이었다. 현재 짜장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7069원 정도다. 금값은 g당 1만517원, 쌀값은 80kg 기준 6만1428원이었다.1984년 어린 시절을 보낸 지금의 5060세대는 당시를 회상하며 “찢어지게 가난했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 시절을 보내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해 1인당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GNI)은 2300달러(약 317만원)에 불과했다. 국민총소득은 국민이 국내외 생산활동에 참여하거나 자산 제공을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를 말한다. 국민 소득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만든 경제지표다. 당시 한국의 GDP 수준은 세계 상위 50위 내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은 1987년 이후부터 50위권에 포함됐다.소득 수준이 높은 그룹에 속하는 현대·럭키금성·삼성 등 대기업 신입의 월급(대졸 기준)은 29만원에서 30만원 사이였다. 이들을 제외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당시 일용직 노동자의 일급은 500원에서 800원 사이였다. 하루 일하면 짜장면 한 그릇을 겨우 사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인 3만3745달러(약 4646만원)와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현재 일용직 노동자의 일당은 14만~18만원 정도다.사회적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제5공화국, 당시 군부정권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다. 12.12 군사 반란, 5.17 내란 등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제12대 대통령이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작품 ‘1984’도 떠오른다. 독재 권력 아래 저항하다 처참하게 사라지는 개인의 모습을 매우 비관적으로 그려낸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말) 소설이다.해당 소설은 작가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집필한 미래 소설이다. 전체주의(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해 모든 영역에서 통제하는 것) 체제를 비판한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사회주의자였다. 작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통치하기 원했던 소련식 체제에 회의감을 갖고 1984를 집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1984년 한국의 모습은 이 소설과 비슷하다. 한국은 독재 정권 하에 통제당했다. 그 시절 지구촌엔 어떤 일이1984년은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사건이 유독 많았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에 대항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시위가 성행했다. 대표적인 사건은 ‘민정당사 농성 사건’이다. 1984년 11월 14일 전국민주화투쟁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264명은 민주정의당 중앙당사를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민주화를 외치며 노동악법 개정·선거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성 약 12시간 만에 경찰병력 등의 투입으로 해산됐다.대규모 인명 피해를 불러온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도 있었다. ‘서울 대홍수’ 사건이다. 1984년 8월 31일 서울·경기·충청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태풍 준(June)의 영향으로 5일간 폭우가 계속된 것이다. 한강은 위험수위인 10.5m를 넘어섰다.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휴교령까지 떨어졌다. 이 사건은 사망자 189명·실종자 150여 명·재산 피해 1300억원·이재민 23만명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불러왔다. 당시 인재의 요인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사건 직후 북한이 수재 복구를 위한 지원품을 보내겠다고 제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정치적으로 보면 한일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4년 9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합의 이후 대한민국 국가 원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같은 해 7월 7일 한일 양국 외무장관들의 합의로 이뤄진 공식방문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가 1년 전 한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일종의 답방이었다.외교부가 2015년 비밀 해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전두환 대통령과 일본에서 만난 히로히토 일왕은 “양국의 불행한 역사는 진심으로 유감이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민지배의 상징인 일왕의 말이라 의미하는 바가 더욱 컸다.이외에도 ▲88올림픽고속도로 개통(6월 27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5월 3~7일) ▲LA올림픽 종합순위 10위(7월 28일~8월 12일) ▲남북회담(11월 15일, 20일) ▲소련인 마투조크의 판문점 망명 사건(11월 23일) 등이 있었다.그해 해외에서도 굵직한 사건·사고가 많았다. 16년간 인도를 이끌어온 인디라 간디 수상(66세)이 10월 31일 시크 교도 경호원들에 의해 암살됐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11월 6일 선거에서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11월 12일에는 미국의 유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세계 최초로 고장난 통신위성을 회수하는 데 성공하며 우주개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2월 3일 인도 보팔시에서는 유니언 카바이드라는 다국적 기업의 살충제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2500여명이 사망했다.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첫걸음경제적으로 보면 1984년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한 시동이 본격화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1981년 발표한 증권시장 국제화 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었다. 1984년 1월 재무부는 종합금융회사의 회사채 상장을 허용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코리아펀드가 상장됐다.표류하던 부동산 신탁제도가 다시 기지개를 켠 것도 1984년이다. 당시 정부는 모든 시중은행에 신탁업 겸업을 처음 허용했다. 당시 전체 신탁 규모에서 부동산 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0.0001%로 크지 않았다. 남에게 자신의 토지·자산을 관리 및 처분하게 하는 것이 생소했던 것이다.1984년은 한국과 글로벌 기업의 반도체 격차를 단축한 시기다. 이전까지 10년 이상 벌어졌던 국내외 반도체 산업의 격차가 4~5년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그해 3월 삼성반도체통신(현 삼성전자)은 경기도 용인군 기흥면에 대단위 초대규모집적회로(VLSI)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동한 첨단 반도체 공장이었다. 삼성반도체통신은 직전 해(1983년) 개발에 성공한 64K D램 반도체를 월 600만 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삼성반도체통신은 당시 화폐가치로 1000억원을 투자해 기흥 공장을 완성했다. 그해 말 럭키금성의 반도체 회사인 금성반도체는 64K D램 양산 및 판매를 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이미 삼성반도체통신과 금성반도체가 안착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현대전자산업(현 SK하이닉스)도 빼놓을 수 없다. 1983년 설립된 이 회사는 1년 뒤인 1984년 경기도 이천에 반도체 1공장을 세웠다. 그해 말에는 자체 개발한 16K S램을 시범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표 제조업 중 하나인 자동차도 1984년에 한 단계 도약했다. 독자 기술이 없던 현대자동차는 자체 개발한 첫 번째 자동차 ‘포니’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1976년 1월 시판된 현대차 포니는 단일 차종 기준 국내 최초로 생산 대수 50만대를 돌파했다. 8년간 포니는 국내 36만5207대, 수출 15만3281대 등 총 51만8488대가 생산·판매됐다. 한국의 포니가 세계의 포니로 발돋움한 해였다. 그해 현대차는 총 1억6600만 달러의 승용차를 수출했다. 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 수입한 부품액(납품계열사 포함) 1억3200만 달러보다 3400만 달러를 더 수출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처음으로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한국이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IC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된 해가 1984년이기도 하다. 당시 통신 불모지였던 한국에 이동통신 시대가 열렸다. 포문을 연 것이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다. 이 회사는 1984년 처음으로 카폰(차량 내 설치된 전화) 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찍이 카폰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은 미국 벨시스템(AT&T)이 갖고 있다. 우리 정부는 196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 각료(장관) 관용차에 카폰을 도입했다. 당시 가격은 1000만원을 웃돌았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 한국이동통신서비스가 내놓은 카폰의 가격은 400만원 수준이었다. 이전보다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격 부담은 컸다. 당시 현대차 포니의 가격과 비슷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다소 무모했던 이 도전은 성공했다. 오늘날 SK텔레콤을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로 도약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1984년은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현실이 됐다. 정확히 40년이 흐른 지금, 경제 위축·정치 갈등·세계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2024년.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의 위기도 우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구절이다.

2024.05.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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