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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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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韓·中 등에 최대 50% 관세 인상…"국산화 명분"에 보호무역 논란

국제 경제

멕시코가 한국·중국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자동차 부품·섬유 등 전략 품목 1463개에 대해 최대 50% 관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멕시코 상원은 11일(현지시간) 일반수출입세법(LIGIE) 개정안을 양원 승인 후 대통령 서명과 발효 등 향후 절차를 위해 행정부에 송부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17개 전략 분야에서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 1천463개 품목을 선정해 5∼5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내년 1월부터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관세 부과 대상국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아랍에미리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특정 품목이 해당한다.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칠레, 파나마, 우루과이 등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국가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멕시코를 상대로 1천200억 달러(176조원 상당) 규모 흑자를 봤다.한국 역시 멕시코를 '효자 수출국'으로 여겨 왔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에서 관련 정보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1993년 이래로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내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3분기까지 수입액보다 수출액이 120억9천800만 달러(17조8천억원 상당) 더 많았다.수출입 비중이 그리 높지 않지만, 인도나 베트남 등 다른 주요 관세 인상 대상국을 상대로도 멕시코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멕시코 정부는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관세 정책이 국내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것임을 피력하고 있다.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반수출입세법 개정안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며, 멕시코와 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에 대한 것"이라면서 "멕시코에서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게 한다는 계획에 따른 입안"이라고 해명했다.그는 이어 "우리는 한국이나 중국 정부와 계속 협력할 의지가 있으며, 실제 한국 등과의 회의를 통해 (관세율을) 일부 인하했다"고 덧붙였다.'자국 생산력 강화'나 '먼저 관세를 매기고 나중에 협의해 조정한다'는 취지의 멕시코 전략은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한 관세 정책과 흡사한 흐름이다.그러나 멕시코가 처한 상황에 비춰보면 셰인바움 대통령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이행사항 검토를 앞두고 협정 재협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간 미국 관세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면서 경제 블록에 기반한 "자유로운 교역 필요성"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특히 멕시코는 탄탄한 내수 시장을 보유한 미국과 비교해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나 잠재성장률 악화 가능성에 대비할 '기초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역시 의문이라는 점에서도 통상 정책에 빈틈이 있다.관세 장벽을 세운 뒤 자국 산업을 실제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관세 인상 법안 논의 과정에서 멕시코 야당 의원들이 주로 이를 강하게 우려하면서 무더기 반대·기권표를 던졌다고 현지 일간 레포르마는 보도했다.대외적으로는 한국과의 협력 의지를 밝히면서도 2006년께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와의 FTA 관련 협의에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도 대통령 언급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지점이다.역설적으로 이는 미국과의 교역(작년 기준 수출액 비중 83%·수입액 비중 41%)을 국가 경제 근간으로 여기는 멕시코가 최우선 순위를 'USMCA 유지'에 놓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트럼프 미 행정부와 무역 갈등을 빚었던 중국과 거리를 둬서라도 USMCA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한국 입장에서는 산업별 진흥 프로그램(PROSEC)과 마킬라도라 수출 서비스산업 진흥 프로그램(IMMEX) 등에 기반한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의 관세 면제 인센티브가 지속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다만, 현지에서 PROSEC과 IMMEX 적용 범위를 둘러싼 분쟁도 관찰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다니엘 플로레스 쿠리엘 멕시코 누에보레온대학의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에 "멕시코 관세 정책은 통상적이라고 말하기엔 거리가 멀다"면서, 궁극적으로 한국-멕시코 FTA 협상을 재개한 뒤 이를 발판 삼아 현안 해결책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2025.12.12 09:00

3분 소요
李대통령 "물가안정 위해 민생품목 부당 담합·독점 점검"

정책이슈

이재명 대통령은 4일 현재 고물가 상황에 대해 "최근 체감 물가가 높아지며 민생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며 "관계부처들은 주요 민생품목의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동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민생품목에 대하여 담합과 독점에 관한 현황 점검을 당부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물가안정이 곧 민생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앞서 지시한 바와 같이 부당하게 담합해 물가를 올린 사례는 없는지, 또 시장의 독점력을 활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사례는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민관 차원에서의 협력 체계 구축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도 우리 수출이 국민 경제에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4%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7천억 달러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이는 보호무역주의의 파고에 굴하지 않고 제품 개발 및 시장 개척에 힘을 모은 우리 기업인과 노동자, 이를 뒷받침하는 공직자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익 중심의 실용적인 통상 정책을 토대로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수출 다변화를 통한 신흥국과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 대토열ㅇ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와의 협력을 통한 수출시장 다변화 및 경제영토 확장 노력이 중요하다"며 "수출 7천억 달러를 넘는 1조 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견고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했다.

2025.12.04 15:57

2분 소요
‘K-스틸법’ 국회 통과…철강 산업 지원 법제화

산업 일반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의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위축 등으로 흔들리는 국내 철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이날 국회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석 255명 중 245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반대표는 5표, 기권은 5표였다.특별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해 철강 산업 정책의 체계화를 의무화했다. 정책 심의는 국무총리 산하의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가 맡는다.탄소 감축을 위한 산업 구조 전환 지원도 포함됐다. 산업부 장관은 저탄소 공정을 위한 핵심 기술을 지정하고 연구개발·설비 구축·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저탄소 철강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정책적 지원책도 명문화됐다.또한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편 과정에서 세제 혜택, 고용 유지 지원금 제공 등도 가능해진다. 저탄소 철강 특구 조성·규제 정비 등 산업 인프라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법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적용된다. 효력은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필요할 경우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해당 법안은 여야 의원 106명이 지난 8월 공동 발의했다. 철강 산업이 국가 제조업 기반을 이루는 기간 산업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탄소중립 규제 강화, 중국산 공급 확대 등으로 국내 철강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련 산업계의 지원 요구도 높아져 왔다.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협력, 그리고 여야의 초당적 합의가 더해지면서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도 입법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고,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철강협회도 “K-스틸법으로 철강 산업 정책 지원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맞물려 지원 정책이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며 “국내 철강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저탄소 미래소재 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11.27 16:32

2분 소요
반도체·자동차 수출이 살린다…한국 경제, 완만하지만 확실한 회복 [2026 경제大전망]➀

경제일반

2026년 우리나라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내수 부진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강화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 전반적 성장 속도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경제 성장률, 1.5~2.5% 전망가 최근 국내 경제·금융 전문가 33명(무응답 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2026년 경제성장률을 1.5~2.5% 범위로 예상했다. 이 중 1.5~2.0%와 2.0~2.5%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40%로 동일했다.반면 성장률이 2.5%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13%에 그쳤고, 1.5% 미만을 예상한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내수 둔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수출과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 기반을 어느 정도 구축해 왔음을 시사한다.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 반등 ▲전기차·배터리 등 글로벌 제조업 수요 확대 ▲첨단 산업 수출 증가 등을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을 줄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칩 수요 확대는 2026년 수출 회복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평가됐다.다만 내수 회복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신중했다. ▲높은 금리와 가계부채 부담 ▲인구 고령화 ▲임금·물가 상승 압력 등이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으며, 기업 투자 역시 경기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대규모 확장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외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글로벌 경제 역시 완만한 회복 흐름이 예상됐다. 응답자의 40%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 43%는 "다소 악화"를 전망했다. 보호무역 강화와 세계 교역 둔화 우려가 있으나, 주요 수출 품목의 수요 회복이 성장세를 떠받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미중 관계는 갈등 완화도, 급격한 악화도 아닌 현재 수준의 긴장이 이어지는 ‘관리되는 갈등'(Managed Competition)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는 관세·기술 규제·안보 협력체 변화가 계속되더라도 글로벌 경제가 일정한 안정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국가별 전망을 보면, 미국 경제는 정체 또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응답자의 43%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 37%는 “다소 악화”를 예상했다. 소비는 견조하지만, 높은 금리와 제한된 재정 여력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일본 경제도 완만한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금 상승을 바탕으로 한 소비 회복과 관광 수요 증가가 경기 흐름을 지지할 것으로 보지만, 구조적 저성장 문제로 인해 큰 폭의 확장은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유럽은 완만한 침체 또는 정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답변이 절반 이상이었다.다만 중국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비관적이다. 응답자의 43%가 “다소 악화”를 선택한 반면, “회복”을 예상한 응답은 17%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조정 ▲내수 성장 지연 ▲미·중 경쟁 지속 등이 중장기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첨단 산업·친환경 정책,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탄소중립 등 글로벌 친환경 전환 흐름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산업과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는 “단기적 부정적 영향”을, 13%는 “산업 구조 전환 차원의 긍정적 효과”를 예상했다.국내 AI 산업은 2026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응답자의 83%가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중 절반은 “올해보다 훨씬 높은 관심과 투자 확대”를 예상했다. 특히 반도체–클라우드–AI 모델–로봇·자동화가 결합하는 산업 구조 변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AI가 단순한 혁신 키워드를 넘어 생산성과 산업 구조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단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다.2026년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신중한 완급 조절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30명 설문에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은 37%,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은 40%, 두 차례 이상 인하 가능성은 13%였다. 점진적 인하 가능성은 있으나 속도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부동산 시장은 급등·급락 없이 완만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완만한 상승(33%) ▲정체(23%) ▲완만한 하락(10%) ▲수도권 상승·지방 하락(17%)을 예상했다. 서울·수도권은 학군·교통·일자리 요인으로 회복력이 기대되는 반면, 지방 외곽 및 인구 감소 지역은 일부 거래 부진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5.11.24 06:00

4분 소요
HD현대重, 4300억원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 수주

산업 일반

HD현대중공업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을 새롭게 수주했다.HD현대중공업은 최근 태국 선사 ‘리저널 컨테이너 라인’(Regional Container Lines)과 총 4353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13800TEU급이다. 길이 337m·폭 51m·높이 27.3m 규모다.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가 탑재돼 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된다.선박은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제작돼 2028년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리저널 컨테이너 라인은 운항 선복량 기준 세계 21위권에 속하는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사다. HD현대중공업과의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양사 간 파트너십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계약을 포함해 HD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총 61척이다. 지난해 28척, 2023년 29척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 수요는 2037년까지 연평균 2.8%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무역량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신흥시장의 교역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해운사들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국내 조선사의 추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시장의 꾸준한 수요 속에서 친환경 기술력과 안정적인 품질 관리로 신뢰를 쌓고 있다”며 “축적된 기술력과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0 10:18

1분 소요
포스코의 현장 전문가 이희근, 사고·관세 이중고 돌파할까 [철강의 수장들]➀

산업 일반

포스코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포스코그룹은 38년 현장 경력의 기술 전문가 이희근 사장을 포스코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당시 포스코는 강판 수출 부진·설비 리스크·안전사고·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복합 불확실성에 직면한 시점이었다. 1962년생인 이희근 사장은 전북대 금속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대학원에서 금속재료 석사를 취득했다. 1987년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냈다. 그가 현장 기반의 기술 리더십으로 포스코 안팎에서 ‘안전과 설비의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다.본질에 집중하고 실행으로 답하다취임 직후 그의 첫 메시지는 간결했다. “본질에 집중하고, 실행으로 답하겠다”였다. 여기엔 포스코가 다시 제조의 본류로 회귀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 것은 2024년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다. 포스코그룹은 당시 인사를 ‘현장 중심 체질 개선’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최근 몇 년간 제철소 설비 사고와 안전 문제, 그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철강 수익성 악화가 누적된 상황에서, 그룹이 필요로 한 것은 ‘현장을 아는 리더’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본질, 실행, 현장 중심의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포스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설비 안정화를 넘어 조업 효율, 품질 경쟁력, 원가 구조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의지다.그가 주도한 ‘설비강건화 프로젝트’는 포스코 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 사장은 안전환경본부장 시절부터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강건화 작업을 직접 이끌었다. 제철소 내 주요 공정의 위험요소를 정량화하고,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게 핵심이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발생했다. 지난 11월 5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에서는 유해 물질 유출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희근 대표가 설비 개선을 넘어 현장 근로자의 안전 의식과 관리 시스템을 동시에 끌어올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만 ‘현장으로 돌아온 리더십’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연속, 포스코의 묘수는물론 포스코가 직면한 위기는 현장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50% 철강 수입관세가 부과된 이후 국내 강관 제조사들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포스코의 열연강판 판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기존 고객사의 수출길이 막히자 내수 판매도 줄었다.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과 수요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주를 이뤘다.불행 중 다행으로 이희근 대표 체제 이후 포스코의 철강 본업은 실적 면에서도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2025년 3분기 연결 매출은 17조2610억원, 영업이익은 6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OPM)은 3.7%로, 철강 부문만 놓고 보면 전분기 대비 0.7%포인트 개선됐다.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철강 본업이 뚜렷한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철강 본업의 견조함이 명확해졌다”며 “비철강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철강 부문이 그룹 실적을 지탱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저품위 원료 활용 확대와 원자재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로 영업이익 개선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철강 부문 영업이익률은 6.4%까지 올라섰으며, 본사 기준 영업이익은 585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 증가했다.이희근 대표가 강조해온 ‘설비강건화·조업 효율화·제조원가 혁신’ 기조가 단순한 경영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재무 성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철강 관세 문제를 둘러싼 뚜렷한 진전이 없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양국이 무역협상 타결을 공식화했지만, 정작 50%에 달하는 초고율 품목 관세를 적용받는 철강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보호무역 기조가 유지되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여파는 대미(對美) 철강 수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7억8958만달러(약 4조42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6% 감소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대미 철강 수출이 최대 36%까지 줄어들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한국 철강업계에 가장 중요한 단일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철강(MTI 61) 품목 수출액이 43억5000만달러(약 6조3050억원)에 달하며, 국가별로는 부동의 1위이기 때문이다.포스코는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참여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주 개발사인 글렌파른(Glenfarne)과 연간 100만톤 규모의 LNG를 20년간 공급받는 내용의 예비계약(LOI)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해당 프로젝트에 필요한 가스관용 강관을 포스코가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 액화시설로 이송하기 위해 총연장 1297km, 지름 42인치(약 1067cm)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철강업계에 따르면 해당 구간에 필요한 파이프 수요는 약 80만톤, 원재료인 열연강판 비용만 7억달러(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철강업계는 최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관세(50%) 강화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LNG 프로젝트가 국내 철강 수요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5.11.09 07:00

4분 소요
포스코홀딩스, 3분기 영업익 6390억…철강·에너지소재가 이끌었다

산업 일반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실적 회복과 에너지 소재 이익 증가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2610억원, 영업이익 6390억원, 순이익 3870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13.5% 각각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2% 줄어들었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약 320억원, 순이익은 3030억원 늘었다. 이로써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연속 영업이익 개선세를 이어갔다.철강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저점을 찍은 뒤 3분기 연속 실적이 개선됐다. 이번 분기에는 철강 제품 판매가 하락으로 매출이 다소 줄었지만, 가동률 회복과 원가 경쟁력 강화 노력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5850억원, 영업이익률은 6.6%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이차전지소재사업은 양극재 판매 확대와 리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환입 효과로 적자 폭이 줄었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6월 준공된 전구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양극재 판매가 늘었고, 이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 분기보다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인프라 부문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하절기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사업 수익이 확대되고, 호주 세넥스 가스전 판매량이 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선 사고 관련 손실 추정액 반영과 안전점검을 위한 전(全) 현장 일시중단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이날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저수익·비핵심 자산 구조개편 성과도 공개했다. 포스코그룹은 3분기 동안 총 7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해 약 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향후 2027년까지 63건의 추가 구조개편을 추진해 약 1조2000억원의 현금을 추가 창출하고,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025.10.27 18:00

2분 소요
‘자유무역’ APEC과 ‘관세왕’ 트럼프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오는 10월 31일과 11월 1일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데요, 한국에서 열리는 건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에 두 번째입니다. 1989년 설립된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회원은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고, 지역경제 통합을 가속화하며, 경제 및 기술 협력을 장려하고, 지속 가능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역동적이고 조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뜻을 모은 회원국은 21개국인데요, 세계 인구의 37%, 상품 교역량 50.9%, GDP의 61.3%를 차지하는 등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뜻을 모은 회원국 중에는 미국도 있지만, 올해 1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APEC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 MAGA)라는 깃발을 높이 들고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관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모든 국가에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가 큰 국가에는 11~15%의 상호 관세를 추가로 적용했습니다. 또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전략적 물자에는 최고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자동차 및 반도체, 의약품 등에도 각각 25~100%의 높은 관세를 신설했습니다. 기존 800달러 이하의 소액 수입 면제도 지난 8월 폐지해 온라인 직구 등 모든 소액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력 교류의 장벽도 높였는데요, 지난달 자국민 고용 확대를 명분으로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10만 달러(약 1억3990만원)로 100배 인상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해외 전문 직종자의 미국 내 자유로운 취업을 제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앞세운 강도 높은 보호무역은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경제 및 기술 협력이라는 APEC의 방침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입니다. 자유무역의 세계 리더인 미국이 ‘反APEC’의 길에 설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어 충격적일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관세폭탄을 맞은 국가들은 경기 둔화에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고,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 금융시장 불안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100%가 넘는 관세폭탄을 주고받고 있는 중국과의 극한 관세전쟁은 반도체·희토류 등을 무기로 한 자원 전쟁으로 이어지며 세계 공급망까지 흔들어 교역국들을 어려움에 빠뜨렸습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한국도 예외가 아닌데요,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서 미국 수입국 순위가 작년 7위에서 올해(1~7월) 10위로 밀려났습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한국의 수출 품목은 자동차인데, 1~9월 누적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4.4%나 감소했습니다. ‘관세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신에 반하는 관세전쟁에 미국 내에서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가 방향을 틀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요, 이번 APEC 기간에도 방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세전쟁을 벌이며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부디 모든 회원국이 이번 주제인 연결과 혁신, 번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내일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합의를 이루길 바랍니다. 나와 우리를 위해!

2025.10.26 06:00

3분 소요
분절된 세계 속 한국, ‘브리지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스페셜리스트뷰]

국제 이슈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관세 장벽이 되살아나고,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화되는 시대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열린 지역주의라는 APEC의 원래 철학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시험하는 무대다. 미국은 올해 들어 중국산 전자·반도체·배터리 제품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며 새로운 보호무역 전쟁을 촉발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경제 안보의 무기로 맞서고 있다. 글로벌 무역의 48%,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APEC의 위상은 역설적으로 강화됐다. 바로 신냉전적 분절화 속에서 협력의 잔존 무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게 이번 APEC 개최는 20년 만의 복귀이자, 중견국의 재정의라는 도전이다. 미·중 사이에서 중재자이자 규범 제안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 행사가 단발성 외교 이벤트를 넘어 새로운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균열된 세계 속 새로운 시험대세계는 다시 균열을 넓히고 있다. 백악관의 메시지는 강경과 회유 사이를 오가지만, 신호는 분명하다. 안보가 효율을 대체했고, 관세와 수출통제는 상시화됐다.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는 인공지능(AI) 생태계의 정점인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참석을 예고했다. 기술 네트워크의 중력은 경주로 쏠리고, 그 무대의 사회자는 한국이 될 공산이 크다. 무대 뒤편에서도 물밑은 분주하다. 한–미 통상 패키지는 정상회의 즈음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를 냈다. 한국이 브리지의 실물을 보여줄 기회다. 관건은 대타협의 문구가 아니라 집행의 설계다.오늘날의 무역질서는 APEC이 출범하던 1989년과 전혀 다르다. 미국은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다시 외교의 무기로 삼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재개하면서, 동맹국의 디지털 무역 우위에 대해서도 차별적 과세를 시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흑연 등 전략 광물의 수출허가제를 강화하며, 공급망을 통한 반격에 나섰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은 Foreign Pollution Fee Act를 추진하며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고 있다. 즉, 효율성(efficiency)보다 안보(security)가 무역질서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중국이 희토류·전략광물의 수출허가제를 전격 강화하자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다른 나라를 함께 끌어내리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재료들은 반도체·전기차·군사용 산업의 필수 인풋이다. 공급망 통제는 기술우위 경쟁과 직결된다. 이런 맥락에서는 APEC 정상회의가 기술·자원 규범을 설정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단지 관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무역·투자가 이뤄져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규칙을 논의하는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1 또는 중국+N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생산거점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한국은 이 변화의 허브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정밀기계 등 한국의 산업기반은 미·중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필수적인 교차점에 위치한다. 결국, 경주의 APEC은 지정학적 분절 속에서 다자협력의 현실적 해법을 시험받는 회의가 될 것이다. 전환기의 APEC 의제2025년 경주 APEC은 푸트라자야 비전 2040(Putrajaya Vision 2040)의 3대 축인 무역·투자 자유화, 혁신·디지털 전환, 포용·지속가능성을 이어받는다.2024년 페루 회의가 내세운 구호 ‘임파워·인클루드·그로우(Empower. Include. Grow)’ 는 한국의 주제인 ‘커넥트·이노베이트·프로스퍼(Connect. Innovate. Prosper)’ 로 계승된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시대적 긴장은 기존 의제의 우선순위를 재구성하게 만들고 있다.오늘날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장 개방 보다 정책의 예측가능성이다. 관세·수출통제가 뉴노멀이 된 질서에서 개방은 낮은 세율이 아니라 낮은 불확실성을 뜻한다. APEC의 자발적 협력 구조는 강제성이 없지만, 바로 그 유연성이 지정학적 대립을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공급망 투명성 표준(APEC Supply Chain Transparency Standard)을 제안할 예정이다. 반도체·배터리·희토류 3대 품목을 대상으로 정책 변화, 원자재 리스크, ESG 요소 등을 분기별로 공개하는 리스크 브리핑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분기별 위험 대시보드(정책변수·원자재·물류·ESG)를 자율 공시하도록 권고하게 된다.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다자 차원의 공통 언어를 만들면 시장은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희토류를 매개로 한 디커플링 경고가 잇따르는 지금, 투명성 표준은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덜어낼 가장 값싼 정책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아닌 공감대 기반의 신뢰 회복 메커니즘으로, APEC 본연의 합의 문화와 부합한다. 또한, 한국은 고율관세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사전 통지와 유예기간을 권고하는 예고 규범을 제안해, 돌발적 무역충격을 줄이는 실용적 방안을 준비 중이다. 고율관세·수출허가제 신설 시 사전 통지–영향평가–유예기간을 자발적 규범으로 묶을 수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급격한 전환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정책의 시간표 자체가 공공재가 될 수 있다.APEC의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 이동의 규범에 달려 있다. 디지털 통상은 상품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 안보 논쟁은 이를 제약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싱가포르와 함께 트러스트 데이터 모빌리티(Trusted Data Mobility) 2.0을 추진 중이다. 이는 클라우드·AI·제조데이터 교류에 필요한 보안·거버넌스 동등성 평가 틀을 제시하는 자율규범으로 제조데이터의 동등성 평가와 상호 인증을 담은 최소 공통분모 표준을 APEC 권고안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WTO의 빈 공간을 메우는 기능적 다자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또한 APEC AI 제조 샌드박스(APEC AI Manufacturing Sandbox)를 통해 회원국 중소제조기업이 공정데이터를 익명화하여 공유하고, 에너지 효율·불량률을 동시에 개선하는 시범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술협력 중심의 실행형 다자주의는 거대국 정치가 아닌 실용적 혁신외교 모델로서 APEC의 진화를 보여준다. 미국 CNN은 이를 두고 한국 주도의 실용적 기능주의 다자주의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경주 APEC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다룬다. 한국은 에너지 집약형 산업 구조를 감안해 APEC 청정전환 파이낸스 플랫폼을 제안할 계획이다. 한국이 제안하는 청정전환 파이낸스 플랫폼의 핵심은 구호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자본동원이다. 즉, 탄소감축·고용창출·지역파급이라는 3대 KPI를 공통지표로 표준화해 민간자본이 들어올 이유와 방법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다. APEC이 2025년 의제에서 에너지 전환과 탄소 없는 에너지 확장을 우선순위로 못 박은 만큼, 플랫폼화는 시의적절하다.또한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구리·니켈 등 전환 핵심자원에 대한 공동비축 및 조기경보 체계를 통해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는 구상도 검토된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나 중동 불안 등 외생 변수에 대한 다자형 안전판이 될 수 있다. G7은 이미 공급선 다변화·공조 유지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에너지 측면에선 중동 리스크와 EU의 러시아산 LNG 축소 계획은 가격 변동성 확대를 예고한다. 이 모든 흐름은 APEC이 LNG·암모니아·구리·니켈·희토류에 대해 선제적 완충장치를 갖출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의 공방은 더 격렬해지고 있고, 에너지·메탈 시장은 지정학·정책 리스크의 합성물이 됐다. APEC은 법적 구속력은 약하지만, 바로 그 유연성 덕분에 정치적 경쟁을 비껴가는 기능적 합의를 쌓을 수 있다. 경주의 의제가 공동비축·조기경보로 구체화될 때, APEC은 대화의 장을 넘어 리스크를 흡수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마지막으로, 고령화·돌봄·노동참여율 하락 등 사회문제 역시 경제 의제로 다뤄진다.한국은 보건과 경제를 연계한 ‘헬스×이코노미 대화(Health × Economy Dialogue)’ 를 통해 고령사회 일자리와 돌봄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 한다.이는 보건을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성장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노동·기술·재정이 교차하는 개혁을 다자 협력의 틀 안에 녹여내겠다는 구상이다.이미 APEC 보건장관 회의는 보건–고용–재정–디지털의 교차 전략과 인구변화 대응 로드맵을 공식 아젠다로 끌어올렸다. 한국이 올해 의장국으로 주도하는 대화 트랙도 그 연장선이다. APEC 차원의 세컨드 액트(Second-Act) 고용 표준—정년 후 단계적 소득 연착륙, 직무재설계, 건강관리 연계 근로—를 권고안으로 표준화. 한국의 고령친화 일자리 창출 속도가 미·일 대비 더딘다는 연구를 감안해, 직무 전환과 숙련 보강을 데이터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배제는 생산성뿐 아니라 건강결과(의료순응, 만성질환 관리)에 직격탄이다. APEC은 고령층 디지털 포용을 의장국 한국의 핵심 연간 과업으로 전면화했다. 연금·노동·보건은 분리 예산이 아니라 하나의 수지표다. 한국은 올해 국민연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을 조금이나마 늦췄다. 다음 단계는 고령자 고용 연장, 건강수명 연장, 장기요양비용의 선제억제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성과연동 재정 틀을 설계하는 일이다. 선언을 넘어 제도화로APEC의 가장 큰 약점은 '합의는 많고, 실행은 적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각 의제별로 민관합동 실행 TF를 가동해, 정상선언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고 있다. 정상회의에서 선언문이 나오더라도, 후속 실행이 없으면 이벤트로만 끝나는 회의가 된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는 2026년 상품무역성장률을 1.8%에서 0.5%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런 추세는 다자주의가 실질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경고신호다. 그러나 미·중 간 의제 충돌이 발생하면 회의가 정치화될 가능성, 숙박·보안 등 개최 인프라의 국내 준비 부족, 중소기업이 글로벌 규범 변화에 대응할 역량의 격차 등의 위험요인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정부 주도의 일회성 행사를 넘어, 산업계·지방정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절실하다. 행사 이후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이번 APEC의 진정한 성패를 가를 것이다.APEC 2025는 한국이 글로벌 중견국(Global Middle Power)으로서 외교적 정체성을 재구성할 기회다. 한쪽 진영에 편승하기보다,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보편 가치를 중심으로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 한국이 제시할 세 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개방(open)을 통해 관세와 통제를 넘어서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연결(connect)로 데이터·기술·사람을 잇는 플랫폼 외교의 실현, 합의를 실질적 결과로 전환하는 민관 협력의 실행(deliver)이 필요하다.이 세 축이 실현된다면, APEC 경주는 단순한 정상회의가 아니라 신뢰 회복의 회의, 그리고 한국이 향후 10년간 글로벌 공급망과 디지털 통상 질서를 주도할 전략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세계는 지금 '협력의 피로'에 빠져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다자주의는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APEC 2025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측정 가능한 협력의 언어를 복원하는 실험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개방·연결·실행으로 APEC의 비전을 측정 가능한 성과로 바꿀 것이다. 이 메시지가 경주에서 울려 퍼질 때, 한국은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신뢰 가능한 중견국, 규범 제안국, 그리고 동아시아 협력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필자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인적자원개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기획실과 인사부문에서 9년 간 근무한 경력이 있고, 대한경영학회 회장, 한국제품안전학회 회장,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40대 한국생산성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25.10.25 11:00

8분 소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 철강...EU, 철강관세 50% 인상 예고

국제 경제

유럽연합(EU)이 외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 장벽을 2배 이상 높이겠다고 예고하면서, EU를 대표적 수출 시장으로 둔 한국 철강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무역 전선이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현지시간 7일,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SNS를 통해 외국산 철강의 무관세 수입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고, 기존 25%였던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유럽의 철강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며, 미국의 철강 보호 정책과 유사한 조치임을 암시했다. 미국 역시 최근 철강 수입에 대해 50% 관세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EU는 지난 2018년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 관세 조치에 대응해 국가별 수입 쿼터 내에는 무관세, 이를 초과하면 25%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해당 조치는 내년 6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이번 EU의 발표는 기존 세이프가드를 대체하기 위한 새 무역 제한 조치로, 사실상 철강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다.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경제지역(EEA)을 제외한 제3국으로부터의 초과 철강 수입 물량에 대해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향후 수입국에 미칠 강력한 영향력을 시사했다.이번 조치는 한국 철강산업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약 6조 2천억 원으로, 미국을 제치고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수출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미국은 한국 철강에 대해 쿼터 방식의 수입 제한을 적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무관세 할당이 가능한 EU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었다.하지만 EU의 무관세 쿼터가 절반으로 줄고, 초과 물량에 50%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철강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전문가들은 "글로벌 무역 분쟁 속에서 한국 철강이 '샌드위치'처럼 낀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과 산업계의 수출 전략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EU의 새 관세 정책은 아직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단계지만, 내년 6월 기존 세이프가드 종료 전에는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U 집행위는 그간 철강시장 불안정과 산업 보호를 이유로 무역 제한 조치의 연장을 지속 주장해 왔다.

2025.10.08 09:02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