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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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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설 명절’과 ‘황금연휴’로 정관장, 2030 수요 ‘껑충’

유통

정관장이 올해 1월 빠른 설날과 임시공휴일(27일) 지정으로 명절 선물 및 체력관리를 위한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이번 설 명절은 평년(2015년~2024년, 10개년)보다 이른 1월 29일로 작년과 비교하면 약 2주 앞설 뿐만 아니라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최소 6일, 휴가를 쓰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됐다.정관장에 따르면 설날이 1월에 있는 경우 프로모션 매출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근 10년간 정관장의 설 행사 실적을 살펴보면 2017년(1월 28일), 2020년(1월 25일), 2023년(1월 22일)의 행사 초기 매출 실적(5일간)이 가장 높았다. 실제로 올해 1월 6일부터 1월 10일까지 5일간 설 프로모션 매출액은 2월 설날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특히 이번 설에는 2030 구매율이 두드러지는데, 2월 설날 매출액 대비 약 42%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관장은 2030 MZ세대들이 ‘황금연휴’인 설 명절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족 또는 지인을 위해 미리 선물을 준비하거나, 본인이 직접 섭취하기 위해 구매하여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번 설 프로모션 동안 2030이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에브리타임’이다. 선물용으로 제격인 ‘다보록’ 선물세트는 2030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면서 2030 매출 순위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한편 정관장은 1월 6일(월)부터 1월 30일(목)까지 ‘새해 건강은 정관장으로’ 행사로 미리 선물을 준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정관장은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다보록’ 선물세트 등과 여행 중 간편하게 섭취하기 좋은 ‘에브리타임’ 등 일부 선물 제품에 한해 할인을 진행한다. 특히 정관장 멤버스 고객은 30만원, 60만원 이상 구매 시 1만원, 2만원의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정관장은 최고의 품질과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은 명실상부 대표 명절 선물”이라며, “2025년에도 정관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더 나은 삶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5.01.15 11:52

2분 소요
“초코파이는 중국인의 친구”...中 현지 임원이 말하는 오리온

유통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는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던 식품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풍부한 인구를 등에 업고 급속 성장했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를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판매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제조분야에서 정상을 찍었지만 먹거리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각 나라마다 먹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몇십 년 전부터 기업들은 장시간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을 외쳐왔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한 회사는 아직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 사례는 국내 유통업을 넘어 여러 기업들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리온의 히트 과자들이 어떻게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자국 과자로 뿌리내렸는지 알아봤다. 양갱수미 중구난조(羊羹雖美 衆口難調). 명심보감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양고기를 넣어 끓인 국은 비록 맛이 좋고 훌륭하지만 모든 사람의 입맛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하나의 제품으로 불특정 다수의 요구를 충족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국내 기업이 있다. 초코파이, 오!감자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오리온이다. 이 기업은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현지화)이라는 전략으로 전 세계 인구의 18%, 약 15억명이 살고 있는 중국의 마음을 훔쳤다.지난 2000년 오리온 중국법인에 입사해 24년간 오리온의 중국시장 진출을 지켜본 장샤오옌(张晓艳) 중국법인 총감(홍보이사)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소비자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자리 잡은 ‘하오리요우, 하오펑요우’(오리온, 좋은 친구)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오리온에게 중국은 특별하다. 내수시장에 집중하던 오리온은 1993년 중국 북경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오리온의 주력 제품인 초코파이는 중국시장 조기 안착을 이끌었다. 이미 초코파이는 중국인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자국 과자 대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오!감자, 예감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은 장샤오옌 총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Q. 오리온 제품이 중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는.초코파이는 부드러운 비스킷과 쫀득한 마시멜로를 진한 초콜릿으로 코팅해 풍부한 식감을 만드는 독보적인 제품력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엄선한 좋은 원료와 체계화된 품질관리(TQM) 시스템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꾸준히 생산 중이다. 중국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꾸준히 제품에 변화도 주고 있다.2006년 출시한 오!감자는 중국법인의 첫 번째 스낵 제품이다. 속이 빈 감자튀김 모양과 바삭하고 사르르 녹는 식감과 진한 감자의 풍미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감자의 도’(土豆之道)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전지현, 탕웨이 등 인기 스타를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중국 내 인기에 큰 영향을 줬다. 현재 오!감자는 연간 매출액이 한화로 2000억원이 넘는 오리온 중국법인의 대표 제품이다. 특히 토마토맛, 허니버터맛은 젊은층 사이에서 ‘영원한 신’(YYDS)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Q. 가장 중점을 둔 마케팅 요소는.우리는 ▲좋은 원재료 ▲고품질 제품 ▲소비자와의 유대감이란 세 가지 측면에 중점을 뒀다. 먼저 좋은 원재료가 있어야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믿기에 전 세계에서 엄선한 원료와 공급업체를 통해 제품의 품질, 안전성, 그리고 맛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특히 2006년 시장에 진출한 감자스낵의 경우 이듬해 내몽골에 감자농장을 직접 운영하며 중국 내에서 독자적인 원료 기지를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또한 제품 차별화에도 신경썼다. 초코파이를 선두로 중국에서 파이 카테고리를 개척한 뒤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깊이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초코송이(蘑古力 모구리), 고래밥(好多鱼 하오뚜어위), 오!감자(呀土豆 야!투도우), 예감(薯愿 슈웬) 등 다양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고 현지화된 이름을 사용했다. 특히 2021년에 출시한 알맹이 젤리(果滋果心 궈즈궈신)는 ‘껍질을 벗겨 먹는 젤리’라는 독창성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마지막으로 현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소비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했다. ‘오리온은 좋은 친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꾸준히 만들어온 이유다. 현재 중국 소비자들에게 오리온은 활기차고 긍정적인 좋은 친구를 연상시키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점들이 쌓여 오리온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Q. 생산·판매 관련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융합해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둔황(敦煌) 문화로 대표되는 중국 전통 문화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발맞춰 오리온은 2022년 하반기 둔황박물관과 손잡고 초코파이 춘절선물세트와 공동 브랜드 제품을 내놨다. 해당 제품은 CCTV·동방 TV·베이징 TV 등 권위 있는 중국 미디어에 널리 보도되기도 했고 2022년 중국 법인의 사상 최대 연매출 성과로도 직결됐다. 클래식 간식 브랜드(초코파이)와 수천년에 걸친 문화 IP(둔황 문화)의 협력은 문화를 더욱 ‘즐겁게’, 간식을 더욱 ‘문화적으로 의미 있게’ 만들어줬다.Q. 현지 인력 적극 채용(99% 이상)이 긍정적 영향을 줬나.글로벌 기업으로서 현지화 전략의 핵심은 바로 ‘인재의 현지화’다. 중국인이 중국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하고, 현지에서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브랜드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현지 인재를 적극 육성해 왔고 현재 생산 본부장·공장장·마케팅 책임자 등 핵심 직책을 모두 중국 직원들이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업계에 많은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중국의 식품산업 발전까지 선도하고 있다.Q. 앞으로의 계획은.향후 오리온 중국법인은 초코파이·오!감자·생감자 스낵 등 핵심 브랜드의 가성비를 강화하는 한편, 편의점·벌크·창고형 매장·온라인 등 성장 채널에 집중해 맞춤 전용 포장 제품을 더욱 많이 개발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오리온은 ‘스낵의 건강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 오트쿠키와 같은 건강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지속 충족시킬 오리온을 지켜봐달라.

2024.08.19 08:01

5분 소요
‘日 오염수 방류’로 수산 침체 우려?  수산물 매출 오히려 늘었다

산업 일반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지 10여 일이 지났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가에 소비 심리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오염수 방류 이후 국내에서 가시적인 수산물 소비 위축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오염수 방류 직후인 8월 24∼29일 6일간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수산물 매출액이 (방류 직전인) 8월 17∼23일 7일간 매출액의 103% 수준으로 나타났다. 8월 24∼25일 대형마트 3사의 수산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1% 늘었고, 방류 전인 8월 22∼23일보다는 46.7% 증가했다. 수산 외식업의 매출도 뛰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8월 24∼27일 수산 외식업 1000개소의 매출은 방류 전인 8월 20∼23일 대비 3.8% 감소했으나, 횟집 30개소의 경우는 13.2% 증가했다. 방류 직후 첫 주말인 8월 25∼27일 노량진 소매점 매출은 방류 1주일 전인 8월 18∼20일 대비 14.6% 늘었으며, 노량진 식당 매출은 21.2% 증가했다. 수협 유통 직영 매장 매출은 68.2% 올랐다.추석 선물세트 중 수산 선물세트 사전 예약 고객 수도 늘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8월 10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2023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중간 결산한 결과, 수산물 선물 세트 사전 예약은 전년 대비 49% 매출이 증가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김은 58% 뛰고,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굴비도 매출이 24% 신장했다. 실제 오염수 방류 초읽기에 들어갔던 6월부터 7월까지의 수산물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10% 늘어났으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신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전부터 수산물 안전성 확보에 관심을 갖고 미리 대규모 물량을 비축해 선물 세트를 구성한 노력이 사전 예약 증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한 대형 카드사가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자사 고객의 카드사용 금액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이 카드사 고객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쓴 금액은 전주(17일∼23일)보다 48.6% 많았다. 같은 기간 이용 회원 수는 전주보다 34.5% 늘었고, 매출 건수는 39.7% 늘었다. 간접적으로 수산물 판매량을 알 수 있는 수도권 대표 도매시장 판매점의 부산물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노량진시장·가락시장·구리시장 배출량이 전년보다 8.6% 줄었으나 방류 전보다는 1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 안전관리 강화 업계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오염수 방류 전부터 수산물 안전성 확보에 관심을 갖고 사전 대비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소비자의 불안감을 잠재우고자 대형마트 업계는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모습이다. 매장마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지를 붙여 고객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한편, 상품을 사들이는 주요 포구 등 산지부터 직접 방사능 측정기를 활용해 방사능 수치를 체크하며 3중, 4중으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또 대형마트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별도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마트는 수산물 방사능 안전관리 강화 목적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1차적으로 물류센터에서 간이 방사능 기기로 방사능 수치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다음날 2차적으로 이마트 상품안전센터에서 방사능 정밀 기기로 검사 진행하고 있다. 현재 검사 대상인 약 40어종 중 최대 75%에 대한 샘플링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오염수 방류 시 국내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공급업체에서 자체 검사를 통해 안전이 확인된 상품만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사에 국내산 수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들에게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해 철저한 품질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올해 2월부터 오염수 방류에 대비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수산물 안전성 검사 체계를 구축해 실시하고 있다. 주요 포구 산지에서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롯데마트 산지 상품기획자(MD)가 직접 방사능 측정기를 활용해 매입 전후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 중이다. 자체 물류센터로 이동한 이후에도 센터의 검품요원들이 매일 새벽 방사능 측정기로 2차 샘플링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수산물 소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9월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이 노량진수산시장이나 부산 자갈치시장에 직접 가서 (수산물을) 먹는다는 건 수산물이 100% 안전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국내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정부는 또 9일 서울 강서 수산물 도매시장을 시작으로 인천 소래포구 시장,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축제를 연이어 개최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산물 소비 감소 우려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 관망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오염수를 방류한 지 얼마되지 않아 판매량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류 이후 보름이 이후부터가 관건”이라며 “다음주가 되면 매출이 계속 늘어날지, 줄어들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09.09 08:00

4분 소요
미국 전투식량이 ‘국민 밥도둑’ 되기까지…37살 된 ‘통조림 햄’ [1000억 식품의 비밀]

산업 일반

‘국민 반찬’, ‘통조림 햄의 원조’, ‘1등 명절선물’. 짭조름하고 기름진 맛이 특징인 스팸은 37년 동안 한국인 식탁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스팸 소비국이다. 스팸은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명절선물로 각광받으며 매년 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스팸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87년 70억원에서 1997년 520억원으로 10년 새 7배 넘게 늘었고 ▲2017년 3300억원 ▲2018년 4190억원 ▲2019년 4200억원 ▲2020년 450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캔햄 시장에서 스팸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50%를 넘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스팸은 미국의 호멜 식품(Hormel Foods)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스팸을 만든 사람은 설립자의 아들 제이 호멜이다. 제이 호멜이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에 주둔했던 미 육군 88사단 351보병연대의 병참 장교로 근무하던 중 가공육 전투식량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1차 대전 종전 이후, 제이 호멜은 연구 끝에 1926년 돼지 어깨살과 햄에 소금 등을 가미해 만든 세계 최초의 통조림 햄을 개발했다. 스팸이라는 이름은 양념된 햄을 뜻하는 ‘조미 햄’(SPiced hAM)을 줄여 사용한 것이다. 스팸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훌륭한 맛으로 출시된 지 4년 만에 일반 판매량 1만8000t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며 순식간에 호멜 식품 주력 상품이 된다.그러던 중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미군은 식품 회사들에 휴대가 쉽고 가볍고 썩지 않는 고열량 단백질 식량을 주문했는데 그중에서도 호멜사의 스팸은 군대의 요구사항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식품이었다. 호멜사의 스팸은 2차 대전 동안 1억 개가 팔리며 소위 ‘대박’을 치게 된다.스팸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바로 한국전쟁이다. 1950년에 시작된 6.25전쟁으로 스팸은 자연스럽게 한국에 수출됐고, 가난해서 육류를 섭취하지 못했던 한국인은 대체식품으로 스팸을 선호하게 됐다. 미군 부대 앞에서 스팸, 초콜릿 등을 받은 한국인들은 스팸을 찌개에 넣어 먹기 시작했는데 이때 탄생한 것이 부대찌개다.국내에서는 1987년 5월부터 CJ제일제당이 미국 호멜 사와 기술제휴 및 라이선스를 얻어 생산하면서 수입산이 아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특이하게도 흰 쌀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국민 반찬으로 불렸다. 현재 국내 캔햄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조법과 철저한 품질 관리로 스팸의 이미지 변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대를 대표하던 유명 연예인들의 스팸 광고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특히 2002년 방송인 김원희를 모델로 한 광고에서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란 문구가 나오며 대중성을 확고히 했다. 해당 문구는 202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스팸 광고에 쓰이고 있다. 이외에 배우 김래원, 하정우, 에릭, 이서진 등도 스팸 광고를 찍었다. 한국에서 스팸은 참치 통조림과 함께 명절 선물로 각광 받으며 이 기간 매출이 가장 크게 오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명절 기간 매출을 따로 집계하진 않지만, 이 기간 선물세트로 판매되는 양이 평소에 판매되는 양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명절 기간에만 스팸 매출이 2000억원이 넘으며 전체 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선진국에선 스팸이 빈곤층이 주로 먹는 가공육이란 인식이 아직 있지만, 국내에선 국민 반찬으로 전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조법과 철저한 품질 관리로 스팸의 이미지 변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구매자인 30·40대에서 10·20대까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맛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 리치치즈’, ‘스팸 핫&스파이시’ 등 신제품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니즈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저염 선호 트렌드에 맞춰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mg으로 낮춘 ‘스팸 25% 라이트’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 측에 따르면 510㎎은 캔햄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나트륨 평균보다 25% 이상 낮은 수치다. 최근 나트륨, 당 등 특정 성분을 줄인 ‘로우 푸드’(Low Food)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세분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2023.08.14 08:00

3분 소요
“초코파이, 러시아 이어 베트남에서도 잘 나가네?”...오리온 최대 실적

유통

오리온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8일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오리온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8732억원, 영업이익 46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법인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2.0%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은 현지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각 생산라인 확대, 신공장 가동을 통해 제품 공급량을 늘리며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재료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25.1%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은 16.2%를 기록했다.호성과를 나타내며 오리온 주가는 2022년 말 기준 전년 대비 24% 가량 상승했으며,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당 배당금도 기존 750원에서 950원으로 26.7% 늘리기로 결정했다.해외 공장 설비에게 대규모 투자 계획 각 법인별로 살펴보면 한국 법인은 매출액이 16.3% 성장한 9391억원, 영업이익은 7.1% 성장한 1402억원을 달성했다. 닥터유 브랜드와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의 매출이 각각 23%, 16% 성장했고, 젤리 매출도 40% 증가하는 등 전 카테고리가 성장세를 기록했다.중국 법인은 매출액이 14.9% 성장한 1조 2749억원, 영업이익은 26.1% 증가한 2115억원을 기록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스낵, 젤리 카테고리가 성장세를 주도했고, 적극적인 신규 거래처 발굴을 통한 시장 확대 및 ‘춘절’ 선물세트 수요 집중 공략이 주효했다.베트남 법인은 매출액이 38.5% 성장한 4729억 원, 영업이익은 40.3% 성장한 898억원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현지 1등 식품기업으로, 파이, 스낵, 비스킷, 젤리 등 전 카테고리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대 명절인 ‘뗏’ 선물세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도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올해에는 급증하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호치민과 하노이 공장을 증축, 증설하면서 제3공장 신축도 추진한다. 러시아 법인은 매출액이 79.4% 성장한 2098억원, 영업이익은 106.9% 성장한 3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부터 트베리 신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공급량을 늘리고, 초코파이 품목 다변화와 비스킷 등 신규 카테고리 확장에 성공하며 2003년 법인 설립 이후 최초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트베리 신공장에 파이, 비스킷 라인 이설 및 젤리 라인 신설을 통해 안정적인 제품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딜러 및 거래처 수도 확대하여 고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오리온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제품력 기반의 시장 확대와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매출이 늘수록 이익이 극대화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법인별로 제품력과 영업력을 더욱 강화하여 소비자 가치를 증대시키는 한편,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전년에 이은 건강한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3.02.08 13:51

2분 소요
“고물가에 설 선물도 얼리버드로”…‘제수과일·건기식’ 잘 나간다

산업 일반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며 명절 선물세트를 미리,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명절에는 한 번에 큰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사전 예약 프로모션을 통해 혜택을 받으려는 고객이 늘며 얼리버드 알뜰쇼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2월 1일부터 진행 중인 이마트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서도 매출이 크게 뛰었다고 26일 밝혔다. 12월 1~23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액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단 설명이다. 이번 사전예약 기간동안엔 실용적인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먼저 전통적인 제수 과일인 사과, 배, 샤인머스캣, 키위, 망고, 한라봉 등을 함께 구성한 과일 혼합 세트 매출이 80% 증가해 사과나 배 단품 세트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 매출이 91.5%, 친환경 상품에 대한 트렌드가 강화되며 올가닉 선물세트 매출이 80% 이상 늘었다. 상품당 참여 인원이 모이면 특가에 구매할 수 있는 ‘공동 펀딩구매’도 완판 기록을 세웠다. 12월 22일부터 진행된 공동구매 펀딩으로 판매한 건강기능식품 세트 3종은 이틀 만에 참여 인원 상품별 1000명이 모두 모였고, 일부 상품은 최대 구매가능수량 3000개를 채우기도 했다. 축산, 수산 프리미엄 선물세트 매출도 크게 늘었다. 축산 선물세트의 경우 프리미엄 한우 냉장 선물세트와 이색 돈육 선물세트의 매출 신장률이 각각 98.6%, 33.7%에 달했고, 수산 선물세트에서는 2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주 왕갈치, 옥돔 세트 등이 52.2%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SSG닷컴 설 선물세트 전체 매출은 지난해 사전예약 기간보다 약 10% 늘었다. 올해 신선식품에서는 2만~3만원대 상품 매출이 3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3만원 미만 가격에 실속형으로 구성한 과일 세트 매출이 41% 올랐고, 10만원에서 15만원대 상품 중에서는 프리미엄 영광굴비 등 수산 카테고리 매출도 24% 늘었다. 가공식품 매출도 20%를 웃도는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꼽히는 통조림 세트, 조미료/소스 선물 매출이 각각 98%, 101%씩 늘어나면서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커피/주류 매출도 약 21% 증가하면서 힘을 보탰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명절 선물세트를 준비하시는 고객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사전예약 프로모션 상품을 다양화하고 기간도 늘려 고객 혜택을 강화했다”며 “남은 프로모션 기간에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알뜰한 선물 구매가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2.26 13:30

2분 소요
“원재료값 상승에도 끄덕없다”...오리온, 3분기 매출 18.5%↑

유통

오리온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411억원, 영업이익 12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침체된 국내 식품사 흐름과는 반대되는 ‘상승’된 수치다. 실제 오리온 3분기 매출액 수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6% 증가했다. 오리온 측은 “전 법인이 경쟁력 있는 신제품 출시와 현지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영업 전략을 펼쳤고 원재료 공급선 다변화, 생산효율 개선 및 매출 확대를 통해 제조원가 상승 압박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인은 매출액이 17.6% 성장한 2360억원, 영업이익은 13.2% 성장한 33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닥터유’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25% 증가하는 등 전 카테고리가 성장세를 지속했다. 원부재료 가격 및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서 제조원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6%p 가까이 급등했으나, 해외법인 매출 상승에 따른 로열티 수익이 30여억원 증가하고 수출물량 확대에 따른 추가 이익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오리온은 4분기에도 감자, 유지류 등 주요 원재료 가격 및 에너지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 압박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또 비스킷, 스낵, 젤리, 마켓오네이처 등 신제품을 지속 출시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음료 사업도 ‘닥터유 제주용암수’만의 차별화된 제품 속성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해외 매출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법인은 매출액이 5.0% 성장한 3357억원, 영업이익은 14.3% 감소한 5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신규 거래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스낵과 젤리를 중심으로 매출 증가를 이어갔으나, 제조원가 및 물류비용 등이 상승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하지만 1~9월 누계 기준으로는 12.0% 성장했다. 4분기에는 한국의 설날에 해당하는 ‘춘절’ 성수기를 앞두고 현지 문화를 반영한 선물세트를 예년보다 빠르게 출시하면서 명절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스낵류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영업력 강화도 지속해갈 계획이다. 베트남 법인은 매출액이 44.0% 성장한 1130억원, 영업이익은 65.8% 성장한 210억원을 달성하며 현지 1등 식품기업 자리를 지켰다. 파이, 스낵, 비스킷, 젤리 등 전 카테고리에 걸친 신제품 출시로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4분기에는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을 대비한 선물용 패키지를 출시해 매대를 선점하고, 대량 구매 수요가 큰 B2B 판매도 추진하는 등 성수기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용식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카테고리인 레이어케이크 제품도 선보여 신성장동력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러시아 법인은 매출액이 103.4% 성장한 623억원, 영업이익은 181.5% 성장한 106억원을 달성했다. 뜨베리 신공장 본격 가동 이후 주력 카테고리인 파이 제품의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9월 가동률이 138%에 달했으며, 비스킷 라인업도 다양화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4분기에는 파이, 비스킷 생산라인의 신공장 증∙이설을 추진해 제품 공급량을 늘리는 동시에 딜러 및 거래처 수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시장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역량을 집중했다”며 “4분기에도 차별화된 신제품을 출시하고 중국과 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설 성수기를 철저히 대비해 ‘건강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11.14 13:30

3분 소요
이한용 ICB 대표

CEO

중국 광군제 때 알리바바 일일 매출이 한국 대기업 쇼핑몰 연 매출을 넘어섰다. 이때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기업이 있었으니 창업 3년 차 기업 ICB다. 물류회사가 아니라 진정한 ‘크로스보더’ 회사라고 불러달라는 이한용 대표를 만났다. 장면 하나. 중국에서 인기인 이랜드의 ‘티니위니’는 후드티·점퍼·코트 등 1만 장이 2시간만에 ‘완판’됐다. 이마트는 한방샴푸를 명절용 ‘선물세트’ 형태로 만들어놨는데 4000세트가 모두 예약·품절됐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마몽드는 하루 동안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닷컴은 기저귀·샴푸·여성 의류·캐릭터 제품·주방용품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현대H몰 글로벌관은 하루 매출이 이미 전달 전체 매출을 넘어선 상황.장면 둘. “항공기 두 편 더 확보해야 해!” 김동철 ICB 부대표가 이한용(42) 대표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직원들 모두 전화통을 붙잡고 항공사에 연달아 전화를 돌렸다. “항공 화물로 보낼 건데 빈자리 있나요?” 이 대표는 항공사에 돈을 더 내서라도 중국으로 가는 항공편의 화물칸을 확보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날 하루 항공사에 전화 돌린 것만 백여 통. 결국 아시아나 전용기 3대를 확보해 총 49만 건, 거래금액 270억원 규모의 주문을 처리했다.중국의 온라인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매년 11월 11일)’ 날이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이자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알리바바가 하루 동안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날이기도 하다. 특히 해외 국가로는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린 곳이 한국이었다. 국내 한 대기업 쇼핑몰 회사가 일 년 동안 거두는 매출과 맞먹었다. 특히 알리바바를 통해 한국에 있는 물품을 사려는 중국인들 대다수가 알리바바 그룹의 관계사인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다.알리페이와 한국업체를 연결해주는 ICB를 이끄는 이한용 대표도 같은 날 ‘역직구(전자상거래 수출)’ 배송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지난 4월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 만난 이 대표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한참이나 설명했다.“결국 항공기 총 3대분 자리를 확보했다. 중국 본토까지 배송날짜를 지키려면 한국에서 최대한 빨리 보내야 했다. 전 직원이 진땀 뺀 날이다.” 하지만 ICB는 중국행 전문 물류업체가 아니다. 그는 “ICB는 ‘핀테크’가 주된 사업”이라고 답했다. “물류 업무를 하면서 관련 국내업체한테 어떤 수수료나 비용도 받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ICB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의 돈독한 관계 덕분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관계사인 알리페이(결제 서비스)와 차이니아오(물류 서비스)의 한국 공식 파트너다. 지금은 중국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국내 기업을 위해 결제·물류·마케팅·기술지원 등 대 중국 사업을 위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한국 대표 파트너가 대기업도 아닌 설립 3년 차인 스타트업이 맡게 된 것이다. 이제는 국내 대기업도 알리바바 역직구 결제나 물류 사업을 하려면 ICB와 협의를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엔 매출액 43억원, 올해는 2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세계 최대기업 알리바바와 돈독한 관계 알리바바와의 인연이 궁금했다. 이한용 대표는 2000년부터 석유와 수산업 관련 B2B(기업간 거래) 전자상거래 회사에서 일했다. 싱가포르에서 항상 현물시장이 열렸는데 거래와 결제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거래는 초 단위로 했는데, 결제는 몇 달이 지나서였다”며 “기업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거래와 결제’를 묶는 법을 고민하던 그는 2007년 김동철 부사장과 함께 아이디어가 담긴 USB 하나를 들고 알리바바에 무작정 찾아갔다. “바로 사업화는 안 됐다. 하지만 알리페이 쪽 사람을 만나보라고 하더라.”당시 알리페이도 B2B 사업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결제 앱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다. 이게 기회다 싶어 이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ICB를 차렸다. “알리페이 쪽 마음 열기가 쉽지 않았다. 알리페이 주관 행사도 무작정 찾아가며 아이디어를 꾸준히 제출했다. 정말 중국의 ‘관시(關系)’가 쉽지 않았다”며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렸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코드 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중국행 비행기 몸을 실었다. “처음에 알리페이 관계자들이 믿지 않았다. 그래서 알리페이 담당자를 직접 서울 명동에 데려와 스마트폰 화면에 바코드를 인식하는 시연을 수십 번 했다. 한번이라도 인식 못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웃었다.이후 알리페이와의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국 금융당국과의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하나은행과 카드결제승인대행(VAN) 기업인 한국정보통신(KICC) 등과 1년 넘게 고생한 끝에 2014년 알리페이에 바코드 결제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됐다. 이 대표는 “특히 하나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現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이 알리페이와 미팅을 같이 가면서 백팩 하나만 가지고 혼자 공항에 나타나 내 사업 얘기에 귀 기울여 주던 일도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이후 알리페이와 ‘핑퐁’하듯 사업이 풀려간다. 이번엔 알리페이가 역으로 제안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알리페이 고객에 한해 결제와 낮은 물류비, 신원 확인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알리페이 이패스’ 서비스를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하고 싶어 했다. ICB는 이 또한 안정적으로 진행시켰다. 최근엔 국제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물류’도 ICB가 나서 해결했다. 이번 광군제 때 중국인들이 한국 인터넷 쇼핑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다.지금은 물류 사업이 나름 체계를 갖췄지만, 처음엔 물류업 신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 대표는 물류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략을 취한다. “처음에 CJ대한통운을 찾아갔다가 견해차가 있었다. 다음에 만난 현대로지스틱스는 ICB ‘알리페이’ 파트너사라는 것을 놀라워하며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고 했다. ICB는 이렇게 갖춰진 결제·물류·물품 등의 체계를 활용해 지난해 5월부터 현대로지스틱스·아시아나항공·티몰과 머리를 맞댔다. 광군제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미리 대비한 덕분이다.ICB는 지금도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성장하는 기업으로 커가고 있다. 이 대표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먼저 건넸던 명함을 다시금 보여줬다.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알리페이의 로고를 명함에 넣고 싶다고 요청했다. 지금은 알리페이가 전 세계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 중 ICB가 유일하게 알리페이 로고를 쓰고 있다.” ━ 1100억원대 물류창고도 진행해 내친김에 그는 경기도 김포에 물류창고까지 짓고 있다. ICB·GS리테일·SC제일은행이 모여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60억원 자본금의 법인을 세워 진행하는 1100억 원짜리 프로젝트다.이 대표는 “처음에 투자받아서 부지를 아예 사버릴까 하다가 본 사업목적이 흔들릴까봐 협력자를 구했다”고 했다. 이러다 알리바바의 자회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 치며 “알리바바 철학과 배치된다. 시장을 독점하기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ICB의 정체(?)를 다시 한 번 물었다.“ICB는 물류회사가 아니에요. 국경간 거래를 뜻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딜’ 회사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요? 한국 사람도 중국에서 물건을 손쉽게 살 수 있게 하는 대규모 ‘쌍방향’ 직구 시대가 곧 열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물건이었다면 앞으로 맞춤형 한류상품을 통해 콘텐트 상품까지 제공하는 진정한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글 김영문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2016.04.27 19:01

5분 소요
ULSAN - 울산이 낳은 갑부 신격호 현대가(家) 영토 곳곳에 깃발

산업 일반

‘ 울산’ 하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현대가 기업이 떠오르지만 이곳 출신 최대 갑부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다. 롯데는 창업자 고향인 울산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찾은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둔기천을 건너 대암체육공원을 지나자 푸른빛의 대암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어 나타난 대저택. 이곳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별장이다. 주변에 나무가 빽빽해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없지만 소박하고 실용성 있게 지은 집이 평소 신 총괄회장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듯했다. 대신 대암호 자락까지 연결된 정원은 상당히 넓어 보였다.왕복 2차선 도로 맞은편엔 그가 태어난 생가가 복원돼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22년 둔기리에서 5남5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20년을 살았다. 울산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정든 고향집을 나와 무작정 일본행 밀항선에 몸을 실었다. 둔기리 부락은 1970년 울산공단의 용수공급을 위한 대암댐 건설과 함께 수몰됐다.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던 주민은 집과 전답을 뒤로 하고 인근 삼남면과 울산 시내 등지로 생활 터전을 옮겨야만 했다.“올해도 마을잔치 가야지. 해마다 하는 것인데...” 띄엄띄엄 떨어진 농가에서 만난 주민들의 관심은 5월 3일로 예정된 마을잔치였다. 수몰 소식을 들은 신 총괄회장은 1971년 옛 고향 사람들과 함께 ‘둔기회’를 만들고 그 해부터 사재를 털어 매년 5월 첫째 토요일에 별장 마당에서 위로를 겸한 마을잔치를 열고 있다. 주로 전국에 흩어진 신씨, 선씨, 이씨 세 가문의 가족이 중심이다.이주 당시 둔기마을에는 80·90가구가 살았는데 이젠 후손이 늘어 850가구, 1500여 명으로 잔치 규모가 커졌다. 잔치에 초청받은 주민들은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고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참석자들에게는 상품과 선물세트, 여비 등이 지급된다. 신 총괄회장의 생가 인근 농가에 사는 이씨 할머니는 “40년 전엔 가마솥 걸어놓고 밥 짓고 돼지 잡았는데 요즘엔 뷔페 음식으로 나온다”며 “흩어진 친척과 부락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기회라 매년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마을잔치는 취소됐다. 롯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따른 희생자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행사를 취소했다”며 “주민들께 일일이 연락하느라 통보를 늦게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에 따른 취소설에 대해 그는 “회장님은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으며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올해 92세인 신 총괄회장은 서울에 있을 때 매일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복지재단·과학관 신 회장의 울산 사랑신 총괄회장의 ‘울산 사랑’은 이뿐만 아니다. 그는 2009년 연말에는 57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울산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사회복지법인으로 소외계층 지원을 비롯해 농어촌지역 문화수준향상, 공평한 교육기회 제공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친다. ‘삼동’은 고향 이름에서 따왔다. 신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2011년 개관한 울산과학관도 신 총괄회장의 사재에서 나왔다. 사재 240억원을 롯데장학재단에 출연하고, 재단이 과학관을 지어 울산시교육청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건립됐다. 울산시교육청은 과학관 내 최신 전시 체험물과 기자재 설치를 위해 110억원을 투자했다. 신 총괄회장은 울산시에 과학관이 없어 시민들이 과학체험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전해 듣고 건립비용 전액을 지원했다고 한다.이 외에도 고향 인근 삼동초등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비와 장학금을 지원하고 멀티미디어실을 설치하는 등 지역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몰된 지역이어서 고향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애정이 남다르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창업자의 고향이기 때문에 울산 지역 투자나 사업 진행에 각별함이 있다”고 말했다.울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의 ‘모태 도시’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엔 창업자 ‘고향 도시’에 대한 롯데의 영향력 확대가 눈에 띈다. 우선 롯데의 주력인 쇼핑 사업의 질주다. 2001년 오픈한 롯데백화점 울산점은 지난해 매출액 4000억원을 기록하며 롯데백화점 33개 점포 중 8위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울산점(매출 4000억원)과 울산동구점(2000억원)의 틈바구니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바로 옆 롯데호텔, 영플라자, 롯데시네마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호텔업에선 단연 선두다. 울산의 특1급 호텔은 롯데호텔(211실)과 현대호텔(284실) 등 단 2곳. 현대호텔이 현대 관련 기업들의 지원에 힘입어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입지면에서 롯데호텔에 밀린다는 평가다. 현대호텔이 동구 방어진 지역으로 치우쳐 있는데 반해 롯데호텔은 울산 최대 상권인 삼산지구 한복판에 위치해 숙박과 연회장소로 인기가 높다. 롯데호텔은 또 내년 3월 남구 달동에 특2급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을 오픈한다. 지하 4층~지상 17층, 객실수 354실 규모로 준공 예정이다. 개점하면 롯데호텔과 롯데시티호텔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2009년 이후 5년 동안 멈춰 있던 강동관광단지 내 워터파크 리조트사업도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울산시 북구 정자해수욕장 부근에 위치한 강동관광단지 워터파크 리조트는 당초 선진개발이 지상 29층, 객실 546실 규모의 콘도미니엄이 포함된 리조트를 조성하기 위해 2007년 2월 부지 조성공사에 들어갔던 곳.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추가 공사비 조달 등이 어려워지면서 공사가 지연되다 2009년 5월 공정률 37%인 상황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이후 시공사가 롯데건설로 변경되면서 사업재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올 들어 롯데건설이 콘도미니엄 규모를 축소하고 관련 기반시설을 변경해 줄 것을 울산시에 요구하며 사업 재개 뜻을 비쳤다. 롯데건설은 휴양 연수형 복합리조트로 개발 콘셉트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도형 객실 수와 실외 워터파크 규모를 줄이고, 골프연습장 대신 지역 관광여건을 고려한 연수시설 및 오토캠핑장, 판매문화시설을 확장하는 변경안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대가(家)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울산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비해 롯데는 그룹차원에서 사업 지도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정유회사의 성장과 함께 ‘울산=현대’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는데 롯데그룹의 가세로 그 현상이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05.28 14:58

4분 소요
[나의 경영론] 빠르고 강한 조직으로 표준 만든다

산업 일반

방일석(48) 올림푸스한국 사장은 올해 2월을 잊지 못할 듯싶다. 2월 16일 일본의 광학 전문기업인 올림푸스그룹은 방 사장을 그룹의 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일본인을 제외한 아시아인 중 방 사장이 최초다. 300여 개 해외법인과 자회사에서 4만여 명이 일하는 올림푸스그룹에서 집행임원 수는 20여 명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 그룹 집행임원 가운데 외국인은 방 사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이들은 카메라, 반도체 장비, 의료장비 사업이 주축인 회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한국 법인의 CEO가 그룹 집행임원으로 뽑힌 건 매우 파격적이란 평가다. 올림푸스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젊고 혁신적인 CEO를 집행임원으로 선임해 글로벌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삼성전자 출신인 방일석 사장은 2000년 10월 올림푸스한국을 맡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왔다. 무엇보다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먼저 ‘디카 문화’를 만들어 입지를 강화했다. 2009년에는 콤팩트 카메라와 DSLR(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나뉘어 있던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카메라’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런 활약 덕에 그는 일찌감치 올림푸스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3년 영상시스템 부문의 아시아·중동 총괄사장을 지냈다. 2004년에는 올림푸스이미징의 최연소 등기임원으로 활동했다.그가 짧은 시간에 입지전적 결실을 거둔 건 나름의 경영원칙에 충실한 덕이 컸다. 그의 경영철학은 ‘3S+1C’로 요약할 수 있다. 3S는 Slim(군살 없는), Speed(빠른), Standard(표준)를 뜻한다. 1C는 Creative (창의적인)를 의미한다.아시아인 첫 본사 집행임원 선임그는 올림푸스한국 설립 때부터 ‘작지만 강한 회사’를 표방했다. 당연히 군살 없는 경영을 추구한다. 그래서 일당백의 효율적인 조직을 꾸리려고 노력했다. 현재 400명인 올림푸스한국의 직원 1인당 매출액은 8억원 정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빠르고 정확한 경영도 중시한다. 올림푸스한국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결재 과정을 단순화했다. 직원과 팀장, 부서장의 의견이 바로 CEO에게 전달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표준 경영도 강조한다. 투명하고 정직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절차를 정확히 지키면서 빨리 움직이자는 뜻도 담았다. 창의경영은 말 그대로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창의력을 발휘하고 발상을 전환하지 않으면 변화무쌍한 IT(정보기술)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그가 이런 경영원칙을 고수한 건 올림푸스한국 설립 당시 여의치 않았던 여건과 관련이 있다. 방 사장이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일할 당시 올림푸스그룹은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사업의 고객이었다. 한국 디지털 카메라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던 올림푸스그룹 측에서 방 사장에게 의견을 구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화끈하게 돕기로 했다. 휴일에 짬을 내서 파워포인트 50쪽 분량의 자료를 만들었다. 한국에 진출하면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그랬더니 2000년 1월 올림푸스그룹 쪽에서 연락이 왔다. “직접 가서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란 제안이었다.“언젠가 내 사업을 하겠다”고 꿈꿨던 그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다만 본사에 휘둘리는 지사라면 맡을 생각이 없었다. 단순한 판매법인이 아니라 독립 법인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소비재는 공격적인 영업이 필요한데 간섭을 많이 받게 마련인 단순 지사장 자리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독립 경영으로 기반을 다져 한국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1대1 소통그래서 올림푸스그룹 측에 세 가지 조건을 걸었다. ▶재무·회계·인사 등 모든 경영권을 자신에게 맡긴다 ▶한국 법인이 낸 이익은 모두 한국에 재투자한다 ▶한국발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한 사업구조여야 한다 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전권을 넘겨받은 방 사장은 한국 실정에 맞는 독자 노선을 걸었다. 회사 이름도 ‘올림푸스코리아’가 아닌 ‘올림푸스한국’으로 지었다. 특히 자본금 6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광고비로 쓴 그는 올림푸스의 세계 공통 광고 카피인 ‘Focus on Life(삶에 초점을 맞춰라)’를 ‘Eye want Olympus(눈은 올림푸스를 원한다)’로 바꿔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방 사장은 현재 제품 모델, 출시 시기, 유통 규모는 물론 자금 투자까지 직접 결정한다. 특히 지난 11년간 올림푸스그룹에 보낸 배당액은 순이익의 2.7%에 불과했다. 대신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으론 이례적으로 서울 강남에 번듯한 사옥을 지었다. 방 사장은 “탄탄한 실적이 받쳐줬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올림푸스가 한국에 첫발을 디딜 당시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2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섰다).결과적으로 그의 베팅은 성공했다. 그러나 권한이 큰 만큼 부담도 컸다. 부담을 떨치고 자신의 주장이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뭔가 다르게 경영해야 했다. 3S+1C 경영론은 그런 고민의 타개책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 속도가 빠르고 디지털 기기 수요도 탄탄했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던가.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홀로 서려면 빠른 의사소통으로 직원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했다.방 사장은 전광석화처럼 회사를 세웠다. 2000년 9월 17일 올림푸스그룹의 제안을 수락하고, 18일에 가족을 남겨두고 서울로 떠나 19일에 한국 법인을 세웠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불러 직접 사무실을 꾸미고 10월 1일 문을 열었다.현재 올림푸스한국에서 눈에 띄는 스피드 경영 사례는 1대1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다. 400명의 직원은 매일 일이 끝나면 동료에게 하루 동안 진행한 자신의 업무 내용을 메일로 보낸다. 실시간 정보 공유다. 서로 코멘트를 달아 격려하고 조언도 한다. 그러면서 동료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선배나 후배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1대1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은 방 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회사 밖에 있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모든 직원의 e-메일을 꼼꼼히 체크한다. 결재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결정을 빨리 내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직의 큰형님 역할도 그의 몫이다. 직원들이 고민하는 문제,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조언한다. 방 사장은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건데 관심과 격려가 없으면 창조적 발상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끼리, 직원과 CEO의 e-메일 소통으로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어 변화무쌍한 IT 세상에서 더욱 빠르게 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e-메일 소통은 군살 없는 조직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원활한 소통으로 누수를 막아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 정예의 직원끼리 이뤄진 소통이라 결과적으로 스피드 경영으로도 이어졌다. 군살 없는 조직의 전제인 일당백의 프로를 그저 얻는 건 아니다. 올림푸스한국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특히 기술만 강조하는 IT기업이 아닌 기술을 바탕으로 감성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에 새로 지은 사옥에 마련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올림푸스홀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공연을 마련했다. 문화를 접하는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의 만족도나 창의력이 크게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작은 감동 역시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올림푸스홀에서 직원 가족 초청 음악회를 여는가 하면 복날에는 모든 직원에게 삼계탕 선물세트를 보낸다. 방 사장은 “직원들에게 감사 e-메일을 받을 때마다 다음에 어떤 선물을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바로 올림푸스의 ‘배나감사(배려·나눔·감사·사랑)’ 문화”라고 소개했다.국발 글로벌 비즈니스 펼친다끊임없이 표준을 제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방 사장은 내부적으론 절차를 정확히 지키자는 뜻에서 표준이란 용어를 썼다. 절차를 제대로 지켜야 스피드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회사 밖으론 새로운 디지털 문화의 표준을 만들었다. 방 사장은 2001년 ‘뮤’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여와 국내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열었다. 특히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단순히 이미지를 찍는 기계가 아니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만들었다. 2005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과열되면서 성장 탄력이 떨어졌지만 2009년 새로운 표준을 들고 나와 시장을 흔들었다. DSLR과 콤팩트 카메라로 양분된 카메라 시장에서 둘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내세워 1년 동안 6만 대를 팔았다. 누적 판매량 1위.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현지화 표준도 제시했다. 예컨대 올림푸스그룹 영상사업의 본사는 일본이지만, 올림푸스한국의 자회사인 비첸이 제공하는 인화 서비스 비즈니스의 본사는 한국이다. 국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뿌리내리는 데 제약이 많은 다른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정책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특히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 재투자한다는 약속을 받은 그는 지난 11년간 약 1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했다. 한국 투자의 결정판은 ‘올림푸스 타워’라는 사옥이다. 올림푸스그룹의 글로벌 해외법인 가운데 한국 법인만 사옥이 있다. 방 사장은 “올림푸스 타워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활약을 세계에 알리는 이정표이자 한국발 글로벌 비즈니스의 거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2000년 매출 40억원대에서 현재 2000억원대로 키운 그는 의료 내시경 사업에서도 2004년 7월 출범 이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점유율은 90%. 올해는 새로 출범하는 올림푸스파이낸셜코리아와 올림푸스서비스라는 회사를 키울 계획이다. 금융 서비스와 IT 솔루션·콘텐트 서비스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 올림푸스한국그룹을 꿈꾼다.올림푸스한국그룹의 비전은 세계화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한국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한다. 한국발 비즈니스로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92년 역사의 올림푸스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영상 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에서 세계화를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새로 금융과 IT 솔루션 사업을 벌이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필요하다면 M&A(인수합병)도 적극 벌일 생각이다.남승률 기자 namoh@joongang.co.kr

2011.03.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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