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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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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후불 기후동행카드 사전 신청받는다…사용은 30일부터

카드

카드사들이 25일 별도의 충전이나 환불 없이 매달 1일부터 말일까지 정액으로 서울시 대중교통(지하철 및 버스)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후불 기후동행카드'를 출시, 사전발급 신청접수에 들어갔다. 카드 사용은 30일부터 가능하다.정액 요금은 전월 일자에 따라 5만8000원(28일)에서 6만4000원(31일)까지 청구되며, 정액 이하를 이용한 경우 별도 환불절차 없이 실제 이용금액만 청구된다.티머니 카드&페이 웹사이트에 카드를 등록해야 이용이 가능하다.신한카드는 후불 기후동행카드 2종(신용·체크카드)을 출시하고 25일부터 신한카드 홈페이지와 신한SOL페이에서 사전 발급 신청 접수를 진행한다.신용카드는 온라인 가맹점(온라인 쇼핑몰, OTT, 배달앱, 온라인 서점)에서 이용 시 10% 할인해주며, 오프라인 가맹점(커피, 편의점, 잡화점)에서도 5%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체크카드의 경우에는 온라인 가맹점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각각 5% 할인 서비스가 제공된다.연회비는 신용카드의 경우, 국내 전용 9000원, 해외 겸용(마스터카드) 1만2000원이며, 체크카드는 별도의 연회비가 없다. KB국민카드도 후불형 'KB국민 기후동행카드' 2종(신용·체크)을 출시, 발급신청을 받는다.신용카드는 전월 40만원 이상 및 건당 1만원 이상 이용시 ▲ 생활(커피, 편의점, 약국, 패스트푸드) 5%(월 최대 7000원) ▲쇼핑(KB Pay 쇼핑, 올리브영) 10%(월 최대 7000원) ▲영화(CGV, 롯데시네마) 10%와 스포츠 업종 5%(월 최대 7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회비는 1만원이다.체크카드는 전월 이용실적 20만원 이상 및 건당 1만원 이상 이용시 ▲생활(커피, 편의점, 약국, 패스트푸드 업종) 2% (월 최대 4000원) ▲쇼핑(KB Pay 쇼핑, 올리브영) 5% (월 최대 4000원) ▲영화(CGV, 롯데시네마) 5% 및 스포츠 업종 2%(월 최대 4000원)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삼성카드도 별도 충전 절차 없이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 삼성카드를 4가지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커피전문점·편의점 이용금액의 10%, 디지털 콘텐츠 이용금액 30%, 배달앱·온라인쇼핑몰·올리브영·다이소 이용금액의 최대 7%, 이동통신 정기결제 이용금액의 최대 7%를 각각 월 최대 6000원, 모두 2만4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전월 40만원 이상 이용 시 할인혜택이 제공되며, 이외에도 해외 및 해외직구 이용금액의 1%를 전월 이용금액 및 한도 제한 없이 할인받을 수 있다. 연회비는 국내 전용, 해외 겸용 모두 7000원이다. NH농협카드도 후불 기후동행카드 2종(신용·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온라인에서는 ▲온라인 쇼핑몰(G마켓, 옥션, 11번가, 농협몰) ▲온라인 서점(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영풍문고) ▲어학시험(TOEIC, TOEIC Speaking, JPT 등) ▲CGV 온라인 예매 ▲배달앱(배달의 민족, 요기요)에서, 오프라인에서는 ▲이동통신 자동납부 ▲커피(스타벅스, 이디야) ▲편의점(GS25)의 3개 영역에서 전월 실적에 따라 신용카드는 최대 3만4000원의 청구할인 혜택을, 체크카드는 최대 2만5000원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전월 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놀이공원(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 서울랜드)에서 본인 자유이용권에 한해 50% 현장할인을 받을 수 있다. 롯데카드도 후불 기후동행카드 상품인 ‘LOCA X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했다. 지난달 이용실적이 30만·70만·150만원 이상인 경우 기후동행요금을 각각 7000·1만·1만5000원 할인해 준다. 여기에, 국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0.5% 할인 혜택을 한도 없이 제공한다. 연회비는 1만원(국내전용·해외겸용)이다.

2024.11.25 18:22

3분 소요
데이터 상품 판매 힘 쏟는 카드사…등록 건수 1년 새 63%↑

카드

본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의 데이터 상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사업 초기라 빠른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계속돼 카드사들이 데이터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바라보고 있어서다. 여기에 데이터 상품 판매뿐 아니라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개발 플랫폼도 운영하면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13일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BC카드 등 8개 카드사의 데이터 상품은 8935건으로 지난해 6월 14일보다 63% 증가했다. 현재 금융데이터거래소의 총 상품 수가 1만2542건이므로 카드사가 대다수(71.24%)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카드사 중에서도 롯데카드의 데이터 상품 비중과 증가율이 압도적이었다. 롯데카드의 등록 상품 수는 3388건이었으며, 전년보다 264%나 증가했다. 이어 우리카드가 1538건으로 같은 기간 88% 늘어났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 17%씩 늘어나면서 준수한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데이터 거래·활용에 필요한 상품 검색, 계약, 결제, 데이터 분석 등 모든 단계를 지원한다. 데이터 공급자가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데이터 상품을 등록하면 핀테크, 금융회사사, 대학·연구소,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데이터 수요자가 유형과 가격을 고려해 상품을 구매하는 구조다.예컨대 신한카드는 전국 단위 배달 음식 이용 행태 분석용 통계 데이터를 500만원에 등록해놨다. BC카드는 서울시 내 지역 중 동기 대비 올해 1분기의 매출액과 고객 수가 크게 증가한 상권·도로를 분석한 보고서를 50만원에 판매 중이다. NH농협카드의 경우다양한 업종의 시도별 소비트렌드를 월별·일자별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단건이 아닌 구독형으로 판매하고 있다.물론 무료로 제공되는 데이터도 많다. 전체 등록 상품의 58,01%(7275건)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등록된 모든 상품을 무료로 제공 중이어서 주목된다.롯데카드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비용 부담 없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분석해볼 수 있도록 데이터 무료 공개에 앞장서고 있다”며 “롯데카드의 경우 유통 가맹점 소비가 많은 30~50대 고객 비중이 높은 편으로, 보다 정교한 유통·소비 트렌드를 파악이 가능해 많은 소상공인 및 기업이 비즈니스 운영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 카드사들이 데이터 상품 판매에 힘을 쓰는 이유는 과거보다 본업 경쟁력이 저하돼서다. 정부의 거듭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실제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30.54%였지만, 지난해에는 23.20%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로써 데이터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상황이다. 데이터 판매를 넘어 카드사 독자의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도 포착된다. 데이터 등록 상품이 적은 현대카드는 이 대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데이터 동맹인 ‘도메인 갤럭시’를 통해 파트너사들의 다양한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PLCC 파트너사들이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추진해 온 마케팅 협업 건수는 2000여 건이다.삼성카드는 지난달 ‘블루 데이터 랩’을 론칭하며 데이터 사업 본격화에 불을 지폈다. 지역별 통계와 소상공인 성장전망 통계, 데이터 분석 리포트, 고객별 맞춤 데이터 상품을 판매하며 구독형 데이터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루트’와 ‘데이터스’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연구소’를 운영하며 금융 거래 데이터와 소셜 데이터를 결합·분석해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데이터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카드사만큼의 풍부한 데이터를 양질로 뽑아내는 곳이 없어 앞으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6.13 17:39

3분 소요
국감철마다 나오는 ‘페이 수수료’ 논란, 진실은?

IT 일반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서 “핀테크 업체들이 결제수수료로 폭리를 거두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타깃은 최근 플랫폼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네이버와 카카오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가 신용카드보다 3배나 높은 결제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수수료 폭리를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두 업체의 결제수수료율은 카드사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카드사가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는 기준인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카드사의 수수료는 0.8~1.6%였다. 그러나 같은 기준에서 두 업체의 결제수수료는 2.0~3.08%였다. 김 의원은 “수수료율을 1%포인트 낮추면 연간 1조731억원의 수수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산치를 바탕으로 김 의원은 또 “빅테크가 우리 사회의 상생이나 고통분담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두 업체 수수료율을 둘러싼 국회의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 전후로 여야 할 것 없이 두 업체 수수료율을 도마 위에 올렸다. 지난해 9월 여당의 권칠승 의원은 “네이버페이가 카드사보다 높은 수수료율(2.8%)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1조1210억원을 거둬들였다”고 지적했다. 한 달 뒤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두 업체가 영세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카드사보다 3배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두 업체 수수료율 문제가 국감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메뉴가 된 셈이다. 특히 빅테크의 플랫폼 독점 논란이 커지면서 비판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두 업체는 받아들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네이버페이 운영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16일 김 의원 주장에 반박하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네이버페이가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단순 결제수수료가 아닌 ‘주문관리수수료’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결제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 따로 회원 가입하지 않고 네이버 아이디 로그인만으로 결제하는 기능 ▶발송·교환·반품의 판매 관리 시스템 제공 ▶배송추적 등도 지원한단 것이다. 카카오페이도 “카카오페이 비즈니스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수료는 최대 수치일 뿐”이라며 “영세·중소 가맹점엔 우대수수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근거로 삼은 카카오페이 수수료율이 실제와 다르단 것이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구체적인 수수료 체계를 밝히진 않았다. 지난해 한 차례 논란이 일자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7월 주문관리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신용카드·체크카드나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 결제수단별로 달랐던 수수료율을 매출액 기준으로 단일화했다. 매출액 3억원 미만 영세업자는 결제수단과 상관없이 2% 수수료만 내면 되는 식이다. 가령 신용카드로 물건을 샀을 때 수수료는 3.4%에서 2%로 내려간다. 이밖에 매출액 30억원 미만 사업자도 2.5~2.8%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수수료율 개편에 소상공인단체도 환영 입장을 냈었다. 지난 7월 26일 소상공인연합회는 “네이버가 매출 규모별로 (수수료율을) 세분화한 것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개선안에도 같은 지적이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로 핀테크업계에선 수수료율을 둘러싼 카드사들의 불만이 배경이라고 본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마다 새로 산정하는데, 금융당국이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올해 말 재산정에 들어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추가 인하가 유력하단 전망이 많다.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당국의 규제 없이 자체적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으니 카드사들의 불만이 커졌단 이야기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페이 수수료를 지렛대로 ‘더 이상 인하하긴 어렵다’라고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09.17 09:05

3분 소요
금융위 새 수장, 과거 발언 짚어보니…'가계부채 다이어트’

정책이슈

우리나라 금융정책의 한 축을 담당할 금융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금통위원)이 내정되면서 그가 펼칠 정책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행정고시(행시) 28회로 재무부와 금융위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2016년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에는 경기 부양을 뒷받침하는 비둘기파(완화적 통화 정책 선호)로 분류됐지만, 연임 후엔 통화 긴축 의견을 제시하는 등 매파적 성향이 두드러졌다. 고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에서 위원 7명 중 유일하게 ‘금리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을 내 주목 받았다. 2018년 10월에도 당시 이일형 위원과 함께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주로 펴는 ‘관료’ 출신이라는 점과 최근 소수의견으로 드러낸 ‘통화 긴축’ 성향은 한 선상에 두고 봤을 때 어색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그의 행적과 발언을 종합해보면 재정의 확대나 축소를 떠나 ‘안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와 부동산금융 증가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는 점은 금융위원장으로서 그가 앞으로 추진할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 “과거에도 과도한 신용이 금융권·실물경기 악화시켜” 고 후보자는 지난 7월 15일,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통화 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으로 제일 먼저 꺼낸 근거는 가계부채였다. “최근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여신금융협회가 개최한 강연에서도 민간 부채와 부동산 금융 증가 속도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를 비롯한 비은행권의 가계 신용대출 급증도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원장 내정 소감문에서도 “가계부채, 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가계부채는 고 후보자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고 후보자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경계하는 배경에는 과거의 경험이 있다. 2003년 7월 청와대 경제복지노동특보실에서 금융위원회(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비은행감독과장으로 복귀했다. ‘카드 대란 사태’ 해결이라는 중책을 떠안고 금융위로 돌아온 것이다. 당시 카드사들은 외환위기 수렁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전환되던 시기에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연쇄 부실이 난 상황이었다. 고 후보자는 신용카드 규제 강화와 카드사 부실채권 인수 등 카드사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 사석에서 그는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해 18년 전 카드 사태를 종종 언급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2010년 금융위 서비스금융국장 재직 시절에는 저축은행 사태도 경험했다. 당시 저축은행들이 건설사 대출사업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자 부실로 이어졌다. 고 후보자는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미달하는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진행하는 등 저축은행 사태 부실 정리를 주도했다. 금융 리스크를 몸소 겪은 고 후보자는 지금의 상황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그는 “역사적 경험을 보면 과도한 신용은 버블의 생성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은행 등 금융부문의 건전성과 자금중개 기능의 약화를 초래, 결국에는 실물경기를 큰 폭으로 악화시키곤 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나비효과’(작은 변화가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을 일으키는 현상)를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그의 경험과 발언으로 비춰 볼 때 한은의 금리 인상과 함께 가계부채 옥죄기는 수순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인사청문회 준비 출근길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어떤 식으로든 가계부채에 손을 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DTI 도입 장본인이 내놓을 집값 억제책은? 하지만 고민도 있다.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말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재연장 여부 논의에 들어간 상태이지만 은행권은 부실 후폭풍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은행권이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 직후 정부의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만기 연장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이 한꺼번에 물밀 듯 밀려들어 자영업자 연쇄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 후보자는 지난 6일 “실물경제 상황, 방역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생각해 9월까지 상황을 보면서 방안을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2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재직 시절 고 후보자가 한 언론사 좌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유추해 보면 가계부채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위 힘만으로 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은 마이크로 대책을 만드는 것이고, (가계부채는)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매크로한 문제일 수 있다. 우리는 금융만 보지만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소득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려야 합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득 증대 등 가계의 손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매크로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가계부채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도 고 후보자가 마주할 큰 산이다. 그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면서 “완화적 통화 정책이 급격한 실물경제 위축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자산시장 가격 상승도 동시에 초래했다”고 말했다. 낮은 금리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여신금융협회 강연에서도 “금융기관 등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에 노출된 금액)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당국은 고 후보자의 부동산 관련 식견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과장 시절 처음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의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DTI는 부동산 등의 담보 대신 채무자의 상환능력(소득)을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거품이 사회문제로 번지자 도입한 금융 규제 장치다.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가 금융위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한편 금통위원으로서 근무한 만큼 한은 통화 정책의 협조도 끌어내길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갈등을 빚어왔던 금융감독원과의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관계부처 협조가 굉장히 중요하고, 제일 중요한 게 금융감독원”이라며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통화했고, 앞으로도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 원장과 고 후보자는 행시 28회 동기다. 정 원장 역시 지난 6일 취임식에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 확대, 자산가격의 거품 심화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일시에 몰려오는 소위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 민간부문 부채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만나 파괴력이 커지는 현상으로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8.10 09:25

5분 소요
[수익성 지표 바닥권인 한국 금융의 미래는] 잉카제국처럼 멸망할 것인가 누우(아프리카 들소)처럼 끈질기게 생존할 것인가

국제 이슈

외국 금융사에 ROA·ROE 크게 뒤져... 파괴적 혁신, 과감한 투자, 글로벌 진출 필수 한국 금융이 위기다. 예전보다 덩치가 커지고 화려해진 듯 보이지만 정작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어느 순간부터 하락 일로를 걷고 있다. 해외 유수의 선진 금융회사와의 격차는 좁혀질 줄 모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행·보험·증권·카드사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금융인들이 놀고 있는 게 아닌데도 수익 지체 현상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권이 총체적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한국 금융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1조9000억원. 올 상반기 한국의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이다.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이게 과연 국내 은행들의 덩치에 합당한 금액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숫자를 하나 들여다보자. 0.17%.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다. ROA는 총자산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한국의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 100원의 자산을 이용해서 고작 0.17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10여년 전인 2005년 국내 은행의 ROA는 평균 1.27%였다. 도대체 그동안 국내 은행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한국 금융권이 총체적인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수익의 질을 진단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점검해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 100원 굴려 0.17원 벌어 … 5~10년 후 장담 못 해 금융업이 발전할수록 높아져야 할 두 지표는 반대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해외 선진 금융사들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비단 은행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보험·증권·카드사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행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대로라면 한국 금융사들이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사들이 현 상황에 안주하면 5~10년 후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금융권을 대표하는 은행부터 살펴보자. 은행의 수익성 지표들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평균 ROA인 0.17%는 13년 전인 2003년과 똑같다. 2003년이 어떤 시기였나. 1997년 외환위기로 ‘대마불사’ 신화가 무너지면서 한국의 대표 은행들은 속속 쓰러져갔다.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은 외국 사모펀드에 팔려나갔고, 서울·조흥은행은 과거 그들이 경쟁 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신흥 강자들에게 인수됐다. 우리은행처럼 정부가 몇 개 은행을 묶은 후 국민 혈세로 조성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간신히 명줄만 유지한 경우도 있었다. 수익성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의 ROA가 그 때와 똑같다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 은행 수익성 지표 2003년 수준 뒷걸음질 물론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당장 외환위기의 뒷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04년에 은행 평균 ROA는 0.85%로 급상승했다. 2005년은 절정기였다. ROA가 1.27%로 치솟았다. 은행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누구나 ‘메가뱅크’와 ‘대형 투자은행(IB)’의 탄생을 논했다. 덩치를 불린 은행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해외 선진 은행들을 따라잡으리라는 기대도 충만했다. 그러나 그 때뿐이었다. ROA는 2006년과 2007년 답보 기미를 보이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와 함께 0.48%로 급감했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던 ROA는 2015년 0.16%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오히려 2분기에는 마이너스(-0.08%)로 추락했다. 국내 은행권이 4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ROE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18.42%로 최고봉에 등극한 후 서서히 하락하더니 지난해 2.08%로 추락했다. 올 상반기에도 2.3%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도낀개낀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ROA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1.07%) 신세다. 곧 따라잡을 것처럼 보였던 외국의 은행들은 그동안 더 멀리 도망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미국 상업은행의 평균 ROA는 1.04%, ROE는 9.26%다. 국내 은행들보다 ROA는 10배 가까이 높고, ROE도 4배 이상 높다. 물론 국내 은행 평균 지표들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태생적으로 적자를 면키 어려운 국책 특수은행들이 모두 갉아먹고 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하지만 상위 시중은행들 역시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5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국제은행 통계사이트 뱅크스코프(Bankscope)의 자료를 분석해 정리한 2015년 기준 세계 100대 은행 보고서를 보자. 이 명단에 포함된 한국의 은행들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은행·농협·기업은행 등 6곳이다. 은행의 국적별 순위로 따져보면 미국(20개)·중국(10개)에 이어 캐나다와 함께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수익성 지표를 비교해보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한국의 6개 은행 평균 ROA는 0.43%, ROE는 5.56%에 그쳤다. 이에 반해 세계 10대 은행의 ROA는 1.05%에 달했다. 글로벌 100대 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도 평균 ROA가 0.75%로 한국 은행들에 비해 크게 높았다. 세계 상위 10대 은행의 평균 ROE도 11.6%로 국내 6개 은행 평균의 2배 수준이다. 국내 은행 전체 평균 ROE와 비교하면 5배 수준에 가깝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계 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외국 동일 그룹 은행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곳곳에 진출해있는 씨티은행의 각국 지점 간 ROA 비교 결과도 민망하다. 씨티은행이 진출한 아시아 18개국의 ROA가 평균 1.4%인데, 한국 씨티은행의 ROA는 0.4%에 불과하다.다른 업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0년 5.46%까지 올랐던 국내 카드사 ROA는 올 상반기 2.04%로 내려왔고, 카드사 ROE도 같은 기간 19.77%에서 7.83%로 추락했다. 해외 카드사 중 국내 카드사들과 비슷한 영업 구조를 갖고 있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의 경우 지난해 ROA가 3.2%, ROE가 24.5%로 국내 업체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 ROA는 0.89%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보다 0.12%포인트 떨어졌다. ROE도 전년 동기(10.20%)보다 하락한 8.68%였다. 특히 생보사의 경우 ROA와 ROE가 각각 0.62%, 6.77%로 전년보다 0.21%포인트와 2.54%포인트 하락했다. 대 호황기였던 지난해 상반기에 0.98%로 치솟아 올랐던 국내 증권사 ROA도 올 상반기에는 0.64%로 고꾸라졌다. ━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 138개국 중 87위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금융사들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입법 조사처의 조대형 입법조사관이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분석한 ‘금융산업의 경제기여도 현황 및 과제’를 보면 한국경제의 총산출액 대비 금융산업의 산출 비중은 2007년 4.7%에서 2014년 4.0%로 감소했다. 산출액이란 한 해 생산된 해당 산업의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을 합산한 금액이다. 국내 금융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금액 비중도 같은 기간 6.8%에서 5.6%로 낮아졌다. 부가가치 금액 비중이 작아지고 있다는 것은 금융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부분이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국제 비교에서도 한국 금융의 현실은 쉽게 확인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올해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한국의 금융 부문은 전체 61개국 가운데 37위에 그쳤다. 작년보다도 6단계 하락한 순위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세계 138개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를 봐도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7위에 불과했다.돈을 벌지 못하니 고용 측면의 기여도 미미하다.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2015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1338개 금융회사에 고용된 인력은 28만5029명으로 집계됐다. 2년 전에만 해도 29만명 수준이었지만 은행과 보험사, 증권·선물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보험업에서 1502개, 증권·선물업에서 1684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014년과 2015년의 전체 산업 취업자수는 각각 2.1%와 1.1% 증가한 반면, 금융·보험업 취업자수는 각각 3.1%와 5.9% 감소했다. 2015년 전 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1.05%였던 반면, 금융·보험업 기여도는 -0.19%였다. 전 년의 -0.11%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다.더 큰 문제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사실이다. 은행의 경우 저금리 지속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의 격차인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그렇다고 수수료 등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도 어렵다. 수수료 인상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반감이 큰데다 자체 경쟁도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10월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과 일본은 30~40%인데 반해 한국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탄했다. ━ 새 회계기준 적용 땐 보험업 뿌리 흔들 보험 업계는 더 큰 암초를 만나게 된다. 2020년부터 적용 예정인 새 회계기준(IFRS 2단계) 때문에 업계의 뿌리가 흔들릴 지경이다. 새 회계기준은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이렇게 되면 부채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게 돼 보험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총 44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태다. 증권업도 증시 등락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천수답식 경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히트 상품이 나오면 너도 나도 ELS 발행에 몰두하는 식의 쏠림 현상도 여전하다. 카드 업계 역시 간편결제 등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급성장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저금리로 인한 현금서비스 수익 감소 등으로 고전 중이다. 카드사마다 새로운 활로 모색에 주력하고 있지만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은 쉽지 않은 일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금융업 존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올 초 강연에서 금융업의 위기 상황을 잉카제국의 멸망에 빗댔다. 그는 “고작 168명의 스페인 군에 의해 8만 명의 군대와 1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거느린 거대한 잉카제국이 멸망했다”며 “스페인군과 함께 상륙한 천연두와 흑사병 등 새로운 질병, 양 세력 간 무기의 차이, 외부와의 교류가 없었던 잉카제국의 폐쇄성 등이 멸망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신속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나 글로벌한 시각이 없다면 핀테크 등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한 금융업의 미래 역시 안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혁신이 답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우리 금융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변화는 어렵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이 내놓은 구체적 개혁 실천방안은 자율과 경쟁의 확대, 자본시장의 활성화, 핀테크와 해외 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금융시장 안정성 제고였다. ━ 금융권 판도 뒤흔들 인터넷 전문은행 민간의 시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윤만호 EY한영회계법인 부회장도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 ‘파괴적 혁신’을 제안했다. 윤 부회장은 “미래 금융산업은 고도성장 환경에서 저성장으로, 또 정부 주도에서 고객 주도로, 외형 위주에서 혁신 위주로, 제로섬(한 쪽이 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에서 포지티브 섬(협력을 통한 상생전략)으로 완전히 바뀌어나갈 것”이라며 “현재 금융업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금융업의 활로 모색을 위해서는 재무구조 혁신,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혁신 신상품 개발, 글로벌화 추진,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 금융인들에게는 혁신의 경험이 많지 않다. 한 대형 시중은행 고위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금융위원회가 올 초 은행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운용을 허용했을 때 은행권은 수류탄을 하나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며 “은행은 태생적으로 경쟁을 싫어하고, 투자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권한을 손에 쥐어줘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고인 물이었던 금융권에는 오랜만에 기존 ‘미꾸라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메기’가 등장할 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등장은 기존 금융권의 판도를 뒤흔들 중요 변수다. 지분 매각 작업의 첫 단추를 잘 꿴 ‘민영 우리은행’의 탄생 역시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통합 미래에셋증권의 등장은 은행 일임형 ISA의 등장과 함께 한국 금융의 중심축을 은행에서 대형 IB로 옮아가게 만들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미래에셋증권의 결합으로 11월 탄생하는 통합 미래에셋증권은 자산 규모 8조원의, 압도적인 증권 업계 1위 기업으로 우뚝서게 된다. 이미 증권 업계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결합 등 업체 대형화의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보험 업계와 카드 업계도 신상품을 속속 내놓는 등 나름대로의 활로 모색에 분주한 상황이다. 임종룡 위원장은 “변화와 위기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미래 금융에 대비한다면 한국 금융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두가 아프리카 들소인 누우가 되어야 한다는 게 임 위원장이 내놓은 성공의 전제 조건이다. 누우는 사자와 악어의 습격으로 큰 희생을 치르면서도 건기가 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초원을 찾아 수백㎞ 이상의 대이동을 감행한다. 한국 금융권이 누우처럼 꾸준히 전진해 마침내 금융개혁을 이뤄낼지, 아니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외부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잉카제국처럼 주저앉고 말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2016.10.15 07:53

9분 소요
[Repo]국내 1호 알뜰주유소 - 아직 알뜰하지 않은 알뜰주유소

산업 일반

영동고속도로 용인IC를 빠져 나와 용인 시내에서 이천 방향 42번 국도로 접어들면 오른쪽에 국내 1호 알뜰주유소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29일 문을 열어 1월 5일 개점 1주일을 맞았다. 소문대로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다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낮 12시경인데도 주유기마다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에는 50m 떨어진 식당까지 줄이 이어지기도 한다”며 “근처에 스키장이 있어서 금요일을 포함해 지난 주말에는 하루 종일 서서 손님을 맞았다”고 말했다.일주일 동안 알뜰주유소를 찾은 고객은 하루 평균 1000여 명. 이름이 알려져서인지 입구를 지나쳤다가 간판을 보고 뒤늦게 출구로 들어오는 차들도 눈에 띄었다. 근처에 물류센터가 위치해 크고 작은 용달차들이 오가서 경유 수요가 특히 많은 듯했다. 길게는 십여 분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알뜰주유소를 찾은 손님 대부분은 ‘기다려도 기름을 싸게 넣을 수 있다면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신갈 부근에 사는 김명호 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건너편에 알뜰주유소가 있는 걸 보고 유턴을 해 들어왔다”며 “집에서 조금 멀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싸다 보니 이쪽으로 자주 온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알뜰주유소를 찾았다는 박재욱 씨 역시 “정부가 품질과 가격을 보증한다니 믿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셀프 주유소라 조금 불편하지만 확실히 가격이 싸다는 게 느껴져 이번 기회에 단골 주유소를 바꿀 계획”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1월 5일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1843원, 경유는 1694원이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휘발유나 경유나 리터당 90원가량 저렴하다.50m 떨어진 식당까지 줄 서기도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과는 무려 150원 정도 차이가 났다. 5만원을 결제하고 직접 휘발유를 주유해봤더니 27.516리터가 들어갔다. 서울은 25리터 정도다. 알뜰주유소가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할 수 있는 건 공동구매를 통해 일반 주유소보다 30~50원 저렴한 가격에 석유를 구매해 셀프주유소 형식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휴지나 생수 등 서비스 상품도 없애 비용을 줄였다.알뜰주유소 인근에 위치한 10개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1888원, 경유는 1740원이었다. 알뜰주유소보다 비싸지만 전국 평균보다는 훨씬 싸다. 알뜰주유소가 위치한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 일대는 원래부터 주유소간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하지만 격차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알뜰주유소가 생기면서 인근 주유소들도 가격을 따라 내려서다. 인근 A주유소 사장은 “알뜰주유소 탓에 손님이 줄어 20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른 주유소들도 많게는 25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알뜰주유소를 확산시켜 전반적인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것이다. 시작은 그럴 듯 했지만 알뜰주유소가 과연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곳곳에서 부작용도 노출됐기 때문이다.무엇보다 허술한 관리 체계가 드러났다. 알뜰주유소를 찾은 정유진 씨는 “옆 주유소보다 50원 정도 싼 것 같은데 카드 할인이 안 돼 오히려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에서는 아직 카드사 할인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현재 단 6개 카드에 한해서만 60~80원 가량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 역시도 대부분이 주유 전용카드다. 협약을 체결한 카드사라면 거의 모든 신용카드에 할인 혜택을 주는 일반 주유소와 다른 점이다.인근 S주유소는 알뜰주유소와 같은 셀프주유소다. 이날 이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1885원, 경유는 1736원이었다. 알뜰주유소보다 42원 정도 비싼 수준이다. 현금이라면 당연히 알뜰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카드를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주유소는 대부분의 카드사들과 협약을 맺고 리터당 40~60원 정도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할인 혜택을 받으면 알뜰주유소와 같거나 오히려 더 싸게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일이 오히려 알뜰하지 않은 소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일반 신용카드 할인 폭의 2배(리터당 120원)를 깎아주는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를 1분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서 전용카드로 결제하면 저렴한 판매가격과 추가적인 카드 할인으로 월 20만원 주유 시 1만4000원 정도의 절약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알뜰주유소 인근 자영 주유소 운영자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알뜰주유소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B주유소 사장은 “하루 평균 200대 정도가 들어왔는데 알뜰주유소가 생긴 이후 손님이 반 이하로 줄었다”며 “가격은 가격대로 내리고 손님은 손님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주유소에는 70대 노인 3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달 안에 모두 그만둬야 할 처지”라며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하는 정부가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왜 모르느냐”고 항의했다. C주유소 사장 역시 “정유 관련 유통비용을 줄여보겠다고 시작한 정책인데 애꿎은 소매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정부는 1월 초 ‘2012년 서민생활물가 안정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반 주유소의 전환을 유도해 올해 안에 알뜰주유소를 전체 주유소의 5% 수준인 7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300여 개의 농협 주유소와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 등 400여 개의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고, 일반 자영 주유소의 신청도 받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알뜰주유소 확대 정책 실효성 의문하지만 농협 알뜰주유소는 이번에 문을 연 알뜰주유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알뜰주유소 1호점은 경동이 설립한 사회공헌형 주유소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한다는 취지에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판매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평균보다 100원이나 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반면 앞으로 알뜰주유소로 전환한다는 농협 주유소의 경우 사회공헌형이 아니기 때문에 1호점보다는 더 많은 마진을 남겨야 한다. 가격 인하 폭이 소비자의 기대만큼 크지 않으리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영 주유소 역시 마찬가지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 마진을 줄여야 하는데다 수급 상황까지 일일이 정부에 알려야 하는데 자영업자들이 이를 감수하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지는 의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인하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성급한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며 시작한 새 정책이 오히려 여러 곳에 혼란만 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2012.01.09 11:08

5분 소요
부동산發 쓰나미가 덮쳐온다

산업 일반

부동산 시장의 투기 바람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최근엔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시발점이 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버블 붕괴가 단순히 부동산 시장과 그 참가자들의 손실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에 사상 유례가 없는 불황을 유발했다는 데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연평균 3%대 후반에서 90년대에는 2%대 중반으로 급감한다. 가계 부도도 엄청났다. 일본최고재판소에 따르면 가계 부실 문제로 90년 1만 명 내외에 불과했던 소비자 파산 건수는 2002년 2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2006년 말 현재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외상구매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약 582조원으로 2005년 말에 비해 60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이런 높은 가계 부채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에서 가계 부채 문제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리’ 약해진 상태라 더 심각 사실 가계 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된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2년에도 소비자 신용 시스템의 무리한 확장과 신용카드사들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 경쟁으로 가계 부채가 급속하게 확대됐던 적이 있다. 2002년 한 해 동안 늘어난 가계 부채 증가분은 9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60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2003년께부터 이 같은 비정상적인 신용 확대 추세가 끝나고 개인 신용불량자 급증, 카드채 문제로 인한 금융시장 교란으로 한국 경제에 유례없는 소비 침체가 찾아왔다. 2002년 연간 7.9%에 달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2%, 0.3%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이는 결국 2003년 이후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그러나 가계 신용 증가율이 2005년 이후 다시 급증해 2006년 현재 가계 신용 잔액은 소비 버블 붕괴 직전 해였던 2002년 말(439조1000억원)보다 33%나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의 가계 부채 급증은 근본적으로는 시중 부동자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금의 수급적 측면에서 보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 대량의 자금이 민간 부문에 공급됐다. 그러나 자금의 주된 수요처인 기업 부문이 투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급 불일치가 발생했다. 그 결과 2006년 3분기 현재 56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시장 구조적 측면에서 은행들 간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격화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거슬러 올라가면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의 업무영역 붕괴가 확산됐고, 특히 글로벌 금융 회사들이 국내 부실은행들을 인수하면서 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따라서 기업 부문의 수요를 대신해 은행들은 가계 부문에 대한 대출 유치에 주력하게 됐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으로 은행 수 자체는 33개에서 18개로 줄었으나, 은행권의 점포 수는 2001년 말 약 6200개에서 2006년 3분기 말 현재 7000여 개로 급증해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증권회사의 점포 수는 1700여 개에서 1600개로 줄었다. 셋째, 외부적 요인으로 부동산값과 시중 금리의 격차가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6년 연평균 5.6%에 불과하지만, 2006년 12월 말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 상승률은 전국 기준으로 연 14%, 서울 강남 아파트는 28%에 이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가계 부문이 금융 시장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 시장에서 자산을 사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이런 직관은 당연히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말 51.7%에서 54.9%(2005년 말), 57.9%(2006년 말)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현재의 시중 과잉 유동성, 가계 부채 급증, 부동산 투기 문제 등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세 가지 현안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이 3대 현안에 대한 상호 연관 작용과 세심한 고려가 없을 경우 경제 전체에 매우 우려스러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의 주된 정책 목표가 부동산 시장에만 국한돼 있는 것처럼 보여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2003년 이후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은 10여 차례가 넘었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그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가계 대출에 대한 직접적 규제까지 사용하게 됐다. 지난해 11·15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고자 주택담보비율(LTV·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 가치에 대한 최대 대출 가능 한도) 한도를 크게 축소했다. 또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시 가계의 미래 예상 소득을 근거로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것)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거시경제 정책인 긴축적 통화정책도 사용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2005년 9월 3.25%에서 4.50%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례적으로 16년여 만에 시중은행들의 평균 지급준비율을 3.0%에서 약 3.8% 수준까지 인상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과 ‘너무 닮은’ 정책이 문제 이런 정부 정책들은 과거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에 관찰되는 일본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대장성의 금융권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직접적 규제, 일본은행의 정책금리인 공정할인율 인상, 토지 거래에 대한 공개념 도입 등이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반복되고 있다. 물론 일본과 한국 부동산 시장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일본은 80년대 후반 6대 도시 기준 평균 토지가격은 300%가량의 기록적인 상승률(실질가격 기준)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전국의 주택 가격은 2003년을 기준으로 할 때 채 1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권마저 2003년 실질 가격의 20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때 시중 자산 가치 100% 이상의 담보 비율 관행이 지금의 우리나라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금융권의 주택담보 비율은 투기 지역 아파트에 대해서 은행·보험권의 경우 40%, 나머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50%를 적용하고 있다. 이같이 일본의 90년 전후 부동산 버블 붕괴 시의 상황과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유사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일본식 불황이 시대와 장소를 달리해 재현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언할 수 없다. 가장 좋은 해답은 ‘좋은 일자리’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값 상승 정도가 미약하고,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가계발(發) 금융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다른 불안 요인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당시 일본의 가계와 현재 한국 가계들의 건전성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는 당시 일본과 달리 외환위기 이후 경제 구조조정에 따르는 고용 불안에 직면해 있고, 2002년의 소비 버블 붕괴로 중산층마저 상당 부분 붕괴돼 취약한 대출 상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가 무리한 대출 규제와 통화 긴축을 지속할 경우 일본식 장기 불황이 재현될 여지는 충분하다. 따라서 버블 붕괴 과정과 양상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는 역시 금융 시스템의 붕괴와 내수 부진 심화, 그리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한국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재현될 것이다. 이런 가계 부채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현재 표류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조기 정착을 유도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단기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 시장에서 투기로 집중되는 자금의 악순환 구조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즉 이 법의 시행을 통해 시중 부동자금이 비(非)생산적이고 버블 유발 가능성이 큰 부동산 시장에서, 기업 투자와 같은 생산적 자금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과 같은 금융 시장에서의 대출 규제, 통화 긴축 등과 같은 직접적인 시장 규제를 주된 정책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한국에서의 부동산이 가지는 의미, 즉 가장 중요한 노후 대책의 일환일 뿐만 아니라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는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소득 증대에 따라 더 나은 주거 문화를 원하는 사회문화적 요인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좀 더 멀리 본다면 중장기적으로 인구 구조 변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 수요 등을 고려해 종합대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가계 부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의 가계 대출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특히 ‘통제 제로’에 놓여 있는 사(私)금융 대부업 시장에 대해서도 감독 기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 간 금리 인하 경쟁, 불법 광고 등 불공정 과열 경쟁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 확충이 시급하다. 다시 말해 가계의 가장 큰 소비 여력인 근로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고용시장의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고용과 충분한 소득이 확보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민간 부문에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기업가 사기 진작 등 ‘귀에 못이 박이도록’ 나온 이야기들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티끌’ 같이 취급하다 ‘쓰나미급 위기’를 불러오지 않으려면 말이다. 무엇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닮았나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뛰는 양상 -저금리 정책으로 지가 상승 빌미 제공(이후 콜금리·지급준비율 인상)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사회 분위기 만연 2007년 한국과 1980~90년대 일본, 이것이 다르다 -일본은 80년대 후반 6대 도시 토지 가격 300%가량 올라 -한국은 일부 지역 국한된 이야기, 강남권 200% 정도 상승 -일본은 자산가치 100% 이상까지 담보 인정하며 경쟁적 대출 -한국은 투기 지역 아파트에 대해 40~50%로 엄격히 규제 이래서 가계發 금융위기 가능성 있다 -당시 일본과 달리 IMF 거치면서 고용 불안에 직면해 있는 상태 -2002년 소비 버블 붕괴 이후 중산층의 취약한 대출 상환 능력도 문제 -무리한 대출 규제와 통화 긴축 지속 때 내수 부진,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 이렇게 해야 버블 붕괴 막을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으로 시중 부동자금 기업 투자로 유입시켜야 -대출 규제, 통화 긴축 NO! ‘한국적 특수성’ 감안한 입체 대책 긴요 -단기적으론 사금융권의 가계 부채에 대한 감시 강화해야 -본질적으론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 확충해야

2007.04.02 14:33

8분 소요
[특별인터뷰]당대표 릴레이 인터뷰②…새천년민주당 대표 조순형

산업 일반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결과적으로 가난한 임차인, 열악한 중소기업 등 사회 취약계층에 전가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별명은 ‘미스터 쓴소리’다. 상대가 대통령이든 동료 의원이든 상관없다. ‘아니다’ 싶으면 쓴소리를 해댄다. 그는 과거 이승만 정권 시절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다가 선거를 한달 앞두고 갑자기 사망한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의 아들이다. 사람들은 야성(野性) 강한 이들 부자를 두고 “피는 못 속인다”고 말한다. 조대표는 깨끗한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그의 쓴소리는 더욱 설득력 있다. 지난해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분석한 한국유권자운동연합에 의해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책심의·공정성·민주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우직하게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희생적인 선택도 과감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거리가 있는 대구 출마를 택한 것은 고질적인 지역감정의 벽에 도전하려는 그의 고집스런 선택이었다. 이러한 장점들은 대부분 정치적인 면에서 발휘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조대표의 경제관은 지금까지 그다지 드러나 있지 않다.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 중에 경제관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본지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추진한 당대표 릴레이 인터뷰는 국가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들의 경제 인식을 집중 조명한 기회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대표의 경제관을 들어보았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데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1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더 좋은 조건에서 출발한 참여정부 하에서는 1년 만에 오히려 일자리가 4만개나 줄었습니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가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요. 민주당은 금년 예산에서 청년실업비를 1천7백억원 늘렸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업대책 재원만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힘듭니다. 학교교육과 산업수요의 일치, 취업 눈높이의 조정, 정확한 인력수급 전망, 청년고용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이 필요하죠.”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유동성이 높은 외국인의 간접투자는 상당히 증가했지만 직접투자는 2002년 신고 기준으로 91억1백만 달러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64억6천7백만 달러로 28.9%나 줄어들었습니다. 대규모 투자가 줄고 중소 규모의 투자 건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죠. 이라크전 등 대외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이웃 중국은 오히려 12%나 증가한 것을 볼 때 투자유치를 위한 우리의 환경과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한 투자 인센티브 제공, 범정부 차원의 투자유치체제 구축, 투자유치 내국인에 대한 예우, 투자정보의 원활한 제공, 외국인투자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외국인에 대한 경영·생활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 시대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매년 20만명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현재 1.17%인데다 평균수명까지 늘어나 2019년이 되면 인구의 14%가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노인복지 예산은 4천9백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민연금 재정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적정하게 조정하고, 기초생활 보장과 경로연금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노인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제공부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법학도이며 국회 법사위에 소속돼 있습니다. 하지만 의정활동은 여기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모든 경제법안도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게 돼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제제도와 현실을 접목시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당과 개인 참모를 통해 경제현안을 보고받고 있으며 경제학 교수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과도 부지런히 만나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경제뉴스를 열심히 경청하고 틈나면 경제서적도 읽죠.” 국내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한국의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은 모두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임금상승 등 국내 환경 변화와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따라 우리 제조업이 해외로 대거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중국행이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탈공업화가 아닌 제조업 공동화로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떠나 버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상실되고 물류·금융·사업 중심지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동북아 중심국가’가 아닌 ‘주변국가’로 전락할 것입니다.” ‘규제 때문에 기업 못 해먹겠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정부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가 활동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지만, 기업은 여전히 불평하고 있습니다. 건축·환경·식품·금융 등 규제와 관련된 민원도 많습니다. 개발시대의 규제를 시대와 환경이 변했는데도 그대로 존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공익과 사회질서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사회적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규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에 의해 과감히 혁파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성장 해법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지금까지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그동안 내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십년 또는 수백년을 내다보며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겠지만 공산품 수출만이 아니라 외국인이 국내에서 돈을 많이 쓰게 하는 것,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것,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문화산업을 육성하는 것 등 다각적인 부가가치 창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최근 읽은 경제경영서 가운데 기억나는 책이 있다면. “어려운 민생과 경제상황을 풀기 위한 거시적인 전망을 얻기 위해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2004 세계대전망」을 읽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우리 수출도 증가하고 있으나 수출증가가 투자확대와 내수진작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경제적 원인이 있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와 경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큰 문제입니다. 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관련 서적인 「파산법」(전병서, 법문사)이란 책도 읽고 있습니다.” 평소 경제 문제에 대해 자문을 받거나 상의하는 분으로 어떤 분들이 있습니까? “장성원 정책위의장을 통해 경제정책은 물론 사회·문화 부문까지 포괄적 정책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장재식 민생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장과는 중소기업 활성화, 민생안정에 관한 정책을 상의하고 있습니다. 전성철 정책특보는 세계 경제 동향과 국내 제도개선에 관해 많은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급증해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인데 어떻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신용불량 문제는 국민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인·자살·가정파탄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같이 악화된 것은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내수를 진작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카드사 신설을 과잉 허용하고 카드사들이 카드 발행을 경쟁적으로 남발한 데다가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등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1월 초 한국금융연구원을 방문해 ‘3개월 이상 30만원 이상 연체’로 규정하고 있는 신용불량자 등록제도의 개선, 카드회사와 은행별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대환대출 금리인하, 개인신용평가회사(CB)의 보다 용이한 개인신용정보의 수집 지원 등을 검토하도록 제안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나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강남아파트 가격은 폭등을 거듭하자 부랴부랴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토의 5% 수준인 도시용 토지를 지역 특성에 맞게 확대 공급하되 난개발을 방지하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부동산대책은 종합적인 경제 활성화 대책과 병행 시행해 부동자금을 흡수할 필요도 있어요. 사회간접자본을 균형 있게 확충하고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결과적으로 가난한 임차인, 열악한 중소기업 등 사회 취약계층에 전가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정치와 관련돼 온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정치는 최소한의 공정거래 풍토를 확립하되 경제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 또한 정치 권력에 접근해 특혜를 보려는 생각과 행태를 과감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요즘 정치자금 문제로 기업인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혹시라도 정치권력이 사법처리나 이권을 빌미로 새로운 정경유착을 획책한다면 단호히 맞설 생각입니다.” 최근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등 금융회사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융자유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시각과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고 은행지분도 50%에 육박했으며, 상장 주요기업의 외국인 지분율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금융과 산업에서 외국자본의 긍정적 역할도 큽니다. 금융개방화 시대에 금융자유화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도 물론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열악해질 때 IMF 외환위기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금융시장 자유화에 따라 금융감독체계가 고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보스톤 컨설팅사의 분석에 의하면 매년 8% 성장과 2% 환율 하락을 가정할 때 2010년이 돼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식개혁과 함께 경제시스템의 선진화가 꼭 선결돼야 해요. 이공계 인력을 획기적으로 양성하고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은 물론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도 육성이 시급합니다.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것 못지않게 사회계층의 ‘부익부 빈익빈’ 악순환을 끊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도 중요한 것입니다.”

200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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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식 정기예금 3년 뒤엔 年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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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는 요즘 제도금융권의 막내격인 상호신용금고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분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수신금리만 따지면 상호신용금고가 은행권을 앞질렀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상호신용금고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은행권보다 2% 정도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제일·서울은행을 필두로 은행권에서도 20%가 넘는 고금리 상품이 잇따라 나와 금리경쟁에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신용금고들도 이에 대응, 높은 금리와 면세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상호신용금고의 대표적인 수신상품은 정기예금. 이 상품은 이자를 매월 지급하는 단리식과 만기에 한꺼번에 주는 복리식 두 가지로 운용되고 있다. 3개월짜리의 경우 일은·협신상호신용금고가 업계에서는 가장 높은 연리 22%(지난 1월16일 세전 기준)의 확정이자를 주고 있다. 1억원을 맡길 경우 3개월 뒤에는 세금을 떼고 4백29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6개월짜리는 진흥·한솔상호신용금고가 연리 23%의 이자를 준다. 1억원을 맡기면 6개월 뒤에는 세금을 제하고 8백97만원의 이자를 주는 것이다. 이 상품은 특히 1천8백만원까지는 1년이 지나면 이자소득세를 절반인 11%만 내면 된다. 만약 이자를 찾지 않는 복리식 정기예금의 경우엔 진흥·한솔상호신용금고가 가장 높다. 연리 18%(세전) 이자율을 주는 이 상품은 3년이 되면 71%로 껑충 뛴다. 1억원을 맡긴다면 3년 뒤 세금을 제하고 1억6천6백만원의 이자를 받는 것이다. 자금이 풍부하고 급히 쓸 데가 없는 사람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상품이다. 금고가 가지고 있는 할인어음을 근거로 발행하는 표지어음의 경우는 진흥·한솔이 연리 23%(세전)로 가장 많은 이자를 주고 있다. 동시에 상호신용금고들이 이처럼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금리 말고도 예치금액과 기간에 따라 금리를 더 주는 데가 있다. 금고와 예금주간에 금리네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J금고의 한 관계자는 “5억원 이상의 고액을 예치할 경우 기간에 따라 1~2%의 이자를 더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단골고객을 계속 붙잡기 위해 이자를 더 주는 경우도 있다. K금고 관계자는 “고객이 일단 발길을 돌리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며 “고객유치를 위해 1~2% 정도는 네고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고객유치 위해 1∼2%는 네고 가능 은행권보다 공신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예금자 보호장치는 손색이 없는 편이다. 상호신용금고와 거래를 하던중 금고가 부실해져 망해도 1인당 2천만원까지는 돌려받을 수 있다. 상호신용금고들이 신용관리기금에 출연, 예금자보호기금을 마련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금 규모는 1조5천억원 정도. 4월1일부터는 바뀐 상호신용금고법에 따라 지급준비자산을 금고연합회에서 관리한다. IMF한파로 상호신용금고의 수신고는 조금 줄었다. 지난해 10월 32조1천25억원이던 수신고가 12월에는 30조7천1백15억원으로 1조3천9백10억원이 줄었다. 종합금융사 계열 금고에서 법인예금이 많이 빠져 타격이 있었다는 것. 전국상호신용금고연합회측은 4월부터 신용금고의 업무가 확대되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호신용금고의 대출조건은 일반 금융기관보다 나쁜 편이다. 금고상품 가입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계약금내 대출의 경우 보람·신신이 23%, 대한이 24%로 은행권보다 높다. 그나마 IMF전의 16.5%일 때보다 6~7% 포인트가 더 올랐다. 1억원을 3년간 빌릴 경우 종전에는 이자로 매달 1백37만5천원을 내면 되었지만 지금은 1백91만6천원을 다달이 내야 한다. 고금리시대 신용카드 사용법 할부구입 땐 개월 수 잘 따져야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를 지난 1월 일제히 올렸거나 2월에 올릴 예정이어서 사용자들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25%를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이자제한법이 지난 연말 없어져 금리가 25%를 넘나들자 기존 수수료율과 이자율을 시중 실세금리에 맞춰 올리고 있는 것이다. 매출의 90% 정도를 개인신판(일시불+현금서비스+할부)에 의존하고 있는 카드사들로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할부 수수료율을 4~5% 올린 16~19%로 조정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도 3.8%(일자별)까지 올렸다. 특히 연체 이자율은 최고 35%까지 껑충 뛰었다. 게다가 당분간 금리가 고공비행을 계속할 전망이어서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이자율도 오늘 내일이 다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카드를 쓰는 사람들은 일단 카드사를 잘 골라야 하고 할부개월 수를 잘 선택해야 조금이나마 이익을 볼 수 있다. 카드사별로 인상률이나 인상시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할부기간의 경우 3~5개월, 6~9개월, 10~12개월의 할부수수료율은 같다. 따라서 6개월 할부보다는 5개월 할부를, 10개월 할부보다는 12개월 할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금서비스를 받는 경우라면 빌린 돈을 갚을 때까지 신용공여기간별로 수수료가 다르다. 일자별로 이자율이 다르게 결정되므로 사용기간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별로도 조금씩 다르다. 인상전인 비씨와 동양, 국민카드사를 제외한 6개 카드사의 경우 할부수수료율이 가장 낮은 곳은 신한카드. 3개월일 경우 연리로 8%이고 24개월일 경우 연리 18%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이 가장 낮은 곳은 외환카드. 23일 동안 빌릴 경우 1.5%, 53일을 빌릴 경우는 3.1%다. 아무튼 그 차액은 크지 않지만 IMF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는 지혜가 필요하다.

1997.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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