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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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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맵 업데이트에 우크라 비밀 군사기지 노출"

국제 경제

구글의 지도 앱인 구글맵이 업데이트 되면서 우크라이나 비밀 군사 기지의 위치가 노출됐다는 불만이 우크라이나 측에서 제기됐다.7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의 허위정보대응센터 센터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구글이 구글맵 업데이트를 통해 우크라이나군 비밀 군사 기지가 노출됐고 러시아가 이미 자국 군대에 해당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구글은 구글맵을 통해 전 세계의 위성 이미지나 항공 사진을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 서비스에 우크라이나군 비밀 기지가 노출되면 러시아를 포함한 누구나 그 위치를 알 수 있다.코발렌코는 구글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그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라며 "구글은 우크라이나 군사 시스템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러시아인들은 이미 그 사진들을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이후 발표된 성명에서 그는 구글의 담당자가 우크라이나 측에 연락을 취했다면서도 어떤 군사 시설이 노출됐는지는 입을 닫았다.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구글맵에 노출된 군사 시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의 새 방공 시스템이라며 이를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전쟁을 옹호하는 러시아의 한 블로거는 우크라이나 기지 노출에 대한 코발렌코 센터장의 성명을 공유하며 즐거운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내일이 오면 당신은 죽게 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매체는 이 시설이 구글맵 업데이트 전 위성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라고 전하며 이번 사안에 대해 구글과 그 모기업 알파벳에 답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2024.1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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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중단 후폭풍 어디까지] 아슬아슬 한일 관계 ‘정냉경냉(政冷經冷)’ 덫에 빠지나

산업 일반

역사문제, 징용공 판결에서 비롯된 양국 갈등… 무역·투자 이어 외교·교류에도 악영향 한국 정부가 8월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SOMIA·지소미아) 종료(또는 파기)를 결정하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 격랑이 예상된다. 지소미아는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되는데, 한쪽이 종료를 결정하면 시한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다. 8월 22일은 종료를 결정했을 경우 통보해야 하는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한국 정부는 8월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배제한 점과 그 후에도 계속 협의에 응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며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이로써 2016년 11월 시작된 지소미아는 3년 만에 종료에 이르게 됐다. 한·일 간 유일한 군사협정으로서 양국 간 안보 협력을 있는 끈으로 작용해왔던 지소미아의 종료는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서로 동맹 관계는커녕 우방도 아니며 심지어 적의마저 느낄 수 있는 사이로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 오랜 ‘정냉경온(政冷經溫)’ 관계에서 악화 8월 22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 또는 파기 선언은 가뜩이나 지난해 10월 22일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로 악화해온 양국 관계를 더욱 벼랑끝으로 몰고갈 전망이다. 양국 관계는 오랫동안 ‘정냉경온(政冷經溫)’으로 불려왔다. 정치적으로는 과거사 등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설전을 벌이며 양국 사이에 냉기가 돌아도 경제 관계는 좋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양국 관계는 정치도 경제도 모두 싸늘한 ‘정냉경냉(政冷經冷)’의 위기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역사문제, 징용공판결, 화이트국가 배제에 이어 지소미아 리스크까지 개입하면서 양국 경제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관계 악화는 이미 양국 간 무역과 투자, 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가 줄고 있다.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는 2012년 연간 500건 가까이 됐으나 그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갑자기 독도를 방문하면서 격감하기 시작했다. 2015년 연간 200건까지 감소된 후로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징용공 파결이 나온 2018년부터 다시 감소했다. 올해 1~6월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 건수는 0에 수렴하고 있다. 양국 간 무역총액도 감소세이며, 관광객 교류도 마찬가지다. 양국 관계가 식어가는 것이 급기야 경제 분야까지 미친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터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은 동아시아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전반에 걸쳐 깊은 파장을 부를 수밖에 없다. 북한 미사일과 핵 관련 정보를 포함한 양국 간 군사 정보교류와 협력은 물론 한일 관계, 심지어 한미 동맹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예상 못한 결론에 일본 반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알려진 22일 오후 일본의 반응은 한마디로 ‘설마’였다. 설마 한국이 이렇게까지 나올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 외상은 “한국이 완전히 오인했다” “매우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 늦은 밤에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지소미아 종료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로 보인다. 마치 일본 정부가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소재의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8월 2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한 것이 반도체 생산 업체와 한국인에게 상처를 준 것과 흡사한 효과다.하지만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이 어떤 실익을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소미아 중단 소식을 접하자마자 “실망”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 조치의 파장이 한일 관계에는 물론 한미 관계에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지소미아의 탄생 자체가 미국이 한일 관계 악화를 막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를 설득하고 압박한 결과다.지소미아는 타국에 군사정보를 주기 위해 체결해야 하는 협정이다. 제공 받은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지, 타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어떻게 보호할지를 규정해 준수함으로써 유효 기간 중에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한국과 일본은 지소미아를 체결해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직접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미국을 매개로 삼아 양국의 정보가 서로 전달됐다.일본이 가장 관심 갖는 정보는 당연히 북한 핵·미사일 관련 사안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북한이 동해 방향으로 발사해 수평선 넘어 일본 쪽으로 날아간 미사일의 종말 단계 행방을 일본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은 북한 지역의 영상 정보를 파악하는 금강 정찰기와 통신 등 시긴트(SIGINT, 신호정보)를 탐지하는 백두 정찰기에서 얻은 정보가 강점이다. 항공기와 미사일을 탐지, 추적할 수 있는 이지스 전투시스템이 장착된 한국 해군의 군함도 북한 미사일 발사와 초기 비행 정보를 파악한다. 북한이나 북중 국경지역의 휴민트(HUMINT, 인간 정보원)도 강점이었으나 현재는 실태를 알 수 없다.일본은 한반도 상공에서 정지궤도를 도는 7대의 광학 또는 레이더 위성에서 확보한 대북 정보가 강점이다. 미국도 한반도를 정찰하는 정지 위성은 운영하지 않고 전 세계를 도는 위성이 한반도를 지나는 동안 얻는 광학이나 레이더 등 정보에만 의지한다. 미국 위성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시간적 제한이 있는 반면, 일본의 정지 위성은 성능은 몰라도 이런 제약 없이 즉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일본은 북한이 1998년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동해를 거쳐 일본 동북 지역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날아간 사건 이후 충격을 받아 정보수집위성을 개발해 2003년 첫 발사했다. 이름이 정보수집위성일뿐 사실상 정찰위성 또는 스파이위성이다. 위성뿐 아니라 동해에 배치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시스템 탑재 군함도 동해로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비행 경로를 추적해 정보를 파악한다. 게다가 일본은 선양 영사관을 통한 휴민트 정보 수집 능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북 지역의 조선족 중국인과 탈북자, 중국을 왕래하는 북한인을 통한 휴민트 정보 수집으로 추정할 수 있다.이런 한·일 지소미아 중단은 동북아 안보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소미아 폐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과 중국이 수혜자” “한국이 피해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동아시아 안보에 그림자’ ‘일한(한일) 대립에 결정적’ ‘미한동맹(한미동맹)에도 타격’ 등의 제목으로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이런 우려대로 지소미아 중단의 가장 큰 문제는 동북아 안보지형도의 변화다. 이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전개해왔던 안보체제를 허무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에서 전개해왔던 글로벌 안보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된 1949년 북미와 서유럽 국가와 북대서양조약을 맺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창설해 집단안보 군사동맹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는 대규모 원조를 통한 경제부흠 프로그램인 마샬 플랜과 함께 서방을 결집하는 바탕을 이뤘다.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공격은 미국을 포함한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나토가 개입한다는 나토 헌장 제5조는 나토 동맹의 근간을 이뤄왔다. 나토는 1992년 옛 소련이 무너진 이후 과거 소련이 주도했던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을 받아들이면서 영역을 동유럽으로 확대해왔다. 나토는 냉전 해체 후에도 존속해 집단 안보 체제를 앞세운 대테러 전쟁 등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중남미 국가들과는 나토 창설 전인 1947년 이미 미주상호원조조약을 맺고 결속을 다져왔다. 이 체제는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 등에 공동 대응하며 협력 체제를 유지해왔다. ━ 인도·태평양 사령부에서 중국 팽창 저지 역할 눈여겨볼 점은 아시아 지역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과 달리 집단안보체제가 아닌 개별 안보협약에 의지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신과 연결된 아시아 지역 여러 나라를 연결하는 아시아 안보협력 체제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필리핀과는 1951년 미국·필리핀 상호방위 조약을 맺고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했지만 1991년 필리핀 상원이 미군기지 조차 연장법안을 거부하면서 미군은 기지를 반환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미국은 필리핀과 23년 만인 2014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맺고 10년간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과 이용을 허가받고 미군 배치 지역의 별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명분은 미군이 대테러전 등을 위해 필리핀 내 기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 중부의 바사, 남서부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남부의 막탄-베니토 에부텐, 룸비아 등 공군기지 4곳과 북부의 포트 막사이사이 육군기지 등 5군데를 사용하고 있다.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면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미국 국무부가 지난 2월 대만에 M1A1 에이브람스 전차의 개량형인 M1A2 108대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의 무기 수출을 승인한 데 이어 8월 21일에는 80억 달러 상당의 F-16V 66대의 판매도 결정한 법적 근거다. F-16V는 기존 F-16 전투기에 성능이 개량된 레이더를 장착하고, 작전 컴퓨터와 전자전 장비 및 추락방지 장치 등을 추가해 2012년 공개한 최신 버전의 무기체계다.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방위를 위해 피를 흘린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주한미군 한반도 주둔의 권리를 보장받고 한미동맹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하고 주일 미군을 앞세워 일본 영토의 공격에 대처하고 있다. 아울러 미군이 일본 시설을 사용하는 근거를 제공받고 있다.미국은 호주·뉴질랜드와는 1951년 태평양 안보조약을 맺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팽창하면서 미국은 한국·일본을 묶고 호주·뉴질랜드까지 결합하는 한·미·일·호·뉴질랜드 5개국 안보체제를 추구해왔다. 여기에 인도의 협력까지 더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외교적·지리적으로 중국을 포위해 팽창을 저지하고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글로벌 전략의 축으로 삼아왔다. 미국의 사령부가 2018년 5월 30일 해리 해리스 사령관(현재 주한 미국대사)의 취임에 맞춰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꾼 것은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다. 이 사령부는 인도양과 태평양 및 그 연안을 담당한다. 미국은 자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북부사령부(북미), 남부사령부(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유럽사령부(유럽과 러시아), 아프리카 사령부(아프리카), 중부사령부(중동과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그리고 인도·태평양 사령부 등 6개의 관구로 나누고 있다. 이 가운데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관할 구역이 가장 넓다.이 인도·태평양 사령부 관할 지역에서 미국은 한·미·일·호·뉴질랜드 5개국 군사동맹으로 중국을 억제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 인도가 포함될 수도 있다. 아시아판 또는 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만들고 싶은 것이 미국의 오랜 의도였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로 갈등하자 한국을 설득해 2016년 맺도록 한 것이 지소미아다. 바로 그 지소미아가 종료한 것은 단순히 한일 관계 악화를 넘어 미국의 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한국은 지소미아 폐기로 미국의 글로벌 전략 의도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은 물론 그르치게 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일 협력의 끈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도 미국에 매달려 한국이 지소미아 중단을 번복하게 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대한 수출금지와 화이트국가 배제 당시 한국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려고 했던 당시와는 역전된 상황이다. ━ 미국의 다음 대응 카드는… 현재도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으로 한국에 부담을 주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지소미아 중단 또는 파기는 한일 문제를 넘어 한미동맹의 문제로까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외교력을 발휘할까.-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08.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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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 | 수익성 세계 최고기업은 사우디 아람코 애플은 오래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 아람코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회사 실적을 공개했다. 그 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살펴봤더니 지난해 1111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경쟁사들을 크게 앞질렀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의 순이익은 애플, 구글 모기업 알파벳, 그리고 엑손 모빌을 모두 합친 것과 같은 규모였다. 사우디 아람코의 재무실적은 1970년대 그 회사가 국유화된 이후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상장기업 또는 기업공개를 계획 중인 기업의 실적만 발표되고 전 세계 상당수 기업 특히 국유기업의 실적은 공개되지 않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공개는 지난해로 예정됐었지만 2021년으로 연기됐다.- 카타리나 부크홀츠 스타티스타 기자 ━ 이란 | 트럼프 대통령,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8일 미국이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할 것임을 확인했다. IRGC는 이란군에 속한 정예부대다. 과거 워싱턴 정부가 다수의 관련 단체와 조직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지만 IRGC 자체가 공식적으로 테러집단으로 간주됐던 적은 없었다. 1941년부터 미국의 후원 아래 이란을 통치하던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을 전복시킨 이란 혁명 직후 1979년 창설된 IRGC는 이란군 내의 정예부대로 활동해 왔다. 근년 들어선 시리아 같은 지역 분쟁에 개입해 이란이 후원하는 부대를 훈련·지원해 왔다.이란의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은 IRGC가 관리한다. 이란은 사거리 최대 약 2000㎞의 미사일들을 보유한다고 밝혔다. 그 정도 사거리면 이란이 미국 우방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 군사기지들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이란은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을 위협해왔으며 강경파들은 수시로 지역 라이벌인 이스라엘을 전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트럼프 정부는 또한 1996년 19명의 미국인이 희생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코바르 타워 폭파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테러 공격과 음모의 배후에 IRGC가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정부는 아프리카와 유럽 국가들을 표적으로 했다가 적발돼 미수에 그친 음모와 계획들을 거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테러단체 지정은 “IRGC를 지원하거나 함께 사업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명백히 보여준다… IRGC와 사업할 경우 테러를 후원하는 격이 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4월 15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곧바로 트럼프 정부의 결정을 규탄했다. “미국이 그런 결정을 한다면 이란 공화국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8일 밝혔다.- 제이슨 레몬 뉴스위크 기자 ━ 영국 |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체포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7)가 7년 가까이 숨어 지내던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에콰도르가 그의 망명자 신분을 박탈한 뒤였다. 런던 경시청은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가 나이츠브리지의 대사관으로 경찰관들을 불러들인 뒤 어산지를 연행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어산지는 2012년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던 스웨덴으로의 신병 인도를 피하기 위해 에콰도르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었다. 그는 2017년 취하된 스웨덴 사건은 자신을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책략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위키리크스 플랫폼을 통해 비밀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다.어산지가 미국 송환을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에 사형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어산지의 변호사 제니퍼 로빈슨은 어산지의 체포가 미국의 송환요청과 관련됐다고 트위터에 올렸으며 런던 경시청도 이를 확인했다. 웨스트민스터 치안판사 재판소(하급 재판소)는 2012년 6월 29일 어산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의 신병을 스웨덴에 인도하기 위한 법원 출두 명령에 응하지 않아 보석조건을 위반했기 때문이다.런던경시청은 성명을 통해 “그는 런던 중심부의 한 경찰서에 구속·수감됐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웨스트민스터 치안판사 재판소에 출두한다”고 말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비디오 성명에서 어산지에 대한 근 7년 만의 망명처 제공 취소 결정을 설명하면서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강조했다.“오늘 나는 에콰도르에 대한 어산지의 무례하고 공격적인 행동, 그와 관련된 조직의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선언 그리고 특히 국제조약의 위반으로 인해 어산지의 망명을 지속할 수 없고 더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셰인 크라우처 뉴스위크 기자 ━ 건강 | 언어로 표현하면 분노 억제할 수 있다 분노는 여러 단계의 강도 변화를 거치는 감정이다. 그리고 너무 심해질 때는 감정이 폭발하거나 무너져 내릴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면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신경학자들이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감정을 복잡한 단어로 묘사했더니 사람들의 스트레스 강도가 낮아져 파괴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한 기사에서 이 같은 결과에 덧붙여 특정 문화에는 순간적으로 사람이 느끼는 분노의 유형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더 감정적인 단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그리스어에선 일시적인 분노에는 ‘orge’, 오래 지속되고 더 강력한 감정엔 ‘menin’이라는 단어를 부여한다. 독일어에도 ‘backpfeifengesicht’라는 단어가 있는데 ‘따귀를 갈겨야 할 얼굴’이라는 강한 의미다.감정을 단어 같은 더 구체적인 형식으로 변환함으로써 내부에서 그런 감정이 분출되면 육체적으로 반응하려는 충동이 줄어든다. 신경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은 대체로 뇌에서 생성되며 실제로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부정적인 것에 반응해 얼굴을 찡그리는 것은 뇌의 지시에 따른 반응이다.배럿은 ‘남의 불행에 즐거워하는 기분’이라는 단어를 거론하며 그 단어를 모른 상태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더라도 그 느낌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그 단어를 접하고 의미를 이해하면 그런 감정이 촉발되면서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경향을 보인다.이번 연구에선 감정묘사가 세밀해지면 인간이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경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그런 감정이 인지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단어가 반응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분노의 정체를 파악하고 억제할 수 있을 때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솔루션을 더 잘 찾을 수 있다.- 바네사 닥터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9.04.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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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vs ‘북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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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냉전 종식 이래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했지만 북한은 남측에 비밀리에 숨겨둔 미국 핵 있다며 동시 폐기 주장하면서 협상 난항 2018년 12월 말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였다. 나는 어느 한국 관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반도 ‘비핵화’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역사적인 협상의 핵심에 놓여 있는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위 보좌관인 그 한국 관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치된 정의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와 미국, 또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비핵화’의 정의와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심지어 우리 정부 내부에서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얼마 전까지 만해도 완연한 해빙 무드가 감돌던 듯했던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갈수록 냉랭해지는 주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핵위기가 “대부분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성급한 판단이었다. 2018년 11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되면서 북한은 갑자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사이의 예정된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다.그러다가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 2018년 12월 16일 북한 외무성이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성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 내의 고위 정객들이 신뢰 조성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과 인권소동의 도수를 전례없이 높이는 것으로 우리가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타산하였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으며 오히려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과장 어법으로 설정한 대북한 화해의 길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양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너무도 뻔한 결과였다. 비핵화로 가는 길은 언제나 트럼프 정부가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먼저 미국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에서 이룬 모든 성과와 사용한 모든 핵재료를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다음에야 북한이 원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상에는 경제제재의 종식(한국·중국·일본·미국의 막대한 투자가 따를 수 있다)과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과 평화협정, 북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인정(수교)이 포함된다.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이런 요구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터무니없다고 본다. 앞서 인용한 그 한국 관리는 “북한으로선 그런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모든 절차에 앞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강요하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핵프로그램을 기꺼이 자발적으로 포기한 국가들의 역사적인 사례를 지적한다. 민주화 후의 남아공과 소련 해체 후의 우크라이나가 그 예다. 북한도 그렇게 하면 투자가 흘러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미국은 말한다.북한을 상대해본 전·현직 외교관들에 따르면 미국의 그런 입장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극심한 불신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할 때 그들의 의중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라. 당연히 북한은 한국이 미국 핵우산에서 떨어져 나오기를 원한다.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방어할 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는 미국의 공중·해상 전략 핵무기를 말한다. 하지만 북한은 그보다 훨씬 더 깊게 본다.미국 외교관과 정보관리들은 미국이 한국에 비밀 핵무기를 감춰뒀다고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북한은 2018년 12월 20일 성명에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무기를 비롯한 침략무력이 전개돼 있는 한국 지역을 포괄하며, 한반도를 겨냥하는 모든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대북적대시 정책을 끝내고 부당한 제재조치를 해제하라”고 강변했다.실제로 미국은 1990년대 초 한국에서 모든 전술핵을 철수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은 북한이 미국을 사악한 국가로 몰아붙이기 위해 사용하는 내부용 선전과 일치한다. 북한은 1950년 미국이 북한을 침공함으로써 한국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실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이 남한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또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를 영구히 분단시키려 하며, 언제라도 북한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선전한다. 서방의 대다수 외교정책 분석가들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 지도부가 국방비 지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사용한다고 추정한다.그렇다고 북한 측 인사가 미국과 한국 외교관을 포함해 외부인들과의 사적인 대화에선 유용한 선전 수단으로 그 같은 기이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북한 전문가로 김일성부터 김정일-김정은에 걸친 거의 모든 대미발언과 행동을 비교·분석한 저서 ‘전갈의 절규-북한의 대미 불신의 기원과 내면화’를 펴낸 김성학 박사는 “그들은 공개적으로 한 말을 실제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DNA에 그런 성향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에 비밀 핵무기를 숨겨뒀다고 김정은 위원장도 실제로 믿는다는 뜻일까? 외교관들은 그 점은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미국 관리는 김 위원장의 군사 보좌관들 중 일부가 그렇게 확신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미국은 북한이 아무 것도 숨긴 게 없다고 모두가 만족스럽게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북한의 핵시설이 국제 사찰을 받아야 하고 24시간 감시되는 비핵화 과정을 원한다. 그것이 CVID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미군과 한국군 군사기지의 사찰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측의 고위급 회담에선 지금까지 그 문제가 거론되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이 그런 조건에 동의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그러나 그것이 외교의 허약한 속성을 잘 말해줄 수는 있다. 2018년 12월 16일 논평에서 북한 외무성은 “뿌리깊은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우리는 신뢰 조성을 앞세우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별로 해 나가는 방식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해나갈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현실적인 요구를 한다고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지금 국제사회는 우리가 주동적으로 취한 비핵화조치들을 적극 환영하면서 미국이 이에 상응하게 화답해 나올 것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미관계 개선의지를 피력한다. 바로 이러한 때에 미 국무성이 대통령의 말과는 다르게 조미 관계를 불과 불이 오가던 지난해의 원점상태에로 되돌려 세워보려고 기를 쓰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물론 약간의 과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목표로 김 위원장과의 성공적인 ‘협상’을 자랑하길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미국 국무부 내부에도 북한 측 상대자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관리들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지금 협상을 진전시킬 최선의 길은 신뢰 구축 조치를 더 많이 취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말한다. 북한의 미사일 테스트 프로그램 임시 중단과 미국의 일부 한미 합동 군사훈련 일시 중단을 뛰어넘는 과감한 행동을 말한다. 사적으로 그들은 ‘북한이 2021년까지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이뤄질 수 없는 목표’로 본다.먼저 북한의 기술 전문가와 미국·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전문가들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비핵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선의와 신뢰를 쌓기 위해 그들은 북한의 핵시설에 IAEA의 핵안전 조치를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 시작을 알리는 구체적인 조치에 따라 즉시 한국의 북한 투자가 시작되도록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한국에 비밀 핵무기를 숨겨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설득해 북한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미국이 북한의 궁극적인 비핵화를 진지하게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런 조치는 충분히 취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반대의 전망이 더 유력한 듯하다.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고 2018년 6월의 북미 정상회담이 선전을 위한 깜짝쇼에 불과한 것으로 규정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2019.01.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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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사파리

국제 이슈

황폐화됐지만 광물 풍부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무기와 병력 보내는 러시아. 서쪽으로 기울었던 아프리카 세력균형의 추를 동쪽으로 돌려놓기 위한 첫걸음이다 장베델 보카사 황제가 한때 군림했던 허물어져가는 궁전에 새 손님들이 찾아왔다. 1970년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통치하는 동안 보카사 황제는 성대한 대관식 연출에 1년치 개발원조를 투입하고 죄수들의 고문을 직접 지휘했다. 그러나 1966년 보카사 집권을 후원했던 프랑스 정부가 1979년 그를 축출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러시아 군인들이 베렝고에 있는 이 허물어져가는 궁전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세력 판도의 변화가 서방에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냉전시대 동맹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아프리카로 진출한다.러시아 과학원의 에브게니 코렌디아소프 러시아-아프리카 학 연구팀장은 “아프리카를 둘러싼 전쟁이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져 있으며 소비에트 시대 이래 러시아의 영향력은 쇠퇴해 왔다. 그에 따라 크렘린 정부는 외교·경제·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영향력과 신시장의 확대를 꾀한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수계약을 체결하고,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입찰하고, 우주 통신을 확대하고, 탄화수소 광상을 개발하고, 더 비밀스런 작전을 따라 공개적인 군사개입을 벌이는 등의 방법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에 있는 유엔 고위 치안 당국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입지를 구축해 북부의 수단, 남부의 앙골라를 잇는 영향권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옛 식민지 종주국으로 반감이 크고 미군 병력은 떠났다. 이 지역은 먼저 차지하는 쪽이 임자다.”유엔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나라로 꼽는다. 광물 자원은 풍부하지만 분열되고 정부가 열악하다. 2013년 셀레카라는 무슬림 중심의 반군 연합이 정부를 전복시키면서 내분이 일어났다. 잔혹행위가 폭넓게 횡행하자 기독교 공동체들이 반-발라카라는 자경 민병대를 결성했다. 양측의 충돌로 수천 명이 희생됐다. 2016년 포스탱 아르상제 투아데레 대통령의 선출 이후 잠시 평화가 찾아왔지만 그해 후반 셀레카 파벌 간에 폭력사태가 벌어진 뒤 계속 확대돼 왔다. 독립 이후 수십 년 역사가 쿠데타와 정치불안으로 점철됐으며 파견된 국제 연합군도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했다. 그 틈새에서 크렘린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전문가들은 (초기) 낮은 수준의 개입은 비용이 거의 안 들지만(그리고 금방 뒤집어질 수 있지만)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프라하 국제관계연구소의 마크 갈레오티 선임 연구원은 “적당한 기회를 잡아 서방의 이해가 걸린 분야에 뛰어들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강대국 이미지를 과시하는 러시아의 접근법과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투아데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소치의 흑해 리조트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의 무기반입을 유엔이 금지했지만 그 뒤 모스크바 정부가 로비공작을 벌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빈약한 군대에 무기와 탄약을 기부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냈다.서방 기관들이 자금을 지원하고 평화유지군이 뒤를 받쳐주지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수도 이외 지역에선 거의 힘을 쓰지 못하며 반군이 약 3분의 2를 장악하는 영토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지원을 선뜻 받아들였다.러시아 외교부는 자신들의 원조가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개입이 확대되면서 지역의 서방 관계자들 사이에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그들의 활동이 초기의 무기 기부에서 전선 정찰, 전국적인 무기수송, 잠재적인 채굴사업권, 반군과의 회담, 그리고 용병으로 의심되는 병력의 배치 등으로 확대됐다고 고위 관계자들은 뉴스위크에 말했다.워싱턴 정부는 최근 그 대응책으로 방기 주재 미국 대사관에 군사보좌관을 새로 파견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마크 초우트 중령이 현재 워싱턴 정부의 ‘군사 협상대표’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관련해 미국의 지분을 보호하고 확대하는 역할이다.” 미국의 ‘지분’이란 차드 호수와 동아프리카 주변의 대테러 작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하는 ‘안정’을 의미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그것을 저해할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어떤 정책 이니셔티브든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미국이 경찰관 훈련에 개입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군대에 군용차량을 기증하지만 러시아는 이미 전투지역 깊숙이 부대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의 케네스 글럭 부지휘관은 콩고민주공화국 국경의 무법도시 방가수에 러시아 군사 교관 10명 안팎이 배치됐다고 말한다. 정부군 병력의 기지 건설을 돕고 반군단체를 공격하기 전에 전투지역에서 사기를 키워주려는 목적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러시아의 거래는 서방이 임명한 지도자들과의 거래에서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의 군사 대표들이 북부 오지로 날아가 반군 지도자뿐 아니라 반군 지도자 출신의 미셸 조토디아와 협상을 벌였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옛 소련 주민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교육받고 2013년 권력을 잡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거래는 자국 군수산업을 동원해 세계 주요 강대국 지위를 되찾으려는 더 광범위한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특히 그들은 서방 강대국들이 빠져나간 지역을 겨냥한다. 러시아 외교부 관료 출신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러피언대학 니콜라이 코자노프 전임강사는 “전쟁터에서 러시아의 무기가 신뢰성을 입증하면서 시리아 전쟁이 러시아 군수업체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입법가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면 러시아가 아프리카 전체적으로 계약을 따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웃나라 차드·카메룬·콩고민주공화국·수단·남수단 등의 통치자들이 내분과 이슬람주의자 반란으로 군비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무기판매 확대는 국내에서 ‘핵심 유권자 기반’을 강화해 권력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미국 국무부 관료 출신의 폴 스트론스키는 말한다. 바로 러시아군-산 복합체다.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옛 소비에트 시대 절정에 달했다. 당시 러시아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KGB 요원들을 배치하고 냉전 시대 대리전을 수행하는 공산주의 반군들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서방 강대국들과 샅바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1990년대 옛 소련의 몰락으로 영향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경제난에 빠지면서 러시아는 해외활동을 축소하고 수많은 대사관을 폐쇄해야 했다. 러시아는 다시 일어섰지만 경제가 중병에 걸리면서 자원이 줄고 내세울 만한 이념이 없어졌다.아프리카 주재 경험이 있는 한 러시아 외교관은 외교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익명을 조건으로 “소비에트 시절 한때는 아프리카에서 누구에게든 어떤 명령이든 내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옛날얘기”라고 말했다. “러시아 지도자들에게 아프리카는 미국과 영향력을 다투는 전쟁터였다. 우린 전에는 통 큰 후원자였지만 지금은 그만큼 재정적 자원을 동원하지 못한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외교적·군사적 개입을 줄여나가면서 푸틴의 아프리카 비전이 확대된다.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주요 안보 파트너가 되려 애쓰는 데는 국제적인 고립에 맞서고, 고조되는 성전주의의 위협을 물리치고, 풍부한 아프리카 천연자원의 혜택을 보려는 목적이 있다. 이는 러시아의 해군 주둔을 확대하고 아프리카 지도자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글로벌 행동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충해 미국을 약화시키고 서방의 작전 능력을 제한할 잠재력이 있다.지중해 해안부터 아프리카 남부의 초원까지 러시아의 움직임은 냉전 초기 이후 유지돼온 기존 체제를 흔들어놓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1990년대 중반부터 테러를 퇴치하고 나토 파트너 국가들의 국경을 강화하기 위해 사하라 사막 주변 국가들과 협력해 왔다. 이들 파트너 중 모로코와 알제리는 과거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가 호전되고 있다.더 중요한 변화는 나토의 또 다른 지역 우방인 이집트와 러시아의 관계 재개다. 이집트는 1970년대 옛 소련에 등을 돌리고 아랍 지역에서 워싱턴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 됐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이집트와 러시아가 다시 밀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러시아 기업들에 유럽과 아프리카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업지대뿐 아니라 러시아가 이집트에 짓는 원전 설비의 예비 계획 수립 과정을 지휘했다.이 같은 동반자관계의 부활은 러시아 군용기들이 이집트의 영공과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예비 합의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전략지정학적인 이집트 지역에서 옛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 시대 이후 최대 규모의 러시아 군대가 주둔할 수 있게 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권이 확대된다. 러시아와 이집트는 공격헬기, 미사일 시설, 해안 방어 시스템, 미그 전투기 50대를 이집트에 공급하는 35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 계약에 서명해 이 같은 유대를 공고히 했다. 러시아 군사력을 상징하는 미그기 계약은 옛 소련 이후 최대 규모다. 이집트와 러시아 간 협력은 이웃 리비아의 내전으로 확대된다. 리비아는 현재 외세의 지원을 받는 반대세력들의 내전으로 황폐화됐다. 푸틴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은 리비아 동부의 실력자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을 지원한다. 하프타르 장군은 서방의 지원을 받는 트리폴리 정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75세인 장군의 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각종 무기를 공급했다. 리비아 국경 인근의 이집트 서부 사막에 병력을 배치하고 이집트 공군 기지를 공습 거점 삼아 하프타르의 장악지역을 확보하고 확장할 수 있다. 러시아의 노림수는 뭘까? 부흥하는 세계 강국으로서 러시아의 역할을 키우는 한편 석유자원 풍부한 리비아 사막에서 미래의 경제적 계약을 선점하는 것이다.러시아 외교부의 안드레이 케마르스키 아프리카 국장은 크렘린의 아프리카 파트너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서방 국가들의 압력에 맞서는”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의 군사지도자들에게 걱정거리다.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의 토마스 월드하우저 장군은 지난 3월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러시아가 나토의 남쪽 측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파고들면서 미국을 밀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러시아는 (특히 옛 소련 우방들 사이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사하라에서 남쪽까지 뻗치는 초승달 모양의 세력권을 형성하려 한다. 그중 하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군사지원과 기술적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수백 명의 학생을 러시아 대학으로 유학 보낸 앙골라다. 내전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정치적 안정을 이룬 나라로 손꼽히는 앙골라는 세력확장을 꾀하는 러시아의 주요 타깃이다.과거 옛 소련의 후원을 받은 앙골라 여당은 그 뒤로 러시아 외교정책의 주요 치어리더 역할을 맡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을 모색하는 시점에 러시아의 국유 기업들은 앙골라의 상당한 가스전·유전에 눈독을 들인다.통신은 또 다른 주요 협력분야다. 러시아 우주청은 앙골라 최초의 국가 위성을 개발했으며 제2의 위성 개발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동기는 의심스럽다. 크렘린과 연계된 고도의 해킹 그룹이 미국·유럽 정부 기관을 겨냥한 악의적인 사이버 정탐 공격의 진원지를 불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의 상업 위성통신을 해킹했다고 알려졌다.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최근의 아프리카 동남부 순방에 앙골라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옛 소련 우방국 에티오피아·모잠비크·나미비아·짐바브웨에도 들렀다. 복귀를 알리는 이 순방외교는 무기거래 확대, 다이아몬드 광상 개발권 확보, 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외교정책협회(AFPC)의 스티븐 블랭크 선임 연구원은 그 여행이 “서방에 도전하는 러시아의 전반적인 글로벌 정책의 일환”으로 라브로프 장관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자신들의 솔루션을 강요하려 노력한 것은 서방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에티오피아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아프리카 연합(AU, 나토의 핵심 파트너) 본부를 방문해 무사 파키 마하마트 집행위원장과 함께 범죄자와 테러범들에 맞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다짐했다. 두 사람은 아프리카와 러시아 학계 간의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해 옛 소련 시대의 학술 교류를 연상케 했다. 나토의 한 대변인은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확대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나토의 고위 관계자가 AU에 주재한다).러시아의 아프리카 진출 시도가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미국의 아프리카 최대 영구 군사기지는 지부티에 있다. 작지만 홍해의 전략 요충지에 위치한 국가이며 미국이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수행하는 대테러 작전의 출발점이다. 지난해 8월 미국 기지 인근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건설돼 미군 지휘부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지부티 외교장관에 따르면 “대리전의 각축장이 되기”를 원치 않는 지부티는 자국 국경에 러시아의 기지 건설을 금지했다.이웃한 수단이 러시아로선 더 확률 높을지 모른다. 수단은 크렘린의 충성스런 우방이며 러시아제 군사장비의 오랜 고객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로 수배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는 러시아제 제트기와 방공 시스템 구매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자국의 홍해 해안에 기지 건설을 제안하고 수단에는 “미국의 공격적인 행위로부터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러시아 군대가 이미 수단에 발을 들여놓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11월 수단 사막에서 러시아 교관들이 현지 군인을 훈련시키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한 친크렘린 신문의 기자 알렉산더 코츠가 올린 동영상이다. 러시아의 한 참전군인 단체는 최근 크렘린의 그림자 전쟁에 관한 오랜 침묵을 깨고 러시아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리비아·수단 등 해외 전쟁지역으로 사설 군사 하청업자들을 파견한다고 밝혔다.미국·프랑스·영국 등 많은 나라가 사하라 사막 남부지역의 변화무쌍한 불모지에서 작전을 할 때 군사 기업에 의존한다. 의료구조, 보급품수송, 그리고 더 전투적인 활동에 그들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러시아 용병들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은밀하면서도 광범위하게 동원돼 특히 악명을 떨친다. 이들 중무장한 용병 중에는 와그너 그룹 소속이 많다. 크렘린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설 군사 기업이다.러시아 병사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에서 반군들과 접촉하는 휴대전화 동영상도 등장했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많이 매장됐다고 알려진 이 지역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부흥을 위한 인민전선’이라는 막강한 무장단체가 장악하고 있다. 프랑스어 두문자어 FPRC로 알려진 이 단체는 인권단체들로부터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는다.뉴스 채널 프랑스 24의 한 보도는 지난 5월 “러시아와 연계된 민병대원 55명”과 의료장비를 운반하는 18대의 트럭으로 이뤄진 러시아 호송단을 FPRC의 군사 지도자 압둘라예 이쎈이 멈춰 세우고 수색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이쎈은 군사장비도 찾아내 그런 화물은 “우리 계약에 없는 것”이라며 당당히 압수한다.수색이 끝난 뒤 트럭들은 계속 동부로 이동해 긴장감 감도는 반군 거점 브리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FPRC의 고위 관계자 이브라힘 알라와드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는 “이곳에서 러시아인들을 만났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들은 ‘우리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병원을 세우고 싶다 …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의 상대가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고 했다.”상업적으로 그 러시아인들은 골드러시를 기대할지 모른다. 프랑스의 한 조사에선 지난해 11월 방기에 설립된 치안업체가 ‘귀금속 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광산업체 책임자와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출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반군들은 거래에 큰 관심을 보인다.모스크바의 시리아 개입에서도 러시아의 유사 업체들이 이익을 챙긴다. 그중 하나가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에브로 폴리스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압류한 유전·가스전에서 챙긴 몫의 일부를 용병들에게 나눠주는 시리아 내 와그너 그룹 사업의 위장 조직으로 의심받는 업체다. 푸틴의 최측근 그룹 중 한 명인 예브게니 프리고친이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업가가 그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며 미국의 금융·여행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시리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커넥션은 앞으로 더 깊어질 듯하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 러시아에 장기 임대해준 공군 기지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수송기가 시리아에서 수단으로 화물과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는 듯하다. 그 뒤 계속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까지 날아가는 듯하다고 비행 경로 데이터를 인용해 러시아 분석가들이 말한다.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 대변인은 러시아인이 채굴 프로젝트를 공식화한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외교부는 이미 “광물자원 탐사 파트너십의 상당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글럭 평화유지군 부지휘관은 “러시아인이 몰려들기 시작했을 때 투명성 결핍이 걱정거리였다”고 털어놓았다. 러시아 지도층은 모스크바의 목표에 숨겨진 의도는 없지만 반군들이 그런 위협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FPRC의 알라와드는 “푸틴은 아프리카 어디에든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원이 많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다. 우리는 제2의 시리아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잭 로시

2018.08.20 11:11

10분 소요
“북한, 핵탄두 20~25개 보유”

국제 이슈

김정은 정권의 대미 군사적 위협에 관한 10가지 팩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국의 도시들과 군사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북한과의 긴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도록 중국이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다 주 팜비치 카운티의 골프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중 간 유류 밀거래 의혹과 관련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흘러들어 가도록 계속 허용하는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북한 선박들이 지난해 10월 이후 서해 공해 상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중국 국적 추적 선박들로부터 유류 등을 넘겨받아 밀수하는 현장이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됐다는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그는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우호적 해결책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을 비난했다.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열띤 말싸움을 벌이며 서로 전쟁과 군사행동으로 위협했다. 잔인하고 비밀스러운 김정은 정권은 세계 최대 규모에 속하는 상비군(약 119만 명)을 유지하지만 그곳 주민은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김정은 위원장이 허세를 부리는가 아니면 정말 미국 본토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가? 뉴스위크는 ‘은둔의 왕국’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관한 10가지 팩트를 정리해봤다.1.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1년 말 권력을 세습한 이래 약 100차례의 탄도미사일 테스트를 실시했다. 지하 핵실험도 여러 차례 했다.2. 김정은 정권은 핵탄두 약 20~25개를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3. 지난해 11월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은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더 높은 고도 4475㎞에 도달했다. 사거리는 1만30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본토 전체가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뜻이다.4. 북한은 높은 빈곤률에도 2004~2014년 군비로 매년 약 35억 달러(약 3조7000억원)를 지출했다.5.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한다면 서울과 도쿄에서만 사망자가 210만 명에 이를 수 있다.6. 북한군은 항공기 약 1300대와 헬기 약 300대를 보유한다.7. 북한군은 전함 430대, 잠수함 70척, 전차 4300대, 다연장 로켓 발사기 5500대를 보유한다.8. 주한 미군 병력은 약 2만8500명이다. 그들이 북한의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9. 한반도를 분단하는 남북한 사이의 비무장지대는 양측이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다.10. 지난해 남한에 도착한 탈북자는 약 780명으로 전년 대비 약 13% 줄었다.- 크리스티나 실바 뉴스위크 기자

2018.01.15 08:59

2분 소요
중국 vs 미국 글로벌 리더십 누가 차지할까

국제 이슈

미국이 패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은 권위주의 정치 시스템 탓에 지도력 인정 받기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단 한 가지 측면에서만 ‘역사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으로 미국이 뒤늦게나마 글로벌 리더십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으로 눈을 돌렸다는 사실 때문이다.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떠오르면서 그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미국의 리더십 시대는 막을 내렸다. TV를 보는 모든 미국인은 그런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언론이 중국 베이징과 베트남 다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를 보도하면서 그런 점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그들 도시에서 두 사람은 아시아의 미래를 두고 서로 다른 비전을 제시했지만 언론은 그들이 동등한 권위를 가진 것처럼 다뤘다.이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더는 아닌 듯하다. 현재로선 미국과 중국이 동등하게 취급받는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의 공식 수교 이래 지적재산권부터 환율, 인권 문제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부른 쟁점 대부분은 양자 관계에 국한됐다. 그러나 이제 두 나라는 자국의 가치와 정책을 국제무대가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세계질서 구축을 위해 경쟁을 벌인다.남중국해에선 암초와 바위에 대한 영유권보다는 국제법이나 절대적인 힘을 가진 특권기구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큰 일이다. 무역과 투자 분쟁에선 한쪽의 개방성·호혜성·다자주의와 다른 쪽의 보호주의를 세계 각국이 어떻게 봐야 하느냐가 쟁점이다. 문화와 미디어, 시민사회의 영역에선 국가의 이익이 집단이나 개인의 자유에 비해 어느 정도 중요한지 판단하는 것이 핵심적인 차이를 이룬다.이런 경쟁의 무대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은 파트너십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세계적인 공동선을 추구하며, 다자주의에 입각한 제도와 기구를 만들고, 전 세계에서 소프트파워와 경제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책과 비전이 보편적으로 용인될 수 있도록 정통성을 확립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지켜본 국제정세 분석가 중 다수는 G2 양자 경쟁에서 중국이 앞서고 있으며 미국은 이미 패했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일인 지배 체제를 굳혔다. 그러나 미국과 국제 언론이 그런 점을 과대평가한 면이 있다. 그 영향으로 앤서니 J. 블링켄 전 국무부 부장관 같은 지식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십을 중국에 넘겨주고 있다”고 말했을지 모른다. 그런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중국의 성취에 대한 감탄을 똑같은 수준으로 반영한다. 다른 한편으로 시 주석이 자신의 글로벌리즘 찬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국수주의 허풍의 대조를 구태여 강조하는 연설로 그런 비교를 부추긴 면도 있다.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 시 주석의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바로 며칠 전에 나왔다. 그 연설은 만약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원치 않는다면 중국이 기꺼이 세계질서를 떠받치겠다는 선언으로 널리 해석됐다.10개월 뒤의 제19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선 시 주석이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중심 역할을 떠맡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리더십을 원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이 모방할 수 있는 모델은 중국이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 연설 사이에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열망이 근거 있는 듯이 비춰졌다.시 주석 아래서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같은 중요한 지역 기구를 출범시켰다. 또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세웠고, 신실크로드 전략으로 불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로 투자했다.세계 최대의 중산층과 무역 규모,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은 ‘국가종합실력’의 대부분 지표에서 급성장한다. 그에 따라 중국은 서태평양의 안보구조 재조정과 미국의 전략정책 재평가를 요구한다.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인 정치 시스템 탓에 중국의 제도적·이념적인 영향력은 해외에서 대부분 환영 받기 어렵다. 중국의 힘이 더 강해진다고 해도 시 주석이 제19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선언한 ‘중국 모델’은 현대 세계를 이끌 중국의 능력을 방해할 게 분명하다. 중국의 리더십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들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중국이 다면화된 글로벌 시스템을 진정으로 이끌기 원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보스와 다낭에서 시 주석은 신중하게도 ‘경제 세계화’만 거론했다. 글로벌리즘의 정치적·안보적·문화적·규범적인 측면은 쏙 빼놓았다.그는 중국이 찬란했던 옛 영광과 최근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했던 무역 정책을 이끌 자격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건드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이 말하는 중국은 물질적·기술적 웰빙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을 이끌 준비를 갖췄다는 뜻이다. 그는 그것을 ‘인류운명공동체’라고 불렀다. 그러나 법의 지배,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대의정체, 사회적·문화적·정치적 다원주의 등 국제적 현대성의 특징과 개방된 시장, 글로벌 공급사슬 등을 증진할 수 있는 가치와 제도를 옹호하진 않았다.이런 사실은 중국의 글로벌 비전에 중대한 제한을 가한다. 쉽게 비교하자면 맹점이 있다기보다 눈 하나가 완전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시 주석은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이끌겠다고 제안했지만 중국 스스로 그 원칙을 수시로 위반한다는 모순도 커 보인다. 현실 세계의 실적이 이상적인 리더십을 손상시킨다는 뜻이다.중국의 높은 관세 장벽, 상대적으로 폐쇄된 경제, 지적재산의 침해와 강압적인 이전, 국가 정책의 일방적인 선전, 정치 문제를 빌미로 파트너를 무역으로 보복하는 행위는 시 주석의 경제개방 선언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제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지혜’가 세계를 이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그는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서 진지한 해결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다보스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세계화 탓으로 돌릴 수 없다”며 “글로벌 리더들은 개방과 협력을 밀어붙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아프리카 난민 유입은 시장 개방이 아니라 전쟁과 분쟁, 지역적인 혼란 때문이며, 평화를 약속하고 화해를 도모하고 안정을 회복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이것이 소위 ‘시진핑 사상’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건 전쟁과 분쟁, 혼란 같은 특정 단어의 반의어가 평화, 화해, 안정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얘기일 뿐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어 누가 봐도 정책 지침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의 난민 문제에 관한 장황한 언급은 2014년 내가 중국의 한 국제관계 학자와 가진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내게 중동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시 주석의 새로운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시 주석이 그런 제안을 했는지 잘 모른다며 그게 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반드시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시 주석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제안이 아니라 그냥 하기 좋은 말처럼 들렸다.더구나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열의가 진지하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리더십을 따르고 싶어 하는지 여부도 문제다.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국제관계 교수이자 한국학연구소장인 데이비드 강은 2013년 쓴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은 인민을 위한 경제 성장의 가치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들이 본받으려 하거나 공유하길 원하는 다른 가치는 거의 다 옹호하지 않는다. 먼 옛날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오래 지속된 문명의 발생지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시아에서도 문명적인 영향력을 더는 갖지 못한다. 문명을 꽃피웠던 고대 그리스와 달리 현대 그리스가 지금 유럽에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보라. 중국도 그와 마찬가지다. 현대 동아시아 국가나 사람들이 문화적 혁신과 국가적 가치, 현 시대의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동아시아 지역은 중국 리더십을 원치 않을 뿐 아니라 중국의 의도도 완전히 불신하지만 그런 사실은 중국 학자들에게 제시하는 외교적 이론에 의해 가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피에는 남을 침략하거나 세계를 억눌러 제패하려는 유전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천하’와 ‘왕도’ 사상에 뿌리를 둔 어진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세계를 안심시켰다. ‘천하’ 이론은 외국인이 자신의 문명 수준이 낮다고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중국에 복속되는 데서 중국의 탁월함이 나온다는 것을 가리킨다.시 주석은 중국이 이웃을 강압하는 미국식 ‘패도(覇道)’가 아닌 도덕과 인의를 앞세운 ‘왕도(王道)’로 국제질서를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왕도’ 아래선 지배적인 국가가 뛰어난 미덕과 자애를 베풀면 그 점을 인정하는 나머지 국가들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폭력을 통해 의지를 관철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요지다. 동남아에서 그런 발상을 환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시 주석의 민족적인 유전학이 아니라 남중국해의 인공섬 건설을 통한 영유권 확대를 근거로 중국의 패권을 직시한다. 지난해 7월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9단선’(남중국해에 그은 U자 형태의 선으로, 이 일대 바다의 90% 차지한다)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PCA는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권리 주장과 인공섬 건설은 국제분쟁을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분쟁 지역의 산호초 및 자연환경을 파괴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중국은 PCA의 판결을 무시할 것이며, 남중국해에서의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무력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이익을 존중한다는 정신이 모든 아세안 회원국들의 사고방식에 내면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싱가포르 외무부 자문역인 빌리하리 카우시칸은 지적했다. 다시 말해 중국에 복속되는 국가들은 왕도 아래 펼쳐지는 자비의 대가로 정신적 자율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중국은 중화주의를 내세우며 자국의 우월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리더십을 떠맡음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을까? 내가 보기엔 아직 그런 증거는 거의 없다. 현대의 글로벌 리더라면 작고 큰 모든 국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을 제시해야 한다. 자국의 이익보다 글로벌 시스템의 이익을 앞세워야 하는 경우도 많다. 자국민에게 먼 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워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또 예고 없이 닥친 상황에 직면하면 정보가 불충분해도 위험부담이 큰 행동을 과감히 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비난도 무던히 감수해야 한다.그러나 중국의 정치 문화는 리더십의 그런 불가피한 측면을 혐오한다. 중국 공산당은 인민에게 언제나 고도로 도덕적이며 교화적인 용어로 외교 정책을 설명한다. 중국은 고유한 특성과 오랫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은 역사로 인해 다른 강대국들과 달리 이기심과 탐욕을 멀리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또 중국은 조화로운 사회를 추구하며, 자국의 안녕만을 원하고, 자신과 다른 모든 신념과 정치 체제도 존중하며, 다른 나라의 내정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한다.이런 교과서적인 사고방식이 너무나 오랫동안 중국의 집단의식 속에 주입되면서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온라인에서 해외 원조에 대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거의 5억 명에 이르는 인민이 하루 5.50달러(약 6000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중국이 왜 가난한 외국인을 도와야 하느냐고 묻는다.또 중국은 유엔 평화유지군을 가장 많이 파견한다고 걸핏하면 자랑한다. 그러나 지난해 남수단에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됐던 중국 군인 여러 명이 전사하자 네티즌은 아프리카의 평화를 지키려고 중국인이 희생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최근의 19차 당대회에서 확정된 시 주석의 두 번째 5년 임기(2017~2022년) 동안 중국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을 떠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이번 당대회에서 중국의 주요 모순을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 불충분 간의 모순”으로 정의하며 인민의 복지를 늘리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낳은 불평등과 부패 문제 등을 해결해 중국판 복지국가인 ‘샤오캉(小康, 모든 인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뜻)’ 사회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같은 대내적 도전을 고려하면 중국은 역내 영향력을 서서히 강화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문제가 심각하더라도 중국이 무력 시위와 원조 외교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특권을 주장하려는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외부의 도발이 있거나 너무 좋아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중국이 성급하게 리더십을 떠맡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또 중국은 세계적인 평판을 높이고 행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소프트파워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주장을 알리고 그대로 믿게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규제를 받는 중국의 문화는 해외에선 물론 자국에서도 호소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외부에선 중국 공산당의 관영 매체를 선전기관으로 볼 수밖에 없다.소프트파워에 대한 중국의 개념적 문제는 더 심각하고 역설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권위주의적 통치만이 국내 안정과 경제 발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그런 믿음에 따라 그들은 비밀주의에 기초한 압제적인 통치와 소통 방식을 채택했으며, 그런 관행에 길들여졌다.만약 중국이 이런 관행을 세계무대에 적용한다면 곧바로 외국인들의 거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투자를 환영하는 나라도 그 측면에선 예외가 아닐 것이다. 중국 공산당도 그런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강경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만 권위주의를 떨쳐버리고 편안하게 대화할 순 없다. 외부 세계와 긴밀히 교류하는 중국인이 너무 많아져 더는 이중 잣대가 용납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곤경에 처했다.무엇보다 중국의 통치 이론은 글로벌 리더십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시 주석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길 바라지만 그 세계무대엔 이미 회의주의, 냉소주의, 불손, 논리적 반박, 요란한 논쟁, 터무니없다는 비난과 비판이 무성하다. 중국의 공공 담론에선 전부 금지된 행위다. 그런 현실을 시 주석이라고 바꿔놓을 수 있겠는가?싱가포르 외무부 자문역 카우시칸은 “개방된 시스템의 리더는 자신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화가 좀 더 진행되면 공산당의 지배 체제가 위태로워진다고 중국 공산당은 우려가 크다.” 이런 조건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계속 키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적으로 번창할 순 있겠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이 행사했던 방식의 리더십은 중국으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다.‘시진핑 사상’의 승리주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스템을 이끌 중국의 능력은 한참 떨어진다. 그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1945년 이래 상대적으로 어느 때보다 힘이 빠진 상태지만 아직도 중국이 부러워하는 패를 들고 있다.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은 세계 문제에서 발을 빼는 쪽으로 기운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경쟁에서 이기고, 존경 받고 싶어하는 그의 욕구는 글로벌 리더십 쟁취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정책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위대함’이나 자신의 개인적인 카리스마가 발휘되는 지리적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확신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여러 가지 다른 ‘팩트’도 그에게 미국의 글로벌 이익 추구를 강요할 것이다. 나는 지난 1월 중국 문제 전문 매체 ‘차이나파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to Asia) 정책의 전략적 근거를 반드시 재발견할 것이다. 그 근거를 더 빨리 발견할수록 낫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기간에 여러차례 표명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은 아직 설익고 정의도 분명치 않으며 미온적인 언급이긴 하지만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돌아서는 과정이 벌써 시작됐다는 조짐일지 모른다.미국과 중국은 이제 쌍방간의 쟁점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정립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세계 질서에 영향을 미치려고 경쟁하는 상황으로 돌입했다. 이 경쟁의 무대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그 국가는 국제관계의 사소한 좌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통 큰 자세를 가질 수 있다. 반면 패배하는 나라는 설사 자국의 국제적인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축하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중국은 공산주의 이념에서 비롯되는 불리함을 안고 있지만 무엇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지, 자국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할지 확실히 아는 상황에서 경기장에 들어섰다. 미국은 중국보다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아울러 두 나라의 시합을 구경하는 국가 중 미국을 응원하는 쪽이 훨씬 많을 듯하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로커룸의 벤치에 혼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무심하게 TV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시합이 시작됐으며 상대가 점수를 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의 귀에는 들썩이는 관중석의 응원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하다.미국이 얼마나 오래 이런 상황을 지속할 수 있을까?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위축돼 세계무대에서 내몰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로버터 데일리※

2017.12.11 16:30

11분 소요
미국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산업 일반

2개 사단(병력 약 2만2000명)이 동쪽 강둑에 집결했다. 잘 훈련되고 수적으로 우세인 병력과 강력한 무기, 노련한 장교들, 전투 승리의 오랜 전통으로 무장한 그들은 강 서쪽의 숲과 늪에 매복한 야만적인 오합지졸 게릴라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공격 신호가 떨어지면서 포가 불을 뿜자 군사들이 일제히 강을 건너 돌격했다.그러나 결과는 허망했다. 3일만에 2개 사단이 전멸했다. 게릴라는 사로잡은 지휘관의 목을 베 강 건너로 보냈다. 다신 강을 건너오지 말라는 경고였다.현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이 아니라 AD 9년 토이토부르크 숲(현재 독일 서북부)의 전투 이야기다. 로마군단과 게르만족이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벌인 이 싸움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전투’로 불린다. 바로 거기서 로마 제국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라인강 서쪽에서 라틴어가 발붙이지 못한 이유였다.그로부터 약 2000년 뒤 미국도 그들 나름의 ‘라인강’을 건넜다. 베트남에서다. 동남아로 진군하기 전까진 미군도 로마군처럼 거의 무적인 듯했다. 또 AD 9년 후의 로마군단처럼 미군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대패한 뒤 다시 재정비하고 다른 곳에서 계속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베트남에서 과욕을 부려 엄청난 희생을 치른 뒤에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 승리보다는 패배 아니면 비싼 희생을 치른 ‘상처뿐인 승리’가 더 많았다.물론 미국이 소련군과 싸우지 않고 승리한 냉전은 예외다. 그러나 베트남전의 치욕적인 패배 이래 미국은 잇따른 주요 군사분쟁에 개입했지만 두 곳에서만 확실한 승자로 기록됐다. 1991년 쿠웨이트에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몰아냈고, 1995년엔 세르비아 공습으로 평화협정을 끌어냈다.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초반에 신속하고 극적인 승리를 거둔 듯했다. 그러나 곧 끝이 보이지 않는 게릴라전으로 진화했다. 그 씨앗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 싹을 틔웠다.따라서 지난 4월 말로 사이공 함락 4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질문이 시의적절할 듯하다. 과연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끝없어 보이는 혼탁한 게릴라전, 핵무장한 불량국가들, 러시아의 음흉한 책략, 중국의 점진적 영향력 확대 시대에 미국의 승리란 어떤 형태를 띨까?군사 전문가, 전략가, 역사학자, 전직 관리들에 따르면 러시아나 중국, 또는 이란의 중대한 오판이 없다면 미국이 가까운 장래에 치를 싸움은 확실한 승리 없이 질질 끄는 ‘저강도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점령한 적국 수도에 국기를 세우는 일도, 승리 퍼레이드도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이 빠져 있는 수렁에서 승리 비슷한 것이라도 짜내려면 전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으로선 적대세력 격파가 아니라 견제라는 목표가 역설적이거나 심지어 패배주의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9·11 테러 이래 어느 나라보다 많은 연간 5000억 달러(약 544조500억원)의 예산을 쓰는 미군은 세계 전역에 펼쳐진 작전 지역과 기술적 정교함, 파괴적 화력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와 사이버 전사들은 주요 적들을 완전히 마비시킬 능력을 갖췄다. ━ 신형 무기보다 창의적 사고가 더 중요해 그러나 지금 미국이 싸우고 있는 전쟁에선 파괴력 강한 신형 무기보다 창의적인 사고가 더 중요하다. 공습과 무인기 공격,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막강한 전자 감시 능력에도 미국은 탈레반이나 IS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사실 미군은 위력적인 기술에도 불구하고 적들의 엉성하면서도 치명적인 무기 ‘급조폭발물(IED)’조차 무력화하지 못했다.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전쟁에 완전히 신물 났다. 미국 전략가들은 이제 승리 비슷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다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육군 대령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현재 보스턴대학 교수인 앤드루 바세비치는 “이제 미국이 가진 힘과 무력 유용성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이라크에 파견됐던 존 슈웨머 중령은 2011년 미군 철수 때 귀국했다가 올해 IS에 대항할 이라크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다시 돌아갔다. 철수 당시 미군은 이라크군이 괜찮은 수준에 올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이라크군 2개 사단이 IS와의 첫 교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슈웨머 중령을 포함한 미군 훈련고문단 약 300명은 몇 달 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2㎞ 떨어진 캠프 타지에 도착했을 때야 이라크군의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았다.슈웨머 중령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라크군이 전투 능력을 갖춘 집단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떠난 뒤 그들은 무슨 훈련을 했단 말인가?” 이라크군은 서류상으로만 그럴 듯해 보였다. 미군과 연합군이 전투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수니파를 동원했을 때는 이라크군의 허약한 체질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군이 떠나자 이라크 장교단의 부패가 만연했다. 그들은 부대에 지급되는 식량과 봉급을 횡령했다. 지난해 IS가 남쪽으로 진격하자 싸울 의지나 능력이 있는 이라크군 부대는 거의 없었다.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다. 베트남전 이래 미군 고문단은 대반란전에서 언제나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세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고 적은 늘 강했다. 반면 베트콩이나 탈레반은 외국 고문단 없이도 전투를 잘 치렀다.이젠 미국도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략을 대폭 축소했다. 목표 기대치를 낮췄다는 뜻이다. 적대세력을 섬멸하는 게 아니라 단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테러공격을 막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오랜 동맹국을 보호하고, 중동 석유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대규모 지상군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표적을 공습하고 이라크군과 시리아 반군이 적대 세력과 싸울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몇 천 명의 군사고문단을 지원하는 소극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이런 전략에는 유용한 정보, 끈덕진 외교, 미 해군과 공군의 전진 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모순과 역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이라크에선 IS와 싸우기 위해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을 공중 엄호하는 동시에 예멘에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싸우는 사우디아라비아군을 지원하는 식이다.하지만 그로써 충분할까? 미국 매파는 절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군의 IS 표적 공습을 유도하는 병력을 포함해 이라크에 더 많은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대부분의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군 공격에 공군을 동원할 수 없게 되길 바란다.그러나 미국 의회의 매파가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군사 전문가 다수는 그런 견해를 일축한다. 몇몇 전·현직 미군 사령관은 중동에서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지금의 군사력 정도면 충분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들에 따르면 미국은 공습으로 이라크에서 IS의 진격을 저지했고, 저항세력 6000명 이상을 제거했으며, 지난해 6월 미군의 탱크, 포 등을 제공 받은 이라크군이 도피하면서 버린 군사 장비 대부분을 파괴했다. ━ 전략은 필요 없고 전술이 전부인 전쟁 또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이 확실한 결과를 신속히 얻을 수 없는 장기적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승리란 IS의 바그다드 점령이나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형 테러 공격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사령관을 지낸 대니얼 볼저 퇴역 중장은 “지금 미국의 전략으로도 이라크군은 IS의 발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IS를 궤멸시킨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이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다.”NSA·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 미 공군 퇴역 대장은 뉴스위크에 대테러전을 두고 “전략은 필요 없고 전술이 전부인 전쟁”이라고 말했다. “표적 제거는 임시방편이다. 상대방이 주는 시간과 공간을 정치적 해결에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면 영원히 표적 제거에만 매달려야 한다.”바세비치 교수는 이라크에서 아들을 잃었다. 그가 규정하는 승리는 분열된 중동과 남아시아가 ‘적절한 안정’을 되찾아 미국이 그곳의 전쟁에 영구히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언어, 문화, 지리, 역사를 거의 모르는 미군 병력으로 무슬림 국가를 장기 점령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그는 말했다.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패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 상당히 겸허한 해결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다.”그럴 경우 미국 정책의 급진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원조를 누구에게 줘야 할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라크와 시리아가 실패한 국가이며, 양국의 시아파 정부가 광활한 지역을 점령한 수니파 무장단체 IS를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가 그 지역을 조만간 탈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라크의 시아파 지역은 현재 이란이 지배한다. 게다가 IS가 계속 버티고 쿠르드족이 갈수록 독립 노선을 추구하면서 레반트(지중해 동쪽 이슬람권 지역의 역사적 명칭)의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다시 말해 미국이 IS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리 세력이나 미군이 소련의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싸웠던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그런 상황을 받아들였듯이 말이다. 미국은 그 전쟁의 대부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역설적이지만 냉전 당시 미국의 대리 세력이 무고한 주민을 학살했을 때 미국 정부가 못 본 체했듯이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군이나 예멘에서 싸우는 사우디군이 민간인을 학살할 때도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지 모른다. 중동과 다른 지역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의존하면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은 그들의 행동을 미국의 도덕 가치에 맞추도록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중동의 최대 난제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의 전쟁은 그토록 많은 피와 비용, 고통을 초래했지만 사실은 이 지역에서 더 큰 문제의 서곡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란이다. 바세비치 교수에 따르면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이란을 국제질서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려 한다. 그래야 이란이 지역 정치에서 합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란이 이슬람 혁명을 후원하지 않고 좀 더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이다.”그러나 핵협상이 실패하거나 이란이 속임수를 쓴다면 대규모 군사대치 가능성이 커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독자적으로 이란을 응징하겠다고 자주 협박했다. 그러나 국방 전문가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우선 이스라엘은 독자적 공습으로 이란의 모든 핵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 또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로 반격하면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그 틈을 타 이스라엘 안팎에서 유대인을 표적으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뜻이다.그럴 경우 흔히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에 나서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페르시아만에서 미 해군 5함대를 이끌었던 패트릭 월시 제독은 어느 쪽이 선제공격을 하느냐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울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월시 제독에 따르면 이란이 속임수를 쓴다면 국제사회는 경제제재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제재만으론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비책도 있다. 그런 계획은 일급 비밀이지만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이 어떤 형태를 띨지 개략적 윤곽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 나와 있다. ━ 손쉬운 승리는 없다 CSIS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앤서니 코즈먼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B-2 폭격기 10대와 첨단 전투기 90대를 동원한 대대적인 공습이 계획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모전단, 특수작전부대, 무인공격기, 미사일 방어망, 정찰기와 정찰위성 등 미국 군사력이 총동원된다는 뜻이다.코즈먼 연구원에 따르면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섬에서 발진하는 미군 폭격기는 60m 강화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는 GBU-57 벙커버스터로 깊숙이 숨겨진 표적을 박살낼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에 대한 선제 또는 보복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군 전투기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기지 8곳, 미사일 제조 공장 15곳, 미사일 발사 기지 22곳을 초토화할 것이다. 또 특수전 부대를 적진 후방에 침투시켜 파괴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정유시설, 군사기지, 도로, 교량 등의 표적을 미군 전폭기가 공습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러시아는 한동안 보류했던 S-300 방공 미사일의 이란 수출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감행할지 모른다.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협이다. 게다가 “이란은 소모전을 유도해 산발적으로 불시에 공격하거나 수많은 소형 공격보트로 미국과 아랍 동맹국의 해군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코즈먼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 결과 중동의 석유 공급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그럴 경우 잘해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5~10년 정도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라고 코즈먼 연구원은 말했다. 월시 제독 등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에 반감을 갖던 일반 이란인이 미국의 공격으로 국가 방어를 위해 결집하면 새로운 ‘혐미’ 감정이 분출될 수 있다.그런 것을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볼저 중장은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하기 전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을 육·해·공에서 무자비하게 격파할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 그러면 이란은 필사적으로 나올 것이다.” ━ 핵전쟁의 어두운 구름 지난 4월 7일 러시아 Su-27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미군 정찰기와 조우했다. 러시아 전투기가 약 6m 떨어진 곳까지 근접해 공중 충돌이 일어날 뻔했다. 그 외에도 나토군과 러시아군 전투기 사이의 위태로운 조우는 수 차례 있었다.그런 대치는 블리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역사적 영향권에 있다고 보는 나라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을 견제하려는 군사작전의 일부다. 푸틴은 2000년 권력을 잡은 이래 서방으로 기울던 옛 소련 공화국들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무력화하고 EU와 나토 회원국들 사이를 떼어놓으려는 새로운 전술을 펼쳤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비밀요원들에 의한 파괴활동, 러시아 특수전 부대의 은밀한 동원, 천연가스 공급의 경제적인 무기화, 서방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선전 공세, 경제위기에 처한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달콤한 차관 제안 등이 그 전술에 포함된다.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조지아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지역,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주둔하며, 최근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또 지난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 내전을 은밀히 지원했다.미국 전략가들은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 일부를 삼켰을 때와 똑같이 크림반도도 점령했다고 본다. 나토 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 대장을 비롯한 여러 군사 전문가는 푸틴을 막을 일관된 서방의 계획이 없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군 훈련은 지금까지 별 효과가 없었다. 클라크 대장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커져야만 푸틴 대통령의 야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과 특수표적 레이더 등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좀 더 집어삼키고 다른 표적으로 눈을 돌리도록 내버려 두기보다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러시아의 야망을 억제하는 게 미국으로선 훨씬 수월하다.”그러나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그처럼 원대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소련 붕괴 후 나토의 세력 확장을 막고, 국경 주변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권을 확대하며,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어느 정도 되찾는 정도가 그의 목표라는 분석이다. ━ 지속 가능한 균형을 찾아라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나토 회원국이 아니다)에서 미국의 승리는 서방과 러시아의 이익에 균형을 맞추는 정치적 해결일지 모른다. 헤이든 대장은 “우크라이나의 경우 적의 격파가 승리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한 평형을 찾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그를 비롯한 일부 분석가는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연방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 동부가 러시아와 제휴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이다. 헤이든 대장은 크림반도와 동부 지역을 제외하고 “안정되고, 어느 정도 번창하고, 민주적인 우크라이나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뛰어넘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는 EU와 나토 내부의 소소한 갈등을 이용해 더 깊은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 그는 제재가 계속될 경우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독일을 은근히 협박했다. 또 그리스엔 천연가스 가격 인하와 투자, 관광 외에도 유로존의 구제금융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물론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에는 핵전쟁의 어두운 구름이 도사린다. 푸틴 대통령은 그런 두려움을 적절히 활용한다. 지난 3월 러시아는 덴마크가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에 동참할 경우 러시아 핵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의 계획을 방해하면 핵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며 서유럽인을 회유하려는 속셈인 듯하다.그러나 헤이든 대장은 그런 위협을 엄포라고 본다. “러시아가 부흥할 가망은 없다. 러시아에선 기업도 민주주의도 다원주의도 사라져간다. 석유와 천연가스도 고갈돼간다. 출산율도 떨어져 인구도 줄어든다. 10~15년 뒤의 러시아를 걱정할 필요 없다. 그보다는 지금부터 3년 안의 러시아가 문제다.”지금 거의 매일 중국 해양 정찰선과 어선들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부근에 몰려든다.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그곳의 영유권을 똑같이 주장하는 일본의 해안경비대 쾌속선이 그들에게 해당 해역을 벗어날 것을 촉구하지만 중국 선박들은 개의치 않는다.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 사이의 이런 충돌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양국의 일부 전문가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평화적 경쟁이 양측에 훨씬 큰 이익이며, 무력 분쟁으론 잃을 게 너무 많아 전쟁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20년 전만해도 중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맞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에 공개적으로 항의했지만 내심 힘이 약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힘도 갖췄다. 미 해군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막강한 ‘지역제압 무기(area-denial weapons)’를 보유한다. 항모를 침몰시킬 수 있는 극초음속 둥펑21 미사일이 대표적이다.또 중국은 다양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했고, 먼 대양에서 해군력을 투사할 능력을 갖췄으며, 미국의 정찰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위성 시스템과 미국의 지휘통제 네트워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사이버전 능력도 갖췄다.그 대응으로 미국은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 정책을 채택했다. 미국 군사력의 재편성으로 해군 함정과 잠수함의 60%를 태평양에 주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지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장착된 전함과 전투기 F-22·F-35, 장거리 폭격기 B-2·B-52도 태평양으로 보낼 계획이다. ━ ‘대국이면 대국답게 행동하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장거리 대함 크루즈 미사일, 레일건(rail gun, 전자기포) 등 신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우주전과 전자전 능력도 강화한다.중국도 그 점을 인지하고 일본, 한국, 필리핀과 방위동맹을 맺은 미국과 직접적인 군사 대치를 피하려고 하는 듯하다. 대신 영유권 분쟁 중인 섬들을 선박으로 포위해 다른 나라의 접근을 막고,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용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서서히 영향력 확장을 꾀한다. 과거 하나의 암초에 불과하던 곳을 이젠 중국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오판과 급속한 긴장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 대다수 군사 전문가는 군사적 충돌시 재래식·전략적 군사력이 우세한 미국이 중국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도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지금 중국은 대항모 미사일과 정찰위성을 갖췄기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미군을 상대로 사용한 인해전술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훔치든 자체적으로 개발하든 군사적 차원에서 기술 격차를 계속 줄여나갈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보다 전함과 전투기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바세비치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수 세기 동안 서방의 착취와 멸시를 받아온 중국은 정당한 방어권으로 지평을 넓히겠다는 민족주의적 결의를 보이고 있다.역사를 잣대로 삼자면 평화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과학과 국제관계 연구소인 하버드대학 벨퍼 센터의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은 AD 1500년 이래 신흥 세력과 기존 세력이 갈등을 일으킨 15사례 중 11건이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런 전쟁의 승자도 대부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따라서 서방은 20세기 전반 독일의 부상을 다뤘던 것보다 더 현명하게 중국의 부상에 대처해야 한다. 바세비치 교수는 “1900~1905년 당시 프랑스, 영국, 러시아는 부상하는 독일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이 닥쳤다.” 1930년대에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따라서 냉전 당시 미국이 소련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면서 핵전쟁을 피한 것처럼 서태평양에서도 미국은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곧 승리하는 길이다. 평형을 유지하는 한 가지 도구는 중국과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는 경제적·문화적·정치적 유대 강화다.다른 도구는 중국 지도부가 강대국 지위에 걸맞게 처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강대국이 되는 것은 아프리카 수단 같은 곳에서 자원을 착취하는 것 이상이 돼야 한다. 헤이든 대장은 “그들이 ‘우리도 대국’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러면 대국처럼 행동하라’고 일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강대국이라면 그에 걸맞게 국제체제를 유지할 책임을 져야 한다.”물론 중국은 그런 훈수를 무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무력으로라도 동맹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헤이든 대장은 말했다.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그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중국과 미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곳이 한반도다. 한국전쟁 후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모두에게 득이 됐지만 특히 한국이 가장 큰 수혜국이었다. 한국은 특히 30여 년 전 군사독재를 떨쳐버린 후 산업·기술 강국으로 거듭났다.그러나 북한에서 세습체제로 최근 정권을 잡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부친과 조부만큼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장난감처럼 휘두르며 도발을 일삼고 걸핏하면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다.김정은이 한국을 공격할까? 아니면 위협한대로 미국 알래스카에 핵미사일을 쏠까? 미국 정부에 자문하는 한반도 전문가(민감한 사안을 감안해 익명을 요구했다)는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그가 한국을 상대로 전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 그는 북한의 생활수준 향상과 경제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 전쟁은 그런 계획에 큰 차질을 빚는다. 그들이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다시 지금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 한반도에선 아직 핵억지력이 통한다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고문을 지낸 로버트 A 매닝은 “한반도에선 아직 핵억지력이 통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휴전선에 병력을 집결시킨다면 미국은 북한에 끔찍한 결과를 각오하라고 경고할 시간이 충분하다. 국제관계 전문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선임 연구원인 매닝은 “북한은 자폭테러를 이상으로 여기는 알카에다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는 무엇보다 정권의 존립을 중시한다. 그들은 만약 전쟁을 일으키면 나라 전체가 어둠 속에서 불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매닝 연구원은 “핵억지력이 먹히지 않는 한 가지 시나리오는 북한의 붕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무너질 상황이면 그들은 미국과 함께 죽자고 나올 것이다.” 현상 유지가 아무리 만족스럽지 않아도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전쟁억지뿐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난민 수백만 명이 중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지할 듯하다. 그런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북한의 현 정권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매닝 연구원은 “지난 25년 동안 흔히 북한의 붕괴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외 다른 모든 것은 미국으로선 집안 관리인 셈이다. 서아프리카부터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소말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테러조직에 맞서 미국 특수전 부대가 수행하는 ‘그림자 전쟁’은 대규모 지상군 파견도 없고 강대국 사이의 직접적인 대치도 없다.존 브레넌 CIA 국장은 지난 4월 하버드대학 강연에서 알카에다, IS 등의 테러조직을 무력화하는 노력을 두고 “불행하게도 오랜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전쟁은 수천 년 동안 계속돼왔다. 따라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저강도로 진행되는 영원한 전쟁’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승리란 9·11 같은 테러공격의 방지를 의미한다. 또 대규모 개인정보 수집이나 영장 없는 수색도 그 효용성에 대한 논쟁과 시민사회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게 뻔하다. 미국의 양면적인 대외 전략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대테러전에서 무인항공기를 사용한 공격과 함께 현지의 불량정권이나 부족과 손잡는 정책을 말한다.군사 분석가 앤드루 코번은 저서 ‘킬체인: 첨단기술 암살단의 부상(Kill Chain: The Rise of the High-Tech Assassins)’에서 베트남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로 우주과학자와 국방 전문가가 된 렉스 리볼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투에서 첨단기술이 승리를 가져다 준다는 논리를 불신하는 리볼로는 우연히 이라크 주둔 미군 본부의 비밀 첩보부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통계 수치를 검토하면서 소위 ‘고가치’ 표적을 무인기 공격과 수색사살팀을 사용해 제거할수록 미군과 연합군이 더 많은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볼로는 코번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가치 표적 추적과 그 효과에 관해 묻자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지난달 주요 표적을 제거했는데 그후로 우리가 IED 공격을 더 많이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적을 제거할 때마다 그 다음날 더 똑똑하고 더 젊고 더 공격적인 새 인물이 등장해 우리에게 보복하려 한다.’”글로벌 테러리즘의 주요 온상인 파키스탄, 예멘, 지금 IS가 장악한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에서도 상황은 똑같다. 헤이든 대장은 알카에다 표적을 겨냥한 무인기 공격이 미국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대규모 테러공격을 막는데 결정적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알카에다 지도부가 제거됐지만 조직이 전이하면서 새로운 인물이 그들 대신 등장했다. 알카에다와 IS는 현재 리비아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각지에서 추종자를 끌어들이려고 서로 경쟁한다. 이런 상황을 ‘승리’라고 말할 순 없다. ━ 그냥 놔두는 게 상책? 이런 전쟁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모두 같은 생각이다. 표적을 계속 제거할 순 있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런 영원한 전쟁에선 효과적인 위협 관리가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중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미군이 내년 말 철수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암울할 따름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탈레반의 준동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탈레반이 승리하면서 남부의 파슈툰족과 북부의 타지크족 사이의 새로운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아프가니스탄 중앙 정부의 영향력은 수도권을 멀리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느 시점에 가면 미국은 또 다른 실패한 국가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게 현명한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그럴 경우 미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리비아는 2011년 미국의 개입으로 혼돈에 빠졌고 지금 여러 민병대가 각 도시와 지역을 분할 지배한다. 바세비치 교수는 “이런 문제에선 현지인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로마군단이 토이토부르크 숲의 대패배에서 얻은 교훈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라인강 동쪽에서 여러 차례 패배를 겪은 뒤 게르만족의 위협을 줄이는 최선의 방책은 그들을 그냥 두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덜란드 학자 요나 렌더링에 따르면 고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이렇게 적었다. “게르만족은 그냥 두면 다시 분열돼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미국이 큰 대가를 치르고 얻어야 할 교훈도 바로 그것일지 모른다.- 번역 이원기

2015.05.25 09:47

18분 소요
북극 자원 둘러싼 냉전의 신호탄?

산업 일반

노르웨이 마게뢰 방공감시 기지는 수도 오슬로 남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산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수수한 출입문 곁의 작은 초소엔 병사 1명만이 경비를 서고 있다. 노르웨이의 첨단 방어 시스템을 관장하는 중요한 시설이라기보다는 나치 점령을 소재로 영화를 찍는 세트처럼 보인다.산속으로 난 좁고 긴 터널을 따라가면 보안이 삼엄한 통제실이 나온다. 컴퓨터와 레이더 모니터가 즐비하다. 정보 전문가들은 노르웨이 영공의 항공기 이동 상황을 표시하는 점멸 점들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여느 때와 같은 최근 어느 날 오후 레이더 모니터 오른쪽 위에서 점 2개가 반딧불이처럼 깜빡거리며 이동했다.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러시아 Tu-95 베어 전폭기였다. 몇 책상 건너 항공병이 전화기를 들고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 위치한 보되 군사기지를 호출했다. 곧바로 노르웨이 공군의 F-16 전투기 2대가 발진했다.다행히도 러시아 전폭기들은 노르웨이 북극 영공 외곽에서 선회비행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지난 1월 28일에도 Tu-95 베어 전폭기 2대가 공중급유기와 러시아 최첨단 전투기 미그-31기의 호위를 받으며 노르웨이 북부 영공을 침입했다. 무선통신을 도청한 런던 선데이 익스프레스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전폭기 중 하나는 ‘핵폭탄’을 장착하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엔 러시아의 Tu-22 초음속 폭격기 1대가 노르웨이 북부 영공 끝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북구권 뉴스 전문매체 바렌츠 옵서버의 블로그에 따르면 그 폭격기는 발사 준비가 된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었다. 그와 유사한 사례가 숱하게 보고됐다.러시아 전투기들은 비행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이륙해 트랜스폰더(무선 응답기)를 끄고 번잡한 상업 항로를 비행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불상사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 그 때문에 항공사와 나토군 조종사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 전투기들은 자국 기지에서 멀리까지 날아가 영화 ‘톱건’에서 보는 듯한 곡예 비행을 서슴치 않았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오슬로 사이를 오가는 스칸디나비아항공 여객기에 예고도 없이 바짝 다가갔고, 노르웨이 공군 F-16기 곁을 스치듯이 지나가 조종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마게뢰 기지를 지휘하는 아르비드 할보르센 대령은 레이더 모니터에서 러시아 공군 Tu-95 전폭기를 표시하는 점멸 점을 보면서 “이런 일은 수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작전도 최근 들어 더 정교해졌다.” 갈수록 작전 규모가 커지며 전폭기가 전투기, 공중급유기, 감시기의 호위를 받고 노르웨이 영공 부근을 비행하는 경우도 많다.냉전 당시에는 소련이 수많은 전투기를 동원해 서방을 상대로 무력을 과시했다. 현재는 위협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노르웨이 부근의 러시아 전투기 출격 횟수는 2007년부터 매년 크게 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략폭격기의 국제공역 비행 재개를 지시한 이후부터다.그러다가 지난해 말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눈이 팔려 있는 동안 푸틴은 슬그머니 북극 전략을 강화했다. 크렘린은 최초로 북극에서 러시아 이익을 지키는 전략이 포함된 군사정책을 공식 발표했다. 그에 따라 러시아군 북극 여단 2개가 신설될 예정이다. ━ 재정 지원 받기 쉬운 프로젝트 ‘북극’ 핀란드 국경에서 50㎞도 채 떨어지지 않은 러시아 알라쿠르티의 폐쇄된 군사기지도 다시 문을 열었다. 또 러시아 공병대는 여러 북극해 섬에서 냉전시대에 사용하다가 버려진 기지들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북해함대의 블라디미르 콘드라토프 수상함 그룹 사령관은 러시아 투데이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된 목표는 북극해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조사·평가하고 극지에서 우리 무기와 장비의 적합성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했다.푸틴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르웨이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듯이 북극 지방의 영토를 장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부추기지 않으려고 조용히 대응한다. 그러나 75년 전 나치의 침공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노르웨이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하지만 ‘최악’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아직은 모호한 개념이다. 미 국방부 민간정보 전문가 출신으로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소재 북부연구소에서 북극안보정책을 분석하는 키스 스타인보는 “러시아군이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격적이라고 말하는 건 과장일지 모른다고 그는 덧붙였다. “공격성의 의미를 규정하고 냉전시대 소련의 행동과 비교해봐야 한다.”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전 CIA 간부도 스타인보의 말에 동의했다. 옛 소련권 국가에서 10여 년 동안 비밀 공작요원으로 활동한 그는 요즘 러시아 공군의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냉전이 한창일 때 매주 발생한 소련의 나토 영공 침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전력이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옛 소련군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푸틴도 그런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러시아는 강화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위를 높이고 국제무대에서 더 존중 받고 싶어 한다.”하지만 러시아로선 돈낭비라고 캐나다 밴쿠버 소재 사이먼스재단의 북극안보 전문가 어니 레게르가 지적했다. “뻔히 이득이 되지 않을 일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레게르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전투기와 전폭기의 상징적인 비행은 적에게 그런 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려는 의도다. 그러나 합리적인 세계에선 러시아가 나토를 상대로, 또는 나토가 러시아를 상대로 그런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런 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어느 쪽도 그런 무기를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다.”미 국방부에서 38년을 일한 스타인보는 러시아의 북극 군비증강에 좀 더 세속적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막대한 돈이 걸린 문제라는 이야기다. “현재 러시아 군사 시스템에서 프로젝트 하나에 자금을 할당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프로젝트 이름에 ‘북극’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여러 프로젝트가 글로벌 대테러전을 들먹여 자금지원을 받았다. 또 지금은 별 관계가 없어도 무조건 ‘사이버’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재정 지원을 받기 쉽다.”그러나 노르웨이인은 문 앞에 서 있는 러시아 곰의 망령을 떨치기 어렵다고 노르웨이의 주요 신문 아프텐포스텐의 레이둔 사무엘센 편집국장이 말했다. “우리 마음엔 그런 망령이 늘 가까이 있다.”냉전시대 미국에서 핵전쟁의 두려움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같은 오락물로 표출됐듯이 노르웨이인의 러시아 의도에 대한 우려도 곧 드라마로 분출될 전망이다. 노르웨이의 유명한 범죄소설 작가 조 네스뵈(소설 20권이 40개국에서 2300만 부가 팔렸다)가 대본을 쓰고 있는 정치 스릴러 주간 드라마 ‘점령당하다(Occupied)’가 내년 노르웨이 TV에서 방영될 예정이다.홍보 자료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러시아가 석유자원을 장악하려고 노르웨이를 ‘부드럽게’ 침공하는 미래의 가상 사건”을 다룬다.작가 네스뵈는 뉴스위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노르웨이의 녹색·좌파 정부가 화석연료 에너지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들이닥쳐 석유시설을 장악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서면으로만 항의하고 노르웨이 지도자들도 군사행동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러시아가 석유 자원 장악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동안 협상을 시도한다. 점령이라고 하지만 노르웨이인은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한다. 소수의 러시아인이 들어와 있고 그들 대다수는 정장 차림이다. 검열도 없는 듯하다. 노르웨이인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고, 세계 최고 부자 국민으로서 계속 살아간다.”이 드라마 제작 소식은 노르웨이 보안당국이 실제로 중대 음모의 증거를 발견한 시기에 전해졌다. 일부 외국 정보기관(북극해의 항로를 탐내는 러시아와 중국이 주 용의선상에 올랐다)이 오슬로의 정부청사 주변에 IMSI 캐처를 설치했다. 휴대전화 신호를 은밀히 포착할 수 있는 도청장치다. 공식적으로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르웨이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어느 조직의 소행인지 알면서도 전면적인 국제 스캔들로 비화될까 우려해 발표하지 않았다.네스뵈는 예정된 드라마의 줄거리가 타당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일상적인 물질 세계에서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유, 독립, 민주주의 같은 표현을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기꺼이 희생하려 할까? 누가 먼저 저항할까? 국가가 그런 저항을 지지할까? 이런 문제가 중요하다.” ━ 북극의 게릴라 그런 의문은 1940년 노르웨이가 독일에 항복한 기억을 되살릴지 모른다. 당시 독일은 비드쿤 크비슬링(노르웨이 육군 장교 출신으로 나치 점령기에 나치에 협조해 괴뢰정부를 수립했다)이 이끄는 노르웨이 내부 나치당원들의 도움을 받고 노르웨이를 점령했다. 국왕과 애국자 수만 명은 영국으로 탈출해 망명 정부를 세우고 저항운동을 펼쳤다. 영국 정보기관이 훈련시킨 노르웨이 독립군 부대의 게릴라들은 본토로 침투해 나치에 저항했다.노르웨이인은 그런 역사적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지난 1~2월 6주 동안 매주 일요일 밤 노르웨이인 5명 중 1명 이상은 드라마 ‘중수 전쟁’을 시청했다. 독일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압류한 중수(중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물)를 게릴라들이 파괴하는 영웅적인 행동을 극화한 드라마다.노르웨이군에는 지금도 게릴라 사고방식이 중요한 특성으로 남아 있다. 노르웨이 특수전 사령관 요한 홀테 해군 소장은 부하 장교 10명을 데리고 첫 노르웨이 게릴라들이 백병전과 폭탄 기술을 배웠던 스코틀랜드의 훈련소를 방문했다. 그는 “우리의 뿌리를 찾고 싶었다”며 “장교들이 그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노르웨이 게릴라부대 본부는 웅장한 중세의 아케르스후스 요새에 있다. 700년 전 해상 침입자들로부터 오슬로를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성채다. 1940년엔 나치가 그곳을 점령했다.1988년 노르웨이 정부는 예산 절감 차원에서 육군 산하에 소규모로 설치됐던 특수전 부대를 해체했다. 그러자 북해 석유시추 시설에 대한 공격을 우려한 석유업계 등이 시위를 벌여 다시 복원됐다. 그 이래 특수전 대원들은 발칸반도에서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작전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국방장관 직속 부대로 독립했다.홀테 사령관은 다른 노르웨이 군간부나 정치인처럼 최근 러시아의 행동을 사악한 의도로 규정하는 문제에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의 위협에 관해 묻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모든 잠재적인 적을 향한 그의 메시지는 이랬다. “노르웨이를 넘보지 마라. 큰코다친다. 우린 얼마든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 번역 이원기

2015.03.09 10:26

7분 소요
CNN을 지향하는 킬러 사이트

산업 일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 조직 중 하나에 사무실이 없다. 수습사원도 없고, 직원들은 일한 대가로 기본 생활비도 받아가지 못한다. 그들은 한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설립자는 기자 출신이 아니며 어느 모로 봐도 뉴스 사이트를 운영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하지만 이들의 작품인 라이브리크닷컴(LiveLeak.com)은 지난 8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멀리까지 영향력이 미치는 미디어 업체이자 인터넷에서 가장 방문자가 많은 500대 사이트 중 하나로 성장했다. 광고가 없으며 미디어 중심지 뉴욕에든 첨단기술 허브 실리콘밸리에든 모두 관심이 없다.그래도 라이브리크는 한 달에 2300만 명 안팎의 방문자수를 자랑한다. 그중 대다수가 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다.라이브리크는 무엇이든 다(그중 태반에 ‘성인용 콘텐트’라는 딱지가 붙었다) 보여주는 사이트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의 처형 동영상 게시에는 최근 선을 그었다. ISIS로 더 많이 알려진 단체다. 요즘엔 라이브리크의 편집자들이 “노골적인 폭력 미화”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삭제한다. 출발은 무시무시했지만 그동안 많이 진화한 셈이다.불과 12년 전에는 사이트가 오그리시닷컴(Ogrish.com)에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초기 화면에 접속하면 적나라한 콘텐트와 ‘성기제거(Genital Mutilation)’ 같은 분류 항목이 뜨곤 했다. 오그리시가 처음 출범했을 때는 여러 개의 ‘쇼크 사이트(예를 들면 Rotten, Stileproject 등)’ 중 하나였다.절단된 사체, 자동차 사고, 화상 피해자, 유전적 기형을 비롯한 기괴한 이미지를 올리던 사이트들이다. 사이트는 종종 폭력성을 띤 포르노 후원광고를 게재하며 열성 팬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오그리시는 섬뜩한 동영상 자료를 게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사악한 크니블(Evil Knevil)’로 알려진 오그리시의 웹마스터는 출처 불명의 동영상 콘텐트를 사이트 방문자들에게 새로 보여줄 수 있었다. 대역폭이 커진 네트워크 통신망 덕을 봤다. 세계 각지의 기숙사 방에서 경악과 탄식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오그리시는 현실세계의 공포를 찾아 다니는 방문자들에게 전율을 안겨주려는 취지의 엽기적인 콘텐트를 게재했다. 아울러 전쟁과 테러리즘의 섬뜩한 이미지들을 올리며 이름을 날렸다. ‘살을 파먹는 벌레의 공격을 받는 남자 성기’ 같은 제목이 올려지는가 하면,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나 멕시코 마약조직이 집행한 처형 동영상이 올려지기도 했다. 동영상에는 선정적이고 엉성하게 쓰여진 사진설명을 붙여 호기심을 부채질했다.‘웰 시코(Well Sicko)가 여러분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첫 동영상이다. 이라크에서 몰래 입수한 공개처형 장면이다. 희생자 바로 앞에서 총격을 가해 끝장을 내는 사담 후세인 붕어빵의 냉혹한 모습이 경이롭다.’ ~사악한 크니블세월이 흐르면서 생생한 전쟁터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던 군인들 사이에서 오그리시의 팬이 많아졌다. 사이트의 기고자와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서서히 무작위적인 쇼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반면 전쟁의 공포에 더 깊이 빠져들어갔다.그런 관심과 함께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동영상 유출자와 책상머리 종군기자들의 커뮤니티가 새로 형성됐다.2006년 사이트 운영자들은 오그리시의 브랜드를 바꿀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그중 한 명인 공동설립자 헤이든 휴이트의 근거지가 잉글랜드 맨체스터다. 괴팍하고 사적인 블로그를 운영한다. 라이브리크에서 자신이 하는 일과 언론 실태를 다룬다.대다수 언론은 웹 포럼의 회의론자들이 말하는 ‘깨어나라, 무지몽매한 군중들아(Wake Up, Sheeple)!’ 모드로 움직인다고 믿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태도를 견지해 왔다. 화를 잘 내는 교사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15세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다.제1차 걸프전 때 언론을 향한 환멸이 깊어졌다. 그 시기의 미디어엔 투명성이 결여돼 있었다고 그는 규정한다. 바로 그때 인터넷을 만나면서 그의 세상이 바뀌었다.“1990년대 후반 처음 PC를 들여놓고 33.3k 모뎀으로 온라인에 접속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황홀한 경험 중 하나였다”고 그가 말했다. “그 많은 정보와 사람들이 모두 내 손 안에 있었다. 지금도 원시적인 옛날 모델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소리를 들으면 향수에 젖는다.”원래는 포럼을 이용하려고 오그리시에 가입했다. 휴이트에 따르면 오그리시의 파워 유저 중 다수는 유혈 폭력 콘텐트 수준을 뛰어넘어 지정학적 관심사를 다루는 콘텐트의 공유에 더 관심을 가졌다.휴이트는 2003년 가입했을 때 오그리시 멤버 중 한 명이 그에게 한 말을 기억한다. “우리는 유혈 사이트의 CNN이 되고자 한다.” 지금은 이 같은 표현을 웃어넘기지만 당시엔 그들의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꼈다. ‘뉴스’로 불릴 만한 유의미한 시사적 사건들로 초점을 옮기는 한편 어둡고 불가해한 세계에 대한 사이트의 끊임 없는 호기심을 살리는 방식이다.“아주 효과적으로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감이 잡혔다”고 그가 말했다.라이브리크의 공적인 얼굴은 휴이트뿐이다. 그는 제3차 개편 작업에 여념이 없다. 최대한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커뮤니티 관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커뮤니티는 관리하는 게 아니다. 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협력한다.”휴이트는 “드라마에 대처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사이트의 많은 논쟁에 개입해 진화하는 작업을 수반하는 포괄적인 표현이다. 혐오 발언, 위협 또는 일반적인 분열로 빠져드는 대화를 진정시킨다. 그러나 토론에 최소한의 교양이라도 남아 있는 한 휴이트는 유익한 논쟁에 참여하기를 좋아한다.제시된 의견이 아무리 극단적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인터넷은) 포르노가 아니라 논쟁을 위해 발명됐다”고 그가 말했다.라이브리크에선 40여 만 명의 회원들 간에 많은 논쟁이 벌어진다. 커뮤니티의 규모가 커지면서 ‘라이브리커’를 자처하는 하나의 대규모 집단을 뛰어넘는 단계로 올라섰다. 대신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민족 또는 이해집단으로 이뤄진 다수의 작은 생태계가 존재한다. “때로는 그저 몇몇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려 끼어들었다가 마구 ‘비난을 퍼붓는’ 폭언의 한복판에 말려들기도 한다. 미국 국가안보국, 모사드(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러시아, 그리고 IS 모두와 동시에 연루됐다는 비난”이라고 그가 말했다.커뮤니티가 종종 아수라장을 이루면서도 사이트는 성장했다. 유튜브에선 받아주지 않는 도발적인 콘텐트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사담 후세인을 처형 하는 동영상 콘텐트는 사이트의 최대 히트작이었다.라이브리크가 잠시 동안 세계 200대 웹사이트로 도약하기도 했다. “그런 일에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한번은 그것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비디오였다. 다른 기능은 모두 중단됐다”고 휴이트가 말했다.라이브리크는 2008년 네덜란드 단편영화 ‘피트나(Fitna)’를 올리면서 악명을 떨쳤다. 코란의 가르침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운영자들이 가해 위협을 받은 뒤 삭제됐다. 하지만 곧바로 영화를 다시 올렸다.극히 최근에는 휴이트가 ‘IS 홍보 비디오’라고 부르는 온갖 끔찍한 참수 동영상의 게시를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가족에 대한 배려 또는 다른 어떤 희한한 발상에서 삭제된 건 아니었다. 현 시점에선 대화에 새로운 관점을 전혀 보태지 않고 구태의연하다는 이유였다.애당초 파문을 일으켰던 비디오는 여전히 올려져 있다.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의 참수 동영상이다. “우리의 원칙에서 벗어나기 않았기 때문에 보여줘야 했다. 때때로 자신은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휴이트가 말했다.사람들이 전쟁의 섬뜩한 현실을 목도할 수 있을 때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휴이트는 믿는다. 라이브리크에는 악의 없는 고양이 동영상도 많이 실린다. 사이트에 올려지는 자료가 모두 부패를 폭로하지는 않는다고 휴이트는 인정한다.그러나 올려진 수천 개 동영상의 종합적 효과를 강조한다(거부감을 주는 콘텐트는 이용자가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받은 편집자가 삭제할지 결정한다). 이는 제도의 투명성을 나타낸다고 그는 말한다.“최근에 시리아 내전이 크게 확대됐을 때가 기억난다. 완전히 착한 사람들이며 아사드의 군대는 악의적이고, 못된 짓을 하는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서방 미디어가 우리에게 줄기차게 세뇌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날아든 미디어 메시지 내용은 달랐다. 사실상 양쪽 모두 서로에게 정말로 악랄하고 더럽고 끔찍한 사람들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전쟁 범죄는 우리가 후원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다. 사람들이 그런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휴이트 팀은 도덕적으로 중립성을 지키려 최선을 다한다. 이는 종종 그냥 뒤로 물러나 이용자들 스스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다는 의미도 된다. 라이브리크 이용자들은 나름의 편견을 갖고 있다. 누군가 선동적인 동영상을 올리면 사이트의 누구나 논평이나 대응 동영상을 만들어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줄리안 어샌지(위키리크스 설립자)나 에드워드 스노든(국가안보국 기밀 폭로자) 같은 사람들의 뒤를 이어 폭로계의 스타로 떠오르고자 하는 욕구는 휴이트에겐 전혀 없다. “그것은 사람 중심이 아니다. 한 사람의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고 그가 말했다.“이용자들이 콘텐트를 올리기 때문에 언론 플레이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저 나머지 일을 처리할 뿐이다. 우리가 편집을 하지 않는 한 모두 순수하다. 우리가 앞에 나서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줄리안 어샌지가 산 증인이다.”2010년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 공개될 때까지는 위키리크스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고 휴이트는 말한다. 2007년 미국의 아파치 헬리콥터 2대가 바그다드에서 10여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는 동영상이다. 어샌지는 그 제목을 선택한 이유를 “ 정치적 영향 극대화”로 표현했다.“거기에 붙일 만한 최선의 제목은 ‘부수적 과실치사(Collateral Manslaughter)’라고 생각한다”고 휴이트가 말했다. “그만큼 여론을 정말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닐 때는 그것을 사용할 때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프레임이 설정된 순간에 이미 게임은 끝났다. 사람들에게 선입관을 불어넣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사이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휴이트나 라이브리크의 다른 운영자에 관한 소식을 듣기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듯하다. 그들이 시민 저널리즘 세계의 주축으로 기반을 다지더라도 말이다. “많은 사람 앞에 설 때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외치면 그것을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버스에서 바퀴가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게 된다.”

2014.10.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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