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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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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의 난투형 대전 액션 신작 ‘배틀크러쉬’는 어떤 게임?

IT 일반

엔씨소프트는 난투형 대전 액션 신작 ‘배틀크러쉬’의 얼리 액세스 버전을 오는 27일 선보이기로 했다. 서비스 국가는 한국, 북미, 유럽, 아시아, 동남아 등의 100개국이다. 이용자는 6월 27일 오후 4시(한국 기준)부터 닌텐도 스위치(Switch), 스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배틀크러쉬를 플레이할 수 있다. 모든 플랫폼은 크로스 플레이(Cross-Play)를 지원한다.배틀크러쉬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는 지형과 적들 사이에서 최후의 1인을 목표로 전투를 펼치는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이다. ▲간편한 조작과 지형, 지물을 활용한 전략적 전투 액션 ▲특색 있는 전장과 최대 30인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모드 ▲신화 속 인물을 모티브로 고유의 액션 스킬을 보유한 캐릭터 등이 특징이다.배틀크러쉬의 비즈니스 모델(BM)은 ‘배틀패스’로 구성된다. 이용자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기록한 다양한 업적으로 배틀패스의 재화를 얻을 수 있다. 획득한 재화로 캐릭터의 코스튬(Costume), 무기, 모션 등 외형을 꾸밀 수 있다. 꾸미기 아이템은 캐릭터의 능력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이용자는 간결한 버튼 조작으로 ‘약공격’, ‘강공격’, ‘궁극기’ 등 총 3종의 공격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궁극기’는 ‘약공격’과 ‘강공격’을 사용해 게이지(Gauge)를 모두 채우면 활용 가능하다.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회피’와 ‘가드(Guard)’ 기술도 있다. ‘회피’ 기술을 사용하면 짧은 시간 동안 무적 상태가 되며, 상대방의 공격 타이밍에 맞추어 반격할 수 있다. 각 공격/방어 스킬은 캐릭터에 따라 거리, 타이밍, 기력 소모량이 서로 달라 전략적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배틀크러쉬에는 다양한 전투 전략이 존재한다. 이용자는 ▲적을 여러 번 공격하는 ‘약공격’의 마지막 타격 ▲강공격 ▲궁극기를 적중시켜 상대방을 공중으로 날려버릴 수 있다. 날아간 캐릭터는 허공으로 떨어지거나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공중에서 낙법을 해 위기를 탈출할지 낙하 공격을 사용해 역습을 할지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전장의 다양한 지형을 탐험하면서 ▲무기, 방어구, 장신구 등의 착용 아이템과 ▲물약, 점멸 등 소모성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보유한 아이템의 성능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크게 변화한다. 교전을 통해 아이템 획득처를 선점하면 승리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배틀크러쉬의 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좁아진다. 이용자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이동해야하며, 이를 역이용해 상대를 전장 밖으로 떨어뜨려 승리할 수 있다. ▲투사체가 막히는 벽 ▲수영을 할 수 있는 물 지형 ▲적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서 이동할 수 있는 수풀(Bush) 등도 승리를 위해 이용자가 독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다.배틀크러쉬에는 ▲배틀로얄(Battle Royal) ▲난투 ▲듀얼(Duel) 등 3종의 게임 모드가 있다. ‘배틀로얄’은 최대 30명의 이용자가 참여해 최후의 승리자를 가리는 모드다. 3명의 이용자가 한 팀을 이루는 ‘팀전’과 각 이용자가 개인전을 펼치는 ‘솔로전’으로 나뉜다. ‘팀전’은 3명의 이용자가 시너지(Synergy)를 낼 수 있는 최상의 캐릭터 조합을 고려해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난투’는 한 이용자가 3종의 캐릭터를 선택해 참여하는 모드다. ‘배틀로얄’보다 좁은 지형에서 펼쳐지는 전투로, 긴장감과 박진감이 배가된다. 일정 시간마다 등장해 습득 시 바로 적용되는 다양한 소모성 아이템이 승부의 변수로 작용한다. ‘배틀로얄’과 마찬가지로 팀전과 솔로전을 플레이할 수 있다.‘듀얼’은 일대일로 진행하는 5판 3선승제 모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상대방이 어떠한 캐릭터를 선택했는지 확인해 전략을 구성할 수 있다. 각 라운드에서 패배한 이용자는 아이템을 선택을 하나 더 할 수 있어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엔씨는 ‘포세이돈’, ‘우르스’, ‘롭스’ 등 신화 속 인물들을 모티브로 배틀크러쉬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용자는 서비스 시작과 함께 15종의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다. 각 캐릭터는 근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 탱커, 암살자, 서포터 등의 특징과 고유의 액션 스킬을 보유해 게임 모드와 팀 구성에 따라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2024.06.12 17:39

3분 소요
[세이노 칼럼 단독 공개] ‘세이노의 가르침’ 못다 한 이야기

전문가 칼럼

인연이란 참 놀랍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을 돌아보며 ‘세이노 열풍’을 주목하기로 했다.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글을 직접 소개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쓴 저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1955년생 1000억원대 자산가다. 대외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문장처럼 까탈스럽고 고집스러우며 대화가 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선입견이었다. ‘어른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보고 자란 기자 홀로 가진 착각이기도 했다. 취재하며 느낀 그는 까탈이 아닌 세심함을, 고집이 아닌 신념을 지닌 어른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란 평도 인상에 남는다. 세이노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각주 성격인 이 글을 보내며 첫 문장에 “인터뷰 요청은 사양하였으나 20여 년 전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쓴 인연조차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인터뷰 대신 쓴다”고 했다. 본지는 잊고 있던 인연의 소중함을 필자가 일깨워준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713호(12.4~10) 커버스토리로 시작한 ‘세이노 열풍’ 기획을 이렇게 저자가 직접 쓴 글로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힘든 한 해였다. 내년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른’ 세이노의 글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독이 묻어 있기 마련…직접 손을 놀려라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미래에 보유하고픈 자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말하곤 한다. 이를테면 “나는 10년 후에 100억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는 식이다. 나는 어땠을까? 결혼 후 최우선 목표는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에게 숫자로 표시되는 목표는 전혀 없었고 “한 달에 1000만원을 벌자” 같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혼자 벌레처럼 살면서 복권을 사던 시절에는 미래의 내가 부자로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이후에는 내 두뇌에서 그런 상상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1년 후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내가 계획하는 미래는 길어야 3개월 정도였고, 오로지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만 믿었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경매 직전의 아파트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끼고 샀다. 그 후 사업에 재정적 어려움도 많았으나(7000만원 받을 어음이 부도난 일도 있었다) 아파트 매입 5년 후 면적이 2배인 다른 아파트를 현금 구매 후 이사한 뒤에도 금전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고 그저 모으고 정기예금만 했다. 어느 날 부채 없이 보유 현금이 20억원이 되자 은행 금리가 연 10% 이상 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이자 범위 안에서 돈을 쓰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몇억 부자가 되자는 그런 생각은 꿈속에서도 하지 않으면서 사업과 투자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2·3년에 한 번 정도 자산을 살펴보니 부채는 전혀 없이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운도 따라주었지만, 사업과 투자를 제대로 한 덕분이고 독자들에게 그 방법을 자세히 얘기한 적은 외환위기 당시의 달러 투자와 전동 현수막 걸이 이외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돈의 액수를 목표로 삼지 않았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목표액을 채우려다 보면 사람들에게거짓말이나 뻥튀기도 할 것이고 직원들에게 야박한 월급이나 주면서도 최대한 부려 먹고자 했을 것이며 그 결과, 나의 인티그리티(Integrity·머릿속에서 옳다고 믿는 생각들과 행동이 엇갈림 없이 하나된 상태, ‘세이노의 가르침’ 186쪽)는 박살 나면서 나 자신이 내가 침 뱉던 대상으로 변하여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이 구역질 날 정도로 역겨워져서 나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빨리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진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내 책을 읽은 독자들 중 일부는 종종 내게 질문한다. 시간을 아껴 자기 개발을 해 종잣돈을 모으라는 것은 알겠는데 ‘종잣돈을 모은 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어째서 총론은 이야기하면서 각론은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숟가락으로 돈을 떠먹여 주기를 바라는 자들이고 비싼 강의 하나 잘 들으면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기연과 비급을 얻게 되어” 팔자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어리석은 닭대가리들이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돈이 아니라 독이 묻어 있다”(내 책을 출판한 차보현 대표의 말이다)는 것을 왜들 그렇게 모를까?나를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는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가 MZ세대이면서도 대학교 강의에서 내 책을 교재로 사용하기에 ‘어째서 세이노는 총론만 얘기하고 각론은 얘기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보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세이노는 종잣돈을 모으라고 하면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쌓인 돈이 부자가 될 종잣돈이라고 말하지만, 종잣돈의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것인가, 종잣돈의 기준과 가치는 독자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몇천이 종잣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몇억이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종잣돈의 금액이 다르듯이 돈을 모으는 기간도 다르다. 독자마다 수입이 다른데 어찌 모으는 기간이 같겠는가.● 종잣돈은 독자의 가치관과 처한 환경, 우선순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자마다 부자가 된 과정이 다르듯, 종잣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통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이노는 독자가 어떠한 상황인지, 독자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모르기에 종잣돈의 활용법에 대하여서는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까지는 일종의 보편적 방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타인에게만 의존하면 독자 생존할 수 없다. 세이노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주었다면 1인치씩 전진하는 걸음(종잣돈을 증식하려는 노력)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독자라면 누군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종잣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칠 것이다. ● 영화 ‘위플래쉬’(Whiplash)에서 앤드류의 음악은 플래처 선생의 채찍질(Whiplash)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와 맞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분투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지휘자 플래처는 앤드류가 전혀 모르는 곡으로 교묘히 바꿔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앤드류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카라반’(Caravan)을 당당하게 독주하며 폭군 플래처까지 흥분시킬 정도로 최고 스윙을 폭발시킨다. 즉, 영화에 나오는 앤드류처럼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게임(인생)’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 세이노의 진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맞다. 종잣돈에 대한 얘기도 맞고, 스스로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맞다. 영화 ‘위플래쉬’는 드러머인 주인공 앤드류가 최악의 갑질 폭군인 선생 밑에서 끝없는 경멸과 모욕과 멸시를 당하지만 결국은 그 선생을 이겨내며 음악적 성취를 이루는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면서 나도 그런 갑질을 하곤 했지만, 격려와 칭찬은 물론 두둑한 보너스도 잊지 않았기에 플래처의 내리꽂기만 하는 교육방식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은 크게 공감하며 흥미롭게 보았다.1970년대 말, 20대 초반이었던 내가 미군 부대 안의 대학에 다니면서 학원과 기독교 관련 서적 번역으로 돈을 벌고 있던 때의 일이다. 번역일을 꽤나 하며 우쭐하던 시기에 어느 기독교계 대형출판사에 번역 지원을 하였더니 짧은 영문 자료를 시험 삼아 번역하여 오라고 했다. 제목은 데올로구메논(theologoumenon). 조직신학 용어인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힌트를 좀 얻으려고 여러 도서관을 뒤져봤지만 내가 받은 원문이 독일어 신학백과사전 ‘사크라멘툼 문디’(Sacramentum Mundi)의 영어번역본에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만 미군 군종장교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결국 몇 주 동안이나 끙끙대며 헤매다 직역으로 원고지 15매 정도를 번역하고 그 출판사의 번역 총책임자에게 직접 제출했다. 그분은 내 원고지 몇 매를 읽다가 휙 내 얼굴에 집어 던지면서 짜증 섞인 음성으로 “이걸 번역이라고 했어요?”라고 내뱉는 것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모욕을 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한 건데 헤매는 게 당연한 거 아냐?’하는 생각에 그냥 나가버릴까 하는 충동도 순간적으로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내 실력이 너무나도 창피했다. 내 원고는 내가 읽어도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 나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원고지들을 모은 뒤 벌게진 얼굴로 공손히 말했다. “저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분이 플래처 선생과 다른 점은 아주 무뚝뚝했지만 “한번 해보시겠어요?”라고 내게 물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종로서적에서 당시 독일 유학 중이던 고영민 목사가 번역한 조직신학 책과 그 책의 원서를 동시에 구입했고, 그 뒤 번역문을 원문과 한 문장씩 대조하며 한 달 이상을 철저히 혼자서 나만의 게임을 했다(원서 저자가 ‘루이스 벌콥’이었는지 ‘찰스 하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번역서로는 두 저자의 조직신학을 모두 읽었다). 그 다음 데올로구메논의 의미를 이제는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번역 일감을 받으러 그곳에 다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번역 원고가 그대로 최종 원고로 인정받는 사람으로 올라섰다. 1. 부동산 이야기사람들이 투자 각론을 알고자 하는 분야는 부동산·주식(채권 포함)·사업·장사일 것이다.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오는 분야는 부동산인데 사람들은 나를 전국구 부동산 상담사 정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전혀 아니다. 나는 내가 탐내는 물건이나 내가 보유한 물건과 관련하여서만 공부하지, 전국의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이 갖고 있거나 구매하려는 부동산에 대해 내게 메일을 보내 봤자 내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 지역에 대해 조사할 리는 전혀 없으므로 시원한 답은 결코 줄 수 없다.(법적인 문제로 인해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도 꽤 있는데 내가 힌트 한두 마디 정도는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법을 새로 공부하여 해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부동산 하나를 사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곤 하였는지 당신은 모를 거다. 한 번은 100여 개 이상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며 소유주의 나이, 관계회사 재무제표, 대출 상황 등을 전부 분석한 후 마음에 드는 것들만 추려낸 적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기까지 3년을 계속 지켜보다가 매입하기도 했다. (비단 부동산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변기에 앉아서 한 시간 이상을 서류에 몰두한 적도 가끔 있었는데 직원은 내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줄로 착각하여 작은 소동이 일어났던 적도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왜 그렇게까지 파고드느냐고 묻기도 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냐고까지 하는데, 사실이 뭔지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자칫 고통 속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솔깃한 얘기일수록 들리는 대로 믿어 버리기 쉬운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서 뒤쪽에 쓰겠다.)당신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였다 할지라도 갓난아이 우유 먹이듯이 누군가 떠먹여 주기를 바란다면 조만간 사기나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대부분의 사람은 복잡한 등기부등본 분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친구들이나 부동산중개업소 혹은 강의팔이들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다가 부동산을 매입한다. 전세 사기범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 역시 사람들이 일부 개X 같은 중개사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너무나 잘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 말이 틀렸는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부터 배워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경제신문이나 경제주간지 하나 정도는 반드시 종이로 구독하여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당신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기사만 읽을 텐데? 당신 눈에 숨어 있는 기사들은 지면을 펼쳐 볼 때나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당신 나이와 상관없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그렇게 공부 좀 하여라. 이미 20여 년 전에 “부동산에 빨리 눈 떠라” 하면서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도 말하지 않았던가(‘세이노의 가르침’ 707쪽). 2. 부동산 경매 이야기동아일보 칼럼 연재의 마지막 회(2001년 9월 12일)에서 나는 아래 글을 쓴 바 있다.“작년에 서울 강남에서 지은 지 2년 된 빌라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대지와 건물에 대해 모두 저당이 잡혀있었으나 대지에 대한 저당권 문제만큼은 낙찰자가 해결해야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붙어있었다. 결국 대지권 없이 건물 소유권만 갖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런 집은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있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입찰에 참여하여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받았다.”그 특별매각조건은 대지 지분에 대해 근저당이 과도하게 잡혀 있는 별도 토지등기가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는 것이었다. 즉 대지 근저당권자가 경매낙찰가에서 대지분 가격을 분배하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경매로 인해 소멸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경매 전문가들은 모두 위험한 물건이라고들 한다. 위험한 것은 맞다.대지에 대한 근저당은 건설사가 대위 등기한 것이었다. 등기부의 복잡한 기재 내용들을 살펴보니 건물분 소유권자는 A이고 대지지분의 소유자는 실제로는 A와 B였으나 등기법적으로는 A였다. A와 B는 모두 건설사에 대한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C에게 대지지분의 양도 계약을 하였으나 집합건물에서 건물분 소유자와 대지분 소유자가 다를 수는 없으므로 C의 명의로 등기가 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건설사가 대지지분에 설정한 채권최고액은 8억5000만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낙찰받았던 금액은 4억2000만원 정도였다. 낙찰 후 내게 지대(대지사용료)를 청구한 자가 있었을까? 없었다. 등기부상 경매물건 소유자는 법적으로 A였고 낙찰된 부동산의 직전 소유자가 낙찰자에게 지대를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근저당권자였던 건설사에서 내게 대지지분을 사라고 권유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하려면 C가 동의하여야 하는데 C는 등기부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채권자나 채무자도 아니었고, 경매 낙찰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입찰하려는 사람으로 추정되었다.(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몇 %나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곳을 전세금 4억원에 임대하고는 이 물건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경매되도록 하고자 했다. 왜? 이런 집합건물이 세월이 지나 다시 경매로 나올 때는 이미 이전 경매에서 특별매각조건을 낙찰자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되었으므로(그 조건이, 근저당권자에게 돈을 실제로 주고 대지지분에 대한 별도 등기를 반드시 해지시키라는 것은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건물분과 대지분의 소유자는 동일인으로 간주된다. 결국 두 번째 경매에서는 대지분에 대한 별도의 등기는 사라지고 감정가에서의 건물분과 대지분의 비율대로 낙찰가가 분배되어 대지분 근저당권자에게 지불된다. 결국 1차 경매에서는 전세금 수준의 비용으로 낙찰을 받고, 전세금을 받은 후 세월을 기다렸다가 다시 경매로 처리되게 낙찰자가 “자의적으로” 만들면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부동산 가격 인상분 정도는 그대로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좀 지난 후 이루어진 두 번째 경매에서 낙찰자는 C였다. 내가 회수한 돈은 전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1억9000만원이었는데 투자 기간이 예상보다는 길었지만 세금 등을 포함하여 4000만원 정도 투자하고 거둔 수익으로는 괜찮았다.자, 내가 동아일보에 특별매각조건 관련하여 칼럼을 쓰고 나서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내게 이 경매와 관련하여 질문한 자가 있었을까? 한 명도 없었다. 오늘 날짜로 검색하여 봐라. 토지별도등기 인수라고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있는 경우 2번의 경매를 이용하여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명이라도 글을 올리거나 책에 쓴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22년 전 칼럼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돈이 돈을 버는구나’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 지식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다. 먼저 지식을 쌓고 사람들이 지식 부족으로 입찰을 꺼리는 경쟁이 약한 물건을 찾아라.” 지식을 쌓으라는 말은 스스로 공부하라는 뜻이다. 경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경매법 자체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책부터 먼저 읽고 공부하여라. 등기법 역시 경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법원공무원교육원 교수였던 분이 쓴 ‘집합건물의 등기’(신언숙·육법사)인데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절판된 책의 중고품을 몇만원씩 지불하고 사는 사람을 나는 평상시에 도서관을 가까이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대한민국에서 출판된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전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협약된 도서관에 가면 지정된 PC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 원문을 볼 수 있고 대부분 복사도 가능하다. 협약된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대학도서관·전문도서관 등이 있는데 당신이 사는 동네에도 틀림없이 있을 작은도서관(전국에 약 7500개나 있다)도 협약 도서관이고 해외에 있는 외국 도서관들 중에도 협약 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읽다가 보유하고픈 부분을 복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A4 1장당 40원이므로 2쪽씩 인쇄하면 1쪽당 20원이다. 법적으로는 책의 3분의 1분량 정도만 복사가 허용된다.(나는 국회도서관도 몇 번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민간인용 주차장이 너무 멀다.) 전세 사기 문제가 심각하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동산중개사들을 불러 교육을 시키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계약을 맺고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주인이 바뀌면 HUG에서 임대 조건이 바뀐 것으로 치부하여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수 있으니, 임차인에게 매달 등기부등본을 떼 보고 주인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하라고 한다고 들었다(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공인중개사 MINO가 알려주었다). 미쳤나? 대한민국에서 매달 자기가 사는 집 등기부등본을 떼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외국인 임차인은? 그것보다는 집주인이 바뀌면 자동으로 임차인과 HUG에 알람이 가도록 시스템을 바꾸거나, 시스템 변경에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면 모든 임대차계약서에 “부동산 소유권이 변경되는 계약이 발생하면 계약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임차인과 HUG에게 동시 통보하여야 한다. 이를 어기는 경우 임대인은 이러저러한 벌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강제 삽입되도록 하면 어떨까? 3. 사업과 장사 이야기1980년대 말, 여름 길거리에 있는 건물 지하 1층의 식당이나 찻집 같은 곳을 가게 되면 대부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지하층 벽체에 스며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면서 나는 냄새였고 습기를 제거하는 전기 제습기를 설치하면 해결될 문제로 보였다. 그 당시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들의 상점들에서는 미국 월풀(Whirlpool)의 제습기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가격이 40만원대 후반이었다. 나는 경쟁력 있는 제습기를 수입하여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월풀 제습기를 하나 구입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보았다(제습기의 작동 원리 및 부품들의 기능 등을 배우고, 마케팅 측면에서 월풀 제습기에 있는 약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약점이 없으면 포기하려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고 하지 않던가). 제습기는 거의 대부분 바닥에 놓게 되므로 전원 스위치나 제습 강도를 조정하는 스위치 같은 것은 모두 상부에 있어야 할 텐데 월풀 제습기의 스위치들은 사용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제습기 전면에는 물 세척이 가능한 공기필터가 있고 하부에는 습기를 빨아들여 응축시킨 물이 고이는 물통이 있었다. 물통이 가득 차면 표시등이 켜져서 물통을 비워야 함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물통을 비우려면 벽체 가까이에 놓은 무거운 제습기를 앞으로 잡아당긴 뒤 그 후면에서 물통을 빼내야 하는데 제습기 본체에 바퀴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빼내는 과정에서 물이 출렁거렸고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물통을 빼내는 곳이 제습기 전면에 있고, 응축된 물이 직접 건물 내 배수구로 나가도록 할 수 있는 호스 연결구가 뒷면에 있는 제품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디자인도 월풀의 고전적 디자인보다는 모던한 디자인의 밝은 색상이 더 좋아 보였다. 제습 용량은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회사별 차이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페더스(Fedders)의 제품이었다.그 제품을 즉시 수입했을까? 사업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겠는가? 법적으로 복병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판매용 전기용품은 수입 이전에 KC 안전 인증을 받아야 수입 통관을 할 수 있었다. 안전인증을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했으며 사후서비스를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밝혀야 했는데 나에게는 버거운 과제였다(현재 수입 하이브리드 슈퍼카 중에는 충전 코드에 대한 안전 인증이 쉽지 않기에 이미 인증을 받은 국산 제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 당시 알게 된 것: AC(교류)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DC(직류) 전기용품은 안전 인증이 면제되었기에 AC를 DC로 바꾸어 주는 트랜스를 이미 인증받은 국산으로 제공하면 된다는 것. 이를테면 워터픽(구강세정기)같은 경우 220V용이면 수입판매하는 데 애를 먹지만 직류용인 경우는 국산 트랜스를 끼워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오디오 스피커 같은 것은 앰프에 물리는 것이므로 안전 인증이 없다는 것(이런 규정들이 요즘은 전자파 문제 때문에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자, 어쨌든 제습기는 AC 전원을 사용하여야 했다(그 당시는 110V와 220V가 혼용되던 시기였다). 나는 관세청의 품목별 수입 제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두꺼운 관세품목 분류표(HS code) 책자를 구입하여 살펴보았고 거기서 제습기는 전기사용량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KC 안전 인증이 면제되는 산업용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페더스의 제습기 중에서 하루 제습량이 가장 큰 제품 한 종류만을 수입하기로 하고 페더스 본사의 아시아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여름이 오기 전, 컨테이너 1개분을 꽉 채운 제습기가 도착하였다. 당시 내 사무공간까지의 도착 가격은 제습기 1대당 25만원 선이었고 판매가격은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게 48만원으로 정했으며 기존에 컴퓨터나 음향 설비를 판 곳과 도서관들에 안내문을 먼저 돌렸다. 청계천이나 용산 전자상가에는 단 1대도 위탁판매용으로 전달하지 않았고 할인판매도 금지하였다. 판매 방식은 방문 구입 혹은 현금이체(화물발송비 별도)만 하였고 불티나게 팔렸기에 추가 수입을 부랴부랴 하였다. 판매가 잘된 이유는 경쟁사 제품의 약점들을 정확하게 파고들면서 무료 사후서비스를 무려 5년으로 해주었기 때문이다(퀴즈: 나는 무슨 배짱으로 5년을 내걸었을까?) 구매자가 고장 난 제품을 가져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분 이내에 수리해 전달하며 3회 이상 고장이 나면 신품 교환 조건이었다. 실제로 고장 난 제품이 들어오면 신품에서 겉 케이스만 제거하여 교환한 후 바꿔주었고(15분도 안 걸렸다) 손님이 간 후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를 체크하였는데 내부에 있는 컴프레셔는 삼성이 만든 것이었음도 그때 알았다.제습기 판매로 1년마다 서울 맨션아파트 한 채 값 이상의 수익을 올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페더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큰 회사에서 내가 수입하던 물량의 2배를 수입 약정하겠다면서 독점권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미원통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포기하겠다고 했다. 물량을 키우려면 용산과 청계천에 상품을 도매가격으로 깔아야 하고 전담 영업사원도 지정하여야 하며 외상값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결국 물량을 2배로 키워도 내 손에 쥐어지는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중단하기에는 수익이 컸기에 멕시코로 날아가서 페더스의 남미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큰 조직일수록 영업 담당자들은 서로 정보 공유를 안 하므로 남미 담당자는 나에 대해 전혀 몰랐고 손쉽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들이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것을 한국으로 보낸 뒤 귀국하였고 더 이상 가져올 물건도 없었으므로 천천히 느긋하게 팔았다(물량을 2배로 늘려 수입하겠다고 한 그 회사에서 그 후 따로 물건을 들여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방해 공작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미수금 발생은 전혀 없었고 나는 5년 서비스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독자들에게 알려주려는 내용은 첫째 어 이게 왜 없지? 하는 자각, 둘째 경쟁제품의 약점 파악, 셋째 법적 장애물을 뛰어넘는 지식, 넷째 많이 파는 것이 장땡은 아니라는 것, 다섯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5년 무상서비스 약속 준수이다. 장사는 어떨까? 이미 내가 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사람들 대다수가 망하여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어느 독자가 그 흔하디흔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하였는데 몇 개월도 안 되어 대박이 났음을 전해왔다. 그 비법이 무엇이었을까?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좁은 길로 간 것뿐이었다. 정말로 비법이기에 공개하기 어렵다(내게 묻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장사를 할 때 남들 하는 것처럼 하면 망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약속은 지켜야 약속이다. 몇몇 독자가 내게 알려준 내용: 어떤 온라인 강의를 “100% 환불보장”이라고 하여 들었는데 막상 환불 신청을 하니 아래와 같이 답이 왔단다.“100% 환불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전체 강의를 수강 및 미션을 수행하세요. 2.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실행하세요. 3.xxx 대표가 직접 수업에 배웠던 지식에 대하여 질문드리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모두 답변을 완벽하게 하세요. 4.그럼에도 삶의 변화가 없었다면 환불해 드립니다.”그래서 찾아보니 제목은 ‘ 돈이 따라오는 억대 소득의 자수성가법’이고 화면을 넘기면 ‘EVENT2 100% 환불보장제’라는 제목으로 “환불보장제 적용”이라는 구호를 여러 개 배경에 깔아놓고 강사 얼굴이 나오면서 “수강 후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면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온다. 다시 화면을 넘기면 “안 되면 진짜 말씀하세요. 100% 환불보장”이라는 글 밑에 강사 얼굴이 나오고 “수업을 모두 수강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는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고 나온다. 그리고 위에서 인용한 “100% 환불기준”은 마지막 화면 하부까지 가야 지금까지 나왔던 글씨들보다 훨씬 작은 글씨로 나온다(부동산이나 보험 광고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써 놓는 것과 유사하다). “100% 환불기준”을 읽은 후 쌍욕이 전혀 나오지 않고 말 그대로 100% 환불보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애초부터 환불 약속을 지킬 생각은 있었을까? 아무도 환불을 받아 가지 못했으므로 100% 모두 만족하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도대체 누가 이렇게 광고하는 것일까? 심리전문가를 자칭하며 자기 강의만 들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하는 박세니다(강의 중에 박세니가 “세이노 그 사람 돈 많으면 뭐해, 정신과 다니는데”, “세이노가 그렇게 돈 많이 벌어봤자 매일 정신병약 먹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야”라고 틈틈이 걱정해 준다는 제보도 받았다. 내가 내 책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불안해져서 정신과를 다녔다고 한 얘기 때문인 듯싶다. 그때 정신과 의사인 동창을 찾아갔더니 여러 가지 심리 조사와 몇 차례 상담 후 이렇게 얘기했다. “의사로서 뭘 해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너에게는 어떤 약도 의미가 없다. 심리 조사에서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너 같은 사람을 나는 처음 본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런 네가 관련되지도 않은 정치적 부패 사건에 불안해하며 이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왜 그거까지 걱정을 하냐.” 어쨌든 현재 3가지 비타민과 가벼운 고지혈증 약을 매일 먹는 나에게 박세니는 정신병약까지 먹이고 싶은가 보다).100% 환불보장은 일정 기간 이내에 구매자가 불만족하면 무조건 100% 환불하는 것이지 구매자가 판매자의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처음일 것이기에 확실히 박세니는 선구자인 것 같고 “100% 환불보장”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면을 일단 걸어 놓고 마지막에 그 환불조건을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것 역시 최면을 강조하는 박세니답다. 4. 보험보험은 위험 대비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 나는 이견이 전혀 없으나 보험을 대여섯 개씩 드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본다.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보험회사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보험사들의 비밀 하나부터 얘기하자. 오래전 12월이 되면 나는 계좌에 20억원 정도 준비해 놓곤 하였다. 그때가 되면 유명 보험사 지점장들로부터 청탁이 들어왔는데 12월 31일 이전에 5억원을 입금하면 즉시 5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1년 후 5억원에 대해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것이었다(5000만원은 그 당시 백화점 대형봉투 하나에 만원권으로 모두 들어갔다). 당연히 나는 응하였고 연말을 기다리기까지 했다(이걸 몇 년이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 5000만원은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 수수료로 떼어놓은 금액이었는데 보험설계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신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시기였음에도 그런 일이 가능하였다는 것은 세무서나 감독기관도 잘 모르는 구석이 보험사들에 있었다는 뜻이고 지금도 여전히 일부는 남아있지 않을까?예를 들어, 혹시 기존 보험은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걸 보험업법에서는 자사 승환이라고 하는데, 타사 승환도 있다. 자사 승환은 가입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가입 나이도 늘어나 예전보다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기에 6개월 이내의 자사 승환은 불법으로 금지되고 있음에도 기간에 상관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보험사에도 이익이 되고 설계사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승환 요청은 일단은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보험은 크게 생명·손해·질병 관련으로 분류된다. 보험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분야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는 생명보험이다(보험료는 가장 비싸지만 갑자기 죽을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영업은 기본적으로 인맥을 바탕으로 한다. 당신이 보험을 들게 된 것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찾아와 권유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험설계사는 없는 돈에 수입차를 사서 골프도 치러 다니고 명품도 걸치며 종교모임은 물론 갖가지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인맥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 가입에 관심이 있는 고객명단(DB)을 회사에서 받는다. 그 명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를 하나 든다면 홈쇼핑에서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상담을 받았던 사람들의 정보가 분석·집약되어 DB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허접한 DB도 만들어지고 좋은 DB도 만들어지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1만원 할인쿠폰을 준다는 것도 당신이 예뻐서 쿠폰을 주는 것이 아니다. 여러 유명 생명보험사들이 그 전속 대리점 및 “모집위탁계약을 체결한 자”(보험설계사를 의미한다) 등에게 줄 DB를 만들고자 당신의 개인정보를 얻으려고 1만원 이상을 지불하기 때문이다(확신하건대 그 DB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불법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회사에서 준 DB에 의존하면 영업 수당도 줄어들고 인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만두는 설계사들이 계속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설계사들이 끊임없이 충원되어야 하니 고수익을 내세워 유인하는 것이다.요즘 보험설계사들은 생명보험의 하나인 종신보험을 상속세 절세용으로 국세청이 추천하는(또는 인정하는) 방법이라고 너도나도 선전하면서(인터넷 검색하여 봐라) 국세청이 발행한 ‘세금 절약 가이드’에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고까지 말한다. 정말? 내가 2020년·2021년·2022년·2023년도의 ‘세금 절약 가이드’를 뒤져보았지만 “자녀 명의로 보장성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여러 가지 상속세 납세자금대책 중 하나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지 종신보험이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완전 뻥이다. 왜 뻥을 칠까? 그게 보험설계사에게 가장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상품이어서 그렇다. 어느 정도나 수수료를 주기에 그럴까?(종신보험이 상속세 대비책이 되려면 보험료를 반드시 소득이 이미 있는 자녀나 배우자가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결국 종신보험은 상속인들이 자기들 돈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피상속인이 빠른 시일 내에 사망할수록 유리하고 오래 살수록 불리하다.) 박세니의 ‘억대소득 세일즈맨 양성-박세니마인드코칭 삼성생명 협업프로젝트’를 보면 “억대소득 세일즈맨이 되는 기회를 드리려고”한다면서 선발 과정을 이렇게 명시했다. 요즘(2023년 11월) 박세니의 오프라인 강의는 ‘강의만족도 98%, 강의추천률 98%’을 내세우면서 초급·중급·고급 과정이 165만원이며 최면반이 따로 있다. 입금하면 ‘박세니마인드코칭 수강안내(환불규정안내)’를 알림톡 등으로 받게 되는데 납입한 강의료는 강의 시작일 3일 전 ‘오후 5시 이후 환불·변경 불가’로 나오며 “100% 환불”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매주 중급반과 고급반 강의 후에 있는 미팅에서는 삼성생명 WM(Wealth Management·자산관리이지만 실제는 보험상품 판매다) 영업직원들이 십여 명 참석하여 보험영업을 권유한다. “고급반 수업도 보험영업에 도움 되는 내용 위주이며 ‘삶을 바꾸려면 높으신 분을 최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최근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 제보해 주었다.2023년 6월 22일, 인스타그램에서 박세니는 4월부터 삼성생명의 파트너가 되어 제자들을 연결시켰다고 하면서 4월에 11명으로 시작해 26명이 합류하였고 삼성생명보험으로부터 6월 21일 2692만5135원을 첫 소득으로 입금받았다고 하였다. 파트너가 되었다는 말은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보험설계사를 삼성에서는 FC(Financial Consultant)라고 하지만 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영문 호칭이 15개 이상이고 재무상담사·금융전문가·인생상담사 등으로도 부르지만 좀 더 멋있게 보이려고 지어낸 것들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모두 다 보험상품을 파는 보험설계사이다. FC는 보험사의 직원이라기보다는 자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며 관리자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관리자인 경우에는 자기 밑에 영업조직을 두며 그 조직원들의 활동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박세니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 박세니는 삼성생명 본부장으로부터 8월 11일 ‘경력도입 우수 FC’ 특별상을 받은 사진도 올리면서 “억대 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경력도입’이란 다른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를 했던 경험자를 삼성생명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박세니가 “억대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억대소득을 달성하는 대표적 방법은 상속세 걱정을 하고 있을 부유층 고객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박세니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0만원을 납부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보험설계사는 도대체 수수료를 얼마나 받게 될까? 법적으로는 월 납입액의 12배인 1억2000만원이 상한선이지만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이른바 ‘시책비’(판매촉진비)를 별도로 받아서 보험설계사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기에 2억원 정도도 받는다. 보험 가입자가 1년 이상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한 그 수수료는 설계사의 수입으로 남는다. 속된 말로 1년에 1명의 부자만 가입시키면 놀고먹을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누군가 가입한 것처럼 만들어 놓고 자기 돈으로 1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후 1년 후 해지하여도 수수료가 남을 수 있다(이른바 차익거래라고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물론 금감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은 하는데… 글쎄다). 삼성생명은 GA 자회사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세니가 소속된 삼성생명 ‘헤리티지 센터’는 헤리티지(유산)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다. 생명보험 영업조직은 리쿠르팅(채용)-교육-영업으로 이어지는 경로 관리가 핵심이며 일종의 다단계적 성격으로 자신이 만든 조직의 보험설계사 실적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데 조직이 커지고 실적이 올라가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박세니는 FC로 활동하면서 소위 제자들을 리쿠르팅하여 영업에 투입 활용하는 것이다. 중도 포기자가 생기면 새로 인원을 채워 놓으면 된다. 어째서 그 제자들은 생명보험사 영업직 입사 면접은 웬만하면 다 합격하는 것이고 보험 영업방식은 유튜브에 엄청나게 많은데도 박세니의 교육 강의에 돈까지 낸 후 자기 수수료의 일부가 박세니에게 할당되도록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박세니의 말대로 했더니 높으신 분이 최면에 잘 걸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놀랍고 고마워서?).박세니 강의의 뼈대는 멘탈 프로그램을 팔면서 삼성생명에서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구체적 취직 제안까지 하는 것임을 볼 때, 삼성생명 입사를 미끼로 ‘쎈멘탈 판매’ 등 개인 장사를 직접 연계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문제가 될 텐데 삼성의 준법감시팀이나 윤리경영팀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면 좀 놀랍다. 게다가 박세니의 강의는 주로 ‘돈을 벌고 최고가 되는 것’을 자기 최면과 타인 최면을 통해 이루라는 것인데, 자기 최면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타인 최면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서 나오듯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적 지배) 같은 시도이고 처음 만난 여자에게 최면을 시도하여 뭔 짓을 하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이 글을 읽고 종신보험이 보험설계사에게 그렇게나 수당을 많이 주는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과연 그 보험이 운영될까를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의 눈이 떠진 것이다). 5. 주식주식에 대해서는 2008년 10월 11일 딱 한 번 다음 카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삼성전자가 내 관심사고 포스코는 아니다”라고만 언급한 바 있다. 그 당시 그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정말 많이 하였는데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도록 유도한 것과 다름없는(그래서 주가가 더 오르도록 유도하여 수익을 더 보려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조차 90% 이상이 이 주식이 좋다는 식이며 목표주가를 높이 잡는다. 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야 자기네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리딩방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모두가 그런 심보로 주식을 추천한다. 아 물론 그런 심보를 역이용하여 초단타 위주로 하면 좀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세이노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을 통해 내 사익이 증가한다면 나 자신이 X 같은 나쁜 놈으로 전락하게 됨을 잘 안다. 언젠가 L 및 K 재벌가 사람들(손자들)의 작전회의에 각 한 번씩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결국 개미들이 밥이 되는구나’였고 1원도 가담하지 않았다. 약 1년 후 K 재벌의 직계 가족이 구속되고 몇 개월 후 L 재벌의 직계 가족도 구속되었는데 내가 양쪽 모두 가담했다면 가중 처벌을 크게 받았을 듯싶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그 작전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를 K 재벌에 연결해줬던 동창 녀석은 15억원 정도를 날렸다. 내가 개미들에게 하고픈 말: 주식으로 큰 수익이 났을 경우 당신이 똑똑하고 주식투자 재능이 있어서 돈을 번 것은 절대 아니므로 전업투자자가 되겠다는 개꿈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전업투자를 하다가 배우자도 모르게 엄청난 빚을 진 후 내게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면 빨리 처분하여야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계속 집어넣는 짓도 절대 하지 마라.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야고보서 1:14). 통정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폭삭 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하한가 사태에서 무려 1500명의 의사들이 위임 매매를 하였던 것도 ‘욕심에 끌려 미혹’당한 것이다. 이때 역시 내게 수백억원을 날렸는데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낸 독자가 있었다.거듭 강조하는 것이지만 주식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하여야 하는 게임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이길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래서 내가 20여 년 전에 썼던 글은 아직도 유효하다. “편안하게 빨리 돈 벌고 싶어서 애를 태우는 자들이여. 평생 가난의 괴로운 숯불이 이마 위에 올려지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채권은 어떨까? 채권은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식 정보보다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다. 국고채는 자본차익(금융투자수익)이 비과세이기에(2025년부터 과세되는 것으로 예고되어있다) 종종 종합소득세율이 이미 40% 이상 되는 경우에는 정기예금 이자 수익보다 세후 실수령액이 더 높다. 즉 종합소득세율이 낮은 경우에는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아주 낮은) 회사채는 개미들에게는 기회가 잘 안 간다. 2023년 11월 2일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하였다는 기사가 그다음 날 떴다. 수요예측은 증권사나 투자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큰손들에게만 연락하여 예상 투자액을 물어보지 개미들에게는 전화도 안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잣돈이 모이면 좋은 회사채들은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경제기사를 평소에 꼼꼼히 잘 읽어나가라. 요즘은 인터넷 뱅킹에서 10만원으로도 채권투자가 가능하므로 경험을 쌓아가며 소소한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ELS의 헤지자산 74% 정도는 국내 채권이므로 ELS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상반기에는 그 시점에서도 만기가 남아있는 채권들이 ELS 자산 현금화를 위해 쏟아져 나올지 여부도 주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다만 나는 ELS, ELB, DLB, DLS 등등 금융공학자들이 만든 상품들은 가까이하지 않는 고집이 있다.) 6. 팩트를 보는 법2014년 12월 5일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된 내 글을 내 책에서 읽고 나서(541쪽), 마카다미아를 봉지째로 주는 것으로 서비스 매뉴얼이 바뀌었는데 그것을 조현아 부사장이 모르고 있었고 세이노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종종 독자 메일로 오곤 하였다. 그래서 내 책 17쇄부터는 552쪽에 ‘손님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면 먹지 않을 것이므로 봉투째 준다는 얘기를 누가 하던데, 나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기 일등석에서 항공사를 불문하고 그런 경우를 경험한 바 없다’고 첨언하였고, 실상을 좀 더 조사해 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언론의 기자들이 팩트(Fact·사실)를 제대로 못 보고 비틀어 보도한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으며 나무위키나 위키백과도 대동소이했고,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 책이 생각나는 사건이었다.(팩트를 골라내는 법을 알게 되면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여진다.)아마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승무원의 땅콩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조현아가 서비스 매뉴얼이 바뀐 것을 모르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 매뉴얼이 바뀐 것을 알고는 사무장에게 화살을 돌려 화풀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땅콩을 봉지째 주는 대한항공 홍보영상 장면도 있다고 하여 나도 봤는데 광고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화면이 예쁘게 나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서비스 매뉴얼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이 비행기 이륙 전 조현아에게 객실 승무원이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마카다미아(언론에서는 땅콩, 콩, 너츠 등으로 표기했다)를 봉지째로 전달한 것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날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떴다고 한다(동아일보 2014-12-10).“음료와 마카다미아 너츠를 줄 때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규정은 음료를 요청한 승객에게 마카다미아 너츠를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리에 들어가서 뜯어서 작은 그릇에 담아줌)…갤럭시노트 10.1을 꺼내 규정을 보여줌.(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 승무원)…”2014년 12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서비스 매뉴얼을 단독 입수하여 “조현아의 딴죽?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했다”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10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FR/CL) 웰컴 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를 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하여 보여준다(showing)”고 명시돼있다. 이어 “마카다미아 너츠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그릇에 담아 가져다드릴 것을 안내해 드린 후, 갤리(Galley)에서 버터볼(작은 그릇)에 담아 준비하여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아드린다”고 돼 있다.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다. 변경 내용은 승객에게 ‘봉지째 마카다미아 너츠를 보여주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 뒤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바꾼 것이 전부다. 미주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는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이런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2014년 12월 10일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의 ‘잘못’을, 노조 측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착각’을 주장하고 있음을 보도하였다.“여전히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승무원이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봉지째 건네자 조 부사장이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 측은 “드실 것”인지 승객에게 물어보기 위해 규정대로 봉지를 들고 갔는데 조현아 부사장이 화부터 낸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그리고 하루 뒤인 2014년 12월 11일 경향신문은 그 매뉴얼의 영어 원문을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이 보도하였다.“…당시 문제가 된 것은 마카다미아를 어떻게 서비스하느냐였다. 승무원은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에 대해 왜 봉지를 뜯은 뒤 마카다미아를 버터볼(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지난 10일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웰컴 드링크 서비스 시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넛을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돼 있다. 이어 “승객이 마카다미아넛을 원하면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에서 버터볼(그릇)에 담아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는다”고 돼있다. 2012년부터 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해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매뉴얼을 잘못 알았다는 것이다.”2014년 12월 19일 경북매일신문 기사 내용: “조현아는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이 공항에 내린 후 비행기가 출발하게 했다. 비행기 기내 규정은 땅콩을 요청한 승객에게 땅콩을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러리에 들어가서 뜯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장이 했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결국 구속 기소되었다. 2015년 1월 16일 경향신문이 조현아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입수하여 분석한 단독 기사에 의하면 12월 5일 현지시간 0시 43분 “승무원 견과류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 조 전 부사장 승무원에게 ‘매뉴얼 가져오라’ 지시. 박창진 사무장 매뉴얼 담긴 태블릿 PC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 격분”으로 언급된다. 0시 53분에는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 사무장에게 ‘당신 잘못이야. 네가 내려’ 지시”하였다고 한다.즉 승무원이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했음이 분명하므로 경향신문의 12월 11일자 기사는 틀린 뉴스가 되고 경향신문 12월 10일자 기사에서 나온 노조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이 된다.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소장은 물론 여러 기사에서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 없었다는 것 알면서도”라고 하거나 “뒤늦게 조 전 부사장은 변경된 매뉴얼에 따라 김 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 씨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식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참고로 “조 전 부사장 격분” 이유는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갤리)이 바로 앞에 있고 그곳에 종이 매뉴얼이 있는데 사무장이 태블릿PC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 시 승무원이 하는 안내방송 역시 제아무리 고참 승무원일지라도 종이 매뉴얼을 보면서 하는 것이고 종이 매뉴얼들은 언제나 그것이 필요한 장소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격분”할 만한 것이었냐고? 그 판단은 당신이 어떤 조직에서 그 정도 지위에 올라갔을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격분” 이후의 행동들은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2015년 2월 2일 2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무려 11시간이나 계속된 결심공판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보도를 축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과연 기자들이 11시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었을까? 검사의 질문들은 동아일보에서 상세히 보도했으므로 궁금하면 찾아봐라.)경인일보(2015년 2월 2일)조현아는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 모 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조현아는 기소된 이후 진행된 두 차례 공판 동안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과 달리 조심스럽긴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진술했다. 특히 그는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갖다 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어보지 않은 채)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밝혔다.이는 앞서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신문에서 “관련 매뉴얼이 작년 12월 초 ‘봉지째 보여주며 먹을지 묻고,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으로 개정됐고,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결재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동아일보(2015년 2월 3일)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어떤 부분이 위반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물을 갖다달라고 했는데 물과 함께 견과류를 가져왔기 때문에 매뉴얼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승객 의향을 먼저 물어본 뒤 종지에 담아 서비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본보 보도(지난해 12월 15일자 A14면)와 재판 시 공개된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출발편에는 견과류 서비스 관련 내용이 없다. 세계 공항은 보안 규정에 따라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류와 음식을 담아놓는 실(seal·카트의 봉인)을 열 수 있는 곳(실 오픈 가능)과 열지 못하는 곳(실 오픈 불가)으로 나뉜다. 케네디 국제공항은 ‘실 오픈 불가’ 공항인데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초기 ‘실 오픈 가능’ 공항에서 사용하는 매뉴얼에 근거해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가 틀렸다고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착각한 부분이다. 주간동아(2015년 2월 29일) “당시 물을 갖다 달라는 저의 말에 승무원은 콩과 빈 버터볼 종지를 가져왔습니다. 명백한 매뉴얼 위반입니다. 서비스가 매뉴얼과 틀리다고 생각해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있었던 저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조선비즈(2015년 2월 6일) 검찰이 피고인 심문에서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분명히 매뉴얼에 따라 (마카다미아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나무위키에서는 “2007년 이후에는 봉지를 들고 가서 보여주고 취식 여부를 물어본 뒤 먹겠다고 하면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승무원은 이 지침을 완벽하게 준수했다”고 나온다.위키백과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대한항공 객실본부장이었던 조현아 부사장이 접시 위가 아닌 뜯어지지 않은 봉지 속에 있는 마카다미아를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받았다…마카다미아 서비스 규정을 잘 알지 못했던 조현아는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빌미로 객실 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하였고”라고 나온다.결국 진실은 ①먼저 손님에게 봉투째 보여준 뒤 ②원하는 승객에게는 봉투를 까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게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그 당시 객실 승무원은 ①에서의 보여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접시에 봉투째 담아 전달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가?땅콩회항의 발단이 된 서비스 문제를 내가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조현아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갖가지 소문 속에서 팩트를 판별하는 능력 훈련을 스스로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자기만의 게임을 하게 된다. 물론 당시 조현아가 남편과 아들에게 욕하고 소리 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렇게 행동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조현아가 “격분”한 동기가 어디에 있든 간에, 사람들은 어차피 조현아를 이상한 인간으로 낙인찍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들만큼은 상황을 추종하려고 하지 말고, 설령 독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팩트를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팩트를 비틀어 보도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 덕분에 안하무인의 재벌 가족들에게 경종이 울리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 동영상에서나 땅콩회항에서나 왜 조현아가 그렇게 행동하였는지를 나는 안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 언행이 변하게 됨을 나 역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공사 현장에 나타나 자주 따귀를 때리거나 정강이를 걷어찼다는 뉴스 말미에 갑질 논란 따위는 전혀 없이 일을 철저히 하려는 그의 의지를 칭송하는 내용이 나오던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다국적 기업에서 승승장구할 때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딸들과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딸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전화로 누구에게나 야야 하며 소리 지르고 화를 내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는 느낌을 받았다.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사람들은 가족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직원을 보배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였다. 어떤 조직에서든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경험적 조언: ①가족에게 뭔가를 지시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족은 당신의 하급 직원이 아니며 가족에게 당신은 직장 상사가 아니다. 청소가 이게 뭐냐, 냉장고 정리가 왜 이 모양이냐 같은 말은 회사에서나 통하는 말이므로. 먼저 가족이 하는 말에 귀부터 기울여라. ②당신을 분노하게 만든 직원이 있으면 즉시 “10분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해라. 그 10분간 분노를 가라앉힌 후 사근사근 대화하거나 이메일로 감정 표현 없이 팩트만 전달하여라.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방법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체험하여 왔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수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나는 “아니 도대체 팩트가 뭔데 무죄야?”라는 생각에 판결문 속 사실관계를 며칠 동안 분석하였고 뇌물이라고 판단하였다. 때마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이 사건을 주로 이야기하는 조건으로 지난 4월 출연하여 뇌물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을 팩트를 통해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가 뇌물을 주고받는 부패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 외에도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팩트가 무엇인가 알아내려는 노력 역시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어서였다. 12월 19일 ‘곽상도 50억원 뇌물수수’ 건에 대한 2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독자들과 함께 그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3.12.11 07:00

36분 소요
‘까칠한’ 현대도시 속 ‘이곳’은 선물이다[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전문가 칼럼

최근 도시공간의 용도는 빠르게 융합, 전환된다. 이 같은 사례는 이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과 가족의 전유 공간이었던 집이 이제는 전통적인 기능을 벗어나 에어비앤비(Airbnb) 등 공유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여행객에게 잠시 내어주는 숙박공간 역할을 한다. 상업용 공간 역시 ‘숍 인 숍(shop in shop)’으로 운영되거나 특정 요일 또는 시간대 동안만 타인이나 타업종에게 대여되는 등 공간 점유 방식이 유연해지고 있다. 일부 상업시설은 물건을 파는 공간보다 상품을 경험하는 공간이 더 넓어진다. 또 창고가 판매공간이 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건물의 외형만 보고 그 건물의 용도나 이용방식을 규정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외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반전의 콘텐츠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전공한 도시계획은 원래 ‘도시공간 분리’가 목적인 학문이었다. 생산공간과 주거공간의 분리, 위해시설과의 분리, 보건과 위생을 위한 분리, 도로와 보도의 분리 등 안전과 기능, 편리와 효율을 위해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다.도시공간은 시대에 따라 분리와 융합의 역사를 이어가기도, 역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간의 분리와 융합 중 어떤 것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까. 융합하는 도시공간, ‘까칠한’ 배타성 보이기도도시공간의 융합은 인간에게 편의와 효율성을 가져다줘 생산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러한 생산성으로 획득한 시간을 온전히 휴식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세상의 속도가 빨라졌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 현대사회는 여전히 분주하다.우리는 퇴근을 했어도 일에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다. 오죽하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겠다고 할까. 최근엔 휴가를 위해 ‘마음챙김’이라는 명상을 바캉스 대신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간과 사회는 꾸준히 융합되고 편리해지며 더 빨라졌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분리되고, 구분되고 더 느려지고 싶어한다. 현대인들은 이런 행동을 ‘힐링’이나 ‘충전’이라고 표현한다.특히 도시공간은 꾸준하게 융합되고 있지만 동시에 ‘까칠한’ 측면도 드러낸다. 이에 특정 방문객을 제한하는 ‘까칠한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식당, 카페 등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노 키즈 존(No Kids Zone)’, ‘노 펫 존(No Pet Zone)’이라며 출입에 조건을 부여하는 곳들이 대표적이다. 어떤 식당은 ‘1인 1식 주문’이 의무사항이며 어떤 카페는 손님이 3시간 이상 머무르는 것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예스 키즈 존(Yes Kids Zone)’, ‘예스 펫 존(Yes Pet Zone)’처럼 출입제한 트렌드를 역이용하는 비즈니스도 등장했다. 까칠함이 무언가를 배척하는 동시에 포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의미다. 소란한 도심 속 침묵의 공간 ‘깜삐 예배당’도시에서의 느림은 어떤 것일까. 어떤 공간들이 구분, 분리되면 도시인으로 하여금 세상의 속도로부터 조금 비껴가게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생각한다. 그러나 도심 속 종교시설(공간)은 이미 또 다른 분주함이 존재하는 곳이다. 침묵과 고요함이 있는 종교시설은 종교가 쇠퇴한 건축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예배당에서 평화와 고요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출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면 연중 언제라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하 생략)” 헬싱키 깜삐 예배당(Kamppi Chapel) 출입구에 붙은 안내문이다. 깜삐 예배당은 핀란드 헬싱키 중심부에 있는 나린까(Narinkka) 광장 북쪽에 자리한 독특한 외형의 건물이다. 노아의 방주 같기도 하고, 거대한 나무의 밑동 같기도 한 이 건축물은 서로 다른 세 가지의 목재로 내·외관을 장식했으며 내부 조명도 자연채광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건축학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목재 소재의 외형과 색깔 때문인지 멀리서도 눈에 잘 띄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예배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깜삐 예배당이 있는 나린까 광장은 핀란드 내에서도 가장 활기찬 곳이다. 이 일대는 인근 헬싱키역 이용객으로 넘쳐나며 관광객들의 약속장소로도 활용된다. 이에 상업공간과 기업들의 대형광고, 판촉 행사로 늘 번잡하고 소란스럽다. 이 같은 유럽 광장은 대형 성당이나 교회, 시장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형 성당이나 교회는 주로 석조건축물이다. 그런데 이곳에 대형 석재 성당 대신 목재로 만든 아담한 예배당이 있는 것이다.묘한 이끌림에 따라 들어간 내부는 더 신비롭다. 이 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관광객이지만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킨다. 이 예배당의 별칭이 왜 ‘침묵의 예배당’인지 알 수 있다. 예배당이지만 공식적인 예배는 없다. 깜삐 예배당은 바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요한 고백의 장소가 돼 준다. 예배당은 누구든지 출입이 가능하며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된 안내서가 비치돼 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회복지사들이 상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공간이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늘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할 종교시설의 출입문에서도 최근에는 이단의 출입을 금하는 안내표지판을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예배도 없고 종교인도 없지만, 이 공간은 쉼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곳은 까칠하게 질주만 하는 현대도시 공간에 현대인들이 잠시 시간을 멈출 수 있도록 주어진 선물이 아닐까.

2023.08.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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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투자 사기와 피해자 구제, 아직 갈 길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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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더리움. 과거에 친숙하지 않았던 단어들이 지금은 온 국민이 모두 다 아는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암호화폐(가상자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투기의 온상’, ‘리스크가 높은 위험자산’ 등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9월 처음 거래가 시작된 가상자산 시장은 코스닥 시장과 견줄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고, 일 거래금액도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4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3조1282억원, 지난해 1조192억원 등 불과 몇 년 새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추산한다면 금액은 훨씬 더 커진다는 건 모두가 짐작할 수 있다.가상자산 범죄는 크게 ‘침해범죄’와 ‘이용범죄’, ‘범죄수익 은닉 수단’으로 나눌 수 있다. 침해범죄는 가상자산 거래소나 개인의 전자지갑을 직접 해킹하거나 악성코드를 통해 가상자산을 탈취하는 범죄다. 이용범죄는 랜섬웨어, 불법 사이버도박, 음란사이트 이용, 마약 거래, 투자 사기 등 특정 범죄의 대가로 가상자산을 취득하거나 이용하는 범죄다. 범죄로부터 편취한 수익을 가상자산을 이용해 은닉하거나 자금세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판례 따라 유사수신 위반 성립 어려울 수도가상자산 이용범죄 중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형이 투자를 빌미로 발생하는 투자 사기 범죄다. 주로 유사수신과 결합한 형태의 범죄행위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망한다. 이후 코인공개(ICO)나 신규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해 돈을 편취한다.가상자산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법으로는 다단계 조직이나 코인리딩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SMS)나 메일을 통해 ‘고수익 코인’, ‘대박코인’이란 표현으로 유인하기도 한다.이런 가상자산 투자 사기업체의 경우 대부분 정상적인 투자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단기간의 고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실상은 투자자 모집에 따른 수당 지급과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수당 등은 후순위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메꾸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또 사업의 실체성이 없어 가상자산 개발에 성공해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 상장이 이뤄진다고 해도 약정 수익의 실현이 불가하다. 높은 가격 실현을 약속하며 보유 가상자산의 매매를 제한하면서 자신들의 물량을 모두 처분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구조를 가진 가상자산 투자 사기업체에 현혹돼 투자하면 원금 손실은 물론이고 정신적 피해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아울러 법원 판례(서울중앙지방법 2021. 7. 9. 2021카불668결정)는 가상자산을 금전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사기업체가 원금·이자 보장까지 확약하더라도 원화 등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을 수취한 경우에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이 성립하기 어렵다.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를 신고해도 다단계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투자 사기업체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도 있다. 하위 투자자들로부터 상위 투자자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이 진행되면, 피고발인인 상위투자자들도 다시 그 위의 상위투자자를 연속해서 고소·고발하게 된다. 그런데 초창기 투자한 사람들 중에서 수익을 본 이들도 있어 모두를 피해자라고 볼 수는 없다.최근에는 ‘러그풀’(Rug-pull)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러그풀은 원래 양탄자를 당겨 위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쓰러뜨리는 행위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개발자의 투자금 사기 행위를 뜻한다. 가상자산을 개발한다며 투자자금을 모은 후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자금을 가지고 사라지는 것이다.이런 코인 투자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우선 가상자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코인리딩방’ 등 SNS를 통한 투자 권유에는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코인리딩방 운영자는 전문가가 아닐 확률이 높고, 관련 정보는 모두 허위일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코인리딩방에 참여하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공범으로 수사를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 인가받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유명 코인만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가상자산법, 2단계는 규제와 진흥 조화 이뤄야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대한 기대와 관심, 발전 가능성에 올라타 형성됐다. 하지만 인간의 투자 심리를 역이용한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 관련 법률의 미비로 투자자 보호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물론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향후 2단계 법안에서는 산업의 육성과 진흥, 자율규제 부분 등의 보완을 통해 규제와 진흥이 조화롭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며 그에 따른 투자자 피해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산업의 시작에는 어두운 측면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과 산업의 육성과 진흥, 규제가 잘 어우러지는 정책이 보완된다면 관련 범죄의 예방과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신뢰성과 건전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면 우리나라도 디지털패권 국가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필자는…금융범죄, 자금세탁방지(AML), 가상자산 범죄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서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에 기여했으며,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과 한국NFT학회장, 한국ESG경영학회 이사장, 경찰청 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23.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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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따라잡기④ 도시는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강북의 기회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전문가 칼럼

어느새 20년 가까이 ‘강남모방’으로 일관하던 도시개발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이는 주로 ‘아파트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외형만 모방했을 뿐, 강남 성공의 이면에 있던 각종 도시 인프라(사통팔달의 교통망 확충, 강북에서 강제 이전해 온 공공기관, 유명학교, 중산층의 이동 등)를 도저히 똑같이 흉내 낼 수 없었기에 당면한 한계였다. 하지만 그 또한 전부는 아니다. 사람과, 도시에서의 삶과, 세상이 모두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집 밖으로 나가는 현대인현대 도시에서 인간의 활동은 집보다 집밖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 잠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생로병사의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집에서 아이들이 크고, 집에서 늙고, 집에서 죽었다. 장례 역시 집에서 치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도시인들의 생로병사는 모두가 집밖에서 이루어진다. 산모들은 아이를 산부인과에서 낳고, 심지어 산후조리도 집밖에서 한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이라는 외부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 와서도 인터넷 강의 등 스마트 기기 속 공간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자녀양육을 마친 부모들도 미뤘던 여가활동과 노후준비를 외부에서 한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활동력 있는 노인들은 다양한 동호인 활동이나 교육 및 친교프로그램으로 하루를 분주하게 보낸다. 이들은 좀 더 나이가 들면 데이케어 시설이나 실버하우스나 요양병원, 요양원으로 점차 옮겨 가고 있으며 삶의 마지막을 병원에서 마무리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이 모두 집이 아닌 곳에서 행해진다.풍요로운 삶을 위해 윗세대들은 기를 쓰고 집을 마련하려 했고, 이제 겨우 부족한 집들이 확충되는 시기가 왔다. 그런데 정작 집이 아니라 집밖에서 더 많이 시간을 보낸다니. 이제 도시의 모습과 구성이 달라져야 할 이유는 더 뚜렷해졌다. 그러나 집밖의 다양한 서비스와 활동에 대한 대가 역시 지대(땅값)에 따라 결정된다. 강남은 집값만큼 땅값도 비싸다. 그러니 그곳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이용요금도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공공서비스의 대가는 주민이기만 하면 누릴 수 있지만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높은 집값을 지불해야 한다. 강남모방의 한계는 이러한 경제적 요인도 작동한다. 만약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고비용의 생활구조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또한 착각이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그게 바로 현금으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은 아니다. 그저 마음만 든든할 뿐, 집값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그 뿐인가.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고, 의료기술과 건강상태가 좋아지면서 오랜 시간 경제적 문화적 활동이 가능해졌다. 너무 비싼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평생 강남에서 생활하는 일은 심지어 일부 강남 주민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좀 더 지속가능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도시에도 가성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하다. 강남엔 없고 강북에는 있는 것온라인 쇼핑이 보편화 되면서 사람들이 어디 살든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물건에 대한 접근성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졌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도 ‘직구’(해외 직접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는 경험적 서비스는 지역에 따라, 공급자의 기획력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강남에는 없고 강북에는 있는 것이 있다. 강남에는 최고(最高, 가장 비싼 것)는 있으나 최고(最古, 가장 오래된 것)가 없다. 최고(最古)란 오래되어 낡았다는 뜻도 되지만 시간과 기억의 축적이라는 ‘문화자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공간들이 대부분 서울 강북이나 지방대도시의 구도심 인 이유가 여기 있다. 이들의 첫 시작은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지역과 공간이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힘이 더 크다. 강남구에서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신사동 가로수길의 성공은 처음에 경제적 유인에서 출발했다.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라서 임대료가 좀 더 저렴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적 요소도 충분했다. 도로여건이나 부지규모의 영세성, 각종 건축제한으로 개발이 용이하지 않았던 이면도로 상가들은 과감히 거리와의 경계를 허물고 나왔다. 고층빌딩의 상가는 사람들을 차로 불러 모으지만, 가로형 상가들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머무르게 하고, 거리 속에 상업 컨텐츠를 발산한다. 한계 역이용하는 똑똑한 도시기획자들강남에서 시작한 이 ○○단길, ○○거리는 이제 강남보다 강남 이외 지역에서 더 많이 살펴볼 수 있다. 서울 연남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구획정리가 된 저층단독주택지 밀집 지역이었다. 주택가였으니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상업기능을 담기에도 부적절했다. 다만 중심상권에서 밀려나 이곳에 정착한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미 상업기능이 많이 침투한 상태였다. 인근 연리단길이나 홍대거리 등에 기존 문화적 자산이 있었기에 배후인구 또한 어느 정도 담보가 됐다. 이렇게 ○○단길, ○○거리는 모두 중심에서 밀려난, 높은 임대료를 피해 안착한 사람들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환경을 개선해 보려고 해도 건물 신축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만약 허물고 신축(개축이 정확한 표현)을 하게 되면 도로용지로 땅 일부를 공공에 기부체납해야 하는 데다, 층수제한까지 있어 충분한 사업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리모델링’이다. 연남동에서 확산된 리모델링은 반지하 공간과 외부 계단을 활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반지하, 외부계단 모두 충분한 공간 활용이 어려울 때 사용하는 궁여지책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재탄생한 건물이 오히려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매력이 돼 버렸다. 이와 달리 신축을 하기 용이하고 사업성이 좋은 지역에서는 매력적인 공간보다 판매가능한 공간만을 최대화하는데 집중한다. 향후 집값이나 땅값 전망에 대해 먹구름이 가득하다. 지금의 인구변화 추세로 보면 큰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그렇지만 저평가된 공간에 매력적 요소를 입히는 일, 제약과 한계 속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도시개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여전히 서울 강북의 개발여건은 용이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 제약과 한계가 창의와 매력을 만들어 간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기회는 강남이 아니라 강북에 있는지도 모른다.

2023.05.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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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날아오르는 리오프닝株, 어떤 종목 살까 [이코노 株인공]

재테크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2747.71)보다 3.19포인트(0.12%) 내린 2744.52으로 마감했다. 한주 동안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558억원, 4020억원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1조1444억원 순매도 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번주(2월21일~25일) 코스피 지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우려, 글로벌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움직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등에 따른 자금 흐름을 살피며 움직일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한주 동안 코스피 등락 예상 범위를 2650∼2830, 하나금융투자는 2700~2820으로 제시했다. ━ 지난주 LG생건·아모레퍼시픽 10% 올라 지난주 경기재개를 뜻하는 ‘리오프닝’ 수혜주가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등 경제활동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서다. 특히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인 건 화장품 관련 종목이다. 화장품 관련주는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주다. 코로나19 방역 지침 완화로 미뤘던 모임이나 여행 등 외출에 나서는 사람이 늘면 화장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한 주간 코스피 시장에서 화장품 대장주 LG생활건강 주가는 10.1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10.47% 뛰었고, 화장품 생산 기업 코스맥스와 클리오(코스닥 상장사)도 각각 11.75, 24.16% 올랐다. 화장품 관련주의 이 같은 상승세는 최근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로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리오프닝 업종에는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더나 최고경영자가 팬데믹의 종식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미국의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 완화 가능성도 부각되며 리오프닝 관련 업종 반등 기대감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한국콜마는 양호한 실적 발표가 예상되고,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내 설화수 브랜드 인지도 개선 등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며 두 종목을 내주 톱픽으로 꼽았다. ━ 신세계인터내셔날·롯데관광개발 주목돼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단기적으론 지속되겠지만 이 변동성을 역이용해야 한다”며 “아직 덜 오른 리오프닝 주식을 사모아야 하는 시기”라고 짚었다. 관심 업종으로는 의류, 유통, 엔터를 꼽았다. 이 가운데 엔터주는 최근 오프라인 콘서트 재개 가능성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엔터 대장주 하이브는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오는 3월 서울 콘서트 개최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 하루 만에 7.32% 급등한 바 있다. 이외 삼성증권은 의류와 화장품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다음주 추천 종목에 올렸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0년 기준 매출 구조가 화장품 25%, 패션 75%로 리오프닝에 최적화된 기업”이라며 “코로나 국면 완화 시 턴어라운드(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리오프닝 수혜주로 롯데관광개발을 소개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시 내국인 관광수요 증가로 롯데관광개발의 빠른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2022.02.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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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노동자탄압·임금억제로 물가 안정…조작사건도 많아

정책이슈

대한민국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23일 사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사를 굴곡지게 만든 장본인이어서 각계 평가가 엇갈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에 남긴 명암을 짚어봤다. 전두환 정권의 철권통치 대상엔 노동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불순분자로, 그들의 파업·집회를 사회혼란으로 여겼다. 정권에 대항하는 노동운동가들을 삼청교육대에 강제수용하는 등 인권유린은 다반사였다. 심지어 근로자 임금 인상 억제를 강제해 국가 차원에서 물가 안정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1980년 9월~1988년 2월)는 앞서 박정희 정부가 수립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96년 총 7차) 중 5차(1982~1986년)에 해당하는 시기였다. 경제개발 계획은 5차부터는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으로 이름을 바꿨다. 1960~1970년대에는 먹고 사는 생존이 중요한 과제였다면, 1980년대엔 자유·문화·복지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전두환 정부는 경제개발 계획을 이어나가 박정의 정부를 잇는 적통 정권임을 알리는 동시에, 사회 변화를 반영해 신군부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고 정권의 안착을 도모했다. 그 예로 국풍81 축제, 한국프로야구·축구 창설, 야간통행금지 해제, 학원 두발·복장 자율화 등을 진행했다. 사회·근로·연금·의료 관련 복지제도도 개선해나갔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농어촌을 떠나는 이농과 대도시 집중화가 심화하고, 소득불평등과 도시빈민이 증가하던 사회구조 변화도 복지 확충의 한 배경이 됐다. 근로복지 분야에서는 1984년 최저임금제 시행 방안, 1986년 의료보험 전국민 확대 방안과 국민연금제도·최저연금제 도입 방안,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 부당 노동행위 처벌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 등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제는 195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거를 마련했으나 기업주들의 반발과 사회여건 부족으로 보류됐다. 그러다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 1986년 국민복지 증진의 일환으로 도입을 결정, 그 해 연말에 법을 만들어 정권 말기인 1988년 시행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제를 통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강제성을 못박았다. ━ 사회복지망 확충으로 도시빈민·소득불평에 대응 전두환 정부는 사회복지제도도 확충했다. 당시 산업화를 좇아 농어촌을 떠난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의 하층민을 형성하면서 소득불평등과 고령인구·도시빈민 증가, 도시화·핵가족화 확산, 부모부양의식 퇴조 등으로 사회보장 수요가 급증하던 때였다. 대책의 하나로 국민의 절반에 머무르던 의료보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받도록 하는 ‘전 국민 의료보험 조기 정착’ 방안을 1987년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을 1988년 농어촌으로, 이듬해엔 도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국민복지연금도 1986년 법 개정을 거쳐 수혜 폭을 넓혔다. 18~60세 미만 모든 취업연령층으로 확대,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우선 실시, 사용자와 근로자 균등 분담, 정부가 제도운영관리비 부담 등의 내용으로 개선했다. 1987년엔 근로자의 주거 안정과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법도 만들어 이듬해 시행했다. 정권 마지막 해인 1987년엔 노동관계법·노동조합법·노동쟁의조정법 등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행정관청의 재량권 남용 축소, 노동조합 요건 축소와 설립 자유화, 단체교섭권한 위임절차 간소화와 사후신고, 노사 간 세력 균형을 위한 근거 마련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같은 해에 노후생활 연금신탁제를 도입하고 남녀고용평등법을 만들어 여성차별 철폐 기반도 마련했다. 이렇게 전두환 정부 때 기틀을 마련한 사회·근로 복지정책들은 신군부 차기 정권인 노태우 정부 때도 계속 이어졌다. ━ 정권의 폭압에 청년 노동자들 분신자살 잇따라 하지만 전두환은 국민에게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자마자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정당·정치활동 금지, 국회 폐쇄, 영장 없는 구금 등을 강행했다. 정권 말기에 각종 복지제도 확충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항거하거나 민주화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파업과 시위는 철저히 분쇄했다. 산업·재벌을 앞세우고 노동·인권을 묵살하던 박정희 정권과 닮은꼴이었다. 옛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의 노사분규 통계를 살펴보면 1985년에는 노사분규 265건, 노사분규참가자 2만8700명, 노동손실일수 6만4300일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권 말기인 1987년엔 3749건, 126만2300명, 694만6900일로 급증했다.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노동자·학생·시민들의 민주·자유 열망이 폭발한 것이다. 이렇게 억눌렸던 민심은 대통령직선제와 정당·언론 자유화를 추진한 차기 노태우 정부 때 봇물처럼 표출됐다. 이 때문에 전두환의 철권통치 때 적지 않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부산에서 상경한 김종태씨는 1980년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사건을 알리고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다. 김씨는 앞서 2년 전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가르치는 야학을 운영하다 정부 감시에 걸려 강제 해산됐다. 1984년엔 택시운전사 박종만씨, 1985년엔 건설노동자 홍기일씨, 1986년엔 금속노동자 박영진씨 등이 노조탄압 규탄,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했다. 이 밖에도 노동운동을 하던 수많은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의문사·행방불명·행려병자 등으로 사라져갔다. 당시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연금,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등 온갖 박해가 이어졌다. ━ 조작사건·경제정책에 희생되고 강제 수용되기도 전두환 정권은 정치범수용소라 할 수 있는 삼청교육대를 운영해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는데, 수많은 노동운동가들도 이곳으로 끌려갔다. 또한 1987년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일화로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 비극을 낳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은 집권 초기 1980년 12월에 ‘제3자 개입 금지’ 규정을 추가하는 등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을 개악했다. 제3자 개입 금지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이나 노동운동 전개를 외부 세력이 돕지 못하도록 원천 금지한 조항이다. 제3자 개입 금지는 정부와 기업이 노동계를 탄압하는 주요 수단으로 악용됐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일부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그 잔재는 20여년동안 이어졌다. 결국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반발로 2005년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에 채택돼 2006년에 결국 폐지됐다. 전두환 정권은 노동자 임금 인상 억제를 물가 안정 정책의 하나로 악용하기도 했다. 집권 초기 1980~1981년에 유가와 물가가 급등하자 인상을 부추기는 나쁜 심리를 내쫓자며 ‘부정적 심리 추방운동’을 벌였다. 그 대상 중 하나가 노동자 임금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임금 동결을 선언하며 노동자 임금 인상을 통제했다. ☞ 전두환 향년 90세로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31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1955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육군대장까지 지냈다. 유가족으로는 배우자 이순자(82)씨를 비롯해 아들 재국·재용·재만씨와 딸 효선씨가 있다. 1961년 박정희 육군 소장의 5·16 군사구데타 때 육사생도 지지시위를 주도하고 국가혁명위원회에 가담했다. 1979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10·26 사건을 조사하면서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 신군부 정권을 출범시켰다. 1980년 신군부 퇴진과 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던 전남도민들을 유혈진압했다. 간선제로 1980년 11대 대통령, 1981년 12대 대통령에 취임해 1988년 2월까지 집권하며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대통령직 퇴임 후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반란·내란죄, 광주시민 학살, 비자금 조성 등의 죄목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11.24 10:00

5분 소요
시장혼란 키운 11번가의 무리수 '머지포인트 전액 환불'…왜?

유통

11번가가 이커머스업계 최초로 ‘머지포인트 구매액 환불’에 나서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11번가 중복 환불을 핑계 삼아 환불을 잠정 중단했고, 다른 이커머스업체에도 환불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별다른 추가 대책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시장의 평가 또한 ‘선제적 조치’라는 긍정적인 반응에서 비판이 새 나오고 있다. 섣부른 환불조치로 시장 전체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 “양심적” “선제적 구제” 호평… 그 이면엔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자사를 통해 머지포인트를 산 고객에게 결제액 전체를 환불해주기로 했다. 최근 ‘한달간’ 구매 고객이 대상이지만 사실상 판매는 8월10일에만 이뤄졌기 때문에 하루 판매분이다. 11번가는 10일 머지포인트 상품권을 구매한 고객이 직접 고객센터 등을 통해 요청하면 환불해주고 있다. 상품에 하자가 있을 때 이를 인지한 날부터 30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법 규정에 따른 조치라는 게 11번가 측 설명이다.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역시 대기업은 다르네”, “티몬이 제일 많이 팔았을 텐데 11번가가 양심적이다”, “롯데온, 티몬, 위메프, G마켓도 동참해야 한다” 등 피해 고객들을 중심으로 호평이 쏟아졌다. 반면 시장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우선 환불 조건이 그다지 파격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11번가에서 구매했던 전체 판매량에 대한 환불이 아닌 ‘8월 10일’ 단 하루 판매인 데다 11번가는 다른 이커머스업체와 달리 할인율이 낮아 판매량 자체가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7월엔 11번가에서도 수일간 판매가 진행됐을 텐데 8월엔 하루만 진행됐고 판매량 자체가 워낙 낮으니 이를 마케팅에 역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루 판매량을 환불해 준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머지포인트’ 판매 플랫폼이던 이커머스업계의 책임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11번가 측의 선제적 이미지 개선과 환불 구상권 청구 등에 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10일 저녁 판매가 종료됐는데 다음 날 사건이 터지면서 소진됐을 확률이 낮을 것이고 (11번가 쪽에서는) 이로 인한 효과와 이해관계를 다 따져본 뒤 도의적 차원에서 환불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11번가의 머지포인트 판매가 마지막 날까지 계속됐다는 점에서 “환불조치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비자는 “11번가는 머지포인트 사태 하루 전날 저녁까지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다”면서 “머지포인트 기사가 터지고 여기저기 카페에서도 우려 글들이 올라와 구매를 고민하던 시점에도 11번가에서는 팔고 있기에 황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11번가 ‘머지 마케팅(?)’…무엇을 간과했나 업계에서는 11번가의 머지포인트 ‘하루 환불’이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11번가가 하루짜리 환불에 나서면서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머지플러스는 즉각 환불을 중단했다. '11번가와 중복 환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상 당일 판매 규모도 크지 않은 11번가가 머지플러스의 환불 중단 명분을 제공해 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덕분에 티몬, 롯데온, G마켓, 위메프 등 다른 채널에서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당분간 구제받을 길이 없어졌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모임 커뮤니티 등에는 “11번가 마케팅 제대로 한다”, “머지플러스에 좋은 핑계를 마련해줬다”, “꼴랑 하루 구매치 환불해주면서 수십만, 수백만원 피해자들의 환불 길을 막았다” 등 우려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환불 방식에도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다. 미등록 상품이 환불 원칙이지만 11번가가 10일 판매분에 한에서 모바일앱을 통해 등록 전환한 경우도 환불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추가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11번가에서 구매한 뒤 중고나라에 ‘핀 번호’를 받고 재판매했을 경우 사실상 핀 번호를 보유한 사람이 환불받아야 하지만 11번가 판매 기록이 남아있는 고객에게 환불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들로 업계에서 강조하는 건 ‘환불채널의 통일’이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고객이 어느 판매 채널에서 구매했고, 어디 어디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샀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커머스업체들이 쉽게 환불 고지를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판매가 이뤄졌고 다같이 판매했기 때문에 환불 채널은 머지플러스 쪽 하나로 묶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른 채널에서 선제적으로 그것도 하루짜리 환불을 한다는 건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채널을 일원화하면서 머지플러스를 압박해 수습을 빨리해야하는 데, 여기저기저 나름의 환불을 해버리면 시간만 더 지체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11번가가 8월 31일부터 시작된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앞두고 이미지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1세대 이커머스인 11번가는 쿠팡, 네이버 등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아마존과 손을 잡으면서 반전 기회를 찾고 있었던 만큼 ‘단기적인 이미지 상승’이 절실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서비스가 오픈했고 인적분할하면서 모기업도 바뀌었다”면서 “새롭게 이미지 구축을 잘 한 뒤 그걸 이용해서 반전을 노려보려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 “고객 피해 최소화”…머지 측 환불중단 유감 11번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커머스에서도 어찌 됐던 해결 노력을 하자는 의미에서 10일 판매분에 대한 선제적 환불이 진행된 것”이라면서 “판매도 하루이고 실제 판매금액이 적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적은 판매금액을 판매한 11번가의 노력이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객들의 피해부터 최소화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한 것인데 머지플러스 측에서 이를 핑계 삼아 환불을 중단한 건 매우 유감”이라면서 “시장 혼란이 아닌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였다는 측면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9.01 00:34

4분 소요
LH, 해체 수순 밟나…수익몰수 빠져 '솜방망이 처벌' 비난

산업 일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분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달 말 안에 구체적인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정부는 당·정 협의와 민의 수렴을 거쳐 최종 방안을 결정해 6월 안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따른 조치여서 정부가 강도 높은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LH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0월 출범했다. 중복되는 업무를 줄이고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됐다. LH는 이후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공주택 공급 외에 4대강, 경인아라뱃길 등까지 떠맡으며 국책사업의 선두에 나섰다. 그러다 올해 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건설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정황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12년여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23일 국회와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LH 구조조정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출된 여러 방안들 중 높은 효과가 기대되는 방안을 선정해 당·정·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달 안에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는데 적용하는 주요 기준으로는 ▶정보와 권한의 분산 ▶조직간 상호 견제 ▶비수익 사업에 주력 ▶수익 공유를 통한 독식 차단 ▶개발기능과 관리기능 분할 ▶주택공급 본연의 역할에 충실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행태를 예방하는 규제 강화 방안도 점검하고 있다. ▶부동산 재산 신고·등록 ▶부동산 자산 실사용 여부 검사 ▶승진·인사시 부동산 소유 현황 검사 ▶수의계약 금지 ▶퇴직자의 관련 업체 취업 제한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규정은 아니다. 그 동안 적용기준이 모호하고 일부는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내용이다. ━ 통합된 업무·기능 기관별로 분할 방안 논의 논의 중인 여러 해체 방안 중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는 한 방안은 LH를 모회사와 자회사 구조로 개편하는 구상이다. 모회사는 임대주택 정책 실행, 임대할 주택 매입·재임대, 자회사 관리·감독 등의 기능을 맡는다. 자회사들은 토지·주택·도시재생 업무를 맡거나, 주택 관리와 상담을 맡는 구조다. 자회사들은 수익의 일부를 모회사의 주거복지 공공사업을 지원하는데 쓰게 된다. 즉, 정책·개발·관리 등 업무기능별로 조직을 분리해 정보와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본연의 역할인 공공주택 공급에 주력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H 조직 개편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과감한 혁신, 주택공급 일관 추진, 주거복지 강화 계기라는 기조에 따라 LH의 조직·기능 개편을 검토할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정부안을 사실상 마련하고 앞으로 당·정 협의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LH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3·29 투기재발방지대책을 LH에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LH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설계공모·입찰비리 등 부조리를 근절하겠다는 복안이다. ━ LH 경영평가 수정, 지급한 성과급 회수키로 한편, 정부는 LH 투기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기 위해 2020년도 LH 경영평가를 수정해 6월 중 발표하기로 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전 해의 평가 결과도 수정할 예정이다. 평가가 수정되면 LH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환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영평가 등급은 6단계(S·A·B·C·D·E)로 나뉜다. S가 가장 높고 E가 가장 낮으며, D 이하부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LH는 2017∼2019년도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아 공기업들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해 결산 기준 LH 성과급은 1인당 평균, 일반 직원은 약 996만원, 상임감사·상임이사는 약 7920만원, 기관장은 약 1억1880만원이다. 조사 결과 투기 정황이 다년 간에 걸쳐 드러난다면 지급한 성과급이 더 많아져 정부가 회수하게 될 금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행보에 민심은 냉소적이다. 정부 대응에서 국민이 바라는 가장 중요한 조치가 빠져 있어서다. 부동산 투기로 개인 잇속을 차린 LH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수익 몰수와 강력 처벌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진균(54)씨는 “역대 정부에서 그 동안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은 매번 유야무야로 끝났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은 국민을 바보로 만든 이번 LH 투기 사건에서 LH 직원들이 공공정책을 역이용했다는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명분으로 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 LH가 아닌 정부가 공분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금융감독원이 LH 투기와 연루돼 대규모 대출이 이뤄진 특정 금융업체들을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투기를 한 정황이 의심되는 LH직원·공무원 등 25명과, 농지법을 위반한 40여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05.23 13:11

4분 소요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미국·이란 갈등과 한국의 입지]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는 영국 유조선 억류 데자뷰?

전문가 칼럼

전환시대 내부단속·국제정치 노리는 이란… 한국의 중동 전략 다시 가다듬어야 이란 혁명수비대가 1월 4일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을 항해하던 한국 선적의 화학운반선 ‘MT 한국 케미(MT Hankuk Chemi)’호를 해양오염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나포해 호르무즈해의 자국 항구인 반다르아바스에 억류하면서 이란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란 당국이 한국 선박을 나포하고 억류한 이유가 겉으로 발표한 해양오염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는 관측에서다.억류 선박의 선적의 선적사는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며, 이 선박이 최근 오염 저감장치까지 장착해 오염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란 당국의 주장대로 해양오염이 있었다면 이를 조사하고 피해를 파악한 뒤 이에 따른 조치를 한 뒤 선원들은 인도주의적으로 풀어주면 된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해양오염의 근거도 즉각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당시 이란에 가까운 페르시아만 북쪽 연안이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학물질이나 오염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일부에선 이란이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이란핵협상(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재협상을 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동맹국인 한국 선박을 나포했다는 주장도 한다. JCPOA는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그리고 유럽연합(EU)이 체결한 협정이다. 2014년 2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시작해 1년 6개월 동안 13차에 걸친 실무협상 끝에 타결됐다. 진통 끝에 체결된 협정의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핵 활동을 중지하면 협정에 참가한 P5+1(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와 EU는 이란에 대한 유엔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다.하지만 2017년 1월 들어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8월 JCPOA에서 단독으로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 가지 추가 조건을 이란에 요구했지만 이란이 응하지 않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만류를 뿌리치고 JCPOA에서 나홀로 탈퇴하고 금융거래 금지 등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했다.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란과 금융 등 거래를 한 국가나 기관에 제2차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란의 계좌가 개설된 우리은행·IBK기업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이 이란산 석유수출대금 70억 달러를 이란에 직·간접적으로 송금하지 못하고 동결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 금융기관이 어떤 식으로라도 이 돈을 이란에 흘러가게 하면 미국은 해당 금융기관이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이 은행들은 국제금융 기능이 마비돼 자칫 무너질 수 있다. 자산을 3조5000억원 보유하고 1만4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우리은행이나 3조2000억원의 자산과 9300여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은행이 흔들릴 수 있다. 고객들의 자산과 직원들의 일자리가 걸린 일이다. ━ 미국 핵협상 수정 요구에 위협 느낀 이란 시아파 정권 미국이 JCPOA에서 나 홀로 탈퇴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JCPOA가 협정에 종료기간이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란이 핵 활동 중지를 행동으로 보이면 여기에 따라 P5+1이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2025년 10월 18일까지 모든 제재를 해제한다는 ‘일몰 조항’이 들어있다. 트럼프는 이를 근거로 그 뒤에는 이란이 아무런 제재 없이 핵 개발이 가능해진다며 이 조항의 철폐를 요구했다. 둘째 JCPOA에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셋째가 핵사찰 대상이다. JCPOA는 미국이 협정 전까지 찾아내서 제시한 핵 시설만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감시 대상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이 찾아낸 것을 넘어 이란의 전체 군사시설을 포함한 이란 전역을 사찰 대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미 과거 오랜 협상을 거쳐 결론을 내린 합의를 놓고 재협상하자는 것도 그렇지만 미국의 요구가 이란 권력의 중추인 혁명수비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명수비대를 노린다는 사실은 이란의 권력 체제에 비수를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란은 국민의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 위에 이슬람 시아파 법학자들이 뽑은 최고지도자(라흐바르 에 모아잠. 지도자라는 뜻의 라흐바르로 줄이기도 함)가 행정부·입법부·사법부를 감독하고 선출직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임면권을 보유한다. 서구에서는 이를 신정체제로 본다.이 신정체제를 옹위하는 것이 이란의 혁명수비대다. 이런 사실은 이란 군의 조직을 살펴보면 곧바로 드러난다. 이란 군대의 통수권자는 독특하게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아닌 시아파 사제이자 최고 지도자다. 현재 최고 지도자는 알리 하메네이(82세)다. 1989년 초대 최고지도자인 이슬람혁명 지도자 루흘라 호메이니가 별세하자 뒤를 이어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한국 선박 나포사건도 이란 정부가 아닌 최고지도자-혁명수비대로 이어지는 신정체제 최고지도부에서 주도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이란은 군대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지역방위를 맡은 국군(아르테슈·병력 35만~55만 추정)과 기동전·특수전과 보안관리를 통한 정권 호위 임무를 맡은 혁명수비대(세파·12만~18만 명 추정)로 나뉜다. 최고 지도자는 국군과 혁명수비대 모두의 최고사령관이다. 혁명수비대 산하의 쿠드스군은 해외 작전과 혁명 수출을 담당하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는데, 조직·병력·장비·예산이 모두 비밀이다. 쿠드스는 아랍과 이란에서 예루살렘을 뜻하는데,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이 조직의 임무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란에선 이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꺼려 시오니스트라 부른다)로부터 찾아오는 것임을 보여준다. 1997~1998년 무렵 쿠드스군 사령관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는 거셈 솔레이마니가 20년 이상 지휘하면서 최고 하메네이에게 직보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솔레이마니는 지난해 1월 3일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쿠드스군은 정권의 군대로서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패권을 추구하는 게 주 임무다. ━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로 전력 보완 미국·주변국 위협 탄도미사일은 혁명수비대를 상징하는 무기체계다. 탄도미사일은 자체 추진으로 발사지점부터 목표물까지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비행하는 무기체계다. 탄도미사일은 장거리 폭격기 및 잠수함과 함께 핵무기 운반 전력의 3대 핵심이다.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사거리를 계속 늘리면 1만1600㎞ 떨어진 미국도 위협할 수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한다면 미국으로선 악몽이다. 숙적인 이스라엘에도 당연히 나쁜 꿈이다.핵과 ICBM이 아니더라도 이란이 전술용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은 이스라엘은 물론 이란의 또 다른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거북할 수밖에 없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 텔아비브까지는 1900㎞ 정도의 거리다. 이란과 사우디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200여㎞ 정도 떨어져 있다. 게다가 이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석유 수출단지인 담맘까지 그 정도 거리다. 중거리 미사일은 물론 웬만한 전술용 단거리 미사일로도 때릴 수 있는 거리다. ━ 6월 대선 앞두고 권력 기반 다지려는 이란 신정체제 이란에는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전술용 탄도미사일도 다양하다. 이란이 미사일에 집착한 결과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전에는 미국의 지원으로 이슬람권 최강의 공군 전력을 확보했지만 혁명 뒤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전투기 도입과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수많은 항공기를 상실하고도 전력을 재건하지 못했다. 노후한 구식 전투기가 쌓였을 뿐 신형 전투기 전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전에 도입한 62대의 미국제 F-4D/E 팬텀과 55대의 F-5E/F 타이거 II, 43대의 F-14 톰캣과 함께 6대의 프랑스제 미라주 F-1E, 그리고 1991년 이후 들여온 36대의 소련·러시아제 미그-29가 공군 전력의 핵심이다.이 때문에 공군 전력이 비교적 열세다. 이란은 이를 다량의 전술 미사일로 보완하고 있다. 미사일은 이란의 군사력을 담보하는 핵심 무기체계다.지난해 1월 3일 이란의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쿠드스(예루살렘)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이름을 붙인 ‘순교자 하지 거셈 솔레이마니 미사일(1400㎞)도 개발했다. 하지는 메카 순례를 다녀온 사람에게 붙이는 존칭이다. 이처럼 탄도미사일은 이란의 전력, 특히 정예 혁명수비대를 상징하는 무기체계다.이 때문에 이란은 탄도미사일 관련 협상에 난색을 보여왔다. 신정체제의 명줄과 연결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재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데는 이란 신정체제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벌어진 뒤인 1979년 11월 4일 벌어져 444일이 지나 1981년 1월 20일 끝난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에 대한 앙금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의 여파로 지니 카터 당시 대통령은 1980년 11월의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카터 대통령은 중동의 지각을 뒤흔들고 동맹국을 적국으로 돌아서게 한 이슬람혁명에 원만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인질사건을 당하자 구조대를 보냈다가 사막에서 헬기 충돌 사고로 작전을 제대로 벌이지도 못하고 실패하면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 세력은 1980년 대선에서 카터를 누르고 당선한 로널드 레이건의 취임식날인 1월 20일에 인질을 최종 석방했다. 누가 봐도 정치적이고 계산된 택일이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정권은 이처럼 홍보와 정치적 계산이 능하고 전략적인 세력으로 평가 받는다. 이런 세력의 핵심이 이번에 한국 선박 나포를 주도한 혁명수비대다.게다가 최근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부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오는 6월 18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선거로 선출되는 최고의 자리다. 물론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의 감독 아래에 있어 아무리 선거로 당선해도 마음껏 개혁 정치를 하기는 힘들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후보는 이슬람 율법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야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신정 체제에 순응하는 인물일 수밖에 없다. 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시아파 사제로 이란에선 개혁가 정치인으로 통한다. 이번 이란 대선에서 보수파는 당연히 개혁파가 아닌 보수파가 당선하기를 바란다. 이번 대선에선 2005~2013년 대통령을 지낸 보수파 정치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출마가 유력하다. 지난해 10월 여론조사에선 아마디네자드가 37%로 후보군에서 1위를 차지했다. 보수파인 무함마드 갈리바프 전 테헤란 시장도 10%의 지지를 얻었다. ━ 한국 선박 나포를 이란 정권 홍보 역이용 ‘주의’ 문제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경제난 등으로 민심이 싸늘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를 넘어 이란 신정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수호를 담당하는 혁명수비대는 어떻게 해서라도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국 선박 억류를 통해 이란이 원하는 것은 결국 국내정치용일 가능성이 크다.혁명수비대는 이미 지난해 7월 영국 유조선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해 억류하면서 상당한 ‘전과’를 올린 전력이 있다. 그 2주 전 이란 유조선이 시리아로 향하다 지중해 입구의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EU의 시리아에 대한 제재위반 혐의로 나포됐다. 이란은 영국 유조선을 불법항해라는 황당한 혐의로 65일간 억류하다 결국 협상을 통해 석방했다. 지브롤터에 억류됐던 이란 유조선을 풀어주기로 한 조건으로 이뤄진 거래였다. 이란 국내에선 혁명수비대의 성과로 선전됐다. 이를 통해 혁명수비대는 존재 의미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이번 한국 선박의 나포와 억류도 영국 유조선 억류의 데자뷰(Dejavu·기시감)를 노린 것일 가능성이 있다.이에 따라 이란과의 협상에서 해양오염 증거를 내놓으라는 요구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법 위반이라며 제소하겠다는 압박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은 이란 국내에 오히려 ‘석유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주지 않는 도둑이 오히려 이란을 협박한다’로 선전할 수 있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이미 이란 매체에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사옥 사진이 ‘도둑’이라는 제목과 함께 커다랗게 실리고 있다. 따라서 이런 압박은 국내용이라면 모를까 억류된 선원과 선박을 돌려받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이란은 면담 거부, 논의 거부, 약 올리기 등으로 한국을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이란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사건 해결을 기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이란 전문가, 중동 정치 전문가, 협상 전문가 등 다양한 인력을 동원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양 사고 수준을 한참 넘어서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01.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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