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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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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선…“산업 경쟁력 약화시킬 것”

증권 일반

최근 사모펀드(PEF)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이데일리가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5%는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이라는 응답(21.9%)보다 세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또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합병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국민 10명 중 6명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9%에 그쳤다.사모펀드들이 기업에 대한 인수 과정에서 내세우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무려 61.1%에 달했다. 신뢰한다는 답변은 18.6%에 그쳐 기업인수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상 약한 고리를 파고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일부 사례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크게 주목받았던 고려아연 사례를 비롯해 한진칼과 한국앤컴퍼니, 금호석유화학 등 곳곳에서 사모펀드의 개입으로 갈등이 격화하면서 우려의 시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주요 주주 간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거나 경영권 승계 등 잠재적 갈등 요인이 있는 경우 언제든지 사모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최근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고려아연 사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합병(M&A)를 진행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단기차익 실현 등을 추구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장기적인 성장성 훼손될 것에 공감하는 의견이 60%(60.5%)를 넘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2.5%에 불과했다. 해외매각·기술·핵심인력 유출 우려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중국 등 해외로 매각하거나 기술과 핵심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4.8%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2.8%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이 지속하는 것은 사모펀드가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도 나온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몸값을 올려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성장성보다는 단기 실적 확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핵심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과도한 비용 절감 등의 논란이 매번 불거지는 이유다. 특히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는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인수 시도라는 점에서 사모펀드 MBK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순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자본을 활용한 구조조정에서 사모펀드는 유동성 공급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경우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 등을 통해 강제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것보다 사모펀드를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게 더 낫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순기능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받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모펀드가 스스로 투명성 제고와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시장 감시 기능 및 관리 감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당하다”며 “다만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덩치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4.12.24 14:35

3분 소요
성사돼도 무산돼도…대한항공·아시아나 미래는 가시밭길

산업 일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양사 결합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뒤섞이고 있다. 한편에선 “해외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기 위해 우리 항공 자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기업 결합이 실패로 끝나면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아시아나항공이 공적 자금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양사 결합이 무산되면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우려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무엇을 포기하든 양사 결합을 완수할 것”이란 입장이다. 결합 성사 이후… 장거리 노선 경쟁력 하락?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최종 마무리하면 장거리 노선에 대한 시장 지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중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해 해당 국가 노선의 슬롯 반납을 약속했고,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 당국의 결합 심사 과정에서 더 많은 슬롯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슬롯은 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을 말한다. 사실상 노선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라 항공사의 주요 자산으로 꼽힌다. 박상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항공은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려면 아시아나항공과 운항하는 유럽·호주·미주 노선의 운항 횟수를 주 183회에서 69회까지 감축해야 한다. 독과점 우려가 있는 노선의 점유율을 50%로 낮추려면 주 운항 횟수의 약 38%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양사가 주 12회 운항하는 인천~파리 노선 점유율은 60% 정도인데,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주 3회 운항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미주 노선의 경우 주 44회의 항공편을 다른 항공사로 이전해야 해외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려면 장거리 노선 경쟁력 약화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을 위해 해외 경쟁 당국이 요구하는 독과점 해소 방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양사의 점유율이 높은 노선에 대한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야 하는데, 결합 이후 장거리 노선 경쟁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사히 양사 결합이 완료된 이후에는 ‘양사 결합을 위해 국내 항공 자산을 지나치게 많이 포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양사 결합에 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결합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양사 결합에 대해 “무엇을 포기하든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현재 여기(양사 결합)에 100%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결합을 위해 포기하는 것보다 이득이 더 크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는 좋은 해법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경쟁 당국이 요구하는 독과점 해소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결합 무산 이후…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재연?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무산으로 끝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은 2조5770억원에 달한다. 1년 이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2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증권사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1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신영증권은 5월 26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하위 저비용항공사 지원 등의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며 “영업 경쟁 약화에 따른 수익성 제고 기대감도 접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사 결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당장 재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에 수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긴 어렵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합 무산의 여진은 대한항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무산 이후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 지분 10.58%(1분기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양사 결합이 무산되면, 이후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분 싸움이 복잡해진다. 1분기 말 기준 한진칼 주요 주주의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이 19.79%, 델타항공 14.90%, 호반건설 측 11.60%, 팬오션 5.85%, 국민연금공단 5.06% 등이다. 대한항공과 긴밀한 협력 관계인 델타항공은 조원태 회장 측의 우군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주요 주주들의 심중은 알 수 없는 상태다. “KDB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23.06.16 07:00

4분 소요
지분 넘겼지만 경영권은 그대로…한미약품과 라데팡스의 기묘한 동거

증권 일반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인수하며 새롭게 최대주주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송영숙 회장 지분율은 11.66%에서 2.6%로 낮아지지만,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라데팡스는 향후 한미약품그룹의 사업재편에 나서는 한편 ‘한미약품 2세’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라데팡스는 지난 2일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 보유한 지분 11.78%(438만1590주)를 32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SPA)을 체결했다. 라데팡스와 라데팡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코러스유한회사가 각각 6.26%(438만1590주), 5.52%(380만527주)를 인수한다. 이달중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마무리 짓고 거래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송영숙 회장 지분율은 11.66%에서 2.6%로, 임주현 사장 지분은 10.2%에서 7.4%로 줄어들어 라데팡스가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다만 경영권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송 회장의 경영권은 유지될 전망이다. 라데팡스 측은 “송 회장의 백기사이자 조력자로서 법률적으로 명확한 공동보유약정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는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인수하는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추구하거나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로 합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거래는 일종의 공생 형태여서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기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모펀드는 사업·지배구조 재편과 재무전략에 의견을 제시하는 구조다. 이같은 구조에 대해 라데팡스는 ‘프렌들리 인게이지먼트 펀드(Friendly Engagement Fund·우호적 행동주의 펀드)’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경영권을 가져가는 경영참여형 펀드와 투자금만 대는 FI의 중간 개념이다. 실제 라데팡스는 SPA를 체결하면서 공동보유약정을 맺고 의결권도 공유하기로 했다. 추후 경영권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드물지만 과거에도 사모펀드와 경영진의 공생을 추구한 사례는 있었다. 2015년 티켓몬스터(티몬)은 모회사인 미국 그루폰에서 독립하면서 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 등 KKR컨소시엄에 지분 51%을 넘겼지만, 경영권은 기존 신현성 대표가 그대로 가져갔다. 2012년 웅진그룹은 당시 웅진코웨이를 KTB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하고자 했다. 당시 최종 매각처가 MBK파트너스로 결정되면서 지분과 경영권이 모두 넘어가긴 했지만, 2019년 웅진그룹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코웨이 경영권을 다시 사들인 바 있다. 일각에선 라데팡스가 행동주의펀드로 이름을 알린 KCGI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21년 라데팡스를 설립한 김남규 대표는 KCGI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한진칼의 3자 연합을 주도했다. 신민석 라데팡스 부대표 역시 KCGI 출신이다. 라데팡스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지분 투자는 통상적인 행동주의 투자와는 전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가족간에 충분히 협의됐고, 가족간에 이견은 없다”며 “라데팡스를 선정한 배경은 대주주와 김남규 대표 간 오래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한다. 김 대표가 가지고 있는 산업과 금융에 대한 경험을 통해 한미약품그룹이 지배구조 재편과 신성장동력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의 개별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협의 및 협조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라데팡스 관계자는 “신동국 회장은 송영숙 회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최대 우호 투자자”라며 “송 회장과 체결한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신 회장을 포함한 모든 주주와 협의 및 협조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지분 거래로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전망이다.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별세 후 송 회장과 임주현·종훈·종윤 삼남매가 임 회장 보유 지분 34.29% 가운데 일부를 각각 분할 상속했다. 송 회장의 상속세는 약 2000억원, 삼남매는 각각 1000억원 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라데팡스 관계자는 “향후 송 회장과 협의 하에 추가적인 사업 인수와 통폐합을 포함한 사업재편에 나설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그룹 내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주요주주들과 이사회 등에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05.09 17:20

3분 소요
‘여인의 반란’ 한진부터 한타 그리고 LG까지…재벌가 경영권 분쟁은 계속된다

CEO

LG가(家)의 상속 분쟁으로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LG가 입장에서는 매우 생소한 일이다. 75년 간의 승계 과정에서 유사 분쟁이 한 차례도 발생한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가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대표적인 경영권 분쟁 사례는 한진그룹과 한국앤컴퍼니가 꼽힌다. 외부 세력과 그룹 송두리째 흔들어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은 2019년 12월 23일이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지분 상속에는 이견이 없었다. 삼남매는 법적 상속 비율에 따라 6.52%(조원태), 6.49%(조현아), 6.47%(조현민)의 한진칼 지분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문제는 경영권이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생전 선대 회장은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이끌어 나가라고 말했다”면서 “임종 직전에도 삼남매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고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 화합을 통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 조원태 한진칼 대표 등과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했다”면서 “그럼에도 조원태 대표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했고,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조현아 전 부사장은 단순히 입장문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한진 오너일가를 견제해오던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으며 그룹을 흔들었다. 이후 반도건설까지 등장해 반(反) 조원태 연합인 3자 주주연합이 결성됐다. 이듬해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에도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2차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로 경영권 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2020년 11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하면서다. 당시 정부 주도하에 항공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추진됐다. 산은은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에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전까지 3자 주주연합보다 지분율이 낮았던 한진 오너일가는 산은을 우군으로 확보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끝이 났지만, 가족 간 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해진 모습이다. 경영권 분쟁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자취를 감췄다. 경영 일선 복귀는 물론이고, 조양호 전 회장의 추모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버지 믿을 수 없다...소송 나선 남매한진가와 달리 한국타이어의 남매 사이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6월 당시 조양래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모두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장남인 조현식 당시 부회장도 조희경 이사장을 지지하며 힘을 보탰다. 성년후견은 노령, 질병, 장애 등 정신적인 제약에 따라 사무처리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조희경 이사장이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나선 이유는 조양래 회장의 지분 상속이 정상적인 과정에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이 보유 지분을 차남에게 양도하면서 사실상 경영 승계 구도가 결정됐다.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양도하기 전까지는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이 19.32%로 가장 많았다. 조현범 사장과 조희경 이사장,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차녀 조희원씨는 각각 19.31%, 0.83%, 10.82%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확보한 조현범 사장은 지분율 42.9%로 최대주주가 됐다.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오너일가 삼남매의 지분율 총합인 30.97%보다 11.93%p 많은 것이다.조양래 회장은 조희경 이사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0년 7월 31일 입장문을 통해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넘긴 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지난 15년간 실질적 경영을 맡겼고, 좋은 성과를 내면서 충분히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이후 조현범 사장은 그룹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말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반면, 동생과 함께 경영에 참여하던 조현식 부회장은 그룹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후에도 조양래 명예회장은 한국타이어 지분 전량을 조현범 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자신의 결정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줬다.한국앤컴퍼니의 상속 분쟁에서 현재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물은 조현범 회장이다. 지난해 4월 1일 서울가정법원이 조희경 이사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비상식적인 판결”이라며 같은 달 5일 서울가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재계에선 끊임없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진다. 아워홈 경영권을 두고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사이에 벌어진 '남매의 난', 형제의 난에 이어 조카의 난까지 일어난 금호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대표적이다. 2015년 벌어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재계의 이목을 끌었던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세습경영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분석한다.

2023.03.15 15:11

4분 소요
“물류도 섹시하게”…조현민 사장, 한진 사내이사 오를까

산업 일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한진 지분율을 늘리면서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 사내이사 3명 가운데 노삼석 사장과 주성균 전무의 임기는 3월 24일 끝나기에 이들의 재선임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선 “조현민 사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에 진입하면, 본격적으로 한진그룹 내 경영에 참여한다는 의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사장은 이달 1일, 2일, 3일, 6일 등 4차례 걸쳐 한진 보통주 4572주를 장내 매수했다. 한진이 공시한 최대주주 등 소유 주식 변동 신고서를 보면, 한진 최대주주는 지분 24.16%를 보유한 한진칼이다. 조 사장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지분율을 0.03%에서 0.06%로 늘렸다. 이 외에 한진 지분율은 정석인하학원 3.18%, 조원태 회장 0.03%,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0.03% 등이다. 한진 측은 조 사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 강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는 입장이다. 재계 안팎에선 “올해 주총에서 조 사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 사내이사 3명 중 2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 이사회에서 주총 안건을 확정하기 전에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 주총에서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 한진은 3월 초 이사회에서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3월 말에 주총을 열었다.갑질 논란 딛고 경영 능력 입증할까 조 사장은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에 휘말리며 지난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9년 9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2020년 9월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전무)을 맡았다. 같은 해 12월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한진칼 전무에서 사임했다. 지난해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대해 “조현민 사장이 비록 미등기 임원이지만, 논란 이후 경영 복귀와 승진 시기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재계에선 “조현민 사장이 적극적으로 경영 행보에 나서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몸을 낮추는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사장은 지난해 6월 한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진은 우리 그룹의 모기업이자 고 조양호 회장의 손길이 담긴 회사”고 말했다. 또한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노삼석 대표와 직원들이 열정으로 회사를 잘 이끌어왔다”며 “저는 약간의 ‘조미료’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고인인 아버지와 회사 직원들의 의미와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물류 사업 변화를 강조하는 등 방향성을 제시했다. 당시 “섹시한 물류”를 언급해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조 사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한진 실적은 상승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2조8493억원, 영업이익 114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21년보다 13.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4% 늘었다. 한진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해외법인의 신규 사업 활성화에 따른 수익성 강화 및 컨테이너 터미널 자회사의 성장세 유지, 택배 사업의 신규 고객사 확보, 간선 및 허브 운영 최적화, 휠소터( 배송 분류 자동화 장치) 투자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2023.02.08 14:57

3분 소요
조현민 사장, 사내이사 복귀 임박?…한진 지분 매입

산업 일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이달 4차례에 걸쳐 한진 보통주 4572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의 한진 지분율은 종전 0.03%에서 0.06%로 늘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올해 3월 한진 주주총회에서 미등기 임원인 조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될 가능성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사장은 이달 1일, 2일, 3일, 6일 등 4차례 걸쳐 한진 보통주 4572주를 장내 매수했다. 한진이 이날 공시한 최대주주 등 소유 주식 변동 신고서를 보면, 한진 최대주주는 지분 24.16%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이다. 조 사장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한진 지분 0.06%를 확보하게 됐다. 이 외에 한진 지분율은 정석인하학원 3.18%, 조원태 회장 0.03%,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0.03% 등이다. 한진 측은 조 사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 강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는 입장이다. 조 사장은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지난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20년 9월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복귀했다. 이후 2020년 12월 한진 부사장, 지난해 초 한진 사장에 오르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지난해 6월 한진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사장은 현재 한진 미등기 임원이라 오는 3월 열리는 한진 주총에서 조 사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한진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는 노삼석 사장이다.

2023.02.07 20:47

2분 소요
경영권 분쟁 격전지 된 코스닥…오스템임플·휴마시스 ‘흔들’

증권 일반

연초부터 코스닥 상장사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22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에 휩싸인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KCGI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밖에 휴마시스와 오스코텍, 아이큐어, 파나진, 에이피티씨 등 최근 한달새 경영권 분쟁 소송에 휘말린 코스닥 상장사만 14곳에 달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5일 유한회사 에프리컷홀딩스가 보유 지분을 기존 5.57%에서 6.57%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취득단가는 13만1933~13만9428원으로 매입 금액은 총 203억4118만원이다. 에프리컷홀딩스는 최대주주인 강성부 대표의 KCGI가 출자한 투자목적회사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에프리컷홀딩스는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20.64%), 라자드자산운용(7.18%)에 이어 3대 주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현재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최대주주, 2대 주주를 제외한 KB자산운용(5.04%), 국민연금(5.04%) 등이다.강성부펀드는 지난해 12월 21일 오스템임플란트 730주를 장내 매수하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총 230억원 규모 지분을 취득하면서 취득 목적은 ‘경영권 영향’으로 명시했다. 앞서 KGCI는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하며 2대 주주로 올라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권 개입에 나선 바 있다. 강성부펀드의 지분 취득에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도 요동쳤다. 통상 경영권 분쟁은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요소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주주들의 매수 움직임이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최근 3개월(2022년 10월 7일~2023년 1월 6일)간 11만9500원에서 12만6500원으로 5.86% 상승했다. 뿔난 소액주주들, 잇단 경영권 분쟁 소송 제기소액주주들의 법적행동으로 경영권에 위협을 받는 코스닥 상장사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인 휴마시스는 지난 4일 주주 구 모씨가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경영권분쟁소송’에 피소됐다고 공시했다. 가처분 소송은 회사 측에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요청하기 위한 소송으로 통상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집단행동을 앞두고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공시에 따르면 구 씨 등 5명의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은 5.45%로, 차정학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7.65%에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은 휴마시스가 코로나19 진단키트로 38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냈지만 이를 주주들에게 환원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스코텍 역시 최대주주 3명이 모인 ‘주주연대’ 측으로부터 장부 등 열람허용 가처분 소송에 피소됐다. 주주연대 측은 “주주명부 확보를 통해 더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경영합리화를 위한 주주제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전체 주주들에게 주주연대 취지를 알리고 결집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대주주 지분이 휴마시스는 7.65%, 오스코텍은 12.57%로 상대적으로 낮다.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을 위해 지분을 모을 경우 위협적인 수준이다. 소를 제기한 소액주주들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해임안 등 특정 안건의 요구에 나설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최근 1개월간 경영권분쟁 피소 사실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는 아이큐어, 파나진, 에이피티씨, 디엔에이링크, 지더블유바이텍, 멜파스, ES큐브, 에이티세미콘, 더코디, 이노시스, 지니티웰니스 등 14곳에 달한다. 경영권 분쟁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도 요동쳤다. 휴마시스 주가는 지난 5일 하루새 24.34% 급등했고, 최근 3개월간 42.51% 상승했다. 파나진 역시 최근 3개월 주가가 21.78% 급등했다. 반면 오스코텍의 경우 경영권분쟁소송 피소 공시를 전후해 주가가 크게 흔들리며 같은 기간 15.35% 하락했다. 아이큐어(-36.32%), 에이피티씨(-23.21%), 디엔에이링크(-5.36%) 등도 약세를 보였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들은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목표 하에 경영진 교체, 배당 확대 등으로 경영진 압박에 나설 수 있다”며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23.01.09 16:50

3분 소요
통합 LCC 초석? 분리 매각?

CEO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보유 중인 진에어 주식 전량을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매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상으론 한진칼 재무 구조 개선과 한진그룹 항공 계열회사의 수직계열화 등을 위한 전략이란 평가다. 다만 일부에선 이번 매각을 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분리 매각 가능성 등까지 염두에 두고 대한항공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단순화하기 위한 전략”이란 의견도 나온다. 1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보유한 진에어 주식 전량인 2866만5046주(지분율 54.91%)를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했다. 처분 금액은 진에어 주식 1주당 2만1100원으로, 전체 매각 규모는 약 6048억원이다. 이번 매각으로 한진칼의 재무 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회사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유상증자 참여 등의 지원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2020년 이후 1조원이 넘는 수준까지 차입금이 증가했는데, 이번 매각 대금으로 올해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을 계획 중이라 재무 구조가 개선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내 항공 계열회사 입장에선 이번 매각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게 됐다. 한진칼이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대한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를 자회사로 두는 구조를 갖춰 지배 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이번 지배 구조 개편을 통해 중복 노선 효율화, 연결편 강화 등 항공 노선 네트워크 최적화를 도모하고, 기재 도입, 운영 효율화 등 항공 운송 관련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통합 시너지” vs “분리 매각 염두” 항공업계와 증권업계 등에선 이번 지배 구조 개편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편에선 대한항공이 자회사로 진에어를 거느리는 지배 구조를 구축해 향후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을 통합한 LCC 출범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분리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한항공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를 구축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대한항공의 진에어 인수에 대해 현재로선 한진칼 재무 구조 개선, 수직계열화 등을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통합 항공사 출범 과정에서 예상되는 분리 매각 등 자산 정리까지 감안해 대한항공 중심으로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에 대해 “그간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 자회사로 통합 LCC를 두는 지배 구조에 대해 언급해온 만큼, 분리 매각 등을 감안한 전략이란 주장은 과도한 해석”이란 반론도 있다. 증권업계 일부에선 대한항공의 진에어 인수 가격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시가(13일 종가) 대비 27.5% 프리미엄을 부여해 단기적으로 대한항공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시가 대비 과한 프리미엄을 부여해 진에어 지분을 양수해온 것은 대한항공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진에어 지분 인수가 대한항공 재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추가적인 자본 확충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기준을 반영해 주가를 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 주가는 이날 전일보다 2.78% 오른 2만7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이날 진에어 주가는 전일보다 1.51% 하락한 1만6300원에 그쳤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2022.06.14 17:00

3분 소요
호반건설, 한진칼 지분 인수…못 이룬 항공업 진출로 시너지 낼까

부동산 일반

호반건설이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을 인수한 가운데, 그 배경과 앞으로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반건설 측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공업이 부상할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섰다”며 경영참여 가능성에 대한 업계 시선에는 선을 그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940만주(지분 13.97%) 전량을 5640억원에 취득했다. 향후 콜옵션을 포함해 총 지분율을 17.43%까지 늘릴 수 있다. 이로써 호반건설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20.93%)에 이은 한진칼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이밖에 한진칼 주요 주주는 반도건설(17.02%)과 델타항공(13.21%), 한국산업은행(10.58%) 등이다. ━ 경영참여 가능성은?…조원태 회장 백기사에 무게 호반건설은 지분 인수 배경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경영 참여에 나설지에 주목했다. KCGI가 지난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기 때문이다. KCGI는 반도건설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칼 지분율 2.59%)과 이른바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과 대립각을 보여왔다. 하지만 2020년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3자 연합에도 균열이 생겼다. 지난해 4월에는 한진칼 3자 연합도 해체됐다.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의 이번 KCGI 지분 인수가 조 회장의 백기사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호반건설이 대주주를 상대로 경쟁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전력이 없다는 점에서다. 또한 기존 주주이자 동종업계인 반도건설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는 전언이다. 호반건설이 오히려 조 회장 측에 사전 지분매입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아직 남은 상황이다. KCGI가 앞서 ‘지분 매각 시 견제 세력에 넘길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이 자금력을 앞세워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공업 성장 기대”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호반건설이 항공업 진출을 통한 시너지를 노리는 게 유력한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면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한 항공사의 지분을 갖게 된다. 만약 양사의 결합이 무산되더라도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한공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인수했으니 손해 볼 게 없다는 시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8조7534억원, 영업이익 1조4644억원, 순이익 638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 3곳 중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한진칼은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양사 통합 시 통합 LCC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통합 LCC가 불발되더라도 일부 LCC 인수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미 호반건설은 아시아나항공인수에 뛰어든 바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을 거느린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섰으나 채권단의 거부로 인수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참여 당시에 “건설업과 항공업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보였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리솜리조트, 2019년 덕평CC와 서서울CC를 인수하면서 종합 레저기업으로 기반을 넓혔다.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풍부한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사세를 확장 중인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재벌 산업으로 불리는 항공업 진출로 재계에서의 위상상승도 노려볼 만하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가 머지않은 지금 항공산업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판단해 투자했다”며 “투자처를 찾고 있던 가운데 한진칼은 매력적인 M&A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4.04 18:02

3분 소요
2년 만에 다시 맞붙는 KCGI VS 한진칼…조현민 견제?

산업 일반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앞둔 대한항공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정관변경과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골자로 주주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2년 만에 다시 이뤄진 표 대결 결과에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 ━ “조현민 사장 승진, 후진적 지배구조로의 회귀” KCGI는 지난달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 이사의 자격기준 강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했다. KCGI는 2020년 주총 당시 김신배 전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의 사내이사 선임과 서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제안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KCGI가 다시금 주주제안을 하며 행동에 나선 것은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견제장치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한진의 조현민 사장 승진을 놓고는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를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기업가치와 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후진적 지배구조로의 회귀라 비판했다. 조 사장의 2018년 ‘물컵 갑질 논란’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KCGI는 기업가치 및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등 정관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조 사장의 이사회 진입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 사장은 지난 1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노삼석 대표이사 사장과 동등한 지위를 확보한 바 있다. 동시에 노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던 류경표 사장이 한진칼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사내이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진은 2대 주주인 HYK파트너스 등 외부 반발을 고려해 이를 철회했다. KCGI는 서윤석 교수의 이사회 진입을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 자산 총액의 75% 및 매출의 71%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3분기 누적 기준 71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실적 개선이 있었음에도 한진칼은 3분기 말 누적 기준 16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회사 호실적이 지주사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도록 이사회가 노력해야 함에도 한진칼은 시장과 소통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적절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표 대결 패배 가능성↑…엑시트 시기 저울질? 재계에서는 KCGI의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지분율만 보면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은 32.06%, KCGI와 반도건설 지분은 34.44%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확보한 10.58%의 지분이 조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이 재계의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캐스팅보트를 손에 쥔 산은이 표 대결에 뛰어드는 모양새는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KCGI의 주주제안이 결국 투자금 회수(엑시트)의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강성부 KCGI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CGI 펀드는 큰 수익은 아니더라도 수익 구간에 진입했고, 회사가 대폭 개선돼 엑시트를 위한 여건은 조성됐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KCGI 산하 특수목적법인(SPC) 펀드 만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강 대표가 전량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터라 엑시트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한진칼에 주주가치 제고를 지속해서 요구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주가 흐름을 계속 지켜볼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3.15 07:00

3분 소요